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이민정책 전담기관, 신설의 필요성과 설치 지역

지난 6월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1.6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수치상으로만 보면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인구절벽으로 연계되고 이는 지방소멸을 거쳐 국가소멸로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대재앙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는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대안의 하나로 이민정책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가 이민정책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피력했고 이민정책을 전담하기 위해 (가칭)출입국 이민관리청의 신설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민정책 전담 기관의 형태는 법무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독임제 행정기관인 (가칭)출입국 이민관리청을 신설하는 형태가 있고, 금융위원회 등과 같이 합의제 행정기관 형태의 (가칭)이민정책위원회를 신설하는 형태도 있을 것이다. 이민정책 전담 기관에서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에 따라 이민정책 전담 기관의 형태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이민정책 전담 기관은 모든 이민정책 관련 기능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정부 기관들과 연계 협력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논의를 보면 이민정책 전담 기관이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나 이보다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정부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는 이민정책 관련 기능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통제자의 역할이 아니라 협의 조정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를 신설한 후에는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개청한 것처럼 어떤 지역에 설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민정책 전담 기관이 신설되지도 않았는데 이민정책 전담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뜨겁다. 경기 안산·김포·화성시·광명시, 경북 안동시·군위군 등 다수의 지방정부는 이민정책 전담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유치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고 각종 공청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민정책 전담 기관은 부여된 기능과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에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류 외국인이 많아 이용 수요가 높은 지역, 교통이 편리해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 유관기관들과 지리적 근접성이 높은 지역, 이민정책 관련 수용성이 높은 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지방정부에 설치해야 한다. 다수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이민정책 전담 기관을 유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이제는 지방정부의 요구에 중앙정부가 답해야 할 시기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민정책 전담 기관을 신설한 후 이민정책 전담 기관이 부여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용이한 지방정부를 선정해 개청할 필요가 있다.

[경기시론] 재생에너지 계획경제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세계 모든 나라가 각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2100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3도에 근접한다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생존한계선이라는 1.5도 목표가 무색하다. 이는 협약 당사국들이 협약 이후에 더욱 강화된 감축 목표(NDC)를 천명했지만 현실의 기후위기 곡선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목표도 충분하지 않고 그마저 달성은 미지수다. 우리나라도 더 강화된 목표를 발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방법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지난 정부에서 발표한 것이다. 오히려 이 목표도 충분치 않다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최소 40% 이상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달성해야 한다고 비판이 많았지만 현 정부는 아예 그보다 목표를 10% 낮췄다. 포기 선언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전쟁 상황’을 떠올릴 만한 말들을 서슴없이 하고 다니는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머리 위 땅 위로 직접 로켓이 날아가고 포탄이 떨어지지 않는 기후위기를 인식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안일하고 나태할지 짐작할 만하다. 10년 안에 대규모 경제가 자율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대전환 방법은 없다. 언제적 ‘계획경제’냐고 하겠지만 ‘재생에너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타이틀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는지 심각하게 검토해 보자. 비상 상황인데 유연하면서도 엄격한 방법을 다 써봐야지 기존 경로와 시장가격 시스템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 달성을 포기하겠다는 증거다. 이미 확인은 끝났다. 화석연료 시대에서 재생에너지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금보다 혁신적인 목표와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안일하면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 지방정부들이 나서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만들어 내는 사회와 경제지표들이 제도와 정책 핵심 목표에 배치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원별 시설 규모와 자립도, 신산업 육성과 지원, 이들을 통합한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 목표 및 이행률을 관련 법률과 자치법규, 정책실행계획에 연도별로 수치로 명시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공적 예산 규모를 시민자산, 민간금융을 통한 재원 조달계획과 연동해 특별법과 특별조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각 기관과 부서 간 협력 및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 관계 법률과 자치법규 간 위계 및 정합성을 확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직접 견인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경제계획’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미룰수록, 포기할수록 그 단계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이 돼 되돌아온다.

[경기시론]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을 지킬 사람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라고 알려져 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 땅 투기, 농지법 위반, 배우자의 증여세 회피 등 의혹이 제기됐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 부결에 관해 ‘잘한 것’이라는 의견은 47.1%, ‘잘못한 것’이라는 의견은 34.5%였다. 공정한 재판은 약자가 가진 사실상 유일한 방패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으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더라도 법원이 공정하게 재판을 해준다면 방어할 수 있다. 만약 행정부가 수사권을 남용해 수사와 기소로 야당을 탄압한다면 야당이 기댈 곳은 사법부밖에 없다. 그래서 사법부를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한다. 대법원장은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명권을 가지며 사법행정권을 총괄하는 사법행정의 최고책임자다.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해 법원행정사무 및 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대법관회의의 의장이 되며, 전원합의체 재판장의 지위를 가진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제청권, 각급 판사 보직권,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지명권, 법원 직원 임명권과 사법행정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돕는 자리가 아니다. 대법원장은 행정부와 국회의 일이 재판에 올라오면 공정하게 판결해 국민들에게 무엇이 법률에 맞는지를 선언해 주는 자리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면서 후보자가 사법권의 독립,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대통령의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는 사법권의 독립,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부적격이다. 사법권의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 외부로부터의 독립은 대통령, 행정부, 입법부, 정치권, 검찰, 언론, 재벌 등 힘 있는 사람이나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한다. 내부로부터의 독립은 법원이 하나의 조직으로서 법원행정처를 통해 개개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부터 독립을 말한다. 대법원장은 개개 법관들의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해 주도록 법원을 운영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권의 독립,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지가 있는 적임자를 찾아 국회에 제안해야 한다. 대법원장을 하루빨리 임명해 대법원장의 공석을 해소해야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적임자를 임명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을 임명하도록 정한 것은 사법부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다. 정치적 흥정으로 임명 동의 여부를 정할 성질의 자리가 아니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한 축을 세우는 일이므로 대통령이 적임자를 제안할 수 있도록 동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과 국회가 실질적으로 공동으로 임명한다는 헌법적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법치 국가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길이다.

[경기시론] 문화와 사회통합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원한 가을이 왔다. 울긋불긋 단풍과 상쾌한 바람이 가슴을 물들이는 10월은 절정(絶頂)의 달이다. 산과 호수, 바다가 어우러진 경기도 곳곳에서도 각종 축제와 문화행사 소식이 들려온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그 법적 근거는 문화기본법 제12조에 기인한다. 국민의 문화 의식과 이해를 높이고 문화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10월을 문화의 달로 정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문화기본법이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문화기본법은 문화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함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문화정책의 방향과 추진에 필요한 기본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문화기본법은 문화를 “문화예술, 생활 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라고 정의한다.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정치적 견해,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과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국가는 이러한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해 문화진흥에 관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위한 재원(財源) 확충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갖는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통합에 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비해 우리의 사회통합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 갈등의 심각성은 높은 수준으로 이는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가 그 유일한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비대면 사회의 일상화와 그로 인한 소통의 부재는 사회 갈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문화는 사회 갈등을 완화하는 사회 통합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활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영화, 음악, 음식 등 다양한 외국의 문화가 우리에게 스며들고 있는 것처럼 이른바 ‘K-컬처’로 일컬어지는 우리 문화가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문화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기능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Y2K 패션이나 먼지 묻은 앨범에서 찾아낸 부모님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기꺼이 ‘힙하다’고 평가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에서 통합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희망적인 생각일까? 문화기본법의 기본이념은 문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임을 인식하고 문화의 가치가 교육,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고 문화의 다양성, 자율성과 창조성의 원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제정 10주년을 맞이한 문화기본법의 기본이념을 되새기면서 다양한 문화가 서로 존중하고 어울리며 사회통합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시론] 훈장택배 아닌 훈장경배를

요즘 공직사회에서 퇴임식을 보기 어렵고 동시에 훈장을 전수하는 행사도 거의 열리지 않는다. 기관장은 바빠 훈장 전수식을 준비하지 못하고 부단체장은 기관장의 눈치 보느라 퇴직 간부의 훈장을 전하는 행사를 주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구나 명퇴하고 한두 달, 6개월이 지나면 또 다른 인사발령으로 그 부서의 서무담당, 주무팀장, 과장이 바뀌고 국장급 인사는 더 자주 발표되므로 막상 훈장을 받으러 근무한 기관이나 부서에 가기에도 쑥스럽다는 것이 퇴직 공무원 대부분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퇴직 공무원의 훈장 전수식 참석을 기피하는 것이 먼저인가, 기관에서 행사를 준비하지 않아 참석하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인가는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를 논하는 것과 같다. 헌법 제80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한다’고 규정했다. 소중한 훈장은 퇴직후 6개월, 1년후 택배로 보내기도 한다니 훈장이 명예가 아니라 서무 담당자에게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직자로 일한 분들이 헌법정신대로 예우를 다하는 가운데 자랑스럽게 훈장을 받도록 몇 가지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행정안전부 담당 부서에서는 퇴직 후 한 달 내에 훈장을 전할 수 있는 비법을 개발해 주기 바란다. 지자체 인력을 지원받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라도 조속히 상훈작업을 마무리해 주기 바란다. 둘째, 각 기관에서는 훈장이 기관에 도착하면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밝혀줄 성화를 밤새 지켰듯이 해당 기관장실 중앙 테이블에 진열했다가 대통령을 대신해 기관장(도지사, 시장, 군수)이 손수 전달해 주기 바란다. 혹시 기관장이 바쁘면 부단체장에게 전하도록 해도 좋을 것이다. 셋째, 중간 간부인 실장과 국장은 이번에 우리 부서에서 훈장을 받는 선배가 있는가 파악해 인근에서 가장 큰 건물, 벽면이 높고 넓은 짜장면 집을 예약하고 가격이 좀 나가는 ‘탕수육, 팔보채, 유산슬’ 세 가지 요리를 주문한 후 다시 한 번 전달식을 열어 줬으면 한다. 벽에는 ‘홍길동 부이사관 훈장’이라 써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공직 선배 중에 훈장 이야기만 나오면 동네 훈장님처럼 잔소리를 하는 분이 있다. 택배 훈장 전달에 연유한 목마름일 것이다. 그러니 목숨을 살려준 선비를 살리기 위해 연약한 머리로 철종을 때려 구렁이를 물리친 까마귀처럼 평생 공무원으로 일해온 선배들의 지혜를 다시 받아 쓸 요량으로라도 ‘훈장 택배’가 아니라 ‘훈장 경배’를 강력하게 부탁한다. 더 이상 퇴직 공무원이 얼굴도 모르는 초임 공무원, 서무 담당자의 손에 들려져 아파트 문 앞으로 배달된 훈장이 든 박스를 택배처럼 받는 서글픔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공무원이 남은 공직에서의 세월을 보낸 후에는 반드시 명퇴,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시론] 尹 정부의 지방시대와 수도권 지방정부

지난 14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1년4개월의 기간이 소요되기는 했으나 그동안 말로만 회자되던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금번에 발표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에는 지방분권, 교육개혁, 혁신성장, 특화 발전, 맞춤형 생활복지 등 5대 전략이 제시돼 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교육자유특구(가칭) 도입 및 지역-대학 동반 성장, 도심융합특구 조성, 로컬리즘을 통한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 지방이 주도하는 첨단전략산업 중심 지방경제 성장, 디지털 재창조로 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 매력 있는 농어촌 조성으로 생활 인구 늘리기, 지방 킬러 규제 일괄 해소로 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 9대 정책이 포함돼 있다. 지방정부의 발전을 위해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지방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수도권 지방정부를 위한 정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정부는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로 구성돼 있다. 수도권에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그리고 경기도 등 3개 시·도, 그리고 33개 자치구와 33개 시·군이 있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243개 지방정부 중 69개 지방정부(전체의 28.4%)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에는 수도권 지방정부에 대한 어떤 정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 등 3개의 특례시가 있고 화성시같이 재정력이 우수해 중앙정부에서 교부하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가 있는가 하면 가평군과 연천군처럼 행정안전부에 의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방정부도 있고 각종 수도권 규제로 인해 지역맞춤형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지방정부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함에도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5대 전략 9대 정책)에 수도권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상생(相生)의 모습이 돼야 한다. 수도권 지방정부와 비수도권 지방정부로 양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개별 지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차이를 존중하고 공존 및 공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지방정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지만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지방정부 대상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 추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경기시론]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을 동기

기본적인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지구 자원(물질)에 의존해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실패를 낳은 산업생산과 대량소비 방식은 그 한계를 넘어섰다. 멈추지 않고 우상향하는 자본의 수익률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성장 지상주의 시스템과 문화가 그 배후다. 이 시스템과 문화는 ‘지구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명을 가동하는 엔진과 연료가 바로 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이고 화석연료 중독이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창조했는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이 이윤을 소유하고 축적한 나라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왔고 절대적 책임이 있다는 것 또한 과학적 연구 결과다. 이 같은 경향은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의 단계에서 똑같이 재현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을수록 재난의 피해는 배가 된다. 기후위기의 역설이다. 각자 또 함께 동시에 여러 장소와 차원에서 실천하지만 똑같이 책임지고 노력할 수도 없다. 고양이가 사람만큼 먹지도 않는데 그만큼 줄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구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질을 고려한 유지와 관리에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 절대적 총량을 줄여나가고 새롭게 필요한 부분에서 성장과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핵심 원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채취하고, 운반하고, 가공해 태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의 87%가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고 이는 세계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수치다.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국가 경제지표를 지탱하는 5대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다. 전력 생산을 위한 발전산업과 시멘트, 수송 부문에서도 막대한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이렇게 무한정 화석연료를 태워 도달할 수 있는 경제는 없다. 수익률과 경제성장, 자본 축적이라는 화석연료 연소의 강력한 동기에서 분배율과 분산과 순환율, 공동체 자산 구축이라는 생존과 사회적 동기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과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10년 만에 대규모 경제를 기존의 방식과 목표를 바꾸지 않고 자율적으로 대전환할 방법은 없다. 분배율과 분산과 순환율, 공동체 자산 구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존전략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의 강력한 동기다. 자원과 에너지 소비총량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정도의 에너지 효용을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나누는 것이다. 어디나 고르게 퍼져 있고 한계가 없는, 재생에너지 생산 및 소비 자체가 시민들의 직접적인 경제활동과 생활이 되는 것, 정부와 지자체의 대안경제지표와 정책목표의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경기시론] 홍범도 장군 흉상 육군사관학교에 존치해야

정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해 육군사관학교 밖으로 이전하고 김좌진·이범석·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의 흉상은 육사 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고 헌법 및 역사적 정통성에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려는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자유시참변 때의 독립군 탄압 역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홍범도 장군이 1921년 자유시참변 때 독립군 학살에 가담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홍범도 장군은 1943년 10월25일 서거했기 때문에 북한 공산주의와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고, 풍천노숙하고 의탁할 데가 없었던 독립군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비판이다.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독립군을 국군의 법통으로 삼는 것은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정하고 있다. 국군 본연의 임무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다. 국군의 적은 ‘이념’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토를 넘보는지로 결정된다. ‘국가의 안전보장, 국토방위’와 ‘국가의 독립’은 동의어다. 독립군은 일본군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 싸운 사람들이다. 일본군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켜내는 것이 바로 국군의 임무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군의 정신은 독립군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세워야 한다.  홍범도 장군의 아내 이옥구 여사는 1908년 4월 일제에 의한 고문으로 옥사했다. 장남 홍양순은 1908년 6월 홍범도 장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했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에서 독립군을 지휘해 일본군을 격파했다. 이 전투는 우리 민족사의 자랑이다. 홍범도 장군은 1962년 10월25일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복장’이 추서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는 1천800t급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제정했다. 당시 해군은 “홍범도 장군의 애국심을 기리고 국민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홍 장군의 이름을 함명으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문재인 정부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협조를 받아 유해를 국내로 봉환했고 2021년 8월1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홍범도 장군은 국군의 모범으로 삼기에 그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친다. 육군사관생도들은 조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처했을 때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홍범도 장군의 숭고한 정신을 배워 다시는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주권이 침탈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육군사관학교에 존치해야 한다.

[경기시론] ‘드론작전사령부’ 창설 두고 갈라진 포천 민심

국방부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겠다고 하면서 그 입지를 경기 포천시라고 발표했다. 포천시 주민과 단체들은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걸고 있다.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반면 포천시장은 일부 반대가 있지만 포천시 발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론 갈라진 민심 수습을 위해 포천시와 포천시의회는 국방부와의 상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포천시는 “포천에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은 천금 같은 기회”라며 “군 당국은 드론작전사령부에서는 드론을 일절 운영하지 않음, 인근에 드론전투부대를 배치하지 않음, 향후 작전사령부 이전도 검토할 수 있음, 소음이나 고도제한, 재산권 피해 등 제반 사항 발생 없음, 포천시 국방 첨단 R&D 사업 유치에 적극 협조한다는 불가역적인 약속을 해왔다”고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포천시에서는 포천시를 첨단 방위산업의 메카로 육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중앙정부(국방부)를 신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포천시민들은 드론작전사령부 입지를 왜 이렇게 반대하는 것일까. 그동안 중앙정부(국방부)가 취해 온 과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 차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입법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법은 국가안보로 인해 희생된 지역에 대해 국가는 손실보상으로 보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가안보로 인한 희생에 대해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손실보상의 입법이 아닌 지역낙후도 개선 취지의 입법을 통해 약간의 지원을 하는 입법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국가안보임에도 우리나라가 보이는 입법 태도와 일본의 온도 차가 확연하다. 이러한 사실은 오랫동안 경기 북부지역 등에 주둔한 미군이 평택시로 이전하면서 더욱 명확해진 경험이 있다. 평택은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과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평택시에 수많은 예산을 투자했다.  반면 경기 북부지역의 주한미군 주둔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국적으로 주둔해 있는 전체 주한미군과 함께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을 통해 임시방편의 예산 지원을 했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중앙정부의 ‘토사구팽’식 태도와 평택과의 불공평한 차별 지원 경험을 가지고 있다. 포천시민들은 드론작전사령부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그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포천시민들은 드론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국가안보나 국가방위를 통해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포천시의 지역이기주의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중앙정부는 그동안 국가안보로 인한 특별한 희생에 대해 손실보상의 차원에서 포천시민들에게 대답할 차례다.

[경기시론] 재난과 더 좋은 민주주의

더욱 빈번해진 기후재난은 해당 지역과 도시에 물리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주고 있다. 더욱 강력해진 이상 기후가 앞으로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과학적 예측은 심리적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을 주고 있다.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불안감은 내일에 대한 공포 그 자체다. 이 재난들은 부자와 가난한 나라들을 차별하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와 도시, 마을들이 재난을 견디고 극복하는 힘은 큰 차이가 있다. 아직은 그렇다. 당장 피해자들을 구출하고 생존을 위한 물품을 조달하고 전달하는 일조차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자원 동원과 생산 능력에 비례한다. 일상 복귀를 위한 피해복구와 생활 지원도 한 나라의 정치와 사회경제적 역량에 좌우된다. 이 같은 능력은 역사적으로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 일컬어지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기후 악당 국가일수록 크고, 그 반대일수록 작은 경향성이 있다. 그만큼 화석연료에 많이 의존해서 발전시켜 온 나라들일수록 그 문명이 축적한 역량을 통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출하고 복구하고 생활을 지원하는데 능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대체로 성립한다. 이 같은 경향은 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의 단계에서 똑같이 재현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적을수록 재난의 피해는 그 책임의 몇 배가 된다. 기후 위기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설도 결국 능력인가. 그 능력 차가 미래에 어떤 변별력을 가질까. 이 능력 차로 인해 누구는 살아남아 번영하고 누구는 도태될지 알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은 있는가? 지금 연속되는 기후재난은 어떤 역사적 경험에도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인류를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를 밀어 넣고 있는데, 오히려 먼 과거에 기후변화가 초래한 대멸종의 증거들이 기후과학의 연구 결과로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폭염, 폭우, 가뭄, 태풍, 바다 온도 등 모든 기후 현상과 지표들이 연일 최초의 기록들로 경신되고 있다. 재난의 연속에서 아무리 값싼 화석연료를 태우고, 위험한 핵발전 에너지를 마구 사용하더라도 그동안의 선택적 풍요마저도 지속할 수 없다. 기후재난은 이상 기후, 가뭄과 사막화, 경작지와 재배 주기의 상실, 식량과 물 부족, 에너지 위기, 지구적·국가적 불평등의 심화, 기후난민, 지정학적 위기와 자원 전쟁 등의 ‘다른 말’이고, 서로를 증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난이 빈번해질 때 가장 절박한 것은 권위주의적 대책과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정치체제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다. 당장 재난의 증폭을 가라앉힐 수 있는 증명된 대책들을 실천하고, 최고와 최저의 간격을 줄이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누구도 도태되지 않을 거라는 공동체의 신뢰에 기반한 기후변화 대책의 실천력을 높일 수 있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기시론] 코스트코 청년 노동자의 죽음, 슬프고 가슴 아프다

지난 6월19일 저녁 하남시에 있는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쓰러져 끝내 숨졌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3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고 고인은 매시간 200개 안팎의 카트를 모아 매장 입구로 옮기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고인의 아버지는 언론에 나와 아들이 숨지기 이틀 전인 “6월17일 토요일 집으로 오자마자 대자로 눕더니 ‘엄마 나 오늘 4만3천보 걸었다’며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짠한 마음에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꽃다운 젊은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져 버린 현실이 안타깝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들은 회사를 상대로 아들의 죽음이 산업재해라고 주장한다. 언론보도를 보면 병원 측이 밝힌 고인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고 한다. 여름철 폭염이 일상화된 지금 폭염에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올해 발생한 불행한 사고가 내년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꼼꼼히 살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당장 시급한 분야가 폭염 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의 정비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법령이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약칭 안전보건규칙)이다. 안전보건규칙 제6장에 ‘온도·습도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그런데 ‘고열작업’의 유형으로 용광로 등을 정하고 있을 뿐 ‘폭염 노출 작업’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속히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해 고열작업의 범주에 ‘폭염 노출 작업’을 포함해야 한다. 아울러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일률적인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안전보건규칙 제566조에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휴식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안전보건규칙 제567조에 사업주는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고열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이라고 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회사가 고인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 고인과 유족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은 지난해 1.10(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29에 비해 월등히 높아 OECD 1위다. “엄마 너무 힘들어. 오늘 4만3천보 걸었어”라는 슬프고, 가슴 아픈 이 말을 다시 듣지 않기 위해 정부와 정치인, 경영주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경기시론] 금쪽이와 노키즈존

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현명한 소비생활’을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강의 후 만족도 조사에서 한 어린이가 ‘매우 불만족’을 표시한 것이 눈에 띄었는데 그 이유가 웃음 짓게 했다. 강의하면서 작은 선물을 하나씩 나눠줬는데 그 어린이는 두 개를 받고 싶었지만 하나 밖에 못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린이를 교육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했고 새삼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웠다. 이제 마흔이 넘은 조카는 딸아이 한 명을 뒀는데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내 기준으로는 눈꼴사나울 정도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표정으로 밥까지 떠먹이는 모습을 보고 끌탕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음식점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어린이들이 뛰고 눕고 울기도 하는 바람에 어린이를 동반한 소비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어린이들을 환영하고 기꺼이 기저귀까지 치워주겠다고 홍보하는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의 생각은 어떨까. 한 리서치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소비자가 반대하는 소비자보다 2배 이상 높았고 어린이를 제재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70% 이상이었다. 최근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선생님에 대한 어린이의 폭언, 폭행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교육 현장의 선생님들이 감내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교원단체 설문조사 결과로는 초등학교 선생님 99%가 교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이유를 불문하고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본인의 폭력적 행동에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개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사회라는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금쪽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세상의 모든 아이는 금쪽이다. 다만 그 아이의 부모에게만 금쪽이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민폐가 돼 노키즈존이 늘어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집에서만 금쪽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금쪽이로 자라도록 가르쳤으면 좋겠다. 저출산 고령시대, 어린이들이 더 귀하게 사랑받아야 하는 시대다. 어린이를 거부하는 노키즈존보다는 어린이 고객을 환영하는 예스키즈존, 나아가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경기시론]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

지난주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학년 담임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사건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민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사는 수업을 통한 지식 전달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학생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훈계하고 지도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커녕 욕설 내지 폭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교사들은 각종 반복 민원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개선이 필요한 문제 학생에 대해 교사는 행여 아동학대가 될까 봐 아무런 지도를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해당 학생은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선량한 학생들이 입는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3조는 학생 인권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학습에 관한 권리,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휴식을 취할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정보 열람 등에 관한 권리, 학칙 및 학교 규정의 제정·개정에 참여할 권리, 급식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상담 및 조사 등 청구권, 소수 학생의 권리보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는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도 시행하고 있다.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고 교원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때 그 권위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교원 인권 보장이 필요하다. 미국은 교권 침해 발생 시 즉시 법원에 가해자로부터 임시 접근금지명령을 청구할 수 있고 교원권리법에서 교육전문직으로서 판단과 재량권, 학생 훈육에 학부모 참여요구권, 과도한 서류작업에서 벗어날 권리 등을 정하고 있다. 영국은 체벌은 금지하되 교육적 목적의 훈육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독일은 교사위원회를 통해 교권을 보호하고 교사에 대한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실시 중이다. 이러한 경우를 참고해 경기도 교육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경기시론] 상하수도 원인자 부담금의 합리적 방안

우리나라는 산업단지나 아파트를 조성하려면 사업시행자가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른 부담금을 내야 한다. 특히 상수도는 수도법, 하수도는 하수도법에 근거하고, 해당 지자체 조례에 위임된 근거에 따라 원인자 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별 원인자 부담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경우가 발생한다. 또 사업시행자와 자자체 간의 의견 차이로 소송이 발생하기도 한다. 환경부는 2007년 11월 상수도원인자부담금 산정·징수 등에 관한 표준조례(안)를 확정하고 이를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주는 행정관청의 인허가를 받아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건축물을 건축한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시행자 역시 사업 시행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시행자는 해당 사업 구역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사업 구역 내에 있는 기반 시설을 사업 구역 밖에 있는 도로, 상하수도시설, 전기시설, 가스시설, 통신시설, 지역 난방시설 등과 연결해야 한다. 여기서 사업 구역 밖에 설치돼야 하는 기반 시설을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설치할 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문제가 발생한다. 개별 개발사업법에서는 비용 부담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기도 하고 기반 시설의 설치와 관리에 관한 일반법에 해당하는 도로법, 수도법 등에서 해당 시설의 설치 원인을 제공한 자 또는 해당 시설의 설치로 인해 수익을 얻는 자에게 부담금을 부담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 두는 경우도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행정청이 개발사업의 시행 과정에서 내리는 각종 처분에 부관을 부과하거나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시행자에게 기반 시설 설치 및 비용 부담 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도법, 하수도법에 따른 원인자 부담금 산정기준 및 방법은 지자체 조례로 위임·운영되고 있다. 특히 수도법에 따른 원인자 부담금 세부 기준은 시행령 위임 후 다시 지자체 조례로 위임·운영 중이다. 원인자 부담금 산정방식이 지자체 조례로 운영됨에 따라 사업 지구별 적용 방식이 다르고, 사업시행자와 지자체 간 잦은 의견충돌 및 다수의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물과 관련된 문제라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환경부와 국토부(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앙정부 부처 간 내지 지자체와의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 모두를 만족하는 해답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원인자 부담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련의 원인자 부담금 소송 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반영해 원인자부담금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관련 법령 및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경기시론] 시민참여 없는 탄소중립 가능할까?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하향 조정하면서 ‘2020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율 7.43%를 세 배 가까이 끌어올려야 하는 목표치로 결코 낮은 목표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수치들은 세계 평균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 북미, 아시아 평균과 비교해 봐도 가장 밑바닥 수준이다. 2023년 현재 비중이나 2030년 목표 비중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3%(2020년), 에너지발전량 대비 비중은 7.43%(2020년·에너지공단)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3분의 1이 태양광이고 이걸 1차 에너지에 대비하면 1.3% 수준이다. 세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의 70% 안팎을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태양광과 풍력이 자리 잡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국가의 전략산업일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첫 회의에서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의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말이 ‘개편 방안’이지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11일 5년이 돼 일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도 폐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한국형 FIT 제도의 핵심은 30㎾ 미만(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은 100㎾) 태양광발전 사업자에 대해 별도의 입찰 경쟁 없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과 절차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일정한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소규모 태양광발전의 힘이었다. 현재 연간 4GW 수준의 신규 태양광발전소의 80% 정도가 1MW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이며, 특히 누적 보급량의 40% 이상을 100㎾ 이하의 소규모 발전소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민참여형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발전사업의 주인으로 참여함으로써 주민 수용성을 높이게 되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사회 갈등을 미리 방지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정책 개선의 방향도 대규모 사업 중심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다수의 시민이 참여해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지역에서 소규모 분산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본질이다. 기획 입지도 고려해야겠지만 가능한 모든 공간과 구조물을 활용해 시민이 직접 에너지 생산자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요소다. 소규모 발전사업, 시민참여형 사업에 대한 정책 축소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장려하고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시론] 대법원의 ‘노란봉투’ 판결은 정의롭다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행위를 해 조업이 중단됐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한 회사 측의 손해를 얼마나 확정해야 하고, 개별 조합원이 노동조합과 동일하게 전체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옳은가? 회사 측이 수십~수백억원의 손해배상을 개별 조합원에게 청구하면 개별 조합원은 파산할 수밖에 없고 가정은 파탄 날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범위를 넘어 책임을 지게 된다면 이것도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지난달 15일 대법원(주심대법관 노정희)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공장을 검거한 사건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개별 조합원의 책임 범위를 가담 정도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또 동일한 재판부가 이날 선고한 다른 유사 사건에서 손해의 범위 결정과 관련해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 방식 등에 비춰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해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는 등,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생산이 감소했더라도 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증명되면, 그 범위에서는 고정비용 상당 손해의 발생 추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관해 쟁의행위 종료 이후 사정까지 감안해 살펴봄으로써 실제로 발생한 손해로 범위를 감축하라는 것이다. 쟁의행위를 결정, 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개별 조합원에게 노동조합과 동일한 책임을 지라는 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부당한 요구다. 회사 임원들의 책임에 관해 대표이사와 상임감사 각 40%, 상무이사 20%, 이사 10%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판례도 있다. 이 법리를 개별 조합원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옳다. 쟁의행위 종료 후 근로자의 협력을 통해 추가 생산이 시행돼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량 부족분이 복원됐음에도 쟁의행위 기간 중 고정비용 전체를 책임지라는 것은 발생하지도 않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 법리를 활용해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훌륭한 판결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좋은 판례가 나와 다행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궤를 같이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노동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자기가 책임질 부분에 한정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들면 중산층과 내수 기반이 무너지고 사회 통합이 약해진다. 그러면 기업에도 좋을 게 없다. 이번 대법원의 ‘노란봉투’ 판결은 정의롭다.

[경기시론]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최근 몇 가지 뉴스를 보면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을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 무엇보다 ‘킬러 문항’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킬러 문항이 ‘족집게 수능 기술로 배를 불려 온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인지, ‘최소한의 변별력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쟁의 시험대는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유명 입시학원이나 강사에 의해 수능시험의 변별력이 좌우되거나 경제력에 의해 기회부터 갖지 못하는 계층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출발부터 불공정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백억원을 벌고 부를 자랑하는 일부 일타 강사들이 이런 논란에 대해 고3생이나 교육 정책을 걱정하는 양 언급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라면 가격에 관해서도 불공정이 보인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라면 업체들은 지난해 라면값을 평균 10% 이상 인상했고 영업이익도 크게 상승했는데, 곡물 가격의 하락에 따른 라면값 인하 움직임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제 와서 다른 원재료값이 올랐다거나 인건비 인상을 운운하며 라면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다는 것은 애초 밀가루 인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상해야 한다는 근거까지 의심하게 한다. 밀가루 원료값 폭등으로 인한 라면값 인상을 소비자들이 감내했다면 이젠 기업이 밀가루 가격 하락에 따른 라면값을 인하해 소비자 가계에 도움을 줘야 공정하고 마땅한 일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기름값은 번개처럼 올리고 매년 말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정유업계 또한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불공정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소비자 스스로도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으로 소금 사재기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 및 온라인쇼핑몰의 소금 매출이 증가하고 소금 소매가격이 평년 대비 60% 이상 인상됐으며 개인 소비자와 도매상의 선수요(先需要)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극히 일부 중간도매상 및 소비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현명한 소비자들이 소금 사재기라는 불공정한 흐름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는 안 되겠다. 모든 불공정한 사례의 공통점은 이기주의다. 나만 잘되고, 나만 잘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행위가 문제다. 공정한 사회의 규칙은 남이 아니라 내가 먼저 지켜야 한다. 정부든, 기업이든, 그리고 소비자든 스스로 공정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경기시론] 경기도의 글로벌바이오캠퍼스 유치 기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한국을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지정했다.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는 중·저소득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인력을 양성해 전 세계 백신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로 백신,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중심 기관이다. 해당 사업은 2023년 사무국, 강의실, 실험·실습 공간을 포함해 연면적 3천300㎡ 규모의 캠퍼스 조성 부지를 결정하고 2024년 상반기 시설을 구축해 2024년 말 캠퍼스 정식 개소 및 운영을 할 예정이며 매년 국비 100억원 이상이 지원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 공모를 했고 경기 시흥, 인천 송도, 충북 오송, 전남 화순, 경북 안동 등 5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했다. 후보지 중 시설조성 여건, 입지 여건, 협력 여건, 지자체 추진 의지 등 4개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19일부터 24일까지 1차 후보지 2곳을 선정하고 현장평가 등을 거쳐 6월 말 최종 유치 지역을 확정한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시흥시, 서울대와 ‘글로벌 의료·바이오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1월에는 ‘글로벌 바이오 허브 추진 협의체’를 출범해 경기도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왔고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를 유치하고자 ‘서울대 시흥캠퍼스 교육협력동’을 바이오 캠퍼스 대상지로 신청했다. 경기도는 인천공항과 연계된 버스, 지하철, 철도 등 광역교통망이 발달해 접근성이 좋고 배곧신도시를 비롯한 지역 내 생활 밀접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 서울대 역시 최고의 바이오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구축이 가능하고 WHO 협력 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가 있으며 해외기관 및 기관과의 협력체계 및 캠퍼스 내 연구와 의료기관과의 협력 등 시설조성 여건도 잘 갖춰져 있다. 그리고 도내 바이오산업 인력 4만7천여명, 바이오산업 수출액 8조7천억원 등 국내 최대 바이오산업 연구개발 인프라가 조성돼 있으며 도내 분당차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과 연계할 수 있어 네트워크 인프라와 협력 여건 또한 우수하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예산, 인력 등 지원정책과 경기도의회와의 협력 등 경기도의 추진 의지도 중요하다. 경기도의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를 통해 우수인력과 바이오기업 유입,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으로 산·학·연·병 협력 및 투자와 일자리 확대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도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향후 미래 성장 산업의 중심 거점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경기시론] 통일교육의 고민

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매년 5월 넷째 주는 통일교육주간이다(통일교육지원법 제3조의3). 국민의 통일 의지를 높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와 통일 관련 민간 단체는 다양한 통일 관련 행사를 하고 있다. 각급 학교 또한 여러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 대상 통일교육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의무화돼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통일교육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그 정권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다(통일교육지원 제2조 제1호). 통일교육은 분류 기준에 따라 이론교육과 현장체험교육, 온라인교육(비대면교육)과 오프라인교육(대면교육) 등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정부는 국립통일교육원을 통해 학교통일교육과 사회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장체험교육의 중요성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통일교육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독일은 통일 14년 전인 1976년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서독의 정치교육학자들이 교육지침을 만들었다. 강압적인 교육과 교조(敎條)화 금지, 균형성 또는 대립적 논점의 확보,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 등의 원칙을 견지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라고 부르는 이 합의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일거에 제거하려는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통일교육 일선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교육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교육감)이 생각하는 통일교육에 대한 이견으로 교육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통일교육지침’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통일교육-방향과 관점’,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육 기본방향’을 봐도 알 수 있다. 한반도 정세는 미국, 중국 등 국제정세와도 연계돼 있다. 정권 교체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같은 통일교육의 기본 틀을 만들 수는 없을까.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통일교육의 기본방향 수립이 필요하다. 즉,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정치인, 정치학자, 교육학자를 포함한 학계 및 정부, 통일 관련 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이러한 합의를 존중하고 실천하려는 정치인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경기시론] 재생에너지와 공동체 자산구축

우리가 실천적 과제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면서 만들어갈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논쟁이 필요 없고 사회가 방향을 합의한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실행력을 높여 실험과 수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질서의 관성과 어떻게 부딪히는지 발견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의 속도와 규모도 사회와 경제의 무게중심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총량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하나의 과제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력화 추세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제다. 의미 있는 총량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방법은 일반적인 확산이 가능한 공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마음도 움직여야 한다. 그 마음에는 위기의식, 도덕 감정, 나와 우리, 너희들의 이익, 이념적 잣대로도 치우침이 크지 않다는 시민들의 생각과 판단이 버무려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인구의 90% 이상이 입체화된 도시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보자.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생산은 단순한 수평투영면적만으로 공간 활용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다. 특히 태양광발전은 도시의 다중목적 토지(공간) 이용에 정확히 부합한다. 지상 주차장과 주차타워, 건물 옥상, 도로 방음터널과 방음벽, 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자전거도로, 체육관 지붕, 운동장 펜스, 쉼터와 정류장, 이제는 건물의 벽면까지 도시의 많은 목적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활용도를 높여준다. 멀리서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 전력을 고압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생태 파괴와 주민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끌어올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전력저장장치(ESS)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시스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력망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자기 지역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직접 생산자로 참여함으로써 전력 소비 효용과 전력 판매를 통한 이익 나눔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소비 지출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시설은 대부분 지역 시민들의 공동소유로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지난달 경기도가 발표한 ‘모든 공공기관 RE100 달성’은 이런 측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도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유재산 공간에 도민참여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고 거기서 생산한 깨끗한 전력을 공공이 조달해 사용하고, 조달을 통한 공공지출이 도민들의 직접적인 기회 소득을 보장하고, 발전시설은 ‘시민공기업’ 협동조합이 공적 통제를 통해 공동체 자산으로 운영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공간의 구체성과 도민의 마음 둘 다 얻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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