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왜 기업에 여성임원이 없습니까? 수원 모 기업은 대기업인데 글쎄 여성임원이 없다지 않습니까? 뭐 특별한 대책 좀 마련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느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받은 전화내용이다. 수원 중부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는 누구라고 자신의 신원을 밝힌 이 경찰관(남성)같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아침을 벅차게 만들었다.
흔히들 ‘여성부가 왜 필요하냐, 그러면 남성부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성의 지위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면 골치아프다, 이제 평등을 넘어서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는 거나 아느냐 등등’…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자주 만나게 된다.
얼핏보면 참으로 타당성 있는 논리인 듯 싶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여성부가 왜 있어야 하는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평등하다고 왜 느끼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될 듯 싶다.
도내 여성인구는 전체인구의 49.4%로 절반인 셈이다. 그런데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남성이 76.2%인데 비해 여성은 47.0%이며 특히 고급인력인 대졸자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남성 77.3%인 반면 여성참가율은 그 절반인 38.7%로 많은 우수한 고급여성인력들이 사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지구촌 한쪽 노르웨이에서는 민간기업의 여성 이사비율을 40%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삶의 모습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과거에 비하여 많이 달라졌다. 특히 그동안 교육의 혜택에서 후순위였던 여성들이 이제 남성들과 같은 비율로 사회적 훈련을 받았으나 그에대한 활용은 아직도 미진하다는 게 통계상 해석이 가능하다.
얼마전 도 출연기관 신입사원 채용시험의 시험감독을 하였을 때의 일이다. 직종이 기술직(건축직)이었는데 전체 25명 응시생 가운데 여성응시생이 9명 그러니까 백분율로 환산하면 36%인 셈이다. 물론 시험결과야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여성이 과거 남성의 영역이라고 하는 기술분야에 이처럼 많은(?) 수가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미 사회는 많이 변화하고 있다. 아니 여성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능력에 있어 여성이 남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과 여성이 근력이라든가 물리적 힘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물리적인 힘은 남성들이 당연히 강하다. 그러나 이제 사회는 과거사회에서처럼 힘을 사용하던 산업구조가 아닌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21세기의 트랜드를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한다. 이는 물리적 힘이 아닌 독창적인 아이디어, 감수성 등 여성이 갖고 있는 특성들이 잘 적용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21세기의 지식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특성을 갖고있는 여성들이 아직도 주변노동력으로 사회발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음은 개인적인 손실은 물론 사회적인 크나큰 손실임을 다 함께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자리를 나눠갖자는 것이 아닌 함께 하자는 것이 뜻있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진정한 평등 사회인 것이다.
얼마 전 청소년들의 양성평등 의식을 확산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실시한 초·중·고생 대상 표어 포스터 공모전의 응모작품 중 어느 초등학생의 비뚤 비뚤하게 그린 듯이 써놓은 ‘함께하면 쉬워져요’라는 포스터 문구가 새롭다.
진정한 평등이 이뤄져서 여성부의 존재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남녀평등의 촉진 등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7월 1일부터 7월 7일 한주간을 여성주간으로 명명하여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것도 잊고 지나갈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봉순.道 여성정책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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