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플라스틱 한가득… 전력 설비 충돌 시 사고 우려 지자체 “사유지 속해 처리 불가”, 전문가 “사전 예방 필요”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
4일 화성시 정남면의 한 농경지. 황구지천을 따라 길게 형성된 이 농경지 곳곳에는 영농폐기물과 부산물 등 각종 쓰레기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한 농장의 비닐하우스 옆에는 다 쓴 비료 포대와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이 뒤엉켜 작은 쓰레기 산처럼 보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쓰레기 산은 농경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고압 전선과 불과 20여m 떨어져 있어 강풍 등으로 인한 정전이나 화재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입북동의 농지에서도 폐비닐 등 영농폐기물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00여m를 걸을 때마다 쓰레기 더미들이 발에 치였고, 음료 캔이나 담뱃갑 등으로 가득 찬 폐타이어도 눈에 띄었다. 이 근방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70대 A씨는 “쓰레기 양이 많지 않아 그냥 모아뒀다가 드럼통에 넣어 태우곤 한다”며 “지금까지 다른 사고로 이어진 적도 없는데 무슨 문제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한기에 접어들면서 도내 농경지 곳곳에 영농폐기물이 방치돼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폐기물은 겨울철 정전이나 대형 화재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동계 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특히 동계 비산물은 대형 화재의 원인으로도 꼽히고 있는데,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피해를 입힌 경북 영덕 대형 산불도 농자재인 과수용 반사필름이 바람에 날리면서 전선에 닿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선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도 영농폐기물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영농폐기물 수거에 힘쓰고 있지만, 농경지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폐기물로 보여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전력 설비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비산물과 충돌 시 정전이나 화재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위험성에 대해 지자체의 홍보 확대와 함께 농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영농폐기물이 강풍에 날리거나 특히 폐기물을 불법 소각할 경우 화재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이나 농경지 주변에선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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