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에 인도가 없는 게 말이 되나요? 학교 갈 때마다 차에 치일까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에요.” 18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봉담읍 상기리 수원여자대학교 해란캠퍼스. 정문을 나서자 학교의 유일한 통학로인 322번 지방도(왕복 2차선)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곳부터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안입구 삼거리 인근 버스정류장까지 약 1㎞ 구간에는 통학로는커녕 갓길만 있을 뿐이었다. 최대 폭은 2m정도로, 그나마 폭이 넓은 구간은 이미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점령돼 있어 통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었다. 통학로 초입에 시선 유도봉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고작 10여m에 걸치는 수준이었고, 이 마저도 일부는 훼손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옆쪽으로 옹벽이 설치된 150여m 구간은 갓길 폭이 30㎝도 채 되지 않아 차량들이 학생들을 스쳐가다시피 할 정도였다. 때마침 전폭(자동차 좌우 끝단사이의 너비)이 넓은 대형 화물차가 갓길까지 침범, 통학 중인 학생과 부딪힐 뻔하는 등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오서진 수원여대 총학생회장(21)은 “약 1㎞ 떨어진 버스정류장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다 보면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데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수원여대 해란캠퍼스가 문을 연 지 22년이 지나도록 통학로를 조성하지 못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와 수원여대 등에 따르면 수원여대는 지난 2001년 3월 화성시 봉담읍 상기리 336-26번지(부지면적 2만5천492㎡)에 연면적 2만6천914㎡ 규모의 해란캠퍼스를 조성했다. 해란캠퍼스에는 수원여대 28개 학과 중 ▲물리치료과 ▲식품영양과 ▲호텔외식조리과 ▲제과제빵과 ▲스포츠지도자과 ▲실용음악과 ▲반려동물과 ▲펫케어과 등 8개 학과가 설치됐다. 이날 기준 수원여대 전체 재학생(3천736명) 중 844명이 재학 중이며 여기에 해란캠퍼스 교직원 90여명과 복수전공자 등을 합하면 학교 전체 인원은 1천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해란캠퍼스가 문을 연 지 22년이 다 되도록 통학로를 설치하지 못 하고 있어 학생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에 수원여대는 학생 안전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경기도에 인도 설치를 촉구해 왔으나 예산과 도로 규모 등 문제로 번번이 좌절됐다. 다만 도는 지난 2003년부터 ‘화성 자안~분천간 도로(지방도 322호선) 확포장 공사’를 추진 중이다. 당시 책정된 총 사업비는 936억원이다. 해당 사업은 해란캠퍼스 통학로가 포함된 지방도 322호선 6.4㎞ 구간을 2차선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내용으로, ‘인도 설치’ 항목이 포함돼 있다. 예산 확보 문제로 18년간 표류해 왔으나 2021년 해란캠퍼스 통학로가 포함된 2공구(자안입구 삼거리~상기교차로, 2.5㎞)가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하면서 본격화했다. 1공구(청요사거리~상기교차로, 3.9㎞)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아 ‘사업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해 2월부터 2공구 재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올해 하반기께 완료 예정이다. 하지만 토지보상을 위한 측량과 감정평가 등 과정을 고려하면 완공까지는 최대 6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해란캠퍼스 학생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수원여대 해란캠퍼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며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수원구치소. 17일 굳게 닫혀 있던 이곳의 문이 열렸다. 최근 범죄자의 교정·교화를 통한 사회 복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교정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2019년 8월 이후 4년 만에 언론에 문을 연 것이다. 수원구치소는 높은 빌딩을 구치소 건물로 사용하고 있어 고질적인 과밀 수용 문제에 시달리는 곳이다. 도심형 구치소의 특성상 코로나19 등의 감염병은 물론 화재에도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수용 인원은 정원의 120%에 달하는 상황이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와 소지품을 모두 맡긴 뒤 굳게 잠긴 철문을 거쳐 수용거실로 들어서자 ‘120% 초과 수용’이라는 단어가 무용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5평 남짓한 수용거실의 정원은 10~11명. 그러나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직원 등 불과 3~4명이 거실 안으로 들어서자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10명의 수용자가 똑바로 눕는 것조차 어려워 지그재그 형태로 교차로 누워야 하는 정도의 크기였다. 정원 자체의 감축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원구치소는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잠을 자는 자리의 순번까지 정해주고 있었지만, 특히 무더운 여름철이면 잦은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했다. 운동 공간 역시 2천여명 이상의 수용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외운동장과 각 층별 실내 운동장이 있긴 했지만, 일반적인 교정시설에서 주기적으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등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들도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의사 1명과 의무부장만이 모든 수용자를 감당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의료진을 통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고충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수원구치소는 ‘가족이 있는 범죄자의 경우 출소 후에도 재범률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에 있는 가족들과의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심사를 거쳐 선별한 수용자가 잠깐이라도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한 가족접견실에는 알록달록한 색감에 각종 장난감들도 눈에 띄었다. 또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비대면 접견을 활성화해 방문이 어려운 가족들도 계속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다. 이홍연 구치소장은 “수용자의 처우 개선과 인권 보장을 위해 많은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며 교정·교화를 통한 사회적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잉, 잉잉잉…긴급히 대피해주십시오.” 16일 오후 1시5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의 영화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공습 상황 시 행동 요령 교육 영상을 시청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2시가 되자 전시 상황을 방불케하는 급박한 사이렌 소리가 교내를 가득 메웠다. 미리 숙지한 대로 3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도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복도로 이동한 뒤 머리에 가방을 올리고 계단을 차례대로 내려와 1층 복도에서 안전하게 대피 훈련을 마쳤다. 훈련에 참여한 6학년 정윤혜 학생은 “학교에서 민방위훈련은 처음 해봤다”며 “실제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침착하게 대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각 경인 지역 공공기관에서도 민방위 훈련 안내 방송이 울렸다. 경기도청사에서는 김동연 지사를 비롯한 3천181명의 직원이 지하 2층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한 순간에 이동해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훈련이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인천시청 공무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비상계단을 이용해 지정 대피장소인 본관 중앙홀로 신속하게 모였다. 이곳에서 전시 상황 대비 국민 행동 요령 교육과 심폐소생술 등 생활 안전교육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관심이 높아진 심폐소생술(CPR) 교육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마네킹 흉부를 ‘꾹꾹’ 누르며 교육에 매진했다. 수원교육지원청에서는 전 직원이 대피 동선에 배치된 안내요원 6명의 지시에 따라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동한 후, 방독면 착용 교육을 받았다. 화생방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 이번 교육은 지정된 시간 내에 방독면을 완전하게 착용하고 대피 및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으로, 30도까지 올라간 낮 기온에서도 직원들은 땀방울을 흘리며 정해진 미션을 수행해 나갔다. 20분이 뒤 “훈련 상황을 마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서야 학생들과 공직자들은 일상으로 복귀했다. ‘제414차 민방위 날’을 맞아 경인지역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민방공 대피 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훈련은 지난 2017년 8월 이후 6년 만이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은 지난 6년간 훈련을 하지 않아 주민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올해는 자치단체와 초·중·고등학교 등에서만 훈련을 진행했다. 다음 단계에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훈련으로 정상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날 일반 시민 대피 및 차량 이동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훈련으로 공습 상황에 대비한 대피요령을 습득하고 보완사항을 발굴해 도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 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도민들도 안전디딤돌 앱 등을 활용해 주변 대피장소를 미리 확인해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진 대피공간이 차량으로 가득한데, 안전이 보장되긴 하는 건가요?” 15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부부로주차장. 출입구 앞에 다다르자 좌측에 세워진 노란색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지진 옥외대피장소(Emergency Assembly Area)’라는 제목의 안내판에는 ‘이곳은 지진 발생에 대비해 지정된 긴급 대피장소입니다’라는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안내판이 무색하게도 주차장은 이미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이날 목격한 차량만 자그마치 141대. 지진 발생 시 짧은 시간에 다수의 주민이 몰리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피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특히 이곳 바로 앞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영유료주차장에도 일렬 주차된 차량 26대가 빽빽이 들어서 있어 옥외대피장소를 오가는데 불편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고모씨(23·여)는 “차량들로 가득한 이곳이 옥외대피장소라는 게 놀랍다”며 “충격으로 차량이 밀리기라도 하면 더 많은 피해를 낳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원천동 꿈틀이어린이공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역시 옥외대피장소로 운영되고 있으나 사방이 불법 주·정차 차량 21대로 가로막혀 있었다. 때마침 이 일대를 배회하던 회색 승용차 한 대가 보란 듯이 옥외대피장소 안내판 바로 앞에 주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했다.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던 신모씨(27)는 “한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미리 대비해도 모자를 판에 지진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한참 저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강원 동해 인근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하는 등 국내 지진 위험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옥외대피장소 안전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내 일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2020년 68건, 2021년 70건, 지난해 77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지난달 말 기준) 들어서도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36차례나 이어졌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초기 충격으로 파손되는 구조물과 낙하물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진 옥외대피장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 12일 기준 전국 옥외대피장소는 총 1만1천158개소로, 이 중 도에는 1천88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을 근거로 두는 행정안전부 ‘지진 옥외대피장소 지정 및 관리지침’에 따라 운동장, 공원 등을 옥외대피장소로 선정·관리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인구밀도,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지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나 ▲규모 적정성 ▲시설 접근성 ▲고층건물 이격거리 ▲대피가능인원 등을 최대한 고려해 지정해야 한다. 문제는 주차장이 옥외대피장소로 지정돼 있는가 하면 일부 옥외대피장소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접근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는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충격으로 밀리는 차량에 의한 사고는 물론 동선 부족으로 피해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지진 발생 시 옥외대피장소 안팎에 주차된 차량이 더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며 “지진 위험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 공문을 하달해 옥외대피장소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보다 안전한 옥외대피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의무도 아닌데다 경제적 부담까지 발생하는데, 굳이 방연마스크를 비치해야 해요?” 10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반월동 A 노인복지센터. 주간보호를 받기 위해 찾은 노인 10여명이 한 데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복지사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자칫 불이라도 나면 신속히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 그러나 센터에 마련된 소방시설은 소화기 1대가 전부였다. 심지어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를 중화시키고, 불완전 연소물로부터 호흡을 도와 대피 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연마스크는 배치조차 안 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 B 장애인복지시설 사정도 마찬가지다. 60평 남짓한 공간에서 직업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장애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방연마스크는 전무했다. 화재 시 연기나 유독가스 흡입을 예방하지 못 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B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비치하지 않았다”며 “별도 구입할 경우 경제적 부담이 크다. 법적으로 의무화가 되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화재에 따른 연기 및 유독가스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연마스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인식이 한참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와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사상자는 모두 1천794명으로, ▲2020년 599명 ▲2021년 491명 ▲2022년 704명 등이다. 이 중 연기 및 유독가스로 인한 사상자는 520명에 달한다. 결국 불이 났을 경우 높은 확률로 죽거나 다치지 않기 위해선 방연마스크가 필수적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2020년부터 ‘경기도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 비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도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다중이용시설, 복지시설, 의료기관 등에 방연마스크의 비치를 권장하고, 이를 알리는 표지를 부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도에서 관리하거나 위탁하는 시설, 기관 등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물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도뿐만 아니라 수원특례시를 비롯해 성남·평택·안산·남양주·하남·시흥·부천·군포·광주·광명·파주·의정부·양평·양주·구리·과천 등 17개 시·군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마련했다. 그러나 방연마스크 비치는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에 그치고 있는 데다 예산 지원도 일부 시설에만 이뤄지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기와 유독가스에 의한 사상자 비율이 가장 높은 만큼 방연마스크 비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법안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방연마스크 비치를 의무화하는 건 힘들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엇보다 상위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도를 비롯한 일부 시·군이 조례로 권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모든 시설에 방연마스크를 지원하는 건 예산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모를 쓰고 전동킥보드 타는 학생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9일 오전 8시30분께 수원특례시 A대학교. 전동킥보드 운행 속도를 20㎞/h로 제한하는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지만 학생들은 이를 본체만체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넓은 대학교 캠퍼스 도로에서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질주하던 한 학생은 뒤따라온 승용차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는 20여명의 학생 중 안전모를 착용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3학년 김수한씨(가명·22)는 “전동킥보드는 수업에 늦을 때 가끔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모를 써본 적이 없다”며 “친구랑 같이 타는 학생들도 많다”고 전했다. 용인특례시 B대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 정문부터 이어진 4차선 도로에 시내버스와 전동킥보드가 뒤섞여 달리고 있었다. 마주 오는 대형버스를 아랑곳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탄 채 종횡무진하는 학생들이 쉽게 목격됐다. 경기지역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개인형 이동장치(PM)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PM 사용 시 안전모 미착용, 동승자 탑승, 음주운전 등으로 적발되면 범칙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대학교 캠퍼스는 ‘도로 외 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단속 대상이 아니며, 관리 책임도 학교에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2020년 PM 안전지침과 교육 영상을 만들어 전국 대학교에 배포했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캠퍼스 내에서 전동킥보드 운행속도를 20㎞/h로 제한하고 2인 이상 탑승을 금지하는 등의 안전 규칙을 만들었지만, 학생들을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도내 C대학교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수칙을 만들어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라면서도 “안전모를 미착용한 학생들을 발견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계도 정도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인 20대 학생들인 만큼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로교통법이 여러 번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PM에 대한 안전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학교가 내부 규정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 지역 내 대학교와 협조해 PM 안전 수칙 홍보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위 지뢰나 마찬가지죠. 지나갈 때마다 사고가 날까 불안합니다.” 8일 오전 9시께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동 일대. 이곳 도로 곳곳엔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깊이로 푹 파인 불량 맨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평한 주변 도로와는 달리 맨홀 뚜껑 인근의 1~2㎝ 정도는 도로포장이 벗겨져 있었고, 이곳을 지나는 자동차들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기도 했다. 남동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불량 맨홀만 총 14개에 달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도 비슷한 상황. 차량들은 3㎝ 정도 돌출돼 있는 불량 맨홀을 덜컹거리며 지나갔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불량 맨홀을 피하다가 옆 차선의 차와 부딪칠 뻔하는 등 아슬한 곡예 운전을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트럭 운전자 유형수씨(가명·47)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차가 덜컹거려 충격이 심하다”며 “일반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트럭도 자주 지나다니는 곳인데 불량 맨홀을 위험하게 방치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도로 위 곳곳의 불량 맨홀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도로 위 불량 맨홀은 주변 파손이나 침하 등으로 도로와 단차가 발생할 경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차량 통행 시 소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상수도와 오수 맨홀은 각 지자체에서, 우수 맨홀의 경우 경기도에서 유지·보수 및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처럼 맨홀에 대한 관리 주체가 다르다 보니 불량 맨홀의 현황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맨홀이 지반 침하로 처지는 경우 차량이 덜컹거리는 건 물론이고 구멍으로 빠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가 오거나 어두운 밤이면 운전자들이 불량 맨홀을 그냥 지나쳐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노후된 도로에선 불량 맨홀이 생길 수밖에 없어 관리기관의 꾸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불량 맨홀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현장점검을 통해 문제가 있는 불량 맨홀을 대상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 통행 불편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불량 맨홀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안전한 도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집이 곧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이지만, 구청에서는 집수리 지원이 어렵다네요.” 7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간석동 37 일대 ‘돌산마루 구역’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계단과 벽, 천장 곳곳에 어른 손가락 2개가 들어갈 만큼 큰 균열이 나 있었다. 5년여 전부터 갈라지기 시작해 해마다 더 벌어져 지금의 상태가 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영애씨(77)는 “이러다가 갑자기 집이 무너질까 불안하다”며 “최근엔 건물이 기울어졌는지, 싱크대나 옷장 서랍이 잘 닫히지도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인근 또 다른 다세대주택 건물은 외벽 벽돌이 떨어지는 등 조금씩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를 방증하듯 ‘낙석주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명욱씨(63)는 “최근 길을 가다 갑자기 ‘쿵’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바로 옆에 벽돌이 떨어져 박살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천 남동구 돌산마루 구역 일대 20년 이상 된 주택들 10곳 중 9곳이 노후화가 심각해 주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돌산마루 구역 일대 준공 20년 이상 건축물에 대한 실태 조사를 했다. 건물 296곳 중 278곳(93.6%)이 노후·불량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는 지난 2018년부터 이 지역에서 더불어마을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공시설 및 도로 정비 정도에 그치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왕기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이 살기 위험할 정도로 낡은 건축물의 경우, 환경 개선보다 집수리 사업이 더 급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안팎에선 구가 처음부터 집수리 사업을 벌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마을 집수리 사업은 노후·불량주택 공사비용의 80%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동구는 예산 부족 등으로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가구에 한해서만 집수리 사업을 지원해 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인천 중·동·부평·계양·서구와 강화군은 더불어마을의 전체 노후·불량주택에 대해 집수리를 지원한다. 이정순 남동구의원(더불어민주당·라선거구)은 “돌산마루 구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이 많아 스스로 집수리를 하지 못한다”며 “취약계층 집수리 지원을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현재 구의 더불어마을 사업으로는 노후 주택 수리가 어렵다”며 “집수리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해명했다.
“태블릿 오더로 음식 주문하면 로봇이 가져다줄 거예요.” 4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교동의 한 고깃집. 50개가 넘는 테이블 위에는 태블릿이 한 개씩 놓여있었다. 손님이 직접 태블릿에서 메뉴를 고른 후 주문하기 버튼을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방식이다. 펄펄 끓는 갈비탕을 담은 로봇이 테이블 앞까지 다가와 도착했다는 알림 메시지를 울리자 손님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김소진씨(가명·60)는 “인건비가 너무 올라 직원을 줄이기 위해 3개월 전부터 태블릿 오더와 서빙 로봇을 대여했다”며 “초반에 대여 비용이 들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들어갈 인건비를 생각해 보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생각했고, 직원들의 근무 효율성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화성시 봉담읍의 한 음식점은 앉은 자리에서 태블릿으로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가능했다. 태블릿 아래에 카드단말기가 부착돼 있어 손님이 직접 결제까지 가능했다. 직원에게 요청사항이 있으면 직접 부를 필요 없이 태블릿에 있는 ‘직원 호출하기’ 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사람 대신 기계를 선택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외식업계의 무인화 추세에 일각에선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외식업 경영 실태 조사 보고서(2021)’에 따르면 전국 외식업체의 무인주문기 사용 비율은 2017년 0.6%, 2018년 0.9%, 2019년 1.5% 2020년 3.1% 2021년 4.5%로 매년 사용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태블릿 주문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 1대당 월평균 2만원 내외의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같이 기계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서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고용안정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매달 나가는 인건비 비중이 높아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기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임금 인상 폭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진로 교육이나 직업알선 지원을 하는 등 정부·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개월 동안 공들여 키운 카네이션인데, 다 팔릴 수 있을까 걱정뿐입니다.” 2일 오후 1시께 화성시 우정읍의 한 화훼농원. 재배 농장 안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성 들여 키워온 6만여 분의 카네이션들로 가득했다. 작업자들은 작은 화분에 담긴 카네이션을 출하하기 위해 포장하면서도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20년간 카네이션을 재배했다는 김원용 대표(70)는 “올해 전기세와 유류값이 30% 이상 올랐을 뿐만 아니라 상자와 화분 등 모든 자잿값이 크게 올랐다”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연휴가 겹치면서 카네이션 수요까지 줄어 재배한 카네이션을 모두 출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수영씨(가명·60·여)도 카네이션 재고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카네이션 물량을 반으로 줄였는데도, 아직 카네이션 예약 주문이 한 건도 없다”면서 “카네이션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시들어버려 폐기 처분해야 해 초조한 마음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정의달 5월 성수기에 분주해야 할 화훼농가와 꽃집들이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물가 폭등과 자재값 상승에 수입산 카네이션 증가와 국내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잔인한 5월’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4월25일~5월2일, 절화기준) 거래된 카네이션 총 수량은 4만1천756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88단보다 41% 줄었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올해 카네이션 수입산 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카네이션 대부분이 가격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5월에 해외로 나가려는 인구가 늘어나 카네이션 구입 자체를 하지 않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카네이션을 재배한 농가와 꽃집은 인건비조차 남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카네이션 재배를 위한 기름값은 올해 1분기 기준 1천280원으로 지난해 동기(1천28원)보다 25% 증가했고, 필수자재 중 하나인 요소수 비료 가격도 1포대(20㎏) 9천원대에서 3만원대로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카네이션 수입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난방비와 농자재값 등 경상비가 올라 화훼농가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화훼농가와 소매상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 외에 아직 화훼농가 (면세유)지원 계획이 없다”면서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꽃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홍보를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삐-. 내리세요.” 30일 오후 2시25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광교산 입구.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이 하얀색 승용차 한대를 세우고 비접촉식 감지기를 운전석에 밀어 넣자 빨간 불빛과 함께 경고음이 울렸다. 알코올을 감지한 경찰은 운전자를 내리게 한 뒤 재측정을 시작했고, 운전자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수준으로 나타났다. A씨는 “산 초입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막걸리 반병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변명했다. A씨가 내린 차량 안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2명이 타고 있었다. 같은 날 김포시 대곶면 대명초등학교 부근.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을 본 차량 한대가 갑자기 슬금슬금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즉시 추격을 시작했고, 대치 끝에 검거된 B씨의 음주 측정 결과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의왕시 초평동 왕송호수 인근에서는 무면허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던 C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최근 음주운전으로 인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기남부경찰청이 어린이보호구역과 행락지 등에서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지역내 주요 어린이보호구역, 행락지 등 37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총 28건을 적발했다. 면허 정지 24건, 면허 취소 4건이다. 경기남부청은 올해 1~4월 상시 음주단속에서 적발 건수가 9천223건에 달하면서 이번 특별 단속을 계획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5월31일까지를 음주운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어린이보호구역과 행락철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매주 3회 이상 일제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며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사회적 근절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간(2018~2022년) 경기남부지역의 음주운전 단속 적발 건수는 총 14만7천750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18개 경찰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먹을 수 있는 건데 아깝잖아요. 산에서 자란 나물 조금 캐간다고 문제가 되나요?” 25일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일대.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의 등산객 3명이 한 손에 목장갑을 낀 채 쪼그리고 앉아 산나물을 채취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산에서 나물을 캐면 불법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등산객 임인숙씨(가명·66·여)는 “두릅이랑 돌나물 캐는 재미로 사는 데 이까짓 나물 채취한다고 처벌하면 어떡하냐”며 “매일 산에 올라와 채취해 갔는데 한 번도 처벌받은 적 없다”고 당당한 태도로 말했다. 같은 날 의왕시 왕곡동 백운산 등산로 입구에도 산나물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들로 가득했다. 등산객들의 손에는 초록색 산나물과 산약초가 가득 든 비닐봉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심지어 한 등산객은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쓰고 온 모자에 한가득 담아오기도 했다. 최근 봄철을 맞아 산나물과 약초 등 임산물 불법 채취 입산객이 늘면서 경기지역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임산물 채취를 위해 입산 통제구역을 들어오면서 삼림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사유림에서 무단 채취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날 산림청에 따르면 임산물 불법 채취가 매년 1천건 가까이 적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봄철 특별단속 기간 산림 내 불법행위 총 815건이 적발됐다. 그중 336건은 입건해 검찰에 송치됐고 426건에 대해서는 약 5천4백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산림보호법 등에 따라 국유림과 사유림에서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다 적발되면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산림보호구역일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일반 산림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매년 봄철마다 상춘객과 등산객들이 임산물을 불법으로 채취해 가면서 산림자원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림 보호구역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가거나, 담배꽁초를 내버리고 가는 사람들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사유림에서 농민들이 애써 키운 경작물들을 주인의 동의 없이 불법 채취해 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수원 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봄철 등산객이 증가하면서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산나물 채취를 목적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집중 단속반을 운영해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림청은 지난 4월1일부터 5월 말까지 ‘산림 내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주요 단속 대상은 산림소유자의 동의 없이 산나물·산약초를 채취하는 행위, 산림보호구역 내 금지행위 및 희귀식물 서식지 무단 입산 등이다.
“삐~ 잠시 멈춰주세요.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입니다.”, “앞차가 가서 따라간 것 뿐인데, 한 번만 봐주세요.”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가 시작된 22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신기사거리. 횡단보도 인근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우회전 하던 차량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단속 중이던 경찰이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안내하며 범칙금 6만원을 부과하자 곧장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운전자 고민준씨(가명·28)는 “우회전 하는 앞차를 따라갔을 뿐인데 범칙금을 내라고 하니 억울하다”며 “우회전 방법이 달라졌다고는 들었지만,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남양주·수원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에도 이를 지키는 운전자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남양주 다산동의 한 사거리에서는 횡단보도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차량이 줄을 이었다. 무리하게 우회전을 하던 화물차량은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속도를 줄이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수원특례시 팔달구 창룡문사거리의 경우 우회전을 할 수 없는 빨간불 신호에도 움직이는 앞차를 따라 우회전하는 차량이 줄줄이 포착됐다. 우회전 시 일시정지 해야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경인지역 곳곳에서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운전자들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2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정지한 후 우회전해야 한다. 녹색 신호에 우회전하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으면 즉시 정지해야 한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일 경우 녹색 화살표 신호가 켜져야만 우회전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진이 경인지역 일대를 살펴본 결과,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는 운전자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정확히 어떤 상황이 위반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호철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아직 변경된 우회전 방법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에 홍보가 더 필요하다”며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시행된 취지가 보행자의 안전 확보인 만큼 운전자들도 안전을 생각해 한 번 멈추고 출발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아직 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명백한 위험 행위 이외에는 무조건적인 단속보다는 계도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날씨도 따뜻해져서 답답한 경로당을 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네요.”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의 한 놀이터. 어르신 5명이 놀이터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어르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르신 한 분은 집에서 챙겨 나왔다며 달걀과 음료수를 꺼내 주변 어르신과 나눠 먹었다. 태숙인 할머니(87)는 “날씨도 좋은데 집에만 있기 심심해서 하루에 3번씩 이곳에 나와 적적함을 달랜다”며 “밖으로 나와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화성시 진안동의 어린이공원도 적막감만 감돌았다. 공원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운동기구가 있었지만, 벤치에 앉아있는 어르신 몇 분은 멍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이진환 할아버지(79)는 “근처에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주변에 있는 어린이공원과 놀이터에는 노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며 “놀이터에 설치된 운동기구도 관절이 약해 사용할 수 없다. 노인 친화적인 야외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도내 고령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노인 맞춤형 야외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놀이터와 공원에 노인 맞춤형 운동기구 설치 등 노인층을 배려한 야외 놀이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도내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1만6천88명으로 전체 도내 인구의 14.82%에 달한다.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도내 고령 인구 비율은 2014년 10%를 넘긴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어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을 앞두고 있다. 초고령 시대에 발맞춰 다른 지자체에선 노년층을 배려한 야외 시설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7월 개장을 목표로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시니어 놀이터, 헬스파크, 커뮤니티시설로 구성된 ‘시니어 파크’를 조성한다. 또한 인천시는 지난해 4월부터 노인들을 위한 운동기구를 배치한 노인 놀이터인 ‘상상 시니어 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 노인 복지 정책은 여전히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같은 실내 격리형 정책에만 맞춰있다. 정수둘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외 활동을 자주 해야 하는데 ‘내가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 밖에 나가는 것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르신들이 재미와 함께 운동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실외 문화 공간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는 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라면서도 “시군에서 노인 관련 시설 예산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검표하는 직원이 없다니 걱정스럽네요.” 지난 18일 오전 10시30분께 용인특례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최근 흥행하고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영화관 내부가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입장이 가능하다는 전광판 안내에 관람객들이 줄지어 들어갔지만, 영화표를 검사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관람객도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입장했다. 관람객 한수영씨(가명 ·34·여)는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검표 조차 하지 않으니, 미성년자가 쉽게 볼 수 있겠다”며 “신분증 확인이 없으면 영화 연령제한을 해 둔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영화관 입구에는 ‘자율 입장을 하니 표 확인 없이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영화관 키오스크에서는 청불 영화도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예매할 수 있었다. 청불 영화 입장이 시작됐지만, 영화관 직원은 검표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매점 관리에 열중했다. 대형 영화관들이 인력 감축을 위해 자율입장제를 도입한 가운데 미성년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율입장제는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 기간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최소한의 인력 배치를 위해 도입한 것으로, 티켓 확인 없이 관람객들이 자율적으로 지정 좌석을 찾아 입장하는 방식이다. 영화관들은 자율입장제를 운영하는 지점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상영 시에는 입구에서 표와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 결과, 일부 영화관에서 청불 영화 상영 시작 전인데도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율입장제를 이용해 청불 영화를 본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거나 청불 영화 볼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하는 글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욱이 청소년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청불 영화 예매가 가능, 상영관 입구에서 바코드를 인식하고 입장해도 성인 관객으로 인식하기에 청소년 여부를 가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영화 산업이 자율입장제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인 청소년이 청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에 대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상영 중인 경우 더 꼼꼼하게 확인해 입장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비디오법에 따르면 상영 등급에 해당하는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자를 입장 시킨 영화관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매일같이 교통사고가 나죠. 경적소리에 고성까지…도로 위 차만 보면 한숨이 나와요.” 18일 오전 11시께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역 일대. 경기도내 교통사고 1위로 꼽힌 이곳은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지만 차량 수십 대가 얽혀 있었다. 왕복 4차선인 도로 양 끝으로는 30여대의 불법 주·정차로 꽉 막혀 있었으며 경적소리와 운전자의 크고 작은 언쟁으로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또한 차량이 보행자 신호등까지 침범하며 길을 건너는 시민들을 위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주민 한유진씨(가명·34·여)는 “매일 경적소리와 고성으로 시끄럽고 사고 없는 날이 없다. 장을 여는 날이면 더욱 심하다”며 “달리는 차량에 치일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수원역 광장 교차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우회전하는 차량 15대와 직진 차량 10여대가 적신호에도 꼬리를 물며 길게 이어졌으며 승·하차를 위해 멈춰 선 버스까지 한데 뒤섞이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경기도내 교통사고 다발지점에 차량과 보행자가 몰리면서 사고를 일으키는 등 혼란을 더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전국 시·도 교통사고 다발 지점’ 자료에 따르면 도내 교통사고 1위 지점은 성남 모란역 부근(사고 105건·부상자 201명)이다. 부천 홈플러스 사거리(사고 88건·부상자135명), 수원역 광장 교차로(사고 86건·부상자 145명), 안산 터미널 사거리(사고 70건·부상자 127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최근 5년간 경기도내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5만627건, 2018년 5만3천448건, 2019년 5만5천463건, 2020년 5만2천391건, 2021년 5만3천332건으로 매년 5만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 사고로 이 기간 동안 39만9천137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사망자만 3천243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교통사고 발생이 잦은 이유로 많은 유동 인구와 교통량을 꼽으며 사고 유형을 분석해 도로 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동 인구가 많고 버스 노선도 중첩돼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사고가 난 유형과 원인 등을 분석해 도로 내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교통 문화와 안전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관계자는 “경찰과 지자체와 함께 보행자 안전 위주의 캠페인 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고 다발 지역은 안전 용품을 지원하고 있다”며 “유관 기관과 함께 사고 다발 지역을 개선할 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것도 꽃다운 청년들이 3명씩이나.” 17일 오전 11시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는 ‘전세사기 피해아파트’라는 붉은색 현수막이 걸려있다. ‘당신은 경매장사꾼입니까’라는 현수막도 보인다.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를 보러 온 부동산 업자들을 향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60가구 모두가 전세사기로 경매에 넘어간 곳이다. 이날 오전 2시12분께 이 아파트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A씨(31·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주 왕래하던 지인의 신고로 출동한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자택에선 유서가 발견됐다. A씨의 집 현관문에는 ‘전세사기 수사중’이라는 경찰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계약 시 또다른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보인다. 문 앞 쓰레기봉투에는 수도요금 등의 체납을 알리는 고지서가 쌓여있다. 고인이 받았던 경제적 고통을 짐작케 한다. A씨기 떼인 전세 보증금은 9천만원에 이른다. 현관문의 다른 한켠에는 간절히 피해 구제를 바라던 고인의 마지막 외침이 붙어 있다. ‘당신들은 기회겠지만 우리들은 삶의 꿈!’ ‘너희는 재산증식, 우리는 보금자리’ 17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3번째 극단적 선택을 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장용준기자 이 곳에서 만난 주민 B씨(40·여)는 “평소 알고 지냈는데, 아침에 소식을 듣고 울었다”고 했다.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이기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아픔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평소 밤늦게까지 일해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모임엔 자주 못나왔지만, 단체채팅방 등에선 피해 복구를 간절히 바라며 활발히 활동했다”고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이른바 ‘건축왕’ C씨(61)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타살 혐의점이나 범죄 관련성이 안 보이면 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A씨처럼 C씨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2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2월28일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는 7천만원의 보증금을 떼인 30대 남성 D씨도 같은 선택을 했다. 지난 2개월 사이 20~30대 3명이 전세사기 때문에 세상을 뜬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9월 임대인의 요구로 7천200만원이던 보증금 9천만원으로 올려 재계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 아파트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면서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18일 오후 7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남측 광장에서 D씨의 49재 등 전세사기로 숨진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연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며 ‘전국 단위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A씨가 전세 사기 피해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께 피해 복구를 위해 애써왔기에, 이 같은 선택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대책으로는 계속 같은 희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축왕’ C씨와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아파트 세입자 161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125억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등)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창문들마다 광고 시트지로 도배돼 있는데, 불이라도 나면 참사로 이어질까 걱정입니다.” 14일 오후 1시께 인천 중구 하늘도시 상가밀집 지역. 병원과 학원이 많은 10층짜리 건물의 창문들이 온통 광고 시트지로 뒤덮여 있었다. 맞은편 건물에서도 열고 닫는 창문에까지 대형 광고 시트지로 막아놓았다. 같은날 연수구 송도2동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헬스장 등이 들어선 9층짜리 건물 통유리 대부분이 울긋불긋한 광고 시트지로 덮여 있었다. 연수구 주민 이승진씨(43)는 “이웃 상가건물을 도배하다시피 한 시트지를 볼 때마다 불이라도 나면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잘못되면 이웃과 주민들이 그 피해를 받을 텐데, 구청 등에서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인천 신도시 내 상가건물 창문을 뒤덮은 가연성 물질인 불법 시트지 광고물이 유사 시 화재를 키우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내 광고물업체 등에 따르면 학원·병원·헬스장·부동산·음식점 등 업소가 창문에 붙이는 광고물은 주로 켈(PVC)시트지 등이다. 켈시트지는 용지가 두꺼워 찢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프린트가 선명해 광고업체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이 시트지는 폴리염화 비닐 등으로 열기에 매우 약하고 유독가스를 뿜어낸다.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창문에 다닥다닥 붙은 시트지를 타고 불길이 전체 층으로 빠르게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건물 내부에 화재가 발생해도 불투명 시트지 때문에 외부에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화재 신고 등 초기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업소들은 여러 개 창문에 1장의 대형 시트지를 붙여 화재 시 창문을 통한 탈출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손원배 초당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인화성 시트지는 샌드위치패널과 같이 불길을 빠르게 옮길 위험성이 높다”며 “또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도 방출 하기 때문에 질식사고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인천 중·연수구 관계자는 “대형 시트지 광고물은 조례상 위반이지만 벌칙조항은 없다”며 “행정지도를 통해 업체들이 스스로 제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 옥외광고물 관련 조례는 창문 광고물은 건물 1층까지만 붙일 수 있고 크기는 창문·출입문의 20%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할 안전펜스 하나가 없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 무슨 어린이보호구역인가요?” 12일 오전 8시30분께 화성시 송산면의 A초등학교 앞. 아이들의 등교를 위해 온 학부모들의 차량과 인근을 지나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차도와 인도를 구분할 안전펜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등교하던 아이들은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벽쪽으로 몸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위태롭게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어린이집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한 곳에 모여 있어 평소에도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인데다 인도 자체도 구분돼 있지 않아 안전 펜스 설치가 시급해 보였다. 매일 아침 아이를 등교시킨다는 학부모 유지희씨(가명·38·여)는 “사고가 나지 않으려면 달리는 차들과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도 없는데 무슨 어린이보호구역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B초등학교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4차선 도로 구간은 펜스 없이 뻥 뚫려 있었고, 안전펜스를 설치한 구간은 100m 가량에 불과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경기도내 어린이보호구역 일부에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8일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당시 안전펜스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유치원, 초등학교 일대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 수는 지난해 기준 총 3천877곳이다. 지난 2020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엔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안전펜스는 의무 설치가 아닌 권고에 그치고 있어 설치율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최근 4년간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97건, 2020년 288건, 2021년 358건, 2022년 353건으로, 1천439명이 다치고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린이가 보행로를 이탈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펜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면도로인 곳은 펜스 설치가 불가해 도로 표식 등으로 어린이보호구역임을 강조하고 최대한 인도를 확보했다”며 “펜스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라 설치 요청이 있으면 현장 조사를 통해 추가로 안전펜스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을 계속해서 병원에 왔는데 대기만 2시간이네요.” 지난 9일 오후 7시30분께 화성시 반송동 야간진료 소아과. 병원에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들까지 80여명에 달하는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거렸다. 진료실 앞에는 빼곡하게 진료대기 환자 목록이 적혀있었고, 대기하는 환자 수만 30명 가까이 됐다. 예약하지 않으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간호사 A씨는 “하루에 300~400명 정도의 호흡기 질환 환자가 왔었는데 3월 중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오늘 하루만 기침, 가래, 콧물을 호소하는 환자가 600명 넘게 다녀갔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종합병원 내 약국. 호흡기내과에서 목과 코감기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가지고 오는 환자와 종합감기약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인 김수호씨(가명·41)는 “지난주부터 목이 부어서 연차를 내고 병원에 왔더니 인후염을 동반한 감기 진단을 받았다”며 “3년 동안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렸는데 마스크를 벗고 다니자마자 고생”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대로 떨어지며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그동안 주춤했던 호흡기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변덕을 부리는 날씨와 함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는 올해 13주차(3월26일~4월1일) 기준 외래환자 1천명당 10.8명으로 전주보다 2.1명 늘었다. 독감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5~31일) 52.7명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여 올해 9주(2월26일~3월 4일) 5.7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주(3월 5~11일) 7.4명으로 증가한 뒤 11주(3월 12~18일) 8.0명, 12주(3월 19~ 25일) 8.7명, 13주(3월 26일 ~4월1일) 10.8명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7~12세 연령대가 20.8명으로 가장 높았고 13~18세도 19.8명으로, 호흡기 질환 환자 중 어린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벗고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라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자주 손을 씻는 습관을 지니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