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모사

‘특정인의 목소리나 또는 새, 짐승 등의 음색을 흉내내는 일’ 성대모사에 대한 국어대사전의 낱말 풀이다. 코미디의 한 분야로 특정가수의 노래를 흉내내는 모창, 특정인의 말을 흉내내는 개그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성대모사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이한 목소리 재주로 발음도 발음이지만 혀놀림과 입모양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런 고사가 있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문 맹상군은 인물이 걸출하여 문하에 식견높은 선비에서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진나라 소왕의 초빙으로 정승을 하러 갔으나 그 나라 사람들의 투기가 심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할수 없이 야반도주하는데 함곡관에 이르러 관문이 열리는 새벽무렵이면 추적대에 붙잡히는 낭패에 부딪혔다. 이때 문하의 일행중 마침 성대모사의 명수가 있어 닭우는 소리를 냈더니 여염집의 수탉들이 덩달아 울어대는 바람에 문지기가 새벽이 된줄 알고 성문을 열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이를 계명구도(鷄鳴狗盜)라고 전한다. 한빛은행의 아크월드 부정대출사건 수사에 웬 흉내전화설이 나왔다. 평소 모창을 잘한 아크월드의 전간부 Y모씨가 박지원 전 청와대 공보수석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에게 외압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알수 없는 마당에 실로 황당하다. 현대판 계명구도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박씨를 두둔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세상살이가 점점 우습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성대모사의 장기가 주목되는 코미디같은 세태가 됐으니. /白山

시드니올림픽

시드니올림픽이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진기명기(珍技名技)가 속출하고 있다. 구기종목의 충격적 패배로 8강탈락의 축구를 꼽는다. 알고보면 축구뿐만이 아니다. 남자배구의 대(對) 이탈리아전 패배는 큰 이변이었다. 이탈리아 남자배구는 김호철선수등이 진출, 선수겸 코치로 거의 가르치다시피 했다. 현지 언론은 세터 김호철선수의 토스를 ‘신의 손’이라고 극찬했다. 20년전의 일이다. 유럽배구는 신장과 힘을 무기로 한 높이의 배구를 구사했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열세인 우리는 네트의 폭을 무기화했다. A·B·C퀵으로 낮게 잘라먹거나 시간차공격, 이동공격 등으로 네트를 폭넓게 이용하는 속공수법을 썼다. 그러나 이젠 네트폭의 무기화가 부메랑이 되어 되레 우리 진영을 괴롭힌다. 유럽선수들이 구사하는 부메랑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남자배구가 이탈리아에게 진 것은 이유가 있는 이변이다. 강세를 보였던 배드민턴 탁구 핸드볼 필드하키의 부진 또한 전력노출의 허점이 보완되지 않은데 있다. 일본이나 중국선수들이 육상 수영 체조 등 취약종목에 진출, 결선에 오르는 것을 눈여겨 보는 것은 같은 동양인으로 우리의 장래 가능성을 점쳐볼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경기 투기종목등 모든 분야의 스포츠가 인간한계의 가능성에 무한히 도전하고 있다. 이같은 스포츠발전은 세미프로화 해가는데 힘입고 있다. 올림픽도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이미 포기했다. 시드니올림픽은 대체로 한국 스포츠에 정보부재의 경각심과 함게 고유무기의 개발, 훈련의 과학화를 일깨워 주는 것 같다. /白山

과자포장 농간

아이들 과자포장이 이상해 졌다. 포장을 뜯으면 바로 나와야 할 과자가 보이지 않는다. 포장지 안에 또 포장(봉지)이 있어 봉지속에 담겼다. 포장과 봉지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결국 포장과 봉지를 다 뜯고나면 막상 알맹이가 되는 과자는 몇개 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포장 크기가 전과 같지만 알맹이는 전보다 훨씬 적다. 값은 물론 전과 같다. 그러나 포장지 농간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뭔가 기만당한 기분에 돈들여 내버려야 할 쓰레기만 더 떠맡은 셈이된다. 이러한 농간이 중소기업도 아닌 재벌기업 과자포장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을 금융구조 조정과 함께 연말까지 마치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 과자포장에까지 얕은 상술을 부리는 재벌기업의 연내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세습은 세습이 아닌 경영계승이고 선단기업의 부당내부거래란 것이 어디까지가 부당의 한계냐’며 강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벌이 은행빚을 갚고도 자력으로 설수 있기전에는 국민의 기업이지 오너의 사유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체질의 개별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도 이리저리 발뺌을 하고있다. 재별개혁은 시장원리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정치논리를 고려하다가는 십년을 가도 해내지 못한다. 정부가 재벌개혁을 곧 가시화 시킬듯 옥죄다가도 한발 물러서곤 하는것은 아이들 과자포장농간 같은 재벌놀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白山

神弓의 나라, 코리아

우리 한민족은 옛날부터 ‘동이(東夷)’라고 불릴만큼 큰(大) 활(弓)을 쏜지가 반만년 가까이 된다. 국내양궁의 기본은 국궁(國弓)의 8개 사법(射法)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국궁의 비법인 비정비팔(非正非八)을 원용하고 있는 게 그중 하나다. 오른손 잡이의 경우 과녁을 향한 왼발을 조금 뒤쪽으로 빼 중심을 지탱하는 비정비팔의 원리는 세계양궁선수들에게 하나의 모범이 됐다. 또 양궁인들은 최면술, 참선, 마인드컨트롤을 이용해 심리적인 면을 수련하는 과정을 필수코스로 여긴다. 양궁경기는 관중 입장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역도선수 못지 않은 힘을 필요로 한다. 활 시위를 한번 당길 때 드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의 경우 활시위를 최대한 당길 때 필요한 힘은 22.7㎏∼25㎏정도의 무게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고 여자는 16∼18㎏이다. 그러나 올림픽 라운드 랭킹라운드에서는 여자 남자 구분없이 72발을 쏜다. 여자선수들의 경우 이때 드는 힘은 100㎏짜리 역기를 12번 내지 14번을 들어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한 궁사가 쏘는 화살 총수는 무려 90발이나 된다. 단체전에서는 결승까지 오를 경우 1인당 27발을 쏜다. 따라서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려면 모두 2,592㎏ 내지 3,016㎏의 역기를 드는 엄청난 힘이 들어 간다. 시드니 올림픽 여자양궁개인전에서 금메달·은메달·동메달을 모두 차지한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 선수가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쾌거를 이룩했다. 시속 200㎞짜리 화살이 70m 거리의 과녁에 꽂히는 데 불과 0.7초밖에 걸리지 않는 양궁경기에서 코리아를 세계만방에 빛낸 신궁(神弓)들이 정말 참으로 자랑스럽고 훌륭하다. 올림픽 개인전에서 5연패, 단체전에서 4연패를 이룬 여궁사들의 위업은 신화(神話)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淸河

‘로동신문’ 기사

북한에는 로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조선신보 등 4종류의 일간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자료취급지침규정은 ‘북한 원전을 구매, 구입 또는 열람할 경우에는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조선중앙통신이 매일 싣고 있는 노동신문 기사를 누구나 검색해 볼 수 있다. 지난 8월7일부터 12일까지의 노동신문을 분석해보면 전체 6개 지면 중 북한정부당국의 정책과 방침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내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뜻밖에도 우리 신문처럼 화제, 스포츠, 국제, 남한관련, 미담, 세계상식에 대한 기사도 있다. 한자와 광고는 없다. 대부분 김일성대학 출신 기자들이 작성하는 노동신문은 선전문구에 치중하다보니 보도의 육하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시사성이 떨어진다. 이 노동신문 2000년 8월7일자 국제기사면에는 “지금 세계적으로 6억명에 달하는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삶의 막바지에서 헤매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나라 어린이들의 처지는 불우하기 그지 없다. 현재 미국에서는 1천450만명의 어린이들이 빈궁 속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영국에서는 13세 아래 어린이들의 4분의 1이 고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광산에서 일하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다(하략)”고 한다. ‘남조선 언론사 대표단 백두산 밀영방문,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를 참관’제하의 남한 관련 기사는 “(전략)대표단성원들은 항일의 피바다, 불바다를 헤치시고 우리 인민에게 빼앗겼던 조국을 찾아주신 민족의 위대한 어버이 김일성동지의 불멸의 업적을 만대에 길이 빛내시려는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숭고한 뜻과 현명한 영도에 의하여 우리 조국과 민족의 만년 재보로 소중히 보존되어 있는 청봉숙영지, 건창숙영지를 찾았다”고 소개했다. 9월18일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선로동당중앙위원회 위원이며(중략)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인 강현수동지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들 표시하여 18일 고인의 령전에 화환을 보내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아직도 이러한 사회다. /淸河

석유

석유(원유)가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해선 유기설과 무기설이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유기설이 유력하다. 옛날 바다에 있던 원생동물 해조등 동·식물의 시체가 오랜 세월동안 땅속에 묻혀 썩지 않고 남은 기름끼가 지하의 열과 압력에 의한 작용을 받아 분해돼 석유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석유는 낙타 등처럼 솟은 배사구조의 지층에 고이므로 이를 유층이라 하며 유층이 많은 지역을 유전이라고 한다. 이를 채굴하려면 철구를 세워 유정(油井)을 판다. 석유는 대체로 지하 4천m에 매장돼 있다. 이토록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오랜 지질시대를 통해 생성됐기 때문이다. 즉 지구가 시생대 및 원생대(22억년전), 고생대(2억5천만년전), 중생대(1억5천만년전), 신생대(6천5백만년전)를 거치면서 수없이 겪은 해침(海侵) 해퇴(海退)의 반복과 지층에 파도같은 만곡이 생기는 습곡작용 끝에 유층이 생성된 것이다. 이때문에 석유는 지질시대의 바다였던 지금의 유전뿐만이 아니고 지금의 바다에도 많이 묻혀 있다. 북해 노르웨이 수역,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샌터바버러해협등엔 육지유전 못지 않은 규모의 해저유전이 확인됐다. 지하에 남아있는 석유자원은 통설 2조배럴이며 심해저까지 포함하면 3조5천억배럴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육지의 석유는 중동지구가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가져 전 세계 매장량의 55%를 차지한다. 고유가 행진으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특히 구조조정 실패로 엎친데 덮친격의 큰 치명상을 입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봄까지는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겨울 넘길 일이 큰 걱정이다. 석유문제는 평소에 대처해두었어야 할 일이다. 또 멀리 보아 언젠가는 석유매장량이 바닥날때가 온다. 제3의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白山

YS문제

리처드 M 닉슨은 197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회의를 도청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정치도의에 치명상을 입고 스스로 물러난 대통령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불명예스런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었다. 그러나 오늘의 미국민들이 생각하는 닉슨은 퇴임때와는 다르다. 퇴임후 왕성한 저술활동 및 강연, 자선봉사사업으로 완전히 그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대통령까지 지낸 김영삼씨(YS)가 아직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IMF 대통령’의 불명예를 회복하려는 끈질긴 집념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정치복귀를 위해 이래저래 시도하다가 여의치 못한 YS가 이번엔 김정일규탄대회 및 국민서명운동을 벌인다고 한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그로서는 걸맞는 일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운동이 국가와 민족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실로 황당하다. YS가 진실로 명예회복을 하고 싶으면 닉슨을 본받아야 한다. 되지도 않은 정치험담보단 덕담이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 정치와 완전히 담 쌓은 사회봉사가 이미지변화에 도움이 될 것인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YS의 규탄대회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보수의 순수성을 먹칠한다’는 부정적 반응이 있었다. 이런 판에 지난번 서울에 왔던 북측의 김용순노동당비서가 임동원국정원장과 회동을 가진 신라호텔주변에 YS 등을 비방한 괴이한 전단이 뿌려졌던 것 같다. 애국 뭣이라는 유령단체 이름으로 행해진 전단살포는 정말 무모한 짓이다. 그런 전단이 굳이 없어도 YS를 제대로 볼줄 아는 많은 국민들에게 아무 쓸모없는 의구심만 불러 일으켰다. 누가 무슨 동기로 그런 짓을 했는지 잘 모르겠으나 유치하고 유감스런 일이다. 우리 모두가 좀더 성숙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白山

박상천의원

우리 지역사회 일은 아니지만 생각할수록이 불쾌하다. 한창 지났지만 한마디 해야겠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상천의원(민주당)이 지난 추석 이튿날 고향인 전남 고흥에서 귀경하면서 경찰 선도차 안내를 받았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선도차는 지방도와 국도를 약 10㎞ 달리면서 차량이 심히 정체된 곳에서는 중앙선을 넘어 추월했다는 것이다. 초법적 선도를 받은 승용차는 박의원만이 아닌 일행을 합쳐 세대나 됐다니 그 모습이 가관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 불쾌한 것은 그들의 변명이다. 경찰측은 박의원 일행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순찰중의 경찰차 뒤를 따라 붙었다하니 ‘새끼줄을 훔쳤더니 줄에 매인 소가 따라오더라’는 옛 속담이 생각난다. 차안에서 졸아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른다는 박의원측 해명도 말이라고 하는 것인지. 차라리 ‘좀 바쁜 일이 있어 그렇게 됐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면 한번 욕얻어먹고 말 일을 두고두고 욕얻어먹을 짓을 더한다. 박의원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몇달전에 역시 신문에서 본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 이야기다. 5선의 그 상원의원은 의원회관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귀가길에 사소한 교통법규위반으로 범칙금이 통보되자 직접 경찰에 찾아가 ‘미안하게 됐다’고 사죄하며 돈을 납부했다는 것이다. 의원처우규정상 그 정도의 위반은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도 면책사유를 대지 않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의 국회는 왜 민주주의 정치를 잘 하고 우리의 국회는 왜 항상 싸움질만 일삼는지 그 이유를 알것 같아 씁쓰레하다. 현저한 의식의 차이가 발견된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고 했으니. /白山

거리의 판사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정돼 있으며, 그리고 번영하고 있는 사회”라고 평가한 싱가포르는 이른바 ‘클린 앤드 그린(clean and gree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초질서 확립에 주력한 결과 맑고 깨끗한 환경의 보전은 물론 국가 청렴도도 상위 그룹에 들어가 있다. 이 싱가포르는 ‘벌금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반(反)사회적 행위에 대해서 아주 강경한 법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용변 후 물을 내리지 않은 경우 처음 적발되면 우리 돈으로 9만7천500원 정도 물지만 두번째는 65만원을 물어야 된다고 한다. 벌금이 무서워서라도 기초질서를 안지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교통질서문화는 그래서 아마 세계 제1위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통문화의식은 낮아도 한참 낮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의경(義警)들이 교통단속을 할 때 “의경한테는 장관도 안통한다”거나 “의경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원리원칙대로’ 교통단속을 실시하는 의경은 가히 ‘거리의 판사’였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 특히 힘있는 사람들에겐 ‘원리원칙’이 불편하고 무례한 것으로 비쳐졌는지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작년 6월부터 의경은 교통단속에서 손을 떼게 했다. 지난 6월 현재 의경 1천336명을 포함, 외근을 하는 교통경찰은 모두 4천985명이라고 한다. 1999년말 전국의 차량수가 1천300여만대라고 하니까 외근 교통경찰 한 사람이 담당하는 차량 대수는 3천500대쯤 된다. 의경편에서 생각하면 거리에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고 인심만 잃는 일이겠지만 교통경찰 인력이 보강될 때 까지만이라도 교통단속에 의경이 다시 투입됐으면 좋겠다. 강경한 법을 집행, 기초질서를 확립한 싱가포르가 생각나고 우리나라 교통질서가 하도 엉망이어서 하는 이야기다. /淸河

한반도旗

남북통일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그려진 ‘한반도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1년 3월 일본 지바에서 열렸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였다. 그때 남과 북은 탁구 및 청소년축구 단일팀에 합의하면서 함께 사용할 선수단기를 각자 그려온 몇가지 시안 가운데서 골랐다. 남북이 그려온 시안은 엇비슷했지만 파란 바탕의 한반도기는 북한측 안(案)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한반도기가 9년만에 다시 국제무대에, 그것도 올림픽경기장에서 다시 휘날리게 되었다. 한국시간으로 15일, 오늘 오후 6시에 시작되는 선수단 입장식에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 운집한 11만명의 관중을 비롯 전 세계 60억 지구촌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97번째로 태극기와 인공기를 대신한 한반도기가 등장, 남과 북이 하나 됐음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것이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옛 동독과 서독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적은 있지만 분단국이 하나의 깃발아래 동시에 입장한 것은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사상 처음이다. 남북 각 90명의 선수단이 서울에서 정성껏 만들어진 밝은 베이지색 바지와 치마에 짙은 감색의 상의, 오렌지색 넥타이의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왼쪽 가슴에 명함 크기의 한반도기를 핀으로 달고 입장, 남과 북이 하나 되었음을 한층 돋보이게 할게 분명하다. 더욱이 남측 정은순, 북측 박정철 공동기수 바로 뒤에는 이례적으로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겸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북측의 장웅 IOC 위원이 손을 맞잡고 행진한다. 한반도기의 재등장은 이렇게 전 세계적인 화제다. 최근 통일을 대비한 새로운 국기 시안이 나오고 있지만 한반도기를 아예 국기로 제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반도기는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훌륭한 통일된 남과 북의 상징이다. /淸河

추석값

淸河2천800만명의 대이동이 있었던 4일간의 추석연휴가 끝났다. 도로가 막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의 추산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기간 중 도로를 이용한 인구는 2천500만명이고 나머지는 철도와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의 경우 총 이동거리는 12억㎞가 넘고 유류는 1억2천900만ℓ가 소비돼 1천677억원을 길에 뿌린 셈이다. 여기에 이동중 소비한 음료, 식사 등의 비용까지 합치면 고향을 오가며 도로에만 뿌린 사회적 기회비용이 불과 4일만에 5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상세히 산출하면 아마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추석으로 인해 지불되는 기회비용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은 고향의 부모님, 친지들을 만나 오랜만에 휴식을 취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 효과라고 하겠다. 추석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고유의 높은 가치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에선 추석이라 하여도 다수의 이동이 극히 적다고 한다. 추석 당일에는 도내에 한하여 통행증 없이 이동이 가능하지만 도 경계를 벗어나려면 며칠 전 부터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다른 도에 살거나 묘소가 타도에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남한처럼 가족들이 한데 모여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하기가 매우 어렵다. 성묘를 한다고 하여도 조상에게 큰 절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음력설, 한식, 단오, 추석 등 4대 민속명절에 성묘하고 벌초하는 풍습은 남한과 마찬가지지만, 설날에도 세배를 하지 않고 조상에게 큰 절을 올리지 않는 제도 때문이다. 설날이나 추석때면 1천만명 이상이 고향을 찾아가는 남한의 대이동을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모든 남북이산가족의 조기상봉이 올 추석을 전후하여 더욱 절실해졌다. /淸河

텔레비전방송

최초의 텔레비전 전파를 쏜 것은 1956년 5월 12일 오후 7시30분 HLKZ-TV다. AFKN보다 1년 4개월 앞선 이 무렵엔 수상기보급이 안된때여서 서울역전 광화문 파고다공원등지에 대형 수상기를 설치, 행인 시청자들이 운집하곤 했다. 편성과장이었던 황문평씨(작곡가)는 “그때도 광고를 했는데 아나운서가 직접 상품을 들어보이며 멘트를 했다”고 회고한다. 지금의 CF에 비하면 격세지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미교포 실업가가 민영방송으로 하루 2시간씩 방영한 HLKZ는 약 1년만에 장기영 한국일보사장에게 넘어가 DBC-TV로 개편됐다가 1959년 2월 2일 새벽 불이 난 바람에 문을 닫았다. 본격적인 텔레비전시대를 연 것은 1961년 12월 31일 KBS-TV 개국과 함께 한다. 이때 드라마(단막극)를 방영하면서 탤런트가 없어 장민호 오현경 나옥주 이순재씨 등 연극배우들이 출연했다. 최정훈 최길호 박병호 김혜자 정혜선 박주아씨 등은 개국때 공모한 KBS 탤런트 1기생들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가 녹화방송이 시작된 것은 ENG 카메라가 도입된 1970년대 후반부터며 흑백에서 컬러화한 것은 1980년이다. 텔레비전방송은 전파의 신속성 영상의 현장성에 단연 다른 매체의 추종을 불허해 보도 교양 오락 등 방송기능 3대분야에서 독보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텔레비전시청은 누구나 하루 일과의 한부분을 차지할만큼 생활화된 가운데 막강한 위력을 뿜고 있다. 일요일을 포함한 추석연휴 나흘동안에 적잖은 총애를 받을 것이 텔레비전 수상기가 아닐까 한다. ‘바보상자’라고도 불리는 수상기를 안보면 한편 궁금하기도 한 텔레비전방송들이 연휴동안 무엇을 준비해 보여줄 것인지. /白山

북한전망대

수도권에서 가까운 북한전망대는 김포시의 애기봉전망대, 파주시의 오두산통일전망대와 임진각(전망대) 등 3곳으로 모두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들 전망대 중 올들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임진각으로 지난 8월까지 72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 한햇동안의 방문객 18만명의 거의 4배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월에는 한달동안 무려 36만여명이 방문했다.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부터 실향민과 가족단위 방문객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 하루 평균 주말이면 2천대, 평일 700대의 차량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다는 것이다. 임진각 방문객이 이렇게 급증한 이유는 보수작업을 거쳐 지난 1월 일반에 개방한 ‘자유의 다리’와 경의선이 다니던 독개다리, ‘평화의 종’, 탱크 등을 전시한 야외안보전시관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오두산통일전망대의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 올들어 지난해보다 7∼8% 증가했다. 오두산전망대는 전망대 건물이 남한의 한강과 북한의 임진강이 만나는 해발 140m의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 북한의 개성 송악산 등을 한 눈에 볼수 있어 좋다. 애기봉전망대는 도로망이 좋지 않고 차량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출입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2천500여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애기봉전망대는 북한 황해도 개풍군과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다 해발 154m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북한주민들의 움직임과 생활상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이들 3곳의 북한전망대에 추석과 연휴를 맞는 실향민들이 찾아와 향수를 달랠 것이다.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은 북한전망대라도 찾아가겠지만 그러나 북한에서 남한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북한에는 아직 ‘남한전망대’가 없는 것이 바로 남과 북의 차이점이다. /淸河

교도관이 불쌍하다

최근 도내의 모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재소자들이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교대로 통증을 호소하며 외부병원 진료를 요구해 근무자들이 잠을 설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이 통증 호소는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꾸민 꾀병이었다. 이러한 사례쯤은 이제는 그야말로 아무 일도 아닌게 되었다. 준강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수감중인 어떤 재소자는 만기출소를 하루 앞두고 수감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문을 걷어 차면서 “나가면 죽여버리겠다”고 교도관을 협박했다. 마약복용 혐의로 수감중인 다른 재소자는 수감실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도관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물론 이러한 재소자는 추가 처벌을 받았지만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로 징벌을 받은 재소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교도관은 재소자가 부르는데 빨리 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재소자에 의해 직무유기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교도소 안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수용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처우기준이 개선된 반면 이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교정인력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줘야 할 일은 몇 배로 늘어났는데 사람은 옛날 그대로이다보니 충돌이 되풀이되고 급기야는 재소자들에 의해 집단 ‘이지매’를 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상식선을 넘는 무리한 권리행사를 요구하는 일부 재소자들도 문제가 있지만 교도관 충원이 절실한 증거이다.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언제 그들에게 고소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면 누가 믿겠느냐. 재소자 인권만 있고 교도관 인권은 없느냐”는 교도관들의 불만을 정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淸河

훌륭한 自省

원로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82세의 조찬선 목사가 ‘기독교의 죄악사’라는 책을 펴냈다. “교회는 이런 잘못을 했다”는 고백록이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성직자들의 장사하는 집이라고 진단했다. 시장바닥의 상도덕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도 쟁탈전, 목회자의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한 십일조의 강요, 그것도 모자라 헌금자의 명단까지 주보에 싣는 파렴치한 행위들이 공공연히 벌어진다고 통박했다. 또한 죄인을 양산하는 위선과 기만의 장소다. 목이 터져라 죄를 회개하고 통곡하는 통성기도는 위선과 기만의 연습시간이라며 교회가 기쁨의 장소가 아니라 신도들에게 죄의식만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원죄론이 결국은 교인의 돈을 뜯어내려는 목회자의 협박 무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고 했다. 군사정권의 대통령을 억지로 조찬기도회에 불러 놓고 서로 경쟁적으로 아첨을 떠는 등 권력과의 결탁은 한국교회가 가롯 유다의 전통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18∼19세기 선교사들의 만행, 십자군의 잔인성, 면죄부의 타락상, 교황의 부패상, 두 얼굴의 청교도 등도 폭로하고 교리문제까지 지적했다. “기독교만이 사랑과 구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종교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종교적 배타성과 독단성’이 전쟁과 학살, 타문명 파괴 등 인류에 지대한 해악을 끼쳐왔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새로운 분쟁과 전쟁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찬선 목사는 “기독교의 죄를 폭로해 궁지에 몰아 넣으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혁명적인 개혁을 통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으로 되돌아가게 하고자 책을 썼다”고 말했지만 용기있는 자성이 충격적이다.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성웅 마하트마 간디(1869∼1948)가 남긴 말이다. /淸河

직능의식

아인슈타인(1879∼1955)이 나치에 의해 추방되기전 1920년 독일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세계경제공황이 일어나 아인슈타인의 생활을 걱정한 몇몇 미국인들이 수표를 보냈다. 한달이 지나서 이를 비로소 알게된 부인이 남편의 연구실 책갈피를 뒤져봤더니 그 속에서 수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연구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전에는 사랑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하는 것만 사랑한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노벨화학상을 받은 퀴리부인은 1906년 남편을 잃고 생활이 어려웠으나 라듐에 관련한 주변의 특허권유를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킬 수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지금은 다르다. 어떤 분야든 대가나 거장이 되면 노력에 상응한 처우를 돈으로 따져 환산한다.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킨다기보다는 돈으로 평가한다고 할까, 학문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학문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같으면 직능 자체의 평가보다는 국회의원은 차관급이냐 뭐냐, 지방의원은 부단체장급이냐 뭐냐하는등 관직과 비교하기를 즐긴다. 사회가 벼슬과 황금위주의 양대구조로 의식해온 탓이다. 비근한 예로 교장은 누구나 교육감이 될수 있고 교육감을 그만 두면 교장으로 되돌아갈수 있는데도 교육감을 큰 벼슬자리로 사회는 우월시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돈많은 금만가나 재벌이 의사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인명을 맡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술이든 의술이든 의사가 사회의 존경을 받는 것은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인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에 당치않은 점이 있어 일부 의사들이 파업을 하고는 있으나 너무 오래 끌어 원성을 듣고 있다. 직능의식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白山

낙과 팔아주기

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교목성 낙엽과수다. 봄에 피는 배나무밭의 배꽃은 순백인 것이 가히 장관을 이룬다. 근대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梨花)학당 이름이 하얀 배꽃의 순결을 상징한 것으로 생각된다. 배는 맛도 있지만 해열에 좋고 이뇨에 도움이 되어 한약재로도 처방된다. ‘고려사’의 경제편이랄 수 있는 식화지(食貨志)에 배나무식재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당시의 배는 거의 야생의 돌배였고 1906년 뚝섬원예모범장이 설립된 뒤 개량품종 보급과 함께 1910년대엔 일본품종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배다. 태풍 프라피룬이 몰고온 비바람으로 배나무의 낙과가 절반 가까이나 되어 경작농가 피해가 막심하다. 당장 수출물량을 대지못할 형편이라니 여간한 낭패가 아니다. 수출선적도 큰 일이지만 쌓인 낙과처분이 어려운 형편이어서 낙과 팔아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알고보면 잘 농익을수록이 역할을 다한 꼭지가 약해져 피해를 당한 것이 낙과다. 까치가 종이봉지에 쌓인 배를 어떻게 잘 알아보는지 종이를 찢고 쪼아먹다만 배일수록 맛이 꿀맛인 것과 같다. 배는 다른 과일과 달라서 심지어 썩어도 먹을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맛이 더 있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는 속담이 이래서 나왔다. 낙과는 겉모양의 상품성이 떨어져 비록 수출은 못해도 실수요의 내수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낙과가 실속은 더 있다 할수 있다. 낙과 팔아주기 운동에 많은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 /白山

대통령의 말

말이란 정말 무섭다. 말한마디 잘못하여 손해가 막심하거나 봉변을 당하고 반대로 말한마디 잘해서 이득을 보거나 인심을 얻는 예가 범사에 허다하다. 이때문인지 말을 두고 일깨움을 주는 경구 잠언이 유별나게 많다. 잘못한 말은 나중에 취소하거나 사과해도 안한것만은 못하다. 말은 범인의 범사에 이처럼 중요하지만 사회지도층엔 더욱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의 말은 더더욱 막중하다. 우리같은 정치후진국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법률에 우선한 기속력을 갖는다. 예컨대 ‘골프대중화론’이후부터는 조심조심하던 공무원 골퍼들이 드러내놓고 즐기는 골프해방을 만끽하고 있다. 박봉에 무슨 돈으로 골프치고 골프가 과연 서민대중 스포츠인지는 잘 알수 없지만. 지난 4·13 총선때는 선거법 불복종선언이 나오기 바쁘게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어 검찰과 선관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1일 민주당 최고위원초청 청와대 만찬에서는 지방의원 외유의 당위론이 나왔다. “지방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는 것을 언론이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으나 배우는 것이 많은 만큼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대중대통령이 당최고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이바람에 한동안 자제하는 쪽으로 기울던 지방의원들 외유가 “장려해야 한다”는 대통령말에 기가 살아 더욱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성일정 투성으로 짜여지곤 한 과거의 외유에 그래도 배울게 많다면 더 할말은 없다. 언론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지방의원 외유가 잘못된 것인지는 지역주민들이 더 잘 알아 판단할 것이다. /白山

제청(提請)

경제는 경국제민(經國濟民)의 준말로 본래는 정치적 용어였다. 문화 역시 문치교화(文治敎化·왕이 문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며 계도함)의 준말로 정치용어였다고 할수 있다. 요즘 단명 사고가 자주 생겨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드는 ‘장관’이란 용어도 원래는 자신의 상관이나 기관의 장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국무를 맡아보는 각 부(部)의 으뜸가는 벼슬로, 국무위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부장(部長), 상(相·대신)으로 칭하고 북한도 상으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에 령(令)이라 했고 백제는 좌평(佐平), 고려시대에는 상서(尙書)라고 불렀다가 몽골침략 후에는 판서(判書)로 고쳤다. 조선시대에도 판서라고 했다가 고종 때 대신으로 바꿨으며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에는 총장이라 했다. 장관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이다. 송자(宋梓) 교육부장관이 취임 23일만에 도덕성시비로 퇴진하고 새 장관이 임명됐다. 국민의 정부에서 임명된 지 두 달도 안돼 물러난 ‘단명장관’이 송 전 장관을 포함 4명으로 늘어났다. 주양자(朱良子) 전 복지부장관이 두달만에,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부장관이 보름만에, 연극배우 출신 손숙(孫淑) 전 환경부장관이 한달만에 낙마했다. 낙마원인은 4명이 모두 임명 직후 개인비리 의혹이나 신상문제가 불거지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도중하차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提請)은 ‘임명하도록 정식으로 추천’한다는 뜻이다. 입각대상자는 물론 대통령이 인선한다. 그렇다고 말썽이 생겨 낙마하는 장관을 제청한 국무총리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수 없다. 국무총리가 우선 철저히 검증한 후 제청해야 한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비난이 또 나와서는 안된다. /淸河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雨)를 소재로한 문학작품, 특히 운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동양인, 그 중에서 우리 한국인은 비에 유난히 다정다감해서인지 자고로 비를 읊은 운문들이 많다. “한식 비온 밤에 봄빛이 다 퍼졌다/무정한 화류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어떻다 우리의 임은 가고 아니 오는고” - 신흠(1566∼1628)의 시조. “자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 끼인제/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석양에 짝 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노매” - 조헌(1544∼1592)의 시조.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추풍 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계랑(1513∼1550)의 시조. “비 내리는 봄밤에 낙숫물 소리/노자가 한 평생 사랑한 소리/베옷으로 몸 가리고 등불 돋우며/아내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네” - 권필(1569∼1612)의 한시(漢詩). “찬 비는 밤 새도록 대숲 울리고/가을이라 풀벌레는 침상곁에서 우네/흐르는 세월을 어찌 머물게 하랴/짙어 가는 백발을 막을 수 없구나” - 정철(1536∼1593)의 한시. “가만히 오는 비가/낙수져서 소리하니//오마지 않은 이가/일도 없이 기다려져//열린 듯 닫힌 문으로/눈이 자주 가더라” - 최남선(1890∼1957)의 시조 ‘혼자 앉아서’. 비를 소재로 한 시와 시조는 참으로 많은데 봄비를 노래한 작품은 ‘이별’이라고 하여도 유정하다. 그러나 가을에 듣는 빗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비감에 젖게 한다. 요즘 경기북부지역이 경기남부지역에 이어 또 수해를 당해 심란스럽기 짝이 없는데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비가 자꾸만 내린다. 수해지역에 내리는 비가 원망스럽고 빗소리가 두려운 이유는 아무리 예술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생존을 앞설 수 없기 때문인듯 싶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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