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민족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공유하고 고유한 언어와 문화, 반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단일민족 국가다. 이 특성 때문에 민족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우리 나라가 끊임없이 강대국의 외침에 시달렸으면서도 건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민족의식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정보화 조류 속에서 정신적·물질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 체제하의 무한경쟁 속에서 우리의 민족의식과 정체성 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칫 국적 없는 청소년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안보위협은 상존하고 있으며 통일은 여전히 민족의 숙원이다.
이런 때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가발전과 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선 나라사랑 정신의 고취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기주의가 만연해 국가발전과 통일의지의 근간이 되는 나라사랑보다 나의 이익 추구를 우선시하는 게 아닌가.
지금 우리 국민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근대화의 성공으로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를 보면 퇴폐와 향락문화 등 정신적 피폐가 만연하고 있다. 개인적·집단적 이기주의도 팽배해 계층·세대·지역간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공동체의식을 약화시키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 이면에 극심한 정신적 궁핍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나라사랑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나라사랑 정신 확산을 정책목표 4대 과제중 하나로 삼았다. 이행과제들은 독립유공자의 전향적 발굴, 포상 및 독립운동사 재정립, 국내외 현충시설의 체계적 관리·활용, 국민과 함께 하는 보훈행사 및 나라사랑교육 강화 등이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 나라사랑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광복 6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온 국민이 함께 하는 보훈행사를 추진하고 ‘보훈의 상징’ 달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것은 20만개에 달하는 나라사랑 큰 나무 상징을 달자는 캠페인이다. 정부는 어린이·청소년·교사를 위한 선양교육을 활성화하고 청소년에게 다가서는 보훈선양 프로그램의 제작과 활용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같은 보훈교육과 관련된 행사나 운동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1회성 잔치에 그친다면 큰 의미가 없다.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선 나라사랑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나라사랑교육은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등을 연계해 체계화해야 된다. 현재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보면 아직도 교과서 위주의 단편적 지식 습득에 머물러 있다. 대학입시가 교육의 최고목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처럼 성적에 치중하는 학교교육에서 나라사랑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학교의 교과교육이 인쇄매체에 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훈화나 주입 등을 통해 연중 부정기적으로 나라사랑을 교육하고 있을뿐이다. 정보화시대 청소년들이 영상세대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구태의연한 나라사랑교육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의 나라사랑 정신고취를 위한 교육도 체계적이지 않다.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기념일에 맞춰 기념식 참여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나라사랑교육은 국경일 행사를 통해 이뤄질 수도 있겠으나, 이것은 대체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등 형식적인 의식활동이다. 일부 학생만 웅변대회, 글짓기, 포스터 그리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 나라사랑교육은 국가보훈처만의 일은 아니다. 이 일은 교육인적자원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교과과정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의 나라사랑교육은 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결정한다.
/유 영 옥 경기대 국제학부 교수·한국보훈학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