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무용단이 토요상설 공연으로 2회에 걸쳐 춤의 진수를 선보인다. 오는 29일과 10월14일 총 2회에 걸쳐 ‘토요상설무대 – 춤의향연’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70여 분간 이어질 이번 경기도무용단의 무대는 4년 만에 부활한 토요상설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토요상설공연은 경기도무용단이 보유한 주요 레퍼토리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7월 공연은 한국무용을 중심으로 꾸며지며, 13명의 무용수가 하나의 흐름처럼 그려내는 부채춤으로 시작한다. 이후 ‘사랑’이라는 만고불변의 소재를 춤 언어로 풀어낸 남녀 2인무 사랑가, 전남 진도의 지역적 색채를 담은 남성 진도북춤, 여러 가지 리듬 변화가 돋보이는 여성 장구춤까지 화려한 춤의 향연이 이어진다. 피날레는 북의 시나위다. 30명의 남녀무용수가 꾸미는 북의 시나위는 김상덕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의 대표 레퍼토리로 50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웅장함과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연주 형태가 돋보이는 작품. 고요한 해오름의 장중함을 시작으로 좌고, 모둠북, 이동북 등을 이용해 한민족의 단합된 힘을 표현한다. 경기도민에게 ‘문턱 낮은’ 공연장, ‘접하기 쉬운’ 예술단을 지향하고자 이번 공연은 2023년 경기도예술단 레퍼토리 시즌 공연보다 높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빛의 점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모였다가 저 멀리 심연으로 흩어진다. 광활한 기개와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장엄한 광경. 밤하늘 푸른 화면으로 유명한 ‘우주’(원제 ‘5-Ⅳ-71 #200’)로 잘 알려진 김환기(1913~1974)는 일본과 프랑스·미국을 오가며 치열하게 자신만의 추상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세계를 ‘점’으로 완결했다. 김환기가 걸어온 40년 추상 여정을 총망라 한 대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 김환기’가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환기는 그 작은 점 하나하나에 어떤 사유를 담아냈을까. 전시는 달과 항아리 등 자연물과 한국적 정서에 몰두해 풍경과 정물을 재구성한 작가의 초기작부터 점묘화 등 대표작을 선보인다.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1부에서는 자연을 세련되고 서정적으로 표현한 김환기의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반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37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환기는 한국의 전통과 자연에 깃든 미학적 아름다움을 추상적으로 구성하는 데 몰두했다. 맨 처음 만나는 그의 초기작 ‘달과 나무’(1948)는 하얀 배경을 바탕으로 커다란 달을 그렸다. 자연을 대상으로 했으나, 제한된 색채와 단순화한 구도는 추상 예술에 대한 그의 의지를 드러낸다. 그 정점은 1950년대 파리 유학 시절 달항아리를 통해 드러난다. 달항아리는 김환기 초·중기 작품의 주요 소재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는 달항아리를 추상화하거나 여러 방식으로 구도를 달리해 캔버스에 그려냈다. 여인과 사슴, 항아리, 꽃, 산, 나무 등 1950년대 김환기 회화를 구성했던 거의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진 ‘여인들과 항아리(1960)’는 김환기 그림 중 최대 규모인 281.5×567㎝ 크기의 벽화다. 애초 1950년대 작품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전시 준비 중 발견된 김환기 수첩을 통해 제작 연도가 1960년이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그는 수첩에 이 작업을 하며 꽤 힘들고 고뇌했던 당시의 심경을 글로 남겼다. 온종일 그림을 그리고, 괴로워 하기도 하며 다음 날은 지쳐서 종일 자고, 다시 의지를 다지는 마음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2부 ‘거대한 작은 점’은 김환기의 미국 뉴욕 이주 시기인 1960년대 이후의 점화 작품을 보여준다. 이미 추상화 선구자로 자리를 잡은 그가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 겪은 실패와 도전, 예술가로서 본질에 접근하려는 고뇌와 예술에 대한 갈망이 드러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역경을 거치고서 마침내 김환기의 거대한 작은 점, 전면점화가 탄생한다. 그는 말년에 이르러 동양적 사고와 시적 정서로 삶을 관조하는 전면점화라는 독창적 예술 세계를 이뤄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김환기의 점화 작품 시대를 연 대표작이다.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1970)’에서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김광섭 시인(1905~1977)의 시 ‘저녁에’ 속 시구를 인용했다. “완성의 쾌감. 예술은 절박한 상태에서 만들어진다”(1965년 1월11일) . “아, 좋은 그림 그릴 자신이 있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이리 적막할까”(1965년 1월 13일). “내 재산은 오직 자신뿐이었으나 갈수록 막막한 고생이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한눈 팔지 말고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1967년 10월13일) . 작품 옆에 적힌 작업 일지엔 이미 최고의 위치에 섰으면서도 대중에게 인정받고 예술 그 자체를 끝없이 탐구한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결국 김환기는 그 작은 점 하나하나에 자연과 인간, 예술을 아우르는 보편적 세계를 담은 것은 아닐까. 김환기가 61세 사망 때 까지 예술적 고뇌 속에서 잉태한 화풍의 변화와 생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9월10일까지 이어진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야외 음악 축제가 성남에서 열린다. 19일 성남문화재단에 따르면 ‘파크콘서트’와 ‘피크닉콘서트’가 오는 8월부터 시민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을 펼친다. 먼저 ‘2023 파크콘서트’는 오는 8월19일부터 10월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지난 2012년 첫선을 보인 ‘파크콘서트’는 주말 도심 속 야외무대에서 클래식을 비롯해 대중음악, 포크,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소개하며 매회 평균 1만여 명의 관객이 찾는 성남의 대표 야외 공연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도 그 명성에 맞게 대중음악부터 크로스오버, 뮤지컬 갈라, 인디밴드, 국악, 클래식 등 보다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여름밤을 음악으로 채워줄 야외콘서트 ‘2023 피크닉콘서트’는 오는 8월12일 오후 7시 을지대학교 성남캠퍼스 운동장에서 열린다. ‘피크닉콘서트’는 성남 수정·중원구 시민들이 집 가까이에서 소풍처럼 즐길 수 있는 콘서트로, 한 여름 밤 감성을 더욱 설레게 할 감미로운 무대로 관객들을 이끌 예정이다. ‘2023 파크콘서트’와 ‘2023 피크닉콘서트’는 별도의 예매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성남아트센터 고객센터 및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원 해움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20일부터 화단에서 인정받는 중견 작가들의 작품으로 ‘경향교점-산.목.인.해’ 특별전을 연다. 해움미술관은 지난 10년간 지방, 예술, 사립미술관이라는 3중의 타자화를 극복하고 나아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의미 있는 시간들을 함께 해온 5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성과를 확인하고 동행을 기약한다. 풍경은 많은 작가들의 융통성 있는 장르이면서 신화와 역사, 일상이 공존하는 묵직한 특징이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인 김진열, 민정기, 고(故)손장섭, 안창홍, 이흥덕 역시 자연의 풍경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했다. 이에 전시 부제인 ‘산.목.인.해’는 5명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소재들을 의미한다. 먼저 김진열 작가의 작품 속 나무는 하나의 화면에 오롯이 담겨 있지 않다. 여러 화면이 한데 결합한 형식에서도 나무의 전체는 없지만 부분적인 나무의 모습에서 움직임이 격렬하다. ‘뿌리와 더불어’는 무성한 나뭇가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반대쪽에 그만큼의 존재가 있음을 암시한다. 반면 손장섭 작가의 작품에서 나무는 배경이 아니라 전경을 차지한다. 오래된 나무둥치에서 새 이파리를 내는 ‘태백 느티나무’는 경이로운 기운이 서려 있다. 산과 섬의 모습으로 어촌을 그린 민정기 작가의 ‘통영 당포항’은 실제에 가까우면서도 동화같은 분위기가 서려 있다. 푸른 바다의 산책길을 그린 안찬홍 작가의 ‘길’은 마치 제주도의 둘레길을 연상시키며 마음을 정화시킨다. 특히 이흥덕 작가의 작품들은 불연속적인 구성을 통해 모종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종착역’은 다양한 사람들이 한 플랫폼에 뒤섞인다는 점에서 활기와 동시에 불안을 야기한다. 지역, 중앙을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는 5명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는 9월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안산’ 지역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 모였다. 안산문화재단 김홍도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역작가 8인의 작품으로 구성한 ‘10+10: 다시 여는 이야기’ 전시를 9월3일까지 선보인다. 미술관은 지역 작가들이 응축한 에너지와 메시지를 들춰내 관객들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공립미술관으로서 지난 10년간 미술관의 여정을 반추하고, 다시 시작되는 10년의 시간을 지역의 힘으로 재설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채가 눈길을 끄는 영케이 작가의 ‘CLOUDS jelly bean’이 돋보인다. 작가의 구름 시리즈는 밝은 색감이 주는 이미지와 다르게 ‘불안’의 감정을 기록한 것이다. 자작나무의 가지가 떨어지고 남은 검은 생채기를 상처의 흔적으로 본 영케이 작가는 자작나무를 구름으로 형상화했다.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지만, 구름처럼 자유롭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민경 작가는 자신의 시간이 담긴 도록, 엽서 등을 절단하고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응축된 삶을 표현했다. 종이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잘라 쌓고 채워가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흘러가는 시간을 느낀다. 작가는 이 같은 방법으로 달, 항아리 등의 모양을 채워가는데 마치 작가의 시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전시에서는 판화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이언정 작가는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도시의 마천루를 표현하면서도 곳곳에 토끼 등 작가만의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을 넣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14년 전 이집트와 터키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도시의 생경함이 이 같은 작업의 계기가 됐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아늑한 도시가 마치 도심 속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철규 작가의 작품엔 캡션을 붙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며 각각 떠올리는 제목을 인정한다. 특히 정 작가는 남성성의 상징인 양복의 검정색 원단을 지지체로 사용해 ‘손바느질 드로잉’으로 강한 대비를 일으키는 이질적인 금·은색의 실로 수를 놓았다. 사회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시적 이미지로 재현해 숨겨진 것이 더욱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밖에도 극사실과 초현실주의로 시각적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김세중의 ‘Dream the Eternity’, 종이비행기를 매개로 가상의 공간과 현실을 이으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이윤정의 ‘마음이 날다115’, 콜라주를 선보인 줄라이의 ‘Every But's Tail’, 현상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허재의 ‘변조된 풍경’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묘한 끌림과 편안함을 주는 청백색의 신비한 빛깔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는 숭고함이 깃들어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가 형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그것을 만들어 내는 정성이 집약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현대적인 기법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현대 백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이 오는 8월6일까지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 2층 전관에서 선보이는 ‘백자 너머의 백자’ 전시다. 전시는 이승희, 이기조, 강민수, 한정용, 고희숙, 이정용 등 대표 백자 작가 6인이 조선 백자의 숭고함을 이어오면서도 현대적으로 빚어낸 작품 300여점을 펼쳐 놓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통적 기법을 살리면서도 판, 주전자, 접시 등 현대에 쓰임새 있게 활용되는 이기조 작가의 백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의 공간 한가운데 펼쳐진 ‘백자 발’은 이 작가 공간의 백미다. 백토 재료의 물질성을 강조한 100개의 조선시대 형식의 그릇은 똑같은 듯하지만 파스텔톤으로 은은한 색이 제각각 빛을 발한다. 백자 발은 같은 재료와 같은 가마에서 구웠지만 불의 위치에 따라 산화와 환원이 반복되며 색깔이 다른 사발이 나왔다. 작가의 손작업으로 매번 달라지는 호흡과 리듬에서 오는 미묘한 변화, 장작가마의 예측할 수 없는 불길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백색의 스펙트럼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어 우연인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처지지 않고, 느긋해서 넉넉한 느낌을 주는 강민수 작가의 실용적 백자 항아리를 만날 수 있다. 강 작가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선, ‘달항아리’ 작품을 선보인다. 강 작가는 조선 백자의 신비한 색감과 안정감은 장작 가마를 거쳐 완성된다며 장작가마를 고집한다. 작품 ‘백자 대호’는 장작가마에서 우연히 튄 재가 백자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강 작가가 “다시는 못 만든다”고 선언하기도 한 65cm가 넘는 대형 달항아리는 그 거대한 작품의 위용에 백자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작품 제조 과정에서 기압 차로 선명하게 금이 간 또 다른 달항아리는 마치 무늬를 새긴 듯 눈에 띈다. 이승희 작가의 작품에선 그림을 그린듯 캔버스 위에 옮겨진 도자를 만날 수 있다. 마치 도를 닦듯 흙물을 바르고 바르는 행위를 여든 번 넘게 반복한 끝에 부조처럼 겹이 완성된 백자를 선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물이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재탄생한 모습에서 도자의 현대화와 확정성을 엿볼 수 있다. 거친 부속 도구와 이질감의 질감 연구가 화두인 이정용 작가는 백자의 순수한 본질을 질감으로 표현했다. 전시 공간에는 도침(陶枕)과 갑발(匣鉢) 등 과거 백자 제작 과정에서 기물을 받치고 보호하는 거친 질감의 부속 도구와 매끈하고 하얀 백자의 질감이 융합된 ‘백자 접시’, ‘백자 항아리’ 작품이 전시됐다. 이질적인 질감에서 나타나는 작품 속 백자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의 끝에 다다르면 장작가마를 활용해 조선 백자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가져온 전통적 방법에서 기술과 예술의 조화로 펼쳐낸 현대 공예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박민혜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는 “뿌리 깊은 백자 전통은 현재까지 한국인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며 “조선백자가 지니고 있는 쓸모를 찾고 전통을 너머 다양한 시도와 실험으로 현대 백자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만나 백자와 한 발 더 가까워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사장의 거대한 가림막 너머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 할까’. 공사장 가림막에 가려진 곳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을 저마다의 ‘있을 법한’ 장면으로 해석한 사진전이 안양 시민과 만난다. 아트 포 랩(Art For Lab)은 오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최원준 작가의 개인전 ‘Blurring Scene’ 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경기문화재단의 ‘경기예술 생애 첫 지원’에 선정돼 마련됐다. 최 작가는 사진과 이미지를 기반으로 사회적 사건이나 맥락에 따라 주목 받지 못했던 주체들의 독립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가려진 공간이자 빠르게 사라지고 만들어지는 미지의 공간인 공사장의 거대한 가림막 너머를 주목했다. 최 작가의 작품은 가림막 너머의 공사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부분적으로 노출된 일부의 현실과 자신의 상상을 결합해 저마다의 ‘있을 법한’ 장면으로 표현한다. 또 보는 각도에 따라 도안이 변화하거나 입체적으로 보이는 렌티큘러(lenticular) 기법을 적용한 사진을 통해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는,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장면’들을 관람객에게 선보인다. 한편, 아트 포 랩은 지역 내의 독립 예술 공간이자 작가들의 공유 작업실로, 예술단체 KAP(케이에이피)가 운영하는 다매체적 예술 실험 공간이다.
대한민국무용대상 본선이 오는 22일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본선 무대는 그동안 서울에서 진행됐지만, 올해엔 1만1천여명의 관객이 동시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성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선에는 한국창작무용 3팀, 현대무용 3팀, 창작 발레 3팀 등 총 9팀의 무용 단체가 진출했다. 한국창작무용 장르에서는 자연적이고 반어적인 인생의 모습을 표현한 단아트컴퍼니의 ‘상냥한호소-마지막페이지’, 스스로를 하나의 돌이라고 생각해 삶의 철학을 돌에 담아 전달한 휴먼스탕스의 ‘돌’, 인간의 욕심이 언제 멈춰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를 다룬 배강원무용단의 ‘어디서 멈출지(止)’가 올랐다. 창작발레 장르에서는 한국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을 선보이는 조기숙 K-CB의 ‘다르게 걷기’, 발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Edge of Angel’, 변덕스러운 운명의 여신에게 농락당하는 인간의 삶을 표현한 서울발레단의 ‘Carmina Burana’가 펼쳐진다. 또 현대무용 장르로는 자유 속의 다양함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표현한 프로젝트 에스의 ‘광시곡’, 나의 기억과 모습을 잡아내 자신만의 시간을 그려낸 블루댄스씨어터2의 ‘박제된 시간’, 사회 갈등의 현실을 새로운 접근을 통해 조명한 최상철 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쟁’이 있다.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예선, 본선, 결선까지 3단계의 심사를 거쳐 대통령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자가 결정된다. 심사위원단은 전문심사위원(80%) 7인과 시민심사위원(20%) 10인으로 구성되며,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점수가 공개되는 ‘공개형 경연 프로세스’로 진행해 상위 2개 팀이 결선에 진출한다. 결선은 12월 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수원 쉬즈메디병원이 오는 19일 오후 6시 30분 병원 신관 2층 로비에서 ‘제208회 쉬즈메디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난 2002년 시작해 22년째 진행 중인 음악회는 병원 설립 이념인 지역 주민과의 나눔은 물론 지역 문화 발전과 출산 장려 등을 위해 무료로 열리고 있다. 특히 매회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공연으로 수준 높은 음악회를 선보여왔다. 이번 음악회에는 피아노 박성미, 바이올린 이재민, 첼로 전소영이 프란츠 리스트 등의 명곡을 관객에 선보인다. 음악회에서 선보일 곡은 프란츠 리스트의 ‘Consolation No.3’, 펠릭스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1번 D마이너(Piano Trio No.1 in D Minor Op.49)’,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ocalise op.34, no.14)’,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무곡(Hungarian Dance no.1)’,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계 중 ‘여름(Verano)’ 등이다. 병원 관계자는 “산모와 지역 주민이 음악회에 참석해 따뜻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쉬즈메디 음악회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쉬즈메디병원 누리집과 전화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리줄기를 어루만진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줄기의 질감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인류의 역사가, 대자연을 품은 우주의 정기가 은은하게 깃들어 있다. 보리줄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수진 보리아트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우주를 보리’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14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31년간 각종 초대전·그룹전 100여회 등 작품 활동뿐 아니라 책 발간, 교육 등 폭넓은 행보를 통해 보리아트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이수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가 올해 작업한 신작들을 포함해 지난날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회화의 질감이 묻어나는 작품부터 명함집, 보석함, 액자 등의 소품류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보리줄기.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보리 줄기를 다루는 데 있어 작가는 그간 역사성을 다루거나, 현실 속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대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그간 지속해온 작품 세계를 종합해서 정의 내리면서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함께 녹여냈다. 보리줄기를 자르고 채색하고 이어붙이면서 하나의 작품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는 작품의 완성뿐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역시도 중요하다. 지금 손과 접촉하는 보리줄기가 어디서 재배됐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서 어떤 상태로 삶고 다듬어진 뒤 캔버스로, 또 전시공간으로 스며들어가는지 가늠해보는 일이 곧 보리가 품은 생명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리줄기를 재단하고 잘라낼 때면 항상 원하던 형태와 질감을 얻어낼 수는 없다. 따라서 작가의 손을 거친 보리줄기 곳곳에 저마다 깃든 자연의 정취가 다르기 때문에, 캔버스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은 저마다 다른 기운을 품은 채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그 무엇도 꾸미지 않은 채 본연의 은은한 빛을 내뿜는 보릿대 말고도 자연에서 얻는 천연의 빛깔로 물든 보리줄기들도 캔버스를 수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작가는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 면을 이루며, 면과 면이 이어진 공간 속 우리의 우주는 계속해서 확장된다”며 “보리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한 활용도만큼이나 어떤 형태로든 일상에 가까워질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대자연과 우주의 섭리에 깃든 속성을 품고 있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할 때 보리를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잘게 쪼개지고 찢긴 보리줄기의 질감을 음미해도 좋고, 멀찍이 떨어져 보리줄기들이 만들어내는 형상을 만끽해도 좋다. 이번 전시에서 보리줄기는 캔버스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시장 중앙에서 만나는 설치 작품은 앞으로 작가의 작품세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자그마한 선언문과도 같다. 이에 이 작가는 “천장에 모빌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생각도 있다. 앞으로 캔버스 위 평면에서 벗어나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의 세계에 가닿고자 했다. 그에 따라 구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며 “삶과 죽음의 공존, 그 순환의 고리가 깃든 우주를 경유하면서 생명의 근원과 맞닿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