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세상의 법칙이다. 언젠가 생명이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왜 우리는 죽어야 할까.
일본의 생물학자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생물은 왜 죽는가’(허클베리북스 刊)를 통해 생물학적 관점에서 그 해답을 찾아간다.
모든 생물은 죽는 걸까?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생물도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그 비밀은 무엇일까? 사람이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그 연구 성과는 어디까지 왔을까? 만약 죽음이 자연의 섭리라면 노화에 저항하는 일은 신성 모독인가? 그리고 인류가 만든 ‘죽지 않는 AI’와 ‘수명이 있는 인류’는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까?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총 5장으로 구분해 이에 대한 답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생물은 도대체 왜 탄생했는가, 생물은 도대체 왜 멸종했는가, 생물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죽는가, 생물은 도대체 왜 죽는가 등 두렵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말한다.
저자는 생물이 죽어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식량과 생활 공간의 부족이다. 천적이 적은 생물이라 포식 당할 위험성이 적다 해도 개체가 너무 늘어나면 식량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멸종에 가까울만큼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소자화 되어 소수 개체만 살아남게 된다. 모든 생물은 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때가 되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 또 하나의 이유는 다양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물은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항상 변화를 반복함으로써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왔다. 그 시제품 가운데 우연히 환경에 적합한 것들이 '선택'받아 생명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즉, '죽음'은 생물이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이러한 저자의 논거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빚어내는 장치인 셈이다. 생물이 탄생한 계기에서 시작해서 생물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죽거나 멸종하는지, 그리고 인류와 AI와의 공존 공생의 미래까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현대 생물학의 최첨단 지식과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도 알아갈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마주하게 되고, 죽음과 관련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듯 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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