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복구시점…적막감만 감도는 광명지역 대피소 [현장, 그곳&]

15일 오전 10시께 광명시 하안동 광명시민체육관. 신안산선 지하철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직후 주민 대피소로 지정된 이곳은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사고 직후인 지난 11일만 해도 200여명의 주민으로 북적였지만 이튿날 모두 인근 숙소로 떠났고, 지난 13일 추가 대피한 30여명은 첫 행선지를 숙소로 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육관에는 여전히 구호단체의 구호 텐트 20여동, 각종 구호물품이 비치됐고 광명시 공무원들이 혹시 찾아올 지 모를 주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포스코이앤씨 측이 대피 주민들의 숙박비를 사후 정산하겠다고 밝히면서 모두 돌아간 상태”라며 “하지만 추가 붕괴 가능성이 제기돼 시의 대피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대피소 운영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간 사고 현장 인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가득 차 있을 시간이지만 안전을 위해 전날부터 휴교에 들어간 탓에 정문은 굳게 닫혔고,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특히 정문 초입에서는 광명교육지원청, 국토안전관리원, 한국교육기술안전원 관계자 등이 지표 투과 레이더(GPR) 장비를 활용해 정밀 지반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붕괴 사고 이후 학교 운동장 일부에서 균열이 발견됐기 때문인데, 학교 안전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장,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16일 등교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고 닷새째를 맞은 붕괴 현장은 궂은 날씨가 잦아들면서 매몰된 실종자 구조 작업에 분주했다. 대형 크레인 두대가 H빔과 철근 등 잔해를 들어 올렸고, 굴착기 두 대는 지반 안정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홍건표 광명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어제(14일) 밤새 중장비 진입로 확보, 구조견 투입 등 인명 수색을 진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며 “실종자 A씨가 교육동 컨테이너에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단정할 수 없는 상황.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집중 수색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방 당국은 A씨가 지하 35~40m 구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날 약 20m 지점까지 진입로를 확보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확보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붕괴된 5-2공구 현장에서는 하루에 1천626t의 지하수가 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1천600여t의 물을 퍼내며 공사를 전개했다는 의미로, 지하수가 모래질 토양을 쓸어내 붕괴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명 신안산선 붕괴’ 나흘째… 악천후에 실종자 수색 난항 [현장, 그곳&]

14일 오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일대에선 실종자 구조를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붕괴 현장을 덮고 있던 굴착기와 컨테이너 등은 고정 작업을 마친 상태였으며 인근 도로에서는 굴착기가 아스팔트 제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또한 전날부터 이어진 비로 인해 유입된 토사를 제거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수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크레인 등은 펜스 등 주변 잔해 정리에 매달리고 있었다. 전날부터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구조에 대한 소방당국의 노력에도 내부 수색을 위한 대원 투입은 이날도 이뤄지지 못했다. 연이은 기상 악화로 붕괴 현장 인근 도로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지반 침하가 계속되는 등 추가 붕괴 위험이 발생하면서 투입 대원 사고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한 탓이었다. 구조당국은 추가 붕괴 우려로 구조대원의 하부 진입을 일시 중단하고 위험물 제거 및 구조 편의를 위한 경사면 확보 작업을 진행 중인데 매몰지 주변으로 쌓인 구조물과 잔해, 토사물의 양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고 발생 나흘째가 됐지만 결국 실종자에 대한 구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장 안전 확보 이전까지 구조대원 투입이 불가능해 구조 작업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현장에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사 포스코이앤씨 직원 A씨(50대)에 대한 정확한 위치 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가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께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매몰 사고에서 통상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을 넘긴 상태다. 다만 이는 생존의 절대적 기준이 아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기준일 뿐이어서 현장 상황에 따라서 72시간이 지나도 실종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조당국은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몇 분 전 A씨를 목격한 이들로부터 그가 교육동 컨테이너에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공사 현장의 컨테이너는 총 6개다. 구조당국은 증언을 토대로 구조대원들은 해당 컨테이너에 대한 육안 확인 작업을 했는데, 내부에는 토사가 가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소형 굴착기를 이용한 진입로 확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붕괴 위험을 제거하면서 현장 상황을 판단해 구조대원을 투입, 빠른 시간 내에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안산선 붕괴 현장…강풍·추가 붕괴 우려에 수색 난항 [현장, 그곳&]

13일 오전 11시30분께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가 난 지 3일째, 여전히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도로는 아래로 구부정하게 휘어 있었으며 인근에 위치한 건물 간판과 가림벽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내걸려 있었다. 사고 지점은 도로 한복판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처럼 폭삭 내려앉아 토사와 자재가 지하로 쏟아진 모습이었다. 인근엔 사고 충격으로 바로 앞 왕복 6차선 도로도 무너져 내렸으며 아스팔트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소방당국은 전날부터 이어진 강풍과 비로 인해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활동에 분주했다. 구조에 이용한 크레인 등 장비들은 수색 재개를 기다리듯 멈춰 있었다. 계속해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설치된 천막들이 휘날렸고, 구조대원들은 이내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예방 활동에 열을 올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광명시와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은 수색 재개를 위한 상황 판단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 같은 날씨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명 신안산선 붕괴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재개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관계당국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수색 재개 등을 위한 상황 판단 회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날 강풍을 동반한 호우 등으로 구조 현장의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관계기관들은 결정에 고심을 하는 모습이다. 소방당국은 재개 결정 시 빠른 수색을 위해 특수대응단과 광명·군포·안산·안양 등 5개 대를 현장에 배치하고 350t, 500t급 크레인 2대, 소방드론 등 장비와 인력을 준비해둔 상태다. 앞서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 3시께 사고 현장에 추가 크랙이 발생하고 일부 구조물이 떨어지자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 지하터널 하부공간 수색 중단을 결정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틈이 어제보다 많은 상태여서 현장 투입을 못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수색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발생했으며, 근로자 2명이 각각 고립·실종됐다. 고립된 근로자는 사고 발생 13시간여 만에 구조됐으며, 소방당국은 실종된 근로자가 컨테이너 안에 갇혔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색 등을 진행해왔다.

잿더미와 일상 ‘불쾌’… 인천 부평공원 앞 ‘폐허’ 방치 [현장, 그곳&]

현장, 그곳& 무허가 건축물 화재 잔해 ‘눈살’ “검게 탄 잿더미를 매일 보고 있으니 불쾌하고 섬뜩해요.” 12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공원 앞. 늘어서 있는 음식점들 사이 공간에 불에 탄 폐기물과 콘크리트 조각들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지붕 없이 서 있는 콘크리트 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일부 벽은 아예 부서지거나 금이 간 채 방치된 상태였다. 현장을 가리기 위한 파란 천도 너무 얇아 공원과 주택가에서 잿더미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주영빈씨(28)는 “매일 아침 폐허를 보면서 출근하니 불쾌하게 하루를 시작한다”며 “잿더미가 수개월째 방치 중이라 저녁 시간 이곳을 혼자 지나가기가 꺼려진다”고 불안함을 내비쳤다. 인근 상인 A씨는 “날씨가 풀리면서 가게 앞에 테이블을 두고 장사해야 하는데 근처에 잿더미가 있으니 손님들이 싫어할까 걱정”이라며 “전체적인 상권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공원 인근 무허가 건축물 화재 잔해가 4개월째 치워지지 않고 있어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이 피해를 호소한다. 이날 인천소방본부와 부평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15일 부평공원 인근 옷 가게 안에 있던 전기난로가 가열되면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가게 1개 동이 불에 타 무너졌고, 의류 판매품 등도 모두 탔다. 구는 화재 이후 해당 부지는 기획재정부의 땅이고 영세업자가 무허가 건축물에서 옷 가게를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처리 등을 인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무허가 건축물 주인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했다. 하지만 무허가 건축물 주인은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정리에 나서지 않아 화재 잔해가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상인들은 폐허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불편을 안고 있다. 이들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당장 원상복구를 위한 소송에 들어가도 치우는 데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유정 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다선거구)은 “방치된 화재 잔해를 보기 좋아하는 주민들은 없다”며 “구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화재 잔해 정리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고 하루빨리 잿더미를 치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무허가 건축물 주인에게 1번 더 처리 요청을 했다”며 “빨리 치워질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말했다.

"당장 오늘 밤이 걱정" 광명 신안산선 붕괴... 막막한 주민들 [현장, 그곳&]

“당장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11일 오후 6시께 붕괴된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일대. 이곳은 사태 수습을 위한 굴착기 등 장비들이 연신 큰 소리를 내며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소방당국은 현장 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구조자 확인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경찰 등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사고현장 인근 통제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현장 인근 통제 구역 밖에서는 주민들이 걱정어린 눈빛으로 현장을 보고 있었다. 기약없는 복구작업에 생활 터전을 잃은 이들은 현장 인근에 위치한 자신들의 집, 점포 등의 안전을 확인하고자 관계자들을 찾으며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현장 확인을 하고 나오던 관계자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대책을 비롯해 공사 기간 중 문제점 등을 항의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과 5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동철씨(67)는 이날 아침 도로 균열 등 붕괴 조짐이 보이자 종업원들의 출근은 막고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를 겪진 않았다. 하지만 식당의 정확한 피해 상황 확인은커녕 식당 옆에 있는 집마저 출입할 수 없는 상황에 숙식을 걱정하는 처지다. 김씨는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피해를 확인하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며 “당장 오늘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향후 어떻게 다시 터전을 잡아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태일씨(58)도 “굉음이 들리며 집기들이 흔들리자마자 아내와 대피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사현장은 폭싹 주저앉아있었다”며 “아침에 도로 통제를 하는 등 불안했는데 붕괴는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13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사 2공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 등은 연락이 두절된 상부작업자 2명에 대한 위치 파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한 명은 통화 연결로 위치가 확인됐다. 이와 관련 광명시는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사고 현장 인근 주민들을 인근 학교와 체육시설로 대피 안내했으며, ㈜삼천리는 안전을 위해 피해 가구 20여곳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과 대체 연료 제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라진 참외’, ‘金값 사과’ 치솟는 과일·채솟값…상인 ‘시름’ [현장, 그곳&]

“영남지방 산불 이후 과일도 없고 손님도 없고…. 한숨만 나옵니다.” 7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과 채소를 사러 온 손님들로 인해 북적여야 할 시장이 몇몇 손님만 지나갈 뿐 조용하다. 한 과일가게 앞에 멈춘 손님은 주인에게 사과 한 상자의 가격을 듣더니 놀란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한다. 손님 A씨는 “지난주에 사과 1상자가 3만원대 초중반이었는데, 이젠 4만원이 훌쩍 넘어가 깜짝 놀랐다”며 “오른 가격 때문에 당분간 과일은 끊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다른 상가도 마찬가지. 4~5월에 가장 맛있다는 ‘봄 참외’는 물량이 없어 품귀 현상까지 겪고 있다. 3월 첫 수확 이후 2번째 수확이 이뤄져야 하지만 작업 인력 부족 등으로 저장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상인 B씨는 “평소 500개 들어오던 참외 물량이 최근 절반으로 줄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며 “물량이 풀려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했다. 인천의 과일 등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최근 영남지방 과수 농가의 대형 산불 피해로 과일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인천지역 소매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일 기준 사과 (10개)는 2만8천700원으로 지난 2024년 같은 날 2만4천637원에 비해 16.5% 올랐다. 지난 3월 2만7천366원보다 4.87% 상승한 가격이다. 과일 뿐 아니라 마늘과 양파 등 채소 가격도 크게 올랐다. 마늘은 1㎏ 1만2천750원으로 지난달 1만176원보다 25.29% 상승했다. 양파는 1㎏당 3천860원으로, 지난달 2천638원보다 46.3% 올랐다. 상인들은 영남지역 산불 피해로 인해 이 같은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불 피해가 큰 경북 의성·영양·청송군은 각각 마늘·고추·사과의 주 생산지다. 과일 상인 김광례씨(50)는 “경북에서 올라오는 사과가 산불 때문에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사과는 4월에 꽃이 피고 마늘과 양파는 6월에 수확하는데, 이 시기가 와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불이 영향을 미쳐 수확량이 줄게 되면 가격이 급등하는 등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매시장 관계자는 “과일 및 채소 등의 가격 변동 사항을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원활한 물량 공급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텅 비고, 서늘...’ 간판 내리는 인천 배다리 지하공예상가 [현장, 그곳&]

“문 닫은 가게가 많아선지 사람도 없고 지나가기에도 서늘한 기분이에요.” 지난 5일 오후 1시께 인천 동구 금곡동 배다리 지하도상가(지하공예상가). 관리실 경비 직원을 제외하고 30분 간 지나가는 시민이 1명도 없었다. 불 켜놓은 점포는 일부뿐, 상당수 점포는 불을 끄고 장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예 셔터를 내린 곳이 많아 드물게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 역시 쇼핑이 아닌 통행이 목적인 듯 상점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발길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만난 공예 상인 유모씨(58)는 “가만히 있으면 장사가 안 되니 입점한 상인들이 매출을 올리고자 외부 공예 강의에 나서고 있다”며 “가뜩이나 공실도 많은데 불 꺼진 곳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배다리 지하도상가가 전통공예 특화거리 조성이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유동 인구 감소와 공실 증가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금곡동 배다리 지하도상가를 전통공예 상가로 만들었다. 지하도상가를 전통공예 특화거리로 만들어 일대 상권 활성화를 이뤄내려는 계획이었다. 이에 관리를 맡은 공단은 공예점포만 지하도상가에 입점시켰고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등 혜택을 줬다. 그러나 배다리 지하도상가는 일대 활성화는 커녕 ‘유령 상가’로 전락 중이다. 배다리 지하도상가 점포 53곳 중 17곳이 비어 공실률은 32%를 나타낸다. 이는 인천지역 15개 지하도상가의 평균 공실률(7.2%)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이곳에서 장사 하다가 최근 폐업한 상인 김모씨(42)는 “지하도상가 임대료가 저렴하지만, 손님이 너무 없어서 지상으로 옮겼다”며 “관공서나 문화센터 등 공예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이 늘면서 굳이 시민들이 지하도상가에 찾아올 이유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시민들이 배다리 지하도상가를 찾을 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수진 동구의회 복지환경도시위원장(더불어민주당·나선거구)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공예상점을 한편으로 몰고, 반대편 공실에 키즈카페나 쉼터 등을 마련해 유동 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상에 있는 공예점과 연계하는 사업도 고려해 시민들이 찾아갈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상인들과 협의해 상가를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하겠다”며 “전통공예를 활용한 프로그램 마련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년 넘게 흉물 방치된… 포천 국도변 도로표지판 [현장, 그곳&]

“길을 알려줘야 할 표지판이 지워지고 삭제된 채 방치되고 있어 헷갈립니다.” 5일 오전 10시20분께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포천소방서 앞길. 이곳에서 만난 운전자 A씨는 손사래부터 쳤다. 43번 국도변 시청 방향 도로표지판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어서다. 포천을 관통하는 43번 국도변에 설치된 일부 도로안내표지판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된 채 2년이 넘도록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지만 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와 포천시 등에 따르면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는 43번 국도변에 운전자들에게 길 안내나 주의 또는 경고를 알리기 위해 도로안내표지판을 설치 운영 중이고 포천시도 매년 주요 도로의 도로안내표지판을 보수·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포천 주요 도로변에 설치된 일부 도로안내표지판 글씨가 지워진 채 수년째 방치되고 있어 도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지만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와 포천시 등을 이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 포천 군내면 구읍리 43번 국도(호국로) 철원 방향 포천교육지원청 200m 전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의 경우 포천동사무소(신읍동), 내촌면 방향을 알리는 글씨가 훼손돼 도시 이미지를 퇴색시키고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선단동 대진대 앞 등 포천을 관통하는 43번 국도변 도로안내표지판도 글씨가 훼손돼 있어 당국의 점검과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포천시가 관리하는 군내면 구읍리 포천소방서 앞 시청 방향 도로표지판도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으나 2년이 지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관리하는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 및 포천시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할이 아니라며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43번 국도변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을 전수조사한 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민 B씨는 “지난해부터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으나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포천을 찾은 관광객이나 초보 운전자들이 방향을 제대로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도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천시 관계자는 “포천시는 지방도 등을 관리할 뿐 국도는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가 관리한다. 그쪽으로 전화해 보라”고 말했다. 의정부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많은 것을 관리하다 보니 일일이 점검하기 어렵다. 민원이 들어오면 점검한 뒤 예산을 반영해 순차적으로 교체 또는 정비하고 있다”며 “지적한 현장을 확인하고 교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尹 파면에 대한 국민저항권 발동”…빗속에도 광화문 광장 채운 보수단체 [현장, 그곳&]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우리가 전진해야 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앞 동화면세점 인근.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광화문에 집결할 것을 예고했다. 예고대로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보수단체 집회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인 집회 참석자들로 열기가 더해졌다. 참가자들은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등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고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빗물을 막는 우산에 ‘국민저항권 발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붙이기도 했다. 빗속에서도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오전 11시께만 해도 절반가량만 채워졌던 의자들은 집회 시작과 함께 보수단체 인원들로 가득 찼다. 집회 참석자들은 광화문역 6번 출구에서 시청역 2번 출구까지 약 400m 넘는 구간을 가득 메웠다. 전날 500여 명 수준에 그쳤던 규모와 비교하면 35배 이상 늘어난 인원이 운집해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오후 2시 기준 비공식 추산으로 약 1만8천 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주최 측은 100만 명이 운집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의 열기는 오히려 빗속에서 더 거세졌다. 한 발언자는 “조기 대선은 없다. 불법 대선, 사기 대선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저항권을 발동시켜 달라. 부정 선거를 막아내고 헌재를 해체하겠다”고 단장에 올라 외쳤다. 용인에서 올라왔다는 김천석씨(88)는 “오늘 오전 8시부터 광화문에 오기 위해 집을 나섰다”며 “헌법재판관들이 괘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해 우리나라를 빨리 다스릴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경환 씨(70)도 “어제 헌법재판소의 결과에 분하고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가 이어지면서 동화면세점 앞 도로는 점차 혼잡해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주요 진입로를 부분 통제했으며, 광화문역 5·6번 출구 일대를 비롯한 집회 현장 인근에 경찰력을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광화문을 지나 종각역 일대 곳곳에도 경찰버스 수십 대가 배치돼 있었다.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종로구청 재난안전대책본부 소속 공무원들도 나와 현장 점검과 상황 통제에 나섰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집회 주변을 순찰하며 안전 관리에 힘쓰는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집회가 끝날 때까지 대기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정확한 철수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헌재 판결 하루 만에 일상 찾은 안국동…헌재 진공상태는 여전 [현장, 그곳&]

“어제가 맞나 싶어요. 같은 장소, 다른 풍경이네요.” 5일 오전 10시께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졌던 전날, 안국역 6번 출구 인근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5번 출구 인근에는 보수 성향 단체가 각각 집회를 열면서 이 일대는 경찰 차벽과 바리케이드가 들어선 ‘통제 구역’이었지만, 이날은 집회의 흔적이 자취를 감춘 채 일상을 되찾았다. 안국역 출입구 곳곳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삼삼오오 상점가로 흩어졌다. 전날엔 차벽에 가로막혀 인기척조차 드물던 상권은 비오는 날씨에도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북촌 방향 공방 거리와 음식점에도 우산들의 행렬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었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어제는 집회와 통제로 인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관광객도 많고 평소 주말처럼 매장이 붐비고 있다”며 “금방 일상을 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오전, 선고 이후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차벽으로 폐쇄됐던 안국역 5번 출구 앞 주유소도 하루 만에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만 헌재 청사 일대는 여전히 ‘진공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헌재로 가는 길목에는 경찰 버스 50여대가 줄지어 서 차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경찰력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삼청동 방향으로 향하려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안국역 2번이나 3번 출구에서 내려 헌재 앞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통상 경로가 막혀 있는 탓에 큰길이나 다른 골목길로 우회해야 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없지만 아직 철수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헌재 앞은 일부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께 윤석열 대통령에 파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尹 탄핵심판 선고 하루 만에…한산해진 한남동 [현장, 그곳&]

“어제 여기가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라는 게 믿기질 않습니다.” 5일 오전 10시10분께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일대. 흐린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관저 앞은 한산한 모습을 자아냈다. 전날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인해 경찰 비공식 추산 1만6천명이 모였던 이곳 일대는 이날은 지나가는 시민 몇 명만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모이지 않자 남산터널로 향하는 한남대로 초입부터 양쪽 차선 끝에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던 경찰버스와 기동대 차량은 대부분 철수, 3~4대만 갓길에 정차돼 있었다. 다만 곳곳에 방치된 경찰 펜스와 울타리에 묶인 태극기가 전날 이곳이 집회 현장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산을 든 행인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경찰버스와 ‘이재명 구속’이 적힌 현수막, 자신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살펴보다가 자신의 갈 길로 향하곤 했다. 시민 A씨는 “어제는 대통령 탄핵 선고로 여기가 막혀서 지나가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참 조용하다”며 “탄핵 정국 이후 이곳이 참 시끄러웠는데 오랜만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시민 B씨는 “오늘 탄핵 반대 집회가 광화문에서만 열린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곳이 조용한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집회로 인해 문을 닫았던 매장들도 이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일부 매장 관계자는 전날 집회로 인해 방치된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어내기도 했다. 관저 인근 한 매장 관계자는 “전날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매장을 열지 않았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영업을 결정하게 됐다”며 “대통령이 나오면 일대가 또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일대에 기동대를 집중 투입한 전날과 달리 경찰도 2~3명으로 일대 순찰에 나섰을 뿐 별다른 행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다만 한 경찰관은 간혹 지나가는 시민에게 목적지를 물어보는 등 혹시 있을 비상 상황 등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순찰하던 경찰관 C씨는 “현재 한남동 일대에 대한 별도의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며 “순찰 활동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진행,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탄핵 희비 엇갈린 한남동…“진짜 봄이 왔다” VS “국민저항권 발동하겠다” [현장, 그곳&]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4일 오전 11시22분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찬성 집회 현장.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파면을 알리는 주문을 읽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북소리와 함께 찬성 집회 참석자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정의는 살아있다’고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통제에 나선 경찰들을 향해 고생했다는 말을 남기면서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A씨(25)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저질렀던 온갖 위헌적 행위를 고려했을 때 헌재의 탄핵 인용은 당연하다”며 “민주주의와 진정한 국민의힘이 살아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진짜 봄이 찾아온 것 같다”고 환호했다. 또 다른 참석자 B씨는 “재판관 전원 일치의 파면 결정은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명백한 반국가적 행위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통령에 동조한 여당을 비롯한 내란동조 세력의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문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자 하소연이 섞인 고성이 쏟아졌다.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들고 있던 성조기와 태극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묵하거나 경찰을 향해 ‘너희들이 나라를 팔아넘겼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파면 결정 이후 눈물을 멈추지 못한 참석자 C씨(57)는 “분명 기각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재판관 전원 인용이라니 말이 안된다”라며 “너무 슬픈 날이다. 나라가 공산당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 D씨(71)도 “4대4 기각을 예상했는데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어 파면하는 것인가”라며 “이재명도 탄핵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통일당과 사랑제일교회 등 반대 집회 주최 측은 이번 파면 인용 결정에 대해 불복, 국민저항권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연단에 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헌재가 탄핵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본격적인 국민저항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며 “대통령 파면을 인정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은 내일 오후 1시까지 광화문으로 모여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지키러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진행,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우리가 숨 쉰다” vs “다 무너졌다”…헌재 탄핵 선고 순간 [현장, 그곳&]

4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안국역 6번 출구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 인근 광장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을 찾은 진보 성향 시민들과 단체 회원 수백여명은 간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헌재 생중계에 귀를 기울였다. 핸드폰을 가슴에 꼭 붙인 채 눈을 감거나, 입을 굳게 다문 채 두 손을 맞잡은 이들의 모습은 결정문 낭독이 시작되자 더욱 굳어졌다. 그리고 오전 11시22분께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문장이 낭독되자 광장은 순식간에 환호로 뒤덮였다. 깃발은 높이 휘날렸고, 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터뜨렸다. 일부는 “정의가 이겼다”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고, 어떤 여성은 무릎을 꿇은 채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이제야 숨을 쉴 수 있다”고 외쳤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한 김모씨(66·경기 용인시)는 “오늘은 정의가 승리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함께 싸워온 이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안국역 5번 출구 인근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현장은 선고 직후 냉기로 가득 찼다. 한 남성이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들고 있던 태극기를 내던졌고, 이어 “국회로 쳐들어가자!”, “이 나라 다 망했다!”는 격앙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지지자들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고, 일부는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거나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법도, 정의도 무너졌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참가자 차씨는 “헌재가 정치에 휘둘렸다. 오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결정은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깨는 사건도 발생했다. 헬멧과 방독면을 착용한 한 남성이 안국역 5번 출구 앞 경찰버스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 현장에 있던 경찰 기동대가 즉시 체포했다. 오전 11시50분께에는 현장 분위기는 한층 더 격앙됐다. 한 방송기자가 “기분이 어떠냐”고 웃으며 묻자, 참가자들은 “왜 실실 쪼개냐”, “뭐가 그렇게 웃기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진 경기일보 취재진의 질문에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고, 일부는 욕설을 퍼붓거나 태극기를 바닥에 내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용납할 수 없는 결과”…윤 대통령 파면에 광화문 일대 '통탄' [현장, 그곳&]

“법치국가에서 나올 수 없는 결과에 통탄할 뿐입니다.” 4일 오전 10시50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인근. 보수단체 500여명이 모인 이곳은 선고가 나기 전부터 전광훈TV 영상을 틀어 놓고 전광훈 목사의 구호에 맞춰 응원이 고조됐다. 오전 11시가 되자마자 전광판은 헌법재판소 화면으로 넘어갔다. 모든 집회인원들이 일제히 생중계를 시청하며 문현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11시 이전 응원으로 고조됐던 분위기는 일제히 적막감이 감돌았다. ‘피청구인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정당화할 위기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다’ 등의 말이 언급될 때마다 일부 집회 인원들은 고성을 내지르며 “말이 안된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오전 11시22분께 “주문, 전원 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한다”라는 말이 언급되자마자 보수 집회 인원들은 화면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선고 결과가 발표되자 일부 인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가슴을 내려치기도 했다. 일제히 자리를 뜨는 이들도 보였다. 선고 결과가 나온 후 20분 뒤 이곳은 기존 500여명에서 3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용인에서 올라왔다는 주옥연(70·여)씨는 “양심 불량한 재판관들로 인해 법치국가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렇게 국민들이 광화문에 나와서 민주주위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거냐. 통탄할 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선고 이후 이곳의 전광판은 곧바로 전광훈TV로 넘어갔다. 화면 속 전광훈 목사가 “4·19, 5·18처럼 우리가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라고 소리치자 이곳의 보수단체 인원들이 일시적으로 환호를 지르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들보수단체는 바로 다음 날인 5일 광화문에 집결할 것을 약속했다. 김춘배(72)씨는 “우리나라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재판관들도 다 한패인 것 같아 믿을 수 없다”며 “당장 내일부터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바로 잡을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이곳에 배치된 150여명의 경찰들은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기에 여념 없었다. 이곳에는 10여명의 소방대원들도 비상 상황 대비를 위해 배치됐지만 보수단체 인원들과 경찰 간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탄핵심판 D-DAY…한남동 관저 앞으로 몰린 탄핵 찬반 집회 [현장, 그곳&]

“내란수괴 대통령을 즉시 파면하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지킵시다!” 4일 오전 9시10분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이날 오전 11시 예고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 찬반 시위대가 관저 인근으로 집결하면서 남산터널로 향하는 한남대로 초입부터 경찰기동대 차량 20여대가 양쪽 차선 끝에 촘촘하게 배치돼 있었다. 이날 시위로 서울시는 북한남삼거리∼한남오거리, 서울역∼삼각지역사거리 양방향에서 시내버스 무정차와 오전 9시부터 관저 인근 한강진역의 무정차통과 결정을 내린 가운데 같은 시각 경찰은 한남초 쪽 인도와 차도 일부를 막고 차량 및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탄핵 찬반 집회의 사이 간격은 약 400m 남짓. 경찰은 혹시나 있을 충돌을 막기 위해 양측 집회를 전면 통제했으며 곳곳에 경찰 수십명을 배치했다. 가까운 버스정류장 역시 안전 울타리가 설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대 100여명이 ‘윤석열 즉각 파면’ 플랜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시위에 참석한 A씨(34)는 “생각 없이 계엄을 발동한 뒤에도 뻔뻔한 내란수괴를 대통령으로 두고 있어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라며 “오늘 헌재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8대 0으로 탄핵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B씨(23)는 “헌법 위반 사실이 명백해 분명 탄핵될 것”이라며 “선고 이후에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저 바로 앞 중부남부기술교육원에는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개최, 수천여명의 참석자들이 ‘사기탄핵 즉각 무효’,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을 외치고 있었다. 탄핵 무효를 촉구하는 플래카드와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이 나와 인사를 할 것’, ‘헌재를 구속하라’ 구호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해 헌재에서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장내가 환호로 가득차기도 했다. C씨(69)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며 “이게 무슨 죄가 되는 것인지 민주당은 미쳤다”고 말했다. D씨(75) 역시 “탄핵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공산당과 한 패인 이재명 대표”라며 “죄 없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리에 금 ‘쩍쩍’…수원 곡반정1교 균열에 시민 불안 확산 [현장, 그곳&]

“평소 다니던 다리에 이렇게 큰 균열이 생겼다니 무너질까 무섭습니다.” 2일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곡반정1교. 다리 양쪽 초입 부분에 다리를 가로지르는 길이 10여m, 폭 5㎝ 정도의 균열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균열은 교량 상부 도로 전체를 횡으로 가르고 있었지만 차도는 1개 차선만 통제된 채 차량 통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균열을 발견한 운전자들은 차량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다리를 건너거나 뒤늦게 발견해 급정거하는 광경도 연출됐다. 일부 운전자들은 운전석 유리창을 열고 갈라진 곳을 살펴보기도 했다. 교량 내 인도는 통행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도보로 이동하던 시민들은 균열을 발견하고 우회하거나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로 균열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 A씨는 “갑자기 차도가 통제돼 사고가 난 줄 알고 봤더니 다리에 큰 금이 가 있었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매일같이 다니던 다리에 균열이 생기니 다리가 무너지는 징조가 아닌지 두렵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수원특례시 권선구에 위치한 곡반정1교에 커다란 균열이 발생,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량 관리 주체인 권선구는 차량 통행에 이상이 없다며 보수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일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곡반정1교 양쪽 다리 끝에서 균열이 생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권선구는 신고 접수 직후 당직자를 파견해 현장을 확인하고 이날 낮 12시부터 곡선동 방면 2개 차도 중 1개 차도를 통제, 시공 업체와 안전 진단에 착수했다. 곡반정1교는 곡선지구 지역주택조합이 비용을 부담해 지난 2023년 완공, 지난해 1월 구에 소유권을 이전하며 현재 구가 관리·보수를 전담하고 있다. 구는 이날 안전 점검을 거쳐 고량 하부 구조에는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로 전날 밤부터 균열 사진이 담긴 게시글이 공유되며 시민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구는 시공 업체와 보수 공사에 신속히 나설 계획이며 시 역시 기술심사위원회를 위촉, 구의 교량 보수를 지원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긴급 진단 결과 문제의 균열은 도로를 구성하는 포장재가 수축, 팽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시공사 하자보수 기간이 남아있는 만큼 신속히 균열을 보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통행 불가” 반경 150m 진공상태… 요새 방불 ‘헌재’ [현장, 그곳&]

“이곳은 길이 막혔습니다. 돌아가셔야 합니다.” 2일 오전 10시께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일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4일로 지정되면서 이곳의 지하철역, 공사장, 주유소 등은 ‘헌재 반경 150m 진공화’를 위해 줄줄이 폐쇄돼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경찰이 전날부터 빼곡히 배치한 차벽은 조계사에서부터 시작됐다. 안국역 출구로 향하는 도로 곳곳은 10여명씩 배치된 경찰들로부터 통제가 이뤄졌다. 종로구 운니동에서 3번 출구로 향하는 도로는 차벽으로 인해 사람뿐 아니라 차량 역시 지나다닐 수 없어 요새를 방불케 했다. 특히 안국역 1·2·3번 출구는 이날부터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각 출구에는 출입금지 팻말과 접근 금지 테이프, 바리게이트 등이 설치되며 3중 통제선이 쳐졌다. 출입구에 배치된 경찰과 사회복무요원 등은 출구를 이용하려 접근하는 시민들을 통제했다. 경찰은 시민들을 막아서며 우회 방법을 설명하기에 분주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완전 통제를 위해 오늘은 순차적으로 1차 차단에 나선 것”이라며 “이곳으로 오는 모든 인원은 출입이 제한, 우회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국역 역사 내에서는 “고객 안전을 위해 1·2·3번 출구를 폐쇄한 상태이니 4·5·6번 출구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출구로 향하는 지하차도에는 투명 안전펜스가 일렬로 세워져 있었고 출구 인근 역시 안전펜스들이 대량 쌓여 있는 등 선고 당일 안국역 원천 봉쇄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특히 헌법재판소 인근에 있는 주유소와 공사장은 폭력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외부인 출입이 전면 봉쇄됐다.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의 한 주유소 사방은 바리게이트와 쇠사슬로 둘러싸였다. 주유소는 휴업 상태였고 주유기기는 아예 전원이 꺼진 채 사용할 수 없도록 설정돼 있었다. 5번에서 6번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서 진행 중이던 공사도 일시 중단됐다. 공사장 주변에는 가벽을 설치해 외부인이 공사장 자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으며 ‘관계자 외 외부인 출입 금지’ 문구도 함께 부착돼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현재 윤 대통령 선고 때문에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은 10개 기동대, 경찰력 약 660명을 서울로 투입, 안국동 일대 통제 지원에 나섰다.

파주시 성매매집결지 행정대집행…물리적 충돌 없이 마무리 [현장, 그곳&]

“불법 건축물 행정대집행 책임자입니다. 원상회복 계고서를 송달했으나 지정된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아 행정대집행법 제4조에 따라 대집행을 실행합니다.” 31일 오전 9시18분께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299-60번지 불법 목조 덱 건물 앞. 이곳에선 파주시의 연풍리 성매매집결지, 속칭 용주골 불법 성매매 건물 행정대집행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혜현 파주시 건축디자인과장의 법원 행정대집행영장 통보를 시작으로 철거 용역사들이 나섰다. 파주시는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해 건물 매입에 38억여원 등 46억원을 투입(본보 2024년 12월30일자 10면)한 바 있다. 불법 건축물 철거에 앞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업소 관계자들의 저항에 대비해 구급차와 펌프차 등을 배치하는 한편 용주골로 진입하는 주변 도로를 에워쌌다. 철거원 60여명은 망치 등을 동원해 스티로폼 패널, 영업용 거울, 유리창문 등을 뜯어냈다. 철거가 진행된 불법 건축물들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형태로 약 6.6㎡(2평) 규모다. 지난해 11월 업주의 강력한 저항으로 철거하지 못했다가 이날 완전 철거했다. 30여분간 진행된 철거작업 중 업소 주인으로 보이는 A씨가 혼자 철거현장에 나타나 “끝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냐”라며 항의했지만 철거작업을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그는 “자진 철거한다고 했는데 왜 철거하느냐. 공무원들을 못 믿겠다”며 원망했다. 철거는 이 건축물에 이어 성매매 손님대기실 증축 등으로 행정집행대상 건물이 된 연풍리 301-37번지 외 3필지와 연풍리 299-27번지 건축물 등으로 이어졌다. 철거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건축물은 전날 영업했는지 철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소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파주시는 이날 3동 철거를 시작으로 2일까지 총 9동(영업 8동, 비영업 1동)을 철거한다. 주민 B씨는(65)는 “주민 모두 철거에 찬성하지만 철거 후 뭘 할지 명확한 얘기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김경일 시장은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를 연내 폐쇄하겠다. 탈성매매 지원자에게 5천여만원 지원 등 철거와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돌려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주골은 6·25전쟁 당시 미군기지가 들어서 생겨나 한때 2만여㎡에 성매매업소 200여곳, 종사자가 600명에 이르렀으나 2000년대 들어 미군 철수와 부분 재개발로 명맥만 유지해왔다.

좌석버스, 캐리어 반입 거부… 인천공항行 ‘고행길’ [현장, 그곳&]

“인천공항인데도, 인천시민들 공항 가기가 더 불편하다니 이해가 안됩니다.” 30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역 버스정류장. 이상영씨(37)가 여행용 캐리어를 들고 302번 공항좌석버스에 타려던 순간, ‘빵’하고 경적이 울렸다. 깜짝 놀란 이씨가 당황해 하며 멈춰 서자 선글라스를 낀 기사는 캐리어를 가리키며 가위표를 그려 보이고는 바로 떠나버렸다. 20여분을 기다린 다음 버스에서도 또 탑승을 거부 당했다. 이씨는 “공항버스가 캐리어를 실어주지 않아 벌써 3대나 그냥 보냈다”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30번 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캐리어를 든 한 승객이 공항좌석버스에 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좌석버스 운전기사 김모씨(51)는 “좌석버스 하부에는 공구 등 운행 장비가 가득해 짐을 실을 수 없다”며 “통로에 캐리어를 두면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통로를 막아 아예 승차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정작 인천시민들이 인천 공항 가기가 더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편은 많지만 수하물 소지 승차를 거부해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해서다. 인천시버스운송조합 약관에 따르면 공항좌석버스는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면 20㎏ 미만 캐리어 등을 들고 탈 수 있다. 하지만 ‘승객의 통로 이동 및 승하차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 탓에 대부분 캐리어 반입을 거부한다. 이 때문에 인천 시민들은 큰 캐리어를 들고 인천공항에 가려면 택시를 타야만 한다. 짐칸이 있어 캐리어를 실을 수 있는 리무진 버스가 있지만 연수구 등 일부 지역만 통과하는 2개 노선 뿐이다. 배차간격도 150여분으로 길어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힘들다. 또 남동·중·동·미추홀구 등지에서 서구를 지나는 공항철도를 이용하려 해도 시내버스나 인천지하철 등을 1~2 차례 환승해야 해 더 불편하다. 이에 지역 안팎에서는 리무진버스 노선을 늘리거나 공항좌석버스에 수하물칸을 두는 등 인천공항행 대중교통편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교 시의원(국민의힘‧남동6)은 “전북 전주에서도 공항리무진 요금 3만원이면 편하게 인천공항을 오는데, 인천 시민은 택시를 타고 톨게이트비 등 5만원을 들여야 공항에 갈 수 있다”며 “인천시가 이런 시민 불편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민원이 많아 시민들 불편을 알고 있다”며 “부평·남동구 등 원도심을 통과하는 리무진 버스 노선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인천 숭의동 고층건물, 6년째 공사 중단… 유치권 분쟁에 슬럼화 우려 [현장, 그곳&]

“거실 창문을 열 때마다 내다 보이는 공사 중단 건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예요.” 29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128의6. 대로변에 우뚝 서 있는 짓다 만 25층짜리 건물이 5m 높이 철제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림막엔 붉은색 락카의 ‘유치권 행사 중’, ‘접근금지’, ‘투쟁단결’ 등의 격한 문구들이 빽빽해 주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다. 건물 앞 컨테이너에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시공사 측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 주변 분위기를 싸늘하게 한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아파트 주민 김혜림씨(37)는 “집 앞에 공사를 멈춘 고층 건물이 붉은 락카칠로 덮여 있으니 흉측하다”며 “저 건물로 인해 일대가 슬럼화해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건물처럼 보이는 탓에 건물 주변으로 불법주차도 서슴없이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한 고층 건물이 공사를 멈춘 채 수년간 방치, 주변 일대의 슬럼화가 우려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하루빨리 유치권 문제를 해결해 주민, 임대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치권 행사 중인 ㈜글로리아 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 건물은 총 434실 규모로 호텔과 레지던스 기능을 결합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첫 분양을 시작한 뒤 자금난으로 건물주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지난 2019년 1월부터 공사 중단 상태로 6년째 방치 중이다. 한재현 ㈜글로리아 대표는 “83억원의 공사비를 받아내려고 건축주와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1심만 2년 반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건물 공정률이 87%에 이르고 내부 석고보드 작업까지 완료한 상태라 준공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철거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민간 간 유치권 문제인 만큼 행정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시나 구 차원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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