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천원권 화폐 ‘오죽헌’ 아닌 ‘자운서원’으로

지난 7월 파주시의회에서는 좀 특별한(?) 결의문을 채택하여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에 건의문을 낸적이 있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오천원권 화폐에 그려져있는 오죽헌을 ‘자운서원’으로 바꿔달라는 건의문이다. TV, 라디오, 신문 등 많은 언론에서는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었다. 관련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율곡 선생의 유덕과 얼을 다시 한번 재창출하고 역사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심도있는 역사적 재조명과 고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릉은 율곡선생이 1536년에 태어나 6세까지 성장한 생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오죽헌’이라는 어원은 율곡 선생의 이종사촌 동생인 권처균이 1569년에 외할머니로부터 재산을 분배받아 살면서 집주위에 검은 대나무가 많아 자기의 호를 오죽헌이라고 지음으로서 비롯된 것이다. 보물 165호로 지정된 것 또한 율곡 선생의 생가이기 때문이 아니고 조선시대의 중요 건축물로서 보존가치가 있어 지정된 것이다. 그러나 파주는 율곡 선생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세거지이며 뿌리인 본향이다. ‘화석정’은 율곡선생의 5대조인 이명신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이 8세 되던 해 여기서 ‘화석정 8세부시’를 지었으며 ‘십만양병론’을 주창하던 곳이다. 또한 집안이 모여 살던 곳이 밤나무가 많은 ‘밤골’이여서 선생의 ‘율곡’이라는 호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며 지금도 ‘율곡리’라는 행정리로 존속되고 있다. 특히 ‘자운서원’은 율곡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당시 제자와 유림들이 세운 것으로 율곡 선생과 제자인 김장생, 박세체의 위패를 함께 봉안하고 있으며 묘정비와 신도비가 그 증표를 더해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율곡 선생을 비롯한 가족 13기의 묘소가 자운서원에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신사임당도 부군 이원수와 함께 여기에 어울무덤을 하고 있다.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역시 율곡 선생과 당시 쌍벽을 이루는 퇴계선생의 제자와 유림들이 선생의 업적과 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서 천원권 화폐에 퇴계 선생과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62년도 강릉에서 실시한 율곡제례 행사에 당시 최고의 실세인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께서 초헌관으로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오죽헌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관계기관과 학계, 국민의 많은 관심에 힘입어 강릉 오죽헌하면 율곡이라는 국민적 정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가의 의미보다는 집안 대대로 살아온 본향이며 학문을 연마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후학을 양성하므로서 선생이 생애에 가장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잠든 고장인 파주가 진정 율곡 선생을 대변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주장은 당연하다. 화폐를 바꾸어야하는 문제는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한 대단히 어려운 국가시책사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죽헌하면 율곡 선생의 모든 것처럼 여기는 국민적 정서가 우리 역사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인식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역사는 국민에게 올바로 알려져야 한다. 많은 경비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올바르게 이해되고 정립되어야 한다. 어떠한 힘의 논리나 국민적 정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배경과 정화에 의해 지켜가는 것이 역사의 올바른 정립이라 생각한다. /김영기.파주시의회 의원

기고/문화를 알면 삶이 풍요롭다

우리나라의 위암과 교통사고 사망률은 세계에서 불명예스럽게도 1위라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우리처럼 오래 사는 것을 최대의 복(福)으로 생각하는 민족이 암(癌)에 걸리고 차에 치여 죽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문화는 삶의 질과 폭을 넓혀준다. 우선 우리의 현실이 항상 북한의 ‘전면전’ 도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환상(幻想)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가치 관념이나 의식이 지나치게 물신(物神)주의에 병들어 있고, 거짓 아닌 위선을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체면’과 ‘겉치레’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삶의 위상에 보다 진솔하게 가까이 가는 자세가 없고, 숨쉬며 느끼고 생각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명적 사고도 없다. 원시시대는 배고프면 먹는 것이 문화였고, 그 다음시대는 하루세끼 먹는 것이 습관이고 문화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같은 음식이라도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좋은 음악을 들어가며 먹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이 ‘좋은 곳’, ‘맛있는 것’, ‘좋은 음악’이 먹는 것과 어우러지는 문화의 시대이다. 지금은 분명히 ‘문화시대’에 와 있으나 실제 우리의 사고나 습관은 배고파서 뚝딱 먹어치우는 물질주의, 성급주의가 여전히 판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문화를 모른다는 것은 “먹고사는데 문화가 무슨 상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가 당장 먹고사는 일과 관계가 없다고 치자. 그렇다면 사람은 생각하지 않고 꿈꾸지 않고 사는 재주가 있는가. 웃지 않고, 울지 않고, 감동하지 않고 살수가 있겠는가. 옛 사람도 살았고, 우리처럼 비슷하게 생겼고, 그 사람이 우리의 할아버지였다는 확신과 그 느낌을, 문화와 예술이 아니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잘 입고, 잘 먹고, 잘 사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다.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할 줄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돈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끝이요, 돈이 많아도 꿈꿀 줄 모르면 그 쾌락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이야 말로 삶의 질이 중요한 때이다. 보다 즐겁게,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좋은 기분으로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말을 바꾸면 보다 문화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문학이나 예술, 문화 문제는 항상 뒷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문화를 모르면 밥 먹은 입에 암이 생긴다.’ 위암과 교통사고는 공통분모가 있다. 문화 부재와 조급성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문화란 눈앞의 일과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것에 대한 관심이다. 너무 눈앞의 일에만 관심을 두면 문화가 안 보인다. 눈을 감지 않으면 꿈을 꿀 수 없듯이, 눈앞의 일만이 세상살이라고 생각하면 늘 조급해진다. 문화는 원래 “땅파고 가꾸는 일 (cultura = cultivo)”이라는 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하늘을 보고 땅파는 마음’을 모르면 ‘문명과 돈은 곧 암’이 된다는 것이다. 외부의 환경 보호만 시급한게 아니라 마음의 환경보호, 마음의 생명 중심적 사고도 중요하다. ‘삶의 진실성을 한순간이라도 망각하면 그 입에 곰팡이가 슨다.’ 예술이나 글은 그 원시적인 삶의 땀과 향기, 그 즐거움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기억하고 있는 음식들이다. 문화인은 두 곳에서 먹을 것을 얻는다. 그 한곳은 자연, 다른 한곳은 문화이다. 얼마 전부터 ‘신바람’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그 ‘바람’은 몸(자연)과 생활의 절주(節奏)가 맞닿는 곳, 즉 좋은 음식(자연)에 좋은 분위기(문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예술에 취하지 않고 글에 반하지 않는 사람은 돈이 천금이라도, 늘 죽음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인이 되어 문화와 함께 사는 것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이라 여겨진다.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예절분원장

기고/해피 수원 페스티벌- 비 오는 날의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로 시작되는 ‘동심초’는 나에겐 추억이 깃든 곡이다. 대학때 미팅에서 만난 파트너의 영향으로 가곡을 좋아하게 된 나는 술 한잔 마시고 취기가 돌면 으레 ‘동심초’를 흥얼거렸다. 지난 8월 30, 31 양일간 예총 수원지부 (회장 김훈동)가 주최로 ‘해피 수원(Happy Suwon) 페스티벌’이 만석공원에서 개최되었다. 두달 전부터 지역의 예술인들이 성심껏 준비했던 해피 수원 페스티벌은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행사였다. 때문에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그 날의 기후가 매우 중요하였다. 그러나 첫째날인 8월 30일, 아침에 맑았던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오후 1시가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성 폭우가 연일 계속된터라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빗줄기는 점점 거세져 갔다. 공연시간이 다가오며, 행사를 강행할 것인가에 대한 스텝들의 고민이 무게를 더하였다. 일정을 연기하게 되면 출연진들의 스케줄과 시스템 임대 등으로 경제적인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공연예술의 특수성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행사의 빠듯한 예산을 감안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었다. 공연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스텝회의는 시작되었고, 1시간 이상의 난상토론 끝에 공연을 강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인즉슨 예산손실도 손실이지만 공연일정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이며,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수원예총의 의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식적인 의전 행사만은 다음날로 연기하고, 문의해온 내빈에게 연락을 하였다. 뜻밖에 한국예총 이성림 회장은 관객이 한명만 있어도 참석하여 행사를 축하해 주고 싶다고 했다. 교향악단 연주를 위하여 무대 위에 천막을 치고 관객을 위한 우의를 준비하였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관람객들은 주위를 서성거렸고, 출연자들은 악기를 조율하였다. 무대 위에 고인 물을 닦고 있을 무렵, 이성림 회장이 도착하였고 예정된 시간이 10분 지나 공연은 시작되었다. 조명에 색깔을 입어 반짝이는 빗줄기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을 타는 듯 하였다. 우의를 입은 사람, 우산을 든 사람, 서 있는 사람, 젖은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등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의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 보다도 관람객들은 한결같이 진지하였다. 솔리스트가 동심초를 부를 때는 옆에 앉은 관객의 숨소리마저 고요하였다. 오로지 빗줄기 소리와 음악뿐이었다. 비 오는 날의 동심초는 빗소리마저 애달프게 만들어 내가 대학시절 만났던 동심초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무엇인가 그 이상의 깊이로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매혹적인 곡조 때문인지, 아니면 빗줄기 때문인지 관객 또한 동심초의 선율에 모두 몰입하였다. 언제 이렇게 한곡의 노래가사와 곡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매료시킬 수 있단 말인가. 아마 그 자리에 모인 400여명의 관람객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예정대로 공연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하였다. 그리고 예술을 생각하였다. 비록 많은 관객이 동참하여 화려한 공연을 펼치지는 못하였지만, 이렇듯 진한 감동으로 각자의 닫혀진 마음을 여는 공연이 몇 차례나 될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을 지닌 예술의 가치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모두가 친구였다. 비오는 날밤 들었던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가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돈다. /이석기.수원예총 기획단장

기고/우리의 전력사업, 선진국과는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사상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는 테러일까 아닐까. 미국 부시대통령은 테러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는 군사적 테러보다 더 가공할 만한 시장에 의한 테러다. 단지 시장을 통한 경쟁체제가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추진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5천만명에 달하는 미국과 캐나다 국민들과 25만명의 영국 런던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전력산업은 대규모 네트워크 장치산업으로 초기투자비가 많이 소요된다. 뿐만아니라 설비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원가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와 발전, 송배전 등 전체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결집하여 운영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커지는 ‘범위의 경제’ 효과가 매우 큰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전력은 생산과 동시에 소비가 이루어짐으로써 저장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전력산업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나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냉전 붕괴 이후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정책은 시장을 통한 효율성을 명분으로 전력산업에 대한 공공적 통제기반을 없애는 대신 사유화와 규제완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체제로 전력산업을 급속하게 재편했다. 미국도 1990년대 초반부터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완화를 추진 ,주정부 등 공공소유로 지역별 독점체제로 운영되던 전력회사를 발전과 송배전회사로 분할하여 민간에 매각하는 사유화 작업을 벌여왔다. 또 송배전망을 개방해 민간 전력회사들간 경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2000년과 2001년 정전과 요금폭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된 캘리포니아 사태 때였다. 캘리포니아 사태는 결국 시장을 포기하고 과거와 같은 규제체제로 되돌아감으로써 일단락된 상태이지만 담합, 공급망 조작등 사태의 발단이 된 시장조작행위에 대한 조사와 법적 책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뉴욕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동북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사태 또한 일단규제완화로 인한 전력회사의 투자기피가 원인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규제완화로 인한 투자기피뿐 아니라 공급량 조작행위 가능성도 있다. 충분한 공급능력이 있음에도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공급량을 줄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한 송배전망 기능을 급속도로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전력거래시스템의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만약 송배전망이 취약하다면 장기투자를 통해 보강하는 방안도 있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취약한 시스템에 대비하여 전체 전력공급의 안정도 향상을 위해 전력의 흐름을 통제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값이 싼 오하이오주의 대규모 수력발전량이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대도시로 흐르게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런던의 사태를 계기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도마위에 올랐지만, 우리나라 산업자원부가 제시하는 대책은 구조개편이후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며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정당성을 홍보했던 산자부 관계자들은 다 어디갔나. 지난 수년간 전력노조는 구조개편의 위험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와 국회의원, 청와대, 시민단체 등 각계에 알려왔다. 그때 경고했던 사항들이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산자부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교과서로 삼고 있는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이제라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허상을 걷어내고 국민적 고민을 통해 바람직한 전력산업 발전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김영배.전력노조 경기북부지부 노조위원장

기고/인상이 좋은 사람은

구리의 아차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싱그러운 숲에서 내뿜는 향기와 풀섶에서 피어난 온갖 들꽃이 어우러진 정취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 이치로 표정이 부드러우면서 싹싹한 사람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한 인상을 지니고 있어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나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사람에 따라서 마음이 끌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괜히 그 사람만 보면 싫어지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이와 같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겉으로 비춰진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어딜 가나 환영을 받는다는 말을 듣는다. 좋은 인상은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 할 수도 있다. 좋은 인상이란 착하고 아름다운 품성과 교양미가 겉으로 배어져 나와 외모와 잘 어우러졌을 때, 그 사람만이 갖는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인상을 갖기 위해서는 본인이 갖는 ‘이미지’를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첫째, 인상이 좋은 사람은 타고난 모습을 자연스럽게 가꾼다. 멀쩡한 얼굴에 성형수술을 하여 억지로 뜯어고친 모습은 얼핏 보기에는 예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쉽게 물리며 심지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기에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타고난 몸매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가꾸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눈에 번쩍 띄는 화려함보다, 좋은 느낌을 주는 깔끔하고 단아한 옷차림이 좋은 인상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인상이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끌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사람의 매력은 겉으로 치장된 외형적인 멋스러움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만이 갖는 아름다운 품성과 교양미가 은연중에 배어 나와 외모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훨씬 돋보인다.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면 인상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할 만큼 마음씨와 인상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성이 착하고 어질면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갖게 되고, 심성이 거칠고 모질면 험악한 인상을 갖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다른 사람을 은근히 끌리게 하는 힘을 매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매력은 그 사람의 마음 씀씀이와 행위에서 나타내 지기도 한다. 셋째, 인상이 좋은 사람은 은연중에 향기를 발산한다. 인간미가 풍부한 사람 치고 좋은 인상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인상이 좋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맑고 부드럽게 해 주는 청량제 구실을 한다. 신부님이나 승려의 인자한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향기를 느끼듯이 말이다.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양보할 줄 알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오히려 아량으로 용서할 줄 아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눔과 베품’, ‘섬김’을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도 그윽한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푸르름이 날로 더해 가는 성장의 계절 6월을 맞는 즈음이다. 아차산 자락의 싱그러운 숲에 에워싸인 우리 도림 배움터의 950명 꿈나무들의 모습이 그렇게 발랄하고 귀여울 수 없다. 해맑은 미소와 천진스런 몸짓에서 수많은 좋은 인상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박쌍선.구리 도림초등학교장

기고/인천에 고등법원.검찰청 유치하자

동북아 시대의 관문 인천의 현재 인구는 260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송도를 중심으로 한 경제특구와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형성되면 인천은 조만간 인구 3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변모하게 된다. 규모면에서 서울, 부산에 이어 3위의 거대 도시가 된다. 그러나 폭발적인 인구증가세와 달리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에 머물러 있다. 도시 인구의 상당수는 아침마다 서울로 출퇴근하고 이와 더불어 경인고속도로와 국도는 항상 정체를 겪는다. 이런 홍역을 치르는 동안 인천사람들은 거친 운전습관에 길들여진다. 오죽하면 택시 운전기사조차 ‘인천 번호판을 단 차량은 피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이 말은 인천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성도시로서의 인천광역시의 현주소가 암담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각종 사건·사고도 증가한다. 대형 사건이 생기면 ‘또 인천이야’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경찰관련 르포방송을 보면 인천에는 각종 민·형사 사건들이 참 많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법원의 판단을 요하는 소송건수도 급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천에는 지방법원의 상급 법원이 없다. 즉 동북아 시대의 관문이며 인구 260만명에 이르는 도시에 고등법원과 고등검찰청이 없다. 인천지역에서 항소, 항고를 할 경우 인천시민은 서울고등법원(검찰청)을 찾아야 한다. 인천시민 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인 부천·시흥·김포시민들 역시 서울까지 오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에 따른 경제적·시간적 부담과 낭비도 크다. 인천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인구 100만여명의 부천시는 물론 시흥·김포시 등 무려 500만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건이 생길 때마다 서울고등법원(검찰청)을 찾아야 한다. 송도 신도시와 영종 신도시가 완공될 경우 무려 600만여명이 가까운 인천을 두고 서울에 있는 상급법원을 찾아야 한다. 반면 서울고등법원(검찰청)은 우리 인천·부천·시흥·김포시는 물론 경기·강원도 일부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타 고등법원에 비해 지역적으로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관할 지역내 인구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2천500만여명이 된다. 이 정도라면 국민에 대한 양질의 법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 2천500만여명이 이용하는 서울고등법원(검찰청)의 서 비스 품질 저하도 예상된다. 법무행정은 가까운 곳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법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법행정을 둘러싼 국가환경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여년 동안 이런 서울 집중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인천·부천·김포·시흥 등 600만여명, 향후 1천만에 이를 이 지역 시민들은 법무 행정서비스에서 타 지역에 비해 소외를 겪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법무 행정서비스라면 인천·부천·김포·시흥 등의 시민들은 고등법원(검찰청) 접근에서부터 차별을 받는 셈이다. 인천은 참여정부가 밝혔듯이 동북아 시대의 관문이다.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시이다. 향후 1천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 지역 주민들의 법무 행정서비스 수요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지역 고등법원(검찰청) 유치는 그런 의미에서 타당성을 갖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인천지역에 고등법원 유치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법무행정의 요람이었던 인천시 남구 주안동 소재 구(舊) 인천지방법원·검찰청 부지가 고등법원을 설립할 수 있는 적지로 꼽힌다. 현재 이 부지는 인천지법과 지검이 떠난 뒤 흉물스러운 폐허로 전락한 상태이다. 지역 상권은 붕괴되고 뚜렷한 대안없이 건물마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참여정부는 최근 들어 서울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 송도와 김포는 물론 판교, 파주 등에 신도시 건설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신도시의 자급능력을 갖춘 완전한 도시가 아니라 서울을 위한 위성도시, 베드타운을 양성할 뿐이다. 단순한 거주지 이전이 아닌 자급자족 능력을 갖춘 신도시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그에 따른 인프라 역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인천은 물론 부천, 김포, 시흥 등 신도시 시민들이 동북아 시대의 중심지역인 인천에 법무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등법원(검찰청) 설립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태웅.인천시 남구의원

기고/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정은 도덕의 학교다’라고 스위스의 뛰어난 교육자 페스탈로치는 말했다. 가정은 사랑의 학교요, 도덕의 학교요, 윤리의 학교다. 부모의 무릎은 자식의 정다운 교실이요, 부모의 얼굴은 자식의 중요한 책상이요, 부모의 입은 자식의 소중한 교과서요, 부모의 손은 자식의 고마운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을 심어주고, 당당한 자신감을 키워주고,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을 길러주고, 남과 같이 살아가는 협동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버지의 가장 중요한 몫이다. 내 아들이 자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을 때 비로소 아버지의 인생은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관점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사용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명심해 주기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의 귀중함과 그 사용 방법이다.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으나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정치가요, 과학자요, 공공(公共)사업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만일 네가 네 인생을 사랑한다면 네 시간을 사랑하여라. 왜냐하면 시간은 인생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인생은 시간으로 구성된다.(Life is time). 살아있다는 것은 시간이 있는 것이요, 죽는다는 것은 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투철한 철학과 윤리의식을 갖고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독서를 통한 인생학을 익혔으면 좋겠다. 감격성과 흡수력과 성장력이 왕성한 청년시절에 어떤 책을 읽느냐,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절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라고 여겨진다. 젊은 날에 읽은 책의 감동과 내용들이 정신적 비료가 되어 너의 40대, 50대, 60대의 삶의 방향과 질을 결정 할 것이다. 셋째, 젊은이다운 밝음과 쾌활함을 유지하기 바란다. 네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은 언제나 힘이 넘쳐흐르고 있다. 선로(線路)를 놓아주지 않으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으며, 자칫하면 넘어져 목뼈가 부러질 염려도 있다. 그렇지만 이 무모한 젊음도 비난만 받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신중함과 삼감이 가해지면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환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젊은이 특유의 들뜬 마음은 젖혀두고, 젊은이다운 쾌활함과 밝은 마음을 가지고 당당히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넷째, 상대방을 생각하는 감성을 발달시키기 바란다. 너는 이제 사물을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나이 또래의 청년으로서 그런 사람은 아직 적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너는 꼭 사물을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기 바란다. 그리고 항상 따뜻한 감성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바란다. 다섯째, 지식은 풍부한 것이 좋으나 몸가짐은 겸손해야 한다. 학식이 풍부한 사람은 지식에 자신이 있는 나머지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일이 많다. 그렇게 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기 쉽다. 지식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좀 유연한 자세로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끝으로, 후회 없이 살기를 바란다. 사람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때 좀더 열심히 공부할 것을, 그때 좀더 부지런히 일할 것을, 그때 좀더 성실하게 살 것을 하고 후회 막심하게 뉘우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늦게 깨닫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범하고, 허다한 실패를 겪은 후에 비로소 올바른 깨달음을 느끼게 된다. 학(學)과 애(愛)와 동(動)의 인생관을 가지고 어떤 직장, 어느 위치에서 무슨 일을 수행하든 직함이 인간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직함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예절분원장

기고/학교급식 위탁과 직영 공존해야

당연한 일이지만, 새는 날개가 둘 이기에 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견제속에 발전해 왔다. 어느 한 쪽이 지나쳐 무게 중심이 흔들릴 때 새는 추락하고, 인류는 혼란스런 시기를 겪어 왔다. 초중고에 대한 학교급식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위탁과 직영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운영 및 관리자의 책임의식이 어느 정도인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따라서 학교급식은 위탁과 직영이 공존해야 하며, 학교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사)이 객관적인 틀 안에서 자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 교육청의 최근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서울시는 중고교에 대한 급식방법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반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8월 이전까지 초중고교에 대한 급식을 전면 직영으로 고집해오다, 여론에 밀려 중고는 학교 자율에 맡겼다. 그런데 최근 다시 전면 직영을 강요하는 공문을 각급 학교에 보내는 등 오락가락 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정책변경은 지난 해부터 모 정당 등이 ‘학교급식네트워크’라는 단체를 구성, 학교급식법 개정과 직영화를 추진한데 고무받은 듯 하다. 이들의 주장은 “민간업체가 학교급식을 하게 되면 이윤 추구를 위해 질 낮은 급식을 제공할 수 밖에 없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음식점 특급호텔 병원 우유회사도 위생이 중요하므로 정부가 직영해야 옳다. 민간 급식전문업체는 체계화된 조직과 노하우에서 이윤을 얻고 있지, 저급한 식자재를 사용해 이익을 얻고 있지 않다. 또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직영하면 전국적으로 약 3만명에 달하는 교육관련 공무원이 늘어나 특정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급식종사원 인건비 및 각종 시설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에서만 1천억원에 이르는 신규 세원이 필요하게 된다. 현재 학교급식방법의 비율은 직영이 80%인 반면, 위탁은 20%에 불과하다. 또 전체 위탁급식학교중 40%를 국내 최고기업인 삼성 엘지 CJ 풀무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에서 해야 오히려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도 식중독사고가 발생하면 위탁급식 때문에 비롯됐다며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것이 올 상반기에 발생한 3건의 식중독 사고는 모두 서울지역 위탁업체에서 비롯됐는데, 서울에서는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교 전체가 위탁급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다. 이밖에 직영급식은 관할 교육청에서 1명의 직원이 위생점검을 하지만, 위탁급식을 하게 되면 관할 교육청뿐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지역 시민단체 및 학부모, 교사 등 여러 조직에 위해 중첩 감시돼 오히려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3~4년전 도시락이 없어지고 학교 급식이 일반화 됐을 당시 서울 도봉구청과 농협이 공익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학교급식에 덤벼들었지만, 현재는 학부모들이 외면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유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이 운영했기 때문에 책임의식 및 전문성이 민간 전문업체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발전될수록 모든 분야가 책임경영체제로 간다. 선진국들도 시행착오를 거쳐 직영과 위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위탁과 직영의 비율을 각각 50%로 해서 자율경쟁토록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대부분이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처럼 급식은 전문업체에 맡기고 교육당국과 학교는 급식 안전을 위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해 학교급식이 보다 더 발전되도록 해야 한다. 위탁과 직영급식이 공존하고 수요자 중심의 자율경쟁이 보장되는 가운데 학교급식은 질적 발전을 할 수 있다. 서 원 현 한국급식관리협회 경인지회장

기고/21세기 국가경쟁력은 여성

며칠 전에 모 여교장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개교한 지 불과 1년 남짓한데 내가 보는 한에 있어서는 학교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모든 것들이 매우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듯하였다. 학교의 외관 관리나 청소 상태는 물론 액자나 게시물의 배치가 아름답고 효용성이 있었으며, 각종 교수·학습 기자재를 거의 모두 갖추고 있었다. 건물의 미관이나 청결도는 신설교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교수·학습 기자재나 게시물의 배치와 그 내용의 교육성은 여교장의 면모와 안목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안내와 학생들의 예의바름도 꼼꼼하고 치밀한 그분의 체취와 생활습관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들이었다. 학교의 살림이나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치밀하고 섬세한 여교장의 마음과 손길이 참으로 돋보이는 그런 학교를 방문하고 많이 배우고 왔다. 그러면서 비록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자랑스럽고 부러웠다. 작년에 교육부 여성정책과에서 응모한 ‘중등학교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바 있었다. 그때 프로그램을 만드느라고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최고경영인들이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에 관한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두 가지 면을 발견하였다. 하나는 그녀들이 자기 분야의 일에 책임성을 갖고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비전을 갖고 시대적 요구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었다. 시대적 여건이 여성들에게 우호적이라고 하여도 아무나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잡았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그러한 안목을 갖고 있었고 또 열정적으로 자기 일에 매달려서 성공을 일구어낸 것이다. 21세기의 성공요인을 ‘3F’라고 한다. 감성(Feeling)·상상력(Fiction)·여성(Female)의 세 요소가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인식되면서 여성인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여성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제 여성인력의 개발은 국가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필수과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에 대한 배려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 CEO 중 4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난데 비해, 국내 여성 CEO는 3%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경우 상위직에 있는 여성의 비율은 OECD 70개국 중 63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회구성원의 절반인 여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여성이 많은 나라에서는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의 경우, 전문성과 책임성이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진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김 현 옥 수원 수일중교장·시인

기고/공기업의 고객만족 경영

고객만족의 경영은 미국에서 정립되어 전 세계에 확산되었고, 우리나라는 1990년도 초에 도입되었다. 1993년에 제정된 고객만족경영대상의 실시를 계기로 확산되었으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파되었다. 또한 고객만족지수를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수단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IMF관리체계에 접어들면서 전 산업에 걸친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대다수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기능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 고객만족경영이 일보후퇴하는 경향이 있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이제는 공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었으며, 경영이념이나 사훈 등에 ‘고객만족’, ‘고객중시’, ‘고객가치’ 등의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토지공사도 2000년부터 고객중심경영체제로 전환하였으며, 금년도 경영방향 및 역점시책중의 하나가 바로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경영’이다. 이렇듯 이제는 고객만족을 기업의 생존적 차원에서 고객관리를 다루고 있다. 이는 고객만족은 경영의 핵심요소이고 기업의 판매와 연결되어 기업의 흥망을 가늠케하며 사기업보다 오히려 국민을 만족시켜야 하는 공기업 본연의 모습이고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로 다양한 고객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집 분석,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와 개선요소를 발굴하여 효율적인 대응전략을 수집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고객의 소리는 고객의 불편사항이고, 반면 만족사항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소리는 상대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고, 나아가서 선진 국민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의식개혁의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감사함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유지,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인격을 인정하고, 직원만족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이는 고객을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기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동기부여 및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의 실시와 복리후생 및 근무환경 개선 등이 우선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최고 경영자의 강력한 고객중심 경영과 이를 수행하는 조직원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 직원들의 가감없는 의견청취와 다양한 채널을 통하여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지 또한 고객의 접점이라는 하부조직이 이를 어떻게 실천하고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러한 변모에 대한 평가가 곁들여질 때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게 될 것이며 고객만족 경영이 공기업과 고객에 상호이익과 만족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 믿는다. 오 완 석 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기고/찾아다니는 예술무대

찾아다니는 예술무대! 이 사업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유학시절 프랑스의 조그만 도시 모그비옹에서 겪었던 옛일이 떠올라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우연치않게 이뤄진 첫 거리극 출연은 정말 잊을 수 없는 흐뭇한 기억이기도 했다. 감기로 갑자기 출연을 포기했던 친구의 대타이긴 했어도 말이다. 나에게는 첫 거리공연이었고, 더구나 첫 야외무대이어서인지 거리극 도중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마을 공원에서 펼쳐지는 야외공연의 무대는 너무 넓었고, 중간중간 자리를 뜨는 사람과 끼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나는 좀처럼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다음 대사가 생각이 나지않아 멍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즉흥적으로 한국말로 대사를 읊으며 위기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새롭게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프랑스 관객들은 무대 위 동양인의 연기도 관심거리였겠지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로 감정에 몰입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또 하나의 새로운 공연을 접한 듯 집중하며 호응해 주었다. 이처럼 우리 삶에 있어 ‘첫’ 자가 들어가면 웬지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데 의외의 좋은 결과에 흡족해 하기도 하지만, 때론 문자 그대로 처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아쉬움도 있게 된다. 경기도내 문화소외지역 그리고 이동인구는 많으나 문화활동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지역을 찾아가 공연을 통해 도민에게 문화향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올해로 5년 된 ‘찾아다니는 예술무대’다. 경기도내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재단의 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과는 달리, 문화향수증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찾아다니는 예술무대는 전국에서 우수한 단체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는 공모라는 방법을 택했다. 이 사업을 맡았을 때 사업에 대한 부담감과 성공적으로 이끌어 보겠다는 의욕 이상으로, 이 사업을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친밀성이다. 더 다양한, 더 좋은 공연물이 더 가까운 형태로 관객의 생활에 자연스레 스며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예술의 나라, 문화의 나라’로 자타가 인정하는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저녁 황금시간대인 8시에서 10시 사이 TV 앞으로 몰려들지 않는다. ‘중독성’ 이 다분히 내포된 연속극이 방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시간에 프랑스인들은 공연장으로 향한다. 겹쳐 앉아도 100석이 채 안되는 아주 작은 동네 소극장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규모 공연장까지 그들은 프로그램을 달리하며 매일밤 문화예술을 즐긴다. 이것도 성에 안찬 듯 주말에 행해지는 다양한 거리극과 갤러리를 쉴새없이 찾아다니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어느 공연장을 가도 극장의 규모와 공연물만 다를 뿐, 그들은 항상 그 자리에서 본 것을 토론하고 때론 수다를 떨며 앞으로 이어질 공연물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번에 공모를 처음으로 실시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에는 도민에게 더 많은, 더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촉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고 이를 위해서는 공모라는 방식이 타당할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이번 사업 목적이 앞서 말했듯이 주민의 문화향수 증대에 있었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단체에 대해서는 지역 제한없이 응모기회를 부여했다. 결국 실내악, 춤극, 연극, 마당극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4개 단체가 선정되었고, 이들 단체들은 기차역, 교도소, 등산로, 장터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이 사업이 주민의 생활 속에 더 굳건히 ‘자리매김’ 되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의욕이 다소 앞섰던 것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경기도내 단체가 1개만 선정되었다는 것은 당초 사업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첫 테잎을 끊은 사업이기에, ‘첫’자에 으레 따라오게 마련인 아쉬움을 뒤로 남겨놓은 채, 필자는 경기도민이 울고 웃고 함께 춤추게 될 ‘찾아다니는 예술무대’의 공연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강미.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

기고/경기도는 봉인가

세상을 살다보면 참으로 말도 안되는 웃기는 이야기가 있다. 서울시의 원지동 추모공원의 포기와 국립의료원 유치계획 발표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민원을 이유로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을 포기하고 경기도가 유치하려던 국립의료원을 유치하고 이곳에 11기의 화장로를 설치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수많은 시민·종교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로 20기와 납골당 5만위를 건립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원지동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실상 이를 백지화하고 국립의료원을 유치하고 화장로 11기만 설치한다고 돌아서기에 이르렀다. 서울시의 추모공원조성사업은 늘어나는 화장 및 납골수요를 충족한다는 의미외에 납골시설은 혐오 시설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킨다는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이를 포기하고 국립의료원을 유치하는 대신 이곳과 경기도관내에 84기의 화장로와 납골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25개 자치구에 납골시설을 분산 설치토록 할 계획이라면서 자치구에서 2005년까지 납골시설을 건립할 경우 사업비의 100%를, 2010년까지 건립할 경우 50%를 지원한다는 사탕발림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서울의 각 구청에서는 경기도의 각 시·군에 추파를 던지며 장사시설을 공동으로 건립하자는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지역주민의 이기주의에 떠밀려 추모공원을 백지화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자치구에 떠넘기려는 정말 보신주의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하겠다. 더구나 경기도나 파주시와 사전 협의도 없이 파주시 용미리에 있는 서울시립 묘지내에 10만명 규모의 유택(幽宅)공원을 조성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서울의 경실련에서도 서울시를 성토하고 나섰겠는가. 이러한 행태에 대해 경기도 즉각 대응하고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경기도는 우선 서울시에서 원지동 추모공원을 백지화하고 아무런 사전 협의없이 파주지역에 대규모의 유택동산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대의견을 분명하게 전한 바 있다. 또한 혐오시설을 경기도에 떠넘기고 의료시설을 가져가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이기주의라며 중앙정부에 조정신청을 제출하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와는 달리 경기도에서는 각 시·군에 있는 기존 공설묘지를 납골시설로 전환하거나 공원화 하는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1천만 도민들의 장사수요를 충족시키고 질 높은 장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가칭 경기도립장사시설을 조성키 위해 현재 타당성 용역을 실시 중이다. 도립 장사시설은 20개의 화장로와 12만위 규모의 납골시설, 빈소수 10실 규모의 장례식장과 매점, 식당, 휴게실, 휴식공원은 물론 농·특산물 판매전시장을 갖춘 초현대식으로 건립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누가 뭐래도 자치단체에 있어서의 고객은 바로 주민이다. 기업이나 종교단체·시민단체는 물론 각종 법인 등의 모든 객체들도 빼놓을 수 없는 고객이다. 그렇다고 집단민원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공익의 실현과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행정·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자치단체의 의무이자 시대적 소명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장사정책은 지자체가 해결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는 사실에 이론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려는 행태는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경기도는 더 이상 서울시의 봉이 아니다. 지난날 서울시가 마치 작은집 취급하던 경기도는 이제 서울을 능가하는 전국 최대의 광역 자치단체로 성장했다. 시대가 변화를 낳는다면 서울도 이제 변해야 한다. /홍승표.시인.道가정복지과장

기고/지도층의 위기를 생각하며

몇 사람만 모인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라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념적 위기에 처해 있고, 국가 관리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3개의 위기에 중첩적·복합적으로 처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는 도덕적 기구이다. 국가는 경제에 앞서 도덕적 기구이고, 사회는 그 모든 것에 우선해서 도덕적 공동체인 것이다. 도덕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국가는 이념적 기구이며 사회는 이념적 공동체인 것이다. 이념은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는 목표이며 지표인 것이다. 우리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지금까지 인류가 추구 해온 최선의 이념이며 최선의 제도인 것이다. 그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며 法治인 것이다. 그런데 통일이라는 명분으로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념적 혼돈이 일어나고, 인식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관리 기구이며, 많은 이익집단의 통합체인 것이다. 이 많은 이익집단들의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절하는 관리기구인 것이다. 국가는 이 상반된 이해 관계들이 끊임없이 벌이는 갈등을 제도적 장치 안에서 해결하며 국민적 통합을 이룩해 가는 관리기구인 것이다. 이 관리기구가 비리로, 부패로 도산되고 있는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분열이며 갈등이며 혼란의 연속인 것이다. 이런 사태를 지금 관리기구는 인식불능의 상태인 것 같고, 속수무책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국민들이 안타깝게 보는 것이다. 이유는 명백하다. 公人이 公人이기를 포기하고 지도층이 지도층이기를 체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義人 열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 城이 되지 않았다는 고사를 새삼스레 생각하게 된다. 그럴 정도로 우리 지도층은 자기 위치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 위치에서의 임무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직설적으로 자격을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해, 그 역할을 함부로 농락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도층들이 갖는 특징은 첫째로 무절제성이다. 분수를 모르고, 한계를 모르고, 디시플린(discipline)이 없다는 말이다. 몸에 밴 기율, 몸에 밴 자제력이 없이 무소불위(無所不爲)로 행동하고 무소부지(無所不至)로 욕구를 충족하려 하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지극히 저돌적이다. 남을 생각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법 없이 좌충우돌만 해서 무수한 적을 만들고 끊임없이 남과 송사(訟事)를 벌인다. 둘째로 무도덕성(無道德性)이다. 도덕적 긴장감이 전혀 없고 도덕적 해이가 너무 심한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의식만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가치의식이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누가 봐도 비상식이다, 몰상식이다 하는 것을 예사로 하는 것이 보인다. 깨끗함과 부끄러움을 의식하는 최소한도의 염치지심(廉恥之心)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자기 자랑, 자기우월, 자기 도취의 자만심, 귀에 쓴말은 처음부터 들으려고 하지 않는 오만심에 빠져있는 느낌인 것이다. 셋째로 무희생성(無犧牲性)이다. 철저한 이기적 상층인 것이다. 우리 지도층만큼 남에게 베풀줄 모르고, 대접만 받고 섬김만 받으려고 하는 지도층은 드물다. 좋은 것은 자기가 갖고 나쁘고 어려운 일은 으레 남에게 맡기는 전형적인 천민행태를 지도층이 갖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우리 지도층은 서로 공생하지 못하고, 항시 공멸의 운명에 처할 만큼 그들끼리의 분쟁과 투쟁이 심각한 모습을 항상 보게 된다. 에너지가 완전히 탕진하도록 까지 투쟁함으로써 결국 우리 지도층은 빨리 소모품화 해버리는 특징이 있다. 어느 집에서나 쓰는 냉장고나 세탁기 수명보다 짧은 것이 우리 지도층 존속기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후계성(無後繼性)이다. 우리 지도층은 충성과 복종을 맹목적으로 바치는 가신만 키우고, 능력과 의지와 비전을 갖는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섭다. 후계자가 없는 만큼 우리 지도층은 등장의 요란함은 있지만 퇴장의 미학이 없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노욕(老慾) 노탐(老貪) 노추(老醜)의 가장 지탄받고, 심지어는 저주받는 대상으로 전화돼서, 멸시와 부정의 지도층, 혐오와 오욕의 지도층으로 인식되고 기록되는 현상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며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 지도층이 지향해 가야할 목표는 무엇이며, 동시에 지도층이 준수해야 할 규범과 수행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각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하루만이라도 되길 바란다. /김종구.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예절분원장

기고/김운용과 이종환

원로 방송인 이종환씨가 ‘음주방송’ 파문으로 DJ와 방송국내 주요 직책에서 사퇴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언사를 늘어놓아 청취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종환씨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청취자들께서 느끼셨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많이 욕해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퇴의사를 밝혔다. 평생을 방송인으로 살아오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를 받아왔던 그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요, 사퇴결정까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훼방론’으로 지난 한달간 여론의 초점을 받았고 급기야 국회의 공직사퇴권고 결정까지 받은 김운용 IOC 위원의 대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일체 인정 않으면서 음해와 인신모독으로 비판자들을 몰아 붙이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파동시 보여 주었던 자기합리화와 변명은 이번에도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 김씨의 태도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체육인들은 아쉬움은 물론 심지어 분노를 느낀다. 지도자로서 도덕적 헤게모니를 심각히 훼손당한 김씨는 지금이라도 적절한 해명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기대한다. 불행하게도 김운용 위원의 말로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가는 형상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비호로 1972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된 이후 1986년 IOC위원, 1992년 대한체육회장 및 대한올림픽위원장 등 화려한 그의 국내외 이력과 활동에 비추어 그는 태권도와 스포츠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김씨만큼 국내외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배출될지 염려될 만큼 그의 공로는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물러나야 할 시기를 놓쳐 버린 그는 버티면 버틸수록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다. 전국구 국회의원인 그가 급기야 동료 의원들로부터 국회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받기에 이르렀으니 그는 수숫대 끝에 앉아 있는 잠자리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데도 자신을 비난한 몇몇 인사들에 대해 명예훼손 고발 운운하고 있으니 애석하기 그지없다. 돌이켜보면 2년전 IOC 위원장 선거 패배 이후 김씨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양성에 매진해 줄 것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였다.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퇴장하는 시점이었으나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과 독선을 부린 결과 김씨는 실기를 하였다. 몇달후에 그가 영원한 추종세력으로 믿었던 태권도인들에게 낭패를 당하더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비애국적 처사로 국민들에게까지 모진 비난을 받고 말았다. 여론의 사퇴압력을 견디지 못한 그는 급기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직책을 사퇴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그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IOC위원과 국기원장, 그리고 집권여당 국회의원인 김씨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사실 이번 평창올림픽 유치 실패의 본질은 김씨의 ‘훼방론’은 아니다. 스포츠외교시스템과 우리 체육구조에 대한 현실을 점검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이 모아지지 않고 일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김운용 위원 1인 독주가 ‘훼방론’을 확산시킨 발단이었음을 상기하면 이번 파동은 김씨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는 지금부터라도 국민들과 체육인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여생을 후진양성에 매진하는 마지막 애국심을 보여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방송인 이종환씨가 보였던 용기를 스포츠지도자 김운용씨에게 기대한다. 이종환씨가 그랬던 것처럼 김씨의 홈페이지에 ‘국민들께서 느끼셨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많이 욕해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자기 고백을 듣고 싶다. /안민석.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기고/김운용과 이종환

원로 방송인 이종환씨가 ‘음주방송’ 파문으로 DJ와 방송국내 주요 직책에서 사퇴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불쾌감을 불러 일으키는 언사를 늘어놓아 청취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종환씨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청취자들께서 느끼셨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많이 욕해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퇴의사를 밝혔다. 평생을 방송인으로 살아오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를 받아왔던 그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요, 사퇴결정까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훼방론’으로 지난 한달간 여론의 초점을 받았고 급기야 국회의 공직사퇴권고 결정까지 받은 김운용 IOC 위원의 대응은 사뭇 대조적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일체 인정 않으면서 음해와 인신모독으로 비판자들을 몰아 붙이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파동시 보여 주었던 자기합리화와 변명은 이번에도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 김씨의 태도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체육인들은 아쉬움은 물론 심지어 분노를 느낀다. 지도자로서 도덕적 헤게모니를 심각히 훼손당한 김씨는 지금이라도 적절한 해명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기대한다. 불행하게도 김운용 위원의 말로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가는 형상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비호로 1972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된 이후 1986년 IOC위원, 1992년 대한체육회장 및 대한올림픽위원장 등 화려한 그의 국내외 이력과 활동에 비추어 그는 태권도와 스포츠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김씨만큼 국내외 스포츠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 배출될지 염려될 만큼 그의 공로는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물러나야 할 시기를 놓쳐 버린 그는 버티면 버틸수록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다. 전국구 국회의원인 그가 급기야 동료 의원들로부터 국회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받기에 이르렀으니 그는 수숫대 끝에 앉아 있는 잠자리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데도 자신을 비난한 몇몇 인사들에 대해 명예훼손 고발 운운하고 있으니 애석하기 그지없다. 돌이켜보면 2년전 IOC 위원장 선거 패배 이후 김씨 스스로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양성에 매진해 줄 것을 많은 이들이 기대하였다.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퇴장하는 시점이었으나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과 독선을 부린 결과 김씨는 실기를 하였다. 몇달후에 그가 영원한 추종세력으로 믿었던 태권도인들에게 낭패를 당하더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비애국적 처사로 국민들에게까지 모진 비난을 받고 말았다. 여론의 사퇴압력을 견디지 못한 그는 급기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직책을 사퇴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그의 위상이 급격히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IOC위원과 국기원장, 그리고 집권여당 국회의원인 김씨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사실 이번 평창올림픽 유치 실패의 본질은 김씨의 ‘훼방론’은 아니다. 스포츠외교시스템과 우리 체육구조에 대한 현실을 점검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이 모아지지 않고 일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김운용 위원 1인 독주가 ‘훼방론’을 확산시킨 발단이었음을 상기하면 이번 파동은 김씨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는 지금부터라도 국민들과 체육인들의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여생을 후진양성에 매진하는 마지막 애국심을 보여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방송인 이종환씨가 보였던 용기를 스포츠지도자 김운용씨에게 기대한다. 이종환씨가 그랬던 것처럼 김씨의 홈페이지에 ‘국민들께서 느끼셨을 배신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라며 ‘이대로 물러나겠습니다. 많이 욕해주십시오.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자기 고백을 듣고 싶다. 안 민 석 중앙대 사회체육학부 교수

기고/성남 인하병원 폐쇄 대책 없나

‘성남 인하병원’이 폐원한지 한달째 돼간다. 성남 구도시 최대 의료기관이자 서민형병원으로 수정·중원구민을 상대로 한 의료서비스중 가장 큰 몫을 담당해왔던 인하병원의 폐쇄소식은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시민단체를 비롯, 성남시·시의회, 그리고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폐업만은 안된다” “인하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쳤건만, 끝내 무위로 그친 채 입원환자들은 인근 분당의 대형병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옮겨갔다. 1985년 수정구 태평동에 ‘한미병원’으로 개원했다가 86년 ‘인하병원’으로 개칭, 인수되었으나 뒤늦게 병원설립자와 한진그룹간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왔으며, IMF사태와 의약분업이후 내원환자 감소로 병원 측은 경영난에 직면해 왔다. 경영악화로 입은 손실만도 연간 80억원, 누적적자가 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병원은 지난 6월20일, ‘폐업안내문’을 통해 “경영악화로 적자가 누적돼 온데다, 건물과 대지를 원매도자에게 반환토록 결정한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더 이상 병원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채 결국 7월10일 문을 닫고 말았다. 인하병원 외에 성남병원도 내부적으로 폐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인구 60만명을 가진 성남 구 도시에 종합병원이라곤 이제 292병상을 가진 중앙병원 한 곳만 남게 되었다. 이에 비해 인구 40만명이 채 못된 인근 분당 신도시에는 서울대학병원(541병상), 차병원(592병상), 제생병원(621병상) 등 3개 종합병원에 총 1천754병실을 갖추고 있어 구도시 환자들이 자연 신도시로 몰려들게 돼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을 더욱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것은 ‘인하병원이 폐쇄된 그 자리에 복합상가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또한 지난 82년 설립된 성남병원도 내부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이미 아파트 191가구 사업승인을 받아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건강권 확보를 위한 성남시민모임’(인하·성남병원폐업 범시민대책기구)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재명 변호사는 “관내에서 대형병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병원운영보다 수익성이 좋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건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병원들이 명백히 의료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시 당국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하병원 폐쇄에 맞서 강구할 대책은 과연 없을까?’ ‘병원폐쇄’라는 돌발적 상황을 맞아 그 대책을 마련해 가는데는 해당병원의 노조와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건강권보호를 위해, 필자는 책임있는 관련인사들에게 다음의 ‘3가지 대안’을 범시민운동차원에서 모색해 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시장이 대책마련을 위해 전면에 나서 주었으면 한다. 그 동안 성남시 당국은 인하병원노조와 시민단체가 해결중재를 위해 볼멘소리로 시장면담요청을 하면 마지못해 만나준 측면이 있었다. 시장이 그렇게 피동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지자체하에서 시정부를 대표하고,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전면에 나서 구 성남시민과 제시민단체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은 대안을 마련, 제시하면 무게중심이 달라질 것이다. 둘째, ‘병원폐쇄철회’를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주지하다시피 인하병원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대학과 굴지의 대기업을 거느린 유명그룹으로,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민 건강증진’과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병원폐쇄를 번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범시민 대책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시 당국은 이미 정부를 향해 성남병원폐쇄에 따른 국립병원신설을 요구해 놓고 있으나,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범시민적인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남 구 도시에 ‘병원폐쇄철회’나 ‘새로운 대책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 당국은 물론이고 유관기관, 시민을 대표한 지역구 선량들, 그리고 제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범시민적 참여’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캠페인을 펼쳐갈 때라야 그 실현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동수.성남미래포럼 대표

기고/우리집 사진첩

시간이 무료하다거나 따분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종종 우리집 사진첩을 꺼내 놓고 들여다봅니다. 우리집 사진첩에는 내 어린 날의 학창시절을 담은 추억에서부터 군대 시절, 신혼생활, 문학의 길에서 만난 다정한 얼굴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인물과 추억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내 눈을 오래 붙잡는 것은 아이들과 보낸 결혼 초의 사진입니다. 어린이날 원천 유원지에 가서 찍어준 사진, 피서 비용을 아낀답시고 물통에다 아이들을 집어넣고 풀장 기분을 한껏 내주며 찍은 사진, 눈이 내렸다고 성에 데리고 올라가 찍어준 사진, 졸업식을 마치고 나와 경양식 집에 들어가서 찍어준 사진 등등.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웬지 가슴이 아려오면서 또 한편으로는 흐뭇해지는 것입니다.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박봉의 살림으로 양친까지 모셨던 신혼초의 그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서고, 가슴이 흐뭇한 것은 올망졸망한 어린 것들의 손을 잡고 아내와 보낸 그 시절이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나는 지금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결코 가진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또한 큰 것에 있지도 않으며 외양이 화려하지도 않다는 것을. 오히려 보잘것 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에 있으며 그 빛깔은 수수한 색깔을 띠고 있다는 것을. 사실이 그렇습니다. 지난날에 비하면 지금은 경제적으로도 많이 나아진 상태지만 행복의 체감도는 그 때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살이에는 물질이 오히려 삶의 그 담박한 맛을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웃음이 나서 배를 잡는 사진이 한장 있습니다. 용인 에버랜드에 가서 찍은 가족 사진인데 우리 둘째 아이가 제 여동생의 손에 들려쥔 아이스크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이 그것입니다. 내가 사진 찍는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둘째 아이는 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도 제 여동생의 것까지 욕심이 나서 사진 찍는 것에는 아예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으면 저렇게 했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명치 끝이 아려옵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이 있으므로 해서 우리 집의 사진첩은 소중한 것이 되고 자꾸 보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에 그런 사진 대신 남부럽지 않게 잘 먹고 잘 지냈던 사진들만 들어 있다면 지금처럼 자꾸 보고 싶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낙보다는 고생,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입니다. 작은 것이야말로 인생의 삶에 깊은 의미를 준다는 것이지요. 거리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의 작은 미소 하나가 오늘 하루를 밝게 열어가는 키가 될 수도 있고, ‘고맙습니다’하는 한마디의 따뜻한 인사가 힘겨운 하루의 삶에서 위안과 격려를 동시에 얻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나는 이래서 앞으로도 더욱 작은 것들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저장하려고 하며 이왕이면 동화의 소재로도 야금야금 아껴가며 갉아먹을 작정입니다. /윤수천.동화작가

기고/전시산업의 발전방향

컨벤션 사업은 지난 2000년 유럽·아시아 경제장관회의, 2002년 월드컵 개최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거치면서 해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흔히 전시·컨벤션 산업을 ‘관광산업의 꽃’이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의 미사여구로 표현하고 있듯이 컨벤션 방문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가 30% 이상 높고, 컨벤션 참가자 한명의 방문은 TV 9대 수출과 맞먹는다고 한다. 컨벤션은 국제회의가 전시와 통합돼 국제회의가 주가 되고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상품 설명회나 소규모의 회의와 관련한 산업전시회를 동반하는 형태, 전시회 개최와 동시에 세미나, 학술회의를 동반하는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메세(Messe)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전시회를 ‘국가경제를 이끄는 중심산업’으로 간주, 하노버·프랑크푸르트·뮌헨 등 각 도시마다 전시·컨벤션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하노버는 2차대전 시 가장 폭격이 심한 도시였지만 최근 ‘하노버박람회’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장 큰 전시회장을 보유한 도시로 발전했다. 오늘날 이같은 유럽 선진 전시산업은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유럽에서 아시아로 그 중심점을 옮기고 있으며 국제기구 아시아지역본부를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컨벤션을 시작으로 전시회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각 지자체에서 ‘컨벤션 시티’를 조성, 국회회의 전담기구까지 설치해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중국도 상해 푸동지역에 하노버·뮌헨·프랑크푸르트 메세 등 3곳의 독일전시장과 함께 중국정부의 투자로 ‘상해신국제전람’을 건설해 공항·항만·호텔 등 주변 시설을 확충하여 제2의 동양 진주로 도약을 꿈꾸며 세계박람회를 유치했으며, 북경 역시 오는 2008년 올림픽 유치로 전시컨벤션 산업을 필두로 한 경제개발을 꾀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전시·컨벤션 산업에 눈을 돌리고 각 지방자치 단체마다 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서울 무역센터(COEX)를 비롯해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와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 등은 이미 완공하여 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완공된 제주 컨벤션센터(ICC)와 건립공사중인 고양 한국국제전시장과 광주에도 센터 설립이 계획되고 있다. 이 중 고양시에 건립되는 한국국제전시장은 전시회를 중심으로 컨벤션 기능을 갖춘 최신식 시설로 ‘아시아의 대표무역 전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국제적인 요건과 인천국제공항과 평택항, 국내 고객을 위한 지하철·버스 등 편리한 대중교통을 비롯해 전시장으로 직접 연결되기도 한다. 아시아의 허브로써 대한민국, 동북아물류 중심의 경기도와 그 속의 고양시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되는 한국국제전시장은 개최 전시회의 국제화를 위해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을 활용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시설 규모에 있어서도 아시아 대표를 지향해 2005년 4월 완공되는 1단계 공사를 출발점으로 2, 3단계 확충을 위해 나아갈 예정으로 양적·질적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전시장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국제전시장의 건립과 성공적 운영은 고양시와 도, 나아가서 우리나라 경제·사회 및 문화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고 호텔, 차이나타운, 노래하는 분수대 등 주변 시설등은 주거지 중심의 경기북부지역에 경제·사회·문화적 활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 남북교류의 거점도시로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은 국내전시회의 국제화가 가속될 뿐 아니라 나아가 한국경제 및 지역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강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장양운.한국국제전시장 운영본부장

기고/골프와 공무원

역대 정부 출범초기에 보아온 것처럼 참여정부에서도 공직자들의 기강확립과 관련된 골프이야기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 소위 빅4로 불리는 청장 한 분이 소속 간부들에게 골프를 해금하였다는 보도는 대다수 국민들과 공직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신문보도를 그대로 빌리면 “ 많은 국민이 골프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소속 간부가 골프를 하지 않으면 기관의 경쟁력이나 유관기관과의 협조관계가 떨어질 수 있으니 조직활성화와 기관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골프를 해도 좋다” 라는 것이 그 청장의 골프해금의 변이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또는 공직자의 사정단골메뉴로 골프이야기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공직자가 필드 한번 나가기 위해서는 한사람 당 최소 25만원 이상 드는 사치성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 라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비들은 결국 민원과 결탁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도내용이 사실이고 민원을 주 업무로 하고있는 소속간부들을 굳이 골프장에 내보내려 한다면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오해할 수 있는 다음 몇 가지 요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 골프 한번 치려면 한사람 당 최소 25만원 이상, 팀당으로는 1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는데 과연 누가 지불할 것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 공직자에 대한 골프해금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이 많은 비용을 과연 누가 어떤 식으로 부담하고 골프를 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공무원에게 골프해금을 말하면서 경비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결국 더 큰 민원문제를 방치할지도 모른다. 둘째로 골프해금 이유로 기관의 경쟁력 또는 조직의 활성화를 들었는데 간부공무원들이 골프를 쳐야 기관의 경쟁력이 생기고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그들만의 논리인 것 같다. 행정이 정치처럼 협상을 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골프 잘치는 공무원 특별 우대하는 제도도 없는데 공무원들이 골프쳐서 무슨 기관의 경쟁력이 생긴단 말인가. 골프를 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서로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 또한 조직의 비공식 라인을 통한 정보는 더 많은 정보의 폐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 더 많은 다른 공직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자기들만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나와 같은 대부분의 지방공직자들은 골프를 사치와 낭비의 대명사로 보거나 공무원이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유념 해야한다. 우리 지방공직자들에게는 어떤 경우 힘있는 사람들에게 골프 부킹을 잘해주어 출세하였다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공무원이 직접 골프장 출입을 하여 민원이 발생하였다는 여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공직자들에게의 골프장 출입은 아직은 시기 상조라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이를 허용치 않고 있으며 많은 비용을 조달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무원이라고 해서 자신의 부와 동반한 행동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공무원의 골프장 출입은 안되고 되고의 획일화 차원에서 논할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 골프장 출입을 하는 공직자들을 색안경으로 보지않는 풍토가 먼저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국돈.道 농업기술원 총무과장

기고/출소자 갱생에 사회적 관심 필요

지난 96년 술집 여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6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전 막가파 조직원이 성폭행 혐의로 다시 구속이 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과자의 재범률이 급증했다는 경찰청의 자료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자료에 의하면 80년대 30%에 머물렀던 재범률이 98년 56.6%, 2001년 63%를 기록한 뒤 지난해는 78%를 기록해 급증세를 보였고, 강력범죄의 재범률도 높아져 살인을 저지른 범죄인 가운데 다시 살인을 범한 사람은 95년 10%에서 지난 2001년 14%로, 성폭력범은 13%에서 16%로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위 내용들에서 살펴보면 그동안 출소자들의 재범방지에 얼마나 소홀했나를 알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56개 교정보호시설에서 연간 13만여명이 출소를 하고 있고, 그중 8%에 이르는 1만400여명이 무의탁출소자들이다. 이들이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사회에 나온다면 재범과 바로 연결될 요인이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출소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고자 형사정책의 마지막 단계인 갱생보호처우가 있는 것이고, 갱생보호야 말로 경찰의 범인검거, 검찰의 수사, 교정시설의 구금 등과 같이 중요성이 인정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갱생보호처우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상당기간 격리되었던 출소자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정보화와 급변하고 있는 현실사회에 대한 지식부족과 출소후의 경제적인 어려움, 과거의 잘못을 문제삼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들로부터 당하는 소외와 냉대 등으로 인해 출소자들이 사회복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출소자들의 재범을 줄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갱생하려는 의지이다. 대부분의 출소자들은 출소직후에는 새롭게 시작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나 제반여건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들의 의지에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더불어 국민 개개인이 그들을 수용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된다면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갱생보호공단은 출소자들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무의탁자 숙식제공, 취업알선, 직업훈련 등 기타 자립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보호와 상담들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감축 및 보호대상자의 증가로 인하여 책정된 예산만으로는 그들을 지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소자들에 대한 취업처 제공이나 물질적인 지원 등 지방자치단체와 일반시민들의 협조가 간절히 요청된다. 지역사회의 출소자들은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호 선도해 나가면 그 지역의 재범자는 감소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그들이 사회복귀에 실패하면 결과는 재범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 피해는 개인의 생명·명예·재산 등에 큰 피해가 따를 것이고, 그로인한 사회적 기회비용은 굳이 논하지 않아도 엄청난 부담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며, 또한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바로 내자신,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소자들의 자립갱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갱생보호사업은 몇몇 개인과 기관에서만 실시하는 것으로는 그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고, 개인·사회·국가 모두가 동참하여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순국. 한국갱생보호공단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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