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와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
달력 상단의 숫자가 달라졌다. 3월이 시작되면 마음도 들뜬다. 제법 올라간 기온, 돋아나는 새싹,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을 안고 책을 집어드는 건 어떨까. 봄을 맞아 마음에 따스한 햇살을 드리우는 책들을 골라 봤다. 반복되는 일상이 소설이나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만날 기회다.
■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일상의 단면, 홀로 또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는다. 책의 저자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일상의 어느 한구석에서 건져 올린 사람들의 내면과 속살을 통해 독자들을 책 속의 현실로 초대한다.
책 속의 화자인 ‘나’는 작가다. ‘나’는 거리로 나가서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멈춰 세운 뒤 그 사람의 인생을 들어보는 편이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작가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할머니 마들렌, 그의 딸과 남편 그리고 손주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일상을 이야기로 엮어내려고 한다.
마들렌의 딸은 남편과 관계를 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남편은 남편대로 가족과의 단절과 직장에서의 압박에 신음한다. 그의 자식들 역시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 속 누구를 통해서든 발견할 수 있다.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마르탱네 가족은 그들 역시도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듣던 ‘나’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일상은 허구의 소설보다 더 반짝이는 이야기로 우리들의 삶에 울림을 준다.
■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은 유럽 여행기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기장 내지는 에세이처럼 보인다. 저자 하정은 주변인들의 기대와 걱정 등 다양한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런 덕분인지 그는 여행지에서 겪었던 일상을 정형화된 여행기의 형식이 아닌, 자유분방한 시선으로 옮겨 놓았다. 소박하게 또 두서없이 풀어놓은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오갔던 저자의 여행길을 늘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가 생겼다. 다양한 곳에서 제각기 다른 가치관과 생활 패턴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만난다.
틀에 박힌 한국의 삶과 다른 현장이 펼쳐진다. 모자라고 불편하다고 무작정 쳐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삶의 일부분으로 흡수하기 위해 궁리를 하는 사람들, 시간에 쫓겨 강박에 빠지는 대신 여유롭게 타인과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난다.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재밌게 순간을 만끽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작가가 보낸 1년을 책으로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 이방인, 그리고 이방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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