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수원 수일중교장·시인)
몇 해 전에 신문에서 빌 게이츠 회장이 미국 전역의 초·중등학교와 도서관을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도서실의 정보·자료를 활용한 교수·학습활동을 돕기 위해 5억달러를 기부하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 겸 소프트웨어 개발 총책임자로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재단에서는 도서관의 가치와 활용에 대한 선각자적인 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 책읽기 운동이 벌어지고, 도서실을 교수·학습정보센터화하고, 그 자료들을 실제 수업에 활용하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핵인 ‘지식·정보’들이 가장 많이 집적되어 있는 곳이 도서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도서실을 책읽기 좋아하는 일부 사람들이나 자료를 활용하기 위한 장소 정도로만 인식하여 왔다. 현재와 같은 입시체제 하에서 아이들이 굳이 도서실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교과서나 문제집, 학원이면 족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책읽기 운동이 벌어지고, 도서실이 꿈과 희망을 가꾸는 공간으로 되고 있다. 이제 도서실은 학생들이 여가 시간은 물론 수업시간이나 동아리 활용 시간에도 찾아야 하는 곳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지적인 호기심을 갖고 풍요로운 정보를 찾으며 자유로운 토론을 벌이는 곳, 알고 싶은 정보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주는 곳,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려고 고민을 하는 곳,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는 곳, 자신의 삶과 진로를 개척하기 위한 정보를 찾고 꿈을 키우는 곳, 사람 사는 세상의 냄새와 땀의 가치를 알도록 돕는 곳, 그리고 학습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고, 뒤지고, 토론하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서 작년 겨울에 ‘수일관’을 개관하였다. 그전 교장님이 애쓰시고 교육청과 시청에서 돈을 주셔서 좋은 건물을 갖게 된 것이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내부 기자재를 갖추어서 개관식도 하였다. 그날 인근 학교에서 오신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께서 부러워하셨다. 나도 그분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보다 좋은 시설을 먼저 갖게 되었으니, 그 안에서 학생들이 즐겁고 자유롭게 지적인 탐색활동을 펴도록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웠다.
그리고 여러가지 산적한 과제들, 예를 들면 양질의 장서로 서가를 채우기 위해 예산을 많이 할당하는 일, 생일이나 가족 기념일에 자녀에게 책을 선물하도록 학부모님들을 안내하는 일, 집에서 다 읽은 책을 학교 도서실에 기증하도록 안내하는 일 등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도서실을 학습활동을 지원하는 정보지원센터로 만들려면 여러가지 값나가는 기자재들이 필요한 실정이다. 소위 말하는 도서실의 디지털화 문제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교사들이 도서실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하여 학생들이 생각하고 느끼도록 도와주는가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작년에 두차례 강사를 초빙하여 도서실 활용 수업에 대하여 연수를 받게 하였다. 이미 일부 교사들은 도서실을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미 우리 교사들은 ‘강단에 선 현자’가 아니다. ‘학습의 안내자, 촉진자, 동반자’이다. 어린 영혼에 불을 지피고 감성을 일깨워 주는 그런 선생님을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어서 만나고 싶다. 도서실, 그 푸르른 꿈의 공간에서 말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