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대립의 흐름 살핀…‘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 출간

개항기부터 정부수립기에 이르는 근대 역사 속에서 한국사회 이념 대립의 뿌리와 흐름을 짚어보는 책이 출간됐다. 유헌식 단국대 철학과 초빙교수는 이 시도를 민족이나 개인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췄다. 근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민족 문제’를 ‘민생과 인간의 문제’로 보고 외세와의 관계 속에서 살펴본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민족의 근대 경험을 ‘안에서 밖으로’ 보는 내재적 관점이 아닌 ‘밖에서 안으로’ 보는 외재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근대 한국사회의 정치적 정체성’(소명출판 刊)은 구한말 한민족의 ‘동질적인 자기(自己)’를 지키려는 수구파와 ‘이질적인 타자(他者)’를 수용하려는 개화파의 대립을 시작으로 시작한다. 이어 정부수립기에 이르기까지 근대 한국사회 속 한국인의 정치의식 형성 과정에서 근대성 확보의 계기로 작용한 두 가지 큰 흐름에 주목한다. 유 교수는 한국의 특성상 ‘대외 의존’이 불가피하다면 현실 여건을 민족에게 유리하도록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통적인 민족주의를 고수하는 대신 민족의 삶을 윤택하기 만들기 위한 ‘성찰적 민족주의를 통한 개방적 분절성’을 제시한다. 유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두 진영 사이의 인정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현대 한국사의 비극을 초래한 역사적 갈등과 대립의 뿌리와 흐름을 살피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한 동기”라며 “지금의 대립으로 국력 손실이 막대함은 물론이거니와 이 대립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 되느냐에 따라 미래 한국의 얼굴이 결정될 것이기에 소모적인 좌우 논쟁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外

오래 전 세상에 공개된 명작들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욘 포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에 따라 그의 저서 판매량이 연간 평균의 50배가 넘는 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2019년 국내에 출간된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역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근 베스트셀러에 안착했다.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는 두 거장의 책을 모아봤다. ■ 아침 그리고 저녁 (문학동네 刊) ‘북유럽의 거장’으로 불리는 욘 포세는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해 다양한 소설, 산문 작품으로 주목을 받다가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등을 쓰며 극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포세의 대표작인 ‘아침 그리고 저녁’은 노르웨이 바닷가에서 태어나 죽은 어부 요한네스의 탄생과 죽음을 시적, 음악적으로 그린 장편소설이다. 그의 작품은 삶에 대한 고민, 불안정성, 죽음에 접근하는데, 결국 죽음 뒤에 남는 것은 돈이나 권력·명예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마침표를 거의 쓰지 않고 쉼표를 통해 길게 이어지는 독특한 문장으로 구성된다.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듯 보이지만, 반복되는 표현 등으로 리듬감과 음악적인 요소를 강조해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다. 군더더기를 없애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예리하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문학동네 刊)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기고했던 단편소설이었지만, 그의 뜻에 따라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은 작품이었다. 이에 하루키는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쓰이는 존재였다”며 “이 작품을 이렇게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로 다듬어 쓸 수 있어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키는 40년이 지난 2020년, 소설을 다시 꺼내 3년간의 재집필 끝에 장편소설로 재탄생시켰다. 소설은 열일곱살의 남자 고등학생과 한 살 어린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 고등학생이 중년이 돼 지방 소도시의 작은 도서관장이 된 후 십대 시절에 같은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리며 여자친구가 말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책은 진실과 허구, 비밀과 공유 등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사유하게 만든다.

반려동물 도서…'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 &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 중 하나는 반려동물이다. 삶에서 위로와 사랑을 나눌 대상이 점차 줄어들면서 그 빈자리를 반려동물이 채워주고 있다. 10월4일 ‘세계동물의 날’을 맞아 반려동물에 관한 책 두 권을 찾아봤다. 동물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변해왔는지 돌아보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 ‘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 개를 사람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것과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다르다. 개와 인간이 함께할 때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 사실은 ‘개는 사람과 다르다’는 것. 무작정 개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기준에 맞춘 속박과 자극은 개들의 건강한 삶을 망칠 위험이 있다. 원활한 교감은 존재의 다름을 명확히 인지하는 시점부터 출발한다. ‘무엇이 개를 힘들게 하는가!’(좋은땅 刊)를 펴낸 권기진 행동상담사는 ‘반려견 행동이론’을 토대로 반려인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개를 개답게 기를 때, 건강한 반려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에 맞춰 사람의 행동을 조정해야 한다. 지나친 짖음, 분리불안, 식분증과 같은 개의 문제 행동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근본적인 개의 본성이 인간의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는 데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책은 개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교정하고 유형별 문제행동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개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무리근성’과 인간 중심 사고가 불러오는 폐해를 다룬다. 이어지는 내용으로는 반려인들이 범하는 잘못이 개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개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을 확인할 수 있다. ■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 지난달 20일 발간된 ‘어서 오세요, 펫로스 상담실입니다’(라곰 刊)는 국내 최초 펫로스 전문 심리 상담 센터를 개소해 반려동물과의 사별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치료하는 조지훈 원장이 써낸 책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과의 사별 이후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반응의 집합체다. 일반적인 사별 반응처럼 우울감, 최책감, 수면 문제가 찾아올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지금껏 만났던 수백여명의 환자들과 나눴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펫로스 증후군’의 증상을 설명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특히 저자 역시 반려견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사별을 겪은 반려인들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호응을 얻고 있다.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애도의 단계, 심리적 오류, 외상적 펫로스 등을 분명하게 짚어내는 구성을 보여준다. 이별 준비, 안락사, 펫로스 모임 등 반려인이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며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해주는 책이다.

청일, 러일전쟁으로 본 21세기 한반도 위기의 본질…‘19세기 동아시아 국제관계사’

수년간 배낭을 메고 중국 웨이하이·뤼순, 일본 오키나와 등을 돌며 21세기 한반도 운명을 고민한 저자가 동아시아 위기의 본질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했다. 홍용덕 한신대 외래교수는 최근 국제관계 학술서이자 교과서인 ‘19세기 동아시아 국제관계사-청일·러일전쟁의 현장을 가다’를 펴냈다. 내년은 청일전쟁이 발발한 지 130년, 러일전쟁 발발 120년이 되는 해다. 저자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인 유럽과 동아시아의 질서가 만나는 데서 비롯된 이야기를 통해 강권정치의 희생양이 된 ‘한반도의 운명’을 되돌아봤다. 특히 저자는 청일전쟁, 러일전쟁과 21세기 사이에는 120~130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동아시아의 한·중·일 3국에는 청일, 러일전쟁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저자는 21세기의 동아시아가 국가주의에 기초한 19~20세기 동아시아와 닮았다는 것, 또 동아시아에 새로 움트고 있는 초국가적 질서에 대한 것을 발견했다. 책은 그 시선을 따라가며 동아시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한다. 책은 단순히 연구자의 시각으로만 집필된 것이 아니다. 저자는 2년간 19~20세기 초 한·중·일의 동아시아 현장 9곳을 일일이 다니며 살폈다. 저자는 “청일, 러일전쟁의 싸움터였던 중국의 뤼순과 웨이하이의 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해는 가까이는 한반도와 일본에 이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웅대한 출구이며 중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한반도와 일본에서 이곳을 바라보던 느낌과는 전연 달랐다”고 썼다. 발로 뛰며 한·중·일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만들어진 질서와 힘의 논리를 읽어갔다. 책은 제1장 ‘충돌하는 두 세계의 질서’로 출발해 청일전쟁·러일전쟁에 이르기까지 11장으로 구성됐다. 청일,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해당 장의 주제와 밀접한 동아시아 도시와 섬 9곳의 현장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은 21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하는 몸에 주목하다…‘베테랑의 몸’ 外

언제든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베테랑’, ‘장인’ 등의 단어가 점차 낯설어지는 요즘. 서점가에서는 묵묵히 한자리에 붙박여 일하는 이들을 기록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꾸준함으로 베테랑이 된 사람들, 효율적인 시간 관리 등 자신만의 꿀팁으로 목표달성을 한 이들을 기록한 책들을 모아봤다. ■ 베테랑의 몸 (한겨레출판 刊) 수면 리듬이 출근 시간에 맞춰지고, 인간관계나 관심사가 직업에 맞게 바뀐다. 수십 년간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자연스레 몸에 배는데, 이렇듯 숙련된 이들을 ‘베테랑’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이들이 베테랑이 되기까지 스스로 단련하고 인내하며 버틴 ‘몸’들을 기록했다. 기록노동자인 저자는 일이 빚어낸 베테랑 12명의 몸 이야기를 담았다. 책의 1부 ‘균형 잡는 몸’에선 일하는 신체에 집중하고,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일터에서 마주한 대상을 살피는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3부 ‘말하는 몸’에서의 몸은 표현의 수단으로, 수어·감정·연기 등을 담아냈다. 저자는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등을 인터뷰해 그들의 질병과 체형, 표정, 걸음걸이 등 몸의 변형과 습관, 일의 태도를 꺼내 보여준다. 이를 테면 세공사는 손을 떨면 안 되기 때문에 휠 날에 금속이 튕기는 것을 오롯이 손가락 서너 개로 버텨내는데, 이 같은 어렵지만 익숙해지는 자세 등이 그들을 베테랑으로 만든다. 베테랑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사진들은 그들의 직업적 특징과 삶을 더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 일잘잘: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 (창비 刊) 천문학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방송 PD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9명의 ‘일 잘하는’ 언니들이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기술을 알려준다. 자신만의 직업관과 일에 대한 태도는 물론 네트워킹, 시간관리법, 동기부여법 등 독자들이 자신의 직업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소개한다. 자신만의 일을 찾는 방법부터 일을 대하는 태도, 조직 속에서 성장하는 방법, 조직 바깥에서 나만의 일을 만들어나가는 법, 일을 만들고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까지 일을 잘하고, 또 잘 알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도움 될 꿀팁이 가득하다. 특히 책은 직장 상사와의 갈등, 기성의 조직 문화 등 속에서도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다스리며 건강하게 일하는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을 잘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조바심과 좌절감이 생기고, 기쁨과 슬픔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지치지 않고 ‘일 잘하고 잘 사는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의 선택이 만드는 삶의 빈틈…임발 단편소설집 ‘선택은 망설이다가’ [신간소개]

임발 작가의 단편소설집 ‘선택은 망설이다가’(빈종이 刊)가 지난 5월 출간돼 독자들의 따분한 일상에 자그마한 빈틈을 만들고 있다. 작가의 네 번째 개인 저서이자 세 번째 단편소설집인 이 책에서 작가는 10편의 단편소설을 통해 오랜 기간 동안 벌어지는 대서사를 풀어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일상의 한 귀퉁이, 몇 시간 남짓, 며칠 내지는 몇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사소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모여들었다. 작가는 꾸준히, 또 끊임없이 당장 내 옆에서라도 벌어질 법한 평범한 순간들을 다룬다. 일하던 직장 동료를 우연히 만나서 당시 있었던 에피소드를 회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도 있고,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관찰하는 구간도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인물들 역시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인생처럼 굴러가는 삶에 실시간으로 적응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런 인생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상으로 침범하는 비일상의 기운을 삶의 울타리 바깥 영역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이 현실을 뒤흔들어주길 바라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일상에 균열을 내는 충격파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소설집을 한층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다. 책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이유가 또 있다. 단편이라는 형식의 틀 안에서 보여주는 다채로운 시도들 때문이다. 기승전결의 흐름을 고수하지 않은 채로 때때로 흐름이 잘려 나가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글이 종결될 때도 있다. 또 소설 속 화자인 한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너무 긍정적인’의 일부분을 풀어놓으면서 그에 관해 해설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글쓰기 강의는 누가 해야 하는가’는 독자들의 감상에 변칙적인 리듬과 분위기를 자아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임발 작가는 책이 끝나는 곳에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망설이고 주저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계속 무언가를 선택한다”며 “역설적으로 당신의 삶은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평온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경계의 화가들을 마주한,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

여기 치열하게 예술의 이름으로 살아간 이들이 있다. 이쾌대, 임군홍, 변월룡, 박경란, 신순남, 전화황, 김용준, 이응노, 도미야마 다에코. 이들의 작품과 일생은 우리에게 익숙할 법도 하지만 이름은 낯설다. 이쾌도, 임군홍, 김용준은 월복 화가이다. 변월룡, 신순남은 고려인 화가, 전화황은 재일조선인 화가이다. 국내에 잘 알려진 박경란, 이응노는 남한에서 태어나 각각 북한과 유럽에서 활동했다. 일본인 도미야마 다에코는 한국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공부하고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 안민영은 최근 펴낸 ‘어느 쓸쓸한 그림 이야기’(빨간 소금 刊)에서 밝힌 것 처럼 ‘헨젤과 그레텔이 바닥에 뿌려놓은 빵조각을 쫓아가듯 여기저기 부스러기처럼 흩어져 있는 미술가들의 흔적’을 뒤밟았다. 마치 “역사는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고 중얼거리며 ‘읽혀지기를, 들려지기를, 보여지기를’ 기다릴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선 이 아홉명을 ‘경계의 화가’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경계의 화가가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국내외 아카이브를 뒤지고 경매 사이트를 살피며, 화가의 남겨진 가족을 만났다.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한국 근현대미술가들의 자료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의 기억 한 편에서 잠시 비껴났지만, 이들이 고뇌하고 저항한 흔적은 이들의 일기와 작품, 기고로 남아있었다.  저자는 이쾌대의 1957년 작 ‘3·1봉기’ 속 태극기가 1959년 작품에서는 ‘自主’(자주) 깃발로 바뀌고,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북으로 간 임군홍의 ‘가족’ 속에 세 사람이 아니라 ‘다섯 명’이 있음을 밝힌다. ‘딸’을 그린 박경란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 박창빈이라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린다. 저자가 본 이들의 예술 활동은 고향에 따라 활동 지역에 따라, 성별에 따라 각각 다른 경계선을 마주한다. 그리고 경계에 선 자만이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 아득한 감정을 공통으로 느끼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그저 휩쓸리지만은 않았던 이들의 생을 다시 부활시킨다. 책엔 경계에선 예술가의 삶과 작품,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흔들렸던 개인의 삶이 수필과 역사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 편의 영화처럼 담겼다. 화가의 마음을 읽고, 생애를 읽고, 그가 살아간 역사를 읽어내며 한국 근현대사와 미술의 숨은 조각을 찾아낸 저자의 노고도 묻어난다. 강화정 서원대 역사교육과 조교수가 쓴 “저마다의 삶의 경계에서 고군분투 중인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추천사처럼 경계에선 이들의 일대기를 통해 시대를 넘어선 위로와 따뜻함이 전해진다. 

‘도가’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 ‘노자강의’ [신간소개]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자,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老子)의 사상을 깊이 있게 담은 책이 출간됐다. 김해영 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객원교수는 ‘노자강의’를 통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무위자연’ 등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노자는 오늘날 가장 널리 퍼진 사상 가운데 하나로, 도를 인간과 우주의 근본으로 내세우고 도에 따르는 삶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의 사상을 ‘도가’라 부른다. 노자는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삶이다”라고 할 정도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무위자연의 삶을 주창했다. 이에 김 교수는 철학과 사상에 관심이 없는 많은 이들에게 이미 노자의 이 같은 가르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책은 ‘도가’의 문화와 역사에서 출발해 철학, 사상적 접근 방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론적인 지식을 알기 쉽게 담았다. 이 때문에 도가 사상을 처음 접하거나, 이미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 모두가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김 교수는 “노자의 철학과 사상적 가르침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며 “책을 통해 독자들이 도가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이 생겨 더욱 지혜로운 삶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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