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e북] ‘조셉 머피 부의 초월자’ 外

물가가 천정부지 치솟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향한 도전으로 자기 성장까지 도모하는 이들에게 꼭 맞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교보eBook에서는 조셉 머피의 ‘조셉 머피 부의 초월자’가 자기계발 6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저자인 조셉 머피 박사는 아시아 종교와 철학, 법학, 의학 등을 토대로 잠재의식을 연구해 ‘성공학의 대가’로 인정 받게 됐다. 이 책에서 그는 인생에 부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물질, 정신, 감정적 장벽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는 잠재의식에 부를 새기기 위해 자신이 부자라고 상상하고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예스24ebook에서는 밥 프록터와 그레그 S.리드의 ‘밥 프록터 생각의 시크릿’이 자기계발 1위를 기록했다. 밥 프록터는 성공 철학자이자 전세계 베스트셀러인 ‘밥 프록터의 위대한 발견’의 저자다. 이 책은 진정한 부와 성공을 끌어당기고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방법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밖이 아닌 안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책은 생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삶을 변화시킬 방법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알라딘eBook에서는 롭 무어의 ‘레버리지’가 주간베스트에 올랐다. ‘영국에서 가장 빨리 성공한 백만장자’로 소개되는 저자는 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품고 있으며 끊임없는 노동과 희생의 규칙을 깨고,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자본을 증식하는 새로운 부의 공식을 설명한다. 열심히, 오래 일하라는 사회의 명령을 거부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비밀을 저자는 ‘레버리지’를 통해 전달한다. 김건주수습기자

[신간소개] '워커홀릭이 성공한다고?' 아디다스의 신화 강형근…'나만의 게임을 만들어라'

누구나 재능과 인맥, 부유함을 갖춘 환경에서 인생을 시작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배경이 없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인맥도, 재능도, 환경도 갖추고 있지 않았던 강형근 씨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브랜드 디렉터가 됐다. 그는 자기성찰과 체계적인 루틴을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자기 설계’를 강조했다. 또 책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라’를 통해 자신이 개발하고 발전시킨 자기 설계 시스템을 상세히 녹여냈다. 1989년 지방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스물 여섯 살의 저자는 제우교역(현 아디다스 코리아)에서 마케팅 직원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서울의 회사를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은 했지만 다른 사원들에 비해 스펙도, 인맥도, 배경도 없는 신입사원이었다. 물러설 수는 없던 그는 ‘내가 사장’이라는 마음으로 일에 몰입했다. 결국 아디다스 최초로 2단계 승진을 하고, 3곳의 부서장을 통합한 최연소 팀장, 최연소 부서장으로 아디다스의 전설이 됐다. 워커홀릭일 것 같은 그는 오히려 야근이 일반적이던 시절부터 임원이 된 후에도 매일 정시 퇴근을 고수했다. 정시 퇴근으로 확보한 시간은 재충전을 하거나, 대학원을 다니며 지식과 인맥을 쌓을 기회로 활용했다. ‘빨리 퇴근해야 성공한다’는 그의 믿음은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그만의 방법론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내가 주도하는 판을 만들자’를 주제로 한 1장에서 자신의 강점과 단점, 원하는 직무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3가지 질문법, 멘토와 인맥을 만들고 관리하는 법, ‘진실하고 성실하며, 치열하고 치밀하라’는 ‘진성치치’의 태도를 설명한다. 2장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에서는 사원에서 팀장, 팀장에서 임원으로 갈 때 갖춰야 할 능력과 소양을 소개하고 선행학습법을 알려준다. 특히 비즈니스 감지력을 기르는 ‘6C 로직’과 목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90데이 플랜’ 등은 사회초년생의 성장 동력을 키워준다. 3장 ‘기준을 높여라’에서는 저자가 아디다스에서 만난 다양한 리더들과 멘토는 물론 마라도나·베컴·손흥민 등 스포츠 스타들과 교류하며 완성한 셀프 리더십에 대해 소개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작은 습관으로 일상을 관리하는 방법을 녹여내 위기의 풍랑에서 나답게 사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김건주수습기자

[신간소개] '사람들의 온기 가득한 여행심리상담소'…'한 번쯤은 내 맘대로'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는다. 지난 20일 출간된 ‘한 번쯤은 내 맘대로’는 김호열 저자가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대기업에서 중견 간부로 20년을 일하고, 건설 회사 CEO도 지내다가 늦깎이로 심리상담 대학원을 졸업한 뒤 심리상담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평소 생각하던 가치들이 녹아 있다. 저자는 전국의 유명 산을 오르고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그들이 겪었던 삶의 과정에 대한 상담을 책으로 빚어냈다. 20대 후반인 아들이 인생 계획이 전혀 없이 사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며 아들과 친구처럼 소통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사연, 타투이스트로 일하는 20대 ‘파이어족’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책에 담겼다. 타인과 문제와 고민을 공유하면서 인생이 변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 각자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삶을 이어가는지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처럼 ‘한 번쯤은 내 맘대로’에는 오래된 친구든 처음 만난 사람이든 여행길에 오르면 모두 마음을 터놓고 속내를 꺼낼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책을 통해선 상처받은 영혼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되고, 심리상담에 관한 도서 집필 등을 통해 내적 갈등을 겪는 내담자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저자의 소박한 마음도 발견할 수 있다. 송상호기자

[강송화 작가 ‘루페’] 제주 4·3사건, 장편소설로 피어나다

1947년부터 7여년간 일어났던 제주 4·3사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들’만의 아픔이었고 ‘그들’만 알고 있던 사건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었던 이 사건을 긴장감 넘치는 서사로 풀어낸 장편소설이 발간됐다. 2007년 미주 한국일보 공모전 소설부문에 등단해 2010년 단편소설집 ‘구스타브쿠르베의 잠’(2010년), 중편소설집 ‘빨간 연극’(2019년) 등을 발간한 강송화 작가의 장편소설 ‘루페’(도화 刊)다. 책은 6·25이후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일상과 사랑, 이들이 이룬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제주 4·3사건으로 가족과 마을을 송두리째 잃고 생존을 위해 독일의 광부로 간 차혁, 그가 탄광에서 발견해 낸 블루스톤이 국제 테러 조직과 연계되면서 이야기는 거침없이 흘러간다.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차혁이지만 차혁은 끊임없이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잊지 못한다. 블루스톤을 팔아 고향에 있는 가족과 몰살된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려 하면서 비극의 소용돌이로 휩쓸린다. 이 과정에서 독일 경찰과 미국 CIA가 연계되고 블루스톤은 그의 이란성 쌍둥이 딸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소설은 강송화 작가 특유의 사물에 대한 오랜 응시와 차분한 묘사, 긴 호흡으로 벼린 언어가 투명하고 강렬하다. 특히 제주 4·3사건을 독자들에게 알리면서도 흡입력 있게 새로운 이야기의 구성을 덧붙여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제주 4·3사건을 여러 겹의 경계를 통해 다루고 주인공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끊임없이 확장되는 서사는 치밀하고 정교하게 호흡을 끝맺는다. 여러 장치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이면서도 책은 본질적인 질문을 잊지 않는다. ‘제주 4·3사건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은 무엇인가, 또 우리는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보석에 관한 세밀한 묘사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보석을 전공하면서 이와 관련된 장편을 쓰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는 저자는 비극적인 역사를 대중이 알게 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풀어나가면서 보석과 접목해 글로벌한 이야기로 서사를 끌고 나간다. 남성적이면서도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이야기 속 펼쳐지는 세밀한 구성이 흥미롭다. 저자가 제주 4·3사건을 다룬 것은 5년여 전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참가한 제주 4·3 심포지엄에서 그날의 역사적 비극을 전해 들으면서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에 대한 엄숙주의와 이념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대중들에게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면서 “그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자,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책은 오랜 집필 과정을 끝낸 이후 4년 만에 나왔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한풀 가라앉은 지금, 그래서 더욱 반갑기도 하다.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모정에 홀로 앉아 - 오성선의 시, 문, 그리고 농촌 갱생 사업’

농촌 갱생을 향한 한 사람의 내면과 노력이 한 권의 책으로 고스란히 모여들었다. 암담했던 일제강점기에 농민들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지난 5일 발간된 ‘모정에 홀로 앉아 - 오성선의 시, 문, 그리고 농촌 갱생 사업’은 우서 오성선 선생의 친필 문건들과 용수흥농주식회사 연혁 등의 구체적인 행적 자료들을 문집 형태로 엮어 낸 책이다. 우서 선생 탄생 150주년을 맞아 발간됐다. 우서 오성선 선생(1872~1950)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피폐한 농촌경제를 살리는 데 일생을 바친 근대 농업 및 지역경제 개발의 선구자로 평가 받고 있다. 우서 선생의 생전 흔적을 따라가는 책은 5부로 구성된다. ‘문집 우서농담(又西農談)’은 우서 선생의 인생관과 정서가 녹아든 시·송축문·제문·농사에 연관된 기우제문·기행문 등을 통해 농촌 개혁에 관한 그의 생각을 가늠하는 자리다. ‘농촌갱생사업’을 통해서는 농사개량과 농업 자금융통, 농촌 부흥과 복리·교육 및 가뭄대책 등 농촌 갱생을 위한 실행 방안을 탐색할 수 있다. ‘우서평담(又西評談)’에는 우서 선생의 행적에 대한 당시 주변의 평가와 언론 보도 내용 등이 실려 있으며, ‘우서여담(又西餘談)’엔 사회복지 전문가의 관점으로 바라본 농촌구제책의 시대적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5부에는 부록으로 우서 선생의 친필 기록인 ‘우서 문집’ 원문이 수록돼 있다. 송상호기자

[신간소개] 나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Markus Gabriel VS’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다양성에 관한 존중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다름과 차이’를 발견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타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생각들엔 무엇이 있을까. 지난달 20일에 출간된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Markus Gabriel VS’는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21세기를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29세에 독일 본대학교 정교수로 취임했다. 인식론과 근현대 철학을 가르친다. 그는 서양 철학의 전통과 뿌리 위에 ‘새로운 실재론’을 제창했고, ‘신실존주의’와 ‘새로운 계몽’ 등의 개념을 도입했다. 가브리엘은 이 책을 통해 ‘타자가 없으면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면서 기존 철학계에서 타자를 인식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타자성이 근본적으로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보는데, 이와 다르게 현대인들은 타자와의 관계를 매우 왜곡된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신실존론’은 어떤 사물의 존재 자체와 사물에 대한 사고가 동시에 나란히 존재한다는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이 같은 관점을 기반으로 그는 타자를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해야 하는지에 관해 나침반을 제시한다. 저자는 제1장에서 신실존주의의 타자성과 정체성 문제,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존엄과 관용의 가능성을 들여다 본다. 두 번째 장에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이해하는 방안에 관해 논한다. 이어 제3장에서 저자는 가장 가까운 타자인 가족을 둘러싼 사랑을 화두로 띄운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제4장에는 타자와 어울려 살아갈 때 느끼는 감정들을 다루는 방법이 녹아 있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선 종교와 윤리와 타자의 관계를 종교가 타자와의 관계 형성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아보면서 도덕과 윤리가 타자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정체성은 인간의 출발점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들 사이에 특정한 정체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에 대한 아무런 인식 없이 그저 다른 인간끼리 관계를 시작할 뿐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꿀벌처럼 사회적 존재가 된다고 전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이날e북] 이토록 평범한 미래 外

사람을 통해 치유 받고 사람을 통해 위로 받는다. 따뜻한 시선으로 ‘너와 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인기다. 예스24 ebook에선 종말 이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주간 베스트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이르러 가장 좋은 미래, 그러니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면...'. 작가 김연수는 9년 만에 출간된 소설집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개념을 다르게 정의한다. 작품 속 여덟 편의 이야기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재'를, 삶을 새롭게 상상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소설을 통해 위로를, 희망을 건네받을 수 있다. 알라딘ebook에선 '혼자의 공간에서 혼자의 시간'을 기록한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에세이 주간 1위에 올랐다. 등단과 동시에 여러 상을 받으며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은 소설가 백수린은 몇 년 전 서울의 한 오래된 동네의 언덕 위 낡고 작은 단독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 그곳에서의 사람과 삶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감상을 기록했다. 그 기록들은 올봄부터 4개월간 창비 온라인 플랫에서 일부가 연재될 당시 매달 1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교보ebook에선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 주간 베스트로 올랐다.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려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이란 상상에서 시작된 작품은 ‘유령 열차'가 하늘로 올라가 사라지기 전 무사히 열차에 올라 사랑하는 이와 마지막을 함께하는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법학부를 졸업하고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특유의 입담과 재능을 살려 소설가로 전향한 작가 무라세 다케시는 이번 소설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작품을 소개한다. 이나경수습기자

책, 시대의 인권을 말하다 '문화와 폭력', '깻잎투쟁기'

민족, 국가,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 또는 지위. 인권이다. 여기 두 시대를 통해 고민해봐야 할 인권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주노동자의 삶,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오래 전 막을 내린 중국 여성의 ‘전족’에 여성의 욕망을 해석해낸 이야기다. ■ 문화와 폭력-전족의 은밀한 역사(글항아리 刊) 큰 발은 천하고 작은 발이 귀하다는 인식에 중국 여성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발을 동여매야했다. 헝겊 등으로 여성의 발을 동여매는 ‘전족(纏足)’은 중국에서 12세기부터 수백년간 이어진 끝에 20세기 들어 ‘반(反)전족 운동’으로 끝이 났다. 1957년의 일이다. 대체 어떤 강력한 힘이 발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전통적인 관습으로 만들었을까. 전족이 사라지자 많은 연구자가 전족을 여성에 대한 억압, 인권 무시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전족 여성들을 대상화하고 때로는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명·청 시대 연구자인 역사학자 도러시 고는 ‘문화와 폭력-전족의 은밀한 역사’를 통해 주류로 이어져 온 ‘전족 담론’을 뛰어 넘어 색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다룬다. 바로 ‘전족 여성’의 시각이다. 저자는 전족 여성을 직접 만나 근대 반전족 운동 기간에 나이 많은 여성들이 느낀 굴욕감과 선택 동기, 갈등 등을 보여준다. 저자는 전족이 ‘작은 발’을 탐하는 남성의 욕망에 의해 추동되고 이어져 왔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성들이 자원한 것도 아니지만 강요된 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남성의 성적 욕망뿐만 아니라 작은 발을 일종의 ‘패션’으로 인식하며 이를 성공 수단으로 여겼던 여성들의 욕망도 있다는 것. 그동안 전족을 다룬 논의에서 ‘매몰된 주인공’이었던 전족 여성들의 욕망과 목소리도 찾아내 들려준 점이 인상 깊다. ■ 깻잎투쟁기(교양인 刊) 깻잎은 과거에는 노지 밭에서 키웠다. 요즘에는 비닐하우스에서 1년에 두 번 파종하는 이모작 방식으로 키운다. 병충해에 강해 쉽게 자라고, 어느 정도 자라면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많은 깻잎은 누가 다 키워냈을까. 어느 정도 자란 잎사귀는 어떤 손으로 하나씩 직접 따내 우리 식탁까지 오는 것일까? 식탁에 오르는 깻잎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기계적 노동을 통해 재배되고 있다. 깻잎투쟁기는 연구자이자 현장활동가인 우춘희씨가 직접 깻잎밭에서 일하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현장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기록한 투쟁기다. 깻잎뿐만이 아니다. 고추, 토마토, 딸기, 계란, 김, 돼지고기 등 우리 밥상에 오르는 매일의 먹을거리는 낯선 환경으로 넘어온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온다. 고령화로 인구 감소로 이미 텅 비어버린 농촌의 일터는 이주노동자의 땀이 대신하고 있다.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이고,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단순히 이주노동자의 값싼 임금, 환경만을 말하지 않는다. 결코 ‘인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해준다. 저자가 전하는 이 몇 마디는 그래서 울림이 크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 정자연기자

'죽음'에 대한 생물학자의 답변 '생물은 왜 죽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세상의 법칙이다. 언젠가 생명이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왜 우리는 죽어야 할까. 일본의 생물학자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생물은 왜 죽는가’(허클베리북스 刊)를 통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해답을 찾아간다. 모든 생물은 죽는 걸까?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생물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사람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그 연구 성과는 어디까지 왔을까? 만약 죽음이 자연의 섭리라면 노화에 저항하는 일은 신성 모독인가? 그리고 인류가 만든 ‘죽지 않는 AI’와 ‘수명이 있는 인류’는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까?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총 5장으로 구분해 이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생물은 도대체 왜 탄생했는가, 생물은 도대체 왜 멸종했는가, 생물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가 등 두렵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말한다. 저자는 생물이 죽어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식량과 생활 공간의 부족이다. 천적이 적은 생물이라 포식 당할 위험성이 적다 해도 개체가 너무 늘어나면 식량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멸종에 가까울만큼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소자화 되어 소수 개체만 살아남게 된다. 모든 생물은 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 또 하나의 이유는 다양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물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항상 변화를 반복함으로써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왔다. 그 시제품 가운데 우연히 환경에 적합한 것들이 '선택'받아 생명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즉, '죽음'은 생물이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이러한 저자의 논거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빚어내는 장치인 셈이다. 생물이 탄생한 계기에서 시작해서 생물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죽거나 멸종하는지, 그리고 인류와 AI와의 공존 공생의 미래까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현대 생물학의 최첨단 지식과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마주하게 되고, 죽음과 관련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듯 하다. 정자연기자

[신간소개] 최승호의 한글그림 동시집…‘물땡땡이들의 수업’

동물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인의 눈동자엔 어린 아이의 맑은 마음이 스며들어 있다.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품은 동시집 ‘물땡땡이들의 수업’은 동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소박한 모습을 담아낸다. 최승호 시인은 이 책에서 68편의 동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접점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관점을 빌려 풀어냈다. 저자 최승호 시인은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후 첫 시집인 ‘대설주의보’를 낸 뒤, ‘눈사람’, ‘방부제가 썩는 나라’ 등의 시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김수영 문학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동시를 꾸준히 발표하는 등 동시계의 지평을 넓혀왔다. 일찍이 ‘말놀이 동시집’으로 아동문학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 그의 신작 ‘물땡땡이들의 수업’은 담백한 시어 곁에 한글의 자모, 단어와 문장을 자유롭게 조합한 그림을 배치해 시의 의미를 확장하고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자모로 만든 동물의 형상이나 단어 그림들이 동시 곁에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때묻지 않은 동심과 마주하는 느낌이 선명해진다. 저자가 직접 그려낸 그림을 통해, 시어를 대하는 시인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책에 깃든 매력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글날인 지난 9일 발간돼 의미를 더욱 빛낸다. 책에선 흥미로운 사연을 간직한 동물들이 독자들과 마주한다. 저자는 부엉이와 부엉이나비가 서로에게 ‘넌 누구냐’고 묻는 장면이나, 바다소에게 편지를 보내는 하늘소의 마음 등 일상의 한 귀퉁이를 놓치지 않고 재치 있게 가꿔낸다. 이처럼 시인은 동물들이 보내는 일상의 순간을 붙잡아 시인 고유의 언어로 바꾸는데, 보잘것없는 사연들을 꿰어 특별한 순간으로 다듬어내는 작가의 관찰력이 돋보인다. 시집이 시작하는 곳에는 한글로 그림을 그리고 시 낭송을 해 보라고, 어린 시인이 되고 어린 화가가 되어 보라며 나지막이 속삭이는 최 시인의 진심 어린 당부가 적혀 있다. 이제 시간이 됐다. 우리도 저자의 바람처럼 물땡땡이들과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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