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ESG경영, 소비자 권리 보장이 최우선

ESG(EnvironmentㆍSocialㆍGovernance,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통칭하는 개념)가 기업경영의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의 자료를 보면 89개 대기업 및 중견ㆍ중소기업에 속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경영 관련 현황을 조사한 결과, 33개 기업(37%)에서 ESG경영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조사대상 기업 CEO의 79%가 ESG경영 관심도가 높다고 응답했으며, 88%는 기업 경영 목표 설정 시 ESG경영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경영 중 사회(Social)분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소비자만족이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부적절한 소비자피해 보상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여전하다.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주고받는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 시장은 작년 기준 3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억울하다. 상품형 상품권을 사용할 때, 소비자가 액면 금액보다 적게 사용하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 액면 금액만큼 사용하거나 아니면 더 비싼 상품을 구매하면서 오히려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는 금액형 상품권에 대해서만 금액의 100분의 60(1만원 이하는 100분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을 제공받고 소비자가 잔액의 반환을 요구하면 반환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품형 상품권에 대한 환급 규정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개선을 제안했더니 직접 약관을 첨부해 약관심사를 청구하라는 답변이다. 불공정한 거래가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억울한 소비자피해는 또 있다. 이 소비자는 A통신사의 결합상품(인터넷, IPTV, 휴대폰 등)을 이용하다가 이사를 하면서 해지했다. 그런데 무려 4년 넘게 해지처리되지 않고 자동이체로 200만원이 넘는 요금이 인출됐다. 소비자는 이사하면서 장비를 모두 반납했고 이사 후에는 B통신사의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A통신사는 장비 반납은 확인되지만, 소비자의 해지요청 기록이 전산상에 남아있지 않아 부당 인출된 요금의 50%만 돌려주겠다고 주장한다. 결국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전액 환급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대형 통신사의 억지 주장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는 거래상대방ㆍ구입장소ㆍ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사업자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신속ㆍ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구호로만 ESG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피해를 정당하게 보상해주고 불합리한 규정을 신속하게 개선하는 것이 ESG경영 중 사회적 책임의 출발점일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정치의 언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느라 정당들이 분주하다. 이미 후보를 확정한 곳도 있고 아직 경선을 치르고 있는 데도 있다. 오래전 선거에서는 주로 돈과 연루된 것이 탈이었는데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말이 말썽이다. 그래도 화근이 비물질적인 것으로 옮겨갔으니 우리 정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문제가 되는 말은 어처구니없는 말실수부터 근거 없는 언어폭력에 이르기까지 넓고 다양하다. 서로 저마다 과거를 들추기도 하고 묻어버리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보다 비난이 부지기수다. 정치의 언어는 공동 또는 공공의 사업을 제안하고 토의하며 결정하는 또 결정된 것을 실천하는 언어이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최선의 지도자를 점찍는 말이어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감지될 수 있도록 재현(representation)되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작금 정치인들의 언어는 파당의 언어로 끝 모르는 대결과 분리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어디 정치인들만 그러한가! 여기저기 추종자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언어를 복제하고 늘린다. 일반 시민들도 같은 편이 돼주길 강요받는다. 본디 정치의 언어는 쉽사리 합의에 이르는 언어는 아니다. 현대 정당국가에서 말로 합의에 이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설사 누군가 지도자감이 빼어나고 진중한 레토릭과 왠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을 가지고 공동의 큰 사업을 제안하더라도 만인을 설득하고 확신시키기에는 애당초 어렵기만 하다. 불가피하게 정파의 언어로 말해지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모두의 대업으로 세례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선거전에서 승리를 거둬야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최선이고 숙의를 건너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는 때로,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들이 선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천사의 사업만은 아니다. 협의나 협상도, 담판이나 거래라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어떠한 형태든 권력이 끼어야 돌아가는 일이다. 이것들 또한 정치적 행위의 일종이고 정치의 언어는 이것들과 동떨어져서 말해지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언어는 마냥 정갈하지만은 않다. 계속해서 통합을 만들어 내는 정치의 테크네(techne)는 갈등을 전제하거늘 정치인의 언어가 아름답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는 결코 탈도덕화돼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도덕의 잣대로만 판단되는 성질은 또 아니다. 정치를 도덕을 기준으로 재단하는 일은 어쩌면 매우 손쉬운 일이고 무책임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사뭇 지치게 하고 냉소주의로 숨게 만들고 끝내 정치를 이기지 못하게 만든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언어를 정결하게 하고 처음에 부분의 언어로 시작한 것이 마침내 전체의 언어가 되도록 바꾸는 여신은 선거 그 자체이다. 정치인의 언어를 정치의 언어로 바로 세우는 일은 결국 유권자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ㆍ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역사적 관점에서 코로나와 공공복지

지난 2019년 우한에서 첫 감염자 확인, 같은 해 12월31일 WHO에 보고, 지난해 1월20일 국내 중국인 여성의 첫 감염자 확인. 그리고 1년10개월 정도 지나는 사이 세계적으로 환자가 2억3천8백만여명에 사망자는 486만여명에 이르렀다. 한국도 확진자 33만1천여명에 사망자 2천500명이다. 이렇게 코로나19는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모든 이의 일상을 바꿔놓고 말았다. 누구든 다 걸릴 수 있는 범유행이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은 매우 크지만, 특히 공공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인간이 생겨난 이래 바이러스 없이 산 적은 없었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14세기 7천5백만에서 2억명(유럽 인구의 30~60%)의 사망을 초래한 흑사병이 처음 발생한 곳도 1300년대 중국과 인근 중앙아시아였다. 비단길 타고 1343년쯤 크림반도에 닿았고, 쥐에 기생하는 벼룩을 매개로 1346년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착해 유럽 전체로 퍼졌다. 발생지에서 이탈리아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다시 이탈리아에서 북부유럽까지 퍼지는 데도 5년이 걸렸다.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원인을 모르니 무섭고, 그 공포를 해소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자니 속죄양이 필요했고, 가장 손쉬운 대상이 유대인이었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느니 하면서 닥치는 대로 죽였다. 스페인을 필두로 아메리카에 들어간 사람들에 묻어간 역병으로 5천만 명 가까이 죽었다. 아메리카 인구가 약 6천만명(당시 세계 인구의 10%)이었는데, 식민지화가 끝나고 나서 5~6백만 명으로 줄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농사짓던 땅도 숲과 풀밭이 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마저 감소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기온이 떨어져 소빙기가 시작됐다. 유럽은 흉작과 기근으로 또 사람들이 죽어갔다. 조선시대 1392~1864년까지 1천400여건의 역병이 있었다. 전염병이 생기면 활인서나 혜민서를 통해 약제를 지급했다. 하지만 약값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서 사람 많은 곳에 다니지 않는 게 최우선이었다. 왕은 감염자의 강제 격리와 함께 하늘의 노여움을 푸는 제사를 지냈다. 전염병 대처에서도 남다른 왕이 바로 정조였다. 정조 10년 한양에 홍역 유행의 조짐이 보이자 왕실용 약제인 안신원(安神元) 2만7천 환을 대궐 내외 각처에 공급하고 왕실 금고 내탕금으로 그 비용을 감당했다. 국가 재정 지출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선제 대응한 역사적 사실을 되새긴다. 백신 도입 문제, 선별이니 보편이니 하는 논쟁 장면들이 복지를 전공하는 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안타깝다. 사회의 쇠퇴나 문명의 몰락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 요인 때문이다. 공공복지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복지를 아직도 비용으로만 보려는 시각부터 고쳐야 하겠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ㆍ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의 배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계신 분들입니다.(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대사 중) 그렇다고 현실에선 하나뿐인 목숨을 건 게임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은행 경기본부 2021년 경기지역 가계대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변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경기지역 가계부채는 520조2천억원(전국비중 29.8%)으로 차주 1인당 가계부채는 9천972만원이다. 세종(1억2천530만원), 서울(1억437만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전국 평균(9천207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4인 가구로 볼 경우 경기도민은 1가구당 3억9천888만원의 빚을 부담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현실에 처한 개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를 틔워줄 수 있을까. 경기도는 금융채무위기 계층의 자립과 신용회복을 돕기 위해 채무조정, 소액금융, 일자리지원, 복지서비스 연계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서민금융복지지원 원스톱 통합센터를 의정부, 파주, 고양, 구리, 부천, 안양, 안산, 수원, 광주, 용인, 평택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서민금융안전망 역할을 함으로써 각 개인이 부채로 인해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다양한 배려와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임대주택의 실수요자인 고령의 무주택자가 처의 병수발 때문에 직접 대한주택공사를 찾아갈 수 없어 자신의 돈을 관리하고 있던 딸을 통해 딸 명의로 임대계약을 체결한 후 혼자서 임대주택에서 생활해 온 경우 임대주택법상 임차인으로 봐야 한다는 이슈가 있었는데, 법원이 아래와 같은 여운과 감동을 주었다. 가을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일고, 집집마다 감나무엔 빨간 감이 익어 간다. 가을걷이에 나선 농부의 입가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바라보는 아낙의 얼굴엔 웃음꽃이 폈다. 홀로 사는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의 소장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의 눈가엔 물기가 맺힌다. 우리는 모두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의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사건에서 따뜻한 가슴만이 피고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그들의 편에 함께 서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대전고등법원 2006. 11. 1. 선고 2006나1846 판결) 그러나 위 판결은 대법원에서 결국 파기됐다. 법의 해석과 적용도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게는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최정민 변호사ㆍ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법보다 양심

주식시장의 급등예상주를 무료로 추천받을 수 있을까? 로또 1등 예상번호를 무료로 받을 수 있을까? 가족사진을 무료로 촬영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주식정보, 로또번호, 가족사진을 무료로 제공하는 수많은 광고가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이런 광고를 보면 우리 사회는 참 좋은 세상 같다. 그런데 무료광고를 보고 전화번호를 노출했다가는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문자나 전화에 시달리게 된다. 과연 무료일까?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소비자피해를 도와주기 위해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올해 7월의 소비자상담 1위 품목이 유사투자자문인데 상담건 수가 무려 2천393건이다. 유사투자자문이 바로 주식정보서비스다. 상담내용을 보면 무료라는 광고를 보고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수법으로 회원에 가입하면서 수백만원의 회비를 지불했고 심지어 주식투자는 손실을 보고 있는데, 해약 해주지도 않고 해약을 해주더라도 위약금이 너무 많다는 상담이 대부분이다. 로또당첨 관련 소비자상담은 지난해에만 234건이 접수됐는데,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당첨되지 않으면 회비 100% 환불해준다며 회원가입을 권유하는데 연평균 2백만원 정도의 회비를 지불한다. 무료사진촬영권에 당첨돼 사진관을 방문하면 화장도 하고 다양한 의상을 갈아입으며 정성껏 1~2시간 촬영하는데, 촬영이 끝나면 80만~200만원 사이의 대금을 요구한다. 행복했던 가족사진 촬영이 한순간에 불쾌한 경우로 바뀌게 돼버린다. 결국 기만상술이다. 그렇다면, 무료 주식정보, 무료 로또번호, 무료 가족사진에 속은 소비자들은 피해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1372에 전화하는 소비자들은 상담원의 한마디에 사업자가 즉시 해약 후 환급해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1372? 힘없잖아요? 환급 안 해주면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 유사투자자문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의 회비 환급을 권고하기 위해 전화했더니 유사투자자문 사업자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이런 사업자들은 형벌이나 행정벌이 아닌 1372 소비자상담센터 상담원의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는 결코 없다. 법(法)보다 양심(良心)이다. 법 이전에 양심에 따라 사업해야 한다. 예의염치. 모든 것을 법(法)으로 결정하기 전에, 양심과 도덕을 갖추라는 가르침이다. Leges sine moribus vanae라는 서양 격언도 있다. 도덕성이 없는 법(法)은 쓸모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세상에는 법보다 양심을 먼저 생각하는 사업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 믿고 법으로 처벌받지 않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양심없는 사업자는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굳게 믿고 싶다. 소비자는 소비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더불어 법보다 양심을 먼저 생각하는 사업자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실현되길 바란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자율적 방역과 새로운 일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늘고 있지만 변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바이러스는 완전히 제압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견해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접종률이 집단면역에 들어가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점을 잡아 확진자 수를 줄이는 방역체계에서 치명률을 낮추는 치료 중심의 방역체계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를 곁에 두자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가 해법인 양 회자되고 있지만, 일상은 방역수칙의 변경만으로 회복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추세에 거리를 두고 단계적 일상 회복을 구상하고 있다. 무엇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까? 정부의 방역수칙은 안전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했지만 일상은 통제됐고 이 때문에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이들도 있다. 집단면역이 가능해지면 이러한 강제적인 방역수칙은 완화되거나 중지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역과 예방 자체가 없어도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모임 인원제한 등 타율적인 코로나19 규제는 해제되더라도 시민 개개인은 자신과 모두의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책임감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침이기에 따르거나 비난이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율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역과 위생이 절실해질 것이다. 시민들의 행동을 여전히 최소한으로 규제하는 일은 이제 학교와 직장, 직업 협회, 자치단체의 자율로 하자. 획일적인 수칙 대신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규율을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는 방역자치, 위생자치를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참신한 방역과 위생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끌 수도 있을 것이다. 자치단체들도 환영받을만한 행동수칙과 지원책을 마련해 지역사회 공중보건 서비스를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상시 행정명령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 일상생활에서 작동되는 방역과 위생 서비스를 시민과 함께 결정하고 시행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감염병 방역과 예방 관리로 엷어진 공동체가 다시 두터워지도록 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 공동체를 새롭게 재건하는 데에 특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크고 작은 지역사회에서 시민사회단체가 방역과 위생을 위한 시민행동 등으로 시민의 자율적 방역과 위생을 위한 노력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회복돼야 할 일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담론을 시작해야 할 때다. 감염병에 강한 방역공동체, 질병에 튼튼한 위생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길을 찾아 주창하거나, 재난지원금이 소비 진작 수단만이 아니라 사회권과 인권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길이 되도록 하는 것도 시민사회의 한 몫이 돼야 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ㆍ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복지와 노후 준비

구황청, 상평청, 선혜청, 진휼청, 혜민원, 의창, 사창 모두 옛날 복지 관련 기관들이다. 이때의 복지는 임금의 시혜요 은혜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똑똑하고 마음 착한 왕은 백성의 가난을 없애주려 노력했지만, 왕들 대부분은 그럴 능력이 없거나 아니면 마음이 없거나 둘 다였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고친다라는 말처럼 저 제도들로 사회 전반의 가난 문제가 해결된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가난은 운명이나 숙명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서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종교기관의 구빈책이 가난의 고통을 줄여주는 거의 유일한 대책이었다. 국가 차원의 구빈정책이 시작된 것은 자본주의가 싹트고 도시가 성립하기 시작한 15세기 말부터다.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구빈정책은 노동 중시 정책과 결부돼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태만과 게으름의 탓으로 돌리면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유랑자들을 잡아 강제 노역시키는 구실로 삼기도 했다. 자본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일을 열심히 해도 벗어날 길 없는 가난이 일반화됐다. 비로소 가난이 개인 탓이 아니라 제도적, 사회적 책임이라는 의식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와 보장의 바탕이 됐다.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사민당과 노동계의 불만을 가라앉히려고 최초로 현대식 사회보험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민주주의가 익어가 복지국가 단계가 되자 복지는 국가의 의무가 됐고, 국민의 권리가 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지체가 이어지자 이제 복지를 민영화하는 등 다변화, 다양화하는 단계가 됐다. 우리는 지금 복지국가인가? 선진국으로 떠밀린 이상 복지국가가 아니라고 하기는 무엇하지만, 제대로 된 복지국가라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런 상태에서 기본소득이며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정책이나 정치가들이 눈에 띄지만 아무래도 한계는 있다. 물론 보편복지 나름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복지를 시혜로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갈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일은 대체로 무엇이 진리냐 보다 다름의 인정과 포용과 관용과 타협의 문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개인적 갈등 없는 사회적 갈등 없고, 사회적 문제 결부되지 않는 개인적 문제도 없다. 정부의 사회보장으로 노후가 보장됐으면 좋겠지만, 스스로 하는 대비가 가장 먼저다. 그래서 노후준비는 빠를수록 좋고, 늦었다 싶어도 그 당장 시작해야 한다. 재테크할 돈도 없지만, 그런 재주도 없으니 지출 조정이라도 해야 하겠다. 과소비와 낭비를 줄이면 환경부담도 줄게 되므로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 코로나 핑계로 쉽게 주문하던 배달 음식도 줄여야 한다. 더불어 실현 가능한 운동도 열심히 하면 좋겠다. 개인이 건강해지면 건강보험도 건강해지고, 그러면 국가는 좀 더 여유롭고, 사회는 풍요로워진다. 그러니 잘 걷는 것, 자기 건강 지키는 것 하나가 노후준비고 애국이고 인류애이며 생태주의와 연결된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각자, 혼자이지만, 따지고 보면 다 이어져 있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카불 공항의 철조망을 넘어 어린 아이를 넘기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곧 다가올 위기에 대해 자신의 아이만이라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공항 안으로 아이를 넘기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산이라는 아픔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아이만큼은 잘살 수 있는 곳으로 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 올해 들어 미얀마의 쿠데타에 이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으로 인해 또 다른 비극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15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궁을 장악한 후 사실상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고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간인에 대한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잔인한 폭력으로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또 지난 26일 카불공항에서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해 90여명의 사망자와 17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이 유린되는 상황이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입장은 서로 상이하고, 국제 사회의 역학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셈을 하는 가운데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떠나서 혼란과 피해가 계속돼 하루빨리 안정과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유엔의 개입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협력한 390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탄압을 당하지 않도록 군용기를 통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으며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국전쟁 때 많은 나라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듯이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아프가니스탄의 사람을 돕는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했으면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이제 시작됐다.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픔과 고통의 역사가 얼마나 어떻게 지속이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수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타인이 겪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가 미래에 겪을 아픔과 고통일 수 있기에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인도적 차원의 노력과 협력이 국가 단위를 넘어 하루빨리 모색돼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인권 유린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효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경기시론] 다문화 사회 카운트다운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약 252만명, 전체 인구의 약 4.9%(법무부, 2020)이다. 외국인 거주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가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다. 한 나라나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의 문화적 요소가 섞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이는 우리보다 못 사는 아시아 국가나 흑인 가정이라는 인식이 강해 필자는 다문화 대신 지난 2006년 전북교육청에서 정하고 국제결혼가정 의미를 포괄한 온누리안이란 말로 대체해 쓰겠다. 축구를 좋아하는 8세 소년은 엄마가 알제리인이라 영어로 대화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학교 친구들과도 못 어울린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17세 소녀는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부모와 필요한 말만 주고받을 뿐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심각하다. 13세 소년은 아버지가 인도인이다. 학습부진에 등교거부까지 해 아버지와의 갈등이 깊다. 자녀 셋을 둔 일본인 엄마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진로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고 한다. 온누리안 출생은 외국인 아버지보다 외국인 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한국 교육은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주로 관여한다. 발달단계마다 부모와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 풍습에 익숙지 못한 외국인 어머니로선 자녀의 정체성과 가치관 정립을 돕기가 버거워 더 힘들어한다. 그래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려 온종일 일하는 부모는 자녀 교육이 힘들고, 성장기 때 사랑과 교육에 대한 욕구를 충분하게 받지 못한 아이는 사회적으로 방황하며 살아내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수십년 서로 다른 환경이나 문화에서 살다가 가정을 이룬 부모로서 가지는 고민이 저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온누리안들은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부모의 역할도 어렵지만 이보다 문화차이를 극복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이혼 사례도 종종 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아이의 보는 눈이 나빠질 수 있다. 청소년기 겪은 상처가 나라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게 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마저 낮게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부적응자가 될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필자는 요즘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는 방법, 미래의 주인공들이 국적, 외모, 언어 등 차별 없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편견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들의 실천 방안 등 많은 생각을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이웃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을 만들자. 이중언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온누리안들의 사회진출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시키자. 다문화 사회에서 늘어가는 온누리안 출생아를 위한 포용적 사고를 하면서 나 스스로 다양성은 존중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원장

[경기시론] 오래된 우리들의 미래

1970년대 초 서울의 허름한 판자촌이 도시 미관 때문에 철거됐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이들은 시외 산골로 쫓겨났다. 거대 인구의 이동이기에 도시 기반 시설 마련이 우선돼야 했다. 그러나 별 준비도 없이 신속한 이주만이 재촉됐다. 사는 불편이야 어찌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거리를 위한 서울행 교통 편이 절실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화답은 전혀 없었다. 그저 사상적, 도덕적 매도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8ㆍ10 성남민권운동, 성남 도시 형성의 시작이었다. 초기 성남의 평판은 이렇듯 험난하게 시작됐고 이후로도 계속돼왔다. 십수 년 전 성남 원도심의 한 복지관 관장으로 근무했었다. 취임 초 투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민과의 관계를 우려했었다. 하지만, 애초 우려를 불식시킨 몇 장면이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셋째 출산을 앞둔 한 엄마에게 산후조리 동안 어린 두 아이를 돌봐줄 곳이 전혀 없었다. 오래 고민을 했지만 쉬이 방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한데 우연히 마주친 동네 아주머니의 한마디, 무슨 걱정이냐. 우리 집에 보내라. 밥상에 수저 한 벌 더 올리면 애들 먹이고 이부자리에 베게 하나 더 놓으면 애들 재운다. 이후 긴 고민은 저절로 해소됐다. 단오 복달임으로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행사. 한 할머니가 줄곧 직원 근처에서 머뭇거렸다. 수차례 채근에도 대꾸가 없던 어르신은 파장 무렵 말문을 여셨다. 나는 여기 올 수 있었는데 옆집 할머니는 오늘 아파서 올 수가 없었다. 이리 얘기를 하시면서 꼬깃꼬깃 접힌 초대장을 꺼내셨다. 이후 옆집 할머니를 위해 포장된 삼계탕 그리고 부채를 받아 쥐고 연신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던 어르신의 모습은 그저 훈훈하기만 했었다. 성남에서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하나의 확신을 하게 됐다. 바로 이곳은 이웃 간 따듯한 정이 있기에 분명히 우리가 모두 추구하는 참 삶이 펼쳐지는 오래된 우리들의 미래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비록 가난하지만 온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올바른 삶을 살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복지관을 찾았다. 예전과 너무도 다른 주변 환경이 펼쳐져 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큰 아파트 단지가 이미 입주했다. 또 복지관 주변도 한창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같이 놀자며 매달리던 아이들, 자식 못지않은 관심에 고맙다며 눈시울을 적시던 어르신들, 첫 모습은 까칠했지만 이내 하나 되었던 동네 사람들, 그들이 저 번듯한 새 아파트에 입주했을까. 혹 옹색한 형편으로 더 멀리 다른 곳으로 쫓겨나지는 않았을까. 둥지 내몰림으로 밀려나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한편 새로이 형성되는 동네가 예전 그 모습을 분명 기억하고 계속 지켜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웃의 정, 사람의 힘이 있어 오래된 우리들의 미래 그래서 알찬 삶을 사는 그 모습을! 이계존성남 산성동복지회관 관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경기시론] 2021년에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

지난 8일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 선수단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보다 많은 메달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은 지구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독도 문제 등 한국 때리기에만 열중했던 일본은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올림픽 개최가 1년이나 늦춰지는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대회 준비가 너무 부족했고,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올림픽으로 전략화하면서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개막식에 참석한 해외 국가 정상은 2024년 파리올림픽의 개최국인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만이 유일했고, 지난 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등장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개막식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선수촌의 실태와 차별적인 손님맞이 모습, 그리고 8월6일 히로시마 원폭의 날에 세계 각국의 선수들에게 묵념의 시간을 가질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요청한 비양심적인 일본의 모습은 감동으로 하나가 된다는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부흥올림픽이라 외쳤다. 하지만 일본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회 이슈보다는 골판지 침대와 후쿠시마 식자재, 일본의 코로나 확산 등이 더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골판지 침대는 세계 각국 선수들의 SNS 단골 메뉴가 됐고, 이를 각국의 주요 언론이 다루면서 부흥올림픽은 간데없고 골판지 침대 올림픽이란 멍에만 남게 됐다. 특히, 일본의 아날로그 방역시스템은 선수들을 더 불안에 떨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인 3종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리는 도쿄 야외수영장은 악취가 진동하는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했음에도 대책 마련이 부족했고, 뜨거운 도쿄의 날씨는 더 큰 문제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와 싸워야 했고, 테니스선수들은 경기 시간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대회 장소와 시간을 변경해 진행한 경보 경기에서는 기권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미국의 폭스스포츠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날씨가 좋다는 거짓말을 했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보도했고, 일본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도쿄올림픽 개최는 자살 임무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림픽은 지구촌에서 가장 큰 축제인 빅이벤트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서로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할 정도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의 발생은 2020 하계올림픽 유치경쟁에서 실패를 맛봤던 스페인과 터키로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결국, 도쿄는 아시아에서 올림픽을 두 번 유치한 최초의 도시가 됐지만, 세계 각국의 선수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 2021년에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이 됐다. 2024년에 치러질 파리올림픽은 팬데믹이 없이 안전한 지구촌의 축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공성배 용인대학교 무도스포츠학과 교수

[경기시론] 남북의 길

지난달 27일 통일부는 413일 만에 단절됐던 남북의 통신연락선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갈등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북관계에 희망이 보여 다행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9일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이유로 남북의 연락선을 끊어버리고, 곧이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됐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남북 정부는 물밑 교섭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자는 노력의 결과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게 됐다. 통신연락선 복원이 있기까지 남북은 대화를 통해 몇 가지 의제에 대해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봉쇄, 식량부족, 코로나, 재해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중국의 도움이 있었지만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북한은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올해 곡물 700만t의 생산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국의 식량난을 공개한 것은 식량 생산에 대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간접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보건과 위생이 취약한 북한 입장에서는 피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여러 가지 위험에 처한 북한에 코로나 백신 지원과 방역, 식량의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제의한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피할 수 없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정부의 제안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에 대한 코로나 백신 지원은 아직까지 남한의 백신보급률이 높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신속한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달에 있을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는 북한 내부의 정치 상황 속에서 명분을 쌓는 효과와 남북 혹은 북미 대화에 있어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으로 사료된다. 정부와 미국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북한이 대화의 무대로 다시 나설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일방적인 자세를 지양하고 책임있는 노력해 민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북인도적 지원, 한미연합군사훈련 여부 등을 전제로 해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 간의 대화를 넘어 북미 관계도 개선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핵화가 실행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의 계획을 제시하며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의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남북은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통신연락선의 복원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길이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경기시론] 올림픽, 그 의미

전 세계 최대 규모인 스포츠를 통한 인간 완성과 국제 평화를 증진하는 올림픽. 프랑스 청년들의 신체를 단련하고 국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민족주의적인 발상에서 시작한 올림픽은 1896년부터 여름과 겨울 각각 4년에 한 번 개최되고 있다. 올림픽 주행사는 개최국의 예술적 행사와 선수가 입장하는 개막식과 폐막식, 그리고 시상식이다. 지난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필자는 평소 아버지가 즐겨보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이를 지켜봤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되자 진행자가 자막과 함께 나라를 소개한다. 코로나19 상황인데도 많은 국가가 참가했다. 입장하는 우크라이나 선수단 왼쪽 화면에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이 나왔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1986년 4월26일 사상 초유의 방사능 사고가 난 곳이다. 동티모르는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 파키스탄은 종교 갈등으로 1942년 인도로부터 분리, 마셜제도는 한때 미국의 핵 실험장 등으로 소개됐다. 방송사는 안타까운 참상 등으로 참가국을 소개했다. 참가국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난이 일었고 방송사는 곧장 사과 했다. 현재 세계는 나라마다 아픔과 그들만의 사정을 지니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다. 많은 우려와 비난, 또 어려움 속에 치러지는 올림픽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지만 올림픽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땀과 열정,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국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올림픽 선서를 봐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이를 위해 분투하는 것이고,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승리가 아니라 참가 자체에 의의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본질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국내에서도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기 위해 응원단 레드엔젤과 내달 6~7일 온라인으로 We all are one 케이팝 콘서트로 올림픽 응원에 나선다. 국민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가 간 대항전을 통한 국민들의 일체감을 조성하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지구촌 모두의 오늘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올림픽, 참가한 선수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가 온 지구에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원장

[경기시론] 동네 아이들을 위한 ‘격대교육’

복지관 관장 시절, 급한 업무를 마무리하면 하릴없이 들리는 곳이 있었다. 바로 복지관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이었다. 특히 영아반에 자주 들르곤 했었다. 다소 나이가 있는 유아반은 수업으로 필자의 존재가 자칫 방해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교육보다는 돌봄이 중시되는 영아반을 택했다. 한 손길이라도 아쉬운 담당 교사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나름의 목적도 있었으나 이 시기 아이들이 전혀 꾸밈이 없이 예쁜 까닭이 가장 컸었다. 험상궂은 필자의 모습에 처음 영아반 아이들이 상당히 경계를 했었다. 심지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낯가림에도 줄곧 영아반에 들러 아이들을 지분거리며 상당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격려하는 의미로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으며, 갑작스레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도 했었다. 아이들과 어느 정도 친해진 이후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문을 가로 막아섰다. 그리고 한 마디, 아저씨 가지마! 우리랑 계속 놀자. 너무도 순진한 한 아이의 프러포즈에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아이들과 놀았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관장이었던 필자는 어린이집에서 한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바로 동네 아저씨와 친해지기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아저씨를 잠재적 성추행범(?)으로만 몰아가는 요즘, 사실 아저씨의 본래 모습이 다름 아닌 옆집 아빠라는 것을 실제 경험을 통해 알려줬다. 그리하여 자라나는 세대와 또 어느 정도 세월을 살아온 세대 사이의 세대 통합도 지향했었다. 요즘 어린이집에는 CCTV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물론 그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CCTV 속 누군가의 까다로운 눈초리에 의해 필자의 동네 아저씨와 친해지기 등과 같은 비계획적 프로그램은 그 시도조차 불가능하지 않을까 우려할 뿐이다. 예전 명문가의 교육으로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있었다. 집안 아이들을, 살림살이로 분주한 부모 세대가 아니라 삶의 경륜으로 여유 있는 지혜를 갖춘 조부모 세대가 교육했었다. 피붙이의 교육이기에 의당 책무성이 높은 명품 교육이었다. 또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구체적 일상에서 이뤄지기에 그 내용도 포괄적이고 실용적이었다. 핵가족이 대세인 요즘 가족 내 격대교육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동네 아이들의 교육에 참여하는 더 넓은 수준의 격대교육은 어떨까. TV의 연예인급 아이들만 친애하지 말고 동네 구석구석에서 실제 아이들을 만나서 피붙이마냥 예뻐하고 그 교육에 일조하는 동네의 격대교육을 제안하는 것이다. 과거의 격대교육을 그대로 되살리자는 고루한 주장이 아니다. 격대교육의 기본 정신과 내용을 오늘의 교육에서 상당 부분 차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복지관에서 필자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격대교육의 하나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것이다. 이계존 성남 산성동복지회관 관장/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학과장

[경기시론] 국제무예대회 패러다임 ‘언택트’

코로나19는 스포츠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도쿄올림픽은 급증하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갈피를 못 잡고 있고,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는 지난 1월 개최 예정인 루체른 2021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연기했다. 또 국제대회 개최를 앞둔 국제연맹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대회의 개최 여부를 놓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발 빠르게 대처하는 종목단체도 있다. 바로 온라인 대회다. 지난 3월 세계태권도연맹(WT)은 온라인 2021세계태권도 품새선수권대회를 개최했고, 백석대학교 총장배태권도대회는 국제온라인대회로 전환하면서 세계 22개국 4천6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또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는 대한민국의 IT 기술을 앞세운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개최된다. 이 대회는 GAISF(국제경기연맹연합회)와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에서 주관한다. 8월부터 예선전을 시작으로 태권도와 유도, 용무도, 택견 등 10개 종목에 100여개국의 3천300여명이 참가하고, 청주에 스튜디오와 온라인플랫폼을 구축한 후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국제연맹이 주축이 돼 종목별 대회를 진행하고, 국제연맹에서 인정한 선수와 국제심판, 관계자 등이 참가한다. 그러나 이 대회는 No 비자, No 여권, No 항공권이라는 온라인 대회의 장점을 최대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해당 국가의 온라인을 통해 품새나 형(形)을 화상으로 전송하고, 심판들은 이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평가해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이 대회는 변종 바이러스가 들끓는 지구촌의 현실을 고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의 대회로 세계 각국의 무예 문화를 교류하고 무예 교육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저개발 국가의 선수들은 한국으로 입국하지 않고도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무예를 수련하는 세계인의 축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가 열릴 때면 저개발 국가의 임원과 선수들은 비자 문제로 한국에 입국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입국에 성공한 선수 중에는 갑자기 팀을 이탈하는 문제로 대회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했었다. 이렇게 온라인 대회라는 새로운 경기방법을 도입해 인류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나라가 보유한 IT 기술과 무예 허브 국가로서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WMC는 온라인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를 계기로,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저개발국에서도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제스포츠계가 서구 중심의 세계라면, 국제 무예계의 리더는 대한민국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응원을 보낸다. 공성배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공정한 사회

공정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공정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현상은 매우 긍정적이다.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공정에 대한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만 18~39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정도가 한국 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젊은 세대들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이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이익을 취하거나 부와 권력을 가진 자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회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위 빽이 없으면 안 되는 현실은 성실한 땀의 대가를 부정해 사회에 대해 불신하게 한다. 어쩌면 젊은 세대가 공무원 시험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은 노력에 대한 대가가 가장 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선 법이 공정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돼야 한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민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에 법의 공정성이 적용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적어도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한 법의 집행이 이뤄진다면 공정한 사회로 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사법기관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따르는 공정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반칙이 없고 특권이 없는 사회로 나아가려면 부와 권력을 가지는 기득권층에서 법과 도덕을 준수하고 사회에 대한 헌신과 봉사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미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신의 지위를 누리고 부를 확대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과는 먼 절망적인 현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사회의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은 항상 공정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서 행동해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할 것이다. 공정이라는 단어는 보편적인 용어로 대부분 사람은 공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공정의 단어가 자신의 입장 혹은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기 위한 선택적인 용어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내가 타인에게 적용한 공정의 가치를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공정의 소중함을 훼손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공정의 가치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들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가를 이끄는 데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솔선수범해 공정의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경기시론] 용기 낸 어른아이

어른이란 뭘까? 어려봤기에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일까? 필자는 요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돈, 명예와 허영 따위들에 필자의 순수함을 팔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한다. 필자는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을 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눈보다 마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말레이시아의 여성 프로 포커 선수인 나탈리 테의 누적 상금액이 1억6천800만원이라 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 친구나 타인들과의 관계도 어려울 만큼 표정 변화가 없어 로봇이라 불릴 정도였단다. 그녀의 속내를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 덕분에 순식간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어렸을 적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단점이 유망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다. 과연 그게 단점이었을까? 필자가 뉴스를 접한다. 그런데 채널을 바꾼다. 소위 정치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할까? 말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직접 행동하는 사람들? 필자의 눈에는 나 아니어도 되는 게 아니라 나여야만 한다는 개념들을 가진 사람들이 보인다. 그럴 때면 미래에 대해 한숨이 나온다. 대한민국에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라 칭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른에게 내 방식의 요구 사항이 생겼다. 첫째, 한국 사람들은 당파를 떠나 사람들끼리 하나여야 한다. 나라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바로 서야 함은 물론 확대 가정인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다른 이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가장으로서의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둘째, 한국 사람들에게 무상보다는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줬으면 한다. 무상은 안일함과 나태함 그리고 기대심리로 인해 내일은 없고 오늘만 살고자 하는 것이다. 선의의 자유경쟁을 유도해 삶을 더 풍족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높여 줘야 한다. 그렇다고 보편적 복지 차원의 무상을 전면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셋째, 대한민국의 전통인 충효예에 대한 교육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정보통신 환경)의 조건을 다 갖춘 시대. 공부하고 싶다면 마음을 다지고 열정만 불사르면 된다. 현재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방황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 넷째,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금융에 적극적인 관여를 해야 한다. 정부는 그들을 통해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신을 지배하는 것 중 정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종교다. 인도의 독립을 이끈 간디지만 같은 힌두교인 총에 맞아 사망했다. 용기 있는 어른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책임 의식을 갖고 다름의 관점에서 사상이나 생각을 이해했으면 한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경기시론] 게으른 학교에 대한 우려

흐뭇한 한 장면을 떠올린다. 평소 밥상에 무심하던 아빠가 정성스레 새우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 드러난 속살을 식구들 앞에 가지런히 놓아준다. 새우 맛살을 먹으며 모두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문다. 사실 딱딱한 껍질을 벗기는 것은 다소간 고역으로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에는 식구를 향한 아빠의 자상함이 배어 있다. 그러기에 모두는 미소로 화답하는 것이다. 요즘 란런(懶人)경제가 빈번히 회자되고 있다. 란런은 중국말로 게으름뱅이라는 뜻이고 란런 경제는 사소한 허드렛일을 대행해 주는 경제 분야를 일컫는다. 분주한 현대인의 시간 절약에 착안한 틈새시장이다. 또 숙련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손쉽게 참여할 수 있기에 유망한 경제 분야다. 하지만 게으름뱅이(란런)가 됨으로써 얻는 것이 시간이라면 자칫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앞의 장면에서 새우 껍질 벗기기가 다른 사람에 의해 대행돼 다소간 시간을 아끼고 덤으로 편리함도 구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변화된 학교의 모습이 란런경제와 유사하다. 지금의 상황은 모두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지키려고 나름의 노력을 다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너무도 편하게 인터넷에 의존해 사이버 강의로만 나아가고 있다. 어찌 게으른 란런학교는 아닐까. 지나친 편리 추구에 반드시 지켜야 할 장면들이 잊혀지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다. 학교에 학생들이 없다. 카메라만이 유일한 학생이다. 학생들의 재잘거림도 없다. 학생과 선생의 멋쩍지만 의미 있는 교류도 없다. 감염병 우려로 긴장은 팽배해 있지만 학습의 맥락에서 학교는 한없이 게으를 뿐이다. 학교에서는 말이나 글로 전달될 수 없는 지식과 기술이 전수된다. 또 앎과 관련해 반드시 요구되는 가치가 전달된다. 나아가 배움을 같이하기에 학생들 사이에 또 학생과 선생 사이에 고유의 정서도 형성된다. 그러나 게으른 학교에서는 지식이나 기술의 전수, 가치의 전달, 정서의 형성 등을 쉬 기대할 수 없다. 게으른 학교에 대한 필자의 우려는 코로나 19가 진정되면 자연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1년이 넘는 동안의 여파는 자못 심각하다. 게으름의 결과 학교 본질의 일부가 훼손됐다. 그리고 이러한 온전치 못한 학교의 모습은 이후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 상황에서도 게으른 학교를 경계하며 본래의 참모습을 지키고자 노력해야만 한다. 사이버 강의에 의한 편리함 나아가 게으름의 대가로 학교의 본래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우매함을 우리의 학교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계존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학과장

[경기시론] 경기도의회 ‘씨름진흥’을 외쳐보자

경기도는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가장 많은 씨름팀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정상급 선수들이 지속 배출되는 것을 보면 경기도 씨름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할 정도다. 이것은 경기도에서 끊임없이 씨름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9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남북씨름교류와 씨름진흥을 모색하려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보면 경기도가 씨름의 리더로서 한발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제주 씨름의 역사적 의의와 과제란 주제로 발표를 한 심승구 한체대 교수는 씨름의 자원을 풍부하게 만들어 남북 교류협력의 씨앗이 되고, 몸짓으로 세계를 잇는 무형의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태현 용인대 교수는 남북간 경기방법의 차이가 존재하고 북한에서 전승돼 온 씨름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경기방법의 재연과 학술교류의 필요성이 요구되며 교육관, 체험관, 박물관 등이 포함된 씨름전수기관을 관광도시 제주에 건립해 씨름진흥도 함께 이루자고 했다. 김동선 경기대 교수는 남북씨름교류 20주년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공동등재를 기념한 행사를, 강경훈 제주도씨름협회 회장은 제주도에 씨름평화 공원 건립의 필요성을,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도 씨름진흥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 김민호 제주도교육청 과장은 학교 체육에서 씨름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고, 초등 교과서에 씨름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씨름을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씨름은 2018년 남북한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돼 남북 평화의 기여와 세계인의 무형문화재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씨름보존과 전승을 위한 인력의 양성과 전수시설의 건립은 아직 진행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제주도의회가 중심이 돼 남북평화와 씨름진흥이라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씨름의 경기력 측면만이 아닌 씨름의 역할을 모색하고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안을 찾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오늘의 경기도 씨름이 있기까지 힘써준 경기도의회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경기도 씨름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될 정도로 씨름이 성행하던 곳이 많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 씨름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씨름보존과 전승을 위한 씨름 전수기관 설립 방안을 모색해본다면, 씨름의 역사가 경기도를 통해 새롭게 바뀌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씨름진흥과 남북평화에 기여하는 정책토론회가 개최돼 남북을 넘어 인류평화와 사회에 공헌할 기회가 만들어지길 희망해본다. 공성배 세계용무도위원회 사무총장

[경기시론] 무지의 자각

그리스 델포이 신전 기둥에 네 자신을 알라라는 문장이 기록이 돼 있다고 한다. 이 문장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소크라테스가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마도 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문장은 대부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소크라테스는 이 문장과 유사하게 네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라고 하며 무지의 자각을 그리스의 많은 사람에게 전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아는 지식과 그에 따른 견해를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사람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모두 다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를 사는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의견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나의 주장이 옳고 타인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의 주장을 바꾸고 과거의 자아로부터 벗어나려 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신과 같이 완벽하지 않다. 소크라테스가 무지의 자각을 강조한 것은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도 있으니 항상 반성적 사고를 통해서 겸손하게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잘못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은 옳고 타인의 잘못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순간 커다란 오류에 빠지고 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이 오류에 빠진 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자각은 겸손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인식 속에서는 절대로 화합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적어도 나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만큼 타인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관대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나중에 그 엄격한 잣대가 부메랑과 같이 나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독단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자신의 주장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바뀌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지의 자각을 통해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은 나의 생각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생각도 소중하다는 보편적인 진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창휘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담당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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