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영재교육'이 필요한 시대

/강창희(경기도 교육위원)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2001년 11월 16일 다음해 3월 “영재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절차·기준·시기와 영재학교·영재학급·영재교육원 등 영재교육 기관 설치·운영 절차를 담은 “영재교육진흥법시행령”제정안을 체계화하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인 “영재교육진흥종합대책안”을 공청회에서 발표했었다. 그 대책안에는 영재교육 기회를 크게 확대하고, 교육의 질도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나갈 경쟁력 있는 우수 인재를 키우지 않고는 한국의 미래도 없는 것이고, 교육개혁도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획일화된 평준화교육체제에서 평등교육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제화·세계화·정보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인재양성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영재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라를 이글어나갈 인물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라 인구의 0.3~0.5%의 영재들이 담당한다고 한다.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학생들의 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영재교육의 최일선에서 교육한다면 선구자 정신과 보람이 있을 것이고 사명감도 클 것이다. 영재교육의 도입을 놓고 일부학부모·시민단체·교육단체들이 반대하는 등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이미 수많은 영재학교, 또는 수재학교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의 일부 교사·학부모·시민단체·교육단체들이 반대하는 우열반 반편성과 수업도 북한에서는 일반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북한교육에 관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어느 대학교수는 북한의 영재학교는 전국 시·군·구 단위로 한 개씩 현재 전국적으로 2백여 개로 추정된다고 말한바 있다. 북한에서는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영재교육을 반동교육”으로 비판해오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4년 7월 영재의 조기 선발과 체계적인 교육을 지시한 것을 계기로 같은 해 9월 평양 제1고등중학교(과학분야)가 설립됐고, 영재학교는 1985년 12개, 1995년 26개, 1999년 4월부터는 시·군·구마다 한 개씩 모두 2백여개 학교로 늘어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영재교육 분야는 컴퓨터(금성 제1·2고등중학교), 예·체능(음악무용학교·조형예술학교·교예학교등), 외국어(평양외국어고등중학교·각도의 외국어고등중학교), 군사(만경대혁명학원) 등으로 다양하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우열교육도 한창이다. 김책공업종합대학·김일성종합대학 일부학과·학부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만 수재반을 편성했고, 1990년대 초반부터는 각 고등중학교에서 수재반·우수반도 만들어져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이 오히려 영재개발에 열중할뿐만 아니라 ‘영재교육과 우열교육’을 활성화하는 상황을 볼 때 우리도 영재교육과 우열교육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확신한다.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안은 국가백년 대계의 안목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며, 영재교육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오늘의 공교육의 불신, 교실붕괴, 조기유학 병폐양상등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기고/꿈과 희망의 경기예술을 위하여

/이원규(시인) 21세기는‘변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들 앞에도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고 있다. 이 시대적 요청 앞에서 우리의 예술도 어떠한 방향과 방법으로 변화될는지, 일선 예술행정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 그 결과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책임감도 느낀다. 요즘처럼 서로 관심을 갖고 활동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선거를 접했기 때문에 이제는 과거와는 선거 풍토가 다르게 조성되었다. 예전처럼 돈 봉투나 향응에 마음까지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 황당한 공약에 넘어갈 유권자도 없다. 이젠 선거에서만큼은 노련한 판단력이 사람들마다 생긴 것이다. 우리 경기예총은 새로운 변화의 21세기를 이끌어갈 회장 및 임원단 선거가 23일 오후3시에 경기도문화예술회관에서 실시된다. 물론 선택된 19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결정되는 투표이다. 필자에게도 쉴새없이 후보자들에 관한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출마한 두 분 모두 ‘경기예술문화의 중흥’ 에 의지가 불타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선거인단도 모두 그 지역의 책임자급이다. 구구절절 후보자를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현명한 식견과 결단으로 올바르게 선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지회장 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들의 권익대변에 앞장서겠다며 재선을 노리던 정규호 현 지회장에게 허수아비처럼 지킴이 역할을 하는 지회장으로는 권익을 대변할 수 없다며 공격적 마케팅을 내세우며 남궁 원 후보가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다. 경기예총 도지회 및 시·군 예총 창작사업 지원 확대, 경기예총 발전기금 1억원 조성과 경기예술원 설립, 경기문화재단 지원금 확대와 지원사업 평가제도 개선 등 17개 항을 내놓은 두 후보자의 공약만 읽어보아도 희망으로 부풀기에 충분하다.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과 대안이 있는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진정으로 누가 예술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위상을 강화시킬 적임자인가 비교해 보아야 한다. 선택은 두 사람 중 하나이다. 초아의 봉사정신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명예롭고 당당한 지도자가 선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후보자들도 공약 사항만큼은 제대로 이행되도록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그리하여 임원이 아닌 예술가는 본연의 예술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두 후보자를 비롯한 집행부의 임원들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회원들을 위해 일정기간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예술인들끼리는 상대방을 흠집내는 식의 선거운동은 하지 말자. 상대를 험담하는 후보자에게 절대로 표를 주지 않는 새로운 풍토를 조성하자. 그리하여 한마당 축제로 경기예술의 뜨거운 열기를 경기도민들에게 보여주자. 진실로 회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사람만이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는 문화혁명을 일으켜보자. 경기예술을 위해 출마한 두 후보자들의 노고가 고맙다. 좋은 성과 거두길 빈다.

기고/내 이웃의 ‘來日’을 위하여

내 이웃의 ‘來日’을 위하여 / 박상용(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장) 연말이 지나고 새해도 벌써 몇 걸음 내친 터다. 그러나 이웃돕기 성금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는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아직도 연말이다. 12월 1일부터 시작된 ‘희망 2003 이웃돕기 집중모금 캠페인’이 1월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세상 사람의 마음은 하나다. 남녀노소,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명을 차오르는 새해를 향한 마음은 하나다. 불신과 나태와 미련 따위를 훌훌 털어버리고 벅찬 내일의 청사진에 지레 들뜨고 웬지 모를 기대감에 충만해한다. 모두 오늘보다 나은 내일에의 꿈이며 소망이다. 그러나 ‘내일’은 모두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너 나 없이 내일을 얘기할 때 변함없이 오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엔 있다. 발버둥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사람들이다. 갑작스런 부모의 죽음에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소년소녀가장,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제 살길에도 급급해 버려진 노인, 피붙이를 낳자말자 입양시설에 떠맡기고 생활전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미혼모, 사고를 당하고도 아무런 보상없이 직장에서 쫓겨나 가족에게까지 버림받고 거리를 배회하는 가장,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제대로 손한번 써보지 못하고 눈물로 포기해야하는 어머니…. 더러는 고아원이나 양로원, 노숙자쉼터, 장애인재활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되기도 하고, 더러는 얼마의 구호품과 이웃의 손길에 연명해가기도 한다. 오늘을 버티기에도 힘든 이들에게 내일을 얘기한다는 것은 사치를 넘어 고문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들 불행의 공통분모는 돈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지만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부모포기 각서까지 써야 하며, 간혹 내일에 대한 욕망과 현실의 괴리를 견디지 못해 삶을 접는 극단적인 현상도 모두 돈 때문이다. 신년벽두부터 뜬금없는 프랑스 와인바람이 불어 한 병에 수만원 수십만원하는 와인으로 새해를 맞이한다지만 이들에게 그만한 금액은 생사를 가름하는 생명수다. 10만원이면 소년소녀가장이 한달 부식비 걱정을 덜 수 있으며, 50만원이면 절망의 어린이에게 개안수술로 미지의 세상을 열어줄 수 있고, 100만원이면 파란입술로 숨막혀하던 어린이에게 얼음판을 마음껏 지칠 수 있는 힘찬 맥박을 선사할 수 있다. 예년에 비해 연말이웃돕기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이다. 방송이나 신문지면에도 모금행사나 기탁사례 등의 얘기가 뜸하다. 동사무소 앞이나 골목입구에 나붙던 현수막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실제 성금모금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손학규 지사를 비롯해 도청 및 시·군 공무원은 물론, 관내 학교·기관·단체 등의 관심과 협조에 힘입어 공동모금회로 전달되는 성금은 전년보다 상승 추세다. 더 긍정적인 것은 기업체의 큰돈보다는 작지만 불특정 다수인 도민들의 손길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불행의 근원이 경제적 궁핍이듯, 그 해결의 실마리도 경제적 도움에서 찾는 게 순리다. 그렇다고 엄청난 도움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보다 상대적 혜택을 누릴 때 그 미안함의 일부만 내 이웃을 위해 나누면 된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정도는 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공동체 사회를 사는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자격이기도 하다. 이제 공동모금회도 뒤늦은 한해를 접어야 할 시간이다. ‘희망 2003 이웃돕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끝나 소외된 우리 이웃들도 희망찬 내일의 문을 함께 노크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맛 따라 길 따라/광주 분원리 붕어찜 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딸부자집, 강촌매운탕, 남종횟집, 고향매운탕 등 집집마다 크고 작은 붕어찜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다. 40여개의 붕어찜집 가운데 두어곳만 빼고 모두 예전부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살아온 토박이들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20~30년된 전통을 갖고 있지만 더러는 10년미만된 집들도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이곳에서는 붕어는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아산만, 안동댐 등 전국 각지에서 잡은 싱싱한 참붕어만을 쓰는 것이 이곳의 자랑. 무우 시래기도 강원도 등에서 가을에 가져와 다음해 내내 쓸 수 있도록 말려 사용하고 있다. 이곳의 붕어찜은 밑바닥에 네모나게 썬 무우와 시래기를 깔고 태양초로 담근 고추장에 들깨, 후추, 검정콩 등으로 양념을 한 뒤 칼집을 낸 20~25cm짜리 참붕어와 황기 등 한약재를 넣고 30분 정도 지켜서서 장을 끼얹어가며 졸여야 하기 때문에 손맛과 정성이 곁들여 있다. 한입 먹고는 붕어가 비린내가 많이 난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씻어 버리게 됐다. 후추, 간장, 고추가루 등 양념에 한약재를 넣은 장을 사용하는데 간이 푹 배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향긋한 시래기가 얼큰한 양념과 어우러져 제맛을 낸다.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은 집집마다 다른데 그 비법은 주인만이 알고 있다고. 붕어찜을 다 먹은 뒤 칼칼한 국물에 민물새우를 넣어 양념한 것에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다. 붕어를 대추 생강 마늘 약초 등과 함께 하루 종일 고아 즙을 낸 붕어즙(1만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음식점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마늘과 각종 약초·대추·생강 등을 붕어와 함께 넣고 고아낸 붕어즙은 분원리가 자랑하는 건강식이다. 3명이 한잔씩 마실 수 있는 분량을 1만원씩 받고 있으며 맛배기로 한컵씩 거저 주기도 한다. ‘알배기’가 나오는 4월말부터 5월은 1년 중 붕어 맛이 최고인 시기이고 매년 5월 이곳에서 붕어축제가 열린다. /정민수기자 jms@kgib.co.kr

기고/영종도 전역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영종도 전역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현승(영종지역발전협의회 연구위원) 지난해 11월14일 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법(경제특구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오는 7월 영종도, 송도신도시,김포, 부산항만, 광양만 배후지역과 함께 경제특구의 구체적인 대상면적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와 인천시는 오는 2020년까지 송도신도시를 국제업무·지식기반산업 등의 중심지로, 영종·용유·무의도 일대는 항공 물류 및 관광레저 중심지로 개발키로 예정했다. 대단히 환영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경제특구가 발표되면서 불만이 생겼다. 영종도 주민들은 경제특구로 인해 영종·용유도 토지가 특구지역과 비특구 지역으로 양분, 지역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특구의 대상부지가 영종·용유도 전체가 아니라 섬 내의 인천공항 1천700만평과 주변 570만평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섬의 한쪽은 경제특구로 다른 한쪽은 미개발·난개발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주민들은 인천시와 정부가 수년전 부터 인천공항 1천700만평과 운서동 주변 570만평만 2020년 까지 개발키로 하는 ‘부분 개발 계획’을 세웠을 때 부터 불만이 쌓여 왔다. 개발예정지구에서 제외된 운남동, 운북동, 중산동 일부지역 등 영종도내의 다른 1천만평 이상의 땅은 현재 까지 ‘비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송도비치호텔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영종도 전체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는 방식은 아직 고려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검토해 보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면 영종도 전체가 경제특구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경제특구와 관련해 제프리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특구의 규모가 적어도 1억5천만~2억만평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중국 상하이나 신의주 경제특구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들 도시와 경쟁관계에 있는 서해안 영종·용유도 전체가 경제특구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영종도는 섬전체가 경제특구인 제주도 보다 훨씬 작은 섬이다. 이 작은 섬을 특구와 비특구로 나누려는 발상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모토로한 정부의 개발정책의 시야가 얼마나 협소한지 짐작 할 수 있게 한다. 영종도주민협의회(회장 채기석)는 재경부와 인천시가 지혜를 짜내어 영종도 전지역을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라고 있다.

기고/ 시화호 경정장 건립에 대하여

기고/ 시화호 경정장 건립에 대하여 / 송진섭 안산시장 안산시는 21세기를 선도하는 모범 자치단체로 변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안산시가 공단도시임에 붙은 오염도시라는 오명과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안산시는 오히려 공단도시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리려고 한다. 기존 산업단지와 테크노파크 및 첨단연구기술력을 결합하여 선진국의 실리콘밸리나 테크노밸리처럼 첨단의 청정 산업단지로 변화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 자체가 공단도시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구상이라고 생각한다. 안산시는 동시에 다방면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해수유통으로 바다가 된 시화호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상이다. 시화호를 둘러싼 대부도 및 선감도 연안은 청정한 경기도의 해상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시는 이런 천혜의 조건을 활용하여 경기도와 함께 안산시를 관광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실현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시화호에 조력발전소가 건설되고 해양을 관광자원화 한다면 안산에는 또다른 상징이 생기는 셈이다. 이른바 해양 첨단공업도시라는 새로운 가치의 인프라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의 계획중 하나인 경정장이 최근 논란거리가 되고있다. 시의 시화호 리모델링의 첫 단추가 경정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정장은 사행사업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해명이 필요하다. 안산시는 경정장 하나만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경정장 주변에는 30만평의 습지공원이 자리잡았으며, 13만평의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계를 강조한 시민체육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시화호 조력발전, 시화호 수변을 이용한 해양문화시설 도입, 휴양단지 등이 병행 추진된다. 더구나 경기도 서부권의 교통요충지로 자리잡은 안산시는 인천공항에서 송도신도시, 대부도와 시화호를 거쳐 화성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계획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경정장 인근을 휴양단지로 만든다면 안산시민을 비롯해 경기도민, 나아가 중국, 일본의 경정마니아 등 관광객이 가 볼만한 곳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그래서 동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산업과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해양 녹색첨단도시라는 밑그림의 일환으로 경정장이 계획된 것이다. 그야말로 시화호를 살리는 프로젝트와 함께 안산시 전체의 이미지를 바꾸는 계획에 시동을 힘차게 거는 셈이다. 한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행산업화와 환경문제에 관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다. 경정사업은 수백명의 고용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일반적인 평가이외도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있다.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건전한 레저라는 가치가 그것이다. 안산의 경정장만큼은 자치단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모범적인 운영이 되도록 책임지고 건전레저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실현할 장치와 제도를 면밀히 연구할 필요를 느끼며 반드시 도박·사행사업으로 변질되는 문제점을 극복할 것이다.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역시 중요해 현재 시화호 상류가 아직 내수면 보다는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질개선효과를 경정장 건설과 함께 달성할 것이다. 이곳은 시화호에 날아드는 각종 철새의 중심 도래지는 아니기 때문에 철새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히며, 동시에 중앙정부가 벌이는 시화호 개발에 적극 개입하여 생태공원 등 친환경적 개발이 되도록 노력하고 자연이 살아 숨쉬는 시화호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안산시로서는 이러한 구상을 입안하면서 시민, 시의회, 전문가, 시민단체 등과 공청회, 보고회를 통한 여론형성과정도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 여러모로 복잡하게 진행되는 구상에 대해서 안산시민과 논의와 대화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다 함께 문제점을 해결해 가는 선진 시민의 덕목이 안산시에 넘쳐나길 바란다.

기고/무소유

‘평생 배운다’는 말이 있다. 즉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요즘처럼 사회의 발전속도가 빠른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또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사회에 회자되는 주제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문제의식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삶의 진리를 탐구하고 나 자신의 영혼을 빛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배움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배움의 주체는 나 자신이지만 그 내용의 전달자, 즉 선생님은 사람일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으며 책을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한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스승이 있고 진리가 있다’는 말의 의미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어렴풋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 권의 책을 눈으로 읽어가면서 마음으로 와 닿는 저자의 소리에 숙연해지며 ‘아 그렇구나. 이런 가르침도 있구나’하면서 마음속으로 깊은 존경심이 솟구치곤 한다. 한해가 저무는 무렵에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읽었다. 스님의 청빈생활과 무소유의 홀가분함이 얼마나 자유스럽고 아름다운지를 잔잔하게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소금같고 보석같은 말씀들이어서 읽는 동안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 그 무엇인가가 눈 녹듯 사라지며 그 빈자리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물건들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지를, 거기서 벗어났을 때 사람의 존재의 정체성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재물이든 아니든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있으면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소유한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편익을 얻게 되는 이점이 있지만 반면, 그 소유의 무게로 인하여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생활필수품을 소유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유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무소유의 홀가분함과 자유스러움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공허한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현대는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 해소문제가 중요한 이슈이고 소유하지 못한 것보다는 과도한 소유와 그 병폐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이기에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즐거움은 응당 타당한 면을 수긍할 수 있고 소유의 무게에 짓눌리고 정신적 방황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안빈낙도의 자세를 보여준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전체를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전체를 잃겠다는 것을 의미함이 아닐까. 사회는 더불어 사는 것이고 서로 주고받으며 사회는 굴러간다. 계미년 2003년 새해에는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되고 더불어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고/새로운 리더쉽으로 국운상승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단 하루, 한 시간 변하지 않고 우리 옆을 스치는 시간은 없다. 우리는 늘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를 실감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구름은 늘 그렇게 떠 있고, 나무는 늘 그렇게 제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구름이 어제의 구름이 아니고, 서 있는 나무 속에서는 변화를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음을 알고 있다. 돌이켜 보면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인식하고 이에 적응한 사람들은 역사의 주역이 되었고, 그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채 과거와 기득권에 집착했던 수많은 개인, 사회, 국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 채 마무리되었다. 대선 당일 출구조사가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자신있게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변화를 원한 국민들은 그를 선택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변화의 흐름을 노 당선자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여기에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안목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반만년 역사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권위주의 사회에서 수평적 분권사회로의 변화를 알려주는 서곡이다. 우리는 그동안 오랜 유교주의 전통에 따른 장유유서의 가부장적 위계질서에 익숙해 왔지만 해방 이후 자유주의 물결 속에 꾸준히 민주주의의 성장을 이루어 왔다. 해방이후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대통령직선제 문민정부, 그리고 국민의 정부로 이어져 왔고 이제는 국민의 정부를 넘어선 평등주의적인 정부까지 선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의 길목에 서 있다. 노 당선자를 21세기 첫 대통령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숫자의 바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중동의 이라크에서 감도는 전운과 북한의 핵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질서가 재편되려고 하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그러면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되는 한 해가 되기 위한 리더십의 요건은 무엇일까. 세가지만 요약하면, 첫째는 지적자극을 수용할 줄 아는 유연성이다. 중국 고전 노자의 道德經’에서 ‘어린 새순은 부드러워서 쑥쑥 자라지만 딱딱한 고목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정권이 자리잡고 틀이 짜여지면 경직되기 쉬워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어렵고 또 시행과정에서도 기득권층 등 이해 당사자들의 관여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으므로 정권 초기단계에서부터 국정과 사회 변화의 틀을 잘 짜고 운영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균형감각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제로섬(Zero Sum) 사회이다. 즉 어느 한 쪽이 이익을 보게되면 다른 한 쪽이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으로 꼽히는 것이 의약분업인데, 이번 대선 TV토론에서도 밝혀졌듯이 세 후보 모두 의약분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의약분업의 예에서 보듯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칙이 세워져야 하고 여기에는 고도의 판단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리더란 어려운 것이며, 리더에게 냉철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는 의사소통 능력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따르라’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러한 일방적인 리더십은 상대방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을 배려함은 물론 중지를 모아 취합할 줄 아는 리더십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제 온 국민들이 기대에 찬 새해를 맞이했고 곧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지난 월드컵이 우리에게 국운융성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면 금년 새해엔 우리나라의 국운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새해이다. /가평부군수 이병걸 /고창수기자 cskho@kgib.co.kr

기고/북한 공동사설 어떻게 볼것인가

/이경순(평화통일문제연구소장) 북한의 핵 재가동 문제가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첨예하게 대두된 2003년 새해에도 북한은 예년같이 당보, 군보, 청년보 등 3개 신문 공동사설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공동사걸은 공화국 창건55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선군의 위력으로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 라는 구호를 높이들고 강성대국의 총진군을 힘있게 다그쳐야 한다”며 “공화국 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군사상에 기초한 당과 군대와 인민이 일심단결을 철통같이 다져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위대한 영도자의 두리에(둘레)에 뭉친 일심단결은 혁명의 천하지대본이며 강성대국 건설의 결정적 담보”라며 모든 당원과 근로자들은 선군사상과 노선을 삶과 투쟁의 좌우명으로, 절대 불변의 진리로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국통일 이징표는 6·15 남북공동선언이라면서 “온결레는 6·15북남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변함없는 이정표로 내세우고 “민족주체의 위력으로 통일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이같은 공동사설은 핵 문제가 불거진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6·15 공동선언에 입각한 남북간의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감으로써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성익 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도 작년말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내년 남북 양측은 제9차 장관급회담과 4차경제협력 추진위원회 및 그 산하분과 회의를 열고 경제협력 사업을 활성화 하기위해 협의 및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접촉을 순차적으로 갖게 될것”이라고 남북대화 의지를 밝혔다. 대통령선거에서 대북화해의 철학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핵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관시믈 가졌을 것이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그동안의 대남기조를 유지해 가는쪽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숨통을 틔워줄 유일한 출로는 남한이라는 점에서 올해 북한의 대남정책은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의지는 이달 중순께 서울에서 열리는 제9차 장관급회담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이며 남북간 대화기조의 유지가 복격 판명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동결 해제와 미국의 압박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간 협력 분위기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객관적 상황의 한계는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제약할 전망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상 의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한정부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북한의 ‘민족공조’강조는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다.

기고/멋있는 여생을 보내자

멋있는 여생을 보내자 박형규(경기도의회 편집주간) 흔히 노인의 삶을 4고나 5고로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목적이 없고, 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쪼들리고, 고독감에 사로잡히며, 일터가 없는 것 등이다. 인생은 무엇일까 죽기 전의 삶은 어떠한가? 어떻게 늙어야 할지에 대해 배우는 것은 삶의 마지막 과제중 하나이다. 그리고 어떻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에 대해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마지막 과제다. 활력이 줄어들고 자신이 내리막 길에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평온하게 또는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노년에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각자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랄 뿐 늙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을 어떤 형태로든 전해 주려고 애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훌륭한 노년은 경험의 극치요, 한생애의 걸작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9년에는 생산능력이 있는 청장년층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정부가 최근 내놓은 ‘고령화 진전과 예상되는 주요 정책과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9%인 377만명으로 우리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또 2019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들어서는 기간은 우리나라가 19년으로 프랑스의 115년, 미국 71년, 일본 24년 등 다른 외국과 비교해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가 그만큼 시급함을 의미한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75.9세이다. 76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유로운 시간은 불과 얼마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웨덴의 속담 가운데 “인생 100년 그리고 7일”이라는 말이 있다. 100년의 인생을 밝고 즐겁고 충실하게 보내다가 100년째에 쓰러져 7일동안만 주위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7일째 되는 날에 숨을 거둔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은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황혼기라고도 말할 수 있는 남아있는 인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그 사람의 자유이지만 만약 풍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승리로 장식될 것이며 현역시절의 고통도 밝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이후의 남아 있는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보내려면 지금부터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자신을 개발하고 남을 돕는 봉사로 삶을 업그레이드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전 멋진 노인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기 위해 멋지게 사신 것은 아니지만 멋있는 인생도 보내면서 상도 받았으니 더 멋진 삶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의 50대부터 90대까지를 연령별로 나누어 보면 50대는 지식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나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아는 것이 그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60대는 외모의 평준화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나 식당 아주머니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70대는 성의 평준화다. 남편이 있으나 없으나 아내가 있으나 없으나 성관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80대는 부의 평준화다.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먹고 사는게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90대는 생사의 평준화다. 죽은자나 산자나 살았다고 죽은 자보다 나은게 별로 없으며 살아있되 주위에 부담을 준다면 죽은 것만 못하다는 이유에서이다. 100세가 넘으면 거의 자연속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죽으면 한줌의 흙으로 변하여 누구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사성어에 ‘공수래 공수거’란 말이 있듯이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고령사회에 있어서는 어르신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나 국가 또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서 여생을 마칠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때인 것 같다.

<기고>담배를 추방해야 하는 이유

/이지현(사)한길봉사회 경기도지부장 “아빠! 담뱃 맛있어요?”담배 피우는 어른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본 초등학생 아들이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는 “응! 그래”하고 무심코 대답했다. 그러나 아들은 도대체 담배가 얼마나 맛이 있는가 하는 호기심에서, 어른이 돼보자고 하는 모방심리에서,아버지 담뱃갑에서 몰래 꺼낸 담배를 숨어 피워 보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헷갈리는 고통에도 담배를 피워봤다는 호기심과 모방심리의 성취감에서 친구들을 자극했다. “너희들 담배 피워 봤니?”하고 충동질을 하는 것이었다. 아들의 물음에 아버지의 대답이 반대로 나와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아빠! 담배 맛있어요?”에 “아니야, 담배는 몸에 해로운거야…”라고 해도 아들의 호기심은 여전하다. 도대체 담배가 나쁘다면서 피우는 것은 웬 일일까하고 모방심리에 절로 빠져든다. 이래저래 해서 청소년의 흡연층이 낮아져 초등학생까지 번졌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설마’했다. 그랬던 것이 극히 일부이긴 하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매우 충격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토록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한 것일까, 다름이 아닌 바로 어른들 책임이다. 금연운동이 벌어지고 있긴 하나, 흡연을 죄악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연가들은 혐연권과 함께 끽연권의 보장을 요구한다. 하지만 혐연권엔 사회적 폐해가 없어도 끽연권엔 사회적 폐해가 따른다. 혐연권은 자유일 수 있어도 끽연권은 자유일 수 없는 이유 또한 이에 있다. 담배 태우는 것을 일컬어 습관이라고들 말한다. 담배가 의약품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습관성 중독인 점에서는 마약류와 다를바가 없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하는 법률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모든 정보가 개방된 마당에 성인에게 제한된 정보가 미성년자에게 유입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담배 역시 이같은 맥락에 속한다. 담배가 왜 해로운가에 대한 조기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유치원에서부터 이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냥 교과서적인 교육이 아니고 담배의 폐해를 구체적으로 일깨우는 실질적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어른들에게 단연을 권고하도록 될 때, 비로소 청소년 흡연을 줄이거나 근절할 수 있다는 사회적 처방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담배의 폐해로 인한 미국 등 선진국의 소송은 널리 알려졌다. 또 담배회사의 패소 판결 역시 다 아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사건이 지금 계류중인 것 역시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담배 폐해의 심각성을 이처럼 알면서도 이에 대한 대책은 지극히 미온적인데 있다. 정부는 담배인삼공사를 민영화하려 한다. 하지만 민영화보다는 아예 담배로 인한 국세세입을 포기, 담배를 추방해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범국민적 담배 추방의 주장을 차마 내세우기는 어렵다. 하나, 어른들의 흡연이 청소년들을 비롯한 흡연의 정서에 얼마나 반사회적인가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하여, 후대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법률적 조치 이전에 지금의 기성세대부터 담배를 끊어야하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어른들이 습관성 중독의 담배를 끊지않고 어떻게 자신의 아들들에게 이를 타이를 수 있겠는가를 깊이 자성해야 할 것이다.

<기고>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

/김광남(안양지역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장) 무릇 배움이란 끝이 없다. 그래서 인생을 배움의 연속이라 한다. 가르침을 주는 사람은 반드시 학문이 뛰어 나고 인격이 고매하거나 높은 덕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승이라고 해서 배우는 사람보다 반드시 나이가 많을 필요도 없다.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이란 말처럼 배움의 대상은 세상 도처에 널려 있다. 12월 19일의 대통령선거, 더 정확하게는 대통령 후보 결정과정과 대통령 선거후까지 우리 정치와 사회 일각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현상들도 우리에겐 배움 그 자체이다. 우선 선거과정부터 보자. 피켓과 어깨띠로 무장하고 무표정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선거운동원에게선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낀다. 선거 때만 되면 걸려오는 홍보전화는 찍어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짜증만 유발한다. 디지털 사회, 미디어형 국민들 앞에서 펼쳐지는 이런 낡은 아날로그 선거방식은 정치가 국민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이상 흑색선전과 같은 네거티브(negative)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돈과 조직으로 동원된 허깨비 당원들보다는 네티즌과 자발적 지지그룹의 힘이 한없이 크고 위대함을 증명했다. 그 만큼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건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된 사람’과 ‘몹쓸 사람’을 식별해 낼 수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물에 빠진 사람 발목을 잡듯이 사사건건 발을 걸고 재를 뿌리던 몇몇 정치인들의 모습을 통해 역시 그들은 ‘감’이 아니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두 후보와 같이 몸담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딴죽 걸거나, 싫다고 나갈 땐 언제라고 막판에 다시 합류한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이것이 기회주의다’라는 표본을 보여주었다. 사필귀정이라고 역시 그런 사람들이 잘 될 턱이 없었다. 세상이 어찌나 이리 정직한지 난 이 세상이 너무 맘에 든다. 이번 선거는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란 말처럼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원칙은 남에게는 엄격히 적용하되 자신은 예외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바보 노무현이 보여준 일관된 정치적 소신과 원칙은 오히려 자신에게 엄격한 ‘원칙중심의 리더십(principle centered leadership)’을 보여주었다. ‘노깡-노변-노짱’의 과정을 통해 일관되게 고집해온 그의 원칙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했던 표리부동한 일부 386정치인, 거물 정치인, 스타정치인들이 가진 이중적 소신이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악(惡)과 독(毒)’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제 ‘노통’시대에도 그 원칙과 소신이 굳게 지켜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번의 패배 끝에 홀연히 정치를 떠나는 이회창의 모습도 구질구질하게 목숨을 이어가는 낡은 정치인들에게 깨끗한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은 퇴장이다. 한 시대의 큰 사건을 통해 얻는 이들도 있고 무감각하게 지나가는 무리들도 있다. 후보였던 두 분을 통해 그들의 장점만을 우리가 배우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주변에서 추악하고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람들이 우리에겐 더 훌륭한 스승이다. 사람이 잘못을 통해 반성하지 못하면 짐승이나 다름없다. 정치도 깨닫고 변하지 못하면 세월이 가더라도 국민이 여전히 외면하는 ‘개판’과 다를 바 없다.

<기고>'가난한자들에 축복을...'

“하늘높은곳에는 하느님께영광, 땅에서는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가 2, 14)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 아기 예수께서 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은총과 평화를 가득히 내려 주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천사들의 입을 통하여 “오늘 밤 너희의 구세주께서…. 나셨다”(루가 2, 11)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환호하며 목동들처럼 말구유로 달려가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립시다!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몸소 사람이 되시어 인간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지를 말해 줍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기뻐해야 할 일입니까! 예수님의 성탄은 이처럼 하느님께서 인류구원을 위해 직접 역사 안에 결정적으로 개입하신 사건입니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죄를 범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 아닌 우상과 재물을 더 섬기고, 욕망에 따라 마음대로 살아갑니다. 사랑자체이신 하느님은 이런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 그리스도와 함께 당신의 생명과 영광과 행복을 물려받을 상속자로 삼고자 하십니다(로마 8, 17 참조).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요 구원 계획입니다. 바로 여기에 인간 존엄성이 있습니다(사목헌장 19 참조). 구세주 예수께서 당신의 탄생을 통해 보여주신 사랑과 겸손의 모범을 본받고 실천한 예는 복지시설들은 물론이고 그밖에도 교회 안에서, 소공동체에서, 직장에서, 청소년들 가운데에서, 성가정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노숙자들이 많을 때에 그들을 보다 잘, 깊이 이해하기 위하여 역에 가서 노숙자들과 같이 잠을 잔 사제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출소자들이 사회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폐식용유를 이용한 저공해 비누공장 ‘밝음터’와 장애자들을 위한 공장인 ‘개미산업’ 그리고 교구가 운영하는 저소득층들을 위한 자활센터 등이 그런 것들입니다. 이런 곳들이 바로 예수 탄생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살아가는 모습이요, 하느님의 사랑, 교회의 사랑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아기 예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로서 위에서 본 예와 같이 스승이신 예수 탄생의 신비를 살아가도록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즉,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우리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어 그들 가운데에, 그들 중 하나로 태어나는 생활을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구민들이 다음 세 가지를 함께 실천해 주기를 권고합니다. 수원교구는 올해 시노두스 결정문인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 실현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위의 두 주제는 수원교구민 전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택한 것입니다. “백성의 소리는 하느님의 음성(Vox populi vox Dei)”이란 격언처럼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하여 우리 자신이 ‘작은 예수’가 되는 것이 예수 성탄을 참으로 감사하며 사는 길입니다.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객관적인 “진리”보다는 구체적인 “삶”을 더 중요하게 보고 믿는다는 것과 ‘주 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선용이란 차원에서 모든 신자들이 복지활동에 참여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이런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야말로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제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요 성탄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친애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는 예수님을 기쁘게 영접합시다. 그리고 성탄의 신비, 강생의 신비를 살아감으로써 우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작은 예수’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탄생하시는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2년 성탄절에 천주교 수원 교구장 최 덕 기 주교

<기고>그리운 지조(志操) 정신

/양승본(영덕고 교감.소설사) 지조(志操)라는 것은 함부로 마음을 바꾸지 않고 지켜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굳은 지기(志氣)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조는 기회를 타는 기회주의나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져서 간에 붙고 쓸개에 붙으면서 자주 변심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과는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지조는 간신(奸臣)과는 아주 반대의 말이다. 더구나 지조는 충신의 길로 통하는 것이지만 간신은 아첨(阿諂,과 통한다. 아첨은 자기의 이득을 노리고 상대방의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리는 것이기 때문에 간신은 아첨에 매우 능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간신과 전혀 다른 말은 충신(忠臣)이며 충신은 지조를 지키는 것을 으뜸으로 하면서 실천을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 충신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이 성삼문일 것이다. 그 만큼 충신 중에서 성삼문은 돋보이는 인물이다. 물론 성삼문 뿐만 아니라 사육신의 지조(志操) 정절(貞節)이 모두 보통 사람으로는 따르기 힘든 정신이요 행동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손톱 밑에 작은 가시 하나만 박혀도 고통을 참지 못해 그 가시를 빼기 위하여 노력을 한다. 그러다가 스스로 빼지 못하면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은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참아내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하지만 성삼문은 빨갛게 달구어진 쇠를 이용하여 온 몸을 불로 지지고 계속 담근 질을 당했어도 자신이 가진 그 정신을 굽히지 않았다. ‘너는 어찌하여 짐에게 반항하느냐’는 세조의 말에 성삼문은 세조를 진사라고 부르면서 ‘내가 무슨 반항이요? 누가 자기 임금(단종)을 사랑하지 않겠소? 진사는 남의 나라를 빼앗은 사람인 것이오’라고 일편단심을 말했다. ‘아버지’를 부르면서 울부짖는 딸을 뒤로하면서 죽기 직전에 막걸리 한잔을 마신 후 읊조린 그의 시조를 보면 더욱 그의 지조가 얼마나 곧은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봉래산 제일봉에 낙랑장송 됐다가/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진리라는 것은 세월에 관계없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삼문은 현대로 말하면 의리(義理)의 사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의리(義理)란 무엇인가? 신의를 지켜야할 교제상의 도리이며 사람으로서 행하여야 할 옳은 길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 세태(世態)는 지조와 관련되는 의리나 정절(貞節) 대신 변신과 아첨이 판을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계의 경우에는 지조를 지키면서 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일부의 정치인은 적당한 이유를 대면서 자신을 뽑아준 선민(選民)들과는 아랑곳 없이 쉽게 당적(黨籍)을 옮기는 일도 있는가 하면 아름다운 협의나 합의 보다는 서로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당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옳으니 그르니 하다가 욕설까지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가끔은 듣기에 민망한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혹자는 말하기를 철새 정치인이니, 기회주의이니 하면서 떠들어대기도 한다. 또 선거 때마다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도 많다들 한다. 이런 상황하에서 현대인에게 옛 선비들이나 정치인들이 지녔던 지조를 말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지조라는 그 정신일 것이다.

기고/선물

선 물(膳 물) 올해의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성탄절은 물론 연말연시를 전후하여 사람들은 많은 선물을 준비 할 것이고 또 받을 것이다.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에겐 선택의 고민과 전해주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받는 이에겐 설레임과 기쁨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이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선물은 과연 어떤 것이 진실 되고 참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 한 편이 있다. 가난한 젊은 부부가 성탄절을 맞아 서로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다. 부부는 고민을 하다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는 조상들로부터 전해오던 회중시계가 있었는데 줄이 없어 차고 다닐 수 없었고, 아내는 길고 아름다운 머리가 있었지만 가꿀 수 있는 빗이 없었다. 형편이 어려워 살수 없을 것 같아 각자가 지닌 물건, 즉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 빗을 사고 아내는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계 줄을 사게 되었다. 비록 서로에게 전해 준 선물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지만 부부가 서로 사랑과 진실한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이니 얼마나 값지고 참된 선물이었을까? 지금도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과연 나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얼만큼의 진실과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었으며 받았을까 자문해 본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고교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면서 어느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해 드린 일이 있었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으셔서 보자기 속을 한참을 더듬다가 찐 고구마를 건네 주셨다. 당연히 노인 분께 자리를 양보해야함에도 감사의 표시를 하시려 건네주시던 찐 고구마, 난처하긴 했지만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의 손길과 얼굴 표정은 잊지 못할 선물로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선물 하나! 십칠년이 지난 지금도 상자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내의 한 벌이 있다. 모 지역의 책임자로 근무할 때 결핵환자 수용소인 ‘상록원’을 격려 차 두어 번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곳은 산간 벽지에 있었고 수녀님들이 봉사하며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 수녀님으로부터 속내의 한 벌을 선물 받았다. 내의를 몇 십 벌을 사다 주어도 시원치 않을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희생하며 봉사하는 수녀님으로부터 선물을 받게 되다니…. 수녀님의 참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받기는 했지만 너무도 귀하고 값진 선물이었다. 그 상록 요양원이 아직 있는지, 수녀님은 아직도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하면서 아름답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진실과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은 기억도 나지만 내가 전해 준 선물 중에 가슴이 아렸던 일도 있었다. 고교시절 어느 모임에서 성탄절을 맞아 어느 기준을 정해 놓고 선물을 준비하라고 했다. 선물을 섞어 놓고 제비뽑기를 해서 고르기로 했는데, 준비할 여력이 없어 달랑 노트 두 권만 포장해 선물들 사이에 섞어 놓게 되었다. 나에겐 좋은 선물이 걸렸지만 내가 준 선물이 선택된 사람의 실망스러웠을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그 사람이 누군가 알면 다른 선물을 전해 주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 속에 후회로 남아 있다. 이제 곧 성탄과 연말연시를 맞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준비하고 전해야 할까? 작든지 크든지 방 하나 가득 채울 선물을 찾아야 한다면 해답은 양초라는 말이 있다. 방에 초를 켜 놓으면 방안 구석구석까지도 밝게 비출 수 있으니 방안 가득 채울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의 몸을 태워 환하게 밝혀 주는 초야 말로 커다란 선물이 아닐까? 참된 선물은 가격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닌 준비하는 사람의 참된 마음과 정성이 얼마만큼 담겨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하나님께서는 세 명의 천사를 이 세상에 보내어 아름다운 것을 골라 오라고 하셨다. 한 천사는 아름다운 꽃을, 다른 천사는 어린 아이의 웃음을, 마지막 천사는 사랑을 가지고 천국으로 갔다. 어린 아이의 웃음은 그동안 늙었고, 아름다운 꽃은 시들어 버려 소용없어 졌지만 사랑은 영원토록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었다 한다. 마지막 천사가 가지고 간 사랑처럼 가슴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사랑이 듬뿍 담긴 선물을 찾을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정년이라는 언덕을 넘어 쉼터에 앉아 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모습을 아름답게 가꾸고픈 열정이 젊은이 못지 않기에,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나와 주고받았던 선물의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 찾고 있다. 사치스럽고 호화스러운, 주고받으면서도 서로에게 마음에 부담을 주는 선물을 배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자.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참되고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사랑의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2년 12월 전 남양주 시장 황 종 태. 황종태 보냄

기고/물처럼 흘러 가리라

물처럼 흘러 가리라 김현옥시인·수원 수일중 교장 필립 시몬스, 주옥같은 수필과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장래가 촉망되던 문인이었던 그는 35세의 나이에 루게릭이라는 병에 걸려 5년밖에 못산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게 된다. 루게릭병이라면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바로 그 병이다. 온몸의 근육이 무력해지는 근무력증을 앓으면서 저자는 ‘한번에 찻숟가락으로 하나씩 생명력을 덜어내는’ ‘느리고 성가신 폭력’앞에서 8년을 더 살게 된다. 그 느리고 성가신 폭력 앞에서 저자는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를 유별나게 만들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인간의 삶은 어차피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식한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삶이다. 나는 진정코 그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삶의 생기와 환희를 알기 전에 유년기를 병마에 시달렸다. 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런 병 저런 병 다 앓았다. 나의 몸은 갖가지 병원균들의 서식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바이러스나 세균들)들에 대한 두려움이 전이되어 그런지 지금도 벌레라는 벌레는 끔찍이 무서워한다. 겨우 몸을 추스를 정도가 되자 나 대신에 아버지가 힘든 투병생활을 하시게 되었다. 엄마와 함께 생활에 지치고 주눅든 가족들을 돌보면서 그리고 밤마다 아둔한 나의 인식능력에 절망하면서 소년기를 보내었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들이 외모를 가꾸고 포장하면서 백마를 탄 왕자를 꿈꾸는 시절에도 나는 ‘위로 향하는 타락’으로 끊임없이 발돋움하고 발버둥치면서, 나를 살리기 위해 비상하는 법, 추락하는 법을 터득하려고 하였다. 당시에 나는 코끝으로 죽음의 비린내를 맡으면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사랑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20, 30대가 가고, 40대도 가버렸다. 이제 50대 중반에 들어서니 죽음의 문제가 더더욱 편안하게 다가선다. 죽음의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들 속에서 나의 친구요 삶의 화두가 될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욕구나 욕망이 다 부질없다고 느껴진다. 물처럼 흘러가리라 마음먹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여기, 내가 만나는 모든 존재와 사람들이 그렇게 절실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오늘 내 몸을 괴롭히고 있는 이 신열과 고통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요즈음 나는 고통과 슬픔, 무기력감과 허무감, 권태와 고독, 죄와 업 그 모든 것을 다시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또한 나는 오늘 기쁨과 환희, 갈애와 집착, 아집과 편견을 다 놓아버리고 있다. 놓아버리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어떻게 우아하게 떨어질 것인가. 작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놓아버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그 놓아버림은 포기나 체념과는 다른 것이라고.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내 병에 대한 진단을 받기 전에는 사는 것이 따분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하루가 의미있고 가치있는 나날이 될 테니, 이 얼마나 행복한 노릇인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더 잃을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으니 모든 것이 축복이다. 소멸하는 것은 아름답다.

기고/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 시스템

지방의 한 중소기업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는 A양, 오늘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연말이 다가오는데다가 지난 달에는 퇴사한 직원도 많고 새로 입사한 직원도 많아서 여기저기 신고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까지 그동안 팩스로 각종 신고서를 전송해 왔는데 팩스는 걸때마다 통화중이고, 우편으로 발송하자니 마감일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퇴직한 직원의 건강보험신고를 누락하여 과장님한테 또 한 소리를 들었다. 이번 달에는 빠뜨리지 않고 잘 처리해야 할텐데…4대 사회보험의 각종 신고업무를 한번에 처리할 수는 없을까? 그동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온 ‘전자정부’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4대 사회보험이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 시스템’을 통하여 인터넷으로 각종 신고를 접수할 수 있게 되었다.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별 각각 별도로 운영되던 정부 시스템을 상호 연계하여 창구를 일원화하고 4대 사회보험의 공통업무를 동시에 처리하여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1월 4일부터 동 시스템이 시험 실시하고 있으며, 사업장이나 가정에서 인터넷으로 사회보험에 대한 가입·변경·탈퇴신고 등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 신고할 수 없는 경우에도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각 지사,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중 가까운 한 곳에서 다른 사회보험 업무까지 한꺼번에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보험 신고에 필요한 각종 서식은 사회보험 포털사이트(www.4insure.or.kr), 노동부 워크넷(www.work.go.kr), 국민연금관리공단(www.npc.or.kr), 국민건강보험공단(www.nhic.or.kr), 근로복지공단(www.welco.or.kr)홈페이지와 각 공단 지사에 비치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 또한 전자정부(www.egov.go.kr)와 직접 연결하여 처리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유를 통하여 사업자등록증과 휴·폐업 사실증명원 등의 제출해야 할 첨부서류도 대폭 감축되어 민원 편의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를 통한 개인정보는 전자인증과 같은 통제 절차로 엄격하게 보완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유출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시험실시 기간은 오는 31일까지 운영되며 이 기간 중에 나타난 국민 불편사항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즉각적으로 보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4대 사회보험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편의와 서비스 향상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 노력해 나갈 것이다. /정찬영 (국민연금관리공단 평택지사장)

<기고>급식방법 여건에 맞게 선택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급식은 각 시·도 교육청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직영과 위탁 등 2가지 유형으로 실시되고 있다. 직영이란, 교육청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식당 조리실 등의 시설을 설치하고 학교가 영양사 조리사 등의 인원을 직접 채용해 식단운영, 조리, 배식, 식자재구매, 사무관리 등 모든 업무를 학교에서 직접 담당하는 방식이다. 정반대로 위탁급식이란, 전문 민간업체가 교육청과 학교 가 하던 업무를 자체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대행하는 형식을 말한다. 학교는 민간업체가 제대로 하는지 철저한 관리감독만 하면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획일적이고 단편화된 구조에서 전문화되는 사회, 다양한 선택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같은 시대 조류에서 경기도 교육청은 중·고등학교의 급식을 기존 직영 방침에서 지난 9월부터 학교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학교 여건에 가장 적합한 방식(직영과 위탁중 한 가지)을 스스로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돼 ‘급식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직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업체는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직영과 비교해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직영과 위탁 양쪽 모두 장점 및 문제점이 있다. 기록이나 통계자료에서도 상호 우위를 점하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직영은 초등학교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유년시절 부터 올바른 식사예절을 심어주고 편식을 안하는 습관, 질서 지키기 등 교육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반대로 부식납품 및 입찰과 관련해 일부 잡음내지는 오해가 발생하는 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급식과 관련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예산이 과다 지출되고 학부모들이 급식도우미로 나가야 하는 불편도 있다. 전문회사 위탁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로 인해 전체가 이익만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학교급식을 위탁으로 시행한지 4년여 지나면서 올해는 식중독 사고가 10월 현재 단 1건도 발생하지 않는 등 위탁운영이 정착돼가고 있다. 그동안 위탁급식 가운데 이동도시락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았던 관계로 대다수 학부모들은 ‘위탁급식’하면 ‘이동 도시락’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외부에서 아침일찍 조리한 음식이 점심에 배달되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위생사고의 원인이 돼 위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행하는 위탁급식이란, 전문회사가 학교안에 조리실을 설치하여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민간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래서 국가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자 국가 기간사업인 전력, 철도, 통신, 은행, 심지어 교도소 조차 민간 전문업체에게 운영을 맡겨가고 있다. 급식 역시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물론 서울시청과 구청, 국회, 검찰청, 법원, 심지어 군부대 조차 민간위탁하는 추세에 있다. 민간기업이 만든 유아용 분유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분유회사를 정부가 직접 만들어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직영은 이제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직영이든 위탁이든 학교장과 학부모가 여건에 맞는 급식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미래를 짊어진 우리 자녀들이 더욱 맛있고 균형있는 영양을 섭취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결식학생돕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서원현

<기고>나쁜 중독, 좋은 중독

/구본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팀장) 얼마전 개봉된 영화중‘중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형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어 형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형의 영혼이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것처럼 속여서 형수와 살게 되는 말 그대로 한 남자가 사랑에 중독된다는 내용이다. 무엇인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빗나간 사랑, 마약, 알코올, 도박같이 한번 중독에 걸리면 그 파장은 자신의 의지는 물론, 가족과 이웃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간다. 이런 중독은 사회 악이다. 몇 달 전의 일이다. 학교 선배님의 점심 초대로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현관을 막 들어서는데 아이들 꾸짖는 소리가 들렸다. 중3, 중1된 두 딸이 전화요금과 관련하여 훈계를 듣고 있던 중이었다. 내용인 바 700서비스를 너무 많이 이용하여 평소 5만∼6만원이던 전화료가 갑자기 20만원이 넘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700서비스로 핸드폰 벨소리를 최신곡으로 자주자주 바꾸는 것은 물론 대화방 같은 곳에 전화를 해서 잡담을 하는 등으로 전화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700번으로 시작되는 전화서비스가 많다. 날씨나 교통정보제공에서부터 대학합격유무 확인까지 그 용도는 다양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흥미위주인 것이 문제다. 핸드폰 벨소리를 최신곡으로 바꾸기, 좋아하는 연예인의 목소리 듣기, 선물타기 퀴즈나 게임 등등. ‘엔조이방’ ‘엿듣기방’ ‘포르노보기’ 등 이름부터 수상쩍은 전화서비스까지 청소년들을 무방비로 유혹하고 있다. 사실 나도 700서비스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다. 700서비스로 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경기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팀장이다. 060-700-1212. 지난해까지는 700-1212였으나 정보이용 사이트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해부터는 060-700-1212로 바뀌었다. 이 번호로 한 통화를 할 경우 2천원의 성금이 적립되어 소외된 우리 이웃들에게 돌아간다. 매년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는 ARS모금액에 애태우는 나에게 다른 700서비스는 중독이라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안타깝게도 그 흔한 700중독 중에 ‘성금모금700중독’에 걸린 사람은 의외로 적은 것 같다. 지난해의 경우 도내서 060-700-1212를 누른 횟수는 9만 건 정도다. 980만 경기도민은 물론, 220만 가구에도 턱없이 모자란 숫자이다.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누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모금ARS에 참여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다른 700서비스는 이용하는 대로 비용이 들고 하루에 몇 번이고 걸 때마다 요금이 올라간다. 하지만 060-700-1212는 다르다. 하루에 아무리 여러 차례 눌러도 한번밖에는 되지 않는다. 10번이고 100번이고 걸어도 2천원만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060-700-1212의 중독자는 생기지 않는 걸까? 방법을 몰라서일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못 지나치는 정많은 민족이다. 이들이 성금의 귀중한 의미를 안다면, 그 성금이 우리 이웃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희망으로 돌아가는지 그 가치를 안다면 중독되지 않고는 못배길 것이다. ARS 한 통화는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등에 전달되어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되살리는 귀하디 귀한 불씨가 된다. 올겨울은 따뜻하다지만 그래도 바람은 차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겨울은 더욱 고통스러운 법이다. 이들을 위해 일년 내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희망2003 이웃돕기캠페인’ 기간(12. 1∼1. 31)만이라도 매일매일 060-700-1212에 중독되면 어떨까? 올겨울에는 모든 사람이 060-700-1212를 누르는 ‘좋은 중독’에 걸리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기고>운전문화도 성차별

“저 앞차 말이야 틀림없이 여성 운전자일거야…”앞차가 과속을 않고 제대로 가는데 대한 뒷차의 남성 운전자 불만이다. 그리고는 추월하면서 여성 운전자가 맞으면 냉소의 시선으로 힐끔 쳐다본다. 그러니까 과속을 않고 얌전히 차선을 지키고 가면 그 차가 설령 남성 운전자일 지라도 여성 운전자로 아는 지경이 됐다. 난폭운전 위주의 자동차문화가 이토록 피폐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면도로에서 마주쳐 남성 운전자 차가 좀 물러 서 주어야 할 상황인데도 떡 버티고는 여성 운전자더러 물러서길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가 시비가 생기면 한다는 소리가 “여자가 다 차를 끌고 나와 귀찮게 한다”며 욕설을 해대기도 한다. 어느 사회단체가 수집한 운전자 성차별의 사례가 이러하다. 기막힌 사례가 또 있다. 차선을 끼어드려는 차가 있어 두어대를 끼어 들도록 양보하고는 뒷차가 빵빵거리는 바람에 더 지체할 수 없어 또 끼어드려는 차를 제치고 한참 진행하는데, 끼어들지 못한 차가 뒤따라와 추월하면서 남성 운전자가 손가락질을 마구 해댔다는 것이다. 화가 치민 여성 운전자가 뒤쫓아가 결국 사과를 받은 것으로 끝났지만 남성 운전자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남성 운전자가 오히려 여성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그건 남성 자신의 아내를 비롯한 여성가족 역시 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시 자신의 가족 중에 여성 운전자가 있다. 그런데도 성차별을 한다. 남성 운전자가 다른 여성 운전자에게 성차별을 하면 자기 가족의 여성 운전자 또한 다른 남성 운전자에게 심한 성차별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남성 운전자의 성차별은 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잘못 여기는 참으로 부끄러운 자동차문화에 기인한다. ‘운전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자동차 잠언은 정말 귀담아 들을만 하다. 좋은 차를 지녀야 인격이 높은 것으로 착각하는 차격이 인격이 아니라, 운전의 품격이 곧 운전자의 인격인 것이다. 괜찮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잘못되곤 하는 것을 보는 건 불행한 현상이다.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위해서는 고쳐야 할 점이 많지만, 우선 성차별부터 시정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여성운전 경력이 올해로 15년이다.관록을 내세울 것까지는 없지만 운전에 남의 욕을 먹을 단계는 아니라고 믿는다. 그런데도 앞서 같은 운전의 성차별 사례가 생소하지 않는 것은 비슷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여성 운전자의 아무 잘못 없이, 무턱대고 퍼붓는 남성 운전자의 횡포는 실로 지탄 받아야 할 폭력이다. 이미 여성의 능력이 직종과 계층을 불문하고 다양· 다재하게 인정돼 크게 파급된 마당에 새삼 운전의 성차별을 고작 말하는 것은 어쩌면 유치한 얘기이긴 하다. 하나, 이런 유치한 얘길 해야하고 또 들어야 할 책임이 일부 지각없는 남성 운전자들 때문에 있는 현실을 남성들은 성찰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화목한 자동차문화는 현대 사회생활의 명랑화를 기하는 일익이다. 여기엔 오직 교통법규, 교통도의 만이 있을뿐 남성·여성운전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여성 운전자에 대한 남성 운전자의 성차별 의식은 우선 남자의 체면이 아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