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가 나무나 식물로 대표성을 띤다면 우리 한국의 문화는 아무래도 ‘소나무 문화’에 가까울 것이다. 비록 매화·난초·국화·대나무가 사군자로 사랑 받는다고 해도 한국 문화를 ‘매화문화’ ‘대나무문화’라고 이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하겠다. 러시아의 자작나무, 북구의 전나무, 남구의 올리브, 영국의 장미, 열대 지방의 야자수가 각각 그 나라를 대표하듯이 우리의 상징은 소나무가 제격인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와 함께 일생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나무로 집을 짓고, 솔가지로 군불 지핀 방에서 태어나 소나무 장작불에 밥지어 먹고, 배고픈 날은 송지를 벗겨 허기를 때우기도 했다. 명절이면 송편을 빚고, 소나무 잎과 꽃과 순으로 송엽주, 송화주, 송순주를 담가 일미를 즐겼으며,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을 만병통치약으로 알았고, 송이버섯을 채취했다. 그러다가 생을 마치면 송판으로 만든 관에 담겨 땅에 묻혔던 것이다. 우리나라 지명에는 송(松)자가 유난히 많은데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국에 680곳의 지명이 송자를 포함한다 하니 소나무는 우리와 불가분의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도에도 송중, 송포, 송산, 송정 등 소나무를 상징하는 마을이 곳곳에 있고, 애국가 2절 에도 ‘남산 위에 저 소나무~’란 구절이 엄연하다. 산림청이 재작년 3월에 실시한 ‘산림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에 의하면 대상자 1천814명 가운데 58.7%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고 있다. 2위인 은행나무 6.8%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라 할 만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삼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우리와 밀착돼 있는 소나무가 환경오염, 병충해 등으로 점점 메말라 가고 있으며,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각종 개발의 영향으로 솔밭도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특히 우리도의 경우 수도권의 지역적 특성으로 그 정도가 더욱 심한 편이라 하겠다. 우리도에는 팔달산, 남한산성, 홍유릉, 칠장사, 용주사 등 유적지와 청계산, 용문산, 평택항 주변 등에 총 486㏊의 우량 소나무림이 분포되어 있다. 일부는 잘 보존되어 있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 특별관리가 필요한 실정으로 연차별 계획에 의거, 2002년부터 2007년까지 28억 1천9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 첫해인 작년에 남한산성 등 10개소 58㏊에 토양개량제 투입, 비료주기, 수간 주사, 병해충방제 등 식생여건 도모와 생육환경을 개선하였으며, 금년에도 용주사 주변지역 등 16개소에 6억200만원을 투입하여 65㏊의 우량 소나무림 보존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는 한대림인 침엽수종을 우점해서 아열대림인 활엽수종을 번성시켜, 백년쯤 뒤에는 소나무가 지금의 10분의 1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울한 보고도 있다. 전 지구적인 온난화문제를 한 지방자치단체가 나선들 모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향토수목인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나무가 사라진 우리 문화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덕영.경기도 농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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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3-06-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