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중국을 바로 응시해야 하는가?’…신냉전 구도에 휘말려든 한국 위한 지침서 두 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 한국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향후 벌어질 신냉전 구도에 한국이 어떤 지위로 휘말리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등 국빈 방문 일정을 위해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다. 중국은 해당 일정 가운데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진행했던 미의회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전근대 이전 한국과 가장 많은 교류를 주고받던 국가였지만, 산업혁명 이후 세계를 휘어잡던 유럽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패권국에 올라선 미국 등 세계질서의 재편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이 오랜 기간 이어왔던 관계에 균열이 간 상황이다. 오랜 협력 관계였던 미국과의 관계를 곱씹어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좋든 싫든 언제나 한국과 긴밀한 관계였던 중국을 다시 분석하고 뜯어보는 작업이다. 혼돈의 시대 속 중국을 바라보는 두 권의 책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해보자.  먼저 지난달 발간된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에서 저자 위엔위엔 앙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중국 사회로 침투한 부패한 단면들이 어떻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었는지 분석하면서 중국을 직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속엔 중국이 개혁 개방 이후 어떻게 초고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녹아 있다. 저자는 책에서 중국의 발전 과정을 19세기 말 미국의 환경과 비교해 불평등, 재력가와 결탁한 부패 정치 세력 등의 요소를 짚어보면서 중국이라는 국가의 작동 원리를 구현해내고자 한다. 특히 이 책은 중국의 과거를 거쳐 현재를 지나 미래까지 내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생각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 출간됐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도 최근 한중 관계를 둘러싼 기류 변화에 힘입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저자 한청훤 작가는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이 왜 저렇게 결정하고 행동하는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이 하는 행동과 발언의 배경과 원인에 어떤 요소가 반영됐는지 파악하는 일이 오늘의 중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가는 시진핑을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짚어가며 중국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전제로 책을 구성했다. 그는 현재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중국 관련 도서와 비교했을 때 이 책이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첫째, 중국을 다루는 데 있어 최대한 다각도로, 총체적으로 다루려는 시선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책은 가장 첨예하게 부각되는 정치와 외교뿐 아니라,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 시점 한·중간 충돌하는 지점들을 다루고 있다. 더 나아가 작가는 과거의 역사 맥락을 짚어내면서 현 상황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에도 힘썼다. 둘째로 중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객관적이고 편향을 배제한 시선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진보와 보수, 중국위기론과 중국대망론 등으로 갈라진 논점처럼 어느 한쪽만 다루지 않았다. 한 작가는 “지난 세월 동안 중국과 한국이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이 힘을 키우기 위해 자신들의 의지를 억누르고 미국이 만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제는 그런 시기가 지나고 중국이 예전 중국의 위상과 존재감을 되찾으려고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많은 국제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향후 5년을 동아시아 정세에 매우 위험한 시기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 문제를 매몰되는 이슈로만 대응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조가 무예로 펼친 새 세상…'무예로 조선을 꿈꾸다'

사도세자라는 정치적 약점이 있었던 정조는 무예로 새로운 조선을 꿈꿨다. 무술을 연마하고, 단단히 해 백성들을 지키려는 자세에서 백성을 위한 군주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무사이자 무예인문학자인 최형국이 최근 펴낸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인물과 사상사 刊)는 무예로 ‘새로운 조선’을 꿈꿨던 정치 철학과 리더십, 무예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24기를 29년간 수련한 인물이다. 정조가 남긴 조선 최후의 모예서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무예도보통지’를 공부의 중심에 새겼다. 또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지식과 움직임을 몸 철학으로 풀어냈다. 무예를 수련하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했다. 2015년부터 수원시립공연단에서 상임연출을 맡으며 무예24기 시범상설 공연 등을 보여왔다. 2021년부터는 후대가 더 쉽게 무예에 다가서고, 일반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무예24기 전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무예가 기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몸의 문학, 몸을 통해 보는 인문학적 가치를 현대인들에게 알리고자 무예 인문학 강의 등도 진행 중이다.  그는 열네 번째 저서인 ‘무예로 조선을 꿈꾸다’를 통해 정조가 무예를 통해 강인한 조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검선처럼 간결하게 풀어냈다.  이전에는 전문가 등을 위한 학술적인 서적을 썼다면, 이번엔 대중들이 무예와 정조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그 안에 담은 콘텐츠도 방대하다. 1장 정조의 정치 읽기, 2장 무예도보통지를 만든 사람들 , 3장 무예도보통지 속 무예 이야기로 주제를 나눠 무예24기에 숨겨진 내용뿐만 아니라 정조의 정치 철학, 당대 생활 등을 전문적이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끊임없이 정조 시대를 불러 내고, 현대인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가 무예에 천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경기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조는 아버지가 사도세자라는 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그 중 무예는 가장 중요한 국정 철학이자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조 시대가 맞닥뜨렸던 극심한 가뭄과 외세의 침탈, 전쟁,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품었던 강조했던 철학이 무예였던 것이다.  저자는 “무예24기에 담은 그 내용이 ‘실학’의 본질”이라고도 밝혔다. “국방력 강화와 무예의 우수성을 정리해 무예24기에 담아낸 그 내용이 그 내용 자체가 백성을 지키기 위한 위민의 철학, 즉 조선후기 실학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어 “현대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세계 각국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도 치른 상황이다. 세계가 대립하고 그 안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본질을 잃는 경우가 많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지나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당시 정조의 철학을 통해 지금을 살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무예에 깃든 철학과 정신수양은 물론 무사 백동수 등 당시 무예인들의 이야기와 책에 삽입된 관련 사진과 그림 등이 글의 흥미를 더한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김어진 시집 ‘그러니까 너야’ [신간소개]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 자신의 솔직함을 무기로 시 작업을 하는 김어진 시인의 시집 ‘그러니까 너야’(리토피아포에이지 刊)가 지난달 30일 출간됐다. 김어진 시인은 ‘달 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붉은 수염의 침대에서 자다’ 등의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다. 5부로 나뉜 ‘그러니까 너야’ 시집에서는 김 시인만의 직설적이고 단순함으로 시가 되는 지평을 엿볼 수 있다. “제 핸드폰에 연결음을 길게 보냈는데 받지 않는다고요//잠시 머뭇거리다가 또 보냈는데도 수락이 안 떨어지면,/봄꽃 치마 입은 님 만나 손잡고 봄나들이 간 줄 아세요.”(봄바람 中) 라며 고졸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시인은 간결한 방식을 구사하면서 내용을 꼬거나 해체하고 비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보인다. “동물들은 눈두덩에 두 개의 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엽록소 더디게 생산하는 가을이 접어들자 눈치챈 습도가, 누구의 청으로 사라졌는지 안구 건조한 손님을 맞이한다.”(안구건조증 中) 이처럼 생생한 경험을 단순하게 담아내면서 약간의 재미도 느끼게 된다. 손현숙 시인은 “봄이면 봄의 모습을 단순한 방법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겨울이면 겨울의 모습 그대로, 슬픔과 기쁨의 모습도 직정적인 듯하면서도 단순한 깊이로 언어를 부린다”며 “독자들에게 오늘의 현실 그리고 당신의 오늘을 생각하게 하는 여지를 남겨두는 입체를 허용한다”고 평했다.

동시대 우리들의 관계를 바라보는 일…‘거침없이 내성적인’ [신간소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서로 사랑을 하고 있지만 마음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쩌면 현대인의 관계를 곱씹는 일은 정해진 결말로 갈 수도 없고 정의 내릴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2019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자켓 시인은 지난달 발간된 첫 시집 ‘거침없이 내성적인’(문학과지성사 刊)을 통해 그런 불안정한 관계들을 이리저리 뜯어본다. 도시의 길거리, 집, 추억이 깃든 여행지 등 친숙한 일상의 공간이 시의 무대로 소환되지만, 시 속을 유영하는 화자들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의 불가능성을 떠안은 채 어긋나는 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알 듯 말듯한 아리송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이자켓의 시를 통해선 현대인이 공유하는 감정들을 시인의 담담한 어조를 거쳐 음미할 수 있다. 의미와 맥락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없는 표현과 단어들이 시 곳곳에 배어 있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길을 잃고 낙담하기엔 눈길을 사로잡는 시어들이 줄곧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는 점이 매력이 넘친다. 단어와 단어, 글자와 글자, 행과 행 사이에 깃든 화자의 감정들을 헤아려 본다면 다소 난해하게 다가오는 시와 한결 가까워질 수 있다. 이희우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동시대 연인 혹은 친구 관계에 대한 일상적 묘사로도 읽을 수 있고, 자신의 소외와 분열을 마주한 주체의 내적 현실을 은유하는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상 속의 인문학 확산’, 출판도시문화재단 ‘상반기 책방거리 프로그램’ 4월부터 6월까지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일상 속의 인문학 확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2023 출판도시 인문학당 ‘상반기 책방거리 프로그램’이 4월부터 오는 6월까지 전국 서점과 출판사를 거점으로 진행된다.  ‘출판도시 인문학당’은 인문학과 독서 문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다양한 인문학 강연뿐 아니라 출판사와 독자, 작가와 독가의 만남 등 교류의 장을 통해 독서 운동 확산과 인문학 출판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상반기 일정은 단강과 심층 강의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경기도를 비롯한 서울, 부산 전국 각지 출판사와 서점에서 역사, 예술, 철학 등 36강좌의 다채로운 강연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파주 명필름아트센터에선 작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이 준비돼 있다. 7년 동안 독자들을 위해 쓴 편지 책 ‘당신께’의 저자 오지은 작가는 8일 오후 1시30분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관객들과 함께 관람한 뒤 꿈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장서표를 국내에 최초로 알린 남궁산 판화가는 22일 파주 활판인쇄박물관에서 장서표의 역사와 의미를 설명하고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강연을 선보인다. 남 판화가의 강의는 29일과 오는 5월20일에도 이어진다. 오는 6월14일, 21일, 28일 오후 7시 고양 한양문고 주엽점에서는 최근 최대 화두로 떠오른 챗GPT를 주제로 시리즈 강연이 열린다. 오영진 테크노컬처 연구자가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하는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강연은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강연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출판도시 인문학당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된다.

70년 한 굽이굽이... 보릿대 사이 피어난 '제주 4·3 진실꽃'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

제주가 품고 있는, 반세기 이상 국가가 숨기고 억눌러온 폭력과 야만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 책이 있다.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메디치미디어 刊)는 ‘산딸나무에 진실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이다. 4·3의 진실이 마침내 피게 되었다는 것을 담은 제목이다. 많은 제주사람들이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때론 낮게, 때론 가열차게 목소리를 높여왔다.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는 그런 목소리를 그림과 글, ‘그래픽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책은 제주 4·3을 마음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엮어낸 이들이 오래도록 국가가 숨기고 억눌러온 폭력과 야만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4·3의 진실을 전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을 살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아픔은 보리줄기를 사용해 만든 그림으로 대변된다. 책은 이수진 보리아트 작가가 보리미술로 탄생시킨 그림 70여점을 통해 4·3 당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마을들의 존재를 증언하고,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불러내 진실의 목소리로 위로한다.  이수진 작가가 소재로 사용한 보리줄기는 4·3 때 폐허가 돼 끝내 재건되지 않은 마을들의 옛 터에서 자란 것들이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보릿대 빛깔 사이로 70년 넘게 묵은 아픔과 한이 굽이굽이 물결친다. 은은한 보리줄기 속 뿜어내는 잔잔함은 아름다워 더 시리다.   이수진 작가는 사라진 사람들의 혼이 그 보리줄기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는 제주 보리와 제주 흙, 제주 귤, 제주 동백꽃 등 모두 제주에서 공수해 왔다.  이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4·3 이 안고 있는 역사 자체가 굉장히 무겁고 아픈데 많은 분들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알기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며 “어렵지 않게 작품만 보고도 제주 4·3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이 작가는 제주의 진실을 마주하고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제주 4·3 사건을 너무 늦게 알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희생당하신 분들이 다음 생에서는 평범하게 편하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글은 지난해까지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박진우 민족문제연구소 수원지역위원장과 이하진 작가가 맡았다.  박진우 위원장과 이하진 작가는 이제는 냉전, 반공주의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그 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 대한민국 주권자로서의 권리, 저항할 권리, 싫어한다고 말할 권리, 이러한 권리를 보장할 가치를 글에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박진우 위원장은 “최근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제주도에서 온 친구에게 ‘빨갱이’라는 표현을 했다는 등 아직도 당시 제주에 대한 편견, 거짓이 남아있다”면서 “이수진 작가의 작품을 통해 편안히 진실을 마주하고, 이념이 아닌 인간의 기본권과 가치, ‘사람’을 먼저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밝혔다.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책들…'견성검사', '훈련이 잘못됐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새로운 가구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책을 통해 해당 반려동물에 대해서 미리 학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말 못 하는 반려동물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행복한 반려 생활을 도와줄 서적을 찾아봤다.  ■견성검사(느낌이있는 책刊) 반려견과 함께 사는 주인은 일상을 함께 보낸다. 나의 반려견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가. 과연 반려견과 주인의 궁합은 잘 맞는가. 반려견의 속마음과 성향을 파악해볼 수 있는 작가 엘리슨 데이비스의 ‘견성검사’가 지난달 출간됐다. 책에는 반려견의 여섯 가지 성격 유형이 마치 사람의 MBTI 검사처럼 질문과 설명이 담겨있다. 하나의 주제를 골라 주제 당 주어지는 질문의 답을 채워간다면 반려견이 순응적인 성향인지 지배적인 성향인지, 외향적인지 독립적인 성격인지 파악할 수 있다. 반려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훈련이 잘못됐습니다(페이스메이커刊)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훈련에 대한 관심도 늘어가고 있다. 가끔은 사고를 치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저자 알렉스의 ‘훈련이 잘못됐습니다’는 구시대적인 방식의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훈련이 아닌 반려견과 견주가 행복함을 느끼면서 트레이닝 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으며, 개가 주로 보이는 행동과 그에 맞는 구체적인 교육법을 그림과 동영상 QR코드 등을 넣어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했다. 반려견의 당황스러운 행동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교육해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행복한 반려 생활을 만들어 보기에 좋다. 

여성의 날 의미 되새기는 책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불꽃으로 살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집어들면 좋은 책들이 있다. 사회 그리고 세계와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큰 울림을 준다. ■ 엄마와 딸, 한없이 가깝고도 먼…‘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하재영 작가의 신간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가 지난달 27일 발간됐다. 저자는 책에서 어머니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자신과의 접점, 교차점에 있는 이야깃거리를 풀어내고 있다. 한 여성이 한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 존재는 어떤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을까. 엄마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가장 가깝지만,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다. 딸과 엄마의 관계는 그만큼 복잡하고 골치 아픈 법이다. 책을 통해 각자의 모녀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는 이의 내면을 건드린다. 단순히 남의 집 이야기를 훔쳐본다기엔, 생생하고 날선 지점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어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다. 용기를 내 어머니와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려면 굳은 다짐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어머니를 마주해야 하는 걸까? 책은 무심코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불꽃으로 살다’ 짧지만 강렬한 삶.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풀어낸다. ‘불꽃으로 살다’(디자인하우스 刊)는 서구 남성 중심의 예술 세계에서 조명 받지 못했던 비서구 작가들과 여성 예술가들이 상당수 소개되고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이 다루는 예술가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예술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이들, 시대를 앞서간 창작자들, 살아 있는 동안 내내 투쟁과 갈등에 신음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26세 임신 5개월 차의 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샤를로테 살로몬, 현대 인도 미술의 개척자 암리타 셔길, 1960년대 영국 팝 아트의 창시자 중 한 명이었던 폴린 보티 등 다양한 여성 예술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다.

[신간소개] 시대를 읽어내는 '한 권으로 끝내는 동양사상'

동양 철학은 무릇 심오한 사상의 한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내재된 참뜻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더더욱 그렇다.  익히 들어온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에서 가려 뽑은 한 문장의 키워드로 작금의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책자가 발간돼 화제다. 중·고등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냈다. 문학평론가이자 현직 기자로 활동 중인 이도환 작가(58)가 10년 넘게 신문 매체 등을 통해 연재해 오던 칼럼 ‘이도환의 고전산책’을 단행본으로 모아 세간에 펴냈다. ‘청소년을 위한 동양 고전 이야기-한 권으로 끝내는 동양사상’(걸음 刊)이다. 문학평론가의 문장에 기자의 시선을 담아 동양고전에 나오는 짧은 문장 하나로 오늘의 시대를 읽어내도록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대학에서는 역사를, 또 대학원에서는 문학을 공부한 저자의 글쓰기가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되는 ‘논어’, ‘맹자’ 등 동양고전에서 가려 뽑은 한 문장을 키워드로 오늘의 시대를 읽어냈다.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이란 부제에 대해 “서양의 철학과 사상에 비해 관심이 덜한 동양의 철학과 사상을 쉬운 언어로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느 특정 범주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영화로 친다면 ‘ALL AGES ADMITTED(전 연령 시청가능)’를 추구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지난 2019년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문학평론집 ‘소통의 미학’에서도 서양의 문예이론이 아니라 공자와 맹자는 물론 율곡과 다산 등 다양한 동양사상가들의 이론을 접목시킨 문학평론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설렘과 기대’ 봄맞이 마음에 햇살 드리우는 책들

달력 상단의 숫자가 달라졌다. 3월이 시작되면 마음도 들뜬다. 제법 올라간 기온, 돋아나는 새싹,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을 안고 책을 집어드는 건 어떨까. 봄을 맞아 마음에 따스한 햇살을 드리우는 책들을 골라 봤다. 반복되는 일상이 소설이나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만날 기회다. ■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일상의 단면, 홀로 또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는다. 책의 저자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일상의 어느 한구석에서 건져 올린 사람들의 내면과 속살을 통해 독자들을 책 속의 현실로 초대한다. 책 속의 화자인 ‘나’는 작가다. ‘나’는 거리로 나가서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멈춰 세운 뒤 그 사람의 인생을 들어보는 편이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작가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할머니 마들렌, 그의 딸과 남편 그리고 손주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일상을 이야기로 엮어내려고 한다.  마들렌의 딸은 남편과 관계를 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남편은 남편대로 가족과의 단절과 직장에서의 압박에 신음한다. 그의 자식들 역시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 속 누구를 통해서든 발견할 수 있다.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마르탱네 가족은 그들 역시도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듣던 ‘나’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일상은 허구의 소설보다 더 반짝이는 이야기로 우리들의 삶에 울림을 준다. ■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은 유럽 여행기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기장 내지는 에세이처럼 보인다. 저자 하정은 주변인들의 기대와 걱정 등 다양한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런 덕분인지 그는 여행지에서 겪었던 일상을 정형화된 여행기의 형식이 아닌, 자유분방한 시선으로 옮겨 놓았다. 소박하게 또 두서없이 풀어놓은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오갔던 저자의 여행길을 늘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가 생겼다. 다양한 곳에서 제각기 다른 가치관과 생활 패턴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만난다. 틀에 박힌 한국의 삶과 다른 현장이 펼쳐진다. 모자라고 불편하다고 무작정 쳐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삶의 일부분으로 흡수하기 위해 궁리를 하는 사람들, 시간에 쫓겨 강박에 빠지는 대신 여유롭게 타인과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난다.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재밌게 순간을 만끽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작가가 보낸 1년을 책으로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 이방인, 그리고 이방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