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방식 제각각 전통시장 환급행사…“기다리다 지치고, 가기 힘들고” [현장, 그곳&]

“환급 한번 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정부가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령층을 위해 마련한 ‘설맞이 전통시장 환급행사’의 운영방식이 제각각이라 방문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전통시장은 행사 시간을 공지하지 않거나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부스를 설치해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전 9시40분께 구리전통시장의 온누리 상품권 지급처 앞. 노인 5명이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지급처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양손에 핫팩을 들고 추위를 견디던 심순자씨(가명·75·여)는 “여기서 바꾸면 된다는 데 문이 닫혀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며 “너무 추운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부천신흥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교환 행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한다는 직원의 안내에 한참을 기다리던 한 노인은 끝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상품권 지급처가 고령층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하남신장시장은 온누리 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높고 좁은 계단 수십개를 올라가야만 했다. 계단을 보며 망설이던 한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기도 했다. 북수원시장 역시 지급처가 시장상인회 2층에 있어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오가고 있었다. 김근형씨(가명·81)는 “다리가 불편해 환급 받기가 어렵다. 노인들을 위한 행사라고 해 놓고 이렇게 불편한 곳에 있으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로페이를 활용한 할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마련된 행사가 정작 현장에선 배려없는 행사로 전락한 셈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마다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율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이용시간 공지를 했으나,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시장 입구 등 곳곳에 운영시간을 게시하겠다”고 말했고, 또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2층에 설치했다. 고령층 이용량이 많은 만큼 접근성 좋은 장소로 옮기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 위해 지난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교환권을 지급해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행사다. 도내에선 ▲구리전통시장 ▲북수원시장 ▲광주경안시장 ▲못골시장 ▲김포양곡오라니장터 ▲오산오색시장 ▲부천신흥시장 ▲하남신장시장 등 8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인천 전통시장 ‘화재 불감증’ 여전 [현장, 그곳&]

19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종합시장. 설 연휴를 앞두고 시민들로 북적이는 이 곳 통로에는 해산물과 채소 등을 파는 매대가 가득했다. 매대를 가운데 두고 양 갈래로 나뉜 통로는 한눈에 봐도 소방차는커녕 시민이 통행하기에도 비좁아 보였다. 시장 한켠에 소화기 6개가 몰려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점포에선 5분을 뛰어야 도착할 만큼 먼 거리로 적재적소에 화재 예방 장비 비치도 미흡한 실정이었다.  같은 날 남동구 모래내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 이 곳의 소화전과 소화기함은 상인들이 쌓아둔 물건 탓에 아예 열 수가  없었다.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과 석바위시장, 계양산시장 등을 점검한 결과, 소화기가 한 곳에 몰려 있거나 전선과 수조가 붙어 있고, 비상소화장치함이 자물쇠로 잠긴 곳도 발견됐다.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회에서 소방차 진입로 확보 등을 위해 매대나 물건을 옮기라 해도 강제권이 없어 상인들이 잘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전통시장이 소방차가 진입해야 할 통로가 막혀 있거나 가연성 물질이 무방비로 방치돼 있는 등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 2022년 인천지역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0건으로, 재산피해는 1억1천400만원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4건, 2019년 3건, 2020년 6건, 2021년 11건, 2022년 16건으로 증가 추세다.   백창선 단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의 화재는 주로 전기선에서 시작하고 특히 겨울철 난방기구에 의한 화재가 많다”며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천장도 최근 화재로 사상자가 나온 방음터널의 천장과 같은 소재여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몰리는 시장은 화재 시 큰 피해가 발생하므로 화재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화재 위험 요소를 수시로 제거하고 있다”며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안내를 하는 등 사고 방지에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불꺼진 학교 앞 버스정류장… 학생 안전 ‘깜깜’ [현장, 그곳&]

“그림자와 같이 어두운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서 있으면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경기지역 초·중·고 인근 버스정류장 조명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며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의 대평중학교 인근 버스정류장. 이곳 위치를 알리는 간판과 버스정류장 천장 등 총 6개의 조명은 모두 꺼져 있는 상태였다. 해당 정류장은 바로 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데다 인근에는 상가 건물이 즐비해 학생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오가는 곳이었지만 조명은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최선은군(가명·15)은 “학원을 마치고 나면 오후 10시인데 정류장 불이 꺼져 있어 무서울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며 “설상가상 휴대전화 배터리까지 나간 날은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무늬만 버스정류장 조명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의왕시 삼동의 부곡초 인근 버스정류장의 매립형 조명 4개 중 1개가 불이 나간 상태였다. 나머지 조명마저 빛 밝기가 어두워 15m가량 떨어져 이곳을 바라봤을 땐 버스정류장인지 분간조차 못 할 정도였다. 또 의왕시 월암동의 부곡중 인근 역시 빛 한 줄 볼 수 없어 이곳에 부착된 노선 안내도는 휴대전화로만 식별할 수 있었다. 18일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자동 대평중의 버스정류장에 대한 한 달 평균 6~18세 이용 비율은 15%(1만1천563건 중 1천729건), 월암동의 부곡중은 21.1%(374건 중 79건) 등으로 집계되는 등 위치 특성상 청소년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조명이 꺼진 버스정류장이 발견되고 있으나 이를 개선할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수원특례시의 경우 공무원 1명이 1천300개의 관내 모든 버스정류장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모든 현장을 돌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민원에 의해 이를 확인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에서 비롯됐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에 따라 유지 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나 24시간 점검을 나갈 수 없는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건 사실”이라며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정류장을 이용할 수 있게끔 다양한 대책을 고심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의 전체 버스 정류장은 3만5천289개다.

찢기고 떨어지고… 광고물 부착방지판 ‘애물단지’ [현장, 그곳&]

“광고물 부착 방지 효과도 없고, 오히려 광고물보다 더 지저분해요. 세금 낭비 아닌가요.” 15일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대형마트 인근 인도. 훼손되다 못해 완전히 찢긴 광고물 부착 방지판의 잔해물이 도로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었다. 또 다른 전신주에 붙은 광고물 부착 방지판은 찢어진 채 바람에 휘날리며 지나가는 시민들을 위협했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잔해물을 피하려다 다른 시민과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바닥에 떨어진 광고물 부착 방지판을 지켜보던 김금래씨(가명·70·여)는 “저번부터 덜렁덜렁 거렸는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도 관리를 안한 것 같다”며 “보기 흉하다. 관리 주체가 빨리 치워야 되는 것 아니냐”고 혀를 찼다. 같은 날 이천시 백사면 현방리의 한 골목. 이곳에 설치된 광고물 부착 방지판 역시 잔뜩 찌그러진 채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더욱이 찌그러지면서 광고물 부착 방지판의 날카로운 면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누가 부딪히기라도 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광고물 부착 방지 효과도 미미해 보였다. 광고물 부착 방지판 주위에는 청테이프로 휘감은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찢어진 광고물 부착 방지판 사이로 붙인 지 수년은 된 듯한 광고문도 돌출돼 있었다.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설치된 ‘광고물 부착 방지판’이 관리부실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본래 설치 목적인 광고물 부착 방지 효과도 미미한 데다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광고물 부착 방지판은 일선 지자체들이 불법 광고물 부착을 막고 감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 관리한다. 그러나 설치 주체가 제각각인 데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설치 대상을 정하고 있어 설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경기일보 취재진이 한 지역의 훼손된 광고물 부착 방지판에 대해 해당 지자체 관계 기관에 모두 문의했으나, 누가 언제 설치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앙정부 지침부터 동 단위 사업 등 설치 관리 주체가 다양하고 한 번 설치되면 거의 교체되지 않아 정확히 누가 언제 설치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면서 “훼손된 부분이 있다면 현장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버스 타자마자 급출발… 경기지역 시민안전 ‘휘청’ [현장, 그곳&]

“사람이 타고 내리는 것도 안 보고 문을 닫아버린다니까요.” 13일 오전 경기일보 취재진이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곡반정동차고지 방면의 시내버스에 탑승했다. 탑승 하자마자 버스는 급하게 출발했고,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급정거와 급출발을 이어갔다. 한 정류장에서는 접이식 수레를 들고 버스에 오르는 50대 여성이 카드를 찍기도 전에 출발해 이 여성이 순간 균형을 잃는 등 위태로운 모습이 연출됐다. 그 다음 교차로에서는 무리한 우회전을 시도하다 직진하던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더욱이 해당 버스 기사는 앞 차량이 차선변경을 하거나 낮은 속도로 주행할 경우 경적을 계속 울리는 등 기자가 버스에 탑승한 15분여 동안 10번 넘게 경적을 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이후 탑승한 다른 버스는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제한 속도 30㎞ 구간에서도 시속 50㎞가 훌쩍 넘는 속도로 주행하다 단속 카메라를 맞닥뜨리고서야 속도를 낮췄다. 같은 날 의왕시에서 탑승한 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됐다. 탑승객들이 버스에 올라타거나 내리기만 하면 바로 출발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주행 중에 이동하지 말라’고 적힌 안내 문구가 무색해 보였다.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일어서서 내릴 준비를 하던 이옥란씨(59·여)는 “늦게 내리면 버스가 그냥 갈 때도 있고, 내리고 나서도 버스가 금방 출발하니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주요 이동 수단인 버스의 난폭운전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날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교통불편신고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매달 난폭운전과 불친절 등 1천여건가량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300건이 넘는 불편사항들이 접수됐다. 대부분 급정거와 급출발, 과속, 미정차 운행, 욕설, 주행 중 통화 등이었다.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민원에 대해선 각 운송사에서 맡아 해결하고 있다. 조합에선 안전이나 친절 교육을 독려하는 역할 정도만 하고 있다”며 “행정처분 등 제재 조치는 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자체도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신호위반 등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이 아닌 경우 별도의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지속적인 지도 단속에 나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도내 시내버스 관련 사고(버스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1천121건이 발생했다. 이 사고들로 15명이 사망하고 1천649명이 다쳤다.

돈줄 끊긴 서민 유혹… 경기도 불법대출 광고 기승 [현장, 그곳&]

11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사거리. 이곳 가로등과 건물 외벽 등엔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긴급지원 200만원까지’, ‘신용카드 현금화’ 등의 문구를 내세운 스티커형 광고물 27장이 빈틈 없이 붙어있었다. 붙여진 지 오래돼 빛바랜 광고물은 억지로 잡아뗀 듯 찢어져 있었고, 그 위엔 붙인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광고물이 3~4장씩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날 용인특례시 수지구 풍덕천동 일대도 같은 상황. 학생부터 직장인, 어르신들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이 일대 길바닥엔 ‘대출 119’, ‘소득 있으면 빠른 대출 가능’이라고 적힌 빨간 명함형 광고물 수십장이 뿌려져 있었다. 명함을 한참 동안 들여다본 시민 이창덕씨(가명·59)는 “2년 전 일자리를 잃고 진 빚도 많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빚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며 “불법 대출 광고인 걸 알면서도 이런 광고를 보면 ‘대출 받을 수 있을까’라고 혹하게 되고 실제 돈을 빌리려고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고금리 상황 속 취약계층을 노리는 불법 대부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2019년부터 대부업 실태조사 및 합동점검, 불법 사금융 광고물 수거단(도민감시단) 운영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선 불법사금융 전단지, 명함·스티커형 전단지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물이 무분별하게 배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단속한 불법 대부 광고 건수는 2020년 26만8천404건, 2021년 33만6천440건, 지난해 65만7천5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무분별한 불법 대부 광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꾸준한 단속만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전적으로 힘든 취약계층의 경우 조건에 구애 받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에 쉽게 걸려들 수 있다. 불법 대부 영업장은 이를 악용하는 것”이라며 “지자체는 지속적인 단속으로 불법 대부 광고물을 차단하는 데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 경제수사팀 관계자는 “꾸준한 단속, 고객을 가장해 접근하는 수사 등을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법 대부 광고물은 발생하고 있다”며 “단속을 보다 강화하고 직접 발로 뛰며 불법 대부를 근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여성화장실 10곳 중 7곳... ‘안심벨’ 없는 범죄 사각지대 [현장, 그곳&]

“누구나 드나드는 공중화장실에 안심 비상벨이 없으면 갑자기 생기는 범죄에 속수무책 아닌가요” 10일 오전 9시30분께 화성시 봉담읍의 화성시립봉담도서관 화장실. 화장실 입구엔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듯 ‘여성안심화장실’ 표식과 함께 불법촬영을 경고하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장실 내 범죄 등 비상상황을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안심 비상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서관에 자주 온다는 여대생 전지수씨(22)는 “공중화장실은 위험하다고 생각돼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여성안심화장실이라고 해놓고 비상벨도 없으면 비상상황에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말뿐인 여성안심화장실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한 건물. 편의점, 병원, 약국 등이 밀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불특정 다수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이지만 건물 내 9곳 화장실 어디에도 안심 비상벨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특히 1·2층 화장실은 왼편에서 진행 중인 공사 탓에 밝은 대낮임에도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기도내 공중화장실 10곳 중 7곳 이상은 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과 ‘경기도청 직원 불법촬영 사건’ 등 공중화장실에서의 각종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안심 비상벨 확대 설치가 시급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기준 최근 3년간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2019년 4천529건, 2020년 3천852건, 지난해 3천154건 등 해마다 평균 3천800여건에 달하는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안심 비상벨은 이 같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시설의 관리자 또는 주소지 관할 경찰관서에 즉시 호출을 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장치다. 하지만 도내 공중화장실 10곳 중 7곳 이상은 안심 비상벨이 없는 범죄 사각지대다. 도내 공중화장실 1만1천316곳 중 안심 비상벨이 설치된 화장실은 3천2곳으로 26.5%에 그친다.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지자체의 비상벨 설치가 의무화 됐지만, 법률 개정안 시행 전까지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지자체의 선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순차적으로 비상벨을 설치하고 있어 없는 곳이 있을 수 있다”며 “올해 안에 관련 예산을 확보해 수요조사를 진행해 추가적으로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 역시 “각 지자체에 안심 비상벨의 중요성을 알리고 예산 등을 지원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비상벨을 설치하겠다”고 전했다.

경기지역, 무장애통합놀이터 ‘태부족’ [현장, 그곳&]

경기지역 무장애통합놀이터가 예산 부족과 까다로운 행정 절차로 인해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놀이터에 비해 편의성이 보장된 무장애통합놀이터의 확충이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동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오전 10시께 ‘THE 큰 무장애통합놀이터’가 있는 서호꽃뫼공원(수원특례시 팔달구). 5면의 장애인 주차 공간을 지나 입구 왼편엔 총 4개의 남녀 장애인·일반 화장실뿐만 아니라 가족 등이 함께 쓸 수 있는 가족화장실 1개가 있었다. 공원 곳곳은 보도블록 대신 휠체어가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는 바닥 마감재로 구성됐으며 시설물 간 턱과 계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폭 20㎝의 일반적인 그네 대신 성인도 탈 수 있는 크기인데다 등받이가 딸린 그네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이태영군(15)은 “다른 곳에서 그네를 타다 보면 너무 좁아 시설물에 부딪히거나 하는데, 이곳은 넓어 편하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팔달구 양지말어린이공원에 위치한 ‘양지말 무장애 꿈꾸는 놀이터’ 역시 미끄럼틀에 계단 대신 오르막길이 있는 등 장애의 벽은 허물어져 있었다. 반면, 일반 놀이터가 있는 오산동 어린이공원은 상황이 달랐다. 장애아재활치료 교육센터가 근처에 있는 이곳의 경우 놀이터 주변으로 최소 높이 5cm의 턱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처럼 무장애통합놀이터와 일반 놀이터의 이용 편의가 극명하게 엇갈리기에 행정 당국이 무장애통합놀이터의 필요성에 공감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 등에 따르면 도내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수원 2곳, 광명 1곳 등 총 3곳이다. 도내에 만 13세 미만 장애아동 1만5천599명이 거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시설 한 곳당 장애아동은 5천199명인 셈이다. 그동안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을 위한 시설 조성이라는 사회적 공감대하에 일선 시군이 맡았다. 그러나 해당 시설 예산(평균 8억1천여만원)은 일반 놀이터보다 통상적으로 3~4배 많은 만큼 시군에 재정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설계 전과 완공 후 국토교통부 등의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BF·Barrier Free)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장애인들도 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인식으로 이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화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무장애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인 아동 모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기에 행정 당국이 이를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도 관계자는 “올해 첫 사업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추가적으로 4개의 무장애통합놀이터를 만들도록 하겠다”며 “또 시·군에 대해선 도비 50% 지원과 같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세우도록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 목숨 건 ‘얼음낚시’ [현장, 그곳&]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 있는데, 언제 깨져도 이상할 게 없죠” 5일 오후 화성시 봉담읍의 한 저수지. 최근 이어진 한파에 꽁꽁 언 물 위로 곳곳에서 얼음을 뚫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쩍, 쩍’하는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구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불안한 취미 활동이 이어지는 현장 옆으로는 ‘얼음낚시 금지’라는 경고 표지판이 제 역할을 잃은 듯 무색하게 서 있었다. 같은 날 이천시 모가면의 한 저수지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고작 10㎝ 남짓 두께의 얼음 위에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는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물이 얼기 전까지 낚시객들이 자주 찾던 곳인데, 얼음 낚시를 위해 안정성 등을 확보해 조성한 곳이 아닌 탓에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이곳에는 이미 뚫어 놓은 구멍 위로 얇게 쌓인 눈이 얼음 막을 형성하면서 성인 남성의 발이 빠질 정도 크기의 구멍들이 ‘지뢰밭’처럼 변한지 오래였다. 지난해 이곳에서 얼음 낚시를 하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다는 박인석씨(가명)는 “얼음이 깨지고 갈라지는 소리는 더 튼튼해지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라며 “그때도 빠지기만 하고 큰 일은 없어서 그다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도내 곳곳에서 얼음낚시가 성행하면서 도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은 낚시 가능 저수지는 물론 낚시가 금지된 저수지까지 가리지 않고 얼음을 뚫은 채 목숨을 건 위험한 낚시를 이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2021년 겨울철(12~2월) 얼음 위에서 낚시를 하거나 썰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지면서 발생한 사고는 총 90건이다. 이 중 34건이 경기도에서 발생, 해마다 10건 이상의 사고가 나고 있었다. 얼음 낚시는 얼음이 깨져 물에 빠졌을 경우 물 밖으로 쉽게 나올 수가 없고,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얼음 위에서 낚시를 즐기다 얼음이 깨지기 시작하면 구조자도 직접적으로 손을 쓰기가 어렵다”며 “되도록이면 얼음 위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위험 구간 통제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사고위험이 있어 보이는 구간들을 확인한 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통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영농 폐기물 뒤범벅… 농한기 ‘쓰레기산’ 화재 경고등 [현장, 그곳&]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 4일 화성시 정남면의 한 농경지. 황구지천을 따라 길게 형성된 이 농경지 곳곳에는 영농폐기물과 부산물 등 각종 쓰레기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옆에는 다 쓴 비료 포대와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이 뒤엉켜 작은 쓰레기 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쓰레기 산은 농경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고압 전선과 불과 20여m 떨어져 있어 강풍 등으로 인한 정전이나 화재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입북동의 농지에서도 폐비닐 등 영농폐기물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00여m를 걸을 때마다 쓰레기 더미들이 발에 치였고, 음료 캔이나 담뱃갑 등으로 가득 찬 폐타이어도 눈에 띄었다. 이 근방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70대 A씨는 “쓰레기 양이 많지 않아 그냥 모아뒀다가 드럼통에 넣어 태우곤 한다”며 “지금까지 다른 사고로 이어진 적도 없는데 무슨 문제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한기에 접어들면서 도내 농경지 곳곳에 영농폐기물이 방치돼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폐기물은 겨울철 정전이나 대형 화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특히 동계 비산물은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는데,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도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선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도 영농폐기물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영농폐기물 수거에 힘쓰고 있지만, 농경지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폐기물로 보여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전력 설비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비산물과 충돌 시 정전이나 화재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위험성에 대해 지자체의 홍보 확대와 함께 농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폐기물이 강풍에 날리거나 특히 폐기물을 불법 소각할 경우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이나 농경지 주변에선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귀청 때리는 소음 고통... 무늬만 방음터널 [현장, 그곳&]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로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2년5개월 전 비슷한 사고로 유명무실해진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이 주민들의 소음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방음터널 화재가 수원·용인특례시 경계에 걸쳐 발생, 해당 지자체가 복구비용 분담 등을 협의하느라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완공까진 1년가량이 소요돼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3일 오전 10시께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수원특례시 영통구 하동 및 용인특례시 수지구 상현동). 지난 2020년 8월20일 한 차량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로 확대되면서 해당 터널 구간 500m 중 200m가 소실됐다. 방음터널 천장과 측면의 철제구조물은 검게 그슬린 흔적이 역력한 데다 녹슬고 휘어져 있는 등 도심 속 흉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더욱이 고가차도 모서리 부분에는 화재 당시 녹아내린 방음터널의 잔해가 시커멓게 굳어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재로 없어진 방음터널 유리 탓에 차량이 달리면서 내는 소음은 고스란히 귀청을 때렸다. 실제로 본보가 방음터널과 60여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70dB(데시벨)이 나왔다. 70dB은 수면 방해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의 청취가 힘든 정도의 소음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인근 주민들은 25t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방음터널과 약 100m 떨어진 광교마을40단지 아파트에 사는 김상국씨(51·가명)는 “불이 난 직후 업체 관계자들이 와서 견적을 보는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 복구가 안 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소음과 매연이 그대로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불에 탄 200m 구간 중 100m가 용인시에 위치한 만큼 수원특례시는 해당 지자체와 복구 비용 분담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지 2년5개월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수원특례시는 38억원을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같은 해 추가경정예산안에 30억원을 추가로 편성할 예정인 시는 이번 달 안으로 복구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공사기간이 1년인 만큼 주민들의 소음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지자체 간 경계에 걸친 시설물의 경우 관리 주체는 정해졌으나 사고에 따른 복구 주체는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용인특례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분담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의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면서도 “올해 예산을 편성한 만큼 복구 공사를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9분께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차도 방음터널에서 주행 중이었던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불이 났다. 방음터널로 옮겨 붙은 불로 연기가 이곳 안으로 퍼져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고장-수리-고장 ‘무한반복’... 뫼비우스의 볼라드 ‘혈세 낭비’ [현장, 그곳&]

“볼라드가 있는 곳에 억지로 주차해 볼라드가 다 망가졌습니다. 부서지면 다시 고치고 예산 낭비 아닌가요?” 3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 서수원체육공원 앞 횡단보도. 30m 길이의 횡단보도 중간엔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볼라드 10개가 1m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중 5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채 쓰러져 있었으며 횡단보도와 주변 도로엔 차량 유리로 추측되는 유리 파편이 나뒹굴어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망가진 볼라드와 유리 파편을 피해 차도 쪽으로 아찔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같은 날 의왕시 학의동의 한 아파트 앞 볼라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설치된 6개의 볼라드 중 2개가 차에 깔린 듯 찌그러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 김순례씨(가명·69·여)는 “며칠 전 여기에 누가 주차를 했는데 그 뒤로 볼라드가 파손됐다”며 “계속 저렇게 둔다면 다들 신경 쓰지 않고 주차를 해 남아있는 것마저 망가질 것”이라고 혀를 찼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경기도내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 말뚝)가 파손, 지자체가 수시로 수리·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훼손은 끊이질 않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상 교통안전시설물인 볼라드를 철거, 손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교통 위험을 야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주차 등의 이유로 볼라드를 무자비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실제 수원지역에서 최근 3년간 망가져 수리·정비한 볼라드는 2020년 342개(8천550만원) 2021년 435개(1억875만원), 2022년 547개(1억3천675만원)이다. 의왕지역은 2020년 37개(1천98만9천원), 2021년 39개(1천158만3천원), 2022년 61개(1천811만7천원)이다. 매년 훼손돼 정비가 필요한 볼라드와 이에 따른 예산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볼라드가 훼손될 경우 통상 사고를 낸 원인자가 정비 비용을 부담한다”면서도 “하나하나 단속하기 어려워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시설을 파손한 차량 조회를 요청하는데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경우 훼손 상태로 방치할 수 없어 시 예산을 들여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진기자·이나경수습기자

인증 허술한 ‘무인성인용품점’… 청소년 들락날락 [현장, 그곳&]

경기지역 무인성인용품점이 허술한 출입 관리로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을 위해 올바른 성교육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방교동의 한 무인성인용품점 입구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부착돼 있었고 주민등록증 등을 통한 성인인증을 하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가게 문은 활짝 열렸다. 이곳에는 각종 성 보조기구, 속옷, 리얼돌 등이 비치돼 있었다. 같은 날 군포시 금정동의 무인성인용품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분증이 아닌 체크카드로 인증을 해보니 출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이는 부모님의 카드를 이용한 청소년들이 이곳에 제재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중학생 이한솔양(가명·16·여)은 “전에 친구들이랑 놀다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 엄마가 준 용돈카드로 인증했다”며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들어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오산시 원동 중심상가에 있는 무인성인용품점은 인증기계 고장을 알리는 표식과 함께 입구에 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물건(성기구) 및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성인용품은 청소년 유해물로 규정된 만큼 이곳에 대한 미성년자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허술한 출입 관리는 이러한 규정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현황 파악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더욱이 업주가 청소년들에게 성인용품을 판매할 경우 처벌(징역 2년 이하 및 2천만원 이하 벌금)의 대상이 될뿐 청소년들이 이곳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에 무인점포 특성상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점포 증가 현상을 막을 수 없기에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정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이 성인용품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내실화된 교육으로 청소년들이 왜곡된 성 인식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점주들한테 공적 신분증으로 출입 인증을 하게끔 계속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3년 만에 초매식… 인천 수협 “올 한 해 풍어·안전 기원” [현장, 그곳&]

“올해는 어획량이 크게 늘어 모두가 풍족한 한 해를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2일 오전 7시30분께 인천 중구 연안부두의 인천옹진수협공판장. 공판장에 17명의 중도매인과 30명의 소상인 등이 소라 등 수산물을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이들은 올 해 첫 경매인 만큼, 일찌감치 공판장에 나와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며 기대섞인 표정으로 경매를 기다린다. 경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이 재빠르게 바닥에 한가득 쌓인 소라와 낙지 주위로 모여든다. 오늘 경매품은 소라 800㎏와 낙지 300㎏ 등이다. 경매사가 큰 목소리로 특유의 추임새를 하며 수산물들을 하나씩 들어올리자 중도매인들의 눈과 손이 빨라진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자 금세 경매에 부쳐진 모든 수산물의 낙찰이 이뤄진다. 간석종합시장 상인 김석철씨(71)는 “오늘 수산물 상태가 좋아 시장에 가져가면 잘 팔릴 것 같다”며 “코로나19와 금리 상승 등으로 상인들이 어렵지만 새해에는 경기가 조금씩 좋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시각 바로 옆 인천수협연안공판장에서도 낙지 70㎏에 대한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경매사가 낙지가 담겨 있는 수조 한가운데에 올라 그물에 담긴 낙지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자 2분 만에 모든 경매가 끝난다. 낙찰받지 못한 몇몇 중도매인은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한용복 경매사(53)는 “바다의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등의 영향이 커져 걱정”이라며 “올해 만큼은 꽃게 등의 어획량이 늘어 물량과 값에 있어서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병원 인천수협연안공판장 판매팀장은 “요즘 들어오는 물량이 생각보다 줄고 있다”며 “어민과 중도매인 등 모두가 여유롭고 풍족한 계묘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히 이날 공판장에서는 3년만에 풍어를 기원하는 고사(초매식)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21년과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초매식이 열리지 못했다. 이날 중도매인과 소상인들은 “모두가 풍족할 수 있도록 잘 부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하며 고사상을 향해 절을 했다. 송정석 옹진수협 중도매인협회장(40)은 “오랜만에 초매식을 한 만큼 아무런 사고 없이 인천의 수산업이 성장하는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고 했다. 인천지역 어민들은 올해 새로운 어종인 갑오징어를 비롯한 전반적인 어획량이 크게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맛이 뛰어나 ‘오징어계의 황제’로 불린 갑오징어는 1마리당 평균 2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으로 어가 소득을 높여주는 효자 품종이다. 무안·영광·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던 갑오징어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최근 대청도 앞에서 잡히기도 한다. 김두영 옹진수협 경제상무는 “최근 갑오징어 등 새로운 어종이 잡히면서 많은 어민이 올해 풍어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수산업이 활성화해 인천지역의 경제도 함께 성장하는 한 해를 맞이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13년 전 포격 아직도 생생”… 인천 연평도 주민 ‘극심한 공포’ [현장, 그곳&]

“실제 포격을 경험했던 우리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잦아질 때마다 너무 불안합니다” 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면 주민 이수미씨(57·가명)는 “최근 북한 무인기가 침투하고, 이날 오전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떠올라 두렵다”고 호소했다. 포격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뭍으로 겨우 몸을 피했던 이씨는 위급상황 시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겉옷을 입고 잠을 잔 지 오래다. 이씨는 “최근 무인기를 쫓는 전투기 비행기 소리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면서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식수와 담요, 신경안정제를 담은 비상 가방까지 꾸려 놨다”고 털어놨다. 31년째 연평도에서 사는 문성기씨(77)도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이곳에 포탄들이 떨어지며 해병대원과 주민 4명이 숨지고 수많은 부상자가 나온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문씨는 “남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연평도 주민들이 또 피해를 입을까 걱정”이라며 “우리 주민들은 그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접경지역인 연평도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50분께 평양 용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 1발이 우리 군에 포착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18일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2발, 같은달 23일 SRBM 2발을 발사했다. 지난해 12월26일에는 북한의 무인기 5대가 우리 상공으로 침범하기도 했다. 연말연시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대남도발이 이어지자 포격을 경험했던 연평도 주민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인기 침범 이후 뭍으로 나가는 인원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무인기 침범 다음 날인 27일 연평도에서 인천항으로 나간 인원은 205명으로 26일 137명보다 50% 가량 늘었고, 섬으로 들어오는 인원은 118명으로 전날 211명보다 44% 줄었다. 연평도 주민 중 상당수가 포격에 대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지원이 시급하다. 진덕인 한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주민 중에서 트라우마가 심한 사람들은 심리 치료 등 지원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옹진군 관계자는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생업 등으로 치료를 못 받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고위험군 주민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 도심 한복판 ‘건폐물山’ 8년째 방치… 주민 고통 [현장, 그곳&]

“시내 한복판에 쓰레기 산이라뇨. 바람만 불면 먼지가 날리는 데 정말 괴롭습니다” 31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A 환경업체 부지. 이곳에는 건설폐기물들이 잔뜩 쌓여 산을 이루고 있었고, 콘크리트, 폐목재, 폐벽돌, 고철류, 플라스틱 등의 폐기물 사이로 사람 키만큼 자란 풀들이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부서진 콘크리트가 흙과 섞여 뒹굴고 있고, 크고 작은 나무 판자 등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A 환경업체가 이들 건설폐기물을 가리려 설치해 둔 대형 철제 가림막조차도 낡아 녹이 슬고 너덜거리며 망가져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 이호재씨(40)는 “8년 전부터 쓰레기들이 방치되더니, 7년 전 쯤엔 큰 불까지 난 적이 있다”며 “바람이 불면 콘크리트와 흙 등 먼지가 뿌옇게 날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땅 오염은 둘째 치고, 숨이라도 맘 놓고 쉬었으면 좋겠다”며 “몇 년째 저대로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 부평구의 한 환경업체 땅에 건설폐기물이 가득 쌓인 채 수년째 방치,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구에 따르면 십정동 558의7 일대에는 A 환경업체가 수거해 놓은 건설폐기물 1만6천23t이 쌓여 있다. 이는 당초 구가 A 환경업체에 허가해준 1천50t의 16배에 달하는 양이다. 하지만 A 환경업체는 2014년부터 이 건설폐기물을 계속 방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는 2015~2019년 모두 6차례 이 건설폐기물을 치우도록 하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한편, 인천시특사경 등에 4차례나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이 업체 대표는 2017년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9월에도 같은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구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이 폐기물을 치우려 행정대집행을 추진, 총 22억원의 예산까지 확보했지만 결국 백지화하고 예산도 반납했다. 구가 A 환경업체를 대상으로 행정대집행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는 이 곳이 사유지여서 더는 관여할 명분이 없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구가 오락가락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구가 행정대집행 예산을 반납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말고, 인천시나 전문가 등과 논의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꺼번에 치우기 어렵다면 단계별로 나눠서 처리하는 방안 등도 고려 대상”이라고 조언했다. 구 관계자는 “불법 행위자의 폐기물을 대신 치워주면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할 수 있다”며 “예산 반납은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민원이 많은 만큼,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현장, 그곳&]

29일 42명의 사상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의 현장은 폭격을 맞은 듯한 처참한 광경이었다. 사고 발생 약 2시간30분 이후인 이날 오후 4시20분께 경인제2고속도로 북의왕 IC 인근 방음터널(과천시 갈현동). 방음터널의 약 1㎞ 구간은 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역력했으며 매캐한 탄내는 이곳과 수백 m까지 떨어진 곳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확산했다. 방음터널 내부는 더 처참했다. 불에 탄 44대의 차량은 형체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화재로 유리가 깨져 방음터널의 구조물이 앙상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작업 차량 두 대는 골조만 남은 방음터널의 구조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이곳 하부 47번 국도에서 철거 작업을 벌였다. 또 이번 화재로 파손된 방음터널의 유리와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 등이 47번 국도에 떨어지면서 과천시 등 관계당국이 47번 국도의 약 1㎞ 구간(양방향)을 통제한 채 정리 작업을 하는 등 화재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지나던 차량 운전자들은 긴박했던 대피 순간을 전했다. 이날 오후 2시5분께 터널에 진입했던 A씨 역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당시 화재로 인한 연기가 일부 보이기는 했지만, 큰 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른 차들도 터널 진입을 했다”며 “그러다 연기가 갑자기 순식간에 덮쳐왔다. 당황해 차를 버리고 뛰어나왔으며 다른 운전자들 역시 차량을 후진해 이곳을 빠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로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데다 터널 내부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가 인근을 뒤덮자 200여건의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되기도 했다. 또 뜨거운 열기로 터널 천장이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명 수색을 진행한 소방 당국은 추가적인 사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며 경찰은 현장감식 등 자세한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화재 초기 사망자는 6명으로 집계됐다가 1명이 중복으로 분류, 5명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들은 처음 사고가 난 폐기물 트럭이 아닌 옆에 있던 차량 4대에서 발견됐다.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씩 발견됐고,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이 사망했다.

차량 뒤 소화전... 소방시설 인근 불법 주‧정차 여전 [현장, 그곳&]

“바로 앞 가게에서 물건만 받아올 건데 잠깐 차를 세우는 것도 큰 문제인가요?” 28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시장 인근. 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화전 앞 도로엔 ‘소방시설 주차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차량 3대가 줄지어 정차돼 있었다. 이후에도 소화전 앞엔 시장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한 트럭과 승용차 여러 대가 오고 갔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소화전 앞에 차를 세우고 시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소화전 주변 1~2m가량 칠해진 적색 노면 표시 위에는 인근 상점에서 설치한 홍보용 풍선과 이동형 매대가 놓여있었고, 대형 파라솔 3개로 소화전의 사방이 막힌 장면도 포착됐다. 같은 날 의왕시 삼동 역시 마트 앞에 설치된 소화전이 봉고차 뒷바퀴에 가려져 있었다. 봉고차 뒤로는 오토바이까지 주차돼 있어 적색 노면 표시도 보이지 않았다. 마트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에 차를 세웠다는 장정식씨(가명·57)는 “마트 내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고 금방 나올 거라서 종종 차를 세운다”며 “어쩔 수 없이 주차하고 금방 차를 빼는 건 문제가 안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내 곳곳에서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최근 도내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소화전 등 소방시설 5m 이내엔 주‧정차를 할 수 없다. 주‧정차 적발시 승용차는 8만원, 승합자동차는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일반 불법 주‧정차 과태료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9년 이 같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화재 발생 상황에서 소화전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은 현장 도착 시 가장 먼저 소화전을 찾아 수관을 연결해야 한다. 소방차에 실려 있는 물이 고갈될 수 있어 안정적인 화재 진압을 위해 소화전을 통한 물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소화전 인근에 불법 주‧정차가 돼 있다면 용수를 공급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안전신문고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도내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7천658건, 2020년 4만597건, 2021년 7만9천298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홍보는 필수”라며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끌어내 시민들이 스스로 불법 주‧정차 감독자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내 사유지 주인 없는 ‘자전거’ 수두룩 [현장, 그곳&]

“자전거 거치대가 아니라 자전거 쓰레기장이 돼 가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동과 동 사이마다 마련된 자전거 거치대엔 먼지가 가득 쌓인 ‘주인 없는’ 자전거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 자전거는 안장 뒤에 설치한 유아용 보조석의 칠이 다 벗겨진 채로 녹이 슬어 흉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아파트를 순찰 중이던 경비원 박용석씨(68‧가명)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매일 그 자리 그대로 있는 자전거가 셀 수 없이 많다”며 “주민들이 보기 흉하다고 민원을 넣어도 누가 버린 건지, 사용 중인 건지 알 수 없으니 처치가 곤란하다”고 말하며 난색을 표했다. 같은 날 화성시 병점동 내 아파트 단지들도 마찬가지. 단지 한 곳에선 자전거 바구니 바닥 부분의 철이 끊어져 튀어나와 있는 자전거부터 손잡이 한쪽이 돌아간 자전거, 뒷바퀴 바람이 빠진 자전거 등 사용하기 어려운 폐자전거가 거치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 정나윤씨(38‧여)는 “딱 봐도 누가 버리고 간 거 같은데, 계속 방치돼 있다보니 아파트 단지가 지저분해 보이고 자전거를 댈 자리도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도내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 곳곳에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가 가득해 미관을 해치는 등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사유지 내 방치 자전거를 수거할 법령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전거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사용 가능성이 낮아져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법령 중 자전거 수거에 관한 법령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유일한데, 이는 공공장소에 방치된 자전거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법령 부재를 이유로 사유지 내 방치 자전거를 관리하지 않고 있고, 관리사무소 등 민간에서의 자체 처리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도내 방치자전거 수거 대수는 2021년 기준 8천767대지만 이는 공공장소에서 수거한 자전거만 집계된 것으로 사유지 내 방치 자전거 대수와 수거 대수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부 및 부품 재사용 등 폐자전거의 활용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조금이라도 상태가 좋을 때 수거되는 것이 좋다”며 “사유지에 있는 것들도 주기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캠페인 활동을 한다든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자치회 등을 통해 사유지 내 방치된 자전거도 일정 기간마다 수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무단 방치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아동 범죄예방 목적 아동안전지킴이집…“그게 뭐죠” [현장, 그곳&]

“아동안전지킴이집이요? 그게 뭐죠?” 26일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세탁소. 출입문 옆에는 이곳이 ‘아동안전지킴이집’임을 알리는 간판이 빛바랜 채 내걸려 있었다. 이 세탁소는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위촉된 지 8년이나 지났지만, 정작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과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수현씨(39)는 “취지는 좋은 것 같은데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정작 이용해야 될 아이들이 하나도 모르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이곳을 지나는 초등학생 10명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묻자,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잘 모른다. 학교에서도 배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산시 오산동의 한 편의점. 이곳 역시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야간에는 무인점포로 운영되고 있어 정작 위급한 상황에 이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특히 업무특성상 교대가 잦고 근무자가 자주 바뀌는 편의점의 경우 근무자조차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수원특례시 인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소라씨(55·가명)는 “취지가 좋아 동참했지만, 직원들이 바뀔 때마다 교육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아동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 도입한 ‘아동안전지킴이집’이 현장 교육 부재와 인지도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이면 시행 16년차를 맞는 만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방법 및 홍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지난 2008년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이후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인근 약국이나 편의점 등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연 1~2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방문해 행동수칙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이용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도의 시행이 무색할 만큼 아동 실종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날 경찰청의 ‘실종아동 등 신고접수 및 처리현황’에 따르면 실종아동은 2017년 1만9천956건, 2018년 2만1천980건, 2019년 2만1천551건, 2020년 1만9천146건, 2021년 2만1천379건으로 매년 2만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반면 아동안전지킴이집은 폐업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내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지난 2019년 3천200여곳에서 올해 2천269곳으로 3년 사이 약 1천곳이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홍보에 제약이 있었다. 추후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무인 점포 등 아동안전지킴이집에 적합하지 않은 선정업소는 검토 후 해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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