또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온 나라가 안전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이어지는 참사에 국민은 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8년간 일어난 대형사고를 돌아보고, 원인은 무엇이고, 미리 막을 수 없었는지 예방하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38분께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다리 상부 트러스가 무너져내려 일어난 사고다. 이 사고로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해 총 49명의 사상자를 냈다.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의 연결 이음새의 용접 불량과 유지관리 소홀이 주원인이었다.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2분께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붕괴했다. 인명피해는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지만, 백화점은 응급조치로만 대응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
2003년 2월18일 대구광역시 남일동의 중앙로역 구내에서 50대 중반의 남성이 불을 질렀다. 방화로 인해 총 사망 192명, 실종 6명, 부상 151명이 발생한 대형참사였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남성이 자신의 병(身病)을 비관하다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수상한 행동을 하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승객이 “왜 라이터를 자꾸 켜는 거예요”하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승객 304명이 사망하고 170여 명이 실종된 대형참사였다.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고등학생이었다. 침몰 원인은 화물 과적, 뱃짐 묶기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등으로 발표됐다.
2022년 10월30일 토요일 11시경,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사람들이 156명 이상 희생되고 부상자 196명이 발생한 대참사가 벌어졌다. 전날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해 떠밀려 다니고 있었고,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인파가 많으니 통제해달라”라는 12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조치가 없었다.
모두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 또한, 모두 예방 할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가 날 때마다 부랴부랴 사고 예방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형참사는 비웃듯 또 일어났다. 매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었다.
노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작은 생선을 굽’듯 하라고 했다. 약팽소선(若烹小鮮).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잠시 방심하면 금세 타버린다. 그렇다고 자주 뒤집으면 생선 살이 떨어져서 먹을 것이 없다. 나랏일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다스려야 한다고 하였다. 나랏일 중에 가장 우선 돼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작은 생선 굽듯 조심스럽게 안전을 살펴야 할 것이다.
사고 예방에는 민, 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이 만일의 사태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마음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 그래서 평온한 상태에서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대형참사를 막을 수만 있다면 ‘나라를 위한 굿판’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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