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또 다른 지뢰’ 비포장 도로…경기도에만 200㎞ 넘어 [현장, 그곳&]

과천시 과천동 경마공원대로 인근 비포장 도로의 얼음이 녹아 진흙탕이 된 모습. 김한울기자
과천시 과천동 경마공원대로 인근 비포장 도로의 얼음이 녹아 진흙탕이 된 모습. 김한울기자

 

“비포장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미끄러워 죽겠습니다.”

 

지난 주말 양평 양서면 경강로 인근. 아직 채 녹지 않은 눈들이 곳곳에 보이는 가운데 한 비포장 도로를 자세히 보니 도로 사이 곳곳 있는 균열에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표면마저 울퉁불퉁해 지나가는 차량들은 혹여나 미끄러지지 않을까 평소보다 속력을 줄이고 ‘거북이 운전’을 이어갔다. 한 차량은 살짝 미끄러져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과천시 과천동에 위치한 한 마을의 흙길에서는 영하권으로 떨어졌던 아침에 비해 따뜻한 낮 시간대가 되면서 도로 위 얼음이 녹아 진흙 투성이로 변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은 진흙이 혹시나 몸에 닿지 않을까 종종 걸음을 옮겼다.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아예 도로 쪽을 벗어나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지나가는 시민 A씨는 “여기 도로는 겨울철만 되면 항상 얼고 녹기를 반복해서 진흙탕이 된다”며 “특히 잘못 발을 디디면 미끄러워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도로 살얼음의 일종인 ‘블랙 아이스’로 인해 경기 지역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포장 도로 역시 도로 위 또 다른 지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31일 기준 도내 개통된 도로 중 비포장 도로는 약 215㎞에 달한다. 특히 도내 비포장 도로는 도가 직접 관리하는 지방도(약 28㎞)보다 시군 지자체가 관리 주체로 있는 시도(약 116㎞)와 군도(약 71㎞)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지역 내 도로 193.6㎞ 중 49.2㎞가 비포장 도로로 확인, 전체 비포장 도로의 약 22%를 차지하는 등 지역 별 편차도 심각한 실정이다.

 

겨울철 미포장 도로는 포장 도로에 비해 결빙 시 더욱 미끄럽고 특히 보행자와 차가 같이 다니는 ‘보차 혼용도로’가 많아 사고 위험성이 큰 실정이다. 이에 각 시·별로 비포장 도로 포장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 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함은구 을지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도로 포장에 쓸 수 있는 예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합적인 도로 관리 체계마저 부재한 상황”이라며 “도가 도내 곳곳에 위치한 비포장 도로 현황을 직접 파악하고 점검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시·군이 진행하는 도로 포장 사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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