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테러방지법' 입버되어야 한다

최근 통계청은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을 암(1위), 뇌혈관 질환(2위), 심장질환(3위), 당뇨병(4위), 천식 및 만성기관지염 등 만성하기도 질환(5위) 순으로 발표하였다. 지난 한해 교통사고, 건물붕괴 및 화재·홍수로 수천명이 운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그래서 각종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암보험 심지어 자녀안심보험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깨알같이 적힌 보험약관이 흡족해서가 아니라 보험가입을 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약간의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어려움이나 보험이 주는 혜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9월13일 오후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사벨은 여름내내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태풍 매미 못지 않은 괴력을 보였다. 이사벨이 미국 동부지역을 상륙해 북진하면서 ‘열대성 태풍’으로 약화되는 15시간동안 사망자는 9명에 그쳤다. 물론 350만명이 정전사태를 겪고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망자중 7명은 폭풍 속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니 매미가 한반도 내륙을 관통했던 6시간동안 무려 12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한 우리의 현실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이사벨 상륙 전부터 대통령이 직접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공서가 문을 닫는 등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재난대비에 철저한 시스템이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일사불란한 행정당국의 조치와 이를 믿고 따르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2001년 9·11 테러는 미국으로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테러였다. 공격대상 및 발생장소 등의 면에서도 그러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테러는 미국으로 하여금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하였다. 또한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많은 나라들은 국내적으로 반 테러 법을 새로이 제정하거나 기존의 법을 대폭 보완하기 시작했고 국제 테러의 표적인 미국은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제테러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2001년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테러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입법적인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삼풍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사고 등 수없이 많은 소를 잃으면서도 외양간을 고쳐 온 쓰라린 경험으로 현재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신설을 서두르며 재난에 대비한 체제를 정비해 가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처를 배워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공항에서의 보안검색 강화 등 성가시고 약간 불편한 새로운 것들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불평하지 않는 미국인의 시민의식을 한번쯤은 생각해보자. 그들의 시민의식이 훌륭해서일까. 필자는 수십년간 테러의 표적이 되어왔던 그들의 역사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때로 사생활 침해가 가능한 것도 위협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 아닐까. 일본의 ‘동경 지하철 독가스 테러’가 한 종교단체가 일으킨 사건임을 상기한다면 우리나라도 테러의 안전 지대는 아니다. 금년초 청산가리 6천배의 맹독성 물질인 ‘라이신’을 제조한 혐의로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원이 검거되는 등 전세계에 생화학 테러위협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해 각종 보험을 드는 정성이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테러방지법 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강력한 법을 가지고 국민의 생존과 재산을 지키는 정부와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미국의 ‘예’를 ‘타산지석’ 삼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박철진.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 부센터장

기고/김종구 부안군수의 결단

김종구 부안군수는 새천년 민주당으로 출마하면 부지깽이도 당선된다는 호남의 지역정서를 뛰어 넘어 무소속으로 당선된 몇 안되는 강인한 집념의 군수다. 다음번에도 적당히 처세하면 재선은 떼논 당상임을 모를리 없지만 오로지 몰락해 가는 지방경제와 지역발전의 복원을 위하여 혼자서라도 십자가를 짊어져야겠다는 용기에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앞으로 닥쳐올 고난의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고향발전의 일념 하나로 장고(長考)끝에 ‘원전 수거물 시설’의 유치를 결단했다. 이러한 결단을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은 백년만에 몇명 나올까 말까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부안군민들이 알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농어촌 환경을 논하며 핵 폐기물 유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부안군민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결여되어 있다. 핵 폐기물 처리장 시설은 이미 설치한 선진국의 예를 볼 때 별 문제가 없음이 입증되었다. 왜냐하면 국가주도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어 가동할 것이 자명하고 그 곳에 많은 시설물과 수많은 종사자들이 근무하면서 시시각각으로 점검하고 분석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연구단지와 관광지구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에서 보듯이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위대한 지도자란 백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김종구 부안군수는 고향인 위도에 핵폐기물 수거물 처리장의 설치를 결정한 것은 정말 사심없는 신념에 찬 지도자의 결단으로 정말 존경해 마지 않는다. 필자도 5개 시도와 5개 부처 11개 기관을 전전하며 33년을 공직에 몸담았지만 이런 훌륭한 단체장을 본적이 없다. 일신의 영달만을 위하여 갖은 시류에 영합하거나 잔꾀를 부리는 단체장이 얼마나 많은지 부안군민들은 접해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목사의 아들이 성경말씀의 존귀함을 모르고 소고기와 쌀밥만 먹어봤다면 보리밥과 시래기 된장의 맛을 모르는 이치와 같이 부안군민들도 그와 다를바 없다. 러시아의 영토인 알래스카를 미국 국무장관 스와드는 오랜 협상끝에 720만달러에 구입할 때 아무 쓸모없는 북극의 냉장고를 왜 사야하느냐며 미국국민들의 반대시위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의 알래스카는 미국에 있어 전략적 중요성은 설명을 불허한다. 서구의 어느 도시에선 1백년전에 중심 도로 폭을 100m로 신설한 시장을 시민들은 정신병자라고 비웃었으나 백년뒤에 그 시장의 미래를 보는 안목에 경탄하여 추모비를 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탄했다. 또한 철마면 고촌마을 주위는 대부분 천수답이라 하늘에 의존해 왔다. 의지에 찬 마을이장이 저수지 축조를 결단하자 둑이 무너지면 마을 모두가 수몰된다는 주민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저수지를 완공했다. 불만에 찬 흥분한 마을 주민들이 준공식장에서 이장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 놓고 화장을 하겠다고 불을 지펴놓고 내려왔다. 때마침 지나가던 스님의 도움으로 생명은 보존할 수 있었으나 영영 고향을 등져야 했다. 오랫동안 저수지 덕택에 쌀밥을 먹게 되었으니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후일 공덕비를 세워 기렸다는 일화가 있다. 부디 부안 군민들이 하루 빨리 이성을 되찾아 먼 훗날 김종구 군수를 기리며 죄스러워 하는 후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는 김종구 군수의 의로운 결단에 백번의 격려와 위로보다 부안군수가 처해 있는 처지를 감안하여 김종구 군수의 요구에 상응하는 충분한 지원과 필요한 시책들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행·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부안군수의 핵 폐기물 처분장 유치 신청이 부안군민으로 하여금 정말 잘된 결정이었다고 공감하도록 정부는 전폭적이고 추종을 불허하는 특단의 조치가 가시화되어야 한다. 특히 노무현 정권은 다른 국책사업과 형평을 맞춘다는 생각에 시간을 소모하며 머뭇거리다가 민심이 이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안군민이 뽑아준 군수를 군중심리에 노예가 되어 이성을 잃고 집단폭행과 린치를 일삼은 부안군민을 김종구 군수는 벌주기를 원치 않았다. 그의 부안군 발전과 군민사랑 정신에 머리 숙여 경배한다. /손병목.前 안양시 동안구 부구청장

기고/한국의 서민은 700원?

한국 사회가 선진화 되면서 인구대비 자동차 보유대수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 가히 세계 최고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기하급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서민의 불편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행 교통법규에 의하면 모든 차량에서는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만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시내버스의 수요가 줄어 사업여건이 열악하다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일반 서민들은 오늘도 버스기둥을 움켜잡고 버스기사의 운전 실력에 자신의 안전을 맡기고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의 현주소는 안전과 편익 모두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자가용을 보유한 사람들에 대한 안전규정이 지켜지듯 대중교통에 대한 안전규범은 현실화 되지 못하는 것일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로써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서민들에게 좀더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혹자는 시내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 하며, 또 요금인상은 서민들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논리로 대중교통의 서비스 향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운수사업여건에 이 정도 질의 서비스는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공익성, 열악한 대중교통 회사들의 재무능력을 고려해 볼 때 이제 대중교통의 질적 향상 노력은 몇몇 운수회사나 대중교통 운영자의 능력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 투자재원과 교통시스템 개발을 위한 노력은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700원의 버스요금으로는 우리네 서민들이 700원짜리 서비스 밖에 받질 못한다면, 한국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겠는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개의 교통선진국에서는 대중교통 버스에 공영체제를 유지하거나 반공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운송원가의 30~40%에 달하는 보조금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곳의 시내버스 요금을 원화로 1천원이라 한다면, 대중교통의 이용자가 실제로 공급 받게 되는 서비스는 1천500원짜리가 된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교통과 운수업에 대한 지원금은 운송원가의 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의 서민들은 703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질의 교통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에 더하여 선진국 수준의 인건비와 거의 3배에 이르는 기름값을 함께 고려해보면 한국의 서민들이 받고 있는 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더욱 낮아질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보유와 경제력을 자랑하면서도 시민들이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편의시설인 대중교통의 선진화는 왜 이렇게 더디기만 한가. 후진국의 경우도 대중교통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중국이나 태국의 예를 보면 그들의 자동차 보급률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때문에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도 높고 인건비며 유류가며 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 이르는 길은 국민소득만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 문화·사회적 인프라도 동시에 성장할 때만이 한국사회는 선진적인 사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서민이 이용하는 발을 관리하는데 700원이 든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일반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대중교통에 대한 개선작업도 없이, 700원짜리 아침을 맞으라고 한다면, 우선 나부터라도 무척이나 고민할 것이다. 정부의 시급한 교통지원 정책을 기대한다. 결코 서민은 700원짜리가 아니다. /신보영.도의회 의원

기고/지역신문의 발전과 활로모색

지역신문 활성화 작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9월20일 고흥길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지방언론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데 이어 최근 10월18일에는 김성호의원 등 여야의원 27명이 ‘지역신문발전지원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법안 명칭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골자로 하는 내용은 대체로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고흥길 의원 안은 지원대상을 지역일간지 및 발행부수공사에 가입한 신문으로 국한하고 있는데 반해 김성호 의원 안은 지역일간지와 주간지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법안발의로 제출된 두 법안은 공청회를 거쳐서 단일화 법안으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신문의 발전과 활로모색에 대한 노력은 그간 부단히 있었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렇다할 대안 없는 탁상공론으로 끝나 버리기 일쑤였고, 설령 대안이 제시됐어도 그때 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때 최근 제출된 법안들은 지역신문의 활로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 의지가 담긴 실천적 대안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국회에서의 단일 입법화 노력 외에도 지역신문이 헤쳐 나아가야할 문제는 적지 않다. 신문지배 구조 개혁 및 편집권 독립, 취재시스템 개혁과 언론인 전문성 제고, 관언유착 근절, 독자주권확보, 신문판매시장 정상화 등과 같은 현안과 개혁과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논의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갖고 있다. 지원법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일부 지역신문에서는 개혁적인 부분들은 뒷전으로 한 채 발전기금지원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 안이한 태도로 기금지원에만 관심을 갖는 신문이 있다면 그들은 크게 오산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객관적으로 검증가능한 철저한 기준과 평가의 계량화작업 등을 거쳐 차등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며 이에 따라 일정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신문은 지원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기준미달 신문에 대한 지원이 오히려 지역신문시장의 부실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법안에 담긴 진의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말이다. 건전한 신문은 지원하여 살리되 그렇지 않은 신문은 신문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퇴출되도록 하겠다는 뜻도 동시에 이 법안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건전한 신문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원의 기회를 제시하는 반면 부실한 신문 스스로에게는 자정의 기회가 된다는 두 가지 참 뜻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일부 거대 중앙신문들은 지역신문 지원에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을 크게 왜곡하는 처사이다. 지역신문발전을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부패의 온상이 되어왔던 기자실문제 등 관언유착의 고리를 끊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신문개혁 실천에 대한 노력 없이 지역신문발전을 위한 지원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지방분권이 이루어져 재정과 권한이 이양된다고 해도 관언유착이 근절되지 않는 한 결국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의 개혁과 발전은 마차의 양 바퀴와도 같다.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붕괴되는 공동체적 관계에 있다. 개혁과 발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제도를 통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노력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다. 사회시민단체, 학계, 정치권 등은 물론이며, 특히 개혁과 발전의 주체인 지역신문이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신문들 스스로 개혁적이며 능동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최경진.대구카톨릭대 교수.언론학

기고/산업재해없는 사회구축

올해 8월말 통계에 의하면 한국산업안전공단 수원지도원 관내(경기남부지역) 산업재해자수는 5천514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38%나 급증했다. 이중 제조업에서 발생한 재해자수는 2천647명(전체 48%)인 가운데 협착에 의한 재해가 890명(전체 33.6%)으로 작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물론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근골격계 관련 재해(547명)가 급증했으나 아직 절대 재해자수는 협착에 의한 재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협착 재해의 주범은 프레스 기계로 프레스 협착에 의한 재해는 대부분 장애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산업재해자수는 8만1천911명이다. 통계에 의하면 산업재해자중 약 16%정도는 장애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레스, 전단기 기계에서 발생되는 협착재해는 대부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신체장애를 일으키고 장애인이 됐을 경우 본인은 물론 가정 및 사회에 엄청난 고통과 손실을 끼치고 있다. 올해 8월말 현재 수원지도원 관내 제조업 협착재해자 890명중 프레스 기계에 의한 재해는 50% 이상이라고 판단된다. 수원지도원 관내 프레스 보유현황을 보면 713개 사업장에서 약 4천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프레스 기계에 의한 협착재해를 줄이기 위해 공단에서는 융자 및 보조금지원과 기술지원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먼저 보조금 지원 실적을 보면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에 2001년 하반기 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클린(CLEAN) 인정신청 428개 사업장에 보조금 57억9천만원을 지원했고 이중 프레스기계의 안전 및 방호장치 관련 보조금지원은 69개 사업장에 7억8천100만원을 지원했다. 아쉽게도 올해 예산이 소진돼 7월 이후 잠시 보류된 상태고 내년에는 재개되리라 생각된다. 다음은 융자지원금이다. 지원대상은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중 작업환경불량사업장 또는 위험기계 보유사업장에서 환경 또는 시설개선시 소요되는 금액을 신청사업장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9월말까지 수원지도원에서는 137개 사업장에 융자금 102억2천만원을 지원하는 등 중단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중 안전이 확보된 유압 또는 마찰클러치식 프레스로 신규 구입시 지원된 융자금은 51개 사업장에 43억4천600만원이다. 그리고 공단에서는 방문기술지원과 교육지원도 실시하고 있다. 수원지도원에서는 올 하반기에 프레스 보유 713개 사업장중 한번도 기술 및 자금지원을 받지 못한 348개 사업장을 교육(4회 316개 사업장) 및 방문기술지원(33개소)을 실시할 계획이고 교육을 희망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방문기술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 감량경영 등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조직이 와해되는 등 산재예방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가 장애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업주는 우리 공단에서 지원하는 융자 및 보조금 등을 활용 또는 자비로 기존 프레스에는 안전 및 방호장치를 설치해 주어야 되고, 신규 구입시에는 안전이 확보된 프레스를 구입·설치하고 근로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 및 방호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작업하지 않으면 장애인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에 따라 우리 공단에서는 이같은 사업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에도 프레스 보유사업장에 대해서 교육과 기술지원 및 자금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제조업 협착재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손재병.산업안전공단 수원지도원 안전지원팀장

기고/서울 삼각산, 고양 삼각산으로 정정돼야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명승지를 관계 전문가와 현지 조사를 벌인 뒤 경북 청송의 주왕산을 비롯해 전북 진안의 마이산등을 천연기념물 명승지로 지정 예고한 것으로 알려 졌다. 그리고 여기에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삼각산을 서울 삼각산으로 지정예고하였다. 우리가 흔히 부르고 있는 북한산의 본래 이름을 삼각산, 또는 부아악이라 불렀다. 이중 삼각산의 세 봉우리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주봉을 이루고 있는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높이나 명성에 알맞게 명승지로 손색이 없는 절경을 이룬다. 이 세 봉우리는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11번지 일대로 모두 고양시 관할의 행정구역지로 주변의 사적지인 북한산성 또한 현재 고양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고양시의 삼각산을 서울 삼각산으로 지정예고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지정예고대로 명승 문화재가 지정될 경우 서울 삼각산을 고양시에서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보, 보물을 비롯한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 이와같은 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공원 북한산의 총 면적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시설물인 왕의 처소인 행궁이 고양시에 있으며, 북한산속에 사는 400여명의 주민들도 모두 고양시민들이다. 가장 높은 곳의 산장인 인수산장(대피소) 또한 고양시 덕양구에 포함된 곳이다. 문화재 지정에 있어 삼각산이 서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지정예고된 서울삼각산이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이번 명승지 명칭 부여에 있어 가장 중요시 한 것은 현재의 행정구역 명칭이다. 만약 서울의 역사성을 강조한다면 한양 삼각산이 보다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 현재 북한산 수십곳에 세워져 있는 문화재 안내문에는 북한산성의 소재지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으로 표기해 두었다.’ 비록 산성 성곽을 경계로 서울시와 이웃하고 있으나 산성 안쪽이 모두 고양시 행정구역이므로 문화재청에서도 그 소재지를 고양시로 표기해 둔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쌓여져 내려와 숙종때에 대대적으로 축성한 북한산성이 있는 고양시 삼각산, 행정구역상 현재의 지도상에도 고양시로 되어 있는 고양역사의 상징인 삼각산을 서울 삼각산으로 지정예고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문화재 명칭과 상관없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진산이며,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삼각산(북한산)이 있는 고양의 삼각산이 서울 삼각산으로 바뀔 경우 고양시민들은 역사에 대한 자긍심에 크나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오는 22일 최종 있게 될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고양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 조사하여 서울 삼각산으로 잘못 예고된 명승지 명칭을 고양 삼각산으로 정정하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정동일.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

기고/결혼식 주례

아파트 현관 우편함에 청첩장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보니 결혼 시즌임에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자식들을 결혼시키고 손자까지 보았고, 내 주위의 친지들도 자식들의 출가를 모두 마쳐가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날 행복을 빌며 주례를 섰던 수많은 신랑·신부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같이 있던 직원의 예식에 혼인 서약을 낭독하고 신랑의 대답을 요구하자 예식장이 떠나가라 큰소리로 답을 하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되었던 일, 신부가 예식 내내 눈물을 흘려 난처했던 일, 더위 탓인지 너무 긴장해서인지 신부가 계속 떨어 쓰러질 듯해서 주례사를 줄여 했던 일이며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나의 실수담 이라고나 할까? 주례 도중 하객들이 계속 웃길래 의아해 했는데 신랑·신부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고 있다는 쪽지가 올라와 웃음으로 넘기며 바로 잡았던 일도 있었다. 과거에 주례를 서 주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 집안의 안부를 물었더니 “영감님이 주례를 서주셔서 얻은 첫째 아이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어요” 하며 아이를 소개 시켜 주었다.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가 없고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었다. 나는 주례를 서면서 젊은 부부에게 서로 사랑하며 올바르게 살라 했는데, 과연 나의 삶은 언행 일치를 이루며 떳떳이 살았는지 되새겨 본다. 또한 혼인 서약을 받고 축복의 주례사를 했던 수많은 부부들이 어느 곳에 있던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기를 기원한다. 얼마 전 피치 못할 사람에게 주례 청탁이 왔으나 나 또한 올바른 삶을 살아오지 못해 후회하면서 남에게 이렇게 저렇게 살아달라 부탁하는 것이 떳떳하지 못한 것 같아 거절하게 되었다. 하지만 간절한 부탁으로 내 마음이 움직여 주례를 보게 되었는데,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주례’는 말 그대로 그 날의 식을 주관하는 사람이고, ‘사회자’는 행사의 모든 진행을 맡아 하는 사람인데 두 사람의 역할은 간데 없고 예식장 여직원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객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신랑·신부 입장시 칼을 들어 그 밑을 통과하게 하고, 주례라는 사람을 멀거니 세워 두고 케이크 절단 식이며 샴페인 러브 샷이라니 어디에서부터 온 예법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 녹음된 목소리로 식순을 다 말해 버리는 우습기 짝이 없는 분위기에서 주례를 하게 되었다. 형식이나 절차가 아이디어로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이 형식에만 치우치기 보다 주례자나 사회자의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는 정숙한 분위기로 치러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즈음 주객이 전도 된 것이 많이 있는데 세상이 변해도 올바른 것은 지키고 보존하며 제자리로 돌려놓을 줄도 아는 새로운 사회 기풍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황종태 前남양주시장

기고/하벨, 반정치의 정치

1995년 대통령의 체코 공식방문에 앞서 정부 종합답사단의 일원으로 체코 대통령궁을 방문했을 때 애연가인 나의 눈에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궁 내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크리스탈 재떨이였다.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곳에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세계 어느 대통령 궁에서도 이런 흡연의 자유는 누릴 수 없다) 이렇게 끽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분위기는 이곳이 바로 대단한(?) 애연가인 하벨 체코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곳이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물론 백해무익하다는 담배로 인해 96년 이후 하벨은 폐암 수술을 받는 등 건강문제로 시달렸다. 어쨌든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적 극작가 하벨은 매우 소탈하고 친근한 대통령이었다. 경호원 없이 청바지를 입고 담배를 피우며 길거리를 걷거나, 퇴근후 맥주집에서 다른 손님들과 격의 없는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그는 서방의 언론으로부터 ‘록큰롤 프레지던트’라고 불릴 만큼 대중적 친화력을 가지고 있으며, 유럽의 만델라로 불리 울 만큼 인권과 인간성을 중시하는 지도자로, 민주주의의 우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재임 중 경제적 안정과 OECD, NATO, EU가입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였지만 반면,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 총리사임문제 개입 등의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그가 공산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던 20여년 동안은 물론 지난 2월 대통령직을 퇴임 할 때까지 15년 동안 권좌에 있을 수 있었고 3선 출마 금지에 따라 지난 2월 대통령직을 떠난 후에도 아직까지 정치지도자로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아주 평이한 기본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1968년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혁명 등을 거치며 반체제 인사로 살아온 그에게 행정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진실과 더불어 박식한 지식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극복해 왔다. 그는 ‘도덕에 바탕을 둔 새로운 정치를 삶 자체로 보여준 투사’로 일컬어질 정도로 도덕을 모든 것의 기본으로 삼고, 최선의 정책을 교양과 예의라 하며, 인권과 인간성을 중시한 인물이다. 혹자는 이를 ‘反政治의 政治’라 평하기도 한다. 으레 정치인들의 知行合一이 안 되는 ‘입에 발린 소리’에 익숙한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이런 익숙함에 신선한 파괴(?)를 던진 인물이다. 작가에서 반체제 인사로 그리고 대통령으로 그리고 이젠 자연인 하벨로서 다시 극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하벨. ‘재신임’ 뉴스가 지면을 덮은 가운데 수상은 못했지만 올 노벨 평화상의 유력 후보로 거명되었다는 자그마한 기사 한 줄이 새삼 그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잘한 일도 있고 못한 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치적은 내가 아니라 대중과 정치인 , 언론인, 정치학자, 역사가의 몫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유와 존엄을 위해 일해주십시오.” 하벨의 의회 고별연설이다. /정상환.남서울대 외래교수

기고/농업 통계와 활용

일상 생활에서 통계라는 말은 자주 사용된다. 정부에서 생산하는 통계 중에서 작물생산량 통계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정확하게 얻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통계중의 하나이다. 이 결과는 정부 입장에서는 농산물 수급 등의 정책자료로,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생산 의욕을 고취시키는 작물별 소득자료로, 소비자에게는 식생활 향상을 위한 정보로, 국제적으로는 비교통계를 위한 자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효용이 높고, 중요한 통계인 작물생산량 통계가 어떻게 얻어지고 있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개선할 점은 없는지 살펴보자. 10월 8일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 평택 안중 간 38번 국도변 논 들에서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에서 개최한 쌀 생산량 시연회가 경기도 관내 농업인단체대표, 시군구청 및 농협 등 유관기관 관계관, 대학교수, 언론사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작물생산량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이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얻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작물생산량 표본설계는 1974년 유엔 한국 고문단의 표본설계전문가인 M.P.Jha에 의해 만들어 졌으며 이후 농업기반 및 작물재배 여건변화 등을 반영하여 1985년과 1995년에 서울대학교 통계연구소 교수들에 의해 재설계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목표오차와 자료의 특성에 맞는 설계방법을 이용하여 각 작물의 생산량 조사를 위한 표본수가 결정되며 표본을 조사할 장소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계통추출하는데, 이렇게 과학적으로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조사가 이루어지며, 그 결과로 10a당 생산량이 산출된다. 이에 기초하고 전국적인 경지면적조사에 의해 얻어진 경지면적을 이용하면 전국 농작물 생산량통계가 산출된다. 이러한 작물생산량 통계를 기반으로 각 시도의 농업부문 예산 분배나 기상재해로 인한 대규모 농업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정부의 보상이 정해지고 있는 등 국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조사과정과 통계를 작성하는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시연회를 통해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필요도 있다. 이로 인해 농업 통계에 대한 신뢰도 및 사회적인 관심과 전반적인 통계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 높아 질 수 있다. 통계에 관한 관심과 중요성의 인식 그리고 필요성에 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통계의 효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존의 통계 사용에 추가하여 자연재해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과 경작지 감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 생산량 증대 노력에 의한 생산량 증가 등 생산량에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파악. 그 영향력을 분석한 모형을 만들어 장기적인 생산량 수급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공표하는 등 통계의 활용을 늘리려는 노력과 더불어 더욱 정확한 통계를 얻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산자인 농민들은 조사결과가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정확한 조사를 위하여 조사원들에게 최대한의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얻어진 통계 결과를 이해하고 이를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유관기관과 단체 그리고 전문 통계인 들은 이들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이렇듯, 여러 주체가 서로 협력하고 노력할 때 더욱 정확한 통계가 얻어지고 그 효용성 또한 극대화 될 것이다. /신기일.한국외국어대 정보통계학과 교수

기고/가을이 아름다운 까닭

K형, 가을 바람과 함께 우편물 속에 청첩장이 한두 장씩 꼭 끼어 들어옵니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엔 잘 아는 분한테서 주례를 서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날 나는 나도 모르게 “아, 가을은 역시 짝짓기 계절이야!”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답니다. 그렇습니다. 가을은 역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과일이 오랜 기다림 끝에 단물이 들듯이 사람들도 짝을 찾아 결실을 맺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한가지 좀 맘에 안드는 게 있습니다. 요즘의 결혼은 웬지 너무 겉치레적이고 사치스러워서 정감이 안 갑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마음과 마음의 결합이라기보다는 조건과 조건의 결합처럼 여겨져서 마치 무슨 장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K형, 나는 요즘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는 것을 보다 보면 우리 집사람과 결혼했을 때의 생각이 나서 혼자 웃습니다. 요즘의 결혼에 비하면 우리 결혼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한창 추운 1월에 난방도 들어오지 않은 농협 강당에서 덜덜 떨며 결혼식을 치렀으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집도 없어서 남의 전셋집에서 양친을 모시면서 방 한 칸을 장롱으로 가려놓고 신혼 살림을 차린 것을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급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답니다. 집사람과 맞선을 보았던 일은 더더욱 우스웠지요. 그 날은 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버스도 안 다녔기 때문에 집사람은 나를 만나기 위해 3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읍내까지 나왔습니다. 나는 상대방을 본 순간,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저 여자가 다시 30리의 눈길을 걸어서 갈 일만 아득히 떠오르더란 말입니다. 만약에 내 쪽에서 싫다고 한다면 저 여자는 얼마나 상심한 채 그 먼 길을 도로 걸어가야 할까 생각하니. K형,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집사람을 구원(?)하기라도 한 것처럼은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좀 더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 보겠다는 겨를을 ‘30리의 눈길’이 거두어 간 것뿐이니까요. 그 자리에서 확답을 한 것은 내 운명의 큰 행운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날에 비하면 요즘의 맞선은 그냥 한번 만나보는 정도로 쉽게 치러지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가 상대방을 저울질하고 남과 비교하기까지 하면서 무슨 물건 고르듯 하잖습니까. 이것도 또한 맘에 안 듭니다.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이혼율이 높은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사람 고르는데만 똑똑해졌지 함께 노력해서 사는 데는 하나도 똑똑해지지 않았다고요. K형,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성경 구절 가운데 이 글귀를 참 좋아합니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나중은 장대하리라’는 글이지요. 시작은 좀 어설프더라도 서로 노력하여 목적한 바를 이룬다면 그것이야말로 보람을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과일 하나가 익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나를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 인생도 과일과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윤 수 천 동화작가

기고/맛있는 말, 맛없는 말

조선 왕조에서 으뜸가는 청백리를 말하면 단연 황희 정승을 꼽을 수 있다. 정승만도 무려 24년을 지냈으면서 초가집에서 살았다. 태종조에서 시작하여 네 임금을 섬긴 그가 명상(名相)으로 평가받는 것은 조정의 공론을 잘 이끌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웃에서 싸움을 한 두 사람이 시비를 가려 달라며 찾아와 털어놓는 자초지종을 듣고 처음 말한 사람에게 ‘네 말이 옳다’고 하고는 다음 말한 사람에게 역시 ‘네 말도 옳다’고 하자, 부인이 ’무슨 그런 말씀이 있느냐’는 말에 ‘부인 말씀도 옳다’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뒤 황희는 두 사람의 감정이 수그러 질 즈음에 ‘나 같으면 이러 이러 하겠다’고 말하여 화해를 시켰다는 것이다. 조정에서도 그는 이처럼 남의 얘길 충분히 잘 듣고 어느 시기가 되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공론을 정하곤 하였다. 그러나 결코 주관이 없는 무골호인인 것은 아니다. 태종이 양녕대군을 폐세자할 땐 목숨 걸고 반대 주청을 꺾지않았던 분이다. 이를 사서(史書)가 ‘관후정대(寬厚正大)한 인품’이라고 기록한 것은 요즘 말로 민주주의적 사고력(思考力)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생활이 옛날처럼 단순하지 않아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이 생겨 말들이 꽤나 많은 세태에 살고 있다. 그 많은 말들은 남의 말을 듣기위한 것이기 보다는 자신의 말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남의 말을 듣지않고 자기 말만 앞세워서는 결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인식시킬 수가 없다. 이런데도 서로가 자기 말만 우기다 보니 공연히 말들만 더 더욱 범람해진다. 필자 역시 남의 말을 들어 수용하기 보다는 내 말을 먼저 수용해주길 바라는 편이지만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예가 될진 모르겠으나 음식을 가리지 않고 뭣이든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하지만 맛을 가릴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왕 음식을 대하면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의 가르침이다. 어렸을 적에 밥상 머리에서 이건 맛이 없고 하며 반찬 투정을 하면 아버지는 ‘맛이 없으면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래도 먹어야지, 맛 있게 먹는 사람에게까지 언짢게 해서는 안된다’며 타이르곤 하셨다. 말도 음식 같다면 남의 말을 듣는 게 맛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도, 듣기좋은 맛있는 말만 들으려 하고 듣기싫은 맛없는 말엔 아예 귀를 막는다. 그러는 사람들도 남에겐 맛있는 말은 못하고 맛없는 말만 하면서도 자신은 맛있는 말만 듣고싶어 한다. 세상에는 맛있는 말도 있고 맛없는 말도 있게 마련이다. 언어의 편식증은 음식의 편식증보다 더 위해가 크다. 음식의 편식증은 개인의 건강문제에 국한하지만 언어의 편식증은 사회의 건강문제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말은 많으면서 막상 해야할 말은 권력이나 금력이 두려워 입을 봉하는 비굴함도 요즘 세태가 보여주는 병폐가 아닌가 한다. 이런가 하면 해서는 안될 말같지 않은 말도 사태를 이룬다. 민주사회의 성숙된 지도력, 민주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은 말 같은 말과 말 같지 않은 말을 잘 가려, 맛있는 말이든 맛없는 말이든 말 같은 말은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부드러움 속에 강단이 있고 기다림 속에 결단이 있었던 황희 같은 분의 말문화를 생각해 본다. /이지현.(사)한길봉사회 경기도지부장

기고/국민연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민연금제도가 지난 88년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왔으나 그 때마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 현재 연금수급자 100만명, 연금기금 100조원 적립 등의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면서 더욱 건실한 제도로 거듭나고 있음을 볼 때 연금관리업무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남다른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요즈음 입법예고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 대한 비판 내지 비난을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이 글을 쓴다.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단계에서 일반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고, 경제발전 기여세대와 수혜세대간의 재분배를 도모하기 위해 보험료는 적게 내고 연금급여는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돼 연금재정의 불안정 요소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었다. 즉 제도시행 당시 보험료율은 3%였고 상향조정된 현재에도 9%에 머물고 있으나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은 60%(98년까지는 70%였음) 수준에 이른다. 이는 소득대체율이 40%인 미국의 연금보험료율이 12.4%이고, 캐나다는 9.9%의 보험료율을 가지고 25%의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음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연금제도가 그동안 연금재정의 안정화에 역행하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금재정 불안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정부는 각계의 전문가로 국민연금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1년 이상 연구해 보험료는 조금 더 내고 받는 연금은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주요내용은 현 9%의 보험료율을 2010년부터 5년마다 1.38%씩 올려 2030년에 15.9%로 조정하고,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은 현 60%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가입기간은 55%로 낮추고 2008년 이후 가입기간부터는 50%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 급여수준 60%를 유지하고 2008년에 재정추계를 다시해서 급여수준과 보험료율을 결정하자고 하면서 개선안에 반대하고, 재계는 기업부담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되 보험료율은 동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반된 주장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이미 밝혔듯이 외국의 예와 비교해도 이번 개선안의 소득보장 수준은 여전히 양호하여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것이며, 차액은 후세대가 부담하게 되므로 현세대에게는 매우 유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의 급진전 등으로 연금재정의 불안이 누적되고 급기야는 후세대에게 그 모든 짐을 전가하고야 마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회연대의 원리에 충실해야 하며 특정시기의 보험료 납부자나 급여대상자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이 우리와 우리 자손들의 영속적인 사회보험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의 이해와 양보속에 재정계산실시 원년인 금년중에 반드시 제도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강금주.국민연금관리공단 경기.인천지역관할지사장

기고/'여.야 중진의원들은 나라의 대들보'

옛날에는 인간 고려장이 오늘에는 정치 고려장? “부모 없는 자식 없고 농촌 없는 국가 없고 옛날 없는 오늘이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를 모르는 도덕적 패륜아인 철부지 정치꾼들이다. 도대체 나라의 정체성이 뿌리째 뒤흔들리는 현실에는 무감각·무응답이면서 마약에 중독되어 혼미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처럼 경륜과 지식이 풍부하고 지혜롭고 조국의 미래와 오늘의 어지러운 현실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중후한 경륜과 인격을 갖춘 정치인들은 수구요, 보수요, 반 통일론자로 말도 꺼내지 못하게 중국 홍위병 식으로 몰아 부치려는 철부지 정치꾼들은 누구의 사주와 조종을 받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이들은 오늘을 똑바로 내다보아야 밝고 희망찬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데에는 감성으로 보지말고 냉철한 이성으로 보기를 부탁한다. 감성으로 치우쳐 앞을 내다보면 진리는 땅속에 묻혀 버리고 도덕성은 없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원론에서도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말이 있다. 젊은 정치인들이 60세 이상 당 중진은 정계를 떠나라는 말은 큰 실언을 한 것이다. 한 집안의 부모가 큰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죽이는 패륜아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초가삼간 집을 지을 때에도 대들보도 있어야 하고 서까래도 있어야 한다. 대들보가 60대 중진이라면 서까래는 젊은 정치인인 것이다. 나라와 소속된 정당의 중진 정치인들은 즉 나라의 대들보인 것이다. 대들보를 빼내버리면 그 집은 무너진다. 젊은 정치인들이여, 집을 부숴 버릴 것인가. 아니 나라를 부숴 버릴 것인가. 신문 방송에 그런 말한다고 몇자 써주고 TV화면에 비추어주면 그 사람이 유명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철부지 불장난 한다고 오히려 책망을 한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알아줄지 모르지만 나라가 흔들리고 소속된 정당이 소용돌이치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건 나라와 국민과 소속정당을 위하여 건전하고 진취적인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부자 되기를 바라며 그러한 기초 위에서 정치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들이 외면하며 싫어하는 나라와 정당이 깨어지는 소리를 계속 외쳐댈 것인가. 아니면 국민이 부자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인가.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생각하며 우리 다함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보자. /정창현.前 국회의원

기고/이정재의 실패가 던져준 교훈

영화나 드라마 등 공연물 중 나에게 있어 혐오대상 일호는 폭력물이다. 와중에도 SBS 방영 ‘야인시대’만은 빼놓지 않고 즐겨 보았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해서가 아니었다. 어렸을때 몸소 보고 겪은 사건들이라 감회가 남달랐던 탓이다. 본디 정치 지향성이 강해서였던지 장충단공원 집회방해 사건 때도 연단 근접 거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 열린 김두한을 앞세운 야당 의원들 데모를 지켜보는 박진감과 스릴 등도 무수히 맛보았다. 당시 이정재를 우두머리로 하는 동대문 사단이 착각을 범한 것이 하나 있다. ‘권불십년’인 법인데, 자유당 세도가 마르고 닳도록 갈 줄 알고 경거망동한 사실 말이다. 최근 현안과 맞물려 생각할 수 있는 사건의 돌출로 노 대통령이 큰 곤혹을 치르는 눈치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가 그것이다. 이를 둘러싼 찬 반 양론 속에서 노 대통령은 진퇴유곡에 빠져 있다. 노 대통령은 국군의 날 행사에서 ‘자주국방’ 의지를 천명하고 이라크 파병을 북 핵 평화 해결과 연계할 의향임을 밝혔다. 모처럼 그다운 말을 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슬럼에 빠지는 통에 주춤하긴 하나, 미국 부시 행정부가 강경파에 휘둘려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불사하려는 마당에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의 결연한 의지의 표명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일방주의 외교로 약소 나라들을 울려 ‘국제 사회의 망나니’로 손가락질 받는 미국이 길들이기 쉬운 약소 나라들에 대해 선별로 하는 파병요청은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다. 이라크 종전 선언이 있은 지 9개월이 지났다. 전쟁의 빌미로 삼았던 대량살상 무기와 탈레반과의 연계혐의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침략전쟁임을 뚜렷이 입증한 셈이다. 이라크인의 거센 반발로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자 미국은 한국군을 총알받이로 써먹을 궁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군 파병에 침략국 미국과 한국 내 추종세력은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슬람권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이 어떨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특검법 공포와 친미 행각 등으로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무너지는 마당에 실익도 없이 추가 파병을 하면 지지계층 가운데 노 대통령을 명분론자로 여기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의 아류로 볼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미국에게 꼬리를 흔들어대는 ‘푸들’이 돼 침략국에게 악용 당하고 젊은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가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악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긴 하지만, 로마 제국의 흥망사에서 보듯이 패권의 추구가 영원할 수는 없다. 맨해턴 가에 가해진 테러에 미국이 전쟁으로 대응한 것은 크나큰 불찰이다. 그간 팔레스타인들이 당한 아픔을 생각하여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이슬람권을 보듬어야 신이 보기에 합당했을 터다. “눈은 눈으로”라든가, “다른 나라 국민이야 죽든 살든 아랑곳없이 오로지 자국민만이 소중하다” 라고 여기는 따윈 가다듬어지지 못한 생각이 원수를 사랑하도록 못 박혀진 문헌의 가르침에 친숙한 용어일 수 있는가.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는 법’이다. 미국은 테러전쟁으로 자멸의 함정을 파기 시작했다. 미국의 힘만 믿고 경거망동하다 제2의 이정재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석현.정신개혁시민협의회 공동대표

기고/잘난 아들 덕분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차게 느껴지는 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서늘한 바람의 시작은 추운 겨울의 예고이고 가진것 없는 영세민들의 걱정이 앞서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추워지면 홀로 살아가는 늙으신 어르신들이 힘들어진다. 누구하나 돌보아주는 사람없이 노구를 이끌면서 어렵사리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 말이다. 현재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노령인구에 대하여 정부가 어떻게 대책을 세워 나갈지 걱정스럽다. 늙으신 부모가 고생하며 길러주고 가르쳐 준 자녀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군수로 재임중 관내를 순회하다가 칠순 잔칫집에 들러 축하의 말씀을 드린 일이 있었다. 동리 어른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칠순잔치 하는 분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두내외가 늙은 몸을 이끌고 작은 논밭에서 나오는 식량으로 연명하고 있는데, 생활하기 무척 어려우니 군수가 영세민 생활자금을 지원하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왜 우리 공무원들은 이런 딱한 사정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 자발적으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혜택을 나누어 주지 못하고 있을까 궁금하였다. “어르신, 이장이나 공무원에게 딱한 사정을 말씀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럼했지. 그런데 나는 해당이 안된다고 거절했어” “그러면 자녀들이 있습니까?” “아니, 나를 도와주는 자식은 하나도 없어. 주민등록에도 자식이 없어.” 돌아온 즉시 호적등본을 발급받아 보았다.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 모두 40대였다. 다음날 그 영감을 다시 만났을때 그는 순간 안색이 변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자기 아들들에 대해 실토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젊은날에는 황소를 두마리씩 키우고, 논도 5천여평이나 있어 동리에서 인정하는 부자였지. 내가 배우지 못하여 한글도 못읽는 한을 풀기위해 아들을 위해 소팔고 논팔아 온 정성으로 아들들을 공부시켰어. 큰아들은 우리집 기둥이니 대학까지 가르쳤지. 공부도 잘하고 시골에서 있기가 아까우니 서울로 유학 보내라고 해서 중학교 때부터 부모 곁을 떠나 있었지. 작은아들들은 여기 농촌에서 고등학교를 마쳤어.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소도 없고 땅도 얼마남지 않게 되었고 아들들은 모두 집을 떠났어.” 그 노인의 말은 계속되었다. 큰아들은 하기 어려운 유학시험까지 합격하여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40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부모를 찾아오지 않았단다. 작은 아들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설, 추석 명절에 내려오기를 마지못하여, 하루전에 오는것이 아니고 당일 아침 일찍 내려와 아침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먹고 직장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돌아가는 처지라는 것이다. 늙으신 부모의 방은 찢어진 창호지 문에 퀴퀴한 늙은이 냄새가 나고 반찬 없는 식사는 입맛에 안맞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제발 도와 달라는 애원이었다. 어떻게 할까. 우리 주위에는 잘난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인생 말로를 더욱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종종본다. 공부 많이 시키는 것을 부모의 책임으로 알고 있는것 없는것 모두 팔아 자식에게 다 주고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식들은 내가 잘나서, 내 능력이 출중해서 지금 누리고 있는 만족은 부모님 은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찬바람이 불어오니 그 영감님 내외분 생각이 난다. 어르신들을 한번 생각 해본다. 뒷동산에 올라 나뭇가지 걷어다 방 불을 피우는 농촌의 어르신들이 늘어날까 걱정이 앞선다. 젊은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도시로 떠나니 혼자 사시는 노인들은 누가 돌볼수 있을지 안타깝다. 왜 세상이 이렇게 변하여 가는 것인지 슬픈 현실이다. /김 선 흥 안양대 생활법률학과 교수

기고/내가 보는 한국 사람

나는 교류공무원으로 올해 2월에 한국에 와서 이미 7개월이 되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났다. 한국 땅의 깨끗한 물과 공기, 다정한 한국 사람들은 나에게 아름다운 인상을 남기게 하였다. 한국사람들은 정이 많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한다. 버스에서 노인이 올라타면 젊은이는 곧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하고 지하철은 각 칸 양측에 노약자 좌석을 설치하고 있어 지하철 안이 아무리 붐벼도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그 좌석에 앉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효 사상을 아주 중요시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어버이날이 있고 내가 머물고 있는 수원시에는 효 문화축제도 있다. 부모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TV드라마에서는 부모님이 반대하시면 두 사람이 아무리 사랑해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이 보았다. 한국사람의 자원절약 의식과 환경보호의식은 생활 속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세분하지는 않아 처음 쓰레기를 분리해 버릴 때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많이 당황했었다. 조금은 번거롭다고 느끼지만 사람들이 다 잘 지키고 있다. 한국식당에 가면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를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이쑤시개를 나무로 만들었지만 환경보호기관이 이에 대해 자원의 낭비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도 된다는 판단 하에 감자전분이나 찹쌀로 이쑤시개를 연구, 개발해 이를 전국에 널리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회용 수저, 일회용 세면도구 등도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자원절약 의식과 환경보호 의식은 아주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는 한국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생활하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다. 나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게한 사람들중의 하나가 에버랜드 직원들이다. 내가 에버랜드에 간 날은 날씨가 아주 덥고 사람들도 아주 많았다. 공원에서는 미소를 짓고 특유의 손짓으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미소와 열정에 찬 손짓은 공원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하룻동안 마음껏 논 후 덥고 피곤하여 이야기할 힘도 없었지만 우리보다도 더 피곤할 것 같은 직원들은 여전히 아침과 똑같은 미소와 똑같은 열정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순간 나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위가 있다. 그들은 무엇으로 발전했는가?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한다는 정신이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직장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근무하는 국제통상과의 직원은 30여명이나 된다. 나는 이런 큰 사무실에서 일을 한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근무하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생각했는데 시끄러움은 전혀 없고 아주 조용하며 모두다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 업무가 많을 때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연장근무를 한다. 그래서 밤 10시 전이나 주말에도 사무실에는 항상 일하는 직원을 볼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웃나라이다. 예부터 중국과 한국 양국은 교류를 많이 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양국가는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동아시아 경제발전과 사회진보를 추진하는 큰 역할을 담당하리라 믿는다. 나 개인적으로는 힘이 작지만 이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관향군.중국 산동성 경기도파견 공무원

기고/물 문제, 수량확보.수질개선이 관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의 의미를 무색케 하며, 가을의 정취를 예고하는 매미의 정겨운 울음소리를 자연의 경고음과 인간의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전 국토의 남동부지방을 강타하며 집중적인 피해를 입힌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크나 큰 좌절감과 자연의 힘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실히 느끼며,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연의 힘에 반항하여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하려는 전주곡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reshwater)’이며,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the Future)’이란 주제를 가지고 전국에서 각종 물의 날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쯤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물 부족사태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과 담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물 문제는 수량(건교부)과 수질(환경부)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절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반된 개발과 보존의 양극에서 고민과 갈등만을 반복하며 탁상공론만을 계속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팔당상수원의 경우 단일수계가 아닌 3개(남한강·북한강·경안천) 수계로 이루어져 수량과 호수의 폭 등 각기 다른 구조상의 문제와 팔당댐의 총저수량은 2억4천4백만㎥이며 현재 저수량(자료: 2003. 2. 5) 2억2천6백만㎥(저수율 92.62%)이다. 당초 계획했던 저수량이 팔당상수원의 퇴적층(약 6~7m:약2300만톤)중 경안천수계의 경우 최종지점의 퇴적층이 약 6~7m(약500만톤)가량 지표면에 깔려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저수량 측정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데 커다란 문제가 있다. 또 남·북한강의 일정한 넓이, 경사도, 수량과 달리 폭이 넓고 지수면이 얕아 역류현상을 나타내며 물이 고여있는 현상을 보이며, 1년 중 여름철(약 10일정도)에만 하천수량이 충분할 뿐 항시 적은 수량으로 수질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구역 설정으로 인한 하수처리시설과의 직선연결로 인해 소하천이 건천화 현상을 보이며 수량확보와 생태계에 커다란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천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하천주변의 지역주민들에게 하천구조 등에 대한 자문과 단독 및 마을단위의 하수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함으로써 하천의 건천화 현상을 방지하여 물의 흐름에 맞는 담수보 설치와 낙차공, 어도를 만들어 자정작용에 필요한 폭기를 유도함으로써 수질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며, 하류에서 상류로의 펌핑시설 설치 등을 통하여 리사이클링 함으로써 하천의 수량확보와 수질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강우량을 보이고 있다. 물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만 물쓰듯한다고 하지 말고 실개천을 비롯한 하천을 잘 가꾸어 감으로써 소중히 쓰여질 수 있는 우수(빗물)가 마구 흘러 서해바다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주민들은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접근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방세환.경안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기고/1%도 못되는 정당민주주의?

내년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요즘 신당이니 정당개혁이니 하는 문제와 함께 정치자금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자금으로 인해 부조리와 부패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각 정당의 대다수 당원들이 당비를 내지 않는 이른바 ‘품삯당원’, 또는 ‘수혜당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기 소속 정당에 정치자금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쓰이는 지를 감시하고 참여해야 하는 당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실천은 커녕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당원이라고 하면서도 수년동안 당비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선거때만 되면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장 등에 일당을 받고 청중으로 동원되는가 하면 정당행사나 개인 경조사 또는 명절때마다 정당으로부터 무언가 받으려하거나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회계보고에 의한 당비실태를 살펴보았다. 각 정당의 전체수입에서 당비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1년도에 한나라당 3.2%(8억), 새천년민주당 6.4%(22억), 자유민주연합 4.5%(5억), 민주노동당 83.2%(8억)로 평균 6%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것도 주요 당직자들중 극히 일부가 특별당비형태로 고액의 당비를 낸 덕분이고 실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의 비율은 전체 당원수의 1%도 되지 않는 웃지 못할 실정이다. 이는 독일의 정당들에서 당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당비 납부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정당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외부로부터 조달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부에 의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만큼 외부의 간섭을 받고 정치부패와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민주적인 정당운영과 깨끗한 정치는 깨끗한 정치자금이 흘러야 가능하다. 음성적으로 들어온 돈은 그 속성상 음성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행 정치자금법에 공식적으로 정당이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비제도와 후원회를 통한 기부금, 국고보조금,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기탁금제도 등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당비야말로 정당이 조성하고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정치자금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이란 그 이념이나 목적에 찬동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조직체이므로 정당이 자율성을 제고하고 당내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당원들이 내는 당비에 의한 정당운영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1%도 못되는 정당을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정당이 깨끗하고 바람직한 정치를 구현해 주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정당개혁과 정치발전은 이제 각 정당의 당원들이 정당으로부터의 수혜의식을 버리고 당비를 납부해서 정치인의 부패고리를 단절시키고, 소신있는 당원으로서 당당하게 정당활동에 참여할 때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하여 가장 정당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의 꽃이라고 부른다. 아무쪼록 제17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당원들의 획기적인 인식전환과 실천을 기대해 본다. /정해현.경기도선거관리위 공보계장

기고/한국 경제의 블랙홀 '실업문제'

최근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비자발적 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자발적 실업이 큰 부분을 존재한다는 것이 심각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일자리는 무수히 있고, 고교 혹은 전문대 및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찾고 있는 기업체들이 즐비하고, 지금 전국 각지에서 인력채용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인력뱅크, 취업알선센터, 각종 정보망 그것도 부족해 대규모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사람을 찾고 있는 기업이 훨씬 많은데 일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특히 구인자들은 빠짐없이 참석하여 면접을 보려고 하고 있으나, 정작 구직자들은 태부족이고 아예 잘 나오지도 않으며, 어렵사리 만나 면접을 마치고 다음날 회사에 나오기로 약속해 놓고도 막상 그날이 오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구인기업들을 실망시키는 사례도 매우 많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체 수출의 대부분을 제조업이 담당하고 있고, 국부의 대부분을 제조업에서 지탱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을 제시해보면, 첫째, 공업계고교에 대한 배려와 그 졸업생(전국 318개교 약 12만명) 및 전문대학(전국 21만명)의 산업계와의 효과적인 연계작업이다. 둘째, 생산현장의 인력부분에서의 극심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으로 제조업 현장이 아사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여건 및 수요에 맞게 해외산업 연수생 인력을 대폭 확대 공급해야 한다. 셋째, 보다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규모의 편견과 오류”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은 약하고 불안하고 평생 직장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젊은이들의 오해와 편견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시찰 기회 확대, 방학을 활용한 중소기업 체험활동(중활) 전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해외신시장 개척 사례 등에 대한 공중파 방송 및 신문지상을 통한 소개 및 무료 홍보 시간의 확대 등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3%를 점하게 된 중소기업의 역할과 위상은 날로 커져가고 있는데, 정작 그 생산·수출의 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사람이 없는 현장에 기술이 꽃 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결코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아가야 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하면 2만불시대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울러 요즘,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하여 살펴보면 청년실업과 중소기업 인력부족이 함께 발생하는 것은 중소기업 일자리가 청년층에게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의 낮은 보상수준 및 복리후생, 열악한 작업환경 등은 청년인력 유입을 위축시키는 한편, 청년층도 능력보다 높은 취업 눈높이로 인해 청년인력이 중소기업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신규채용 수요가 감소하고 경력직 선호경향이 심화됨에 따라 전체 실업자의 53%(42만명)를 차지하고 청년실업률, 즉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는 중소기업에 의해 창출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따라서 청년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 확대를 위해서는 청년층에게 재학중 중소기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여 취업 눈높이를 현실화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생산현장 직무 기피 요인 해소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중소기업 재직자에 대한 세제지원, 복리후생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근무여건을 개선하여 청년 미 취업자 유입을 유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신현태.국회의원

기고/환위험 관리로 기업경영 안정성 높이자

최근 금융시장에서 원화환율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원화는 금년 4월 4일 1천258원을 기록한 이후 강세를 보여 최근에는 1천170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원화강세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5월 이후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선 점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으며 일본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일부 작용하였다. 국내외 예측기관들은 국내경기의 회복징후가 아직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 일본 경제의 회복세, 미국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대만의 환율조작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선 점 등으로 원화강세가 금년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계의 부채부담 등에 따른 내수부문의 급속한 위축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는 수출마저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외환당국은 원화환율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있으나 미국이 무역적자 누증 등으로 원화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어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지역의 경우 미국과 미 달러화에 환율이 고정되어 있는 중국 및 홍콩 수출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아 환위험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원화강세 하에서 기업들이 대외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가절감, 수출시장 다변화, 기술개발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지속적인 구조조정 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단기간에 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영업여건 변화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 환위험 관리체제 구축 및 헤지거래 등으로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금년 6월 무역협회가 수출기업 20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원화환율이 1천170원을 밑돌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어 채산성 적자에 직면하는 기업이 약 3분의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위험을 관리하지 않는 업체가 69.2%에 달하였고 그나마 관리하는 업체도 수출·입대금의 결제시기를 조정하는 초보적인 내부기법만을 이용하는 기업이 41.1%로 상당부분을 차지하였으며 환위험 헤지비율도 40% 이하인 업체가 61%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환위험 관리수준이극히 낮은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위험의 소홀한 관리는 당해기업의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환위험에 노출된 수출·입기업 등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환위험 관리수단으로는 리딩, 래깅, 매칭 등 내부기법 외에 금융기관 등을 통한 선물환, 통화선물, 통화옵션, 환변동보험 등의 외부기법이 있다. 환위험 관리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거래 금융기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주요 선진국 기업들은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환위험 노출정도, 위험회피기간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운용하고 있다. 1인당 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고 경제체질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상시적 환위험 관리체제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윤승일.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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