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감회는 새롭다.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은 물론 서울시청 앞을 붉게 수 놓았던 응원 열기까지, 설레이지 않는 게 없다. 그런데 한가지, 응원전의 시발은 어디였을까.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정철 공연사업본부장(41)이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다. 지난해 9월 전당으로 둥지를 옮긴 정 본부장은 세종문화회관에서만 10여년동안 재직했다. 특히 한·일 월드컵 당시 온 도로를 빨갛게 물들이도록 종용(?)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월드컵 개막 전, 대표팀 평가전 경기가 있었잖아요. 문득 야외에서 응원전을 펼치면 붐업 조성에도 좋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의 계단을 객석으로, 그 앞에 스크린을 만들었죠. 일정이 진행될 수록 붉은악마 인파가 넘쳐났는데, 어느날 미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인근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소를 옮겨 달라고. 그때 시청 앞으로 가게 된 겁니다” 정 본부장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이다. 사실 그는 나이에 비해 곱상한 외모로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뚝심 있게 일처리를 한다는 게 주변의 한결같은 평가다. 정도의 고집과 소신은 휴직계를 내고 얼마동안 전당을 떠나 있는 홍사종 사장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내부적 단결에 힘을 쏟으려 합니다. 2006년 공연사업본부를 펀(Fun)경영을 통해 꾸려 나갈 생각이죠. ‘해피 캠페인’이라고도 이름 붙였는데, 나름대로 7가지 덕목을 정했어요.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독려하자는 거죠” 이를 바탕으로 전당은 올해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스페인의 마에스트란차 오페라단을 초빙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다. 단순한 초청공연을 뛰어넘어 무대 디자인이나 캐스팅 등을 현지에서 책임지는, 공동기획 형식이다. 여기에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바리톤이라고 불리는 레오 누치(Leo Nucci·세빌리아 역)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따른다. 또 ‘아름다운 한국인 시리즈’로 해외에서 더욱 빛나는 한국 클래식 음악인들의 무대를 전당에서 만들고 하반기 가칭 ‘소극장 실내악’이란 타이틀로 순수음악의 저변을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가족 프로그램의 경우 전당도 이미 어느정도의 반열에는 올랐다고 봅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순수예술쪽이죠. 특히 올해는 클래식 계열의 음악 분야를 차츰 귀에 익숙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전당의 몫이기도 하죠. ‘예술 향유의 일상화’를 추구한다고 보시면 돼요” 제작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세’나 ‘멘토’ 등 문화교육 및 복지사업 등을 계속 이어나가는 한편 지난해 첫 선을 보였던 태권도 프로젝트 ‘더 문’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 국내 유명 연출가를 섭외중이다. 이미 극본 공모를 마친 뮤지컬 ‘다산 정약용’(가칭)을 통해 지역적 특색을 지닌 문화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기도 하다. 이 안에는 화성성역의궤를 기초로 한 건축 및 문화적 요소와 실학, 정조대왕 등이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의 문화 관련 기반시설들을 보면 서울을 닮으려고 합니다. 분명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말이죠. 당초 전당으로 왔을 때 이 점에 주목한만큼 경기의 특색이 살아 있는 공연장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많은 이들과 머리를 맞댈 각오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야 겠네요”/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대표적인 공공미술관들이 올해도 상당기간 외국 미술작품에 전시공간을 할애 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부터 책임운영기관이 됐고, 한가람미술관은 이미 민간에 운영권을 맡긴 특별법인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올려야하는 상황. 여기에 2004년 샤갈전을 성공시킨 서울시립미술관은 2005년을 거치면서 2006년에는 공공미술관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블록버스터 전시 유치에 나섰고,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도 블록버스터 전시에 참여할 조짐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전’이 끝나자마자 3월8일부터 4월30일까지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과 함께하는 ‘100개의 의자전’이, 3월17일부터 5월7일까지는 ‘LOVE’의 설치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전이 연속된다. 또 5~8월에는 피카소전을 통해 2004년 샤갈전의 성공을 재현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피카소 미술관 측과 협의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주자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A.R.펭크의 2인전이 2월~4월 열린다. 한가람미술관에서도 ‘키스’의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빈분리파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회가 5월26일부터 9월6일까지 예정돼 있다. 한가람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놓고 저울질하던 루브르박물관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전시장소를 확정해 10월부터 4개월에 걸쳐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 중 회화를 중심으로 100여점을 들여와 마라톤 전시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춥다고 방안에 움츠리고 있지 말고, 겨울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장을 찾아보자. 도내 곳곳에서 국내외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화가이자 평론가로 한국 현대미술 태동기에 활동했던 김영주 화백(1920~1995)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성남아트센터는 피카소와 로댕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밖에 의정부예술의전당은 ‘현대미술의 단면전’, 양평 갤러리 아지오는 다채로운 조각품 등을 전시한다. ◇김영주 상설특별전 국립현대미술관 제6전시실에서 오는 4월16일까지 열리며 추상미술운동 및 미술행정가로 활동한 김영주의 먹그림과 드로잉 70여점이 선보인다. 김영주는 50년대말 현대작가초대전과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창설을 주도했으며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충실히 표현한 작가다. 1950~60년대 역사적 상황과 인간이 처한 조건에 반응, 상실된 인간상과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 위해 주력했다. 문의(02)2188-6000 ◇피카소 및 로댕과 떠나는 유럽미술여행전 피카소의 익살스러운 표현이 담긴 판화작품 99점과 프랑스 국립미술관·박물관연합이 인증한 다색판화 등 200여점을 선보인다. 조각작품에는 그리스 조각의 최대 걸작인 사모트라스의 ‘승리의 여신상’을 비롯, 멜로스 섬에서 발견된 밀로의 ‘비너스’, 모딜리아니의 ‘여인 두상’ 등을 만날 수 있다. 여기다 로댕의 대표작 ‘지옥의 문’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인물중 하나인 ‘탕아의 절규’와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상’ 등도 선보인다. 에칭판화에는 화려하면서 정교한 생 아트완느 개선문과 베르사유 궁전정원, 비너스의 탄생 등 25점이 전시된다. 한편 오는 3월2일까지 낱말 속의 미술, 피카소 따라하기 등 어린이 미술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참가비 1만5천원. 전시 3월5일까지. 문의(031)783-8091 ◇현대미술의 단면전 의정부 예술의전당은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서양화와 설치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 작가는 김보연·심영철·이순형·이필두·임철순·황주리 등 6명이다. 심영철은 ‘일렉트로닉 가든’이란 작품을 통해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고 문명 비판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황주리의 오브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문의(031)828-5841 ◇05그룹 창립전 일레븐 조각그룹이 ‘05그룹’이란 이름을 걸고 재창립했다. 오는 31일까지 양평에 위치한 갤러리 아지오에서 열린다. 고성희·김상균·김세일·손미경·양태근·이동용·최은경 등 18명이 참여한다. 전시될 작품은 유리조형과 석조, 인체조형, 조각 및 설치 등 다양하다. 문의(031)774-5121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아이돌 스타의 원조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가 데뷔 10년만에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 6월 5년간의 공백 끝에 새앨범 ‘Never Gone’을 발표한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내년 1월부터 아시아 투어 ‘2006 Never Gone Tour’을 시작한다. 이번 투어는 1월 7일 일본 도쿄돔 공연을 시작으로 24일까지 총 5개국 10개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공연은 일본의 3개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공연이 끝난 후 14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32명의 투어 스태프를 대동한 이번 공연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그들을 보이밴드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주옥같은 히트곡들과 공백기 동안 절치부심하면서 만들어낸 음악을 선보인다. 지난 달 11일 포르투갈 공연을 끝으로 유럽투어 대장정을 마친 이들은 연말에 재충전을 한 후 아시아 투어에 오를 예정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유럽 투어에 앞서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로 코 앞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노래하고 함께 즐기는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 가고 있다. 우리는 음악적 에너지가 100% 재충전 되어있으며 마음껏 즐길 준비가 끝났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신인이던 1996년 홍보차 한국에 방문한 이래 꼭 10년만에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가 되어 돌아온 백스트리트 보이즈. 한때 투어시작 25분 만에 전석을 매진시키고, 전세계 72만 5000장의 공연티켓을 순식간에 팔아치웠던 그들의 공연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땡~”하고 종소리가 나면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에 떠든 아이 이름이 적힌 칠판과 낡은 풍금, 올망졸망한 책걸상, 배불뚝이 조개탄 난로, 그 위에 겹겹이 쌓여진 찌그러진 양은도시락들…. 여기에서 이인숙 관장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반백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풍금을 치며 동요를 부르는 수업을 한다. 그 교실에선 팔순 노인도 어린 아이가 된다. 음악수업이 끝나면 이 관장의 남편인 김동선 관장이 옛날 교과서로 50~60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이들에게 책보를 메어 보게 하고 짠지 반찬 도시락 이야기나 거름하려고 똥이나 오줌 버리지 않는 이야기 등을 풀어 놓으면 아이들은 어느새 “진짜구나”하고 부모 세대 정서를 이해하게 된다. 1층에서의 즐거운 수업이 끝나고 2~3층까지 둘러보면 관람객들은 타임머신을 탄듯 과거로의 여행에 빠지게 된다.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 위치한 덕포진교육박물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들이다. 박물관으로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만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그것도 부부인 두 공동관장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진국’을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무엇보다 창문에 ‘3-2’란 숫자가 붙여진 창문이 눈에 들어 온다. 학년과 반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 관장이 마지막으로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따왔다. 이 관장과 김 관장 모두 초등학교 교사 출신. 3학년 2반에는 옛 초등학교 겨울이 재연돼 있다. 교실 정면에는 칠판과 강단, 색 바랜 풍금 등이 놓여져 있고 내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50~60년대 책걸상 20여짝이 배치돼 있다. 특히 교실 한가운데 자리한 옛 난로가 시선을 사로 잡는데 조개탄과 장작, 그 위에 올려진 양은도시락 등은 추억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ㄱ’자를 반내로 교실 밖까지 이어진 은색통이 뿜어내는 연기에서 알 수 있듯 겨울에는 아직도 사용중이다. 양은도시락 또한 특별주문이 가능하다. 교실을 빠져 나와 옆 ‘옛 학습 문화전’으로 가면 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옛 사료들이 즐비하다. 벽면에는 검은 교복이 걸려 있는가 하면 그림물감과 크레파스, 실로폰, 옛 교과서, 주판, 몽땅연필 등이 잘 정열돼 있다. 필기구가 귀하던 시절, 나무판에 모래를 담아 글씨 연습을 하던 사판과 돌에 물로 글씨를 썼던 묵판 등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새끼줄로 얼기설기 뭉쳐친 축구공과 방패연, 위인전기, 명찰, 도장 등도 눈에 띈다. 교실 맞은 편으로는 각종 청소년단체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보이스카우트 및 걸스카우트, 누리단, 잼버리 등의 의상과 깃발 등이 있다. 오른쪽 공간으로 이동하면 옛 과학 기자재가 풍성하다. 현미경은 기본이고 해부기, 각종 물고기 표본, 과학시간 실습으로 사용했던 화학품 등을 볼 수 있고 이외에 판넬과 사진 등으로 옛 과학과 관련돤 물품들에 대한 정보들도 안겨진다. 2층은 교육사료관으로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일제하 식민지교육에 쓰였던 자료부터 ‘MS-Dos’로 운용됐을법한 초창기 컴퓨터, 진공관 라디오, 타자기 등 교육과 관련된 만물상이다. 기획전을 벌였던 중국교육문화전 이미지를 축소시킨 공간도 있다. 중국 의상부터 침구, 책, 도자기, 탈 등 중국 고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농경문화교육관인 3층은 조상들의 지혜와 얼을 엿볼 수 있는 공간. 항아리, 자개함, 장롱, 박 등 고대사에서 우리의 곁을 지켰던 생활물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박물관에는 한국의 대학 역사와 관련, 귀중한 사료가 간직됐다. 1961년 9월 ‘교육에 관한 임시특별법’(법률 제208호 1961년 9월1일)에 의해 1946년 3년제로 출발한 서울사범학교를 개편, 2년제 서울교육대학이 배출한 제1회 졸업생 교표가 그것. 김 관장의 것으로 당시 이 대학이 1년동안 서울대 병설의 형국을 취했던 관계로 교표 모양이 현재 서울대와 동일하다. 박물관에는 지난 6월 열렸던 ‘故 김메리 여사 추모전’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해방 후 음악교육 중요성을 간직하기 위해 ‘학교종’을 작사·작곡한 김 여사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덕진포교육박물관은 한마디로 교사 출신 두 관장이 일궈내고 있는 산교육의 현장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img5,l,000}■인터뷰/김동선 공동관장 “50~60년대 교육 열정 고스란히 담겨있어…” “단순한 민속 개념의 박물관은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이곳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숨쉬고 있습니다.” 김동선 공동관장(65)이 설명하는 덕포진교육박물관의 특징이다. 요즘 아이들은 물론 현직 교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오늘날은 대부분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지만 50~60년대는 도시락을 싸지 못해 물로 배를 채웠던 시절의 교육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지금에 와서야 ‘추억’이란 고상한 단어를 붙여가며 당시 상황을 회상하지만 ‘처절함’ 속에 열정으로 버텼던 교육상을 재현해 놓고 있다. “단체에서 부탁할 때 이외에 정해 놓은 시간은 없지만 종을 치면 수업이 시작되요. 그럼 누구라 할 것도 없이 교실에 들어와 앉고 수업은 시작되죠. 아이들에겐 부모 혹은 조부모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동시대 세대들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김 관장과 부인인 이인숙 관장은 모두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김 관장은 98년까지, 이 관장은 91년까지 교단에 섰다. “아내가 어느날부터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아예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퇴직했죠. 저도 그렇지만 아내의 학교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박물관도 그 일환에서 출발한 거라 볼 수 있죠” 지난 96년 박물관 개관 이후 김 관장과 이 관장에겐 수많은 매스컴의 관심이 쏟아졌다. 타이틀은 ‘실명한 교사 아내 사랑에서 비롯된 교실 밖 또 다른 학교’가 대부분이지만 실상 김 관장과 이 관장은 이런 반짝이는 이목의 집중보다 더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샌가 흐뭇해집니다. 한 번 찾고 마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시간이 지나도 끝임없이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관람객이 있을 때면 보람도 느끼죠. 교사로서 걸어온 길이 평생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입니까” 힘이 닿는데까지, 끝까지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열겠다는 김 공동관장의 얼굴에는 그가 초등학교 시절 지었을법한 순박한 기쁨의 표정이 배어 있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수원에선 매년 이맘때쯤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작가 중 그 해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들이 참여하는 ‘수원 화성 아트쇼’가 그것이다. 작가는 창작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위해 개인전을 열고, 작가와 관람객들의 준엄한 평가를 받는다.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별표를 주고 싶지만, 미술이란 장르가 갖고 있는 특성상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부여된다. ‘수원 화성 아트쇼’는 지난 97년 전시기획자 이섭씨와 지금은 문을 닫은 갤러리 그림시 김주일 관장이 주도했다. 당초 취지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 형식을 추구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 주최로 내년 1월2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전관에서 열리며 강난영씨를 비롯 강상중·곽미영·김교선·김기창·김수철·김승호·김영섭·김중·김현권·류삼렬·박근희·박용국·배수관·신현옥·안재홍·이석기·황은화씨 등 25명이 참여했다. 김교선씨는 유럽의 풍경을 담았고, 김수철씨는 비늘모양으로 종이를 오려낸 기법의 작품을, 김영섭씨는 뭉크의 ‘절규’처럼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중씨는 화려한 원색의 비구상작품, 박용국씨는 책속의 천문도를 담은 조각품, 안재홍씨는 구리선으로 인체를 표현한 부조형태 작품을 각각 출품했다. 이밖에 이강자씨의 풍경화와 이석기씨의 도시야경, 전경선씨는 나무를 재료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등을 선보였다. 문의(031)228-364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중남미 문화원(원장 이복형)을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중남미 문화를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 위치한 중남미 문화원은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으로 구성돼 있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30여년간 중남미 국가 대사로 활동했던 이복형 원장(74)과 이 관장의 부인 홍갑표 이사(72)가 손수 모은 유물들을 전시, 노부부의 중남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5천여평의 대지에 펼쳐진 중남미 문화는 이국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한다. 1994년 개관한 박물관은 붉은 파벽돌(오래된 건물 철거시 나오는 벽돌)로 지었으며, 외관은 작은 성채를 연상케 할 만큼 견고하고 웅장하다. 중남미 문양을 한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높은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과 황금빛 태양신과 얼굴을 마주한다. 그 아래 백색의 우아한 분수대가 자리하고 있다. 1천500여점의 전시유물을 통해 마야와 잉카, 아즈텍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찬란했던 문화유산과 역사, 생활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여기다 스페인의 멕시코 침략이후 전파된 가톨릭 문화는 고대문명과 결합해 은제품이나 성물 등의 새로운 중남미 문화를 탄생시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멕시코 원주민들의 다양한 토속문화. 단순한 토기부터 석기, 목기, 가면, 공예품 등이 다섯 가지 테마로 분류·전시중이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개모양 용기’(AD 100~1500년)와 ‘멕시코의 웃는 얼굴’(AD 250~450년)과 ‘풍요의 신’(AD1400년) 등은 단순한 토기를 넘어 신앙의 상징으로 제작한 것. 또 ‘손가락을 빠는 토우’는 벌거벗은 어린 사내아이의 모습을 담았는데, 천진난만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주한 우루과이 대사로부터 기증받은 안데스 유물도 의미가 깊다. AD100년경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서 발견된 안데스지방 인디오들의 직물인 ‘앗수(Ajsu)’로 만든 여인들의 치마둘레와 호신구 등을 보관한 배낭 ‘쮸스빠(Chuspa)’도 만날 수 있다. 가면실은 200여개가 넘는 각종 가면들이 벽면을 빼곡히 장식했다. 강렬한 원색의 가면들은 카니발이나 종교의식 등에 사용됐으며, 나비모양과 두세 개의 얼굴을 동시에 담거나 뿔난 악마의 형상 등 가지각색이다. 가톨릭 전파이후 변화된 문화상도 엿볼 수 있다. 은으로 만든 장신구와 생활식기, 구리공예작품, 정갈한 클래식 가구 세트도 전시했다. 박물관 내 화장실도 중남미풍의 문양을 담은 타일로 꾸며 놓아 더 정감이 느껴진다. 박물관을 나와 바로앞에 마주한 미술관은 평면작품을 중심으로 꾸몄다. 중남미 현대미술작품과 섬유공예품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마르띠네스(멕시코)의 ‘수박 파는 여인’과 갈요(니까라구아)의 ‘꽃 파는 여인’, 차바리(멕시코)의 ‘작은 노망’ 등 중남미의 특유의 시원스런 색상과 과감한 선처리가 인상적이다. 또 미술관내 아트숍에는 은이나 구리로 만든 수공품과 종이·천인형, 각종 도자기류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 2001년 개관한 야외조각공원은 멕시코, 베네주엘라, 브라질, 칠레 등 12개국의 유명 조각품과 정겨운 산책로가 어우러진 곳. 입구에 설치한 코요아칸 대문을 들어서면 여인의 몸체 2개를 평면처럼 만든 구즈만(멕시코)의 ‘여인동체’와 기하학적 형상을 담은 비토르 살라드(베네수엘라)의 ‘마름모’, 몬띠엘(멕시코)의 ‘세 여인’ 등 수십여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지난해 9월 이곳에서는 패션디자이너 앙드레김의 패션쇼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야외조각공원에 조성한 나무들은 이 원장 부부가 직접 심은 것. 길가를 따라 우뚝 솟은 목련 등이 잘 정돈돼 있고, 곳곳에 의자를 설치해 잠시 쉬어 갈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원장은 “이 산책로를 거니는 연인은 꼭 결혼하게 된다”며 산책로 예찬론을 펼쳤다. 문화원 관람 후 출출하다면 스페인과 멕시코 전통음식을 권하고 싶다. 스페인의 전통 볶음밥 ‘빠에야’는 쌀밥에 노란빛이 나는 향신료인 사프론과 각종 고기, 야채를 넣어 볶는 요리다. (하루전 예약) 또 3월부터 10월까지 야외조각공원에서는 멕시코 전통음식 ‘타코’의 매콤함도 만끽할 수 있다. 중남미문화원은 지금도 조성중이다. 내년 10월 완공목표로 종교관인 ‘까피아’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까피아는 60여평 규모로 라틴 바로크식 성당을 추구하며, 이미 멕시코에 재료를 주문한 상태. 또 2007년께 야외음악당을 만들 계획도 품고 있다. 문의 (031)962-9291 www.latina.or.kr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인터뷰/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 “남의 문화 알아야 우리것 바로 볼 수 있어” {img4,r,200} 현역 대사로 퇴직후 민간외교대사로 활동하는 이복형 중남미문화원장. 30여년의 중남미 전문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이 원장은 문화를 매개로 우리나라와 중남미 국가를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 “건강한 세계화가 필요해요. 우리 문화도 중요하지만, 남의 문화도 알아야 우리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93년 은퇴이후 고양시에 조성한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곳곳에 이 원장의 흔적이 가득하다. “전 정원사이자 청소부입니다. 12년째 아침 2시간 동안은 산책로와 주변을 청소하고, 부쩍 자란 정원수도 직접 손질하고 있어요” 이 원장은 내 손 한 번 만져보라며 불쑥 손을 내밀었다. 중남미 4개 국가를 관장한 공관장의 경력을 지닌 그의 손은 거칠었다. “내 손은 농부의 손이지…” 이 원장은 아직도 현역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시 세계꽃박람회 자문위원장과 한국중남미협회 고문 등을 맡았고, 문화원 안팎에서 중남미 관련 강의를 펼치고 있다. 중남미 문화 메신저로 활동하는 이 원장은 그 공로로 지난 10월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이에 앞서 2001년 문화관광부장관 우수박물관상과 1995년 문화체육부장관 우수박물관 표창을 받았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강타가 2005년 중화권의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강타는 22일 중국 광주에서 열린 남방 TV시상식에서 ‘가장 빛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상’ 수상에 이어 23일에는 홍콩TVB 방송국에서 펼쳐진 ‘이영애의 자선의 밤’ 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사했다. 이영애의 특별 초청으로 함께 하게 된 강타는 수많은 취재진들 향해 중국어 표준어뿐만 아니라 광동어로 직접 인사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 공연에서 강타는 ‘가면’의 중국어 버전 등 총 3곡을 열창해 뜨거운 무대를 연출했다. 또한 25일 중국 해남도로 이동한 강타는 삼아시에서 열린 중국 광고계 최대의 축제에 외국 가수로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취재진과 팬들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강타는 이 축제에서 세계적인 스타 장쯔이, 장백지와 함께 ‘TV 광고계 최고 가치 있는 연예인상’을 수상해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특히 중국 광고계 최대 행사인 만큼 이번 시상식에는 정부 고위 관원, 전국정협부주석 하루리, 전국인대부위원장 왕타오국 등 정부관료와 세계 500대 기업과 중국 500대 기업, 300여개 대형 광고 매체, 전시광고계 인사 등 3000여명의 광고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편, 강타는 연말까지 중국 상해 등에서 열리는 각종 프로모션과 행사 참석으로 중화권 최고의 스타답게 바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한국에서 100명 밖에 없다는 선천성 대사효소 결핍증(PKU). 이름도 생소한 이 병을 앓고 있는 남매가 있다. 올해 스물 한 살의 윤아(21)와 승준(20)이. 몸 안에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 단백질을 섭취하면 안되는 희귀병이다. 남매의 부모님은 처음에 아이들이 뇌성마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8세가 됐을 때 PKU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희귀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이 10개가 넘는다. 약이 없으면 경련이 일어나고, 생명까지 위험 할 수 있다.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만, 이들 남매에게도 소중한 꿈이 있다. 승준이의 꿈은 성악가가 되는 것이고, 윤아의 꿈은 화가다. 하지만 이 남매에게는 선 하나 긋는 것도, 음정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윤아는 삼육대학교 아동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손에 힘이 없어 제대로 붓을 쥐는 것도, 선을 바르게 긋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윤아는 매일같이 연필을 들고 그리고 또 그린다. 사실 윤아는 학고재에서 전시회를 했을 만큼 실력이 좋다. 색깔 선택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떨리는 음성, 부정확한 발음. 누나와 같은 학교 성악과를 다니고 있는 승준이에게 성악은 특별한 도전이다. 악기를 전공했다면 이보다 더 잘했을 것이지만 승준이는 굳이 성악을 택했다. 음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발음이 부정확한 승준이로서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 하지만 악보를 보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승준이는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단다. 같은 병을 앓고 있어 서로의 아픔을 너무 잘 알게 된 윤아와 승준이. 특히 윤아는 동생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힘든 성악을 하고 있는 동생이 안쓰럽게만 느껴지는 윤아는 승준이의 하나밖에 없는 팬이기도 하다. 누나 윤아는 이래저래 승준이의 좋은 친구다. 승준이의 수업까지 따라가 들을 정도다. 승준이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달래주고, 장난도 치며 승준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도 윤아의 몫이다. 윤아와 승준이에게 얼마 전 좋은 일이 생겼다. 윤아는 복지관에 취업원서를 넣었다. 미술 공부를 더 하고 싶긴 하지만 사회경험을 쌓는 것도 꼭 필요한 일 같았다. 승준이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요즘 들어 공연제의도 쏠쏠찮게 들어온다. 뒤늦게 사춘기가 왔는지 부쩍 얼굴에 여드름도 많이 났다.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두 남매 윤아와 승준이의 끊임없는 도전은 KBS 2TV ‘인간극장’ ‘오솔레, 오솔레미오’(연출 박종훈)라는 제목으로 26일부터 30일까지 5부작에 걸쳐 방송된다.
지난 21일부터 5일 동안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탭 덕스(Tap Dogs)에 대해 세계 언론은 “무슨짓을 해서라도 티켓을 구하라...”(영국의 스컷맨), “탭 댄싱의 절정적 묘기와 관능적 불꽃”(슈피겔)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탭 덕스(Tap Dogs)’ 안산공연은 지난 97년 내한공연 이후 8년만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단독공연일 뿐아니라 올 한해 동안 전세계 35개국 순회공연을 마지막으로 대미를 안산에서 장식, 더욱 의미 있는 공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렬한 빛과 현란한 발놀림, 가슴을 시원하게 때리는 스피디한 템포 그리고 물위에서 펼쳐지는 탭 댄스는 75분 동안 숨을 죽인 채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차다. 호주 시드니 북쪽의 철강 노동자 6명으로부터 시작되는 탭 덕스. 탭 덕스는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1천명의 무용수들이 공연을 함으로서 TV 전파를 타고 전세계에 알려졌다. 더욱이 탭 덕스의 창시자이며 안무가인 데인 페리(Dein Perry)가 제작한 영화 부츠맨(Boot Men)이 지난 2001년 미국과 영국, 호주 등지에서 상영되면서부터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탭 덕스는 지난 97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으로 Obic 상과 이태리 Spoleto Festival에서 페가수스상 등을 포함 11개가 넘는 국제적인 상을 수상, 그동안 남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 많은 앙코르공연을 통해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특히 탭 덕스는 지난 10년 동안 약 1천260만명이 관람했으며, 지금까지 1억6천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인 호주 최고의 효자 상품으로 꼽히고 있을 뿐아니라 공연팀은 지난 10년 동안 약 5천26켤레 이상의 부츠가 닳아 헤졌으며 2만2천678개의 Capezio 표탭창을 갈아 끼운 기록도 그들의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