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포동 칼국수 골목 일대 빈집·공터 10년째 방치 [현장, 그곳&]

“오랜만에 칼국수 먹으러 왔는데 온통 낡은 건물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만 가득하네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신포동 신포로 32의25 칼국수 골목. 4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칼국수집 2곳으로 가는 골목길이다. 그러나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낡은 폐건물이 늘어서 있다. 담벼락은 벽돌과 타일이 깨진 채 부서져 있고, 지붕 위에는 초록색 천이 축 쳐져 있다. 골목 안쪽 공터는 잡초가 무성한 채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다. 이 곳에서 만난 전의윤씨(27)는 “칼국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여자친구와 왔는데, 골목길 들어서면서부터 깜짝 놀랐다”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재개발 직전의 폐허같았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가 칼국수 골목 일대에 누들플랫폼을 짓겠다며 건물 여러채를 사들이다 백지화하면서 10년째 방치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일대가 폐허로 변하지 않도록 빈집 등을 활용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칼국수 골목 일대에 면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 누들플랫폼을 만든다며 7억원을 들여 인근 빈집 6채를 매입했다. 이후 추가 매입에 실패하자 구는 누들플랫폼 부지를 인근 신포로27번길 36 일대로 옮겨 지난 2021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구가 사들인 칼국수 골목의 빈집들은 사업이 멈춘 뒤 방치 중이다. 이들 빈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보니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빈집에 대한 관리조차 없어 지붕이나 벽 등이 무너지면서 일대가 슬럼화 중이다.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 A씨는 “빈 건물과 공터가 골목 사이사이에 있어 너무 지저분하다”며 “칼국수를 먹으러 온 손님들도 밥만 먹고 도망가듯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빈집을 이렇게 내버려 둘 거면 뭐하러 예산들여 샀나 싶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구의 당초 계획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10년 가까이 매입한 빈 집을 방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대 슬럼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활용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설계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생사라도 vs 불안해서 못 살아... 대북전단 ‘남남갈등’ 격화 [현장, 그곳&]

“정부가 납북자 가족 생사도 확인해 주지 않으니 이러는 거 아닙니까.” “대남 방송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도발하지 마세요.” 납북자가족모임이 31일 오전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다 경기도와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그러나 납북자가족모임은 드론 등을 이용해 곧 살포를 재시도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 납북자가족모임이 이날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낸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장 주변에 버스로 차단벽을 만들었고,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 파주시 직원 등 800여명이 곳곳에 배치돼 상황을 주시했다. 예고한 시간이 다가오자,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피켓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농사용 트랙터 20여대를 직접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대북 전단 풍선 반대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반발했다.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시장은 “파주시 모든 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위험구역”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고 파주에서 퇴거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피해자 가족의 이름과 사진, 설명 등이 실린 간판을 세워놓고, 드론을 띄우려 하자 일순간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드론에 매달아 띄우자, 반대편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더욱 커졌다. 납북자가족모임 관계자는 “대북 전단 살포는 막으면서, 대남 오물풍선에 대해서는 왜 나서지 않느냐”며 “정부는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이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파주시 관계자들까지 나서면서 결국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은 이날 예정했던 전단 살포를 취소했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납북자피해가족모임 측이 다시 일정을 잡기로 하면서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위험지역뿐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 가능성이 있는 지역 60여곳에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을 배치해 현장을 수시로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의 11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했다.

파주 임진각 인근 대북전단살포 예고 대치 현장…경기도·주민 저지로 무산 [현장, 그곳&]

31일 오전 10시께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 납북자가족모임이 이날 대북 전단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낸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는 이를 반대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피켓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트랙터 20여대를 직접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고, 시민단체들은 ‘주민생명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접경지역 마을 주민 A씨는 “농번기라 바쁜 시기인데도 새벽부터 대북 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하기 위해 나왔다”며 “대남방송으로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 모든 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위험구역”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고 파주에서 퇴거하라”고 강조했다. 10시30분께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납북 피해자 가족의 이름과 사진, 설명 등이 실린 간판을 세워놓고, 드론을 띄우려고 하자 일순간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은커녕 생사 확인마저 가로막는 반인륜 범죄자 김정은을 규탄한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드론에 매달아 띄우자, 반대편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더욱 커졌다. 이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도 및 파주시 관계자들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섰다. 결국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은 이날 예정했던 대북 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일정을 잡기로 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파주 임진각 일대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납북자가족모임의 계획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에 의해 무산됐다.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의 11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했다.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경기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버스로 차단벽을 만들었고,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와 경기도특별사법경찰, 파주시 직원 등 800여명이 배치됐다.

고물상 해마다 화재 이어져… 인천지역 폐기물 시설 ‘화재 취약’ [현장, 그곳&]

“불이 붙기 쉬운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는데 옆에선 불꽃 튀는 절단 작업이 한창이네요.” 28일 오전 9시께 인천 서구 가좌동 한 고물상. 검게 그을린 고철 등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다. 전날 불이 났지만, 오늘도 고물상 안에선 고철 절단 작업이 한창이다. 앞서 지난 27일 이곳에선 공기 속 먼지를 모으는 작업에 쓰는 집진기 안에서 불이 났다. 하지만 소화기 등 기초 소방시설은 폐기물 근처가 아닌 컨테이너 사무실 앞 공구 더미 속에 감춰져 있다. 비슷한 시간 미추홀구 주안동 한 고물상도 상황은 마찬가지. 바짝 마른 폐지가 성인 키보다 높게 쌓여 있고, 각종 고철들이 어질러져 있다. 이곳 역시 소화기는 먼지가 쌓인 채 폐기물 더미에 가려져 있다. 주민 장지원씨(31)는 “고물상 주변으로 집이 많은데 화재 예방이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다”라며 “폐기물에 불이 붙으면 주민들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해마다 고물상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의 1천㎡ 이상 고물상은 13곳, 규모가 작은 고물상까지 합하면 500여 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인천 고물상 화재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3건이다. 이로 인해 1명이 다치고 2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올해는 지난 6월 부평구 갈산동 고물상에서 난 불로 폐지 250t 등이 불에 탔다. 도심에 있는 고물상에서 불이 나면 연기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크다. 지난 2020년 연수구 한 고물상에서 난 화재 연기가 인근 아파트 단지로 흘러가 벽 그을림 등 추가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고물상은 소방시설법상 자원순환 관련 시설로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 비상경보설비와 소화용수설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2천㎡ 이상 고물상들을 위주로 화재 설비 등을 점검해 대부분의 소규모 고물상에 대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물상 안 폐기물들은 대부분 타기 쉬운 재질이라 화재 위험이 크다”며 “폐기물에 불이 붙으면 연기가 많이 생겨 일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물상에 대한 지자체의 정확한 현황 조사와 소방 당국의 소방 시설 점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고물상에서 불이 나면 시민 피해가 크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점검을 한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주거지 인근 고물상은 추가로 점검하는 등 조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조두순 이사 사흘째⋯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현장, 그곳&]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제야 좀 동네가 살만해졌는데… 조두순이 이사 왔는지도 몰랐습니다.” 28일 오전 11시께 3일 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이사한 곳으로 알려진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주택가. 그동안 조두순의 집 근처에 특별치안센터를 세우고 상시 순찰을 해왔던 것과는 달리, 새 주거지 인근에는 순찰차 1대와 사복 경찰 2명만이 순찰을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조두순이 이사 왔다는 사실을 듣고 격분했다. 15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진순씨(가명·70대)는 “조두순이 여기로 이사 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최근에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동네였는데, 조두순 때문에 동네가 다시 불안해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두순의 주거지로부터 10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는 두 곳의 어린이집이 있고,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상규씨(가명·30대)는 “요즘 세상이 흉흉해 가끔 데리러 오곤 했는데, 조두순이 이사 왔다니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조두순이 안산에 있던 기존 거주지를 떠나 인근으로 이사한 지 사흘이 됐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조두순의 새 거주지 인근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두순의 이사 소식을 알지 못한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불안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조두순의 거주지를 제재할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무리 흉악 범죄자라도 죄에 대한 대가를 다 치르고 나왔기에 국가가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지자체에 거주 이전을 통보 및 고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업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안산시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2020년 12월 출소했다. 이후 조두순은 안산 단원구 지역에서 거주해 왔다.

인천 강화 볼음도, 80t 육박 해양 쓰레기 가득 [현장, 그곳&]

지난 26일 오전 11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불음도의 영뜰해변. 2㎞의 긴 해변에는 각종 스티로폼을 비롯해 페트병 등 각종 해양 쓰레기로 가득하다. 주민들이 수시로 해안가의 쓰레기를 주워 모래사장 윗편에 모아둔 쓰레기 더미가 무려 40여개에 이른다. 이 쓰레기 더미에선 성인 남성 키만한 대형 스티로폼 부표를 비롯해 바다에서 떠내려오며 잘게 부서진 조각들, 그리고 엉켜있는 밧줄까지 가득하다. 여기에 각종 포장용으로 쓰이는 스티로폼 상자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음료 페트병은 물론 크고 작은 생수 페트병과 과자 봉지, 컵라면 용기 등도 잔뜩 쌓여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주민들이 수시로 해변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윗쪽에 모아둔다”며 “하지만 대부분 고령자다보니, 이 모인 쓰레기를 치울 마땅한 방법이 없어 이렇게 쌓아 둔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많이 오거나 대조기 등 바닷물이 많이 찰 때는 자칫 이 쓰레기가 또 바라쪽으로 쓸려내려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해변 끝자락 사람이 오가기 어려운 바위절벽이 있는 곳은 이 같은 해양쓰레기가 아예 잔뜩 널부러져 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부표부터 각종 플라스틱 생활쓰레기들이 파도에 밀려 바위 위까지 올라와 있다는데도 주민들의 손이 닿지 못해 치워지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섬 지역의 해양 쓰레기가 각종 장비와 인력 등이 부족해 해안가에 쌓여만 가고 있다. 이날 인하대학교(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인천대학교, 볼음도생태계마을영농법인,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푸른두레생협 등은 공동으로 볼음도 해안에서 해양쓰레기 수거를 했다. 해양쓰레기 수거에는 시민과 대학생 150여명과 인천시 해양환경과 및 강화군 볼음출장소의 협조 등으로 함께 이뤄졌다. 볼음도는 주민들이 공공근로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부족과 함께 노령화로 접근이 어려운 해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계속 쌓이고 있다. 볼음도가 한강하구의 바다 쪽 끝에 위치하고 동서로 길쪽하게 하구를 막고 있는 형태다보니, 북쪽 해안에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등 강에서 떠내려온 하천유입 쓰레기들이 쌓인다. 남쪽 해안에는 스티로폼 부표 등 바다에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가 집중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수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집하장까지 운반문제와 최종처리까지 시간이 걸리다보니 다시 흩어지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날 시민과 대학생 등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4t 규모의 대형 백 20개 분량에 이른다. 이 해양쓰레기는 인천시와 강화군의 협조로 주민들의 트렉터를 이용해 해안에서부터 도로까지 옮긴 뒤, 다시 운반트럭에 옮겨싣어 당일 섬 밖으로 옮겨졌다. 박상영 인하대 학생은 “한강 하구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해양쓰레기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볼음도는 한강 하구에 있다보니 하천유입쓰레기, 어업기인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행정기관에서 장비와 인력을 배치, 정기적으로 수거작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7월 업무협약을 통해 한강하구 부유쓰레기, 해안과 특정도서, 하천쓰레기에 대해 시민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문화재 일부분인데… 수원 ‘화서문 억새밭’ 외래종 점령 [현장, 그곳&]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만 안고 돌아갑니다.” 26일 오전 10시께 억새밭으로 유명한 수원특례시 팔달구 장안동 화서문. 억새밭 일대가 군데군데 파여 있고 훼손돼 있었다. 외래종인 환삼덩굴의 확산으로 억새들이 잠식당한 것. 인근에 있는 공원 둘레길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길 주변에 펼쳐져 있는 억새들이 윗부분에만 간신히 남아 있어, 억새밭이라고 보기 무색할 정도였다. 용인에서 이곳을 방문했다는 김진철씨(가명·50대)는 “화서문에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해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며 “사진 찍으러 왔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정숙씨(65·여)도 “화서문을 십여년 전부터 오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최근 2~3년 전부터 억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당연히 지자체에서 억새밭이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고개를 저었다. 화서공원 일대에 심어진 억새밭이 외래종 확산으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수원시 등에 따르면 억새밭은 지난 2004년 서문 아파트를 철거하며 진행된 화서공원 복원 조성 공사를 통해 심어졌다. 당시 시는 문화재청에 자문을 받아 역사적으로 성곽 주변에 억새를 심으면 적들이 불 질렀을 때 화소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화서문 일대에 억새밭을 조성했다. 하지만 시의 무관심 탓에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억새밭이 외래종 출현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외래종의 확산이나 훼손과 관계없이 억새밭 관리는 1년에 한 번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억새밭 조성 당시 담았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크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환삼덩굴과 같은 생태계교란종은 제거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한 제거 시기에 2~3번에 나눠 방제를 반복해줘야 효과가 있다”며 “환경 관련 부서와 협력해 예산 지원을 받고 외래종이 번성하지 않도록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억새밭 면적이 넓어서 유지·관리 예산이 부족해 일일히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외래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내년에 집중 관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강남’ 송도, 상가 무덤 전락⋯ 공실률 1년새 15배 ‘껑충’ [현장, 그곳&]

“송도가 ‘인천의 강남’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상가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더샵송도센트럴파크 3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상가. 1층 상가 70여개 중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 있다. 이 아파트 시세는 3.3㎡(1평)당 4천600만원(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 송도에서 가장 비싼 ‘대장 단지’이지만 입주 2년이 지나도 첫 입주조차 못한 상가가 수두룩하다. 이 단지는 송도의 대표 공원인 센트럴파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개통 예정역인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사이에 있어 최고의 입지를 갖고 있다. 이런데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분양가 등으로 상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 상가는 전용 면적 42㎡(13평) 기준 분양가 6억9천여만원이었지만 현재 10~20% 할인해 매매하는 곳도 많다. 인근 더샵 퍼스트월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도 마찬가지. 송도 조성 초기인 2005~2009년 당시 ‘인천의 타워팰리스’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슬럼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G동 1층 내부 상가는 인기척이 끊긴 채 적막하다. 오랜 시간 비어 있었던 것을 보여 주듯 상가 내부의 벽과 바닥은 갈라지고 녹이 슬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상가는 분양 당시 매매가의 절반 가격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분양 당시에는 빈 상가가 없고 사람은 북적였는데 지금은 죽은 상가가 됐다”며 “10여년 전부터 인근에 새로운 상가들이 계속 생기면서 공실이 생기더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송도 더프라우 주상복합아파트 1~3단지 상가도 현재는 공실 안에 잡동사니만 쌓여 있다. 2007년 1단지 청약 당시 오피스텔의 경쟁률이 4천855대 1을 기록하면서 상가 역시 인기가 높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또 지난 2021년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인 한라웨스턴파크송도 인근 상가 단지도 문을 연 점포보다 공실이 많다. F동은 6개 상가가 연달아 비어 있고 필라테스 학원, 자동차 물품점, 음식점이었던 곳들도 간판만 남겨진 채 상가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송도가 경기 침체와 과잉 공급 등으로 상가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기준 송도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6%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0.4%에 비해 무려 15배 늘어난 수치다. 비싼 상가 분양가와 임대료 등이 이 같은 공실을 부추기고 있다. 송도의 경우 전용면적 33㎡(10평) 기준 매매가는 지역에 따라 6억~9억원, 임대료는 월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상가 소유주는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임대인이 없으니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송도 상가 공실이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도의 부동산중개인 B씨는 “앞으로도 빈 상가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행 이자는 계속 오르는데 사려는 사람도 없어 팔지도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상가 공실은 계속 늘 것”이라며 “비어 있는 상가가 이어지면 주변 상권이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잔의 유혹’ 못이겨… 비틀비틀 ‘음주 라이딩’ 아찔 [현장, 그곳&]

“막걸리 한 병 마신 것이 전부인데, 자전거도 음주운전에 걸리나요?” 21일 오전 11시30분께 자전거 라이더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유명한 남양주 팔당대교 인근 한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자전거 전용 복장을 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자전거 안전모가 올려진 테이블 곳곳에는 막걸리가 함께 놓여 있었다. 세 명이 함께 온 한 일행은 막걸리 5병을 다 마신 채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났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에 있는 한 공원도 마찬가지. 인근 편의점에서 자전거를 세워둔 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시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시민 김진한씨(가명·50대)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나와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돌아가는 게 일상”이라며 “맥주 한두 캔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되물었다. 레저스포츠 활성화로 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 음주 라이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을 행락철을 맞아 각종 동호회 라이딩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총 7천176건이다. 지난 2019년 793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천774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9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자전거 음주운전이 금지됐지만 이같이 음주 라이딩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낮은 처벌 규정으로 위반 행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자전거 음주 단속으로 걸리면 부과되는 범칙금은 3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음주로 인해 자전거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10명 중 2명이 술을 마신 상태로 자전거를 탄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안전 인식이 부족하다”며 “술을 마시면 반응속도가 저하되면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속에 걸릴 경우 면허증에 대한 행정처분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음주 운전 특별단속 기간에 자전거도 같이 단속하고 있다”면서 “상시 단속으로 계도 및 홍보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화재로 일대 잿더미 [현장, 그곳&]

“하루아침에 모든 게 불에 탔어요. 막막하기만 합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일대. 공장 단지 입구를 지나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불에 탄 공장 건물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공장 앞 차량들은 검게 불에 타 뼈대만 남아 있다. 일부 공장 건물은 아예 무너져 내려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굳은 표정으로 폐허가 된 공장 내부를 정리하던 안모씨(66)는 “모든 게 불에 타서 직원들과 함께 잔해 정리를 하고 있다”며 “현실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가구공장도 마찬가지로 전날 화재로 뼈대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안에 있던 가구들은 잿더미로 변했다. 공장 주인 신모씨(47)는 “어제는 위험하다 그래서 공장에 와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뼈대만 남은 모습을 봤다”며 “납품 일정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시작한 불이 인근으로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 공장 관계자들의 일터를 앗아갔다. 소방 당국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44분께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난 불이 11시간1분 동안 꺼지지 않고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의 공장 70여개 동을 태웠다.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부는 데다 공장 건물들 간격이 좁아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소방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이들 기관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불이 난 원인, 화재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불꽃이 처음 발견됐다고 추정되는 공장 안 사무공간을 집중적으로 감식했다”며 “최종 감식 결과는 1달 이상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싹쓸이... 인천 꽃게 ‘흉년’ 가격 급등 [현장, 그곳&]

“가을 꽃게 철인데 유례 없이 어획량이 적어 헛웃음만 나옵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 소래포구. 꽃게 철을 맞아 소래공판장에는 꽃게 경매가 한창이었다. 더 싸고 좋은 꽃게를 구하려고 중매인들은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꽃게를 내놓는 선주들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제철이지만 꽃게가 많지 않아서다. 선주 남모씨(58)는 “30년 가까이 꽃게를 잡았는데 이렇게 심각하게 안 잡힌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해에는 1일 200㎏ 가량을 잡았는데 올핸 2일 동안 50㎏도 못 잡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인천 연안부두쪽으로 들어오는 꽃게잡이 선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어민들은 어획량이 줄자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기름 값이 꽃게 수익보다 더 많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출항에 나서고 있다. 선주 예모씨(57)는 “외국인 선원들 임금이나 미끼 값, 기름 값 등을 생각하면 가을 꽃게 철에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배를 묶어둘 수는 없으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꽃게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인천수협 소래지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소래포구 일원에서 잡힌 꽃게는 195만㎏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22년 280만㎏, 2023년 260만㎏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 폭이다. 서해 연평어장 역시 꽃게 어획량이 급감했다. 연평어장의 지난 9월 꽃게 어획량은 15만2천500㎏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3천29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잡히는 꽃게 양이 감소하자 경매장 꽃게 가격도 올랐다. 암수컷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경매장에서 꽃게 1㎏ 가격은 1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40%가량 오른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어획량 감소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가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가 분산됐고, 어획량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중국 어선 증가도 꽃게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경에 따르면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7~8월 60여척에서 9월 초 기준 140여척으로 급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황해 저층 냉수대가 서해안 깊게 유입되면서 꽃게가 한 부분으로 모이면서 어민들이 많이 잡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황해 저층 냉수대가 유입이 덜 됐고, 수온도 올라 꽃게가 좀 더 넓게 흩어지면서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악몽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인천 연평도 [현장, 그곳&]

“집에서 물건만 떨어져도 14년 전 포격 소리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요. 심장이 두근거려요.” 1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안보교육관. 무너진 집의 벽과 지붕 파편 등이 지난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잔뜩 녹이 슨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북한이 8개 포병여단의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춘데 이어 접경지역 도로까지 폭파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주민 문성기씨(87)를 만났다. 그는 위급상황 시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겉옷을 입고 잠을 잔 지 오래다.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식수와 담요, 신경안정제를 담은 비상 가방까지 꾸려 놨다. 14년 전 포격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뭍으로 겨우 몸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영식씨(74)는 지난 1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서해상 포격 등 도발을 한 뒤부터 10개월째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도발 움직임을 보여 언제든 ‘제2의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 때문에 무섭고 불안해도 어디 다른데 가서 살 수도 없고, 그냥 감내하고 살 뿐”이라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14년 전 포격전을 겪은 인천 연평도의 주민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옹진군 등에 따르면 옹진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1월부터 연평도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등을 한 결과, 20%에 이르는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지난해 200여명에 대한 검사에서는 40%의 고위험군이 나와 심리 상담 등 마음 돌봄 사업을 벌여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14년 전 포격 사태를 직접 겪은 주민들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소음 등 작은 충격에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불안한 정세가 계속 이어지면, 자칫 일반 주민들까지도 트라우마가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의 생계인 어업과 관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민들이 가을 꽃게철에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가서 조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에 근처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틈에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연평도 어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어민은 “연평도의 어선 59척 중 40여척이 꽃게잡이 배일 정도로 생계와 밀접한데, 최근 NLL 근처에 못가다보니 어획량이 적다”며 “북한 도발로 만약 해병대 등에서 바다를 통제라도 하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북한 도발에 예년보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반토막 나더니, 최근 북한의 국경 부근 포병부대의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는 아예 발걸음이 끊어졌다. 이날 연평도행 여객선도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몇몇만 탔을 뿐, 대부분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관광객이 60~70% 줄었고, 마치 14년 전 포격전 다음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생계를 꾸려가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평면 관계자는 “군과 함께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최악 상황을 대비해 주민들의 안전 확보에 대비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지원책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영광스러워”…쉴 틈 없는 천광인쇄사 [현장, 그곳&]

“인쇄소에서 37년 일하면서 ‘특근’은 처음입니다.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슴이 벅찰 뿐 일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 인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가 막바지 인쇄 작업을 위해 ‘다다다다’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인쇄소에 모인 20명의 직원 전원은 인쇄하는 라인부터 오자를 확인하는 라인, 제본하는 라인, 검수하는 라인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분주했다.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이곳 인쇄소는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의 증쇄 요청을 받아 한강의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직원들의 손길로 곳곳에는 인쇄된 ‘작별하지 않는다’ 묶음이 수북이 쌓여갔다. 이들을 보관하는 제2공장 창고엔 책들이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훈씨(46)는 “내일 오전 6시30분에 수만권의 책이 나가야 해 모든 직원이 3일 연속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0년간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을 하는 거니 힘들지도 않다. 출판사, 인쇄소가 불황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고, 업계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등 관련 업계도 모처럼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15만부, ‘흰’은 총 6만부 증쇄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총 10만부, ‘소년이 온다’ 역시 총 10만부를 증쇄해 14일부터 각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워라, 마셔라… 인천 경인아라뱃길 ‘불법 캠핑족’ 몸살 [현장, 그곳&]

“매일 밤 텐트를 치고 술판을 벌여요. 산책 왔다가 불쾌감만 얻습니다.” 11일 오후 7시께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산책로 옆 풀밭에 텐트를 비롯해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등이 줄지어 있었다. 곳곳에선 구운 고기 냄새가 풀풀 나고, 캠핑족들은 연신 소주·맥주를 들이마시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산책로 곳곳엔 캠핑·야영이 불법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이어 텐트가 들어섰다. 산책하던 주민 안재범씨(29)는 “추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캠핑족이 많다. 산책하다 소음과 음식 냄새 때문에 절로 인상이 쓰인다”며 “최근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캠핑족이 늘었고, 특히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텐트가 더 많다”고 토로했다. 12일 오전 8시께 다시 찾은 경인아라뱃길 공중화장실 주변엔 밤새 캠핑족들이 버린 폐기물(쓰레기)이 쌓여 있었다. 소주병을 비롯해 먹다 만 음식물이 그대로 한 봉투에 섞여 버려져 악취가 진동했고 공중화장실 안 변기는 캠핑족이 버린 음식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공원 청소부 A씨(70)는 “캠핑족들이 매일 분리수거 없이 쓰레기를 이곳에 막 버리는데 치우기 너무 힘들다”며 “수시로 변기가 막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산책로에서 불법 캠핑·야영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야영은 일대 오염을 비롯해 화재 위험도 있어 지자체의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인천시와 구 등에 따르면 시는 경인아라뱃길(아라천) 청운교~계양대교 24㎞ 구간을 야영·취사 금지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캠핑족들은 대부분 밤에 일시적으로 텐트를 친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철수하는 방식으로 지자체의 단속을 피하고 있다. 한 캠핑족은 “공무원이 단속 나오면 잠시 치우거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시와 구의 경고 및 철거를 유도하는 형태의 계도 위주 단속은 이 같은 캠핑족이 좀처럼 줄지 않게 하고 있다. 이곳에서 야영 또는 취사를 하면 하천법에 의해 300만원 이하의 지자체가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지만, 민원 등을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강변을 바라보며 캠핑을 즐기고 싶은 시민들의 욕구로 불법 캠핑·야영이 성행한다”며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 캠핑 수요가 많은 만큼 인근에 캠핑장을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낮과 밤 가리지 않고 불법 야영을 단속하지만, 경인아라뱃길 구역이 너무 넓다 보니 감당하기 어렵다”며 “더 철저한 관리·감독과 홍보 활동을 펼치겠다”고 해명했다.

바닥 쩍쩍·공사 자재 수북… 인천 부영공원 ‘위험천만’ [현장, 그곳&]

“바닥이 갈라지고, 공사 자재도 지저분하게 쌓여 있지만 몇 년째 이 상태 그대로입니다.” 9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산곡동 부영(신촌)공원. 산책로에 들어서자 주변에 벽돌과 각목 등 자재가 쌓여 있었다. 산책로 바닥은 아스팔트 포장이 갈라져 있거나 바닥이 움푹 패여 있었다. 또 보도블럭이 깨져 떨어져 나온 돌들이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에 차이기도 했다. 일부 보도블럭이 깨진 곳에 야자수 매트가 덮어져 있었지만, 이 매트마저도 시민들의 발길에 닳아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권석창씨(90)는 “집 근처에서 유일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지만, 산책로 상태가 좋지 않아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공원 한편엔 버려진 천막 등이 어질러져 있었고 일부 무너진 담벼락도 출입통제 없이 방치된 상태였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여기가 공원인지 야산인지 모를 정도”라며 “7세 아이가 뛰다가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피투성이가 됐는데, 아직도 그 돌부리는 그대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부영공원 내에 파손된 시설물들과 무단투기 된 폐기물들이 방치되고 있어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는 오는 2030년까지 개발이 이뤄진다는 명분을 내세워 현재 공원의 관리·감독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구에 따르면 부영공원은 지난 2000년대 초 옛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부지 중 11만㎡(3만3천평)의 개방이 이뤄지면서 인근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공원 곳곳에 설치된 보도블럭 등 시설이 노후화되며 대대적인 정비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데도 구는 인천시가 오는 2030년을 목표로 미군기지 일대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이유로 전체적인 정비가 아닌, 일부 파손 부분에 대해서만 보수에 나서는 등 소극적인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유정옥 부평구의회 부의장(국민의힘·다선거구)은 “몇년 뒤에 있을 개발을 핑계로 당장 주민들이 다치고 안전을 위협받는데, 이에 대한 조치조차 하지 않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안전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당장 보수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부영공원을 포함한 일대 공원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오래 남은 만큼 구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정비 부실 이유를 (시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의 민원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 임시 조치 등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공원 이용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녹슬고, 깨지고… 인도 위 지뢰 ‘볼라드’ 흉물 방치 [현장, 그곳&]

“녹슬고 찌그러진 게 한두개가 아닌데, 방치만 수개월째입니다.” 8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진안동 중심상가 사거리 횡단보도. 차량 진입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3개의 볼라드(차량 방지용 말뚝)가 설치돼 있었지만, 우레탄 재질의 덮개는 벗겨져 있었고 내·외부 역시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보행자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뻥 뚫린 볼라드 내부에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시 송죽동 만석공원 인근의 한 횡단보도 상황도 마찬가지. 대기 선을 따라 설치된 볼라드는 심하게 찌그러졌거나 부식돼 사고 발생 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주민 이모씨(48·여)는 “녹슬고 찢기고 찌그러진 저 상태를 몇개월 동안 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내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가 파손된 채 장기간 방치, 보행자 안전은 물론 도시 미관까지 저해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안전신문고 통계에 따르면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민원 신고 건수는 2021년 7만8천480건에서 2022년 9만664건, 지난해 10만4천97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볼라드 역시 인도와 도로 간 경계에 자동차 진입을 막고자 설치된,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안전 시설물’인 만큼, 해당 건수에는 볼라드 관련 신고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선 시·군들은 정확한 볼라드 설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리 인력과 예산도 한정된 탓에 ‘선(先) 민원 후(後) 보수’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수도 지연되고 결국 지역 곳곳에 제 기능을 잃고 도심 흉물로 자리 잡는 볼라드가 만연하게 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도시 정비 기본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훼손된 볼라드를) 정비하고 있지만, 전수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즉각 조치하고 훼손 방지를 위해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주민 불편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법은 볼라드를 임의로 철거, 손괴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어 가득한 거리… 부끄러운 ‘한글날’ [현장, 그곳&]

“외국어로 표기한다고 더 멋있거나 음식이 더 맛나는 것도 아닌데…. 외국어 간판이 넘쳐나 씁쓸하네요.” 8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로데오거리.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답게 수많은 간판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지만, 온통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로만 표기한 간판들로 가득하다. 한글을 일본어처럼 꾸며 표기한 곳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 만난 김순아씨(55)는 “커피 같은 영어 정도야 문제 없겠지만 요새 갑자기 일본어나 불어(프랑스어)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안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뭘 파는 가게인지도 알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시각 부평구 부평문화의거리와 부평지하도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문화의거리에는 한글 간판보다 외국어 간판들을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평지하도상가에는 인접한 가게 4곳이 모두 영어로만 적은 간판을 내걸어 외국 거리를 방불케 한다. 송창현씨(71)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외국어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해했다. 제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인천 시내 곳곳에서 한글이 전혀 없는 외국어 간판이 넘쳐나고 있다. 인천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2022~2023년 인천에서 한글을 같이 쓰지 않은 외국어 간판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전혀 없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군·구가 외국어 간판을 단속하려면 간판 면적이 5㎡ 이상의 큰 간판에 외국어만 적혀 있어야 한다. 또 브랜드명이 외국어이면 이를 특별한 사유로 분류, 아예 한글이 없어도 문제가 없다. 여기에 1~3층의 상가 간판은 아예 이 같은 한글 병기 규정에서 벗어난다. 게다가 매장 벽면 전체를 간판처럼 보이게 만들고 글씨를 쓸 경우, 글씨만 ‘간판 면적’에 포함돼 한글 병기 의무를 피한다. 특히 경기도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외국어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교체하면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천은 이 같은 지원도 없다. 서현정 세종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은 “간판 등 광고물도 모든 사람이 읽고 이해를 해야 하는 공공 언어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글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나 민간단체에서 한글 간판을 권장하는 캠페인 등은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 구 관계자는 “따로 한글·외국어 병기 여부를 모두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외국어로만 표기한 간판이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법 개정이 우선 필요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내 집, 가게 앞 주차 하지마”…도 넘은 불법적치물 극성 [현장, 그곳&]

“도로를 사적 공간으로 이용해도 되는 건가요?” 지난 4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한 주택 밀집단지. 부동산, 개인 카페 등이 입점해 있는 상가형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이곳엔 볼일을 보기 위해 찾은 차량과 거주자들의 차량이 뒤섞여 주차난이 심각한 상태였다. 차량 한 대 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놓고 양쪽엔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지만, 일부 상가 앞 이면도로엔 주차 금지 안내판, 페인트 통 등을 세워 놓은 채 다른 차량의 주차를 막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수원시 영통구의 한 주택가도 마찬가지. 골목 곳곳에는 자신의 집 앞 이면도로를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쓰이는 안전 표지판을 두거나 임의로 치우지 못하도록 쇠사슬에 묶어 놓은 적치물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 김창윤씨(가명·54)씨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고 도로 일부를 개인용으로 쓰는 게 맞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내 이면도로 곳곳에 불법 노상 적치물을 설치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어 보행자 및 차량 통행에 방해 되고 있다. 더욱이 불법 적치물로 안전사고 우려도 나오고 있어 지자체 및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단속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로법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대하여 토석·입목·죽(竹) 등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또는 ‘그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물건 등을 도로에 일시 적치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적치물은 단속의 눈을 피해 도로에 만연하는 실정이다. 한정적인 단속 인력이 곳곳의 불법 적치물을 일일이 적발하기 쉽지 않은 데다, 계도 조치를 해도 잠깐 불법 적치물을 치운 뒤 다시 내놓는 행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 내 한 구 단위 지역 불법 적치물 관련 단속 건수를 살펴보면 2022년 2천477건, 2023년 2천183건 등 매년 2천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는 1~6월 928건의 단속이 실시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정구역마다 평균 4~5명의 인원이 단속하고 있는데, 매우 벅찬 상황”이라며 “강제 철거를 시행해도 다시 원상 복구돼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 불편 최소화 방안을 계속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부르는 ‘무개념’ 무단횡단… 운전자만 ‘노심초사’ [현장, 그곳&]

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시장. 보행자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지만 노인들은 시장을 가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들도 보행자 신호를 무시한 채 차 사이로 아찔하게 차도를 건너고 있었다. 운전자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보고 멈칫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만안구의 한 도로에서도 무단횡단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차량 신호등에 초록 불이 켜진 후 버스가 출발하려고 하자 보행자 한 명이 차도로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를 지켜보던 운전자 김슬하씨(35)는 “무단횡단을 해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위험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일삼아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무단횡단의 경우 유·무죄를 떠나 운전자에게 사고로 인한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기준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포함한 보행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4만6천682건, 2020년 3만6천601건, 2021년 3만5천665건, 2022년 3만7천611건, 2023년 3만7천324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00건 이상 보행자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보행자가 신호를 어기고 무단횡단을 할 경우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육교가 설치된 곳 바로 아래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에는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무단횡단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현장 적발로 인한 범칙금 부과만 가능한 탓에 무단횡단에 대한 제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특히 고령자 분들은 지내오셨던 환경 자체에서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이었던 환경이 많았기에 무단횡단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며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도록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무단횡단의 경우 폐쇄회로(CC)TV로도 확인이 불가능해 현장 적발로만 범칙금 부과가 가능하다”며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자주 현장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태부족'…도내 4개 시·군 [현장, 그곳&]

2일 오전 9시께 남양주 화도읍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이곳의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구석진 곳에 한 구역만 마련돼 있었다. 이마저도 다른 곳에 비해 차량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임을 알리는 바닥 표식은 바래 있었고 행정복지센터 차량이 주차돼 있어 국가유공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하남시 덕풍동의 하남문화재단의 있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약 30개 되는 주차면적 중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양동철(40대)씨는 “국가유공자 주차장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국가유공자 예우 목적이 맞냐"고 되물었다. 경기도내 국가유공자를 위한 우선주차구역이 턱 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보훈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가보훈부는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안)’을 마련하고 전국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조례안에 따라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은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보훈보상대상자가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설치에 대한 조례안이 ‘권고’에 그쳐 국가유공자에 비해 우선주차구역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국가유공자 수는 19만7천810명인 반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치된 곳은 남양주, 하남, 안성, 성남 등 4개 시·군뿐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다수가 특정 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 등을 통한 홍보물 제작을 활용해 인식변화 및 취지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에 대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일부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의무 사항은 아니기에 강제할 수는 없고 주차면적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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