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인근 유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싱그런 초록의 잎들이 춤을 추는 옥상텃밭에서 아이들은 원예활동 놀이에 한창이었다. 화분에 흙을 담아보기도 하고 어린 싹들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또 채소 잎들을 직접 만져보며 마냥 신나게 놀고 있었다. 조그만 씨앗이 채소로 변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을 통해 익혀가고 있었다. 이처럼 녹색 텃밭에서 수업하는 유아원, 유치원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원예활동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으며 도시민들은 옥상과 베란다 텃밭, 주말농장 등을 이용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채소를 가꾸며 정겹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농업만으로 선진국이 되긴 어렵지만 세계 어느 선진국이든지 농업이 발달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만큼 경제부국과 함께 농업이 발전해야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선진국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발전은 전 국민적 관심과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90% 이상의 도시민들이 국가의 몇 마디 홍보만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농업의 가치를 알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험이다.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직접 농사를 짓게 되면 우리 국민들은 농업을 저절로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도시농업이 중요하고 또 빨리 확산돼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그리고 그린 홈, 그린 빌딩, 옥상정원, 실내 그린월, 다양한 도심의 인공지반 녹화 등 녹색식물을 도심에 끌어오는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들은 화훼원예 및 조경식물 산업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데 크게 한 몫 한다. 도시의 녹색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모종이나 농자재 소요가 지속적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실내공기청정기, 실내채소재배기, 실내공기 모니터링 화분 등 도시농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원예상품이 개발되면서 원예작물의 수요가 더욱 증가돼 원예의 역할은 그 전보다 훨씬 확대되고 있다. 이것이 도시농업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다.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이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농업의 역할이 도시를 만나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여름 건물옥상 바닥온도는 55℃를 훌쩍 넘지만 같은 시간 바로 옆 고추가 심겨진 옥상텃밭의 표면온도는 32~35℃를 유지한다(10 농촌진흥청), 이로 인해 이 건물은 여름철 냉방비가 16% 이상이 줄어든다. 이런 경제적 효과 외에도 도시농업은 도심에서 자라는 미래 세대들의 생명교육 소재로서 최고이며, 고령화 시대 건강한 노년생활을 꾀할 수 있는 일거리로서도 적합하다. 이런 국민들의 부응 덕분에 우리나라도 도시농업육성법이 제정되어 올해 5월부터 발효된다. 이 법은 도시 거주자들의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농사활동에 관해 규정한 것으로 도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이해함으로써 도농이 상생하며 발전하는데 기여하고자 제정된 것이다. 이 법 시행으로 올해부터 많은 도시민들이 농사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도시민들은 농락(農樂)을 (당)하기만 하면 된다. 도시에서 농사는 일이 아니라 경작본능을 지닌 인간들에게 즐기고 가꾸는 행복이다.송 정 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장
오피니언
송정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
2012-01-16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