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진 칼럼니스트, '삶의 여정에서 찾은 지혜와 아름다움' [신간소개]

어느 날 기자 앞으로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자신을 모 대학 강사라고 소개한 필자는 “글을 쓰게 됐는데 졸작이지만 칼럼으로 실어줄 수 있겠냐”는 정중한 부탁의 말과 함께 수필 한 편을 보내왔다. 당시에는 경기일보 오피니언란을 채워 줄 한 편의 짧은 글이었지만 갈수록 글이 다듬어지면서 시대의 현상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 기자의 이메일에 도착했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할 당시 맺어진 인연이 최근 따뜻한 책으로 나와 옛 기억을 다시 소환했다. 칼럼니스트 이국진씨가 그동안 경기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 게재했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삶의 여정에서 찾은 지혜와 아름다움’(도서출판 책연)이란 이름을 달았다. 저자 이국진씨는 인생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하다고 말한다.  살면서 수 많은 과제와 책임져야 할 일을 전투적으로 해결하느라 인생이 이순을 지나니 크고 작은 문제에도 초연해지고, 마음 속에 동요도 덜 일어난다고 말할 정도로 나이가 주는 기쁨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신문에 칼럼을 발표해 온 지도 18년이 되었고 이젠 칼럼 쓰기가 저자의 삶에서 중요한 일부가 됐다. 칼럼마다 당시 시대를 관통했던 키워드나 뜨거운 이슈들, 혹은 그 시기에 경험했던 대중문화에 대한 단상과 소회가 담겨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글을 쓰게 된 이유로 몰입에서 오는 즐거움, 메타 인지를 통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객관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칼럼을 쓰기 위해 세상에 관심을 갖고 통찰하고 생각을 숙성시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끼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글쓰기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칼럼집은 1부 삶에 대한 단상, 2부 대중문화 속 의미 찾기, 3부 사회 읽기로 나눠 그동안 저자가 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단상들이 정리돼 있다. 저자는 1부 삶에 대한 단상 주제의 첫 칼럼 ‘가을을 사유하다’(경기일보 2017년 10월 20일 게재)에서 8월 끝 무렵 성큼 다가온 가을, 한해 마지막 계절인 겨울로 향하며 인생의 마지막 여정에 느끼는 우리 삶의 단상을 고대 그리스 신화와 빗대 은유하고 있다. 이국진 저자의 칼럼집을 읽어내려가면 우리가 살아온, 살아왔던 시대의 사회와 문화현상, 그 이면의 세상을 이해하고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며 소통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수확을 거두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국진 칼럼니스트는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수석 졸업(언론학 석사)하고 신한대 강사, 방송위원회 심의원, 의정부 문화원 이사, 북부신문사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문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 시대, 여행지 안내하는 책들

맑은 하늘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어디로 떠나볼까’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6월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까지 사라지면서 본격 ‘엔데믹’에 진입하자, 해외여행 수요도 폭증하는 추세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서점가에도 여행 서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장 떠나지 못해도 머리와 마음을 식히고 달래줄, 두 권의 책을 찾아봤다.  ■ 여기 가려고 주말을 기다렸어 (빅피시 刊) 월요일부터 주말 여행지를 검색하는 이들을 위해 새롭고 특별한 국내여행지를 모은 책이 지난 달 출간됐다. 국내 대표적인 여행 뉴스레터로 자리매김한 ‘주말랭이’가 정보는 많지만 훌쩍 떠나기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여행지 300곳을 소개한다. 책이 여행지를 소개하는 법은 ‘리프레시를 하고 싶어’,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등 기분별·취향별로 나뉘어져 있어 독특하다. 이들 목차는 독자들을 이색적인 핫플레이스로 이끌거나, 녹음이 우거진 초록 자연 등으로 안내한다. 특히 여행 스타일을 알아보는 네 가지 여행 유형을 테스트하게 하고, 그에 맞는 여행 체크 리스트, 특별한 여행 기록법부터 해당 여행지에서의 사진 잘 찍는 꿀팁도 전수한다. ■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 (코알라컴퍼니 刊) ‘산티아고 순례길’을 20년간 버킷리스트에 담아 둔 저자 손미나가 어느 날 800㎞ 순례길에 오르게 된다. 40일간 끊임없이 걸으며 육체는 한계에 다다랐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에서 감동과 위로를 받으며 정신은 더욱 선명해졌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아들을 잃고 산티아고를 찾은 아버지, 한쪽 눈을 실명한 후 순례길에 도전한 코린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순례길을 걷는 이들과 마주한 경험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자책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걸으며 인생의 질문을 던지고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해답을 구한 뒤 산티아고 순례길을 인생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라 칭한다.

[이날e북] 이적의 단어들 外

고단한 출퇴근길.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조차도 사치로 느껴질 즈음, 자투리 시간에 휴대전화 액정으로, 태블릿 화면으로 틈틈이 들여다보는 에세이가 일상의 쉼표와 느낌표, 마침표를 마련해줄 수 있다. 두 권의 에세이를 만나본다. 먼저 알라딘 Ebook 에세이 베스트셀러에선 지난 23일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적의 단어들’이 2위에 올랐다. 가수 이적의 첫 산문집인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을 스쳐가는 낱말들 가운데 101개의 낱말을 건져올렸다. 그의 손을 거친 단어들에는 음악인이자 생활인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그가 고른 낱말들에서 시작된 단단한 글들을 계속해서 곱씹어보면 그가 마주한 세계가 독자들에게도 성큼 다가온다. 1부에는 인생의 궤적을 살피는 시선이 담겼고, 2부에선 소설 같은 현실일 수도 현실 같은 소설일 수도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3부는 언어의 구성과 형태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는 시간이다. 4부는 음악인 이적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5부는 세상을 마주한 채 걸어가는 이적의 태도와 다짐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예스24 ebook에선 ‘힘 빼기의 기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던 광고카피를 쓰는 김하나 카피라이터가 써내려간 에세이다. 그가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던 단편과 차곡차곡 쌓아뒀던 수필을 한데 묶어낸 책에선 유연한 사고로 만들어내는 일상의 여백이 돋보인다. 저자는 그의 곁을 스쳐가는 크고 작은 것들을 가만히 데려다가 앞에 놓은 뒤 다시 배열하고 굴려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꼼꼼히 펼쳐놓았다. 그의 삶이 녹아든 표현들은 돌아가는 선풍기 날개에서 뻗어나온 바람이 얼굴을 감싸듯 느긋하고 기분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제목처럼 힘을 바짝 들인 채 살아가는 빽빽한 일상에 지쳤을 무렵, 책을 통해 한 줄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시대 화두로 떠오른 챗GPT 등 ‘AI’의 실용적 활용법 담은 책 두 권

최근 빠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이슈다. 시대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감탄하며 많은 이들이 AI의 활용법에 주목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AI. 그러나 아직은 생소한 이들을 위해 AI의 실용적 활용법을 담은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AI 이후의 세계 (윌북 刊) ‘인사 담당 AI가 승진에서 나를 탈락시켰다면 수용할 수 있을까?’ ‘안보 전문 AI가 적국을 타격하라고 한다면 대통령은 따라야 할까?’ 이 책은 AI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현실을 일깨우며, 답을 제시한다. 정치·경제·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3명이 4년간 AI를 탐구했다.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밋, MIT 슈워츠먼컴퓨팅대학의 초대 학장 대니얼 허튼로커가 AI를 주제로 논의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AI 시대에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질문을 몇 가지 제시하고 답을 찾아간다. 다만 AI시대에도 ‘인간성’은 무의미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중요한 정책이나 법을 집행할 때는 ‘인간’이 결정하고 감독할 때만 그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한다. 책은 인공지능을 어디까지 믿고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짚는다. ■ 챗GPT 거대한 전환 (알에이치코리아 刊) 챗GPT는 어떻게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을까? 이 책은 챗GPT와 그 배경 기술인 생성형 AI에 대한 개념서로 일컬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에 열광하는 이유를 사례로 제시하며 알려준다. 특히 이 책은 생성형 AI를 둘러싼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비롯해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 기업 등 50개의 AI 서비스를 전격 분석했다. AI 분야의 현직 전문가인 김수민, 백선환 두 저자는 생성형 AI를 두고 벌어지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쟁 구도와 이를 통해 AI가 바꿔 나갈 산업, 시장의 미래를 분석했다. 이들은 구글 검색이 정복하지 못한 시장으로 한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을 꼽았다. 저자는 한국 AI 기업들에 오징어게임, BTS로 대변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접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손남태 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 출간

남다른 고향 사랑을 읊은 손남태 시인의 시집 ‘끊임없이 사랑하라 마음의 별이 지기 전에’가 출간됐다. 안성에서 자라 농협 안성시지부장을 역임한 그는 그동안 ‘그 다음은 기다림입니다’, ‘그대에게 무엇을 주고 싶다’, ‘숨겨든 그리움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등 6권의 시집을 통해 안성지역에 대한 자연, 고향애 등을 노래해왔다. 이번 시집 역시 시인의 남다른 지역 사랑으로 마주한 사물들을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게 음미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삶의 이면을 노래한 1부 ‘수줍은 사랑’과 2부 ‘뜨거운 열정’에서는 애써 기뻐하고 힘들여 웃다 보면 지친 삶도 미소가 된다는 시인의 온기 가득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3부 ‘조용한 사색’에서는 알밤·단풍·억새·갈대 등 자연의 변화와 계절의 흐름을 담았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시인의 감수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4부 ‘아쉬운 마음’에는 중년의 시인이 느끼는 인생의 정과 한을 다정한 언어로 표현했다. 5부 ‘개미의 향수’는 고향 연작시로, 안성의 역사와 문화·호수·대표 농축산물 등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땅위를 줄지어 가는 / 개미떼나 / 비행기 여행 다니는 / 사람들이나 / 해지면 / 돌아갈 곳은 / 하늘땅 아래 / 작은 집 (개미) 개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 에필로그 형식의 자화상 연작시 ‘개미’도 마지막까지 독자들이 시집에서 손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시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소박한 태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편안한 시집이다. 시편마다 깔리 이 같은 서정성은 시인의 삶의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손 시인은 농협에 입사해 농민신문 기자 등을 지낸 뒤 현재 농협경제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 PEN클럽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인생 후반전’ 노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제시하는 책 두 권

‘100세시대’, ‘뉴노멀 중년’. 저출생 고령화 사회로 급변하면서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시대를 위해 인생 후반전을 재설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재무설계·대인관계 뿐 아니라 노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 노년기를 ‘성장’과 ‘발달’이 존재하는 시기로 정의한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한스미디어 刊 )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 이 책의 저자인 미국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을 이같이 정의한다. 우리 몸과 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이 약해지고 퇴보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신체의 어떤 부분은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에 생기는 장점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을 꼽는다. 저자는 인간의 두뇌가 비축분을 만들면서 새로운 능력인 ‘지혜’를 키우고,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하면서 ‘회복탄력성’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창의성’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한 환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해답을 찾게끔 만든다.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메이븐 刊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라” 30년간 의사,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치열하게 살아가던 저자가 어느날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았다. 정신 분석 전문의로 일해 온 김혜남 작가는 의무와 책임감에 치여 모든 역할을 잘해내려 애쓰다가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대학병원에 남지 못했을 때, 병원을 개원한지 1년이 채 안돼 병에 걸렸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책을 쓰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한다. ‘마음에 지진이 일어나는 마흔’에 세월에 맞서기보다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등을 이야기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일러준다. 

박상천 시인…아내 위해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

아내와 함께한 30년, 그 이후 딸과 함께 지낸 10년이 모인 40년의 기록이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세상을 떠난 아내는 어느 시인의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했지만, 흔적으로만 느껴지는 아내는 그에게 상실감 뒤에 찾아오는 짙은 어둠을 안겨줬다. 그는 아내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시를 썼고, 그의 마음은 아내뿐 아니라 세상에도 전달됐다. 지난 11일 편운문학상운영위원회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시인과 시집 ‘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의 정채원 시인을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편운문학상은 한국 현대시의 거목인 편운 조병화 시인이 1990년 제정한 상으로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회에 걸쳐 한국 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한 시인과 평론가에게 수여해왔다. 아내를 떠올리며 쓴 시집 ‘그녀를 그리다’를 통해 이번 상을 받게 된 박상천 시인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담긴 시집이 많은 이들의 마음과 공명할 수 있어 벅차오른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 시인은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래로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 등 많은 업무로 인해 시집을 많이 출간할 수 없던 환경이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년 이후 시간이 확보되자 처음으로 낸 시집이 바로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그녀를 그리다’였다”면서 “많은 분들이 이 시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 시인은 시집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집 속에 ‘슬프다’, ‘외롭다’와 같이 감정이 직접 발화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시로서 자리매김하려면 이런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슬프다고 해서 슬프다고 쓰면 그건 시가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의 시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서 건져 올린 추억과의 접점을 응시하는 과정 속에서 담백하고 절제된 묘사로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굴곡을 만들어낸다. 박상천 시인은 “아내가 가 있는 그곳은 편지를 부칠 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이 시들 만큼은 아내에게 가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싸우며 10년, 친구로 20년을 함께 지내면서 항상 내게 관대했던 아내에게 이번 수상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33회 편운문학상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안성시 양성면 조병화문학관(관장 조진형)에서 개최된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스승들의 이야기 담은 책 두 권

언젠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직면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 때마다 눈앞에 조건 없이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었다. 인생의 나침반을 자처한 그들을 우리는 ‘스승’이라고 부른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누군가의 험난한 인생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교육자들의 노고가 담긴 책을 골라 봤다.  ■ 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마음…청소년 시집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 교편을 잡은 현직 교사이자 두 딸의 엄마는 자신의 품을 거쳐갔던 아이들을 향해 진솔한 내면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 ‘현대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설 시인의 첫 시집 ‘핑크는 여기서 시작된다’가 지난달 14일 발간됐다. 서울 휘경여자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 시인이 그간 자신과 소통했던 수천명의 여자 학생들과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지은 시집이다. 최 시인은 학생들과 한발짝 더 가까워지기 위해 혼돈의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행간 구석구석 녹여냈다. 시집 속을 들여다 보면 아이들을 향한 저자의 따스하고 애정어린 마음이 엿보인다.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언어들이나 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시집 속으로 끌고 온 저자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을 빚어냈다는 점에서 소통의 가교가 된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청소년뿐 아니라 중학생 딸을 둔 부모와 교육자들 역시 책을 통해 공감과 오해로 얽혀 있는 관계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아이도 스승도 함께 마음을 내어주는’…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 “세상은 우리를 교사라고 부르지 않을 지 몰라도, 우리도 선생님입니다.” 지난 1월 출간된 ‘아이들 나라의 어른들 세계-돌봄과 교육 사이’에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따스한 품을 기꺼이 내어주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돌봄 공동체를 찾는 아이들의 시험 점수를 올려주는 교육이 아닌, 인생살이의 교훈을 가슴 속에 스며들게 도와주는 삶의 동반자들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이곳에선 모두가 평등하게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의 유일한 공동육아협동조합 ‘도토리마을방과후’. 이곳에 모여든 아이들은 학교에서 만날 수 없는 또다른 ‘선생님’과 함께 호흡한다. 책은 육아와 돌봄 사이, 학교와 학원 사이, 교사와 양육자 사이 그 어딘가의 중간 지대를 맴돌 수밖에 없는 마을 방과후 교사 박민영, 손요한, 한은혜, 박상민씨의 진솔한 고백록이다. 이들은 학교 바깥의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지내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정성스럽게 담아낸다.  책에 깃든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면밀히 따라간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공동 연출한 박홍열·황다은 감독 역시  이곳에 아이들을 맡겼던 경험을 살려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박 감독은 “영화 속엔 선생님들의 속내를 일부러 담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돌봄이라는 개념을 넘어, 함께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라고 말했다.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오늘의 세리머니 [신간소개]

■ 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북인어박스 刊) 밤 하늘은 왜 어두울까. 빛과 어둠을 둘러싼 우주에서 가장 우아하고 지적인 논쟁이 담겼다. 저자 아메데오 발비는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며 우주의 구조가 평면임을 확인한 이탈리아 최고의 천체물리학자다.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둘러싼 신비와 논쟁을 추적해 책에 담았다. ‘우주는 대부분 비어있고 어둡다. 우리 인간종은, 중간 크기의 별 주위를 도는 작고 습한 암석으로 적절한 환경적 조건을 갖춘 흔치 않은 섬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본문 ‘확장된 시선’ 중). 등 우주와 인간의 섭리를 아름답게 풀어낸 저자의 지적인 문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해 국내에 출간된 저자의 ‘마지막 지평선’은 우주를 둘러싼 현대 물리학 최전선에서 오가는 흥미로운 공방을 담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오늘의 세리머니(위즈덤하우스 刊) 여성과 퀴어의 삶을 그려온 조우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은 도시 하주시에서 일하는 벽장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신규 레즈비언 공무원 이가경. 이들은 정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 이후 어쩌다 보니 혼인신고를 마친 레즈비언은 101쌍에 이르고, 하주시는 단숨에 주목받는 도시가 된다.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선보이는 작은 승리를 위한 상상력을 담은 책이다. 대한민국도 지난해 가족관계등록 전산 시스템이 바뀌면서 동성 부부 간에도 혼인신고가 가능하다. 이후 절차에서 불수리 처리되지만, 이 기록은 10년 간 남는다. 이들이 꿈 꾸는 작은 승리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야생의 땅', '김호연의 작업실' [신간소개]

■ 존 뮤어 '야생의 땅' 미국 자연보호운동가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의 수필집 ‘야생의 땅’(디자인이음 刊)이 국내에 출간됐다. 존 뮤어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으로 환경보호가이자 수필가이다. 세계적 규모의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의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존 뮤어의 삶의 목적은 대자연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경이로운 자연을 보호하는 운동에 뛰어들었고 빙하와 강, 깊은 숲과 새로운 땅을 탐험하며 섬세하고 예리한 묘사가 돋보이는 글을 남겼다. 책에는 그의 자연에 대한 광활한 여정과 생생한 자연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 김호연 ‘김호연의 작업실’ 지난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김호연이 낱낱이 공개한 자신의 소설 작업기다. 에세이로 풀어낸 ‘김호연의 작업실’(서랍의 날씨 刊)은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란 부제처럼 장편소설 여섯 편을 쓴 경험을 공유한다. 밀리어셀러 작가가 밝히는 창작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창작을 하려면 집필 모드로 전환되는 작업실, 글을 쓰는 일상의 규칙인 루틴, 작품 구상에 도움이 되는 산책, 글쓰기 근력을 키워주는 독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작품 아이템과 제목을 찾고 플롯과 캐릭터를 만드는 노하우, 집필 과정의 태도와 마음가짐까지 사적인 소설일지가 세밀하게 쓰여있다. “소설을 쓰는 당신을 상상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루틴과 자세, 공간과 시간에 대한 내 모든 노하우를 모아보았다”라는 에필로그에서 알 수 있듯 소설가가 되고자 하는 김호연의 생각과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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