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검표하는 직원이 없다니 걱정스럽네요.”
지난 18일 오전 10시30분께 용인특례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최근 흥행하고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영화 상영 시간이 다가오자, 영화관 내부가 관람객들로 북적거렸다. 입장이 가능하다는 전광판 안내에 관람객들이 줄지어 들어갔지만, 영화표를 검사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미성년자로 보이는 관람객도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입장했다. 관람객 한수영씨(가명 ·34·여)는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입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검표 조차 하지 않으니, 미성년자가 쉽게 볼 수 있겠다”며 “신분증 확인이 없으면 영화 연령제한을 해 둔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영화관 입구에는 ‘자율 입장을 하니 표 확인 없이 지정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영화관 키오스크에서는 청불 영화도 아무런 인증 절차 없이 예매할 수 있었다. 청불 영화 입장이 시작됐지만, 영화관 직원은 검표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매점 관리에 열중했다.
대형 영화관들이 인력 감축을 위해 자율입장제를 도입한 가운데 미성년자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자율입장제는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 기간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최소한의 인력 배치를 위해 도입한 것으로, 티켓 확인 없이 관람객들이 자율적으로 지정 좌석을 찾아 입장하는 방식이다. 영화관들은 자율입장제를 운영하는 지점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상영 시에는 입구에서 표와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 결과, 일부 영화관에서 청불 영화 상영 시작 전인데도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율입장제를 이용해 청불 영화를 본 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거나 청불 영화 볼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하는 글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욱이 청소년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청불 영화 예매가 가능, 상영관 입구에서 바코드를 인식하고 입장해도 성인 관객으로 인식하기에 청소년 여부를 가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영화 산업이 자율입장제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가 된다”면서도 “사회가 보호해야 할 대상인 청소년이 청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에 대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해당 멀티플렉스 영화관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상영 중인 경우 더 꼼꼼하게 확인해 입장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비디오법에 따르면 상영 등급에 해당하는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자를 입장 시킨 영화관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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