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폴리텍대 교직원 아파트 수년째 흉물 방치 [현장, 그곳&]

“교직원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흉물스럽고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요.” 9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직원 아파트. 건물 외벽은 페인트칠이 저저분하게 벗겨져 있었고, 곳곳엔 잡초 덩굴이 우거져 폐가를 연상케 했다. 아래로 늘어진 전깃줄이 바람에 흔들리고, 창문이 열린 집 안에는 가구나 종이상자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잡초가 성인 허리 높이까지 자란 데다 수풀 사이에 부탄가스와 비닐, 스티로폼 등 생활 폐기물이 지저분하게 버려져 있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 이현호씨(43)는 “집 근처에 낡고 방치된 아파트가 있는 걸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이라 안전을 위해서라도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건물 주인인 한국산업인력공단 인천지사가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직원 아파트를 3년째 방치하면서 도시경관 훼손과 안전사고 우려가 나온다. 지역 안팎에선 단지 정비와 활용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공단 인천지사에 따르면 지난 1976년 미추홀구 주안동 1389의3 일대 5천여㎡에 아파트 2개 동 59가구 규모로 교직원 관사로 쓸 아파트를 지었다. 공단은 이후 이 곳 부지를 자체 활용한다며 관사를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 지난 2022년 5월부터 이곳에는 아무도 살지 않고 비어 있다. 그러나 공단은 약 3년째 활용 방안을 정하지 못하고 입구만 잠가 놓은 채 방치하고 있다. 흉물스러운 아파트 건물은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 아니라 안전 문제마저 야기하고 있다. 김재동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국민의힘·미추홀1)은 “시민들이 오가는 공간에 아파트 건물 2개 동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어 보기에 매우 좋지 않다”며 “원도심 빈집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빈집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단이 부지 안 폐기물 등을 정비하고 활용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10여년 전 해당 부지를 팔기로 했지만 유찰됐고, 지금은 활용 계획을 정하지 못해 건물 등은 정비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이 아파트 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문을 걸어 잠갔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불 나면 火르륵’…화재 무방비한 경기도내 목조건축물 [현장, 그곳&]

“최근 다른 절에서 큰 불이 났다고 하던데 여기는 괜찮을지 걱정이네요.” 4일 오전 찾은 화성시 송산동 용주사. 해당 사찰은 목조로 조성됐지만 화재 시 사용해야 할 소화기는 한 눈에 찾기 어려웠다. 소화기가 한쪽 구석에 놓인 채 청소 도구, 주변에 쌓인 쓰레기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옥외소화전도 설치돼 있었지만 이마저도 사찰과 멀리 떨어진 석탑 인근에 배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 진압에 활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같은 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목조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 비치된 소화기 두대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으며, 사용 연한도 마모돼 알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한 소화기의 압력 게이지는 정상보다 한참 낮은, 0에 가까운 상태였다. 지난 3일 안성의 법계사에서 화재가 발생, 대웅전이 전소된 가운데 경기도내 다른 목조 건축물들도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목조 건축물 화재 건수는 585건이다. 통상 목조 건축물은 콘크리트 건축물보다 불이 잘 붙고 빠르게 퍼지는 특성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목조 건축물의 경우 화재 시 일반 건축물에 비해 빠르게 불길이 빠르게 확산된다”며 “이에 소화기, 옥외소화전 등을 활용한 신속 대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도내 문화유산, 문화재 등 문화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 상당수가 목조로 조성된 점을 감안하면 소화시설 접근성, 활용성은 더욱 중요한 상황이다. 소화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비치되고, 관련법상 특정 소방대상물의 각 부분으로부터 수평거리가 40m 이하가 되도록 설치돼야 하는 옥외소화전이 너무 멀리 배치되는 등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사찰, 문화재와 같은 오래된 목조건물들의 경우 내화 성능이 부족해 화재 예방을 위한 지자체와 운영 단체의 꾸준한 관리가 요구된다”며 “신축 목조건물들도 내화성을 갖춘 도료를 쓰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니세탁기, 단돈 3만5천원!" 불경기에 인천도 리퍼·중고 열풍 [현장, 그곳&]

“20만원 넘는 미니세탁기, 단돈 3만5천원에 가져가세요!” 4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중구 만물도깨비경매장. 사회자가 단순 환불로 사실상 새 제품인 리퍼비시(리퍼) 미니세탁기를 헐값에 경매에 부치자 20여명이 현금을 쥔 손을 높이 든다. 사회자가 가장 손을 빨리 든 3명에게 미니세탁기를 넘기자, 주변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곧바로 1개 당 2만원짜리 여성 내의는 4천원에 매물로 나왔고, 여러 명이 재빨리 손을 들어 낙찰받는다. 이어 냉동 치킨, 찹쌀떡, 소금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쉴 새 없이 팔려나간다. 이날 리퍼 및 중고 제품 등을 파는 이 경매장은 평일인데도 60여명의 시민이 찾아 각종 물품을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열기로 뜨겁다. 고재선 만물도깨비경매장 대표(64)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올해 들어 손님이 많이 늘어 1일 1천400여명에 육박한다”며 “덩달아 매출도 30%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아침부터 손님이 몰려 빈 의자가 없는 것은 물론, 뒤쪽 빈 공간까지 가득 찬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272만물상 리퍼브매장도 평일 이른 시간에 손님 40여명이 인터넷 가격과 비교하며 리퍼 및 중고 제품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에 든 물건에 혹시라도 하자가 있을까 상품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본다. 이곳에서는 가전과 의류, 식품 등 1천여개에 이르는 물건을 판매한다. 시중 가격보다 식료품은 15%, 가전은 30% 이상 싸다. 이날 이 곳에서 만난 A씨(77)는 “물가가 너무 올라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식재료 가격 부담이 큰데, 여기는 싸면서도 제품엔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인천의 리퍼 및 중고 제품 판매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와 경기 악화 탓에 시민들이 싸면서도 좋은 소위 ‘가성비’ 제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이후부터 경기 악화로 인해 이 같은 리퍼 및 중고 제품 판매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매장은 물론 어썸마켓 홈플러스, 두원리퍼브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 안까지 전용 중고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서는 식품, 생활용품, 스포츠·캠핑 물품 등을 최대 70%까지 할인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서, 인천 곳곳에 리퍼 및 중고 판매장이 들어서고 있다”며 “올해도 경기가 나빠 더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림 인천경제연구원 센터장은 “가계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신제품 소비를 줄이고 리퍼·중고 매장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전망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리퍼·중고 매장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안그래도 좁은데”…인도 위 점령한 가로수, 보행자 불만 ‘속출’ [현장, 그곳&]

“이게 인도인지 가로수길인지 구분이 안돼요”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1일 오전 광주시 신현동 인근 한 보행로. 폭이 2m도 채 되지 않는 인도는 가로수가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상태였다. 사람 한명이 겨우 걸을 수 있는 공간만이 남은 탓에 한 시민은 인도에서 벗어나 걷기도 했다. 더욱이 가로수로 인해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균열을 일으켜 보행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같은 날 수원시 권선구 인근 하천 주변의 상황도 마찬가지. 하천을 따라 인도가 조성돼 있었지만, 인도 가운데에는 굵은 가로수가 식재돼 있었다. 여기에 인근 상가에서 버린 각종 생활 폐기물까지 보행을 막고 있어 보행자는 보호틀을 밟고 인도를 이용해야 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인도 폭을 넓던, 가로수가 없어야 통행이 편한데, 인도로 조성된 길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규정된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식재된 가로수로 인해 시민들의 보행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모차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은 인도 사용이 더욱 어려워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31일 산림청의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가로수 식재 시 도로의 조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도 폭 기준 제시는 없고, ‘보행자 전용도로 및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보행자 및 자전거의 원활한 이동과 안전에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로수를 심을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만 존재한다. 때문에 보행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채 식재된 가로수들이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도내 한 지자체에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간 가로수로 인한 보행불편 민원이 1천400건 이상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도 폭 대비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가로수 대신 대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보도 폭이 1.5m만 돼도 가로수를 심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좁은 인도에서는 부피가 큰 가로수 대신 화분 또는 구조물을 활용한 넝쿨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 문제와 제거를 반대하는 민원 등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보행 불편을 일으키는 가로수는 제거나 공간을 덜 차지하는 좁은 폭의 수목 교체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대남방송에 파주 대성동 '소음지옥' [현장, 그곳&]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남 확성기에서 쏟아지는 온갖 기괴한 소리에 정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따름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파주시 군내면 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입구인 파주통일대교 근처 한 카페. 이곳에서 만난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56)은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북한의 대남방송 확성기 소음 때문에 두통은 물론이고 심장마비까지 온다고 호소하는 어르신이 속출하고 있다. 무슨 일이 날까 봐 겁난다”고 호소했다. 김 이장은 이어 “이번 설 연휴에 소음에 시달려 낮에도 방에만 있었다. 밤에는 방음창을 뚫고 지붕 위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잠을 설쳤다”며 “외지에 있는 자녀들에게도 오지 말라고 했다. 거주지를 문산읍 등 임시로 옮긴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 군내면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장기간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에 노출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지병 악화는 물론이고 두통 등 각종 질환을 집단으로 호소하고 있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일부 주민은 문산읍 등지에 임시 거주지를 마련하는 등 생활권 붕괴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민이 140여명인 대성동마을이 북한 대남방송 확성기 소음에 노출된 건 지난해 7월18일부터다. 북한 오물풍선이 남하하자 우리 군이 대응 수단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대남 확성기를 가동, 대성동마을이 6개월 넘게 소음에 장기 노출되고 있다. 대성동마을과 북한 최전방 기정동마을은 직선거리로 500m 남짓이다. 주민 A씨(78)는 경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확성기에서 여우, 까마귀 같은 울음소리, 귀신 곡소리, 쇳덩이를 긁는 듯한 기계음 등 기괴한 소리를 쏟아 내며 귀청을 때린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파주시가 지난해 11월 대성동마을에서 측정한 소음치는 법상 소음 규제 기준치인 65㏈보다 훨씬 높은 70~80㏈에 달했는데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장애를 일으키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야간 소음은 심장마비 등을 일으킨다”고 경고한다. 주민 B씨(75·여)는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데 소음 스트레스로 조절이 안 된다”고 고통을 호소했고, 일부 주민들은 소음을 피해 인근 지역으로 임시로 거처를 옮기는 등 마을 전체가 일상생활권 붕괴 위기에 몰렸다.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70여년째 이어지던 주한유엔사령부 관계자들이 마을 노인회장 등에게 올리던 설 차례상은 올해에는 진행되지 못했다. 김동구 이장은 “주민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판이다. 곧 영농철도 다가온다. 농사를 어떻게 짓느나”며 “대책이 없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게 주민들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도로 위 ‘또 다른 지뢰’ 비포장 도로…경기도에만 200㎞ 넘어 [현장, 그곳&]

“비포장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미끄러워 죽겠습니다.” 지난 주말 양평 양서면 경강로 인근. 아직 채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보이는 가운데 한 비포장 도로를 자세히 보니 도로 사이 곳곳 있는 균열에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표면마저 울퉁불퉁해 지나가는 차량들은 혹여나 미끄러지지 않을까 평소보다 속력을 줄이고 ‘거북이 운전’을 이어갔다. 한 차량은 살짝 미끄러져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과천시 과천동에 위치한 한 마을의 흙길에서는 영하권으로 떨어졌던 아침에 비해 따뜻한 낮 시간대가 되면서 도로 위 얼음이 녹아 진흙 투성이로 변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진흙이 혹시나 몸에 닿지 않을까 종종 걸음을 옮겼다.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아예 도로 쪽을 벗어나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나가는 시민 A씨는 “여기 도로는 겨울철만 되면 항상 얼고 녹기를 반복해서 진흙탕이 된다”며 “특히 잘못 발을 디디면 미끄러워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도로 살얼음의 일종인 ‘블랙 아이스’로 인해 경기 지역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포장 도로 역시 도로 위 또 다른 지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31일 기준 도내 개통된 도로 중 비포장 도로는 약 215㎞에 달한다. 특히 도내 비포장 도로는 도가 직접 관리하는 지방도(약 28㎞)보다 시군 지자체가 관리 주체로 있는 시도(약 116㎞)와 군도(약 71㎞)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지역 내 도로 193.6㎞ 중 49.2㎞가 비포장 도로로 확인, 전체 비포장 도로의 약 22%를 차지하는 등 지역 별 편차도 심각한 실정이다. 겨울철 미포장 도로는 포장 도로에 비해 결빙 시 더욱 미끄럽고 특히 보행자와 차가 같이 다니는 ‘보차 혼용도로’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큰 실정이다. 이에 각 시·별로 비포장 도로 포장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 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도로 포장에 쓸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합적인 도로 관리 체계마저 부재한 상황”이라며 “도가 도내 곳곳에 위치한 비포장 도로 현황을 직접 파악하고 점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시·군이 진행하는 도로 포장 사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차요원의 일방적 도로 통제, 경찰·구청도 막을 수 없는 사각지대 [현장, 그곳&]

“주차요원이 주차장에 자리가 있는데도 들여보내지 않고 도로에 줄을 세우네요. 도로를 주차장으로 쓰는게 맞는지 의문이네요.” 지난 주말 오전 인천 서구 한 대형 음식점 주차장. 주차칸이 3~4개나 비어 있지만, 주차요원은 입구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 대로변에 줄을 세운다. 점심 시간이 다가올 수록 차량은 밀려들었고, 비상등을 켠 차량들은 급기야 식당 인근 주유소 입구까지 길게 줄지어 선다. 식당이 도로를 사실상 주차장으로 사용하자 편도 3차로 도로는 순식간에 편도 2차로로 좁아져 차량 정체까지 이어진다. 줄지어 선 차량들이 시야를 가려 골목에서 나오는 빠져나와 대로로 진입하려는 운전자들은 진땀을 뺀다. 김미자(63)씨는 “이곳은 점심·저녁 시간이면 손님이 많아 항상 정체가 생긴다”며 “주차장 안에 자리가 남았는데도 들여보내지 않아 생긴 긴 줄 때문에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동구 한 식당 건물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차요원 통제하에 많은 차량이 건물 주차장 진입을 위해 도로에서 대기했다. 골목에서 나와 우회전하는 차는 버스전용차로를 피해 도로에 진입,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1번에 2개 차로를 넘기도 하는 등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인근 주민 A씨는 “항상 복잡한 구간이라 지나갈 때마다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빠져나가는 차량 1대를 10분 가량 기다리기도 하는데, 왜 불법 정차 단속을 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10시께 남동구 한 외과의원 역시 주차요원은 배치했지만, 방문객들 차량을 대로변에 줄세워 두며 사실상 도로를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일부 영업장들의 일방적인 차선 통제로 시민들이 통행 안전에 불편을 겪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이곳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식당이나 병원 또는 주차요원들은 이를 책임질 의무가 없으며 오로지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해 대책 마련은 더욱 시급하다. 교통경찰과 모범운전수가 아닌 사람은 일반도로에서 수신호 등으로 교통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찰은 인력이 부족한데다 주차요원이 질서유지의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단속은 하지 않는다. 각 지자체 역시 도로를 점유한 채 주·정차 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업무를 하지만, 이 같은 식당이나 병원 대기 줄은 단속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량 안에 운전자가 대기 중이며, 5분 이상 정차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안팎에서는 경찰과 각 지자체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완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주차요원이 일반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부분을 법적으로도 막을 수 있는 규제나 조치가 없다”며 “교통체증 및 안전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지자체나 경찰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주차요원들이 질서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단속하지 않았을 뿐, 민원이 들어오거나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단속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식당 이용객 뿐만 아니라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무탈히 다니고 싶을 뿐인데”…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4주기 [현장, 그곳&]

“여기서 참사가 발생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언제까지 ‘이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야 할까요?” 22일 오전 시흥 오이도역 승강장. 주황색 조끼를 입고 휠체어를 탄 4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평소와 다른 풍경에 출근하던 시민들은 한 번씩 고개를 돌리며 쳐다봤다. 이내 지하철역 곳곳에선 “장애인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라는 구호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은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차연) 상임공동대표는 “누군가는 ‘승강장에 엘리베이터만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이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이동편의 증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 그의 목소리는 “역 내 소란행위는 강제 퇴거 대상”이라는 역장의 안내 방송에 묻혔다. 이날 오전 이곳에선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사고 24주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차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시작은 지난 2001년 1월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4년 전 오늘 오이도역에선 장애인 부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용 지하철 리프트를 타고 승강장으로 이동하던 중 리프트가 떨어지면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후 현재까지 장차연은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의 사과와 사고의 원인이 된 휠체어 리프트를 전면 철거하고 전 역 승강장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비례)은 “오이도역 참사 이후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을 위해 저상버스 전면 도입 등 다양한 약속이 있었지만 저상버스 도입률은 아직 저조하다”며 “장애인들은 광역버스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지하철 승강장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에겐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것 자체가 낯선 개념일 것”이라며 “장애인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사회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혜화역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탑승했다. 오전 11시부터는 혜화역에서 동덕여대를 거쳐 헌법재판소 앞으로 행진했다. 열차 내 집회에서 자유 발언에 나선 한 시민 참가자는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은 노약자, 어린이,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같은 것”이라며 “출근길에 이런 얘기를 듣는 게 불편한 분들도 있겠지만 연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가 발생했던 오이도역 리프트는 서울행 4호선 열차가 들어오는 1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우측 계단 옆에 위치했다. 현재는 리프트가 철거되고 계단만 남은 상태다.

명절엔 하루 5만명… 불법 주정차 ‘아수라장(場)’ [현장, 그곳&]

“평소에도 난리지만, 명절 때는 아예 주차 지옥입니다.” 22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인천남부종합시장과 신기시장 앞길. 편도 4차로 도로의 맨 끝차선은 사선으로 수십여대의 불법 주차 차량이 차지하고 있고, 3차선에는 비상등을 켠 차량들이 서 있다. 이로 인해 시장 앞길은 사실상 2차로 도로로 전락했다. 도로 바닥의 ‘CCTV 단속 구역 주정차 금지’라는 노란색 큰 글씨가 무색하다. 더욱이 길을 지나는 차량과 끼어드는 차량들이 울려대는 경적 소리로 귀가 아플 정도다. 시장 앞 노상주차장에 정상적으로 주차한 한 차량 운전자는 3차로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해 휴대전화만 손에 들고 있다. 또 시장 상품 배달로 오가는 수많은 1t 트럭 등까지 겹치면서 일대는 아수라장이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엄수지씨(27)는 “항상 시장을 올 때마다 길에 세워진 차 때문에 짜증이 날 지경”이라며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단속 등 교통 통제를 왜 안하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 앞길도 마찬가지. 설 명절을 맞아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시장 인근 편도 4차로 도로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2개 차선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상인 A씨는 “손님들은 물건을 싣기 위해 잠깐 차를 세운다지만, 이 때문에 일대 도로는 아수라장이다”며 “인근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인천 전통시장 일대가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시민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더욱 심각해진 주차 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경찰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도·단속과 함께, 주차장 확충 및 공유주차장 활용 등 주차 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와 인천시장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인천의 53개 전통시장은 1곳 당 평소 점심·저녁시간 및 주말에는 3만여명, 그리고 설과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는 최대 5만여명이 찾는다. 그러나 이들 전통시장 주변 주차 공간은 1곳 당 평균 100여대 수준에 그치며 턱없이 부족하다. 명절 마다 하루에 4만~5만명이 찾는 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 일대 주차장은 2곳(96면) 뿐이다. 길가 노상 주차장까지 더해도 114면에 그친다. 인천남부종합 및 신기시장도 명절을 앞두고 4만여명이 찾지만, 주변에 주차장은 1곳(160면)만 있다. 이런데도 시와 군·구의 전통시장 일대 공영주차장 확충은 더디다.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데 소유주의 동의는 물론 막대한 보상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구 관계자는 “전통시장이 주로 주택 밀집 지역과 붙어 있다 보니, 주차장을 만들려면 보상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문세종 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4)은 “해마다 반복하는 명절 전통시장 주차 난 해결을 위해선 인근 학교나 공공기관 등의 공간을 공유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각 지자체가 전통시장 인근 주차장 확충을 위한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동구의 한 관계자는 “경찰 등과 협조해 명절 교통 지도·단속을 강화해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 인근 주차장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 부설 주차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부지법 습격 사건… 부수고 던지고 ‘아수라장’ [현장, 그곳&]

“대통령은 우리가 지킨다! (차은경 부장)판사 나와라!” 19일 오전 2시50분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서부지법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겠다며 난입을 시도, 이를 막으려는 경찰력과 뒤엉키며 법원 청사 파손과 인명 피해 등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경찰을 향해 러버콘, 플라스틱 의자 등 주변에 있는 집기들을 던져댔고 진압용 방패까지 빼앗아 내려찍는 등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욕설과 함께 소화기를 난사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후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청사에 들어간 지지자들은 법원 외벽과 창문은 물론 민원실 등 사무 공간을 무차별 파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5명은 중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폭력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경찰은 기동대 1천400명을 투입,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섰다. 법원 청사에 난입해 집기를 파손한 인원 46명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소요는 이미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지던 지난 18일부터 자행됐다. 이날 오후 6시50분께 심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수사관을 태운 차량 2대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아 파손됐다. 경찰은 당시 공수처 차량을 공격한 이들과 함께 심사가 진행 중이던 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난입을 시도한 윤 대통령 지지자 40명을 붙잡았다. 상황이 이렇자 검찰과 경찰은 이날 ‘서부지법 폭력 점거 전담 수사팀’을 발족, 구속 수사와 중형 선고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대검찰청은 검사 9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꾸렸으며, 경찰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한 전담 수사 조직을 발족하고 이틀에 걸쳐 검거한 피의자 86명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경기남부경찰청은 윤 대통령이 수용된 의왕 서울구치소와 수사 기관인 과천 공수처 청사 경비를 강화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력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후 헌법재판소로 이동하는 등 유관 기관에 대한 연쇄 소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는 윤 대통령 입장을 전했다.

뺑소니 당한 교통시설물… 안전 ‘빨간불’ [현장, 그곳&]

“다 부서져서 보기도 안 좋고, 전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아요” 18일 오전 10시께 용인시 수지구 인근의 한 도로. 차량 합류 지점을 운전자에게 알려 추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유도봉이 대부분 송두리째 뽑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겨우 자리를 버티고 있는 세개의 유도봉도 금방이라도 뽑힐 듯 위태로워 야간 운행 시 이를 인지하기 어려워 보였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께 수원시 송죽동 한 도로의 상황도 마찬가지. 무단횡단 방지와 차선 분리를 위해 설치된 독립형 차선 중앙 분리대는 기본적으로 세줄의 막대가 있어야 했지만 일부가 빠져 있어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었다. 주민 김모(53)씨는 “저렇게 방치하면 전혀 제 역할을 못 할텐데, 보수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내 도로 곳곳의 안전 시설물이 파손된 채 방치,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 접수된 ‘도로, 시설물 파손 및 고장 신고’ 건수는 132만3천34건이다. 연도별로는 2022년 37만5천177건, 2023년 43만3천846건, 2024년 51만4천11건으로 매년 시설물 파손 사례와 그에 따른 불편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물 파손 현황 파악과 보수에 나서야 하는 지자체는 광범위한 시설물 파손 및 민원 발생 범위, 막대한 시설물 유지·보수 예산이라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발생하는 시설물 파손 신고 유형, 종류가 방대한 데다, 도로 시설물 유지·관리에만 연간 수억원씩 소요되고 있어 예산 편성 등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중요한 시설에 대한 현황 점검, 보수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노력에 더해 중요 도로 시설물 파손 시 파손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이를 보조하는 신고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안전 신문고와 같이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의 신고 범주를 도로 시설물 파손까지 확대, 파손 원인자 적발 및 구상권 청구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각 지자체에서 시설물 유지·관리에 소모되는 재원 부담을 줄인다면 방치되는 도로 시설물도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설날 ‘뜨거운’ 물가… 전통시장 ‘찬 바람’ [현장, 그곳&]

“설 대목은 무슨…. 손님이 아예 없어요. 한숨만 나오네요.” 16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중심가와 골목이 한산하다. 설 명절을 2주 앞두고 많은 시민들이 각종 과일 등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북적이던 예년 모습과 사뭇 다르게 시민들의 발길이 뜸하다. 시끌벅적한 시장 흥정소리는 들리지 않고 적막하기만 하다. 한 과일가게 앞에서 손님이 배를 손으로 들고 살펴보다 1개에 4천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을 보고 발길을 돌린다. 안연순씨(68)는 “얼마 전만 해도 2천원이던 배가 이제는 4천원이다”며 “설 앞두고 장을 보러 나왔는데 너무 비싸서 하나도 못 샀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부평구 부평깡시장 상황도 마찬가지. 채소 가게 사장 김옥자씨(72)가 가지런히 진열한 채소 옆에 서서 손님들을 기다려 보지만, 좀처럼 지나는 사람이 없다. 한참 만에 장바구니를 들고 가게에 온 손님들도 둘러만 보고 떠난다. 김씨는 “곧 설날이라 시장이 시끌시끌해야 하는데 올해는 손님이 적어 명절 대목 분위기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많이 올라서 가격 듣고 깜짝 놀라 돌아가는 손님도 많다”며 속상해 했다. 설 명절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천지역 전통시장이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명절 먹거리 가격이 오른 데다 정치·사회적 불안감 등으로 시민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20만3천349원으로, 지난 2024년보다 3.9% 상승했다. 이날 인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의 배 경매 가격은 1㎏당 5천759원으로, 지난해 1월26일(1㎏당 4천763원)보다 약 1천원 올랐다. 또 같은 기간 사과 경매 가격 역시 1㎏당 6천595원으로 지난해(1㎏당 6천436원)보다 올랐다. 더욱이 상인들은 지난해 말 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 등 무거워진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설 명절 대목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모래내시장 상인 서상구씨(42)는 “계엄과 탄핵 사태, 그리고 제주항공 참사까지 이어진 뒤부터 사람들이 돈을 쓰질 않는다”며 “과일을 5개씩 사가던 손님들이 1개밖에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설 명절 특수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천시와 군·구는 설 대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는 설 연휴 온누리상품권 환급 규모를 270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사과와 배 등 8개 주요 성수품 거래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리는 등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구는 긴급 민생안정대책으로 동구사랑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하고, 부평구는 오는 18일부터 전통시장 주변 도로에 주차를 허용한다. 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상인들이 올해 설 명절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상] 윤 대통령 체포 2일차…여당·보수 단체 항의로 점철된 공수처 앞 [현장, 그곳&]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는 무효다! 나라를 망치는 공수처를 해체하라!” 16일 오전 11시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위치한 과천 청사 앞 도로 인근. 전날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 등 시민 100여명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 체포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STOP THE STEAL’, ‘내란수괴 이재명 체포하라’, ‘부정선거 원천무효’ 등의 팻말을 들고 오동운 공수처장의 체포와 공수처 해체, 이재명 대표 사형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일부 시위자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인사 이름이 적힌 고발장을 들고 청사 입구 진입을 시도해 입구를 통제하고 있던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A씨는 “불법적 요소가 가득한 대통령 탄핵도 모자라 체포까지 진행한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탄핵 작업이 이뤄진 것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도 대통령 체포 직후 청사 앞 자리를 지켰다는 그는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대통령 변호인단 측이 주장하는 ‘공수처의 공문서 위조’ 주장을 언급하며 “공문서 위조만 해도 큰 죄인데 이를 빌미로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사실상 공수처가 내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30여명도 이날 오후 2시40분께 과천청사를 항의 방문, 불법 수사를 일삼는 공수처 해체를 촉구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나경원 의원은 “공수처는 공무원의 직권 남용에 대해서만 수사 권한이 있는데도 내란죄를 수사하기 위해 무리하고 불법적인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삼합회와 같은 범죄 집단으로 전락한 공수처를 즉각 해체하고 경찰은 공수처의 여러 가지 위법한 행위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윤상현 의원은 “대한민국은 현재 좌파 사법 카르텔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동운 공수처장의 빠른 사퇴와 함께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사건 일체를 서울중앙지법으로 하루 빨리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여당 의원들은 오동운 공수처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청사 안내관리소를 거쳐 청사 내부 공수처 정문 앞까지 이동했지만 공수처장이 나오지 않아 면담은 불발됐다.

윤 대통령 체포에 한남동 시위대 반응 극과 극 [현장, 그곳&]

“윤석열 체포는 시작일 뿐이다!”,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들” 15일 오전 10시40분께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경호 차량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가자 관저 인근은 극명히 엇갈린 반응으로 뜨거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시33분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보 단체들은 “민주 시민이 이겼다!”며 환호했지만, 보수 단체는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진보 단체 회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얼싸안거나 춤을 추며 기쁨을 표출했다. “윤석열 체포는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구속, 그리고 탄핵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확성기를 통해 퍼지자,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연대의 뜻을 다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현장을 떠나며 경찰들에게 “고생하셨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반면, 보수 단체 회원들은 체포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일부는 격앙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으며 “나라를 망하게 한 놈들!”이라고 외쳤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몇몇은 관저 인근 도로에 드러누워 “대통령을 이렇게 보내다니 나라가 망했다!”고 절규하기도 했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나섰던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관저를 빠져나가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대체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범죄자 취급을 하며 체포해 가는 것이냐”며 “몇 시간 전부터 체포를 막으려 했지만 경찰이 계속 저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양측 간의 언쟁은 점차 격해졌고, 보수 단체 일부 참가자들은 진보 단체 집회 장소로 다가가 고성을 질렀다. 이에 언쟁이 몸싸움으로 번지자 경찰이 신속히 개입해 양측을 분리하며 추가 충돌을 막았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관저를 빠져나가자 경찰들은 일제히 경계 태세를 갖추며 상황 정리에 나섰고, 이후 주차 단속 등 일상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긴박했던 현장이 갑작스레 정리된 모습을 본 한 집회 참가자는 “이렇게 금세 주차 단속을 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다니 어색하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탄 경호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곧바로 공수처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뒹구는 LPG통 위 뒤엉킨 전선들... 화마 도사린 ‘다닥다닥’ 쪽방촌 [현장, 그곳&]

“여기저기 가스통이 흩어져 있는데다 낡은 전선까지 뒤엉켜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14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 중구 월미로 38번길 일대. 길이가 불과 10m도 되지 않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쪽방 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쩍쩍 금이 간 건물 외벽과 다 깨진 창문이 즐비한 이곳에는 먼지가 잔뜩 쌓인 LPG 가스통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위태로움을 더했다. 더욱이 쪽방촌 주변에는 지붕 아래로 낡은 전선이 뒤엉킨 채 늘어져 있었다. 골목을 지나는 이들의 머리를 스칠 만큼 처진 전선은 자칫 LPG 가스통 호스와 맞닿아 화재가 발생할 것만 같은 위태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인근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곳 주민들은 추위 탓에 집안에서 등유 난로를 사용하고 있었다. 주민 A씨(76)는 “(집안에)불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너무 추워 어쩔 수 없다”며 “현재 벌이로는 도시 가스를 설치 할 여유도 없어 등유 난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300여명에 이르는 쪽방 주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 내 280곳의 쪽방촌에 모두 327명이 살고 있다. 이들 쪽방촌은 널브러진 LPG 가스통과 낡은 전기 배선이 좁은 골목 사이에 뒤엉켜 있어 화재 위험이 크다. 실제 2023년 인천에서 발생한 1천332건의 화재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515건(38.7%)에 이른다. 또 주민 대부분이 난로,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고 있어 난방 기구 과열 우려도 있다. 인천시가 진행한 쪽방촌 난방 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가스 101가구, 전기장판 98가구, 연탄 27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기히터, 전기장판, 가스난로 등 난방기구로 인한 화재는 해마다 30~50건씩 발생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재산·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물 밀집도가 높은 데다 스프링클러 등 화재 예방 시설 설치가 어렵고 소방차 진입 역시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현 인천 중부소방서 서장은 “한국전기안전공사 및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화재에 취약한 전기장판, 피복전선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겨울철 주거취약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가구마다 소화기를 설치하는 등 화재 예방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한파에 덜덜 ‘패딩으로 버텨’… 보일러는 사치, 냉골의 쪽방촌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14580357

“탄핵 무효” vs “내란수괴 체포”…대통령 2차 체포 시도에 곳곳 충돌 [현장, 그곳&]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윤석열을 지켜라! 그는 국가를 위해 일한 대통령이다!” 15일 오전 4시20분께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앞. 보수 단체 시민들은 일찍부터 거리로 모여들어 “탄핵 무효”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비닐과 은박지로 만든 옷을 입고 붉은 형광봉을 손에 쥔 참가자들의 구호는 시간이 지나며 커졌다. 이윽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도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참가자들은 플래카드를 흔들거나 손뼉을 쳤다. 대통령 관저와 인접한 한남초등학교 정문 앞에서는 태극기를 든 보수 단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Stop the Steal”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높이 든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단상에 오른 시민 발언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주변을 가득 채웠고,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집회의 흐름을 주도했다. 부천시 소사동에서 왔다는 박영진씨(52)는 “이번 2차 체포 영장 집행은 정치적 보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지도자다. 이런 방식으로 그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4시28분께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으며, 영장 집행이 예고된 새벽부터 관저 인근은 삼엄한 경계로 둘러싸였다. 오전 5시 30분께 관저 입구에서는 공수처와 형사기동대 등으로 구성된 경찰이 경호처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호처가 출입을 저지하면서 대치 상황이 이어졌고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영장 집행이 현실화되자 관저 인근은 보좌진과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인원 출입이 금지됐고, 5시47분께부터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한 진입을 시도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차벽과 경찰차, 트럭을 동원해 관저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비슷한 시각 진보 단체들은 대통령 관저와 가까운 일신홀 인근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즉각체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힘차게 흔들었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현장을 가득 채웠고,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구호에 화답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진입을 시도하자 진보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제야 정의가 바로 선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응원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외침과 함께 참가자들은 손뼉을 치며 강제 진입 과정을 지켜봤다. 공수처 요원들이 움직일 때마다 참가자들은 손을 흔들며 응원의 뜻이 담긴 구호를 외쳤다. 김지영씨(29·용인시 처인구)는 “정의로운 법 집행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의 이번 결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6시37분께에는 압사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는 119 신고와 환자가 차례로 발생, 구급 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관저 입구 부근 1차 저지선에 6중 차벽을 설치하고 직원들을 집결시키며 공수처와 대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 앞에는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과 윤갑근·김홍일 변호사를 포함한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모여 체포영장 집행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깨지고, 파이고… 시각장애인 위협하는 위험천만 ‘점자블록’ [현장, 그곳&]

“망가진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겐 길이 아니라 오히려 함정입니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율전동 인근 사거리. 일부 점자블록은 통째로 사라져 깊게 파인 아스팔트가 드러났고, 나머지 블록들은 금이 가거나 조각조각 깨져 있었다. 파손된 틈 사이로 낙엽과 흙먼지가 쌓여 있어 오랜 시간 방치된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중앙부에 보이는 흠집과 파손은 점자블록을 밟을 때 발목을 삐끗할 위험이 있어 보행자들마저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민 박모씨(43)는 “점자블록이 관리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일반 보행자들에게도 위험할 지경이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인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에서도 점자블록은 노랗게 칠해진 본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고, 일부 구간은 심하게 훼손돼 보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파손된 점자블록을 피해 걷던 시각장애인 김모씨(54)는 “점자블록이 끊겨 있거나 망가져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렵다”며 “발이 걸려 넘어질까 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내 시각장애인의 보행 편의를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의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져 오히려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점자블록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1998년부터 시각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점자블록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점자블록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유지·보수 체계가 없어, 민원이 접수된 후에야 뒤늦게 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점자블록 등 장애인 시설과 관련된 민원은 총 1만8천81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7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민원이 접수된 후에야 조치가 이뤄지는 ‘선 민원 후 조치’ 점자블록 관리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점자블록과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은 설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순히 민원이 있을 때만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시설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점자블록 유지 및 관리는 각 구청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정기적인 실태 점검이나 보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판 깔고, 쓰레기도 깔았다... 인천 공영주차장 무단투기 눈살 [현장, 그곳&]

“경찰청이 바로 옆인데, 용감한건지 양심이 없는건지 볼 때마다 부끄럽네요.” 12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경찰청 인근 무료 노상 공영주차장. 주차장 45면에는 1회용 컵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봉투, 각종 플라스틱 용기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노상 주차장 옆에는 쓰레기 투기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투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무료 공영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역시 주차장 곳곳에 온갖 생활 쓰레기와 음료수 캔 등이 버려진 채 방치돼 있었다. 바람에 날린 일부 쓰레기들이 배수구를 막고 있어 우천 시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주차장 인근 카페 사장 A씨는 “그나마 구에서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 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차장이 무료다 보니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데다 관리자도 없으니 더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공영주차장이 일부 양심 없는 이용자들로 인해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지속적으로 청소를 하지만 쓰레기 투기가 끊이지 않자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인근 주민들이 오히려 주차장 유료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곳 주민 B씨(39)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쓰다 보니, 쓰레기는 물론이고 어떤 날엔 인분도 본 적이 있다”며 “여름에는 쓰레기 악취 때문에 더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유료로 바꿔 관리인을 두면 인근 주민들이 그나마 덜 힘들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무료 공영주차장 주변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으려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우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하연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무단투기 단속 CCTV 증설 등 물리적 방안도 있지만, 처음부터 버리지 못하게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료 공영주차장 주변을 깨끗이 하고 조경에 신경 쓰는 등 심리적 요인을 자극하면 쉽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C구 관계자는 “주 1회 청소를 하고 CCTV를 설치해 관리에 신경을 쓰지만 쉽지 않다”며 “더 자주 현장에 나가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독감 유행에 약 부족 ‘비상’…병원도 환자 줄 대기 [현장, 그곳&]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 대비해 약을 미리 구해두긴 했지만, 곧 동 나게 생겼습니다.” 9일 오후 12시30분께 인천 부평구의 한 이비인후과가 있는 병원 건물 1층 약국. 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줄을 서 약사에게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을 내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약국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면서 계속 쿨럭인다. 일부 독감 환자들은 타미플루가 없어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을 받아가기도 한다. 약사 김영주씨(가명·57)는 “이곳에서 약국을 10년 넘게 했는데, 올해 독감 환자가 가장 많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감 유행에 대비해 약을 미리 확보했지만, 해열진통제인 아스트아미노펜이나 기침약인 코대원 포르테는 벌써 품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추세면 타미플루 계열 약도 1주일 안에 동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남동구 구월동 소아과 의원 인근에 있는 한 약국도 마찬가지. 약국은 감기 등에 걸린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붐비고, 한편에 있던 마스크 묶음이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약사 A씨(59)는 “독감 약뿐만 아니라 일반 감기약과 마스크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며 “의약품 도매상에 독감 관련 약 재고가 생길 때마다 챙겨두고 있다”고 했다. 인천지역 약국에 전국적으로 독감이 유행하면서 약 재고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22~28일 인천 병·의원 16곳에 방문한 외래 환자 1천명 중 독감 의심 환자는 64.6명(6.4%)에 이른다. 이는 같은 해 12월15~21일 34.4명(3.4%)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인천 이비인후과와 소아과 등 병·의원에는 개원 시간부터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같은 독감과 감기 등의 환자 급증으로 약국들은 약 재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부평구 일신동 한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지난 2024년 말부터 독감 약을 찾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와 군·구 보건소 등 보건 당국은 약국의 약 재고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독감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이 없어서 처방을 받지 못한 독감 환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독감 유행 시기인 만큼 각 약국이 독감 약을 충분히 갖고 있는지 등은 점검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도 독감약을 충분히 비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병관리청과 함께 독감 예방 접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년 ‘안타까운 죽음’ 반복에도…안전 사각 비닐하우스촌 방치 [현장, 그곳&]

7일 오전 10시께 과천시 과천동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촌. 이곳은 409가구, 655명의 주거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로, 비포장 도로에 들어서자 낡고 허술한 비닐하우스가 양 옆으로 빼곡히 자리했다. 사용 후 방치된 연탄, 비닐하우스 위 찢어진 보온 덮개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같은 날 의왕시 왕곡동 인근의 주거용 비닐하우스 밀집 구역도 상황도 마찬가지. 연기가 피어나는 난로 연통과 장독대 등 가재도구들이 즐비한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보였다. 일부 비닐하우스는 지붕이 붕괴된 채 방치돼 있었다. 포천시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가 동사하는 사고가 발생한지 4년여가 흘렀지만, 경기도내 곳곳엔 여전히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안전 사각지대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2천700여동, 거주민은 5천5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장 농지법상 비닐하우스는 농작물 재배 및 임시 저장 용도로만 활용될 수 있고 주거 목적 사용은 금지된 탓에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비닐하우스는 주거 용도로 사용될 수 없는 탓에 소방 시설법 적용도 받지 않아 화재·폭설 등 유사 시 피해 가구가 속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소방 당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도내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는 221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에는 여주시 대신면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화재로 6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 숨졌고, 지난달에는 과천시 주암동에 위치한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났다. 폭설 피해도 있었다. 지난해 11월에 경기 지역 전역을 강타한 폭설 탓에 광명, 시흥 지역에서는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은 주거용 비닐하우스 자체가 불법이다보니 현황 조사, 사고 예방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대한 지원책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현황 역시 지난해 폭설로 붕괴 사고를 겪거나 화재가 발생해 접수된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파악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주거용 비닐하우스를 전수 조사해 사고 예방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로 이들에 대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 차원에서 주거용 비닐하우스 현황을 파악해 화재·가스 경보기 등 사고 예방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또 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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