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자율방역의 재구성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난처한 처지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입원환자도 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성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번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부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를 타고 또 전 정부의 ‘K-방역’ 기조를 바꿔 ‘자율방역’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방역을 생활화하는 기조는 필요했고 권장할 만했다. 보호막을 치는 방역은 이제 소임을 다한 듯했고 ‘위드코로나’니 ‘엔데믹’이니 앞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어느 정도 제어될 거라는 낭만적인 상황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정철학을 방역 정책에서도 구현하고자 했음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자율방역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K-방역의 규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듯이 이제 자율방역의 불간섭주의가 추궁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재확산은 물론 자율방역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방역의 기조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역량과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자율방역은 K-방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조로 구성됐어야 했다. 불가피했더라도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방역, 백신 및 치료제의 적시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공공 의료체계의 미비, 상호 불신을 낳게 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를 치유하는 안목의 부재, 지원금 산정과 지출을 둘러싼 미숙함, 당국자들의 노란색 제복에서 엿보이는 우리 행정의 전통적인 위기대응 표상 등은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라도 자율방역의 이름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길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예부터 국가에 대한 기대와 의존성이 강한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거두고 줄이는 것은 자율방역을 단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게 만들 뿐이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이 성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경기시론] 유럽의 폭염과 탄소중립의 대관령

평지보다 평균 4~5℃ 낮아 에어컨이 필요 없다는 대관령에도 요 며칠 폭염이 이어져 선풍기를 마련해야 했다. 언론에서는 불타는 유럽 소식을 속보로 전달한다.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나 보다. 우리보다 위도가 높은 영국에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은 40℃ 이상의 기온이 기록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기록들이 앞으로 계속 깨질 수밖에 없으리란 점이다. 1980년대 후반 독일 유학 생활에서 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에어컨이 특별 옵션일 정도로 여름철 더위 자체가 낯설었다. 당시 무더위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북부 유럽인들은 남쪽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동남아 지역으로 햇볕을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쩌다 해라도 반짝 드는 날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옷을 훌쩍 벗고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젠 영국이나 덴마크까지도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 모든 게 우리 인간 탓이다. 평균수명 연장과 인구증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욕심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기 위해 대량생산을 거듭하며 엔진을 돌리고 또 대량소비를 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져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인구증가와 욕심 때문에 자꾸만 자연을 파괴하며 동물의 서식지까지 잠식해 가다 보니 아직도 시달리는 코로나며 사스, 메르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도 자꾸만 잦아지고 위험도 커진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로 생태계 변화는 물론 해수면이 올라가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로는 수도인 푸나푸티가 침수되자 지난 2001년 국토 포기 선언까지 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이 점점 더 잦아지고, 그 현상이 적어도 2060년대까지 지속될 거라며 탄소 배출량의 증가를 염려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육식을 줄이고 플라스틱과 에너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구가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인간 멋대로 과용하고 오용한 결과를 더 늦지 않게 살펴야 한다. 감사와 베풂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은 물론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종기의 사과나무처럼(과수원에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그러기에 무한정 받아온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 그대로 돌려주려는 우리들에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후손들이 간직할 대관령의 맑은 공기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경기도 청년정책과 기회제공의 필요성

‘청년’에 대해 청년기본법과 경기도 청년기본조례는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참여 확대, 권익 증진, 청년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청년정책 기본계획에는 청년의 능력 등의 개발, 청년의 고용확대 및 일자리 질 향상, 청년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수준 향상, 청년의 생활안정, 청년 문화의 활성화, 청년의 권리보호 등이 포함돼야 한다. 경기도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 지원, 커뮤니티 등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경기청년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기도 내 활동하는 청년공동체에 보조금,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고 창업카페, 일자리센터 등 도내 청년공간, 청년놀이터가 소개돼 있다. 또 일자리·창업, 교육·자기개발, 주거·복지, 생활·문화(결혼·육아), 금융·법률 등 분야별로 청년정책 최신정보를 제공하며 월별 정책 캘린더, 청년정책제안, 경기도 및 중앙정부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청년의 삶을 위해 문화생활, 취업·학업, 추천 여행지, 맛집공유 등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포스팅과 경기청년 마음상담소를 통해 고민과 걱정을 비밀보장 하에 안심하고 상담해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처럼 청년을 위한 지원 정책도 분명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현재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로 인해 발생한 청년층의 교육, 취업, 창업, 사회참여 등 각종 기회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 편중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미 굳건한 기득권을 형성한 부모 세대들이 자녀들에게 지위를 물려주고자 사회규범을 도외시한 채 소위 ‘아빠찬스’, ‘엄마찬스’ 등으로 경쟁을 방해하고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해 비난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더불어 유사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언론을 비롯한 각계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감시해 근절돼야 한다. 이제는 청년들 간의 공평하고 고른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기다. 한편으로는 사회 배려 계층 청년에 대한 적극적 우대정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도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정책도 필요하며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계획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 경기도 청년의 미래가 곧 경기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꼰대세대와 MZ세대

요즘 ‘일부’ MZ세대의 일그러진 행동이 화젯거리다. 펜션을 이용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고, 인형뽑기방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고 달아나고, 인터넷게임 접속이 끊겼다고 전봇대 통신케이블을 잘랐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일부’ 꼰대 세대의 행동도 눈살이 찌푸려지긴 마찬가지다.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자제해달라고 사정하는 편의점주를 폭행하거나,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1년간 130여회 허위신고와 장난전화를 했다는 50대 남성의 기사도 놀랍기만 하다. 꼰대? 원래 아버지나 선생님을 가리키던 말인데, 이젠 고집이 세고, 스스로를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남을 가르치려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MZ세대? 디지털기기에 능숙하고, 자신을 위해 즐기며, 타인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세대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쨌든 우리 집엔 ‘연령 기준’으로 구분해 2명의 꼰대 세대와 3명의 MZ세대가 산다. 일상 생활에서 보면 두 세대가 몇 가지 확연하게 다르다. 냉장고의 식품에 대해 꼰대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다. 냉장고에 먼저 들어간 식품부터 먹는다. 그러다 보니 꼰대는 늘 버리기 직전의 오래된 식품만 먹게 된다. 그러면서 MZ에게 유통기한 가까운 식품부터 먹어 치우라고 잔소리한다. 반면, MZ세대는 그냥 신선하고 맛있는 것부터 먹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외식할 때도 다르다. 꼰대는 음식을 남기지 말라며 남김없이 억지로 먹으려 한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MZ는 먹기 싫으면 그걸로 끝이다. 무리하게 먹다가 탈이라도 나면 더 큰 손해란다. 누가 합리적인가? 옷을 사는 기준부터 다르다. 꼰대는 저가중심(低價中心)이다. 싸면 산다. 그러다 보니 옷장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여러 벌이다. 반면, MZ는 맘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산다. MZ는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버린다. MZ가 버리려는 옷을 꼰대는 아깝다고 입는다. 누가 합리적인가? 요즘은 매장마다 키오스크(Kiosk)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꼰대들은 익숙하지 않으니 당황스럽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식은땀이 난다. 이제는 MZ세대에게 배우자.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래도 ‘본인이 잘 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하고 있는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비교적 ‘이기적인’ MZ세대가 남을 가르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발동할 수 있을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용한 펜션을 청소하고 남의 사업장을 더럽히지도 않으며 공공시설물을 훼손하지도 않을 것이다. 꼰대세대도 앞으로는 신선한 식품부터 먼저 먹고, 음식을 무리하게 먹어치우지 않으며 가격보다는 스타일 위주로 옷을 사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MZ세대가 꼰대세대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인 공생 방법일 수 있겠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문법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2017년 1.05명을 기록한 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1천800명(4.3% 감소)이 줄었다. 이 정도 인구 규모로 장차 초등학교를 비롯해 각급 학교를 운영해야 하고 또 국방과 병역을 해야 한다면 큰일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력의 감소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오래전부터 예고됐음에도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일도, 그러기에 이미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미래의 노동력 수급에 대비하는 일도 성공적이질 못했다. 방향을 새로 점검하고 종합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령 인력의 재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과 기업 단위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고 잘 작동하는 인사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하다. 외국 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하는 일도 절실하다. 일방적 동화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병렬로 방치하는 것도 아닌, 내외 인력 간 삼투 작용이 일어나는 통합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이러한 방안들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거나 늦추지 않는 선에서,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지 않는 선에서만 검토할 수 있다는 전제를 버려야 할 때다. 특별히 더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더 늘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넘어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의 일과 경력에 전혀 방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확충하는 일이다. 최근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독일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79만5천500명으로 직전 몇 년간 연평균을 상회했고 1997년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독일의 교훈은 장기적 종합 대책을 세워 출산, 육아 등을 지원·장려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재정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또 이를 공동체의 사랑과 연대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유아동 전문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있다. 앞으로 저출산으로 먼저 위협을 받게 될 것은 기업이다. 어떤 이들은 외수가 받쳐주면 될 일이라고 하지만 작금 세계시장이 보여주듯이 희망대로 되지만은 않는 현실이다. 더욱이 장차 적은 인력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는 일이 기업의 성장과 유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선도적으로 여성과 가정에 친화적인 인적자원관리를 펼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더 이상 시기를 놓치고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지식과 지능을 모으고 협력을 유도하여 저출산의 위기에 대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경기시론] 대관령 장맛길에 들려오는 소리

도시에 살 땐 장마나 더위에 그다지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지하 차고에서 차 타고 연구실 가까운 데 주차 자리를 찾는 데에 신경이 가는 정도고, 더위도 대체로 어디 가나 맞아주는 에어컨 덕에 그 존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대관령에서 처음 장마를 맞고 그 뒤의 여름 더위를 맞을 것 같다. 다행히 아직은 도시에 살던 버릇이 그대로 유지될 정도로 신경이 쓰일 정도가 아니다. 아마 창문 넘어 펼쳐지는 산 덕이리라. 다만 골짜기에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끼는 나날들이 유난히 많다. ‘세상 환했을 때 세상 친구들로 가득하더니...묘하기도 하지, 안개 속 거닐기란...삶이란 외로운 것/아무도 다른 이 모르고/저마다 혼자구나(헤르만 헤서, 안개 속에서)’ 마음도 몸도 청춘은 아니지만, 아픔 덕에 겸손해지고 김제 평야지대에서 태어나 산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는데, 안개 자욱한 산 덕에 다시 겸손해진다. 아프지 않을 때 세상을 내가 산다고 건방을 떨었지만 아픔 덕에 세상에 살 수 있어 고마움도 느낀다. 산에 와서야 아무 말도 없이 오만 가지 말을 다 들려주는 그 너른 품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산의 기운 덕에 힘이 생겼는지 세상 시끄러운 소리까지 들린다. 돌지 않는 권력은 지고 나르는 부패라는 말, 네 편 내 편 가릴 것 없이 새겨들어야 할 말 같다.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프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 7:12).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공자, 논어-위령공편).’ 이렇듯 동서양과 종교를 가릴 것 없이 다 일러 놓은 진리지만, 그냥 책 속의 진리일 뿐인가. 세상엔 참 똑똑한 사람 많고, 목소리 큰 사람도 많은데, 한 번이라도 자신이 비판하는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하듯이 해도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또 예수님은 남 눈 속 티는 보되 제 눈 속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하신 모양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눈을 껌뻑이고 거울에 비쳐 보게 된다. ‘지금 우리는 혹시 세상을/너무 멀리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아니면 너무 가까이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신경림, 장자를 빌려-원통에서).’ 무릇 위기 앞에서는 진영 싸움보다 위기 극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때 임란과 삼전도와 분단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이곳 대관령 700고지 산속에서 지내느라 잘은 모르지만, 아무래도 요즘은 위기가 다가오는 듯, 아니 한참 진행 중이 아닌가 싶다. 그게 위기가 아니면 좋겠지만, 위기인데 그걸 모르면 그건 그야말로 큰일이다. 올여름 장마가 끝나고 열대야로 밤잠 설치기 이전에 도시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는데, 허, 박무가 또 산을 뒤덮고 있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경기도 교통난 개선 정책·실천이 중요하다

매년 6월28일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철도의 날’이다. 기간 교통수단으로서의 철도 의의를 높이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지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조선시대 말 음력 1894년 6월28일 조선 최초의 행정기구인 의정부 공무아문 철도국이 창설된 날에서 유래했다. 128년이나 된 오랜 역사만큼 열차 이름도 수많은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열차는 1899년 9월18일 운행한 모갈 1호였고, 그후 융희(隆熙)호, 히까리(光), 아카스키(曉), 노조미(望), 대륙(大陸)호, 흥아(興亞)호 등이 있었다. 해방 후에는 ‘조선해방자호’라는 명칭의 열차가 있었으며, 운행구간, 열차 등급에 따라 통일호, 무궁화호, 새마을호, 비둘기호 등 기억에 익숙한 열차 명칭부터, 재건호, 태극호, 맹호호, 건설호, 증산호, 백마호, 청룡호, 갈매기호, 대천호, 신라호, 계룡호, 충무호, 풍년호, 관광호, 신라호, 협동호, 약진호, 계명호, 동백호, 화랑호, 상무호 등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이 담긴 열차가, 요즘 MZ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명칭의 열차들이 각 지역들을 운행했다. 2022년 현재 경기도는 KTX 정차역 4곳(광명, 수원, 행신, 양평)을 비롯해 고속철도, 일반철도, 도시철도, 민간철도, 광역철도가 운행되면서 전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제안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Great Train Express) A노선(파주 운정-동탄)은 착공 후 공사 진행 중이며, B노선(남양주-송도)과 C노선(양주 덕정-수원)은 올해 말 착공 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도민 정책 제안 게시판에 1천340건의 글이 게시돼 있는데, ‘GTX’ 키워드로 107건의 글이 검색되는 만큼 경기도민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공약 중 ‘GTX 플러스 프로젝트’ 시행이 있다. GTX-A플러스는 동탄에서 평택까지, GTX-B플러스는 남양주 마석에서 가평까지, GTX-C플러스의 북부 구간은 동두천까지, 남부 구간은 병점·오산·평택까지 각 연장한다. 추가로 GTX-D는 김포부터 팔당까지 구간으로, GTX-E는 인천에서 포천까지, GTX-F는 파주부터 여주까지의 노선을 각각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수립되고 이후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GTX가 완공돼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앞으로 경기도에서 서울로 장시간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코로나 엔데믹의 건강한 게임문화가 필요할 때

며칠 전 조카 가족이 방문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1등을 놓치지 않던 조카가 이젠 어엿한 변호사가 돼 찾아오니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의 아이는 집에 들어와도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느라 처음 보는 집안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 식사하는 중에도 시선과 관심은 오로지 게임 뿐이다. 조카가 민망해하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표정이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우리 삶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비만율이 증가했고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율 증가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비만율 증가는 비대면 수업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한 것도 원인이지만,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인데,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미성년자 게임과 관련된 상담건수가 2019년 402건에서 2020년 763건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만 봐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디지털게임 국제거래 소비자불만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법정대리인 동의없는 미성년자의 결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없이 게임 요금을 결제했을 때 환급받을 수 있을까? 현실은 정말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분석하듯이 게임사업자는 구매 이후 환급이 불가하다는 자체 약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사업자인 경우 언어장벽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환급 문의에도 잘 회신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게임 요금을 결제하는 경우는 크게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와 부모의 명의로 결제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미성년자 본인 명의로 결제한 경우에는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는 큰 금액인데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면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부모의 명의, 주로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가 해결이 매우 어렵다. 게임사업자는 부모 명의로 결제한 이상 게임이용자가 부모인지 미성년자인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소비자는 게임 계정이 미성년자 명의이고 미성년자가 게임이용자라는 점, 신용카드 명의가 부모인데 미성년자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결제한 점 등을 주장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를 조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게임사업자를 속였다면 환급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을 맞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게임문화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때다. 이제는 활기찬 외부 활동과 바람직한 식습관, 그리고 올바른 게임문화로 미래의 주역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때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외종손(外從孫)과 눈이라도 마주치고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경기도가 펼쳐야 할 협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전체적으로 국민의힘이 이긴 선거이고, 유권자들은 여당의 국정지도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힘을 보탰다. 경기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김동연 후보가 지사로 당선돼 도정 인수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다. 희비가 뒤바뀌는 개표 결과, 결코 크지 않은 차이로 당선인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은 자만해지지 말 것을, 우쭐해서도 안 된다는 주문을 한 듯하다. 또 경기도의회 의석수가 절묘하게 여야 동수로 배분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우연이라 치부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 도민의 뜻을 살펴 도정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도의회 의사결정에서 협치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절실해질 것이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의사결정방식으로는 일을 내지 못할 것이다. 상급기관의 권위, 말하자면 광역지자체의 실체적 지위를 내세워 밀어붙이는 방식도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여야는 서로 협의하며 도민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길을 궁리해야 한다. 더 좋고 더 옳은 방법을 찾는, 그것도 제시하니 따라오라는 식이 아니라 그 방법을 함께 탐구하며 지식과 지능을 모아 결정하고 실천하는 협치 도정(協治 道政)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야당의 지형에 속한 경기도로서는 여당의 국정 지도력과 영향을 살펴야하고 여당이 이끄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협의하며 메가시티 초광역권 전략 등 광역행정 제반에 있어 경기도의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정부 간 관계에서 잘 작동되는 다층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것도 경기도가 풀어야 하는 협치 과제다. 한편, 우리의 협치 담론이 주로 제도권 내 조직들 간이나 정당들 간에 일을 타결 짓는 것으로 좁게 말해지는 것은 마땅치 않다. 협치의 백미는 시민과의 협치, 시민사회와의 협치다. 시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을 그렇게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요컨대, 협치는 시민의 자치와 자율을 자라게 해 행정과 정책의 신중한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민 협치는 소수당이 도의회에 전혀 진출하지 못한 여건에서 다양한 도민 의사를 살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석수가 동일한 도의회에서 제3의 의안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시민 협치를 중대 도정 사안들 모두를 반드시 시민 숙의를 거쳐 결정해야만 하는 것으로 도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시민을 단지 동원 대상으로 삼는 행정이나 시민과 숙의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애써 배제하는 행정은 안 되지만, 대의제로 처리해야 할 사안과 숙의로 풀어야 할 사안을 구별하고 사태에 맞게 병행·혼합하는 시민정치 리더십은 필요하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여기

현재는 과거 영향을 받고 미래에 영향을 준다. 상상을 통하면 현재도 과거에 영향을 미치고, 미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실과 상상은 항상 현재에 터 잡기 마련이다. 실제 세계와 가상 세계가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는 세상을 더욱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여기는 많은 시공간 중 하나의 점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연결된 자리요, 시간이다.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지금 여기에서 관계를 맺는 셈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것도 긍정과 능동의 관계 말이다. 사랑이 대표적이다. 시인들이 이미 설파하지 않았던가. 주지 않는 사랑은 지고 나르는 고통이라고(시인 박노해). 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고,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고(시인 유치환). 저 사랑을 바로 긍정과 능동의 관계로 읽을 수 있다.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다른 이들이 먼저 행복해지도록 해야 한다. 왜 나는 부자가 아닌가. 왜 나는 유명해지지 못할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런 생각은 긍정의 관계, 사랑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부자가 되고, 유명한 사람들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저 고민이 버텨낼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내가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재물이 풍족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이들이다. 그러면서 삶에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이들은 자기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결코 비교하지 않고, 먼 미래에 있는지 모르지만, 도무지 가까워지는 기미가 없는 행복을 기다리며 조바심 내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이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때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걸 안다. 그러니 삶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걱정은 마음이 자꾸만 미래로 향할 때 생기는 심리 현상이다. 스님처럼 마음 수행하기야 어렵지만, 우리 걱정의 뿌리가 다 ‘나(自我)’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 자꾸 실천하다보면 적어도 걱정과 노여움,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다. 얼마 전 거처를 이곳 강원도로 옮겨 ‘적막한 대관령 산자락을 거닐면서 그간 고정관념으로 때 끼어 굳어진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보고 버려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것들 버리는 법, 생각의 거품과 군살을 걷어내 복잡한 머리와 주변을 정리하는 법도 배워간다. 고통에 강요당한 것이라고 전 같으면 생각했을 것을, 이제는 고통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 덕에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니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지금 통증도 한결 덜하고, 내 삶도 괜찮다 싶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경기시론] 6·1 지방선거-경기도 발전을 기대하며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거나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 또는 영주의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으로서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의회 의원을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선거 역사는 90년이 넘는다. 1919년 3·1 만세운동 이후 일제는 1931년 도 평의회, 부협의회, 면협의회 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도록 했는데, 25세 이상 남자로서 1년 이상 그 지역에 살며 연 5원 이상 세금을 납부한 사람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었다. 대한민국 건국 후 1949년 7월4일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고,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4월25일 시·읍·면 의회 의원 선거 및 같은 해 5월10일 시·도 의회 의원 선거가 처음 실시됐다. 이후 제2회 지방선거는 1956년에, 제3회 지방선거는 1960년에 각 실시됐으나, 1962년부터 1979년, 1980년부터 1988년까지 30년간 지방선거는 실시되지 않았다. 그 후 1991년 3월26일 시·군·구의회의원 선거, 1991년 6월20일 시·도의회의원 선거가 각 실시돼 지방자치제가 부활했고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이 선출하는 제1회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실시됐다.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대표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행정과 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하는 지방자치제도는 관료주의 중앙집권제가 아닌 지방분권 자치행정제로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선거인은 1천149만7천206명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부동산, 일자리, 교통, 복지, 교육, 민생, 청년, 여성, 가족 등 각 분야별 지역현안과 문제점을 개선할 공약을 내세우며 경기도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당선자의 공약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어 지역 주민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경기지역의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19.06%로써 역대 경기지역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중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이 올바른지, 지역상황과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공약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스스로 검증해보고, 투표하는 경기도민들의 현명한 정치참여를 통해, 성실하고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갖춘 ‘지역일꾼’을 선택함으로써 경기도가 더욱 발전하고, 경기도민들의 삶이 나아지길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적반하장보다 역지사지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질한 놈이 오히려 매를 드는 격으로,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거나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를 말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소비자가 있었다. 처음에 300만원 정도의 회비를 결제했는데, 보내주는 주식 정보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약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VIP 회원으로 가입하라’면서 추가 결제를 강요하고, 심지어 신용카드를 임의로 결제하는 등 악의적인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소비자가 결제 카드사에 항의해 일부 금액의 결제를 취소하고 환급 받았는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사투자자문 사업자 법무팀이라며 협박과 회유 문자가 이어진다. 소비자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카드사에서 결제를 취소했으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환급 금액 전액을 다시 입금하거나 소송비용으로 몇십만원을 송금하라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최근, 어떤 정신과전문의가 출연하는 공익캠페인도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 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이와 부딪친 남녀는 커피도 쏟고 신발도 더렵혀졌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 때문에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사과하는 장면은 없다. 무조건 어린이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망치고 행복한 외식을 방해 받았다면 아이의 부모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부모가 대응한다면 이것 또한 적반하장이다. 산책길에 애완견이 갑자기 달려들며 짖으면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견주가 사과하는 대신 마치 놀란 상대방의 반응이 애완견에게 위협을 한 것처럼 애완견을 안아주며 “괜찮아” 한다면 이 또한 적반하장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거짓과 기만상술로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면 소송 운운하며 소비자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공장소의 예절을 배우지 못해 뛰거나 울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어린이 부모의 사과와 보상이 우선이다. 자식처럼 여기는 애완견이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했다면 견주의 사과가 먼저다. 적반하장의 세상, 사과보다 큰소리치면 이기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힌 사업자, 어린이의 부모, 애완견의 주인은 적반하장보다는 역지사지 즉,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서로 가져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고용 지원정책의 새로운 자리매김

얼마 전 발표된 주요 고용지표는 고무적이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는 1천475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했다. 더욱이 모든 산업과 전 연령층에서 피보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2.1%, 15∼64세 고용률은 6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전년 대비 증가한 86만5천명 중 42만4천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타났고,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에서 증가분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취업자 증가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욱이 정부 재정지출로 만든 공공일자리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향후 고용정책은 양관리보다 질관리에 중점을 두고,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야 함을 예고했다. 관건은 역시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데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동화와 로봇공정,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과학 기술의 적용은 일자리 창출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 다툼,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차질은 한동안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 이렇듯 기업이 공격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건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유연화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고용의 유연화는 노동자의 다숙련성, 복수의 취업능력을 전제로 한다. 공백 없이 이어지는 구인 구직의 매칭도 필수적이다. 관대한 실업급여 및 실업부조도 빠져선 안 된다. 유연하게 고용되거나 노동을 해도 적정한 수준의 보상과 소득이 보장돼야 그렇게 할 만한 일이 된다. 또 그것은 고용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로 신분과 보상에서 차별이 없거나 최소 수준으로 허용되는 조건에서야 다른 복지 수요를 발생시키지 않고 작동된다. 또 노동력이라는 상품은 여느 상품과 달리 한 번 쓰고 마는 재화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것도 행복하게 지속적으로 영위하게 하는 재화다.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사회와 국가의 존속을 위해 기여하는 재화인 것이다. 노동력과 일자리가 공적 손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 지원정책은 시장 기제와 정부 재정지원을 병행·혼용해야 한다. 정부마다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도 한 데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 고용의 유연화와 탈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또 다른 규제와 보호가 있어야 가능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도시와 대관령에서 토닥토닥

대관령은 바람이 참 많이 분다. 그 바람에 산등성이 나무들까지 세차게 흔들리지만, 그럴수록 나무는 뿌리를 깊고 튼튼하게 내릴 것이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땅속은 고요하다. 그런데 대관령이라서 바람이 많은 걸까? 아니면 대관령에 내려오고 나니까 그 많던 바람이 비로소 보이는 걸까? 바람이 보인다? 제자가 스승에게 묻는다. 저 흔들리는 나무는 제가 제 몸을 흔드나요, 아니면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나요? 스승이 말한다. 흔들리는 건 나무도 바람도 아니고 네 마음이란다. 무슨 말인가 했었다. 지금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아마 저런 뜻이었는가 보다.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정신없이 하루를 끝내는 걸 매일같이 되풀이하면서 묻는 사람도 없는데 손사래 쳐대며 ‘시간이 없어서’를 외쳐대는 수선을 떨며 살았다. 어제가 소화도 되지 않았는데 내일을 준비하고 내일 해도 될 일마저 당기다 보니 시간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 본디부터 시간은 없지도 있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시간이 없다고 외쳐대며 그게 성실한 삶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이제 보니 바람도 다 같은 게 아니다. 살랑살랑 가지를 흔들며 나뭇가지와 어울려 노는 바람, 나무에 화가 난 듯 거세게 밀어붙이는 바람, 세상 전부를 뒤흔들어 엎어버릴 듯한 바람.... 도시라고 바람이 없으랴. 건물도 바람이 불면 받아 흔들려야 한다.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면 부러지고 만다. 나무들 사이에 빈터가 임자 없는 땅이려니 했더니, 인제 보니 민들레 자리였다. 그 옆은 또 애기똥풀, 얼레지, 소리쟁이 자리다. 정의(正義, rightness)에 관한 정의(定義, definition) 중에 ‘저마다 저마다의 몫을’이란 게 있다. 그러고 보니 참 그럴듯하다. 그런데 저 정의가 내려지던 시대를 놓고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귀족은 귀족의 몫을 누리고 종은 종의 몫으로 만족하라는 말일 테니까. 아니, 그것도 말이 될까? 저 민들레 자리가 내년에도 민들레 몫일까? 바람이 민들레 홀씨를 날려 데려다준 곳이 민들레 몫이 된다. 하필 그게 아스팔트 위라면 민들레 몫이 되지 못하고 말겠지만, 그렇다고 바람을 탓해야 할까. 세상을 내가 산다고 생각했다. 늘 모자란 건 내 탓보다 세상 탓이려니 했다. 모자라다 느낄수록 시간이 더 모자라고 할 일은 늘어만 갔다. 아마 그러다 정년을 맞거나 질환의 고통들을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바람과 놀고 민들레와 어울릴 수 있게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부쩍 따스해진 햇볕이 소나무에 비치고, 바람이 살랑살랑 가지를 흔드는데, 그걸 보는 이 순간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벤야민의 아우라. 그래, 오늘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이 순간을 잘 살아보자.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어린이주간, 경기도 어린이에게 희망을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임으로써 이들을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5일을 어린이날로 하며, 5월1일부터 7일까지를 어린이주간으로 한다(아동복지법 제6조).’ 경기도 인구 1천390만2천여명 중 0~14세는 178만3천명이다. 올해 100주년이 되는 어린이날과 어린이주간을 맞이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취약계층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아동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거빈곤 아동가구는 가구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41.6%였고, 200만~300만원이 38.1%였다. 그리고 주거급여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가구는 이들의 24.6% 비율에 이르고 있다. 평균 주거 전용면적과 평균 방 개수는 76.4㎡, 2.7개인 반면, 주거빈곤 아동가구는 35.0㎡, 2.0개이다. 단칸방 거주 비율은 15.0%였다. 주거기본법상 최저주거기준은 부부와 자녀 1인은 방 2개, 총 주거면적 36㎡, 부부와 자녀 2인은 방 3개, 43㎡, 부부와 자녀 3인은 방 3개, 46㎡인데, 그에 미달하거나 지하, 옥탑방, 심지어 주택이 아닌 고시원,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도 존재한다. 집은 아동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호흡기 질환, 우울, 스트레스 등 아동의 신체적 건강, 정서적 발달을 해칠 뿐 아니라 구조와 보안이 취약해 사생활 침해, 범죄 노출 및 화재, 수해 등 각종 재해로 아동의 생명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 경기도주거복지센터가 지난해 아동주거빈곤 가구의 도배·장판을 교체하고 해충, 곰팡이 소독·방역을 지원하는 ‘아동주거빈곤가구 클린서비스’ 사업을 시범 실시한 결과 93%의 지원가구가 만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긴급한 주거지원이 필요한 가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주택 개보수 등 주거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시 주거빈곤 아동가구에 대한 임대보증금, 월 임대료 지원, 지역 상황과 수요를 고려한 주거복지 계획 수립, 국가, 지방정부 소유 토지를 활용한 대규모 택지개발, 최저주거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주택공급정책 등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어린이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자라날 권리가 있고, 경기도는 이러한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해줄 책무가 있다. 실천 가능한 정책을 통해 경기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삶이 보다 나아지길 희망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우리 사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공정(公正), 공평하고 올바른 것. 정의(正義),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 정권이 바뀌면서 또다시 ‘공정과 정의’가 핵심 가치로 회자된다. 공정과 정의는 비단 정치가만의 덕목은 아니다. 공무원의 의무 중에도 ‘친절 공정의 의무’가 있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과 주민들의 공복으로서 친절과 공정을 기본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직이 아니더라도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의 첫 번째 가치는 ‘공정과 정의’여야 한다. 우리사회는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상담 1위 품목이 유사투자자문이다. 1년동안 3만1천378건이 접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며,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하지 않은 피해자는 그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다. 피해 소비자는 간절하다. 소비자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피해를 보지만 돌려받기 어렵다. 유사투자자문업체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중재 역할을 무시한다.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만 적용해도 형벌과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법은 강력한데 집행하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다. 소비자피해가 극심한데도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역할을 했는가 묻고 싶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신속하고 공정한 의료분쟁의 해결을 위해 공정한 감정과 조정을 위해 설립된 기구다. 의료중재원 앞에서 억울하다며 피켓시위를 하는 피해자나 홈페이지에 ‘의료중재원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글을 봤을 때에도 의료중재원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부회의에서 의료인의 기준과 입장에서만 과실(부주의)을 판단하는 경우를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의료인 측은 ‘의료행위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 ‘악결과는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등으로 주장하고, 심하게는 ‘의료인은 신(神)이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의료중재원의 접수 건수 중 의료기관의 과실이나 부주의로 감정한 비율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그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면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감정인 것이다. 의료분쟁 피해 소비자도 간절하고 억울하다. 감정부회의에서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한 소비자대표는 감정부회의에서 배제된다는 의심이 들지 않도록, 의료인 출신인 감정부장이 ‘가재는 게편’이라는 선입견을 떨칠 수 있도록, 또한 의료중재원이 의료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소비자대표는 거수기로 취급되지 않도록, 의료중재원이 ‘신뢰할 수 있는 감정, 공정한 조정’ 기관으로 역할하길 요구한다. ‘공정과 정의’의 실현은 힘있는 자, 권력있는 기관의 몫이다. 약자에게 공정과 정의는 내면의 갈등일 뿐,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불공정(不公正)과 부정의(不正義)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권익을 위한 공익활동가로서 새 정부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있는 기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정행위와 사법조치를 강력하게 요망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시민사회단체의 새로운 프로필

우리가 자연적으로 속하게 되는 곳은 다층적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국민으로, 시장의 경제행위자로, 또 시민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시민사회를 끼워 넣는 것이 거슬리는 이도 있겠다. 먼 과거에는 사회를 국가의 전유물로 간주했거나 국가와 시장의 기능만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았다. 근·현대 사회에서 국가의 공공성은 시민사회로부터 복원되고 재건되는 것이니 국가는 시민사회 위에 있긴 하지만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더욱 복잡해지고 국가 영역의 정부만이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 시민사회와 사회문제를 함께 풀어내는 협치가 정답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는 시장의 영리 추구가 사회문제로 되지는 않도록 견제하고 정부의 공공성이 자칫 공정과 공평을 벗어나 특혜로 이어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와 같이 권위주의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이룬 곳에서 나타나는 시민사회의 특징도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가 유난히 강한 유산이 그것이다. 동시에 시민사회의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시민사회단체가 특정 정부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변화 문제시되기도 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정파적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정파적으로 나눠진 현상도 나타났다. 또 오늘날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새로운 주창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하지 못하거나 직접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공공서비스를 나눠 대행하는 일도 수행한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활동 등 제한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도 한다. 시민사회가 정치·시민사회를 넘어 경제·시민사회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진화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에게 공공서비스를 위탁하거나 지원사업을 펼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하다. 정부는 적은 재정과 작은 규모의 인력으로도 빈틈없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시민사회는 공적 사안의 결정에서만이 아니라 집행에 있어서 부분적으로라도 참여하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실수와 오류를 유독 과장해 지탄하거나 본연의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일은 현명하지 못하다.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정파적일 수는 없더라도 초(超)정파성을 견지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공감대와 합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회계와 인사관리 도입도 필요하다. 정부도 위탁이나 지원 사업의 공모와 선정에서 특정 시민(사회)단체를 은근히 선호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과 원칙을 정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공무수탁사인은 아님에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감독과 통제만 강화하려는 처사는 옳지 않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대관령 700고지 봄이 오는 소리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라고 했는데, 우리 소문에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고, 심지어 중국에서는 식자우환(識字憂患), 아는 게 병일 수도 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며, 그 다른 결과는 그저 논리적이지 않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조심하지 못한 자기 잘못을 도끼에 전가하는 셈일 수도 있다. 강아지가 산책하며 애먼 것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 화는 강아지한테 내는 걸까? 아니면 그걸 미리 말리지 못한 나한테 내는 걸까? 그런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정말로 불이 날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이야기가 있다. 추운 날씨에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추위를 이기자고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의 가시에 찔린다. 결국, 가시에 닿지 않을 만큼 가까워야만 아프지 않으면서 그나마 추위를 덜 탈 수 있다. 불가근, 불가원이란 말이겠다. 불가에서는 인연 함부로 맺지 말라고 했다. 거꾸로 뒤집으면 한 번 맺은 인연 귀중히 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성찰(省察)이란 과거의 일이나 개인을 돌아보는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의 맥락과 구조를 파악하는 힘이다. 본 것(혹은 보인 것)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곱씹어 생각하고 질문하고 분석하며 해석해 맥락과 구조를 보는 것이다. 다행히 세상사 변화의 맥락과 구조를 읽어내면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노력의 결과보다는 지성스러운 노력 그 자체이며,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자체일지 모른다. 지난 3월 강릉과 동해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되면서 역대 최장 시간 산불로 기록됐다. 산림 2만523㏊가 불에 탔다. 그 긴 시간 거기 터 잡고 살던 생명에게는 그런 지옥이 없었겠다. 화마가 자연히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인재일 공산이 크다고 한다. 얼마나 모진 사람이 그 많은 생명에게 그 끔찍한 지옥을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무지라면, 그 무지야말로 죄 중의 죄이다. 손짓, 발짓, 말짓 하나가 미칠 영향을 가늠하는 것, 그것이 성찰이리라.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수만, 수십만 생명을 앗아가는 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 억울하게 만드는 게 이렇게나 위험하다는 걸 저마다 알아야 한다. 저 아래, 특히 남쪽에서는 이미 꽃들이 만발하고 새싹들 우쭐우쭐 돋았겠으나, 여기 대관령 700고지는 아직 햇살과 솔바람에 봄기운이 실린 듯하다. 이제 저 지옥이 되어버린 백두대간에도 며칠 지나지 않아 봄 햇살에 새순 돋고, 온갖 들꽃들이 꽃을 피워내리라. 그게 자연이다. 세상 다 끝날 듯한 지옥의 순간도 지나고 나면 낙원 같은 숲이 우거진다. 세상에는 죽이는 것 같지만 살리는 것들이 많다. 바람은 생명의 역사를 창조하고, 사막이 황량하지만 살아있는 건 바람 때문이며, 이것이 자연의 또 다른 신비이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道 24시간 아이돌봄센터 통한 공백 해소 기대

우리나라의 인구 수는 2020년 기준 5천130만명으로 세계 28위이나, 출산율은 세계 198위의 저출생 국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15세부터 49세까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81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2016년 40만6천200명, 1991년 70만9천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저출생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있어 부모가 생계를 유지하느라 직장에 머무는 동안 어린 자녀들이 돌봄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고,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거나 미미한 점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면서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고, 과거보다는 이혼율이 점차 높아져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들 돌봐야 하는 한부모 가정이 발생, 정보화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야간출근·교대근무 등 부모들의 직업이 다양해지며 연장보육과 야간보육 수요 또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가 3년째 이어짐에 따라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조부모의 도움을 얻거나 도우미를 개인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그나마 돌봄 공백을 방지할 여력이 있겠으나, 그마저도 불가능한 현실에 처한 사람들의 경우 전적으로 자녀양육 부담을 개인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미국 영화 〈툴리Tully, 2018년 개봉〉에서는 세 아이 육아를 혼자 떠맡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엄마를 위해 야간 보모를 고용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러한 ‘야간 보모’를 공적 영역에서 지원함으로써 돌봄 공백을 해소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대표발의 엄교섭 의원)’을 의결한 것은 돌봄 공백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 조례안은 최근 저출산 시대의 인구감소로 인해 출산, 보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에서 공적돌봄체계가 부족한 현실과 긴급한 상황에서의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야간출근, 응급 진료, 병원 입원 등 긴급한 상황으로 인해 보호자가 자녀를 돌보지 못할 경우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도내 24시간 아이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마련 및 지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과 경기도의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통해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가 31개 시·군에 점차 확대 설치, 운영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도내 영유아·미성년 자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소비자안전은 교육이 중요하다

최근 샴푸만 하면 새치가 염색된다는 제품이 안전성 문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개발 업체 간의 대립이 팽팽한 듯하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결론이 내려지길 바라지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 결국 직접적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안전넷에는 올 3월에만 80건의 위해정보가 올라와 있다. 그것도 전국의 58개 병원, 18개 소방서의 위해정보제출기관과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에 수집된 정보가 그 정도의 양이다. 크기가 작아 질식위험이 있는 자석 완구, 발화가능성이 있는 살균탈취기, 감전위험이 있는 욕실용 조명기구 등 품목이나 유형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위험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안전하지 않고 위해를 입힐 수 있는 요소가 소비생활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지난해 경기도 소비자권익활성화지원사업으로 도내 50여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1천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소비생활안전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다. 취학 전 어린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품목의 안전사고 사례와 주의할 점을 동영상과 자체 양성 강사를 활용해 교육했다. 불량식품 조심, 킥보드 안전장구 착용, 스마트폰 게임 주의, 장난감 삼킴 위험, 투명우산이 안전 등 실제 소비생활에서 조심해야 할 내용 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물에서 소비자가 지켜야 할 예절과 환경보호를 위한 쓰레기 분리수거의 내용까지 포함해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는 영상으로 교육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교육 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어린이 소비생활안전교육 만족도 94.4%, 교육필요성 93.3% 등 매우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하며, 그것과 비례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해요소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생활 위해정보를 찾아보고, 조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는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위해 필요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소비자 안전문제는 정보탐색단계나 거래단계, 품질보증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라 할 것이라.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각 지역의 소비자단체를 활용해 유아-어린이-청소년-성인-고령자 등 연령계층별 소비생활안전 교육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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