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곳곳 버려진 오토바이 ‘눈살’… 처리 골머리 [현장, 그곳&]

“길거리에 낡은 오토바이가 몇달째 세워져 있는데, 아무도 안치워요.” 12일 오전 10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인도 위에 각종 쓰레기와 함께 녹슨 오토바이 3대가 서있다. 이들 오토바이 모두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먼지로 뒤덮여 있고 번호판조차 달려있지 않다. 한 오토바이는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려져 있고 의자는 아예 뜯겨 나가 있다. 이 곳을 지나가던 김대의씨(55)는 “가끔 인도를 가로막고 서 있어서, 오토바이를 길가 옆으로 치우기도 한다”며 “고물 오토바이인 듯 한데 빨리 치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정오께, 부평구 십정동의 한 골목길도 마찬가지. 좁은 골목 한편에 먼지가 뿌연 오토바이 2대가 담벼락에 기대어 서있다.  골목길이 좁아 길을 지나던 주민들이 몸을 돌려 오토바이를 피해 다닌다. 오토바이 주변은 휴지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같이 쌓여있다. 주민 김동영씨(77)는 “빌라 입구에 오토바이가 있어, 자칫 부딪힐 뻔 한 게 한두번이 아니”라며 “도데체 몇달째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천지역 곳곳에 낡은 오토바이가 수개월째 무단 방치, 시민들의 보행을 방해하고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 인천 10개 군·구 등에 따르면 오토바이는 낡거나 고장나 폐차장에서 폐차처리를 밟을 경우 소유자가 폐기물처리 비용 및 견인비용 등으로 약 5만~10만원 내야 한다. 반면 자동차는 폐차할 경우 되레 소유자가 70만원 이상의 보상 금액을 받는다. 이러다보니 오토바이 소유자들이 고장나거나 망가진 오토바이를 인도, 쓰레기장, 골목 등에 버려지고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26조 1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자동차를 타인의 토지 및 인도에 방치하면 각 군·구에서는 최소 2개월 동안 소유자에게 자진처리를 명령한 후 이에 불응할 시 100~15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소유주가 범칙금을 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방치 오토바이가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번호판이나 오토바이의 고유번호 등을 훼손한 상태여서 소유자를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구가 견인비 등을 투입해 강제처리한 오토바이는 지난 2020년 411대, 2021년 516대에 달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제도상 오토바이는 말소신고만 하고 산이나 강에 버려도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유럽과 같이 이륜차를 판매할 때 보증금을 붙여서 판 후, 폐차를 했을때 돌려주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구 관계자는 “우선 주민 신고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이 2개월여 동안은 그곳에 놔둘 수 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단속해 무단 방치 오토바이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물가에 사라지는 착한가격업소…“착한가격 포기할래요” [현장, 그곳&]

#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지정 취소돼도 상관없어요.” 수원특례시 정자동에서 35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우상만씨(60)는 16년 동안 정장 한 벌에 세탁비 4천원을 고집해왔다. 2011년부터 ‘착한가격업소’에 지정돼 있다는 자부심에 전기세, 드라이 기름값 등 모든 비용이 올라도 서비스 가격 만큼은 유지해왔는데, 고물가 상황 속에서 더 이상을 버텨내긴 힘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지난해 5월부터 세탁비를 1천원 더 올렸다. 가격 인상을 결정하자 시청에선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우씨는 아무렇지 않았다. 착한가격업소라고 한들, 눈에 띄는 혜택이 없어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이었다. # “고민 끝에 1천원 올렸더니 ‘착한가격업소’에서 제외됐어요. 오히려 마음은 편합니다.” 시흥시 대야동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윤채정씨(63)는 지난 1월부로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취소됐다. 약 10년간 5천원을 유지하던 냉면 값을 6천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5개월째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윤씨는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차라리 마음 편히 가격을 올리는 게 낫다. 착한 가격을 유지했더니 내 살림은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 이어 최근 물가 폭등 여파까지 덮치면서 경기도내 ‘착한가격업소’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서비스 가격이 지역 평균보다 낮거나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한 업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되면 쓰레기 봉투 무상 제공,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착한가격업소는 전국 6천146개소로, 그 중 691개소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706곳)와 비교하면 도내에서만 반 년 사이 15곳이 없어졌다. 이는 불경기로 인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서는 업소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현장에서도 한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격, 위생·청결, 서비스, 공공성 등 착한가격업소로 지정 및 유지되기 위한 기준은 높은 반면, 홍보 효과 및 혜택은 미미한 탓에 차라리 착한가격업소 타이틀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이유다. 도는 일단 임시방편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는 착한가격업소에 시·군 자체 예산으로 2억1천만원이 지원됐지만, 올해부터 국비(총 사업비의 30%)와 도비(총 사업비의 21%), 시·군비 등 총 5억9천만원을 투입해 더 많은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 침체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현금성 지원이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홍보, 세제혜택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출석 앞둔 중앙지검…정문선 "구속하라" vs 동문선 "정치검찰" [현장, 그곳&]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두 번째 검찰 조사를 앞두고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일대는 경찰과 이 대표의 지지 및 반대 세력 집회로 북적였다.  10일 오전 8시께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지난달 28일 이 대표가 1차 출석했을 당시 새벽부터 수많은 지지·반대 세력이 집결한 것과 달리 이날은 경찰 수십여명 만이 현장을 지키며 한산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40분가량이 지나자 보수 단체 회원들과 이 대표 지지 세력들이 정문과 동문 앞에 각각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일대가 혼란스러워졌다.  정문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리잡았다. 이들은 타워크레인, SUV 차량, 대형 버스를 몰고 정문 앞에 도착해 집회 준비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한 지지자는 보수단체 집회 차량을 보고 “악랄한 사람들이다. 당장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검찰청 문 앞이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 경찰들은 인근 우회 경로를 안내하며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보수단체 관계자는 ‘재명아 감빵 가즈아’라고 쓰인 현수막과 깃발40개, 의자 300석을 검찰청 앞에 설치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후 한 관계자가 ‘이재명 구속’이라고 선창하자 집회 참여자들은 깃발과 태극기를 흔들며 ‘구속, 구속’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이 대표 출석을 보러온 지지자들은 동문에 집결해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파란풍선을 들고 ‘이재명’이라고 쓰인 파란 마스크를 착용, 파란 외투와 목도리 등을 두르고 동문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응원가를 틀고 ‘검사독재 박살내자’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표적 수사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른 아침부터 춘천에서 왔다는 최두갑씨(68)는 “이재명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검찰청에 왔다”며 “지금 이재명에 대한 정치 탄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이 대표를 지키겠다”고 말하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의 출석 시간이 다가오자 집회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자리를 꽉 채운 보수단체 사이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진입을 시도했고, 서로 밀치고 욕설을 퍼붓는 등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다. 검찰은 1차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를 바탕으로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해 이 대표의 직접 개입 여부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몰래 버린 양심에… 안산 반월川 ‘쓰레기 몸살’ [현장, 그곳&]

“쓰레기가 이렇게 쌓일 때까지 그냥 두는 게 말이 됩니까?” 8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 팔곡교 인근. 반월천을 사이에 두고 농경지와 공장단지가 있는 이곳엔 200m에 달하는 ‘쓰레기 길’이 형성돼 있었다. 성인 키 높이 만큼 쌓인 쓰레기 더미에는 비료포대와 뚜껑이 열린 농약병 등 농업폐기물부터 사무용품과 이불, 매트리스 등 생활쓰레기까지 뒤엉켜 있었다. 오랜 기간 방치되면서 쌓이다 못해 넘친 쓰레기들은 하천까지 떠밀려 내려가 있었다. 바로 옆 팔곡교 다리에 내걸린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현수막이 무색한 모습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수거 장소로 착각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를 보던 인근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영농조합원인 반월동 주민 이주용씨(67)는 “한번 쓰레기가 쌓이다 보니 다들 여기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에 CCTV를 설치해달라고 얘기했으나, 들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강주찬씨(63)는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다닌 지 10년이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쓰레기가 쌓여 오갈 때마다 불쾌하다”며 “이 정도로 쓰레기가 쌓일 때까지 방치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안산 반월천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반월천은 비봉습지공원과 안산갈대습지를 거쳐 시화호로 유입되는 상류하천이어서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시화호지킴이 최종인씨는 “반월천은 농수로로 사용되고 갈대습지 공원을 거쳐 시화호로 흘러가는 중요한 구간이어서 쓰레기 등 폐기물이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의 확실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곳에는 지난 2020년께부터 반복적으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민원이 접수되면 시에서 조치를 취했지만, 회수가 어려울 정도로 폐기물들이 쌓이면서 지금 같은 쓰레기 길이 생긴 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장마철 쌓인 쓰레기 더미가 한차례 치워진 후 12월께부터 다시 이러한 쓰레기 길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종량제봉투 등 규격에 맞지 않는 쓰레기들이 많아 수거를 하지 못했다"며 “현장 점검 후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예산 문제 등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길거리서 버젓이 담배 ‘뻑뻑’… 흡연부스 무용지물 [현장, 그곳&]

“코 앞에 흡연부스가 있는데, 왜 나와서 담배를 피는 지 모르겠습니다.” 7일 오전 9시40분께 수원종합버스터미널 흡연부스 앞. 6명의 사람들이 부스 밖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버젓이 흡연을 하고 있었다. 담배 연기는 바람을 타고 퍼져 불과 10m 떨어진 출입구로 향했고, 터미널에 들어서려던 시민들은 풍겨오는 담배 연기에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많아지면서 부스 바로 옆 자전거 거치대 인근은 담배꽁초가 가득한 ‘대형 재떨이’로 변한 지 오래였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 평촌1번가 문화의거리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거리 한켠에 가림막 두 개로 가려진 흡연구역을 운영 중이었지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이곳 흡연구역은 폐쇄형 부스가 아닌 탓에 인근으로 번지는 연기가 더 심한 상황이었다. 거리를 지나던 김현중씨(가명·29)는 “여기를 돌아다니면 담배 냄새 피하기 바쁘다”며 “흡연구역 자체도 있으나 마나인데, 그마저도 이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거리라서 더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길거리나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흡연권을 보장하고, 간접흡연을 줄이기 위해 설치한 흡연부스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부스 인근은 오히려 ‘흡연이 가능한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더 커지고 있었다.  이날 국민권익위 민원 키워드 빅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경기도내 ‘간접흡연’ 관련 민원 건수는 2020년 2천839건에서 2021년 5천480건으로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5천386건)도 5천건대를 유지 중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버스정류장 인근 10m 등 금연구역에서의 흡연 행위는 단속할 수 있지만, 이 외의 공간에서의 흡연은 단속할 근거가 없어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황세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공감에서 출발해 연기를 맡는 시민들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올바른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금연구역이 아니어도 길거리나 다중이용시설 같은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건강 취약계층이나 임신부 등이 자주 다니는 곳을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확대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수원 광교산 등산로 ‘위험천만’ [현장, 그곳&]

“지난 여름부터 등산로가 다 무너져 위태롭게 산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광교산 통신대 진입 등산로. 등산로 입구에서 100여m를 걷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도로가 등장했다. 땅 밑으로 푹 꺼진 도로는 돌, 펜스, 나무 등이 뒤섞여 있었으며 도로 사이로 배수구 뚜껑이 비스듬히 돌출돼 있었다. 이곳 등산로로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돌부리를 밟고 휘청거리거나 아예 손을 땅에 짚은 채 아슬아슬한 등반을 이어갔다. 바로 옆 하천쪽에는 축대와 함께 도로 안쪽 지반이 깊게 파여 있어 추락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곳을 자주 오간다는 강이환씨(42·가명)는 “오래 전부터 등산로가 무너져 있었지만 한참 동안이나 복구되지 않고 있다”며 “길을 오르는 것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자칫 발이라도 잘 못 디디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너진 채로 방치돼 있으면 이곳을 어떻게 이용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광교산 등산로인 통신대 진입 군사도로가 무너져 등산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여름 폭우로 인해 광교산 여섯 구간에서 등산로가 무너지는 등 산사태가 발생했다. 시는 지난해 12월까지 여섯 구간 중 저수지, 항아리 화장실 등 다섯 구간을 통제하고 응급 복구 했으며, 아직 복구되지 않은 구간은 올해까지 안전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복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신대 일대는 등산로 진입구간임에도 본래 군사도로로 분류돼 있어 시의 정비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시가 아닌 관련 군 부대에서 관리 및 복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특히 등산로 진입로 측에 ‘전방 도로 복구 공사중’이라고 쓰인 차단봉이 세워져 있었지만 양옆으로 성인 남자 2~3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방치돼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출입에 관한 문의 안내판에는 해당 군 부대의 전화번호도 지워져 있어 이곳의 복구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내린 비로 광교산 등산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많이 훼손돼 올해까지 복구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다만 군사도로는 군에서 관리하고 있어 군에서 복구 및 관리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뒤덮인 빈집… 경기지역 4천여곳 흉물 방치 [현장, 그곳&]

“온갖 폐기물과 쓰레기로 뒤덮여 방치된 채 폐허로 남아 있는 저곳을 지나칠 때면 낮에도 스산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5일 오전 10시께 평택시 지산동 일대. 번듯한 새 건물 뒤로 폭격을 맞은 듯 벽과 문이 부서진 빈집이 보였다. 집 안엔 프라이팬, 책상 등 겨우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생필품들이 무너진 벽돌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으며 쇠문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녹이 슬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 주민 최금순씨(가명·72·여)는 “언제부턴가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서 낮에도 밤에도 항상 불이 꺼져 있어 지나갈 때마다 너무 무섭다”며 “여기에 사람들이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면서 동네의 흉물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의 빈집도 비슷한 상황. 겨울바람에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는 빈집 마당엔 무릎 높이의 마른 풀들이 무성했으며 녹이 슨 기계와 누전 차단기, 물통 위로는 한동안 인적이 없었던 듯 흙이 두껍게 뒤덮여 있었다. 마당 곳곳에는 오래된 신발과 바가지 등이 버려져 있어 대낮임에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했다. 경기도내 4천곳이 넘는 빈집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은 쓰레기 투기장으로 바뀌거나 우범지대로 전락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도에 따르면 도내 빈집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4천104가구로 도시 1천650가구, 농촌 2천454가구다. 도는 지자체와 함께 올해 10억원(도비 30%, 시비 70%)을 투입, 약 60가구에 대한 빈집 정비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4천가구가 넘는 빈집은 대책 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 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실태조사, 정비계획 수립, 이행강제금 부과 등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됐지만 일선 시·군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다. 빈집이 소유주가 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실태조사를 해도 소유주가 정비계획을 신청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빈집을 정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끝냈지만 일부만 정비 대상으로 확정됐다”며 “빈집이 결국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주 본인의 동의를 얻고 정비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이뤄지지 않아 모든 집을 정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빈집을 개·보수할 때 이를 매입해야 하는데 소유주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든 집을 정비하기엔 사실상 무리일 것”이라면서 “빈집을 서둘러 철거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유주가 빈집 정비에 동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멸종위기종인데… 인천서 더럽다고 쫓겨나는 큰기러기 [현장, 그곳&]

“사람들이 큰기러기를 자꾸 쫒아내요. 멸종 위기라던데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4일 오전 9시께 인천 서구 연희동 산 148의15 연희공원. 큰기러기 떼가 풀밭을 부리로 뒤지며 평화롭게 먹이를 찾아 먹고 있었다. 하지만 곧 공원을 관리하는 한 트럭이 굉음을 내며 인근을 지나가며 큰기러기들을 내쫒았다. 깜짝 놀란 기러기들은 ‘끼럭끼럭’ 큰 소리를 내며 우루루 하늘로 올라 다른 곳으로 멀리 날아갔다.공원 곳곳을 둘러보면 풀밭에 3~5㎝의 검은색 큰기러기떼의 배설물이 잔뜩 있었다. 배설물이 있었던 공원의 보도 곳곳은 색이 하얗게 바래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방덕만씨(73)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큰기러기떼를 보는데, 자꾸 공원 관리인들이 내쫒는걸 보면 안타깝다”며 “큰기러기 배설물을 치우면 될 것을, 왜 굳이 내쫒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겨울철을 맞아 인천을 찾은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큰기러기를 내쫒을 것이 아니라, 공원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계양공원사업소와 인천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몸길이 85cm 정도인 대형 조류인 큰기러기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유라시아 대륙 및 아시아 북쪽에서 살다 해마다 10월에 인천을 찾아 이듬해 3월까지 머문다. 주로 연희공원을 비롯해 일대 논과 밭, 인근 야산 등에서 서식하며 번식에 앞서 먹이를 먹는다. 하지만 계양공원사업소 측은 연희공원에 큰기러기의 배설물을 치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을 내쫒고 있다.  장정구 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도심 외곽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큰기러기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대체서식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당장은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교육·홍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계양공원사업소 관계자는 “공원 청소 및 관리 직원 등이 큰기러기 등 보호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창문열고 휙 ‘버려진 양심’... 도로변 곳곳 쓰레기산 방불 [현장, 그곳&]

“시간이 지날수록 갓길이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어요.” 2일 오전 안성시 원곡면 칠곡리 인근 도로. 이곳에서 용인특례시로 가는 남북대로의 진입로 약 100m의 오르막길 도로변에는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들과 컵라면 용기, 병, 부서진 안전모 등이 길을 따라 셀 수 없이 많이 버려진 모습이었다. 오르막길로부터 8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방치된 쓰레기들이 마치 눈이 쌓인 모습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인근 주민 장미숙씨(가명·62)는 “자주 다니는 길인데 오래전부터 이 상태였다. 왜 버리는지, 왜 치우지 않는지 너무 지저분해 보기 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용인특례시 처인구 이동읍 시미리와 안성시 양성면 도곡리 인근 국도 제45호선 갓길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쓰레기가 담긴 봉지 30개 이상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고, 오물과 플라스틱 컵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른 갓길 한 곳에는 술병과 스티로폼, 요소수 통, 폐비닐, 호스 등이 가드레일을 넘을 정도로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었다. 정차하고 있던 한 차량에서는 쓰레기더미를 향해 페트병을 던지기도 했다. 도내 도로변 곳곳에 비양심적인 운전자들이 투기한 쓰레기가 방치되면서 도로환경을 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11호에 따라 5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정해진 장소 외에서 생활폐기물을 버릴 경우 폐기물관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또 차량에서 쓰레기 등 물건을 던지는 행위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68조 제3항 5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도로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들은 미관을 저해할 뿐 아니라 운전자나 보행자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도로의 유지·보수 등 관리 주체인 수원국토관리사무소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들의 의식 향상을 위한 홍보나 캠페인이 필요하며 도로환경 훼손 등에 대한 문제는 관리 주체가 갖고 있는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원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잦은 눈과 포트홀로 인해 제설과 복구작업에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청소는 하지 못하고 있다. 제설 기간이 끝나자마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 ‘속 빈 강정’ [현장, 그곳&]

“대환대출이 가능할 줄 알고 찾아 왔는데, 인터넷에서 찾아 본 것 만큼도 성과가 없었습니다.” 인천시가 전세피해지원상담센터를 임시로 열었지만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시에 따르면 이날 시는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법률구조공단,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함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 3층에서 인천지역 임시 전세피해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시는 보다 긴급한 피해지원을 위해 임시로 센터를 열고 상담 업무에 들어갔다. 센터에서는 전세피해 확인서 심사 및 발급, 금융 및 긴급주거지원, 법률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센터를 방문한 피해자들은 기대했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헛걸음을 하는 등 반쪽짜리라고 하소연했다. LH가 긴급거주지 226가구를 마련했지만, 시와 HUG, LH와 지원 기준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또 금융지원의 경우 일부 피해자들이 원하는 대환대출 요건이 없어, 그냥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30대 피해자 남성 A씨는 대환대출 가능 여부 상담을 받기 위해 센터를 찾았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바로 센터에서 발길을 돌렸다. A씨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것보다 상담이 내용이 더 부실했다”며 “당장 집이 경매로 넘어가 이주를 해야 하는데, 긴급거주지는 신청조차 받고 있지 않고, 대환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막막하다”고 했다. 이날 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인 오전 9시 50분께 김동훈씨(41)는 이날 아버지 명의의 1억6천600만원의 전세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해 센터를 찾았다. 70대 아버지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씨는 첫번째 상담자로 이름을 올렸다. 상담직원을 통해 개인정보활용동의서를 작성한 뒤 전세보증금반환 이행 청구서를 작성한 뒤 위성용 법률구조공단 단장으로부터 법률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 역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내가 사는 집도 혹시 전세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돼 등기부등본을 떼 봤는데 이미 집이 압류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센터에서 무언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 다시 방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 임시 센터장을 맡은 강현정 강서전세피해지원센터장은 “임시주거지원의 경우 물량은 확보됐지만,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선 상담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대환대출의 경우 불량담보 물건을 대환할 수 있는 금융사가 현재 없어서 상품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이부분에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인천에는 지난해 기준 1천556건의 전세보증반환보증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전국 5천443건의 29%에 달하는 수치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 곳곳서 혼란·마찰 이어져 [현장, 그곳&]

“실내에서 마스크 안 써도 되는 것 아닌가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대형마트 내 약국. 마트 진입로에 있는 이 약국 곳곳에는 마스크 착용을 부탁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곳을 지났지만, 일부 손님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약국 앞을 지나 마트로 향했다. 이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약사 손모씨(58)는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대형마트에선 벗어도 되기 때문에 약국 앞을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난감하다”며 “세부적인 지침에 대한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는 대중교통 등에서도 혼란을 겪는 시민들의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수원역 환승센터에서 턱스크를 한 채 버스에 올라타던 한 시민은 ‘마스크 올려 써라’는 버스기사의 주의에 황급히 마스크를 올려쓰기도 했다. 역내 대합실 안내소 앞에서는 ‘열차 내부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냐’라고 묻는 시민도 보였다. 택시기사 박모씨(62)는 “밤 12시 이후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택시에 탑승하는 손님들이 많았다”면서 “택시에서는 써야 한다고 얘기를 하면 ‘오늘부터 착용 의무 해제인데 써야하냐’고 따져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도 푸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의료기관과 대중교통, 감염취약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되기 때문에 대형마트 내에 있는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병원·감염취약시설 내에 있는 헬스장·탈의실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이에 따라 현장 곳곳에선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장소에 일관된 정책을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소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곳에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라는) 일관된 정책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착용 의무가 해제된 것은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상황이 애매하면 ‘가급적 착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헷갈리거나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곳이라고 판단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 2020년 10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도입된 이후 2년 3개월 여만에 해제된 것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해 5월 해제됐다.

코로나로 귀한 몸 ‘타이레놀’... 3월부터 공급가격 오른다 [현장, 그곳&]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타이레놀을 사기가 이렇게 어렵나요.” 29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약국. 약국으로 들어온 손님이 타이레놀을 찾자 약사 김정현씨(가명·52·여)는 텅 빈 타이레놀 진열대를 가리켰다. 이윽고 ‘손님이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다른 약(타세놀)을 꺼내며 타이레놀과 같은 성분이라고 강조했다.  겨우 다른 약을 판매한 김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수요가 높아진 타이레놀에 대한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일부 손님들의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자 해당 약품의 비축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타이레놀 재고가 5개 남은 가운데 이 약국은 손님 1명당 타이레놀을 1개만 살 수 있도록 수량을 제한하고 있었다. 약사 홍연주씨(가명·57·여)는 “코로나19로 타이레놀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공급이 부족해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많다”며 “약국마다 구매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된 만큼 아마 다른 약국에 가도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시민들은 타이레놀 찾기에 나서는 실정이다. 이 약국에서 만난 이예슬씨(42)는 “근처 약국 네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결국 사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약 중 하나인데 이렇게까지 구하기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증상 완화 치료제로 한때 품귀 현상을 보이던 국민 진통제 타이레놀의 몸값이 또다시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가격 인상이 예고된 탓인데, 일각에선 사재기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 등에 따르면 타이레놀 제조사 한국존슨앤드존슨은 3월1일부터 일부 제품의 공급가격을 18% 인상할 예정이다. 인상 제품은 ▲타이레놀500mg 10T ▲타이레놀500mg 30T ▲타이레놀ER 650mg 6T ▲타이레놀 우먼스 10T ▲타이레놀 콜드에스 10T ▲타이레놀 어린이현탁액 100ml 등 타이레놀과 ▲니코레트 껌 2mg ▲니코레트 껌 4mg 등 총 8개 품목이다. 한국존슨앤드존슨 관계자는 “전 세계에 걸쳐 의약품 제조원가 및 유통 전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 수년간의 팬데믹 상황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라 일부 제품의 공급가를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며 “국내 시장 수요도에 맞춰 시장에 이를 안정적인 공급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잇단 강추위… 인천은 ‘빨래 대란’ [현장, 그곳&]

“오늘도 아파트에서 ‘한파로 세탁기를 돌리지 말아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어요.” 29일 오전 11시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셀프 빨래방. 평소 한가롭던 이 곳은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빨래방에 있는 세탁기와 건조기는 모두 사용 중이고, 대기줄까지 이어진다. 이어진 한파에 하수관이 얼었거나, 동파 우려로 세탁기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요청으로 집에서 세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들이 가져온 세탁물도 평소에는 집에서 세탁해 쓰던 수건, 티셔츠, 바지 등이다. 이우상씨(40)는 “3일동안 빨래를 못하다 보니 빨래가 계속 쌓였다"며 “설 연휴 때부터 아파트 방송에서 세탁 배관이 얼어 역류하고 있으니 세탁기 사용을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가 나왔다”고 했다. 같은 날 중구 중산동의 한 셀프빨래방의 상황도 마찬가지. 인근 신명스카이뷰주얼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난 25일부터 세탁기 사용 중지를 안내하면서 주민들이 빨래방으로 몰렸다.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는 수도관이 터져 빨래는 커녕 생수를 사먹었다. 주민들은 긴급 복구 후에도 천으로 배관을 감싸며 수도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인천에 최근 이어진 한파로 오래된 아파트와 저층 빌라 등의 수도관, 배수관 등이 얼어 주민들이 빨래방으로 몰리고 있다.  배수관이 얼면서 세탁기 오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저층 세대 발코니 등으로 역류하는 현상으로 세탁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공동주택들에서는 지난 설연휴 때부터 세탁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빨래방과 세탁소 등에는 세탁물이 넘쳐나고 있다. 빨래방 주인 박모씨는 “최근 한파로 세탁기 배수관이 얼어 빨래 손님들이 몰리는 것 같다”며 “지난주부터 평소보다 30% 이상은 늘어났다”고 했다. 인천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나 맘카페 게시판에도 동파 관련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물을 틀고 외출했는데도 수도관이 얼었다’, ‘오늘은 세탁기 사용해도 되나요’, 등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동파 관련 신고 건수는 24일 6건, 25일 178건, 26일 123건, 27일 107건으로 총 414건에 달한다. 윤성철 송도럭키아파트 관리사무소 과장은 “아파트 중·고층 주민들이 빨래를 하면 누군지 찾아내기가 어려울 뿐더러 저층 주민들만 피해를 본다”며 “매일 방송으로 세탁기 사용 금지를 요청해도 사용하는 주민들이 있어  매일 세탁기 배수관 역류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그 때마다 스팀 해빙기로 녹여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구속"vs"지키자"…이재명 소환 현장 충돌 [현장, 그곳&]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일인 28일 오전 이 대표의 지지단체와 이를 규탄하는 보수단체가 거세게 부딪혔다.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이 대표 지지자 500여명과 애국순찰팀 등 보수성향 단체 50여명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 양측에서 서로 마주보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저마다 ‘이재명 힘내라’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파란색 풍선을 들고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 힘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몇몇은 “윤석열 물러나라. 검찰을 박살내자”라며 “이 자리를 지켜 정치 검찰에 맞서겠다”고 소리쳤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에 나왔다는 이 대표 지지자 김하나씨(42·여)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며 “검찰이 죄 없는 이 대표를 불렀다. 이 대표 뒤에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크레인을 동원해 대형 스피커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응원가들을 계속 틀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대편에선 보수단체 집회자들이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맞붙었다. ‘거짓말쟁이 이재명’이라고 쓴 깃발과 플래카드를 든 이들은 “이재명 물러가라”, “검찰 화이팅, 이재명 구속하라”라고 소리쳤다.   양측의 집회 분위기는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이 대표가 서초동 검찰 청사 앞에 도착하면서 한층 가열됐다. 보수단체는 성조기와 태극기를 꺼내 흔들며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체포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대장동 버스’라고 쓰여진 대형버스가 인근 도로를 계속해서 주행했다.  이날 집회로 서울중앙지검 500m 일대는 집회단체로 가득 찼으며 차로 한 구간은 차량이 지나가지 못해 경찰은 통행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한편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관련 배임·뇌물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조사를 위해 A4 용지 100장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7억 들여 청년 외식사업가 키운다더니… 고작 2년 만에 간판 내릴 판 [현장, 그곳&]

“거창하게 청년 외식 사업가 키운다더니, 고작 2년하고 문 닫나보네요.” 25일 오후 3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8의15 2층에 있는 연수구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 센터 출입문에는 ‘오전 9시~오후 11시59분’이라고 적힌 운영시간 안내문만 붙어있을 뿐, 쇠사슬로 굳게 잠겨있다. 출입문 넘어로 보이는 내부는 불이 꺼져 있고 상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스산하다. 또 센터 안내도에는 1호 덮밥중, 2호 대나무베트남 명품 쌀국수, 3호 비스트로메종 등 그동안 입점해 있던 음식점들의 이름만 남아 있다. 센터 안에는 그동안 청년 외식 창업 공동체들이 함께 사용하던 싱크대와 조리대, 조리 도구 등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센터 인근의 한 상인(42)은 “주방 시설은 그대로 있는데 몇 주 전부터 센터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지 못했다”며 “오가는 사람도 없는데, 앞으로 운영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천 연수구가 만든 청년외식사업지원센터가 3년만에 문을 닫을 위기다. 지역 안팎에선 구가 3억원을 넘게 들여 센터를 만들고 고작 2년 운영하느라 다시 4억6천만원을 쓰는 등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시설 인수자를 구할 때까지 매월 600만원씩 임대료를 내야는 데다 시설을 철거하려 해도 다시 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야 해 애물단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2년 운영에 8억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3억764만5천원을 들여 배달전문 공유형 주방 10개와 사무실, 커뮤니티 등의 공간을 조성했다. 이후 2021년 2월부터 인천청년 10명이 입주해 배달전문 음식점을 본격 운영했다. 하지만 구는 지난해 11월 센터 운영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연수구의회 등에서 구가 센터를 만들어 특정 청년 10명에게 컨설팅 지원 비용 등으로 2년간 4억6만천원을 지원해주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구는 지난 6일에 센터 인수자를 찾는 공고를 냈지만 유찰했다. 현재 2차 공고가 진행 중이지만, 구는 인수 희망자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센터의 보증금 1억과 매월 임대료 660만원이 비싼데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끝나 배달 수요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구는 아예 센터를 철거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센터를 철거하는데 들어가는 예산만 5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는 이달부터 오는 3월까지의 임대료 1천800만원도 내야 한다.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구가 센터를 만드는데 급급해 했을 뿐, 사전 조사나 운영계획 부족으로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져 결국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꼴”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3월까지 내야하는 임대료가 아깝긴 하지만, 시설을 철거하는 대신 다른 청년들이 활용했으면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달 중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당장 철거해 최소 1개월치 임대료라도 아낄 예정”이라고 했다.

제기능 잃은 ‘도로반사경’… 기울고 찌그러진 채로 방치 [현장, 그곳&]

“언제 어디서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불안하기만 합니다.” 26일 오전 이천시 백사면 현방리 일대. 교차로가 많은 이곳에는 4개의 반사경이 설치돼 있지만, 4개 모두 찌그러져 있거나 바닥을 비추고 있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시야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모습들을 연출했다. 한 차량은 골목에서 나오다가 우측에서 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채 급정거를 하기도 했으며, 달리던 차량 역시 흠칫 놀라며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특히 이 교차로 인근에는 어린이집과 학원 등이 인접해 있어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까지 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주민 변영진씨(26)는 “오래전부터 반사경이 망가져 있어 종종 사고가 날뻔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주변에 학원과 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안성시 원곡면 일대 도로에 설치된 반사경 2개는 백탁현상(노후화 등으로 인해 뿌옇게 보이는 현상)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였다. 한 차량이 골목길에서 급히 빠져나가려다 주행 중인 다른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기도 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 오는 차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도로반사경이 도내 곳곳에 훼손된 채로 방치돼 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도로반사경의 설치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민원이 접수될 경우에만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에서 수리하거나 교체한 도로반사경은 2020년 3건, 2021년 21건, 2022년 2건으로 3년간 총 26개에 불과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첨단 시설에 예산을 투입하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도로반사경 같은 원시적인 시설 관리가 소홀해진 것 같다”며 “원시적이지만 사고 예방에 효율적인 도로반사경을 철저히 관리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임의로 설치된 곳도 있고, 설치된 곳이 광범위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훼손된 곳 일대를 확인해 교체하는 등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중고에 인력시장도 ‘꽁꽁’… 일용 근로자 ‘더 추운 겨울’ [현장, 그곳&]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춥네요” 25일 오전 4시40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인력사무소. 최저 기온 영하 23도를 기록한 한파를 뚫고 일감을 찾으러 나왔다는 김건호씨(가명·51)는 굳게 닫힌 문을 잠깐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이 없어 오늘은 문을 닫았다. 강추위 탓에 아마 문 닫은 곳이 많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경기일보 취재진이 권선구와 장안구 등 주변 인력사무소들을 확인한 결과,10곳 중 9곳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같은 날 오전 5시10분께, 근방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장안구의 한 인력사무소에는 일감을 찾기 위한 근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최정훈씨(가명·56)는 “근처 다른 사무실도 돌아보고 왔는데, 이곳 사무실이 유일하게 불이 켜져 뛰어왔다”며 사무실로 급히 향했다. 다른 지역의 인력사무소 상황도 비슷했다. 안산시 단원구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이 추운 날씨에 20명이 넘게 기다렸는데 현장에 2명밖에 못 나갔다”며 “일이 없어 사람들이 쩔쩔 맨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감 부족으로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4.3(기준선 100선)으로 여전히 50선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2년 3개월 만에 최저치(52.5)를 기록하기도 했다. CBSI는 건설기업들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수치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과 직결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코로나19의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한파 등 날씨 영향 3가지를 어려움의 요소로 꼽았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에 날씨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진행 자체가 어려운 작업들이 많아 겨울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보릿고개로 불리는 계절”이라며 “당분간은 일감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수주도 줄었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금리인상으로 건설업계의 체감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날씨 등 계절적 영향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어려움을 더 깊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우회전 신호등' 시행 3일째… 여전히 차량 ‘쌩쌩’ [현장, 그곳&]

‘우회전 신호등’이 정식 도입된 지 3일째인 24일 오전 9시께 군포시 당정동의 교차로.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이곳에선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 정지한 후 우회전을 해야 하지만 차량들은 멈추지 않은 채 ‘쌩쌩’ 달리며 지나갔다. 잠시 후 보행자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졌는데도 차량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속도를 내며 우회전을 시도하다 보행자와 부딪칠 뻔한 위험천만한 모습도 포착됐다. 시민 오소진씨(25·가명·여)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규칙이 바뀌었는데도 차량들이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며 “신호등을 건너려면 오히려 운전자 눈치를 보며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야 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과 이천지역도 동일한 상황. 이천시 창전동 창전사거리에서도 직진 신호등에 적색 불이 들어왔지만 차량 4대가 일시 정지하지 않고 주행을 이어갔다. 심지어 규정을 준수하며 멈춘 차량이 있으면 경적을 울리는 등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수원특례시 장안구 천천동 비단마을사거리에서도 차량 10여대가 보행자 신호등의 녹색 불을 무시하듯 우회전 하기도 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차량의 우회전 진입 시 일시 정지 등 새로운 교통규칙이 시행됐지만 도내 곳곳에서는 이를 무시한 교통 위반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운전자는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우회전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 녹색 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 할 수 있다. 또한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차량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 정지한 후에 우회전을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0일 미만의 구류(유치장 등에 가두는 형벌)에 처해질 수 있다.  더욱이 현재까지 경기도내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수원, 부천, 남양주 등 3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부분 도로에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이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구간을 주행하면서 새롭게 시행되는 규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혼선이 더해지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우회전 신호등을 알리는 표식 설치와 함께 이를 홍보할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새롭게 시행되는 규칙에 대해 충분한 홍보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3개월간 주요 교차로에 현수막을 걸어 홍보 중”이라며 “오는 4월21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후 단속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도내 교차로 우회전 사고 발생 건수는 2019년 4천1건, 2020년 3천914건, 2021년 3천814건이다.

인천 주택가, 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제멋대로 [현장, 그곳&]

“투명 페트병에 상표를 떼고 버려야 한다구요? 처음 듣는 얘기에요.” 지난 21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주택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에 대한 1년 동안의 계도기간이 끝났지만, 여전히 종량제 봉투와 비닐봉지 사이로 상표가 붙은 투명 페트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경고문에 배출 방법을 지키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한 행인은 투명 페트병 안에 내용물을 절반 가까이 남긴 채 그대로 쓰레기더미 위로 던져버린다. 같은 날 부평구 십정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투명 페트병을 전용으로 버리는 비닐봉지 안에 상표를 제거하지 않은 페트병이 섞여 있다. 주민 김재현씨(38)는 “페트병 분리수거 방법이 바뀐 것을 전혀 몰랐고 안내도 못 받았다”고 했다.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고 고품질로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시행 중인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는 지난 2020년 12월25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25일부터 단독주택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까지 모든 주택에선 투명 페트병을 분리수거함에 넣을 때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겉에 붙은 비닐 상표는 떼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단속과 홍보활동이 부족해 제도를 시작한 지 알지 못하는 시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아직 현장에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현수막조차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도의 효율적인 안착을 위해 지자체가 계도활동과 안내 등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투명 페트병 분리 방법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아서 분리수거 방법 등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홍보에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단속도 시작해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물가 폭등, 운영하면 손해”… 경기도 구내식당 줄폐업 [현장, 그곳&]

20일 오전 11시께 과천시 별양동의 과천교육도서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내식당이 있던 도서관 1층 한 켠은 간단히 취식만 할 수 있는 휴게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음식을 조리하던 주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코로나19 예방 가림막이 세워진 식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과천교육도서관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던 A 업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도서관 이용자 수 감소와 치솟는 물가 탓에 지난 5월께 운영을 중단했다. 식당이 운영을 멈추면서 주변에 설치돼 있던 음료 자판기들도 하나 둘씩 사라졌다. 이곳에서 다시 구내식당이 운영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과천교육도서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익성 문제로 식당 입점을 원하는 업체들이 없어서다. 과천교육도서관은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다른 업종의 점포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같은 날 의왕시중앙도서관. 지난 2021년까지 구내식당이 운영되던 자리에는 현재 매점만 남아 있었다.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던 이승곤씨(가명·70)는 “구내식당이 있었을 때는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었는데 외부 식당은 너무 비싸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며 “식당이 사라지니 끼니 때우기가 곤욕”이라고 토로했다.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도서관 구내식당이 수익성 문제와 코로나19 이후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날 본보가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서 ‘100대 생활업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도내에 있는 구내식당은 2020년 5천36곳에서 2021년 4천956곳, 2022년 4천485곳으로 등으로 2년 사이 10%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구내식당들의 폐업이 한층 가속화된 모습이다. 한 구내식당 전문업체 관계자는 “구내식당의 폐업이 가속화되면서 입점할 업체를 찾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최근 급격히 늘어났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물가와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한 탓에 어떤 업체도 쉽게 입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여파 등이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인력, 금융, 임대료 등 비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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