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들어본 클래식"…수원시립합창단, 살롱콘서트 ‘들으면 딱 아는 그 노래!’

귀에 익숙한 선율이지만 제목도, 가사도 몰라 흥얼거리기만 했던 클래식을 조금 더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고품격 살롱콘서트가 열린다. 수원시립합창단은 16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들으면 딱 아는 그 노래!’ 공연을 개최한다. 클래식 명작을 모은 이번 공연은 작곡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의 첫 곡이자, 특유의 강렬함으로 수많은 프로그램 삽입곡으로 활용되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포문을 연다. 이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비발디 사계 中 ‘봄’,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 바흐 ‘미뉴엣’, 슈베르트 ‘송어’ 등 우리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을 엮은 ‘Voice of Spring’이 이어진다. 또,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의 이중창 ‘입술은 침묵하고’,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유선방송 네트워크를 조작해 형무소 사람들에게 들려줬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저녁 산들 바람이 부드럽게’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인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각각 합창과 이중창, 사중창으로 선보인다. 이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수많은 명곡을 무대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하지영 콘서트 스토리텔러와 박칼린 뮤지컬 음악감독의 해설로 진행되는 이번 연주에서는 이재호 지휘자의 지휘아래 수원시립합창단의 생생한 라이브와 대한민국 대표 엘렉톤 스페셜리스트 한윤미의 연주가 펼쳐진다. 공연 예매는 수원시립합창단 사무국과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K-컬처는 ‘한국인이 보낸 오늘’",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K-컬처는 결국 우리가 보낸 오늘이더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는 과연 무엇일까.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에 대한 정의로 K-컬처를 재해석한 ‘한국인의 오늘’을 상설전시관1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에 개편한 ‘한국인의 하루’ 이후 5년만의 상설전시관1 전면 개편이다. 그 정의는 우리가 보내온 수많은 ‘오늘’의 생활문화와 민속문화다. 전시는 과연 ‘케이(K)’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K에는 우리가 공유해 온 일상생활과 민속문화가 담겨있다. 그 중 예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온 ‘물건’, 공유한 ‘취향’, ‘함께’의 순간으로 재구성해 1부 쓸모 있는, 2부 자연스러운, 3부 함께 하는 등으로 꾸렸다. 1부 ‘쓸모 있는’에서는 예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물건을 이야기한다. 세계인이 신기하게 본 지게, 옹기, 호미, 한지를 꼽아 선보인다. 우리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은 평범한 일상 속 물건 지게, 옹기, 호미, 한지를 꼽았다. 2부 ‘자연스러운’에서는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살아온 우리의 취향을 전시했다. 나무의 결이 선명한 문갑, 산수도 10폭 병풍 등 생활하는 공간까지 자연을 끌어들이고, 검은 갓과 화려한 갓끈 이 외에 즐겨썼던 다양한 모자를 통해 K-뷰티가 주목받는 ‘나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표현’을 살펴본다. 3부 ‘함께 하는’에서는 ‘오늘’을 보내는 현대의 우리 모습을 실감형 영상으로 재현해 선보인다. 전통 요소를 재해석한 현대의 시도는 전시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전 세계인의 열풍을 이끈 K-콘텐츠의 음악 감독 정재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고(故) 앙드레 김의 옷과 디자인 스케치, 2022년 한국인 최초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의 말총공예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세계 어디를 가도 보이는 우리 문화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세계인이 우리의 일상을 함께 즐기는 모습은 친근할 정도”라며 “K는 우리가 켜켜이 쌓아온 오늘의 일상, 그리고 민속에서 비롯한다. ‘한국인의 오늘’을 통해 K로 정의된 우리의 일상을 새로이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용인 안젤리미술관, 슈라이벤 작가…“매체 넘나드는 탐험”

슈라이벤(본명 백문서)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108 EXTENDED’와 ‘히말라얀 버킨백을 위하여’가 용인 안젤리미술관서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1관에서 만날 수 있는 ‘108 EXTENDED’와 2관에서 펼쳐지는 ‘히말라얀 버킨백을 위하여’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는 관람객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초상을 작가만의 관점으로 어떻게 붙잡아낸 뒤 재구성하고 재해석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의인화된 동물인 ‘수인(퍼리·Furry)’들이 판화, 애니메이션, 설치작품, 게임 등 작가의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작가가 만든 세계관 속 현대인의 모습과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을 함께 놓고 저울질해 볼 수 있으며, 각자의 내면과 외면을 오갈 때 보이는 모습이나 드러나는 정보와 드러나지 않는 정보의 간극 역시 곁들여 생각해보게 된다. 전시와 연계된 퍼포먼스 역시 13일에 만날 수 있다. 김상현 연출과 이지영 배우로 구성된 라이브 퍼포먼스 팀 ‘AM1257’은 대중에게 생소한 ‘퍼리’ 문화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작가의 세계와 동시대의 현실 사이 그 경계를 이야기하는 데 큰 중점을 뒀다.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를 전공하고 202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슈라이벤 작가는 다양한 영역에 대한 흥미를 연이은 작업물로 엮어내오고 있다. 문예창작을 향한 관심은 서사를 섬유미술에 녹여내는 로보틱아트로 빚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 매체에 대한 탐색도 지속한 만큼,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그로부터 파생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도 그의 궤적을 이루는 일부가 됐다. 이에 대해 슈라이벤 작가는 “섬유미술, 애니메이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평면회화, 그리고 게임까지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기획은 다양한 매체를 탐험하는 자전적인 요소가 골고루 반영돼 있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의 애니메이션이나 평면 회화를 줄곧 채우는 존재는 바로 ‘수인’들이다. 그렇다면 개, 악어, 호랑이의 형상을 한 인간형 동물들이 과연 어떤 세상에 갇혀 몸부림치고 있을까. 현란한 색의 교차와 배합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시선이 쉽사리 집중될 수 없게 초점이 끊임없이 분산되는 오감 자극의 세계다. 형태가 오롯이 감각된다기보다는 점, 선, 면의 조형성이 먼저 와닿는 오묘한 질감이 배어 있는 곳. 마치 추상화를 흉내낸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형태로 자리잡힌 대상들이 계속해서 떠돌고 머무르는 지대인 셈이다. 이에 관해 슈라이벤 작가는 “비재현적으로 보이지만 재현적인 그림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둔다. 관객의 시선이 화면 한구석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화면 전체로 분산되게 설계해 그림이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으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공간의 사색' 예술세계 고스란히… 서울시립미술관 ‘구본창의 항해’ 회고전 [전시리뷰]

도시의 풍경에서 출발한 그의 카메라는 자기 자신을 관통한 뒤 주변의 연결된 모든 요소로 뻗쳐나갔다. 구본창 사진작가는 언제나 새로운 관심사를 동력 삼아 세계를 구축하고 전개해 왔다. 도전과 탐색을 마다하지 않는 항해자처럼, 구본창의 항해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14일 개막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 2층에서 진행 중인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는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알린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다. 작가의 전 생애를 총망라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모아왔던 수집품과 각종 자료까지 한데 모아 펼쳐내는 대규모 기획전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호기심의 방’,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이라는 구성을 통해 500여점의 작품, 600여점의 관련 자료 등 총 1천100여점의 전시품을 만난다. ‘호기심의 방’은 구본창의 예술세계가 어디서부터 비롯됐고, 어떤 배경에서 확장될 수 있었는지 엿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부터 색깔이나 형태를 오랫동안 관찰했다는 그의 사적 취향이 담긴 인쇄물, 버려진 잡동사니, 비누 등의 수집품이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예술적인 영감을 줬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모험의 여정’ 섹션에는 독일 유학 시절과 귀국 이후 다뤘던 실험적인 시도들이 펼쳐져 있다. 독일의 거리와 풍경을 찍던 카메라가 어느새 자신을 탐구하는 수단으로 변모해 가는데, 특히 ‘일 분간의 독백’ 등의 작업은 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귀국 이후 보여준 ‘태초에’ 시리즈는 인화지와 바늘과 실을 끌어다가 사진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였다. 인화지 여러 장을 덧대고 꿰매면 조각보 내지는 누더기 옷감처럼 보이는데, 그 자체에서 묻어나는 질감이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하나의 세계’를 통해서는 작가의 내면 변화가 작품의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과 연결된 소중한 것들에 점점 몰두해 온 구 작가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의 연로한 육체를 ‘숨’ 시리즈로 찍어내면서 인간 내부를 채우는 것과 인간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들에 관한 사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흰 벽에 식물이 남긴 흔적을 촬영한 것인지, 눈으로 뒤덮인 풍경 속 나뭇가지를 찍어낸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화이트’나 제주도의 화산암을 수묵화 같은 질감으로 풀어낸 ‘스노우’ 역시 뷰파인더에 여백, 여운, 관조가 주는 감흥을 붙들기 시작한 그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대표 시리즈인 ‘백자’ 연작 역시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탄생했다. ‘영혼의 사원’을 수놓는 ‘문라이징 Ⅲ’과 ‘콘크리트 광화문’도 시공간에 깃든 흔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한희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세계를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애, 작품 시리즈별 제작 계기, 국내외 전시 개최 배경 등의 지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선보이는 전시”라며 “구본창 작가로부터 출발한 한국 현대사진의 태동과 전개 과정을 되짚어가다 보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던 그의 궤적 또한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3월10일까지.

힙합 무용 ‘블랙독’부터 존 엘리엇 가디너까지…성남문화재단 2024년 주요 공연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백조의 호수’, 힙합 무용 ‘블랙독’, 세계적인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 성남문화재단이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우수 해외 공연을 단독으로 유치해 선보인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재단 주요 운영 방향을 ▲문화도시 성남의 도시 브랜드 확립 ▲지역 예술가와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 역할 강화 ▲원칙과 존중의 조직문화 정착 및 신뢰받는 재단 운영 ▲‘시민문화예술 놀이터’로의 기반 마련으로 공표한 가운데 올해 눈에 띄는 공연을 살펴봤다. 우선 몬테카를로 국제 아크로바틱 대회 황금곡예상 등 세계적인 대회를 두루 석권한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는 8월23~25일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며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에 서양의 고전발레와 동양의 아크로바틱이 결합한 독창적인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유럽을 비롯해 미주, 아시아 지역에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성남에서만 단독으로 만날 수 있다. 이에 앞서 6월22일~23일에는 오페라하우스에서 영국의 안무가 보티스 세바가 이끄는 힙합무용단 파 프롬 더 놈(Far From The Norm, 이하 FFTN)이 세계 3대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2019) 수상작 ‘블랙독(BLKDOG)’을 국내 초연한다. 원전 연주의 대가이자,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는 자신이 창단한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으로 베토벤 전곡 사이클 투어로 화제를 모았던 가디너의 베토벤 교향곡 4, 5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공연은 10월 9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독일 예술가곡의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단독 리사이틀도 열린다. 10월26일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서는 마티아스 괴르네는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와 함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려준다. 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11월 29~30일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과 만난다.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20년을 발판 삼아 푸른 용의 비상처럼 성남문화재단이 재도약하는 한 해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작홍사용문학관, 김종경 '독수리의 꿈, 나그네새의 편지' 오픈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은 새해를 맞아 독수리와 서해안 철새의 활기찬 날갯짓을 담은 김종경 생태사진전 ‘독수리의 꿈, 나그네새의 편지’를 2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도요새, 저어새, 백로 등 철새들의 경유지인 서해안 생태 보존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성찰하고자 기획됐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에 따르면 독수리들은 연천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에 진입,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중국 랴오닝성을 지나 몽골에 도착한다. 이어 몽골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1천700km를 날아 번식지인 몽골오브스까지 3천400km를 날아간다. 전시에선 독수리 사진 7점, 서해안 철새 사진 8점 등 모두 15점의 작품이 내걸렸다. 김종경 작가의 사진에선 독수리와 서해안 철새들이 자연과 교감하는 친근한 모습이 발견된다. 무리 지어 날아가는 알락꼬리마도요, 먹이를 노리는 노랑부리백로, 나무 위에 모여 있는 독수리 형제의 모습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돋보이는 건 단연 독수리이다. 천연기념물 243-1호인 독수리는 우리나라와 티베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하는 겨울새로 몸길이는 큰 개체가 1.5m에 달하며 수리류 중에서 가장 크다. 김 작가는 화성과 용인 등지에서 우람하고 강인한 독수리를 포착해 생생한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김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출사한 우리나라 서해는 바다를 건너 먼 거리를 날아가는 철새들의 훌륭한 휴식지다. 새들에게 풍부한 식량을 제공해주는 서해의 자연환경 덕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김 작가는 “먹잇감을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작은 까치와 까마귀들에게 오히려 쫒기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며 “국제적 멸종 위기의 독수리와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차원의 먹이터 마련 등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종경 작가는 지역 생태계 등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오며 2008년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기우뚱, 날다’,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등을 펴냈다. 전시는 2월 29일까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 위에…‘김향희 초대전’

수많은 붓 터치와 흔적들이 모여 생동감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했다. 유럽의 사계와 대자연의 감동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겼다. 추상화가 김향희 작가가 지난 1일부터 수원 영통구의 디지털엠파이어2 아트홀에서 ‘김향희 초대전’을 열고 있다. 추상화가로 40년 경력을 쌓아온 김 작가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물감을 떠서 터치식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알라프리마’ 기법을 활용해 색감 위주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선과 면으로 그리는 추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을 띠면서도 부드럽게 작용한다. 원광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이화여대 대학원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의 Uni Vienna에서 수학한 김 작가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이국적인 풍경과 대자연에 매료돼 그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순수한 유럽의 자연을 담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초대전에는 김 작가의 작품 25점이 내걸렸는데, 작품 제목은 모두 ‘Imagine’이다.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작품은 구름을 형상화한 것이 될 수도, 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김 작가는 사물과 자연 등 모든 모티브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추상화의 특성상 제목을 단정짓는 것이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구상이 드러나지 않는 완전 추상화 작품을 그렸던 김 작가가 지난해부터 구상이 보이는 작업을 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6일과 18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아트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진행된다. 미술애호가들에게 김 작가가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향희 작가는 “5년 전 아트홀 개관전을 진행했는데, 2024년 첫 전시를 또 한 번 맡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디지털엠파이어에 입주한 기업의 많은 직원들이 오고 가며 편안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나무를 형상화한 추상화를 많이 선보이고 있다. 관객들이 아름다운 색과 다양성을 마음껏 누리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사진으로 만나는 우리 모두의 ‘파리’…성남큐브미술관 ‘매그넘 인 파리’ [전시리뷰]

로버트 카파, 마크 리부, 브뤼노 바르베 등 세계적인 사진 작가들이 카메라로 붙잡아낸 파리의 과거와 오늘이 사진 작품으로 펼쳐졌다. 성남큐브미술관 특별기획전 ‘매그넘 인 파리 : 문득, 파리. 눈앞의 파리’가 지난 12월15일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세계대전 이후 포토저널리즘을 선도해온 보도 사진가 집단 ‘매그넘 포토스’ 소속 사진작가 39명이 프랑스 파리의 생생한 면모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진을 담아냈다. 작가들이 카메라로 붙잡아낸 파리의 역사 속 현장, 인물, 풍경 사진 등 150여점과 미공개 사진 작품으로 제작한 영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매그넘 포토스’는 동시대의 현실을 때로는 온기 가득하게, 때로는 냉철한 비판 의식을 내세운 시선으로 생생하게 포착해온 만큼, 이들이 낭만과 예술과 혁명의 도시 파리를 각자 어떻게 담아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엔 1930~40년대 혼돈으로 가득한 사회상에서 출발해 50년대 세계 대전 이후 재건되는 도시의 모습, 60년대를 들끓게 한 혁명의 순간, 70~80년대를 거치면서 사랑과 낭만 그리고 예술의 도시로 변모해가는 과정에 이어 동시대에 이르는 파리의 면밀한 모습들이 알찬 구성으로 펼쳐져 있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던 로버트 카파. 어떤 현장이든 일단 뛰어들어 카메라를 갖다가 대면서 그 때에만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을 뷰파인더 안에 봉인하려고 했기에 그의 사진이 생명력을 얻는다. 현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의지만 맴돌고 있는 건 아니다. 사진을 진실과 허상을 분별하는 매개체로 대하는 작가들의 시선도 엿볼 수 있어서다. 패트릭 자크만이 찍은 사진이 그렇다. 범람하는 센강 속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에도 굴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연출을 통해 조작된 현실처럼 보여도, 과연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수용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현대 파리의 모습을 담아낸 섹션도 주목하면 좋다. 특히 팬데믹으로 모든 게 멈췄지만 파리는 언제나 변화했다는 점에서 동시대의 풍경을 포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선문을 래핑하는 대형 프로젝트 작업 등을 담아낸 사진은 코로나19의 상처가 서서히 치유되는 과정이다. 파리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빼놓기 힘든 ‘패션’에 관한 사진들도 흥미를 자극한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 자신의 컬렉션 발표가 끝난 뒤 수줍어하면서 떠밀려 런웨이로 나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찍은 압바스의 사진은 특히 생동감이 넘친다. 파리 곳곳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초상도 목격할 수 있다. 알랭 들롱·장 피에르 레오(배우), 파트리스 쉐로·프랑수아 트뤼포(영화감독)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와 소통하고 교감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95세로 타계한 매그넘의 최고령 사진작가였던 엘리엇 어윈의 눈으로 펼쳐낸 파리 역시 만날 수 있다. 그의 따스한 시선과 섬세한 관찰력이 깃든 인물과 풍경 등의 일상 사진이 눈길을 끈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파리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면서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느낌이 들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며 “파리의 어제와 오늘을 마주할 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가늠하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3월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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