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가 얼마나 많은지 등산하다 기절할 뻔했어요.” 30일 오후 1시께 계양산 정상. 짝지어 나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떼가 등산객들의 머리 위를 날아든다. 등산로에 있는 밧줄 손잡이는 물론 나무 울타리와 정상석까지 새까만 러브버그로 뒤덮여 있다. 정상에 올라온 등산객들은 러브버그가 입에 들어갈지 몰라 활짝 웃지도 못한다. 계속 러브버그가 얼굴 등에 달라붙어 손부채질로 쫓아내기에 바쁘다. 정상을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계단 바닥도 마찬가지로 러브버그가 수북이 쌓여 마치 아스팔트 같다. 이곳을 지날 땐 러브버그가 발에 밟히면서 푹신한 느낌마저 든다. 등산객들의 옷에도 러브버그 수십마리가 달라붙으면서 알록달록한 등산복 무늬가 가려진다. 이 곳에서 만난 등산객 A씨는 “계단 바닥에 러브버그 사체가 한가득 쌓여 밟으니 푹신하게 느껴졌다”며 “정상에 올라오는 내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산이 러브버그로 뒤덮이면서 등산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계양구는 러브버그 방제에 나섰다. 구에 따르면 지난 23~27일 러브버그 관련 민원 359건을 접수했다. 러브버그는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등 익충으로 분류되지만,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구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러브버그 방제 작업을 벌였다. 구는 계단에 쌓인 러브버그 사체는 빗자루로 쓸어내고, 울타리에 달라붙은 러브버그에는 물을 뿌려 쫓아냈다. 또 벌레가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끈이 트랩’을 정상 곳곳에 설치했다. 구는 오는 7월 말까지 이같은 방제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러브버그가 많이 출몰하는 계양산에서 당분간 물리적 방제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며 “등산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은 차도 한 번에 바로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창고가 있으니, 차량 정체가 보통 아니에요.” 28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 남부고가교 인근 사거리. 1t 트럭 한 대가 고가교를 내려와 물치장(창고)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핸들을 확 꺾자 다른 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너무 급커브길이라 트럭이 창고 부지로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후진을 반복하며 길을 막아서자 뒤따르던 차들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화물차가 고가교를 내려오자마자 이 곳 창고 부지로 들어가려면 거의 유턴하듯 우회전을 해야 한다. 입구가 좁아 1t 트럭 정도의 소형 화물차도 창고 부지로 들어가려면 여러 번 전·후진을 반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9시를 전후한 30분 동안 화물차 10대 정도가 창고를 오가는 데도 차량 정체가 극심했다. 매일 이곳을 오간다는 천성민씨(28)는 “작은 차도 한 번에 회전하기 어려워 여러 번 전·후진을 반복해야 할 정도라 대형 화물차가 들어갈 땐 일대 차량 통행이 마비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국가철도공단이 차량 진입이 힘든 인천 부평구 철도용지를 창고 용도로 임대하면서, 창고 진출입 화물차가 일대 교통 흐름을 방해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날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2029년 6월30일까지 부평역창고㈜에 부평구 부평동 738의21 일대 철도용지 1천㎡를 물치장 목적으로 임대했다. 이 회사는 이 철도용지에 컨테이너 수십여개를 두고 이삿짐 등 물품을 보관하며 보관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차량 출입이 어려운 곳의 철도용지가 화물차 출입이 많은 창고로 쓰이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모범운전자회원 A씨는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많이 드나드는 화물차들이 중앙선 침범이나 교통법규를 어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의 해당 철도용지 사용자 입찰공고는 주민 민원이 3회 이상 생기면 즉시 반환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이 창고 관련 민원이 없었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부평역창고 관계자는 “차량 정체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능한 시민들 불편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 다시 현장에 나가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예요. 시끄럽고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27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동 한 교회. 이 교회는 지난 5월 2개 면의 외벽이 떨어져 나간 이후 현재까지 해당 위치는 파란색 가림막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무너진 벽을 살피고 있는 사이, 바로 옆 아파트 건설 공사장에서 갑자기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교회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 공사 이후 멀쩡하던 건물 외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고 토로했다. 이 교회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부평지역자활센터 건물 지하 벽면 균열도 최근 더 선명해졌다. 멀찍이 거리를 두고 봐도 갈라진 벽면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근처 빌라 주민들도 인근 아파트 공사로 소음과 진동이 심하게 느껴진다고 호소한다. 주민 김모씨(67)는 “인근 아파트 건설 공사 이후 아침부터 시끄러운 공사 소리와 진동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며 “안 그래도 빌라가 낡아서 작은 진동에도 불안한데 주변 건물에서 외벽이 떨어지거나 균열이 생기니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시작된 뒤 주변 건물 외벽이 떨어지거나 내부 벽 균열이 갈수록 벌어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날 구에 따르면 A건설사는 지난 2024년 9월부터 부평구 삼산동 191 일대 1만8천496㎡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삼산대보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실제 착공은 올해 2월 말 이뤄져 공정율은 1% 정도이며 현재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사 이후 주변 건물 벽이 무너지거나 갈라져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공사장과 5m도 채 떨어지지 않은 한 교회는 지난달 17일 건물 외벽이 무너졌다. 이 교회는 A건설 공사로 외벽이 무너졌다고 판단,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민간 업체에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부평자활센터 역시 지난달 20일 지하에서 회의장 내부 벽 균열을 확인했다. 이후 센터는 A건설과 협의했고, 최근 A건설 측이 해당 균열을 보수하는 공사를 마쳤다. 센터는 균열이 생긴 벽에 균열측정기를 부착, 벌어짐 정도를 관리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구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추가적인 특이 사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아직 공사로 인해 벽이 무너졌거나 갈라졌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주민들의 관련 민원이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건설 관계자는 “공사장과 주변 주택들이 밀접해 있어 민원이 있는 것 같다”며 “원만하게 공사를 이어가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안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니…, 앞으로는 서해5도 주민들의 의료사각지대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역무선부두 4잔교. 인천시의 새 병원선 ‘건강옹진호’가 바다를 가르며 힘차게 출항한다. 270t급 규모의 배 안에는 하나의 종합병원이 마련돼있다. 접수대 옆으로 환자들이 진료를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차려져 있고, 복도 양쪽으로는 내과·치과·한의과·물리치료실 등이 나란히 배치해있다. 이날부터 ‘건강옹진호’는 본격적인 정기 진료에 나선다. 각각의 진료실 안에는 스케일링 기기와 멸균기, 좌식 침상 및 온열 치료 장비, 전자자극기 등이 가지런하게 정돈되어있다. 특히 2층에 있는 방사선실에는 골밀도 검사 장비 등을 두어 기본적인 건강검진이 가능토록 했다. 김현주 임상병리사는 “이제는 배 안에서 바로 검사하고, 바로 결과를 알려줄 수 있어 진료가 훨씬 신속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육지에서 처방하는 약들도 병원선에서 처방할 수 있어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바다 위의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건강옹진호’가 닻을 올렸다. 시는 이날 ‘건강옹진호’의 공식 취항을 알리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유정복 인천시장과 문경복 옹진군수, 신영희 인천시의원, 지역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건강옹진호’는 126억원을 들여 만든 전장 47.2m, 270t급 규모의 병원선이다. 시속 46㎞(25노트)로, 44명 정원의 승선 공간을 갖췄다. 종전 병원선 ‘인천531호(108t)’보다 2.5배 크고, 진료 범위와 장비도 대폭 확장했다. 배 안에 내과·치과·한의과·물리치료실·방사선실·임상병리실·보건교육실 등의 진료 기능을 갖췄으며, 의료진은 공중보건의사 3명을 포함해 간호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 등 15명이다. ‘건강옹진호’는 주 1회, 2박3일 일정으로 옹진군 6개 면, 17개 도서를 순회하며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5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유 시장은 “건강옹진호가 섬 주민과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옹진은 인천의 보물섬이고,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보물섬 프로젝트와 도서 지역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문 군수는 “건강옹진호는 단지 선박이 아니라 도서 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희망의 상징”이라며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 없는 지역으로 만들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 “건강옹진호는 단지 의료선이 아니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건강을 지켜온 옹진시민을 위한 따뜻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옹진호와 함께 도서지역의 의료 복지가 더욱 단단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물류비는 줄고, 매출은 늘고 소상공인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26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청역 인근 반값택배 상용차 앞. 택배 기사 한상호씨(38)는 이날 배송할 박스들의 바코드를 일일이 스캔하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처럼 물량이 몰릴 땐 힘들긴 해도,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라는 게 느껴지니 배달하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반값택배를 이용하고 있는 디어도그 박유빈 대표는 “반값택배를 이용한 뒤로 최대 100만원까지 매출이 오르기도 했다”며 “신선식품을 3천500원에 당일 배송까지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배송을 하기 위해 가게를 비워야 했는데, 픽업 서비스까지 있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콩팩토리 조성공 대표는 “고정 지출 가운데 가장 부담스러운 게 택배비인데, 이게 줄면서 한달에 20~30만원씩 순이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뿐 아니라 고객 대응도 빠르고 친절해서 애용할 수 밖에 없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시에 따르면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은 지난 2024년 10월부터 시작했다. 앞서 시는 인천도시철도 1·2호선 역사 30곳에 집화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인력 104명과 전기화물차 23대를 활용해 1일 최대 3천건의 물량을 수거·배송하고 있다. 누적 계약업체는 6천여곳으로 배송 물량은 50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시는 다음 달부터 종전 1천500원이던 요금을 천원으로 낮추고, 명칭도 ‘천원택배’로 변경한다. 또 오는 2026년까지 집화센터를 60곳으로 확대하는 등 2단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 소상공인 매장을 직접 찾아 박스를 상차하고 바코드 스캔 작업을 체험했다. 이어 상인들과 간단한 환담을 나누며 반값택배 이용 현황과 건의 사항을 듣고 매장 곳곳을 둘러보며 실제 업무 흐름을 살폈다. 유 시장은 “현장에서 직접 보니 소상공인의 만족도와 시민 편의가 모두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가 큰 만큼 도시철도 전 역사로 확대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시장은 중소기업 ODA테크놀로지를 방문해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인천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들 금융사는 총 850억원 규모의 보증·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지역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도울 계획이다.
22일 오전 화성특례시 제부마리나 선착장. 레저보트 30여 척이 차례로 바다로 밀려나갔다. 선착장엔 짠내 섞인 땀 냄새와 함께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가득했다. 팔을 걷어붙인 참가자들은 수조차를 둘러싸고 양동이를 들었다. “양동이 들어갑니다!” “조심조심!” 6cm 남짓한 조피볼락 치어가 담긴 양동이가 보트로 옮겨졌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어종인 만큼 손길 하나하나에 신중함이 묻어났다. 이날은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민간이 주도한 조피볼락 치어 방류 행사가 열린 날이다. 해양레저 동호회 ‘레저보트매니아’ 회원들은 치어 6만 마리를 구매해 입파도와 국화도 사이 해역에 방류했다. 행사는 경기도와 화성시가 뒷받침했다. 수산자원 생산업체 섭외와 구매 계약, 해역 지정 등 실무 지원이 더해져 민관 협력의 첫 모델이 완성됐다. ‘레저보트매니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조정현 씨(닉네임 ‘칼쟁이’)는 이날 행사에 대해 “바다는 낚시만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가꾸고 지켜야 할 소중한 터전”이라며 “이번 방류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매년 이어질 수 있도록 회원들과 함께 방류 기금을 자발적으로 모으고 있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런 노력이 바다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갑니다!” 짧은 구령과 함께 양동이가 기울었다. 치어를 품은 바닷물이 쏟아지자 수면 위로 작은 파문이 일었다. 조피볼락 치어들은 물살을 가르며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방류를 마친 뒤 임선미 씨는 “파도에 치어가 스며드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바다에 무언가를 돌려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늘 낚시만 즐기던 바다에 오늘은 직접 보탬이 됐다는 느낌이 들어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어촌 지역에서는 낚시객의 무분별한 어린 고기 포획 등으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민들은 “낚시객이 치어까지 잡아간다”고 우려하고, 레저인들은 “어장을 이유로 해역 접근 자체가 제한된다”고 반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날의 방류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경기도 농수산생명과학국에 따르면 도는 매년 약 50억 원 규모의 수산자원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동호회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치어 방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종민 농수산생명과학국장은 “민간 동호회가 자발적으로 치어 방류기금을 조성하는 사례는 민관협력 수산자원조성의 선도 사례이자, 레저와 어업의 상생을 여는 출발점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확대돼 지속가능한 수산자원관리 체계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는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6시께 경기동로와 동부대로가 교차하는 편도 4차선 도로인 오산 운암사거리. 이곳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손사래부터 쳤다. 동탄 방향에서 진입한 차량들이 좌회전을 택해 오산시청과 경부고속도로 방향으로 향했고 직진 차량은 1번 국도인 경기대로로 향했지만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곳곳에서 정체가 꼬리를 물었다. 같은 시각 동부대로와 성호대로가 교차하는 시청 앞 교차로와 롯데마트 사거리 역시 교통혼잡은 심각했다. 경기동로에서 빠져나온 차량들과 동탄에서 씨티자이 아파트를 경유해 시내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서다. 여기에 화성 정남면과 평택에서 넘어온 차량들까지 합세하면서 경기대로 한전사거리~운동장사거리 2.5㎞ 구간은 사실상 ‘거대한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오산 시민들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체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오전 7~8시, 오후 6~7시 도심 전체가 교통정체 구간으로 변모하는 이 현상은 출퇴근시간대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오산시는 동서 폭이 불과 5㎞ 남짓이다. 불과 2㎞ 사이에 경부고속도로, 1번 국도, 철도, 오산천이 있어 태생적으로 시가지 교통여건도 열악하다. 여기에 인구 100만명을 넘는 화성시와 수원시, 용인시 등과 접해 있어 이들 도시에서 오가는 차량들이 오산 시내를 경유하면서 도심 교통은 항상 임계치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오산과 불과 500m도 떨어지지 않은 화성 동탄에 축구장 73개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선다. 연면적 51만㎡, 완공 목표는 2027년으로 하루 1만5천대 차량이 물류센터를 드나들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오산 도심 교통은 ‘붕괴’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급기야 오산 시민들은 “도심 마비는 더 이상 못 참는다”며 집단반대에 나섰고, 이권재 시장까지 나서 물류센터 ‘전면 백지화’를 외치며 직접 투쟁대열에 가세했다. 시 관계자는 “오산의 교통인프라는 현재 상태로도 과부하 수준”이라며 “추가 유입되는 교통량은 시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단속도 없고, 인건비도 줄일 겸 1회용 컵을 주로 사용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한 카페. 모든 테이블 위에는 정확히 이용객 수만큼의 1회용 컵이 있다. 반면 매장 한 켠에는 1회용품 사용 규제를 안내하는 포스터가 버젓이 붙어있어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카페 직원 김모씨(28)는 “날이 더워 아이스 음료 주문이 쏟아지는데 혼자 설거지까지 하기 어렵다”며 “여름엔 다 1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연수구 한 카페도 마찬가지. 이곳에서는 매장 선반 등 어느 곳에서도 다회용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커피머신 위로 쌓아놓은 1회용 컵만 가득할 뿐이다. 카페 대표 이모씨(52)는 “손님들이 점심시간에 잠깐 앉았다 일어나는데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주면 세제 써서 닦아야 하고, 이게 더 환경오염 아니냐”고 했다. 인천 지역 일부 카페들이 매장 안 1회용 컵 사용 규제에도 손님들에게 1회용 컵을 제공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날 인천지역 대형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 20곳을 무작위로 방문해 확인한 결과, 카페 5곳(25%)이 매장 안에서 1회용 컵을 사용했다. 이들은 아예 이용객 의사를 묻지도 않고 1회용 컵에 담아 음료를 제공했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는 매장 안에서 이용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할 경우 다회용 컵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폐기물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재활용을 촉진, 환경 보전은 물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함으로,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인천지역 지자체들은 단속에 소홀할 뿐만 아니라 적발해도 사실상 계도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 군·구는 지난 2024년 1회용품 사용규제를 위반한 식품접객업소 120곳 가운데 단 3곳(2.5%)에만 과태료를 부과했고, 나머지는 계도만 했다. 한 구 관계자는 “환경부에서도 적발보단 계도와 제도안내 위주로 지도하라는 지침을 받아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지난 2021년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2023년 11월24일부터 카페를 비롯한 식품접객업소에서 1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다고 예고했으나 시행을 3주 앞둔 2023년 11월, 일회용품 금지를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서는 환경부의 1회용품 규제 정책이 후퇴해 단속 동력이 약해졌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환경부가 1회용 컵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면서 환경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지자체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상공인들 사정을 감안해 규제가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군구와 함께 단속, 지도점검을 강하겠다”고 말했다.
“사무실 임대 문의는커녕 전화 한 통도 걸려 오지 않는 실정입니다.” 13일 오전 11시30분께 양주 옥정신도시 외곽의 업무지원시설 부지 내 지식산업센터 앞.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59·여)는 손사래부터 쳤다. 점심시간이 임박했는데도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했다. 지식산업센터 건물 내 부동산중개업소도 문을 닫은 곳이 수두룩했다. 영업 중인 사무실들도 문은 활짝 열어 놓았지만 찾는 이의 발길이 끊긴 채 적막하기만 했다. 지식산업센터 건물 1층에 입주 지원 등을 위해 설치된 모 은행 출장소도 집기류 몇 개만 남겨 놓은 채 철수해 텅 비어 있었다. ‘시행사 보유분 파격 혜택’ 등 임차인을 찾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렸지만 찾는 이의 발걸음은 뜸하긴 마찬가지다. 양주 옥정신도시 등 지역 내 지식산업센터들이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점과 각종 세제 해택, 70~80% 담보대출 지원 등 각종 투자 이점이 두드러지면서 옥정신도시 업무지원부지 내 2022년부터 우후죽순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옥정신도시 업무지원부지에는 2022년 분양한 듀클래스를 비롯해 메가시티 등 지식산업센터 여섯 곳이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준공된 지난해부터 입주자를 찾지 못해 양주에서 가장 먼저 분양한 듀클래스(515실)가 공실률 31%로 양호한 편일뿐 슈프림브릭스타워(256호실) 83%, 이노테라타워(351호실) 95%, 메타엑스(31호실)·와아이테크엠(284호실)·메가시티(243호실)는 공실률이 99%에 이를 정도로 속빈 강정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들 지식산업센터는 임대나 매매를 알리는 부동산중개업소 안내판만 덩그러니 붙어 있을 뿐 내부는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주차장도 텅텅 비어 있어 유령 건물처럼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지식산업센터를 공유 업무시설이나 창고, 지식기반 제조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양주시는 지난해 말 산업단지 밖 지식산업센터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등 지식산업센터 입주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공실률이 높은 건 공급 과잉이 한몫하고 있다. 현재 이를 개선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무실을 채울 기업의 수요가 거의 없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가 준공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재 입주 문의 전화조차 없는 상태로 문을 닫아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언제 사정이 나아질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시 관계자는 “침체된 지식산업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고쳐 입주자격조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 피부에 와닿는 효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지식산업센터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만큼 많은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기업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화물차는 사각지대도 넓은데 어린 학생들을 못보고 사고가 날까 두렵네요.” 12일 오전 8시께 인천 서구 A초등학교 정문. 등교를 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들 옆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아슬아슬 지나다녔다. 왕복 2차로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학교 정문과 가구창고 정문이 마주보는 형식으로 위치, 화물차와 학생들 동선이 겹쳤다. 학생들은 이따금씩 울리는 화물차 경적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츠리기도 했다. 함께 등굣길에 오른 학부모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이곳은 도로 한쪽에 화물차들이 불법 주차를 한 상태라 학생들은 물론, 운전자들의 시야도 가려 사고 우려도 커 보였다. 김아람씨(33)는 “가뜩이나 화물차가 많이 다녀 위험한데 불법주차한 트럭들 때문에 오가는 차들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너무 불안해 매번 아이와 함께 등하교 한다”고 불안해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중구 B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왕복 4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학교 정문과 보세창고 정문이 마주해 학생들과 대형 화물트럭들이 뒤섞이는 장면들이 종종 연출됐다. 지역 어르신들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스쿨존 보행지킴이 봉사활동을 벌이지만, 봉사자들도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일웅씨(65)는 “학교 맞은 편에 창고가 있어 대형 트럭들이 자주 드나든다”며 “노인들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나와 봉사하지만 불안해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천지역 일부 초등학교 인근에서 대형 창고들이 영업, 어린이 통학 안전을 위협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환경법은 학교 주변 반경 200m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정해 이 안에서는 유흥업소, 폐기물처리시설 등 학생 교육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제한했을 뿐, 금지시설에 창고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화성, 남양주 등 일부 지자체는 일찍이 도시계획조례에 ‘창고시설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따로 만들어 창고를 학교로부터 200~300m 떨어뜨리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창고를 학교로부터 떨어뜨리거나, 불가피하다면 차량·도로시스템이라도 바꿔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일준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창고 진출입로 등 화물차 경로는 통학로와 겹쳐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시설이 자리잡은 경우는 차량에 감지센서를 달아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학교와 창고 이격 조례는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으나, 화물차 우회 등 다른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지역에 창고 등 공업시설이 많아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 당장은 스쿨존 보행지킴이 등으로 학생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손 보면 문화재 탐방이나 역사 교육에 좋을텐데 왜 방치하며 역사를 잊어가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9일 오전 11시께 인천 강화군 건평돈대. 조선시대에 서양식 화포 ‘불랑기포’를 배치했다는 기록과 고증을 거친 국내 유일의 돈대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에 비해 건평돈대는 입구부터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돈대로 향하는 진입로부터 어수선하고 유서 깊은 돈대를 설명하는 표지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해안 쪽 석벽은 비교적 양호하게 복원했지만 입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입구 안팎의 석축 또한 여기 저기 무너져 내린 채 석재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최모씨(56)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초라한 돈대 모습은 여전하다”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데 하루 빨리 복원해 우리의 뿌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강화 건평돈대의 성벽과 포좌가 허물어진 채 오랜 기간 방치,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강화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월 인천시립박물관의 발굴조사를 통해 건평돈대에서 온전한 모습의 불랑기포가 발견됐다. 불랑기포는 16세기 유럽에서 들어온 서양식 화포다. 지금껏 남아있는 불랑기포는 모두 12문으로, 서울시 신청사 부지에서 출토된 불랑기포 1점 외에는 발굴된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건평돈대는 돈대에 불랑기포를 배치했다는 조선시대 기록을 실증한 유일한 사례다. 불랑기포는 포신에 명문이 남아 조선시대 무기사와 국방체계 연구에도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평돈대를 복원, 문화재를 보전하고 역사 교육에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지역 한 문화재 관계자는 “건평돈대 불랑기포는 실천 배치 장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병장기 역사에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며 “허물어진 돈대를 정비 복원해서 불랑기포 모형이라도 설치한다면 문화재 탐방과 역사 교육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강화군 관계자는 “그동안 부분 정비가 이뤄지긴 했지만, 붕괴된 부분의 본격적인 복원을 위한 설계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조속한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평돈대는 외적의 침입을 탐지하고 상륙을 저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구축한 조선 후기의 대표적 군사 시설 중 하나로, 출토된 불랑기포는 현재 강화역사박물관에 보관·전시 중이다.
“한국 사람이 쓴 것 맞나요? 자주 오가는 길인데 한글이 아닌 것처럼 쓰여 있어 제가 다 창피합니다.” 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수원 앞 6차선 도로. 이 중 두 개 차선은 ‘광교’ 방면임을 흰색 페인트로 칠한 표기가 이전 문구를 급히 지워 도료가 번지고 아스팔트 일부가 갈려 나간 노면에 쓰여 있었다. 전날 오후 6시께까지 칠해져 있던 글자는 ‘가’ 사이에 ㅎ자가 ㅗ자와 ㅏ자를 대체하며 ‘광’자를 이뤘고, ‘교’자는 받침이 있을 때 사용하는 꺾인 ㄱ자 밑에 ㅛ가 붙어 기괴한 모양새를 띠었기 때문이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노면 표기는 지난 27일 해당 도로 조성 등 일대 개발을 맡았던 대우건설이 도로 시설 관리차 협력 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용역 발주 단계에서 문구가 담긴 도면을 제시했지만, 협력 업체가 실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으며 수원시의 지적으로 수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노면 표기 발주, 관련 비용 지출은 자사에서 진행했고 관련 도안, 도면 역시 존재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노면 표기에 변동이 있을 경우 관할 지자체가 확인하는 구조를 띠는데, 시에서 표기가 잘못됐음을 알려줘 즉각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표기 후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기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해괴한 문구가 그대로 노출, 차량과 도보로 일대를 오간 시민들은 눈살을 찌뿌리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필요에 의해 적어 넣은 표기일텐데 괴상한 문구로 적혀 있어 놀랐다”며 “누가 봐도 한글이 아닌데, 지자체가 제작은 물론 사후 확인에 신속히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노면 표기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 직후 대우건설에 통보, 준비 작업을 거쳐 즉각 수정했다”며 “대우건설 측에 재발 방지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필요한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자꾸 먹이를 주니 새들이 수십마리나 몰려드는 것 같아요. 무서워서 지나갈 수가 없어요.” 5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한 공원. 한 시민이 벤치에 앉아 과자 부스러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마치 마술쇼와 같이 수십마리의 비둘기가 몰려들었고 이곳을 지나던 다른 시민들은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멀찌감치 돌아갔다. 공원 바로 옆에 사는 김신영씨(67)는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집 주변에 파리가 들끓고 악취에 시달린다”며 “조류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공원을 지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천시와 각 군·구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하지 않아 비둘기 배설물과 털 날림 등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집비둘기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또 올해 1월부터 야생생물법 23조의3(유해야생동물의 관리)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를 만들어 비둘기 먹이주기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시와 군·구는 비둘기로 인한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피제, 버드스파이크,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둘기를 몰려들게 하는 먹이주기에 관한 조례는 상위법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먹이를 줘도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못하니 관련 민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각 구마다 비둘기 관련 민원은 한 해 10~30건, 많은 곳은 60건까지 들어오고 있다. 반면, 서울시와 광주 남구, 대구 달서구 등은 일찌감치 조례를 만들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 시민 피해를 최소화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광화문광장, 한강공원 등 38곳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먹이주기는 제한하되 공존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비둘기의 배설물과 털은 위생 문제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물 고장 및 부식 등 안전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지자체가 나서 무분별한 먹이주기를 제한하고 지정된 곳에서 전용먹이를 주는 등 체계적인 공존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조례를 만들어 먹이주기를 금지하고 있어 인천 지자체들도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지만 단속인력과 예산 부족, 동물보호단체 반대 등으로 고민이 많다”며 “당장은 민원 접수 시 조치를 통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일 오후 11시 46분께 인천 계양구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개표가 진행 중인데, 뭐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이대로 확정되면,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우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11시 50분 기준, 전국 개표율 44.59%를 기록한 가운데 이 후보는 49.13%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2.53%)를 앞서면서 사실상 당선이 유력하다. 경찰은 이 후보가 집을 나설 때를 대비해 폴리스라인을 설치, 이 후보 동선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민들을 통제했다. 이 후보는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당선이 유력해지자 여의도 당사로 이동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 후보의 자택 입구부터 주변 공터까지 아파트 단지는 수백명의 지지자들과 주민들로 가득했다. 지지자들과 계양구 주민들은 이 후보가 나오자 이 후보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고, 이 후보는 이들이 환호를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앞서 주민들과 지지자들은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휴대전화 등으로 함께 지켜보다 이 후보가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승리한다는 예측이 나오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민이 태극기를 걸어놓기도 했다. 누군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구호 외치듯 따라하며 이 후보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부모와 함께 늦은 시간까지 이 후보를 기다리던 어린이들 역시 부모가 하는 말을 들으며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놀이하듯 이 후보 이름을 외쳤다.
“내 이웃이 곧 대통령이 된다니,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이 후보 자택 앞은 축제 분위기도 돌변했다. 3일 오후 9시30분께 인천 계양구 귤현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자택 아파트 단지는 지지자들과 주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휴대폰으로 개표 방송을 보며 미소를 짓거나 연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중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으며 이곳 주민들도 이 후보를 기다리며 자택 1층 출입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곽모씨(42)는 “이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오늘 집 앞에 많은 취재진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있으니 대통령의 이웃이 된다는 게 조금은 실감 난다”며 “이웃으로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후보 지지자 A씨는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곧장 왔다”며 “마음 같아선 꽃다발을 주고 싶다”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당락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자택에서 나와 여의도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 후보의 자택은 곧바로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아파트지만, 이 후보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1층 출입구로 나오며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폐점 위기에 몰릴 줄 꿈에도 몰랐는데….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2일 오후 12시께 인천 계양구의 홈플러스 작전점. 매장 곳곳에는 폐점을 준비하는 듯 ‘창고 대방출 무조건 1천원’, ‘50%할인’, ‘원 플러스 원’ 등을 알리는 표시가 붙어 있다. 또 계산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유니폼에 ‘책임져라 MBK, 지키자 홈플러스’가 적힌 배지를 달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협력업체 직원은 “지난 3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이후 계속 폐점 우려가 나왔는데, 실제 폐점이 현실로 다가오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작전점이 폐점하면 일자리를 잃을텐데,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며 “경기가 나빠 취직이 어렵던데, 생계를 어떻게 꾸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인천의 홈플러스 가좌·작전·계산·숭의·논현점 5곳이 임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폐점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5곳에서 일하던 정직원과 협력업체 등 직원 수천여명이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인천 계약 해지 대상인 점포 5곳에는 정규직 인원 484명이 일하고 있다. 노조는 정규직 인원뿐만 아니라 청소와 카트 관리 등 협력 업체 직원, 입점 점포 점주 등을 포함하면 마트 1곳당 1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홈플러스측은 폐점을 해도 해당 점포 소속 직원을 인근 매장에 배치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보고 있다. 김영옥 마트노조 홈플러스인부천본부 작전지회장은 “폐점 점포가 늘어나는 데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이냐”며 “이어지는 세일 행사에 손님들은 폐점이 확실한 것처럼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점 점포 점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매장의 점포와는 1년 연장 계약 대신 1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이수정 홈플러스 점주협의회 인천지역 대표는 “홈플러스는 점주들과 공식적인 대화를 단 1번도 하지 않았다”며 “홈플러스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고객 신뢰 하락은 입점 점주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인천대책위는 이날 작전점 앞에서 폐점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측에 폐점 결정 철회와 해결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강수주 인천대책위 상임대표는 “홈플러스 사태는 지역 중심 상권의 붕괴로 시작하는 지역 공동체 붕괴와 맞물린다”며 “MBK, 정부, 노동조합, 지역사회 등이 모여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앞서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하다가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매립부지 위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U-타입의 컨테이너 완전자동화부두가 만들어집니다.” 28일 오후 4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407-2 인근 인천신항 1-2단계 하부 축조공사 현장. 1만1천t의 콘크리트 구조물 케이슨 42함이 바다에 심어져 1천50m의 항만 터미널 안벽을 만든다. 안벽과 육지 사이 바다였던 공간은 준설토를 매립해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됐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들어서는 컨테이너 완전자동화부두이자 국내 최초로 U-타입을 적용한 최고 수준의 항만배후단지가 될 예정이다. 박진우 인천항만공사(IPA) 개발계획처장은 “완전자동화부두는 365일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며 “시간당 처리물량 증가, 재항서비스 시간 단축으로 선사 서비스 요구에 대응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U-타입은 종전 수직·수평 타입과 달리 내·외부 차량의 동선을 분리해 서로 간섭을 받지 않아 안정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IPA는 컨테이너 장치장에 U자 모양으로 통행로를 만들어 동선의 효율성을 높이는 U-타입을 배치하면 인근 인천신항 1-1단계 연간 하역 능력인 138만TEU보다 26만TEU가 늘어난 164만TEU까지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PA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인천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3천953억여원으로 올해 11월 준공 예정이다. 이날 현재까지 공정률은 97.7%다. 현대건설㈜ 등 총 9곳이 함께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어 올해 12월부터는 상부공사를 해 오는 2027년 11월 터미널 개장을 예정하고 있다. 공사를 마치면 최대 3만TEU급 선박이 접안 가능하고, 선석은 4천TEU급 3선석 규모다. 정근영 IPA 건설부사장은 “오는 11월31일 하부 공사를 준공과 동시에 12월에는 상부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항에는 처음으로 도입하는 완전자동화부두를 통해 인천항이 국제 물류 중심의 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든 지 오래 된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습니다. 장애인들이 사전투표를 하러 오실 경우, 일부 과정을 대리인을 통해 해야만 합니다.” 27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4동 행정복지센터. 이곳은 건물 2층을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소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전투표는 오는 29~30일 예정으로, 아직은 그 어떤 안내나 준비를 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주민센터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사전투표소를 건물 2층에 설치하지만 해당 주민센터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거동이 극심하게 불편한 노인들은 사전투표소를 방문해도 직접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투표는 크게 ‘본인 확인’을 시작으로 ‘투표용지 수령’, ‘기표소 기표’, ‘투표함 투입’ 순으로 이뤄지는데 미추홀구 숭의4동 행정복지센터 사전 투표소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은 계단을 오를 수 없어 ‘투표함 투입’ 과정을 대리인에게 부탁해야 한다. 인근 용현3동 행정복지센터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1층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임시기표소를 설치하지만 이곳은 투표함을 지하층에 설치, 이곳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장애인들 역시 ‘투표함 투입’을 직접 할 수 없다. 인천 미추홀구와 동구지역 일부 사전투표소들이 2층이나 지하층에 사전투표소를 설치, 장애인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추홀구는 사전투표소 21곳 가운데 8곳(38%)이 엘리베이터 없는 2층 또는 지하에 투표소를 설치했고 동구도 전체 11곳 가운데 3곳(27%)이 장애인 접근이 어려운 곳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장차연 관계자는 “사전투표는 국민의 기본권 실현 수단”이라며 “미추홀구와 동구 선관위는 반복되는 차별을 멈추고,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참정권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사전투표소는 장비 설치 및 모의시험이 필수인데 반해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사용 가능한 대체 장소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장애인유권자들 투표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편리한 장소와 시스템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집에는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차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6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난 20일 외벽 팽창 현상으로 주민들이 대피(22일자 경기일보 7면)한 지 6일 만에 벽체가 붕괴, 치장벽 안쪽이 훤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시멘트 가루와 벽돌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다. 사전에 안전망을 설치해 대형 사고는 막았지만 한 번에 많은 벽돌이 추락하면서 안전망 일부가 찢겨나갔고, 마주한 주택 일부도 벽돌 파편에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 장안구청은 주택 주변에 ‘위험 출입금지’가 적힌 안전띠를 둘렀고 외부인 통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따금 대피한 입주민들이 물건을 찾기 위해 들어왔고, 공무원들은 거주 여부를 확인한 뒤 내부 진입을 동행했다. 주민들은 불편하고도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80대 여성 주민 A씨는 “다행히 딸 집이 근처라 5일째 지내고 있다. 오늘 옷을 가지러 들렀는데, 벽이 아예 무너졌고 공무원들도 언제 다시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시원하게 답변하지 않아 답답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50대 주민 B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어 이곳에 자동차, 오토바이를 둔 터라 차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고 있다”며 “건물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곧 들이닥칠 장마 전에 보수가 끝날지 신경 쓰이는데 수리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해 불안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원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57분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인근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시가 사고 직후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 건물 구조가 아닌 외벽 문제를 지목하고 이날 외벽 해체를 계획했는데 당일 새벽 치장벽돌이 무너진 것이다. 시는 2차 안전 진단을 진행하는 대로 소규모 공동주택 보수 지원 예산을 활용해 벽체 해체, 보수에 나설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입주민 동의를 얻어 보수 공사에 필요한 견적을 도출하고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유스호스텔에 임시로 머물고 있는 일부 주민에 대해서는 보수 기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에 머물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밀 시공을 하면 치장벽돌이 견고하게 맞물려 탈락하는 경우가 없다. 벽 전체가 붕괴한 이번 사안은 최초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며 “건물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 지하철 공사, 재개발 등으로 노후 건물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외벽 전체에 대한 재시공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피소라고 지정만 해놨지 대피용품 하나 없네요. 재난이라도 발생하면 여기서 어떻게 지내요?” 25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곳은 지자체가 지정한 공공용 민방위 대피소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몸을 피해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지만 소화기 2개만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마저도 주차한 차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소화기 위는 언제 비치했는지 모를 정도로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같은 날 미추홀구 한 아파트 주차장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소화기 12개를 제외하면 비상용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비상용품은 커녕, 폐자전거와 담배꽁초들만 버려져 있었다. 아파트 관리소장 A씨는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동안 대피소 안에 비상용품을 비치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비상용품 비치는 필수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비상용품을 갖춘 대피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운영 중이지만 방독면이나 식수 등 비상 시 사용해야 하는 용품을 갖추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민방위 대피소는 전쟁, 지진, 화재 등 재난이 생겼을 때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이 지정한 시설이다. 인천시는 각 군·구와 함께 민방위 대피소 773곳을 지정·운영 중이다. 하지만 시와 군·구는 상당수 대피소 안에 긴급 시 사용할 비상용품을 비치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공공용 대피소 비상용품 구비를 권장만 할 뿐 필수로 정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서울시는 똑같은 기준을 두고서도 지난해 특별교부금을 활용, 민방위 대피소에 비상용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이다. 서울시는 민방위 대피소 2천900곳 중 2천600곳에 들것, 손전등, 방독면 등이 들어 있는 비상용품함 3천여개를 마련했다. 또 식수까지 비치,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상용품은 필수로 구비해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만약 일어나면 한동안 대피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지자체들은 대피소 안에 2주 이상 버틸 수 있는 식수를 비롯한 여러 비상용품을 비치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방위 대피시설 관련 예산 대부분은 서해 5도 등 북한 접경 지역에 사용, 비접경 지역까지 지원하기는 부족하다”며 “각 군·구와 협의해 최소한의 지원 방안은 마련해 보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