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상관이겠어요, 지정 취소돼도 상관없어요.”
수원특례시 정자동에서 35년째 세탁소를 운영 중인 우상만씨(60)는 16년 동안 정장 한 벌에 세탁비 4천원을 고집해왔다. 2011년부터 ‘착한가격업소’에 지정돼 있다는 자부심에 전기세, 드라이 기름값 등 모든 비용이 올라도 서비스 가격 만큼은 유지해왔는데, 고물가 상황 속에서 더 이상을 버텨내긴 힘들었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지난해 5월부터 세탁비를 1천원 더 올렸다. 가격 인상을 결정하자 시청에선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우씨는 아무렇지 않았다. 착한가격업소라고 한들, 눈에 띄는 혜택이 없어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마음이었다.
# “고민 끝에 1천원 올렸더니 ‘착한가격업소’에서 제외됐어요. 오히려 마음은 편합니다.”
시흥시 대야동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윤채정씨(63)는 지난 1월부로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취소됐다. 약 10년간 5천원을 유지하던 냉면 값을 6천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5개월째 밀린 월세를 갚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윤씨는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취소되더라도 차라리 마음 편히 가격을 올리는 게 낫다. 착한 가격을 유지했더니 내 살림은 더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 이어 최근 물가 폭등 여파까지 덮치면서 경기도내 ‘착한가격업소’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서비스 가격이 지역 평균보다 낮거나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한 업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되면 쓰레기 봉투 무상 제공,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각 지자체별로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착한가격업소는 전국 6천146개소로, 그 중 691개소가 경기도에 소재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706곳)와 비교하면 도내에서만 반 년 사이 15곳이 없어졌다.
이는 불경기로 인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서는 업소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현장에서도 한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격, 위생·청결, 서비스, 공공성 등 착한가격업소로 지정 및 유지되기 위한 기준은 높은 반면, 홍보 효과 및 혜택은 미미한 탓에 차라리 착한가격업소 타이틀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이유다.
도는 일단 임시방편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는 착한가격업소에 시·군 자체 예산으로 2억1천만원이 지원됐지만, 올해부터 국비(총 사업비의 30%)와 도비(총 사업비의 21%), 시·군비 등 총 5억9천만원을 투입해 더 많은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 침체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현금성 지원이 어렵다면 정부 차원에서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홍보, 세제혜택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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