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볼라드·유리 파편 피해... 차도 보행에 시민 안전 ‘빨간불’ 지자체 “가해자 특정하기 어려워, 훼손 방치 불가… 예산으로 정비”
“볼라드가 있는 곳에 억지로 주차해 볼라드가 다 망가졌습니다. 부서지면 다시 고치고 예산 낭비 아닌가요?”
3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 서수원체육공원 앞 횡단보도. 30m 길이의 횡단보도 중간엔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볼라드 10개가 1m 간격으로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 중 5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채 쓰러져 있었으며 횡단보도와 주변 도로엔 차량 유리로 추측되는 유리 파편이 나뒹굴어져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망가진 볼라드와 유리 파편을 피해 차도 쪽으로 아찔하게 길을 건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같은 날 의왕시 학의동의 한 아파트 앞 볼라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설치된 6개의 볼라드 중 2개가 차에 깔린 듯 찌그러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 김순례씨(가명·69·여)는 “며칠 전 여기에 누가 주차를 했는데 그 뒤로 볼라드가 파손됐다”며 “계속 저렇게 둔다면 다들 신경 쓰지 않고 주차를 해 남아있는 것마저 망가질 것”이라고 혀를 찼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경기도내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 말뚝)가 파손, 지자체가 수시로 수리·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훼손은 끊이질 않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상 교통안전시설물인 볼라드를 철거, 손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이러한 불법행위로 인해 교통 위험을 야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주차 등의 이유로 볼라드를 무자비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처벌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실제 수원지역에서 최근 3년간 망가져 수리·정비한 볼라드는 2020년 342개(8천550만원) 2021년 435개(1억875만원), 2022년 547개(1억3천675만원)이다. 의왕지역은 2020년 37개(1천98만9천원), 2021년 39개(1천158만3천원), 2022년 61개(1천811만7천원)이다. 매년 훼손돼 정비가 필요한 볼라드와 이에 따른 예산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볼라드가 훼손될 경우 통상 사고를 낸 원인자가 정비 비용을 부담한다”면서도 “하나하나 단속하기 어려워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시설을 파손한 차량 조회를 요청하는데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경우 훼손 상태로 방치할 수 없어 시 예산을 들여 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진기자·이나경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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