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검·경의 수사권 조정과 국립경찰대 폐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검·경의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검찰은 경찰에게 수사권이 주어지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도하고 있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속내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 정권과 권력의 하수인 또는 시녀로 전락해 권력·재벌비리 감싸기와 보호에 앞장섰던 전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도 이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검찰이 세계사적 조류와 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 조직의 기득권 지키기와 무소불위의 권력 향유에 안주하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수사권 조정문제의 핵심을 보면 검찰이 수사권 일부를 경찰에게 넘겨 주면 검사 자신들도 경찰로부터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절망감에 사로 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검사들은 기소독점주의와 독점적 수사권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와 같은 특권적 지배계층으로 자신들의 비리는 감춘 채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어느새 경찰 내부의 특권계급으로 자리 매김된 국립경찰대 출신 간부 임용제도도 제고돼야 한다. 국립경찰대에 입학하면 4년간 국민들의 혈세인 예산 지원으로 교육받고 졸업하면 군에 입대할 필요도 없이 보통 23~24세에 곧 바로 간부급인 경위로 임명된다. 순경으로 임용시 경위까지 승진하려면 보통 15~20년이 걸린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임에 틀림없다. 과거 세무대학이 폐지돼 대신 세무공무원 교육장소로 활용되고 있고 국립사범대학 교원임용 특혜도 폐지된 바 있다. 따라서 당연히 국립경찰대는 폐지되고 그 시설은 경찰공무원 교육장소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경찰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계속 높아지면서 많은 우수한 인재가 몰려 오고 있고 전국 각지 4년제 대학에 경찰행정학과가 설치돼 국립경찰대에 못지 않은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 혈세의 불필요한 낭비 없이 간부후보생 시험과 순경시험 제도 등으로 얼마든지 우수한 인재를 뽑아 쓸 수가 있다. 이제 우리사회에 상호 견제가 없는 어떠한 특권계층이나 이를 양산하는 특권제도는 사라져야 하며 이러한 제도 개혁과 혁신만이 선진민주사회를 앞당기는 첩경이라고 생각된다. /박 상 익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

기고/김치, 또 하나의 한류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시 어느 대학 교수의 평범한 가정에 점심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초청 대상자는 필자를 포함해 중국과 일본 이탈리리 등지에서 온 그야말로 지구촌 가족이었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면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각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한국의 경우는 당연 ‘김치’가 화제의 중심이 됐다.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미국인 교수 부부는 놀랍게도 김치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으며, 특히 매운 맛에 감동(?)을 받은듯 했다. 필자가 놀란 건 초청받아 방문한 초청객들 모두 거의 다 김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다른 경험, 다른 느낌 등으로 김치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필자는 그들에게 “요즘 창궐하고 있는 조류독감(AI)에 대해 한국인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한국인들은 매일 김치를 먹기 때문에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온 유학생을 바라보며, “2년 전 중국을 중심으로 온 아시아가 사스(SARS)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한국은 김치 덕분에 사스 피해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요즘 미국에서 조류독감으로 김치가 더욱 유명세를 타듯 당시 중국에서도 사스때문에 김치가 대유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신기한듯 경청했고 김치에 대한 경험담은 계속됐다. 실제로 지금 미국에선 ABC를 비롯한 각 언론사들이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주미 대사관 산하 한국문화홍보원이 주최한 김치시식회에선 미 정부관리, 의회 관계자, 언론인, 문화계인사 등이 마치 예방주사를 맞듯 모두 김치를 먹어보려고 해 김치가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특히 미국 내 아시안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대장금’ 열풍에 이어 또 다른 식탁 한류인 ‘김치’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 영화, 가요에 이어 음식문화로까지 한류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6일 고양시에 ‘한류우드’가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 ‘한류우드’에 ‘김치관’과 ‘김치 페스티벌’ 공간이 꼭 마련되길 희망한다. 지구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가는 우린 경쟁력이 있다면 제품이든, 문화이든 음식이든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뒷받침해주고 홍보해줘야 한다. 그것이 미래 한국의 살길이기 때문이다. 한때 김치종주국 위상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김치종주국 위상을 지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김치에 대한 다양성과 차별화를 연구, 개발해야 한다. 경쟁 상대국인 중국과 일본 등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으로 이제 보편화단계에 접어 들고 있다. 우리 김치도 세계적으로 보편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패스트 푸드 대명사인 맥도날드 햄버거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길들이듯 한국의 김치를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의 세계적인 슬로우 푸드 대명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김치에 다양성을 가미, 인종과 민족과 문화 차이에 따라 구미에 맞는 김치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또 다른 자랑인 인삼을 적절하게 김치와 배합시켜 인삼김치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이다. 연말연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미덕이 되고 있다. 한국의 새마을 부녀회를 비롯한 많은 봉사단체들은 사랑의 김치 나누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치를 사랑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 우리 모두 사진찍을 때 웃는 모습을 담기 위해 외치는 구호가 ‘김치’다. 어렵고 힘들었던 한해를 보내면서 마음 속에서 진정 우러나는 ‘김치’를 외쳐 본다. /원 유 철 前국회의원·스탠포드大 객원연구원

기고/양평에서 함께 한 문화이야기

최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를 안고 2박3일간 집 떠날 채비를 했다. 일상 업무에 쫓기다 보니 출발 전날까지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대학이 주최한 ‘도서관 문화서비스 기획을 위한 워크숍’의 세부 일정이나 계획을 살펴보지도 못한 채 약도만을 출력해 양평으로 향했다. 사실 양평으로 향하는 길은 오랜만에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워크숍 장소에 도착해 일정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른 9시부터 늦은 10시까지 꽉 채워 짜여진 일정은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잠시 들떠 있던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다 줬다. 바쁜 업무중 시간을 쪼개 참석한 사서들이기에 이것은 이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워크숍은 ‘강강수월래’와 ‘덕석몰이’, ‘문지기 놀이’ 등을 노래하고 뛰며 서로간 어색함을 풀고 친근감을 만들어 나갔던 조상들의 공동체 놀이를 체험하며 시작됐다. 지역의 문화중심지가 돼 지역 주민들의 독서문화를 이끌어 나간 춘천시립도서관 사례에 자극을 받으며 도서관에서의 전략적 경영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올 한해 우리 도서관은 꽤 여러 차례에 걸쳐 어린이그림책 원화전시회를 준비했다. 작고 소박한 전시회를 준비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서툴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도 어설퍼 그림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 내지 못해 안타까운 경험을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전문 큐레이터의 조언은 작은 통로를 만난듯 했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문화서비스는 차별성이나 지역사회 특성을 살린 서비스이기보다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이란 지적을 많이 받는다. 지역의 문화행사 기획자들은 당연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행사라고 판단하고 기획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지적으로 난감해 하곤 한다. 이는 지역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좀 더 전문적인 분석과 주민과의 쌍방향 통신이 부족한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표본지역을 선정해 지역을 분석하고 적합한 문화서비스를 직접 기획해보는 시도는 우리들이 지역으로 돌아와 적용 가능한 체계적이며 실천 가능한 안목을 기르는 시작이었다. 1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도서관 문화서비스를 진행하며 항상 염두에 두었던 목적은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이 지역의 문화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과연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 이번 워크숍은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고 본다. 워크숍의 주최자인 기전문화대학은 공공도서관 상황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파악으로 많은 도서관 사서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의 세기’를 부르짖고 있는데 아직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에 힘을 주고 변화에 박차를 가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염 선 영 고양시립 마두도서관 사서

기고/소중한 약속

지난달 9일은 한국호야전자㈜에 있어 대단히 의미깊은 날이다. LCD용 대형 포토마스크의 한국 생산거점 설치가 실현돼 현곡공장 준공식을 개최한 날이기 때문이다. 2년 이상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처음 현곡단지를 찾아갔을 때에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의 조성사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공장용지이고 어디가 도로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단지 한가운데는 묘지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일부 구역에선 유적 발굴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이 단지에 일정대로 공장을 세울 수 있을 지 대단히 걱정됐다. 그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경기도의 전면적인 지원 덕분에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계획대로 공장을 건설하고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한국의 고객에게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본사의 현곡공장은 이제 막 완성된 공장이지만 향후 호야사의 LCD용 포토마스크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차세대 LCD패널 제조에 대응한 대형 포토마스크를 양산하는 호야사의 첫 공장임과 동시에 연구개발도 함께 수행하는 최첨단 공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인 직원과 일본인 직원이 협력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며 한국 LCD산업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공장,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장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의 기대와 본사에 대한 신뢰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한국 공장 프로젝트에 관련된 것 이외에도 사실 한국과 인연이 깊다. 선친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인 학생시절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아버지로부터 오랜 지인들을 소개받았고 그 분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한국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아버지로부터 저의 세대에는 한국과 일본은 더욱 가까운 나라가 될 것이며 언젠가는 아버지가 자란 한국에 은혜를 갚아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드렸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에 이르고 보니 정말 아버지 말씀대로가 아닌가 생각한다. 국가와 국가와의 레벨에서도 가까워졌고 특히 산업계에 있어 한·일간 협조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성장했다. 호야사도 경기도에 생산거점을 설치, 새로운 가족을 얻었기에 한국과 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부디 현곡공장이 한국의 여러분과 호야사의 영원한 인연의 첫걸음이 되고 한·일 우호에 일조하게 될 것을 기원하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켜나갈 수 있길 바란다. /와다 후미아기 호야㈜ FPD제품부장

기 고/어느 영국 가정의 기형적 복지 수혜

얼마 전 임대아파트 거주자의 예금 통장에 수억원이 예치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겠지만 그들 가운데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리 생소한 것만은 아니어서 사회문제화가 되곤 한다. 개인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좋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문제될 건 없지만 사회복지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 보기에 호사스런 생활을 하는 건 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분명하다. 지난 8월 잠시 영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란 베버리지 보고서로 유명한 영국의 어느 가정이 현재 받고 있는 복지실태를 보도록 하자. 전제를 하자면 일반적 현상은 아니고 극단적 사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41세 부인인 마가렛(Margaret)과 34세인 에릭(Eric) 사이에는 마가렛이 전 남편과 낳은 아이 4명을 포함해 자녀 15명이 있다. 마가렛이 에릭과 13년간 사는 동안 11명의 자녀를 뒀으니 거의 해마다 아이를 가진 셈이다. 마가렛이 최근에도 임신했다 유산하는 등 통산 7번 유산했다고 한다. 이들 가정에는 매년 1억원 정도 생계비가 자녀 세액 공제, 자녀 복지비, 보호수당, 소득 지원, 주택 지원 등으로 지급되고 있다. 매월 8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공제되지 않은 순수한 소득이니 세금까지 고려해 보면 거의 1억5천만원을 버는 것과 다름없다. 이 정도면 맞벌이 부부가 벌어 들이는 소득을 웃돌고 있다. 영국인 개인 평균소득이 4천400만원이라고 하니 세금 전 소득을 고려해 보면 세 배를 상회하고 있다. 그 정도 지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침실 4곳, 거실, 화장실 2곳, 그리고 정원이 구비된 임대주택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것도 식구 17명이 지내기에는 부족, 시당국이 더 큰 집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기본적인 주거 공간과 생계유지를 위해 선진국가에서 그 정도 지원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위에서 그 많은 혜택을 입고 있다 보니 귀족 생활을 하는 것으로 핀잔을 줄 정도라고 한다. 주부인 마가렛은 아이들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여서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도 3교대로 할 정도이며 각종 허드렛일을 하다 보면 새벽 1시 정도에 잠자리에 드는 게 예사라고 한다. 문제는 바로 30대 중반인 남편 에릭에게 있다. 한창 일할 나이인 에릭이 백수로 생활한지가 3년이 지나고 있다. 그도 한때는 배달업체에 운전기사로 취업, 겨우 1주일에 25만원을 받게 되다 보니 취업했다고 복지 혜택이 급격히 감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놀고 지내면 한달에 800만원 넘게 정부로부터 나오는데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 일한 결과가 오히려 전체 소득이 급격하게 감소, 겨우 1주일 일하고 바로 그만 두게 됐다. 비록 아주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점에서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사회복지와 사회보호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어느 제도이든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했어도 시행하다 보면 허점이 드러 나지만, 특히 사회복지 문제는 한번 복지지원으로 시행한 제도를 다시 환원하긴 10배, 100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엄격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시행하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복지를 지향하는 게 필요하다. /권 율 정 인천보훈지청장

기고/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돼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따른 수도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근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 등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년부터 3년동안 수도권에 매년 60만평씩 모두 180만평 규모 산업단지 공급을 골자로 한 수도권 정비계획이나 행정·공공기관 이전지역 및 낙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세제 혜택 및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규제 완화의 핵심인 공장 신·증설이 계속 규제되고 공장총량제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장총량제 등을 규정해 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수정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있는 발전을 취지로 지난 82년 제정·공포됐다. 그러나 이제 이 법은 용도가 폐기돼야 마땅하다. 수정법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지 못했으며 질서 있는 개발도 하지 못한 채 수도권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판교·화성·파주·김포·양주 등 잇따른 수도권 택지개발사업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부채질하면서도 생산에 필요한 공업용지는 늘리지 않아 도시의 자족기능을 상실시키고 도시를 기형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각종 개발 제한으로 소규모 마구잡이 개발만 가속화되고, 이는 교통난과 환경파괴로 이어져 주변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난개발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김문수·고흥길·임태희·신상진 국회의원 등 성남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수도권 국회의원 51명이 수정법의 대체법안으로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건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수정법은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개발 통제법이다. 반면 대체입법인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은 수도권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해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와 분권이란 시대적 사명과 흐름을 반영한 매우 시의적절한 법안이다. 특히 공장총량제 폐지나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대한 개발협약제 및 이익분배 등 대체입법 내용은 수도권 국제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도권 개발 이익을 지방과 함께 나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주최로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및 대체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대권후보들과 강재섭 원내대표, 이규택 최고위원, 임태희·신상진 국회의원,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30여 명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필자는 이날 공청회에 경기도 경제단체 대표로 참석, 찬조연설을 통해 수정법 폐지와 대체입법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적극 공조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흔히 수도권 발전을 지방의 낙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된 계산법에서 나온 등식이다. 수도권 발전은 국가경쟁력을 드높이는 원천이자 지방 발전의 촉매제이다. 수도권의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줄이고 수도권이 보다 계획적이고 효과적으로 개발, 관리될 수 있는 법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 주 인 성남상공회의소 회장

기고/손학규 지사와 18만

세계 각국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최적지를 찾아 이동하고 있고 유럽이나 동아시아 가릴 것 없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세계 유수의 첨단 업종 기업을 유치하는데 전력투구한지 이미 오래다. 그만큼 외국의 첨단업종 기업 유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과 동시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국 웨일즈는 투자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 기업 유치에 성공한 케이스다. 최고의 노동력과 우수한 인적자원, 활발한 산·학협력관계와 기술혁신, 최고급 전원주택단지 조성과 최고급 학교육성 등을 통해 기업 유치에 나섰고,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 칭다오(靑島) 역시 기초건설투자 우대, 하이테크투자 우대, 토지사용료 면제, 부가가치세 및 소득세 감면 등 다양한 우대조치를 취해 기업을 유치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는 참여정부가 늘 외쳐왔던 경제정책 목표다. 지난 2002년 대선당시 “경제관련 규제를 강력하게 정비해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6 기업환경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은 155개국중 27위로 대만,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 규제실상을 보면 더욱 참담하다. 창업여건이 97위로 베트남이나 몽골 등보다 낮고 노동 경직성은 최하위수준인 105위로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참여정부는 대기업의 수도권공장을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이 끝나는 오는 2012년까지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균형발전특별세액감면제를 신설해 수도권소재 기업들에 대해서만 세금감면혜택을 박탈할 방침이다. 하나같이 수도권에서의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부산 APEC회의에 참석한 어느 외국 CEO는 “한국에선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의 개입이 심해 외국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으며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들여다 보면 각종 규제와 시민단체 간섭이 판을 치고 있다”는 고언(苦言)과 쓴소리를 우리는 곱씹어 봐야 한다. 정부가 외국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홍보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일깨워준 셈이다. 이처럼 자유롭지 못한 투자환경 속에서도 경기도가 민선3기 손학규 도지사 취임 이후 지난 3년여동안 지구 5바퀴에 해당되는 거리를 종횡무진 누벼가며 글로벌기업인 스미토모, 델파이, 시멘스메티컬 등 88사 133억달러 외자유치성과를 거둬 18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 주고 전국 평균의 2.4배인 16.7%의 산업생산증가율을 가져온 건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지역간 균형발전이란 편협된 논리보다는 국가경쟁력차원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발전방향이 조속히 정립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와 자치단체는 물론 각계각층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 석 기 道경제단체연합회 사무차장

기 고/통계야, 놀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통계학을 전공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면 “통계학요? 거참 어려운 것 하시네요”란 인사를 듣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거 때가 되면 여론조사 통계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솔직히 믿어도 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흔히 만난다. 영국의 수상을 역임한 리즈레일리는 이 세상에 세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그냥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과연 통계가 무엇이길래.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술 안마시고 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늦은 밤,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노라면 종종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때면 웬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든다. 단속 경찰이 운전석으로 음주측정기를 내밀면 보란듯 당당하게 응한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무사통과다. 통계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생뚱맞게 웬 음주단속 이야기냐고? 음주단속을 보면서 현대사회에서 통계의 쓰임새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음주측정기는 혈중 알코올농도를 재는 기구로 알려져 있다. 운전자를 측정한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를 초과하면 걸리게 된다. 음주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들중 일부 고약한 사람들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심한 경우 단속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순순히 승복하는 편이다. 음주측정기란 도구의 위력 때문이다. 만일 음주측정기가 없다면 어떤 소동들이 벌어질까. 경찰들은 음주정도를 혈중 알코올농도란 수치로 나타내주는 편리한 기계를 만들어 준 발명가에게 감사해야 하리라. 정(鄭)씨 성과 최(崔)씨 성을 가진 두 어린이가 서로 자기 성씨의 인구가 더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자. 이 아이들의 다툼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사람중 최씨가 더 많으니 최씨가 많을 것이라고 하면 될까. 이 다툼은 통계청 홈페이지에 접속, 인구 통계를 찾아봄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지난 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최씨는 약 217만명, 정씨는 약 201만명 등으로 최씨가 정씨보다 16만명 더 많다. 이 통계는 두 아이의 다툼을 일거에 멈추게 해준다. 음주측정기가 음주여부를 객관적으로 판정해주는 것처럼 통계도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판정을 내리게 하는 도구다. 지난 2002년 집권당이던 민주당은 사상 초유로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당사자이던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던 바, 후보 단일화를 위해선 양쪽이 모두 승복할 수 있는 객관적인 판정기준 마련이 필요했다. 이때 두 후보 진영은 객관적인 여론조사 통계를 심판관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정몽준 후보를 앞서 마침내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될 수 있었다. 통계수치에 의해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판정했던 것이다. 지난 90년대말 한국과 일본은 어업협정을 맺은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많이 양보했다고 주무장관을 비롯, 협상 관계자들에게 언론의 뭇매가 가해졌었다. 국제협상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누구나 공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다. 흔히 21세기를 지식정보화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한 교양중 하나로 통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들 수 있다. 더 이상 통계하면 무조건 어렵고 골치 아픈 것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통계와 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TV를 만들줄 모른다고 멀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TV야 어떻게 만들든 유용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통계들을 조금씩 즐겨보자. 그런 의미에서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리나라 인구통계들을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박 진 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기고/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 한다

출판기념회에 전시했던 작품을 남편이 거실 벽에 걸었다. 내가 보기엔 너무 높이 건듯하다. “역시 안목이 나보다 떨어져”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대해 다시 거론하지 않았다. 얼마 후 남편이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면서 조금 아래로 고쳐 달기에 “처음에 단 위치는 글을 읽기에 편한 눈높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남편이 자신의 눈높이로는 처음 걸었던 높이가 좋았는데 천장과 아래로 놓인 장식물과의 간격이 어색하여 낮춘 것이라고 한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평소 남편과 너무 많이 다르다는 생각때문에 이처럼 간단한 이치까지도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남편이 “내 키에는 더 높은 것이 편해”라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남편이 감각이 없어 잘못 걸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갓 살림을 차렸을 때, 청소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기왕이면 구석구석 하라”고 말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핀잔을 준다”고 투덜거리자 남편이 걸레를 들고 냉장고 위를 닦으려고 한다.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의자를 가져가 올라가 보니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민망스러웠다. 남편뿐만 아니라 우리집에 다녀갔던 키가 큰 손님들을 생각하니 망신스러웠다. 그동안 나는 작은 내 키에 맞춰 세상을 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보고 있는데 나는 보지 못한 것이다. 내 눈높이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듯 살았다. 나보다 키가 큰 사람들이 내가 보지 못했던 먼지를 보며 나를 비웃고 있는 동안 난 깔끔하다고 자부까지 했을 것이다. 고도의 난시였던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평평한 바닥이 울퉁불퉁하게 보여 발을 헛디딜 때도 많았고 빨래줄을 잡으려다 헛손질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세상을 바라 보는 관점도 성장 배경이나 환경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설상가상 우리는 이상 시력인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한가지 현상을 굴절시키고 왜곡시켜 판단하게 된다. 머리로는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음을 분명하게 이해하면서 가슴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이고 나와 같은 것이 옳은 일이라고 우긴다. 내 입장에서 바라 보는 게 전부이고 사실일 것처럼 고집했다. 얼마나 많은 경우, 내가 잘못 보고 있다고 알려 주는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탓하며 비웃었을지를 짐작한다. 지금까지 살며 남편과 그리고 이외의 사람들과 다툰 이유는 나만 맞았다는 어거지였고 상대가 틀렸다고 시인하게 해야 한다는 고집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은 참으로 우스웠을 것이다. 상대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내 말만 전달하려고 언성 높이는 모습은 “빨간 색이 가장 예쁜 색이야. 파랑색이 가장 예쁜 색이야”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마치 피라미드 모양을 밑바닥만 보고 각이 네개인 사각형이라도 우기고 삼각형은 피라미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고집하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란 속담을 재해석해 본다. 모난 돌은 정을 맞아야 쓰일 수 있다. 정을 잡은 손길이 힘줘 두들겨 줘야 댓돌으로라도 쓸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나의 잘못을 들키고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절대로 나 혼자 세상을 바로 볼 수는 없다. 근시인 내가 안경이나 렌즈의 도움으로 세상을 보듯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을 찾아 일깨워주는 정을 감수해야 한다. 모난 곳을 깨트려 주는 사람들의 아픈 두들김을 인내해야 한다. 정을 잡은 사람의 자격을 운운하거나 투박한 솜씨를 탓함은 졸렬한 회피요, 변명이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비명 소리를 들키지 않도록 해야겠다. /유 정 옥 수필가

기고/혁신에 대하여

겨울이 성큼 다가와 추위에 손을 호호 부는 이 계절에 한번쯤은 지나온 날을 회상하며 차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고 싶다. 요즘 정부나 각 기업체 등의 최대 화두는 단연 혁신(Innovation)이다. 필자가 감히 혁신을 논한다는 게 지극히 자신 없기도 하고 다른 누구에게 권한다는 것 자체도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 보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혁신은 생활양식의 쇄신, 즉 다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까치는 일정한 높이에 집을 짓는다. 사람이 두려워 하는 높이 10m에 둥지를 트는 게 일반적이다. 까치는 사람의 손길이 닿기 힘든 그곳에서 새끼들이 나중에 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저서 ‘데미안’에서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 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설파하면서 다시 태어 나려는 자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란 말이 있다. 스스로 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하늘까지 돕는다는 의미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고 변화하려는 의지 속에서 선한 동기가 돼 결실을 이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40대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에서 비롯된다”는 링컨의 말처럼 우리의 얼굴은 각 개인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씨앗을 마음에 뿌렸느냐에 따라 그 결실은 천차만별이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저자 앤서니 라빈스는 “성공의 열쇠는 자신감과 강인함, 유연성,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감각,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신체행동패턴 창조 등”이라고 말했다. 설익은 지식으로 상대를 기만하는데 혈안이 돼 스스로에게 있는 창조적 가치를 찾는데는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이 요구된다. 우리 현실이 새장에 갇혀 있다고 낙담하고 있진 않는지? 푸른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자유로운 변화의 기쁨을 느껴보기 바란다. 우리에게 힘을 주는 10가지 감정은 사랑과 온정, 감사하는 마음, 호기심, 열정, 결단력, 유연성, 자신감, 명랑함, 활력, 베푸는 마음 등이다. 성경은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라고 충고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기회이다. 한 세상을 사노라면 겪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씩 고민은 있고 걱정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빈부격차에서 오는 사회적 위화감도 있고 상대에 비해 초라한 자신을 발견할 때 더욱 자신감을 잃기 십상이다. 어느날 전철을 탔는데 앞에 앉아 있는 군인과 그 연인을 본 적이 있었다. 서로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푸근해지는 안도감이 있었으며 바라봐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힘든 군 생활을 위로하는 그의 애인이 참으로 예뻤다. 이 겨울 정신적인 젊음을 유지한 채 어려운 이웃을 돌아 보며 누구보다 더 나 다운 사람이 되어봄은 어떨까. /박 성 수 한국토지공사 용인지사 총괄팀장

기고/국산 양조간장 사용 장려해야

간장은 대두와 전분질의 곡류를 주원료로 제조되는 액상의 발효조미식품으로 지역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주로 사용돼 왔으나 아시아권 식품의 세계화와 더불어 사용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선 간장이 한몫을 하게 된다. 호텔 19곳에 소재한 한식당, 일식당, 중식당, 뷔페식당 등 대중음식점 50곳을 대상으로 간장의 유형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호텔의 대중음식점이 사용하고 있는 간장의 종류를 양조간장, 산분해 간장, 혼합간장 등으로 분류해 전체 대상에 대한 비율을 분석했다. 호텔의 한식당이 사용하는 간장은 혼합간장 54%, 양조간장 38% 등으로 혼합간장 사용이 많았고 중국음식점은 양조간장 37%, 혼합간장 27%, 기타 발색을 위한 색소를 첨가한 간장 36% 등이었으며 양식점과 뷔페식당 등 기타 음식점은 일본 양조간장 27%, 한국 양조간장 19%, 혼합간장 54% 등으로 나타났다. 양조간장에 비해 혼합간장 사용이 높은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조리사들이 음식을 전수받을 때 관습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제조 국가에 대한 호텔에서 사용되는 간장을 비교한 결과 국내 간장 58%, 외국간장 42% 등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외국간장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외국 간장중 일본간장이 94%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선 산분해 간장 제조시 발생될 수 있는 MCPD(Mono Chlorl Propane Diol) 함량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이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3-MCPD(3-Mono Chlorl·1,2-PropaneDiol) 생성을 줄이기 위해 탈지대두중 지방 함량이 적은 원료를 쓰거나 가수 분해 온도를 낮추거나 염산함량을 줄여 MCPD 및 DCP(Di Chloro Propane) 생성 억제에 주력, 약간 줄일 수 있다고 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자연친화적인 양조간장의 사용 비율이 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혼합간장에서 양조간장이 혼합되는 비율이 10% 이하로 매우 부족하고 90% 이상이 염산으로 분해된 산분해간장이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대중음식점이나 가정에서 거의 양조간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도 혼합간장에서 양조간장 혼합률을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양조간장 1%에 산분해 간장 99%를 혼합해도 혼합간장으로 허가받을 수 있어 하루 빨리 규격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양조간장을 섭취하는 식생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견지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간장 소비형태가 양조간장 쪽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산분해 간장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적 개선 및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간장을 생산하는 기업도 국민 건강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양조간장 위주의 제품 개발 및 판매 전략을 시행해야 하며 외국의 간장이 아닌 우리의 우수한 양조간장 사용으로 우리만의 정형화되지 않은 고급지향적인 맛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호텔 내 음식점은 일반 대중음식점과는 달리 단순히 식사와 음료라는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개념이 아닌 고객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최상의 상품을 확실히 빛내주는 곳으로 재료 하나, 조미료 하나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조사연구 결과 호텔 내 음식점은 화학간장 유해성을 갖고 있는 산분해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지나치게 고전적 조리법에 따라 혼합간장 사용이 많았고 특정 국가 간장을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의 입맛까지도 사로 잡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의 훌륭한 간장을 응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개발노력으로 우리의 훌륭한 양조간장의 이용이 갈수록 증진돼야 한다. /김 영 성 신흥대학 호텔조리과 교수

기고/농·어촌 학교 살리는 길

교육인적자원부는 오는 2009년까지 전국 농어촌 소규모 학교 1천976곳을 연차적으로 통·폐합하고 실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 예산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통·폐합기준으로 초·중등 공히 100명 이하 학교와 20명 이하 분교장 등이 대상이다. 덧붙여 초등학교의 경우 1면에 1곳이 남을 수 있도록 하고 도서·벽지는 여건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경제논리나 교육의 효율성 측면에선 맞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조금만 더 세심한 교육적 배려를 한다면 소규모 학교들을 아주 유용하게 보존하면서 농촌도 살리고 도시 학교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이 얼마든지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학교와 가정에서 실패, 성인이 된 후 사회에 온전히 기여하기 힘든 청소년들을 말하는 ‘위기의 청소년’이 170만명이란 결과가 나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국의 중·고교생중 학업 중단 학생이 7만명, 가출 1만3천명 등이나 실제로는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응답자의 11.5%가 가출 경험이 있고 가출에 대한 질문에 71.9%가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들이 방치돼 비행의 길로 접어 든다면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추산된다. 국가적으로 건강한 사회지수에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회인을 기르는데 있다. 그렇다면 비행의 길목에서 갈등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예방하고 교육시키는 것도 교육자들 몫이다. 요즘 장·단기 어학연수 붐이 일고 있는데 위탁 연수나 체험학습, 교환학습제도 등을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적용시켜 보자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들을 문화혜택이 전무한 한적한 산골 학교에 2~3개월동안 위탁, 심리적으로 건강을 되찾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보다 더 교육적인 지름길이 있을까. 위탁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감안, 자치단체는 체험학습용 민박단지 혹은 공공성 있는 숙식시설 등을 조성, 노인 및 퇴직자들의 자원봉사를 활용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농촌도 살고 도시에서 정서·심리적으로 병든 학생을 치료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될 것이다. 그들은 시골의 넉넉한 인심을 몸으로 체험하고 고즈넉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것이고 어떤 심리치료보다 특효약이 될 것이다. 아토피 피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선 유기농 마을에 2~3개월 이상 숙식시키면서 질병도 치료한다면 일석이조의 대안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운영프로그램 및 교육과정 등 모든 행정절차를 최대한 교장에게 부여해야 한다. 기존 학교와 예외적으로 교직원의 차등화된 인사 및 보수시스템을 갖춘다면 빠른 시간 내 성공신화를 창조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통·폐합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는 소규모 학교 지원사업으로 도비 100억원(50%), 시·군 60억원(30%), 도교육청 40억원(20%) 등 모두 2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교육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획기적인 국가적 아젠다(의제)를 유관 기관과의 협의 없이 추진한 교육인적자원부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교 현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인가. 시중의 루머에 의하면 전직 실세 장관 시절 추진하다 벽에 부딪친 통·폐합정책을 이제 와 갑자기 추진한 배경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농·어촌의 교육적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정책을 추진한 관료들의 근시안에 의해 낭비되는 혈세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민초들은 분통이 터질 따름이다. /김 기 연 여주초교 교장

기고/김장을 담그며…

아내가 부산하다. 제수씨도, 동생도 부산하다. 아내와 동생네가 함께 어우러져 배추 따고, 무 뽑고 김장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한 것이다. 손바닥보다 좁은 텃밭에 심어 놓은 무와 배추가 이런 저런 핑계로 제때 손을 봐주지 못했는데도 지난해에 비해 배추는 고갱이가 노랗고 단단하게 잘 들었고 무는 동치미 해먹기 꼭 알맞게 매끈히 자라줬다. 지난해에 이어 동생네와 같이 김장을 하다 보니 일도 쉽고 더 맛있게 담게 되고 핑계김에 작은 잔치도 벌이게 되다 보니 1석 3조4조가 돼 좋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지 않아도 한겨울에 걱정할 것이 없고 맞벌이하는 젊은 부부들은 시간이 있어도 직접 담가 먹기 보다는 사다 먹는 게 편하다고 김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돌아 가셨지만 어머니가 김장은 겨울철 반식량이라며 아버지가 장독대 옆 땅속에 묻어 놓으신 큼직한 장독에 김치를 가득 담은 다음 개울에서 주워온 깨끗하고 큼직한 돌로 지근지근 눌러 놓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한겨울 엄동설한에 김치각 거적문을 들추고 서걱서걱 얼어 있는 김치포기를 꺼내다 한 대접 실하게 썰어 놓고 잘 뜬 청국장으로 찌개를 끓여 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요즈음 주변 곳곳에서는 김장행사로 부산하다. 시청, 농협, 부녀회, 각 자원봉사단체 등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벌이는 행사다. 이제 계절은 곧 한겨울로 치달을 것이다. 올 한해는 어느 해보다 경기가 나빴던 해라고 한다. 불경기와 어지럽게 돌아 가는 세상사 우울한 소식이 서민들의 어깨를 움츠러 들게 하지만 김장행사를 바라 보면서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따뜻한 손길이 많은 것같아 마음이 훈훈해진다. 겨울이 닥치면 제일 먼저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저소득 빈곤계층이다. 도내에는 생활안정을 위해 생계지원이 불가피한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19만9천명이나 된다. 이들보다 조금 형편이 낫긴 하지만 역시 생계지원이 불가피한 차상위 계층도 39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생활형편도 천태만상이다.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노숙자, 경기침체로 갑자기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린 소위 신 빈곤층 등등 여러 형태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다 법상 지원대상기준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실제 생활이 어려워 갖가지 도움을 받아야할 비수급 빈곤층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 난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이들이 춥고 긴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올해도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지원을 적기에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긴급을 요하는 식료품비 지원, 단전위기 가정에 대한 전기료 지원, 난방 형태에 따른 가스료 및 연탄구입비 지원, 위기대비 응급구호, 임신부에 대한 출산비 지원, 스스로 자활하도록 돕는 근로 지원, 노숙인에 대한 숙식 제공과 진료·직업훈련 등 어려운 여러 대책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이들의 생활이 점차 나아진다는 소식은 별로 없고 오히려 보호의 손길들이 닿지 않아 홀로 극한상황을 맞는 소식이 간간이 보도돼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빈곤문제는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경기도와 시·군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손길이 부족한 보호의 틈새를 메워야 한다. 이웃을 생각하는 기관, 사회봉사단체, 자원봉사자 등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장 담그기가 한창인 요즈음 많은 분들이 수고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곧 맞게 될 한겨울, 내 고향 광주에서 동생네와 같이 담가놓은 김장도 잘 익어갈 것이다. 익는 김장과 더불어 올 겨울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맛깔지고 아름다운 이웃들의 모습이 더욱 늘기를 기대해 본다. /박 치 순 군포부시장

기고/장애인의 삶에 날개를 달아주자

지난 18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세미나에서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로부터 장애인 재활보조기구를 대여받은 장애인 2명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망막색소변색증으로 시력이 약해져 지난 99년 시각장애등록을 한 40대 중년 가장은 “TV모니터 글씨를 20배 이상 확대할 수 있는 독서확대기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이런 보조기구 도움을 10년 전에 받을 수만 있었어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등록장애인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지난 9월말 현재 33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은 아주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와 관련돼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편의시설 설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개인에게 필요한 재활보조기구는 사실상 개인의 책임으로 미루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대와 나사렛대 등 국내 일부 대학에 재활공학과가 개설된 지 10여년이 돼가고 있으나 ‘재활공학’이란 용어를 이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최근의 일이 아닐까 싶다. 미국은 이미 1918년 직업재활법을 통해 최초로 보조공학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조달을 규정했으며 1976년 재활공학센터를 설립했다고 한다. 경기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4월 도립 장애인종합복지관내에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부터다. 재활보조기구는 장애인의 손상된 기능을 보완해 주고 대체해 주기 때문에 잃었던 생활영역을 되찾아주는 생명줄과 같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이동할 수 있게 해주고, 의사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이 불편 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도와주며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도 확장키보드, 미니키보드, 조이스틱마우스, 헤드콘트롤마우스, 스위치마우스 등 다양한 보조기구의 도움을 받기만 하면 컴퓨터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 재활보조기구는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가공할 원폭의 위협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사회에 대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서도 요긴한만큼 앞으로 노인층의 광범위한 활용도 전망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전동스쿠터가 오늘날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도시의 풍경이 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 특히 지난 4월22일부터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 등 장애인보장구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시작되면서 보조기구 생산 및 보급에 대한 관심도 깊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재활보조서비스 전달체계 확립과 역할 확대를 위해 그 어느때보다 민·관 협력과 노력이 절실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활공학서비스 활성화’를 주제로 열렸던 이번 정책세미나도 이러한 면에서 그 의미가 깊다. 경기도가 이제 장애인의 고단한 삶에 날개를 달아 주는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인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앞으로 우리나라 재활보조기구 서비스분야의 발전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의 기틀을 이루는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때 마침 ‘고령자 및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 서비스 및 육성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상, 비싼 보조기구 구입비가 없어도 아무 걱정이 없는 세상, 장애는 장미 가시에 찔린 손가락 정도로 조금 불편한 정도일 뿐이라고 모든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면서 어려운 여건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재활공학 연구 및 서비스 분야 종사자의 힘찬 전진과 도약을 기대해 본다. /노 완 호 경기도 장애인복지 담당

기고/평양을 다녀와서

광복 60주년을 맞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통일환경과 남북한 실상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범국민적 통일의지 제고 및 남북통일 활동의 적극적 참여, 통일운동의 저변 확대의 기반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경기도 평통자문위원 187명과 함께 한 이번 방문은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출발하는 첫날 난생 처음 평양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잠에서 일찍 깨어 새벽 5시30분 집을 나섰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평소 같으면 출근 준비에 바쁜 시간이다. 통일부 직원으로부터 비표와 방북증명서를 받은 뒤 남북한을 남측과 북측으로 부르고 이름을 부를 때도 선생이란 호칭을 사용하라는 원칙 등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북한방문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았다. 오전 10시10분 북측이 제공한 고려항공기에 탑승했다. 기내 안내원의 친절한 서비스와 밝은 표정에 긴장된 마음이 풀어졌다. 창 밖으로 경지정리가 잘 된 논과 밭, 공동주택 등이 한눈에 들어 왔다. 산은 소문대로 땔감으로 인해 나무들이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활주로를 따라 솜털같은 억새꽃이 우리를 반겼다. 입국절차를 마치고 양각도 국제호텔로 향했다. 활동하기에 알맞은 기온으로 창 밖에는 가로수가 잘 조성돼 있었고 들녘은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는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추수철을 실감하게 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김일성기념관을 시작으로 30만평에 이르는 수목원과 김일성종합대학, 용생탕, 모란봉,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을 돌아 봤다. 명소는 잘 정리됐으나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 등 고층건물은 외벽에 제대로 페인트도 칠해져 있지 않고 방호창도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청옥색의 오염되지 않은 대동강물은 하늘빛과 어우러진 한폭의 동양화 그 자체였다. 널찍한 도로와 오가는 차와 행인은 띄엄띄엄, 신호등은 없고 수신호로 대신하고 있었다. 도시를 지나 만경대에 도착했다. 김일성 생가로 알려진 만경대는 혁명사적관과 잘 정비된 잔디밭, 초가집, 자연숲으로 이뤄져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만경대를 뒤로 하고 호텔에 도착, 아리랑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5·1경기장으로 향했다. 땅거미가 진 거리는 어두운 채 주요 건물만이 불빛을 비추고 있었으며 가로등도 밤잠을 자고 있어 전기가 부족함을 말해줬다. 공연장에 들어 서니 동원된 6만여 명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정교하고 섬세한 카드섹션을 펼치고 문 네 면에 진달래꽃이 70송이씩 조각된 개선문을 보니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이 생각났다. 잘 정리된 평양의 거리와 낡은 건물, 불빛이 없는 캄캄한 거리, 김일성 주체사상만 강조하는 기념탑, 조형물, 웅장한 궁전 등 가는 곳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려 있어 김일성의 신적 우상화와 주체사상은 죽어서도 북측을 다스리는 위대한 수령으로 남아 있는듯 했다. 이번 방문으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통일의 역군으로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이 수 영 민주평통 의왕시협의회장

기고/나라사랑 교육 체계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한민족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공유하고 고유한 언어와 문화, 반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단일민족 국가다. 이 특성 때문에 민족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우리 나라가 끊임없이 강대국의 외침에 시달렸으면서도 건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민족의식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정보화 조류 속에서 정신적·물질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 체제하의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의 민족의식과 정체성 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칫 국적 없는 청소년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안보위협은 상존하고 있으며 통일은 여전히 민족의 숙원이다. 이런 때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발전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나라사랑 정신의 고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기주의가 만연해 국가발전과 통일의지의 근간이 되는 나라사랑보다 나의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게 아닌가. 지금 우리 국민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근대화의 성공으로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를 보면 퇴폐와 향락문화 등 정신적 피폐가 만연하고 있다. 개인적·집단적 이기주의도 팽배해 계층·세대·지역간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 이면에 극심한 정신적 궁핍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나라사랑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나라사랑 정신 확산을 정책목표 4대 과제중 하나로 삼았다. 이행과제들은 독립유공자의 전향적 발굴, 포상 및 독립운동사 재정립, 국내외 현충시설의 체계적 관리·활용, 국민과 함께 하는 보훈행사 및 나라사랑교육 강화 등이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 나라사랑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광복 6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온 국민이 함께 하는 보훈행사를 추진하고 ‘보훈의 상징’ 달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은 20만개에 달하는 나라사랑 큰 나무 상징을 달자는 캠페인이다. 정부는 어린이·청소년·교사를 위한 선양교육을 활성화하고 청소년에게 다가서는 보훈선양 프로그램의 제작과 활용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같은 보훈교육과 관련된 행사나 운동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1회성 잔치에 그친다면 큰 의미가 없다.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선 나라사랑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나라사랑교육은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등을 연계해 체계화해야 된다. 현재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보면 아직도 교과서 위주의 단편적 지식 습득에 머물러 있다. 대학입시가 교육의 최고목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처럼 성적에 치중하는 학교교육에서 나라사랑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학교의 교과교육이 인쇄매체에 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훈화나 주입 등을 통해 연중 부정기적으로 나라사랑을 교육하고 있을뿐이다. 정보화시대 청소년들이 영상세대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구태의연한 나라사랑교육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의 나라사랑 정신고취를 위한 교육도 체계적이지 않다.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기념일에 맞춰 기념식 참여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나라사랑교육은 국경일 행사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대체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등 형식적인 의식활동이다. 일부 학생만 웅변대회,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 나라사랑교육은 국가보훈처만의 일은 아니다. 이 일은 교육인적자원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교과과정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의 나라사랑교육은 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결정한다. /유 영 옥 경기대 국제학부 교수·한국보훈학회장

기고/한우물을 파라

얼마전 국내 유일의 종묘회사인 ㈜농우바이오 전국대리점 단합대회가 강원도 평창 성우리조트에서 열렸다. 필자도 우수 대리점으로 23년 경력과 외곬 경영을 인정받아 참석하게 됐다. 때 아닌 가을비가 촉촉히 내려 우리의 마음을 자꾸 서글프게 했다. 오늘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초청 강사인 개그우먼 김보화씨의 강연을 듣고 느낀 점이다. 우선 강의실로 들어서면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지만 언어의 혁명이랄까, 혀를 꼬아 인사하는 모습에서 700여 대리점 사장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때 머리에 강한 느낌으로 다가 온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희망이 있는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살아가는 동안 나도 그렇게 해야 되겠구나 하고 다짐했다. 그는 돈을 얼마를 벌든지 자기 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고 무명시절 아무도 찾아주지도, 불러주지도 않던 일 등을 들려 줬다. 그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한우물을 파고 끊임 없이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다 고통당하고 경험했지만 지난 97년 닥쳐 왔던 IMF사태는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진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누구 하나 잘 보아줄 사람도 없는데 대형 아파트나 중형차만 선호하고 속은 비었으나 겉만 화려한 삶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필자도 그 무리에 합류해 원금은 갚을 생각도 못하고 연 7천만~8천만원의 비싼 은행 이자를 물고 헛것에 홀려 자기를 잃어버린 삶을 살아온 게 후회스럽고 아직도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최근 어느 경제전문가 진단에 따르면 우리 경제가 바닥층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나아지려면 5~6년은 지나야 된다고 한 것을 볼 때, 서민들의 IMF환란은 아직 진행중이며 우리는 다시 허리띠를 조이고 주어진 일터에서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자기 일에 미쳐 한 우물을 파는, 그리고 새로워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국인의 근성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굴지의 종묘회사였던 ㈜흥농종묘가 IMF관리체제때 통째로 외국으로 팔려 나간 것도 생각해 보면 기업주가 한우물파기 경영을 망각한 채 손쉽게 돈을 벌어 보려는 한탕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국으로 팔려 나간 회사가 우리의 기업인양 우리의 안방 식탁과 먹거리(채소)를 좌지우지하고 우리는 비싼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현실을 볼 때 참으로 서글퍼진다. ‘빌어 먹어도 씨오재이는 베고 죽으라’던 조상들의 높은 지혜와 우리 땅에 우리의 씨앗을 심으려던 옹고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 것은 ㈜농우바이오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매출액 15%를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우리 농촌의 새희망이 보이는 것같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기업이든 근로자든 일을 사랑하며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파며,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는 변화된 생활 속에서 새 돌파구를 찾자. 삼성그룹 CEO 특강에서 모 대학 교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유 현 익 강화 우리농약 대표

기고/정치자금 기부, 어떻게 볼 것인가?

어느덧 정치자금법이 제정된 지 사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1965년 제정돼 그동안 10여차례 손질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됐고 지금은 정치자금에 대한 모든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지난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 볼 때 밝든 어둡든간에 이 정치자금을 둘러 싸고 벌어진 수많은 장면들이 떠오르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니다. 이처럼 현실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정치자금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정치인의 정치활동에 필요한 돈이고 여기에는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중에서 국민들이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원회에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과 선관위에 맡겨 정당에 골고루 배분하는 기탁금, 국가가 정당에 배분해주는 국고보조금 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정을 꾸리기 위해선 가계비가 필요하듯 정치인 역시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 대다수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나 무관심으로 ‘정치자금’이란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자금 기부를 기대하거나 권유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평택선관위는 정치자금 1억5천여만원을 기탁받아 각 정당 의석비율에 따라 배분했고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홍보사업을 추진하는등 정치자금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전국 선관위가 동시에 바른정치 후원의 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정치자금 기부 캠페인을 전개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치자금을 기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정치자금의 투명성이야말로 깨끗한 정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건 정치권에 대한 불신때문이다. 이러한 불신은 더 깊은 불신과 냉소를 낳을 뿐이고 결국 정치발전에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과거의 음성적이고 탈법적인 정치자금은 이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고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도 전면 금지된 이상 정치발전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국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둘째로 건전한 정치자금의 기부로 인한 공명선거를 들 수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난무할수록 선거가 과열될 개연성이 높으나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모금되고 올바르게 사용된다면 우리의 선거문화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깨끗한 선거문화를 이끌어 냈듯 유권자들의 기부금 한톨 한톨이 바른 정치문화의 토양이 될 것이기에 정치자금 기부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끝으로 정치자금 기부에 따른 세제혜택을 들 수 있다. 현행 법규상 국민이면 누구든 후원금이나 기탁금 등을 낼 수 있고 정치자금을 기부할 경우 연말정산시 세액공제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히 10만원을 기부하면 전액을 돌려 받고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정치자금 기부운동이 범국민적인 관심을 받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정성이 모여 큰 줄기를 이뤄 우리 모두 염원하는 깨끗한 정치의 바다를 향해 유유히 흘러갈 수 있길 기대한다. /노 태 리 평택선관위 홍보계장

기고/스타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용주의

할리우드 스타인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2년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미국에선 느닷 없는 헌법 개정 논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슈워제네거에게 미국 대통령에 입후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당시의 ‘터미네이터’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특별선거가 실시됐다. 주지사인 슈워제네거가 발의한 8개 법안에 대해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 선거였다. 결과는 주지사 발의안 8개 법안이 모두 부결됐다. 필자도 이 특별선거에 관심이 있어 당일 개표상황을 뉴스로 지켜보면서 “8개 법안중 과연 몇개나 통과 될까”하면서 지켜보았지만 8개 법안 모두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지사 발의안이 모두 부결되자 슈워제네거는 이렇게 말하면서 후회했다. “만약 영화 ‘터미네이터’를 다시 찍는다면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내가 다시는 특별주민투표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겠다” 뒤늦게나마 민심의 소재를 파악한 말이었다. 사실 캘리포니아 특별선거의 주지사 발의안은 어느 정도 부결이 예상됐었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 조사가 그 결과를 예측했으며 주지사의 폭락한 인기를 경고했지만 터미네이터 진영은 “그것은 유권자의 본심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왔었다. 그러나 이후 캘리포니아 특별선거에서의 주지사 발의안 완패는 그들이 확신했던 터미네이터 주지사의 스타성의 한계를 똑똑히 보여주고 말았다. 캘리포니아 스타 주지사인 ‘터미네이터’가 내 놓은 8개의 주지사 발의안이 모두 부결된 건 주민들이 영화 속의 허상인 액션스타가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생활 속의 어려움을 풀어 나가는 실천적이고 유능한 일꾼을 원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능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조사 대상자의 64%가 경제문제 해결능력을 손꼽았다. 결국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식견을 중요 국정운영능력으로 최우선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국민들은 ‘말’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행동’하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으며 인기영합주의의 포퓰리즘이 아닌,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프라그마티즘(실용주의)을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원 유 철 전 국회의원·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기고/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

향후 노동력 부족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는 출산율 저하에 대한 해법찾기가 지자체별로 한창이다. 그런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은 셋째 이후 자녀에 대한 보육료 지원을 비롯, 출산축하금 또는 출산수당 지급 등 주로 이미 두자녀를 낳은 가정을 대상으로 셋째아 이상을 낳도록 권장하거나 자녀출산시 일회성 수당을 지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들이 자녀를 낳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책입안자들은 자녀를 낳아 기르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사교육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합계출산율을 끌어 내리는 주범은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비혼인구 증가다. 사실 혼인한 유배우 부인의 출산율은 통계상 2명이다. 문제는 비혼 여성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여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단연 취업이 가장 심각한 과제로 꼽힌다. 교육투자를 통해 개발된 자신의 능력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취업과 결혼을 병행하려 하기 보다는 우선 취업을 하고 난 후에 결혼을 생각해 보겠다는 점이다. 결혼하면 아무래도 가사일과 시댁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녀를 낳으면 일을 계속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걱정 속에 결혼을 미루거나 자녀 출산을 미루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정책적으로 결혼 후에도 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의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한다면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자녀를 둘이나 낳은 가정에 셋째, 넷째 아이를 낳도록 권장하기 보다는,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이뤄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게 바람직할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면 말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01년 11월부터 근로여성의 출산휴가가 90일로 연장됐다. 그런데 출산휴가 3개월간 자녀를 돌본 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1차적으로는 3개월 된 영아를 맡길 수 있는 믿을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고(대부분의 보육시설은 만 2세아부터 돌봐줌),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맡기려고 해도 여의치 않거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우며,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으로 인한 여성들 스스로의 자책감도 한몫 할 것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이번에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일반가정의 2세 미만 둘째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는 경우 보육료의 70%정도를 지원키로 하고 내년도 예산으로 148억원을 확보하기로 한 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신선한 해법으로 다가 온다. 저소득 가정이 아닌 일반가정으로 대상을 확대한 점, 보육시설에 보낸 2세 미만의 영아를 대상으로 함으로써 어린 아기는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한 점은 취업과 결혼을 놓고 저울질 하는 여성들에게 상당한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첫째아이부터가 아니고 둘째아로 제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예산이 확보된다면 첫째 아이까지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박 숙 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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