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약 252만명, 전체 인구의 약 4.9%(법무부, 2020)이다. 외국인 거주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가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다.
한 나라나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의 문화적 요소가 섞여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이는 우리보다 못 사는 아시아 국가나 흑인 가정이라는 인식이 강해 필자는 ‘다문화’ 대신 지난 2006년 전북교육청에서 정하고 국제결혼가정 의미를 포괄한 ‘온누리안’이란 말로 대체해 쓰겠다.
축구를 좋아하는 8세 소년은 엄마가 알제리인이라 영어로 대화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학교 친구들과도 못 어울린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17세 소녀는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부모와 필요한 말만 주고받을 뿐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심각하다. 13세 소년은 아버지가 인도인이다. 학습부진에 등교거부까지 해 아버지와의 갈등이 깊다. 자녀 셋을 둔 일본인 엄마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진로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고 한다.
온누리안 출생은 외국인 아버지보다 외국인 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한국 교육은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주로 관여한다. 발달단계마다 부모와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 풍습에 익숙지 못한 외국인 어머니로선 자녀의 정체성과 가치관 정립을 돕기가 버거워 더 힘들어한다.
그래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경제적 빈곤을 해결하려 온종일 일하는 부모는 자녀 교육이 힘들고, 성장기 때 사랑과 교육에 대한 욕구를 충분하게 받지 못한 아이는 사회적으로 방황하며 살아내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수십년 서로 다른 환경이나 문화에서 살다가 가정을 이룬 부모로서 가지는 고민이 저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온누리안들은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부모의 역할도 어렵지만 이보다 문화차이를 극복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이혼 사례도 종종 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아이의 보는 눈이 나빠질 수 있다. 청소년기 겪은 상처가 나라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게 하고 자신에 대한 존중감마저 낮게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부적응자가 될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필자는 요즘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잘 이해하는 방법’, ‘미래의 주인공들이 국적, 외모, 언어 등 차별 없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편견 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들의 실천 방안’ 등 많은 생각을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이웃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을 만들자. 이중언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온누리안들의 사회진출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시키자. 다문화 사회에서 늘어가는 온누리안 출생아를 위한 포용적 사고를 하면서 나 스스로 다양성은 존중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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