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여생을 보내자
박형규(경기도의회 편집주간)
흔히 노인의 삶을 4고나 5고로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목적이 없고, 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쪼들리고, 고독감에 사로잡히며, 일터가 없는 것 등이다. 인생은 무엇일까 죽기 전의 삶은 어떠한가? 어떻게 늙어야 할지에 대해 배우는 것은 삶의 마지막 과제중 하나이다. 그리고 어떻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에 대해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마지막 과제다.
활력이 줄어들고 자신이 내리막 길에 있음을 깨달을 때 우리는 평온하게 또는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노년에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각자의 문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랄 뿐 늙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을 어떤 형태로든 전해 주려고 애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훌륭한 노년은 경험의 극치요, 한생애의 걸작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9년에는 생산능력이 있는 청장년층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정부가 최근 내놓은 ‘고령화 진전과 예상되는 주요 정책과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9%인 377만명으로 우리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또 2019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들어서는 기간은 우리나라가 19년으로 프랑스의 115년, 미국 71년, 일본 24년 등 다른 외국과 비교해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사회에 대한 준비가 그만큼 시급함을 의미한다.
2002년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75.9세이다. 76세까지 산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자유로운 시간은 불과 얼마밖에 없는 실정이다. 스웨덴의 속담 가운데 “인생 100년 그리고 7일”이라는 말이 있다. 100년의 인생을 밝고 즐겁고 충실하게 보내다가 100년째에 쓰러져 7일동안만 주위사람들의 보살핌을 받고 7일째 되는 날에 숨을 거둔다는 이야기이다. “인생은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황혼기라고도 말할 수 있는 남아있는 인생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그 사람의 자유이지만 만약 풍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승리로 장식될 것이며 현역시절의 고통도 밝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이후의 남아 있는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보내려면 지금부터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자신을 개발하고 남을 돕는 봉사로 삶을 업그레이드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전 멋진 노인상을 수상했다. 상을 받기 위해 멋지게 사신 것은 아니지만 멋있는 인생도 보내면서 상도 받았으니 더 멋진 삶이 아니었나 싶다.
인생의 50대부터 90대까지를 연령별로 나누어 보면 50대는 지식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나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나 아는 것이 그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60대는 외모의 평준화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나 식당 아주머니나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70대는 성의 평준화다. 남편이 있으나 없으나 아내가 있으나 없으나 성관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80대는 부의 평준화다.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먹고 사는게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90대는 생사의 평준화다. 죽은자나 산자나 살았다고 죽은 자보다 나은게 별로 없으며 살아있되 주위에 부담을 준다면 죽은 것만 못하다는 이유에서이다. 100세가 넘으면 거의 자연속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죽으면 한줌의 흙으로 변하여 누구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고사성어에 ‘공수래 공수거’란 말이 있듯이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고령사회에 있어서는 어르신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나 국가 또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서 여생을 마칠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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