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질한 놈이 오히려 매를 드는 격으로,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거나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를 말한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했다가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소비자가 있었다. 처음에 300만원 정도의 회비를 결제했는데, 보내주는 주식 정보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약을 요구했더니, 오히려 ‘VIP 회원으로 가입하라’면서 추가 결제를 강요하고, 심지어 신용카드를 임의로 결제하는 등 악의적인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 소비자가 결제 카드사에 항의해 일부 금액의 결제를 취소하고 환급 받았는데,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유사투자자문 사업자 법무팀이라며 협박과 회유 문자가 이어진다. 소비자가 일방적인 주장으로 카드사에서 결제를 취소했으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환급 금액 전액을 다시 입금하거나 소송비용으로 몇십만원을 송금하라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최근, 어떤 정신과전문의가 출연하는 공익캠페인도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 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이와 부딪친 남녀는 커피도 쏟고 신발도 더렵혀졌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는 아이 때문에 같은 공간의 다른 사람은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부모가 사과하는 장면은 없다. 무조건 어린이만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망치고 행복한 외식을 방해 받았다면 아이의 부모가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불쾌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가 다 그렇지”라며 부모가 대응한다면 이것 또한 적반하장이다.
산책길에 애완견이 갑자기 달려들며 짖으면 깜짝 놀라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견주가 사과하는 대신 마치 놀란 상대방의 반응이 애완견에게 위협을 한 것처럼 애완견을 안아주며 “괜찮아” 한다면 이 또한 적반하장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거짓과 기만상술로 주식정보서비스 회원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혔다면 소송 운운하며 소비자를 협박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공공장소의 예절을 배우지 못해 뛰거나 울거나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그 어린이 부모의 사과와 보상이 우선이다. 자식처럼 여기는 애완견이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놀라게 했다면 견주의 사과가 먼저다.
적반하장의 세상, 사과보다 큰소리치면 이기는 세상이 돼서는 안된다.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힌 사업자, 어린이의 부모, 애완견의 주인은 적반하장보다는 역지사지 즉,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마음을 서로 가져야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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