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이후 한미FTA 반대여론이 높아가자 주류언론들이 분주해졌다. TV뉴스는 수입 체리 값 하락을 클로즈업하는 식으로 장밋빛 분칠에 여념이 없다. 조중동 신문은 더 바쁘다. 판사들 입 단속하라고 법원 윽박지르랴, 서장폭행 났으니 반대시위 강경진압 분위기 조성하랴. 아침에 그들 신문 보고 저녁에 저들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별 문제도 없는데 왜들 난리냐는 생각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늘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 4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국 유수의 신문들이 37년 만에 백지광고를 내고 언론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건만 TV뉴스는 마냥 외면한다. 주류신문들의 지면엔 자사채널 홍보기사만 넘쳐난다. 도무지 뭐가 문제인지 관심조차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보도방식. 닮아도 너무 닮았다. 사실 두 사안의 성격과 본질, 진행과정에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관련법안의 날치기. 한미FTA법안은 비록 최루탄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잠시 멈칫했을 뿐 한나라당의 폭거가 매끄럽게(!) 진행됐다. 미디어 악법의 경우 2년여 전 대리투표, 재투표 등 미숙한 티를 많이 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두 번째는 발전과 성장이라는 허상을 동원한 사기극. 이를 통해 특정세력들의 이익을 과다하게 제도화한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젠 웬만큼 눈치빠른 사람들은 다 알아챘듯 한미FTA는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기만적 언술 하에 미국자본에 대한 전면개방과 대폭적 규제완화, 검은머리 외국인의 활용과 국내자본 역차별론, 재벌의 사업영역 및 방식 제한철폐, 이윤율 증대가 주된 목적이다. 종편의 경우 그처럼 복잡한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거대 족벌신문사들에게 직접 방송겸영을 허용하고, 광고영업과 채널배정 등 전 분야에 걸쳐 막대한 특혜를 몰아주었다는 노골성이 두드러질 뿐이다. 일자리 3만 개 창출, 글로벌 미디어 기업 운운했던 거짓말을 앞세운 것도 비슷하다.셋째, 사회 공공성의 파괴. 두루 알듯이 한미FTA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를 통해 중소기업 고유업종,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부동산 세제 등 경제적 약자 보호에 중대한 난관을 초래한다. 친환경무상급식을 어렵게 하고, 영리병원 허용 등 복지, 의료정책의 골간을 흐트러뜨린다. 마찬가지로 종편은 미디어생태계 전반을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상황으로 몰고간다. 특히나 기자를 동원한 조폭식 광고영업과 광고주 유착에 이골이 난 그들에겐 광고 직접영업이 허용되지 않는가! 경향각지의 건강한 신문들과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광고취약매체들을 고사위기로 몰아 여론다양성이 결정적으로 위협받는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공중파 방송사들마저도 상업화 압박에 휘말리게 된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살아남기를 명분으로 이 리포트 빼라 저 아이템 추가하라는 자본과 그 대리자들의 간섭이 급증할 것이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것 위주로 편성이 바뀔 것이며, 인사와 평가의 기준도 거기에 맞춰질 것이다.결국 한미FTA도, 종편채널도 모두 단지 이 땅의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작품이다. 전자가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기득권 집단들의 이익을 확장하고 고착화하는 제도적 장치라면 후자는 사회문화 영역에서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강자의 여론독점을 강화하는 사회적 소통구조의 구축이다. 인간어뢰 방송, 회장님 힘내세요 방송, 인간 박정희 방송, 전경련 방송의 등장은 MB식 언론통폐합이자,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요, 미디어 민주주의의 조종이다. 그래서 오늘 많은 시민들과 언론노동자들은 4개 종편의 개국축하 쇼가 열릴 세종문화회관 앞을 점거한다. 닥쳐온 대재앙의 위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오피니언
이강택
2011-11-30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