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10월 내한, 경기아트센터서 만나요

전세계를 대표하는 해외 피아니스트 거장이 가을의 정취를 클래식으로 물들일 채비를 마쳤다. 경기아트센터가 오는 10월6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는 지난해에 이어 약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오는 10월3일 서울 예술의 전당, 4일 부산문화회관에 이어 6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연이어 관객들과 만난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안드라스 쉬프의 경기아트센터 첫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드라스 쉬프의 공연 셋리스트는 통상 사전 고지 없이 당일의 컨디션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간 그가 2008년 첫 내한 이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선보였던 프로그램은 바흐, 슈만, 베토벤, 브람스 등 바로크 음악과 낭만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헝가리 출생의 안드라스 쉬프는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선망하는 대상이다.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그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연주해 찬사를 받고 있다.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다양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베토벤, 쇼팽, 슈만 등 수많은 명반들을 발매했으며 특히 바흐 해석에 일가견이 있는 그의 ‘바흐 : 영국모음곡’ 음반은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에도 안드라스 쉬프가 어떤 프로그램을 연주할 것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연주 당일 자신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며 “어떤 레퍼토리로 최상의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객석을 찾는 관객뿐 아니라 국내 음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전 70년…‘두 얼굴의 평화, DMZ’ 특별전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네스코 헌장에 새겨진 이 문장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람의 마음 속에 평화를 심어야 한다’고 여기며 진정한 평화와 인류애를 강조했다. 1953년 7월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어느덧 70년이 흘렀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과 북쪽에 각각 2km씩 후퇴한 지점에는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됐다. DMZ는 여전히 슬픔의 역사로 인식되지만,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역설적으로 ‘생태계의 낙원’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DMZ를 조명해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15일까지 ‘두 얼굴의 평화, DMZ’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지난 2020~2021년 문화재청·경기도·강원도가 합동으로 진행한 ‘한반도 비무장지대 실태조사’ 성과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에서 발굴, 수습한 전사자의 유품 60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제1부 ‘끝나지 않은 전쟁’, 제2부 ‘두 얼굴의 DMZ’, 제3부 ‘내일을 위한 기억’, 제4부 ‘DMZ 실태조사 성과 순회사진전’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입구에는 정전 이후 최초로 DMZ를 기록한 박종우 작가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박 작가는 DMZ 내 멧돼지 등 다양한 동식물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산불, 지뢰, 4km의 이동제한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선 6·25전쟁에서 사용한 대표적인 무기인 M1 소총과 ‘따발총’으로 불리는 소련제 슈파긴 기관 단총, 중국인민지원군의 컵과 주전자, 유엔군이 기념으로 가져간 아리랑스카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전쟁 때 뿌려진 각종 삐라들,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정전협정의 복제본이 공개됐고 당시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의 기사 등을 통해 6·25전쟁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던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철원의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6명의 유품을 볼 수 있는데, 고(故) 편귀만 하사의 만년필과 전사자신원확인통지서, 호국영웅패, 유해를 감쌌던 태극기가 든 상자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DMZ가 생기면서 사라진 401개의 마을을 조명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전쟁·분단·이산의 아픔을 노래한 대중가요와 영화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비무장지대 땅 밑에 지뢰와 폭탄이 숨어있고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 문화유적과 사라진 마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들을 무심히 덮고 회복해가는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통해 DMZ의 내일,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화무용단·수원시티발레단 춤사위로 ‘들썩들썩’ 해볼까

무대 위를 오가는 섬세한 몸짓의 향연이 객석의 수원 시민들과 함께 호흡할 채비를 마쳤다. 수원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조직된 예술단체인 연화무용단과 수원시티발레단이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재능기부 자선공연을 준비했다. 먼저 연화무용단(단장 임은주)은 30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緣) - différance’을 진행한다. 연화무용단은 2002년 창단해 수원 지역과 인연을 맺은 후 20년 넘게 전통무용예술을 계승해오고 있다. 이번 무대는 공연예술에서 소외된 문화취약계층이 전통무용을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만나도록 유도해 친밀감을 높일이고자 마련했다. 공연은 ‘인연(因緣)’을 전통무용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 첫 만남인 탄생부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삶을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을 춤과 연결했다. 관객들은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해 각종 창작무용과 어우러지는 소리로 가득 채운 무대를 통해 철학적인 주제를 예술로 승화시킨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제1장 ‘탄연(誕緣)’에선 세상 만물과의 연(緣)이 시작되는 탄생의 몸부림과 기쁨을 현대적인 몸짓으로 만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과 반야심경이 어우러지는 과정에서 탄생의 인연을 몸의 언어로 실어 보내는 무대다. 이어지는 제2장 ‘차연(差緣)’은 삶에서 얽혀가는 모든 존재와의 다름과 같음을 확인하는 자리로, 인과 연의 관계 속에서 음악이 무용으로, 또 노래가 무용이 되는 모습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제3장 ‘결연(結緣)’에선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등 다채로운 감정의 교차와 충돌을 표현하는 데 있어 무속 요소가 담긴 대감놀이와 살풀이춤이 마련돼 있다. 임은주 연화무용단 단장은 “이번 공연은 춤추는 이들의 열정을 마음껏 표출하는 이들과 객석이 하나되는 자리로 기획했다. 우리 춤의 한과 멋과 흥을 오롯이 담아낸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무용단의 역량과 재능을 수원시민들과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가 된다. 이번 공연을 통해 만나는 모든 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시티발레단(단장 김문신)은 다음 달 23일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역사 공연 2탄’을 선보인다.   수원시티발레단은 2007년 창단한 수원시티발레단은 수원 최초의 민간 발레단으로 16년간 시민들과 만나오면서 지역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지난해 진행했던 ‘해설이 있는 발레 1탄’ 공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기획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발레 문화의 확산과 대중화에 중점을 뒀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 작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데 있어 해설 및 영상 자료를 곁들여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 공연의 감상을 돕는다. 1장 무대는 프랑스 루이 14세 시기의 귀족들의 발레 문화를 접하는 시간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의 연습 과정을 표현해낸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음미할 수 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낭만주의의 각 시대별 작품 ‘에스메랄다’, ‘지젤’ 등을 만끽할 수 있으며, 3장에서는 고전주의 발레 작품 중 ‘인형요정’, ‘파키타’ 등이 무대를 수놓는다. 이어 4장은 신고전주의 발레 작품으로 객석과 소통하며,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안무가의 흔적과 숨결이 담긴 현대 창작 발레가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소속 정단원인 남민지 발레리나도 함께 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전망이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 단장은 “수원시티발레단은 수원 지역의 장애인 및 취약계층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더욱 폭넓은 공연 관람의 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매 공연도 그렇지만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니 많은 분들이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개로 보는 삶의 흔적, 이야기가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전

어린 시절, 할머니의 방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자개’는 이런 상징물 중 하나일테다.  우리의 추억 속에 있는 자개장은 1970년~1980년까지 혼수품으로 유행하며 안방의 어느 한쪽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점차 생활 공간이 바뀌고 가구의 유행이 변화하면서 자개장은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졌다. ‘그 많던 자개장은 어디로 갔을까’. 국립민속박물관이 8월 27일까지 개방형 수장고 시설인 파주관 열린 수장고에서 선보이는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전은 이 물음에서 출발해 자개의 아름다움과 이에 깃든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손대현(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호 옻칠장) 명장, 류지안 작가 등 자개를 다루는 공예작가 8명의 작품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나전칠기 등 170여 점이 열린 수장고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나는 별과 달이 느껴진다.  김덕용 작가의 작품 ‘결-심현’은 나뭇결을 따라 자개 조각을 이어 붙여 별을 표현했다. 어두운 푸른빛 배경에 반짝이는 자개 선을 동심원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생명의 순환과 영속성의 의미를 담았다. 숲의 근원인 나무와 바다에서 온 자개의 조화로움으로 한국의 미를 표현했다.  맞은편에 놓인 손대현 장인의 ‘나전 건칠 달항아리’는 유려한 곡선에 나전 특유의 빛이 더해진 작품이다. 달항아리 형태의 칠기에 실처럼 길고 가늘게 자른 자개상사를 다듬어 붙이는 끊음질로 장식했다.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둥근 면까지 정교하게 표현된 자개가 달빛을 머금은 듯 반짝인다. 전통이 깃든 자개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조선시대 사용됐던 자개장과 전통을 잇는 명장들의 작품이 보이는 수장고에 놓여있다. 조선미술품제작소 나전부 소속 장인 김영주(1906년~1987년)가 본인의 혼례용으로 만든 ‘자개 장생무늬 혼수함’, 나전칠기의 본고장인 통영에서 활동한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 명예보유자 송방웅(1940년~2020년) 장인이 제작한 ‘자개 원앙무늬 보석함’, 조선시대 대표적인 나전칠기인 소나무‧사슴‧불로초‧학과 같이 장수를 기원하는 무늬가 장식된‘자개 장생무늬 함'과 ‘자개 이층농’, 1970~80년대에 혼수품의 하나로 유행한 ‘자개 쌍문갑’ 등이다. 자개가 현재 다양한 쓰임으로 변모한 모습도 눈에 띈다. 현대적 감성으로 가구부터 회화와 오브제에 자개로 빛을 새기는 류지안 작가의 ‘OBLIQUE_H01’, 2022 KCDF 공예·디자인 공모 전시 개인 작가 부분에 선정된 석문진 작가가 전통 함의 형태를 따르며 자개 본연의 모습인 색패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제작한 ‘나전의 시작’ 등 48점의 작품은 과거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 작품들이다. 전시의 끝에 다다르면 나전칠기의 오랜 전통과 가치를 이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다 보면 자개의 문양, 시대적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반짝이는 자개의 아름다움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자개장에 얽힌 에피소드와 자개장 앞 추억의 사진을 연출한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주거환경이 달라져 자개장이 사라졌지만 어릴 때의 추억이 있으니 그 기억을 공유하고자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다”면서 “많은 분들이 서로의 추억을 함께 나누고, 자개의 아름다움과 공예의 현대화를 경험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 물들이는 발레의 향연…8월 ‘발레축제’ 개막

한여름 밤, 수원지역을 물들이는 발레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 9회를 맞이한 수원의 대표 축제인 ‘2023 제9회 수원발레축제’가 다음 달 17일부터 20일까지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엔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국내 대표적인 민간발레단이 함께하는 ‘발레에스티피협동조합’이 아름다운 발레 무대를 선보인다. 또 광주시립발레단, K-ARTS발레단의 초청무대, 발레 꿈나무들과 아마추어 발레단의 전야제 무대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축제는 사전행사, 메인공연, 부대행사 등으로 진행된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사전행사는 수원KT위즈파크에서 일상 속의 발레 ‘발레IN버스킹’을,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수원특례시 일대 횡단보도에서 ‘발레IN횡단보도’ 공연이 열린다. 메인공연은 다음달 18일 ‘클래식&모던’을 주제로 유니버설발레단 주니어 컴퍼니의 ‘백조의호수 중 백조 파드되’ 등 6개 공연이, 19일 ‘발레 마스터피스’를 주제로 한국발레학원협회 ‘Color of wind’ 등 7개 공연이, 20일엔 ‘발레 갈라 스페셜’을 주제로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의 ‘에스파냐 카니발’ 등 6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이 밖에 우리나라 대표 민간발레단이 진행하는 단계별 발레 맞춤 수업인 ‘발레체험교실’, 발레마스터에게 가르침을 받는 교육프로그램인 ‘마스터클래스’, 우리나라 대표 발레리나들의 토슈즈를 볼 수 있는 ‘사인 토슈즈 전시’, 발레의 기본 움직임을 토대로 체조를 만들어 즐기는 ‘발롱 Ballon’ 등의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특히 발레의상을 입은 어린 발레리나, 발레리노들과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발레요정’, 각 시대의 대표작을 무용수들이 간단한 동작들로 표현하며 발레의 역사를 배워볼 수 있는 ‘움직이는 발레조각전’, ‘발레의상 입어보기 & 토슈즈 신기 체험’ 등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축제를 주관하는 발레에스티피 협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발레축제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발레를 경험하고 문화를 즐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악과 양악이 함께"…모두를 감동시킨 조용경의 '판소리 애국가'

'2023 성남 세계태권도 한마당' 개회식이 열린 지난 21일 오후 성남실내체육관. 모든 조명이 꺼지고 특수전사령부 군악대가 무대에 올랐다. 이윽고 태평소, 나발 등을 들고 태권도복을 입은 국악기 연주자들까지 합세해 애국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국악 신동 김태연의 목소리가 울리자 장내의 모든 시선이 무대 중앙으로 쏠렸다. 그런 무대를 멀리서 바라보며 역동적으로 지휘를 하는 이가 있었다. 이날 행사의 예술감독을 맡은 조용경 한양대학교 실용음악학과 겸임교수(작곡가, 문화콘텐츠 박사)다. 이날 행사장을 가득 채운 판소리 애국가를 직접 편곡했다. 이번 대회의 모토인 'ICT 태권 성남, 초신성의 빛! 세계 각국의 별들이 모여 거대한 빛을 내뿜다!'도 그의 작품이다. 판소리 애국가는 이 모토를 토대로 재탄생했다. 조 교수는 "세계태권도한마당이라는 축제가 성남에서 열렸기 때문에 전통과 미래가 공존한다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자들, 출연진 배치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특히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으로 잘 협의된 덕분에 다 같이 화합하는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 우리 민족의 정신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판소리를 접목시켜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태권도와 애국가, 그리고 판소리는 대한민국 그 자체였다. 여기에 양악을 연주하는 군악대가 반주에 참여하면서 동서양의 조화도 꾀했다. 1절에서는 김태연이 익숙한 서양 멜로디를 국악 발성으로 소화했고, 완전한 소리 버전이 3절에서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국악과 양악이 함께하는 멋진 엔딩을 장식하려고 노력했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곳곳에서 환호도 터져나왔다. 이날 초연된 판소리 애국가는 국악과 양악, 가수 김태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덕분에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신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판소리 버전의 애국가들은 많았다. 그럼에도 제가 세계 최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국악 악기에 서양악인 군악대, 그리고 제창과 솔로가 어우러지고 융합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혹시라도 제 곡을 다른 곳에서 들을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저작권은 저에게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양악과 국악을 섞는 걸 좋아하고, 월드뮤직도 섞어서 작업하는 걸 지향한다"며 "이런 작업들을 앞으로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동양화 두고 충돌·교차하는 시선”…‘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 [전시리뷰]

동양화를 두고 동시대에 공존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들이 교차하고 충돌하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작품 세계를 구상하고 개척해왔을까.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의 기획전 ‘아아! 동양화: 이미·항상·변화’가 지난 14일 개막해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네 차례에 걸쳐 동시대 동양화를 둘러싼 담론을 다루는 ‘아아! 동양화’ 기획전 중 두 번째인 이번 전시는 동양화와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영역 사이 진동하는 작가들의 시각을 붙잡고자 한다. 권순영, 김선두, 김정욱, 손동현, 유근택, 이성민, 이진주, 정재호 등 총 8명의 작가들이 작품 66점을 통해 각자의 관점에서 동양화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진 작가부터 화단에서 오랜 기간 버텨온 작가들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비치된 8인의 인터뷰 자료집은 공간을 수놓는 작품 만큼이나 중요한 전시의 안내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구역마다 작가들의 작품이 뒤섞여 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개별 작품을 공들여 조명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작가들이 다양하게 펼쳐낸 작품들이 동양화라는 교집합 속에서 어떤 움직임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는 기회다. 이진주 작가의 ‘가짜 우물’과 손동현 작가의 ‘A.R.M.O.R.’가 같이 놓여 있는 2층 전시 공간에선 형식과 내용, 표현 방식 등에 있어 각자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분화됐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동시대 담론과 살짝 떨어진 채 자신만의 길을 꾸려가는 이도 있다. 권순영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동양화를 논할 때 항상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르면서 자신에게 맞는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세계를 구축했다. 그가 그려낸 세계는 허구처럼 보여도 그의 내면을 마주할 때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다. 정재호 작가는 전통을 그대로 잇기보다는 변화하는 미술의 담론에 뛰어들면서 작업을 지속해왔다. 지필묵에서 시작해 장지에 아크릴을 지나 캔버스에 유화로 변화를 거듭해온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창작자가 재료를 극복하는 과정과 연결된다. 스며들거나 얹히는 재료의 물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작가는 과거의 대상과 기억을 소환할 때는 한지를, 현재를 담아낼 땐 캔버스를 택했다. 전시장 속 그의 작품들은 그의 사유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됐는지 어렴풋이 음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3층에 자리잡은 이성민 작가의 작품에서는 동시대성을 품은 동양화의 형식이 어떻게 재창안되는지 엿볼 수 있다. 동양화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형광색을 주저없이 사용하며 분채로 세계를 펼쳐내는 이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인지 그림인지 혼동에 빠지는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가 적극 불러오는 텍스트와 대중문화 요소들은 매난국죽으로 대표되는 동양화의 관습과 거리를 두는 시도의 일환으로 읽힌다. 동양화 작가로 활동하는 이정배 기획자는 “이번 기획전은 동양화를 중심에 두고 펼쳐지는 다각도의 시선을 충돌하고 교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려는 차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총 4부의 기획이 끝날 시점이 되면 그 기간 동안 발견된 다채로운 쟁점이 향후 동양화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영향을 주는 담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0월9일까지.

정전 70주년 평화음악회 영상스토리 가곡콘서트 ‘위대한 청춘 70년’

정전 70주년을 기념한 평화음악회 ‘위대한 청춘 70년’(예술감독 한숙현)이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경기문화재단·경기아트센터 공동 주최, 우리가곡회 주관으로 소리얼필하모니오케스트라(지휘 김기웅)와 50명의 수원콘서트콰이어(지휘 곽대현)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현대사 70년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한국전쟁 이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3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대한민국이 우뚝 서기까지 불철주야 땀 흘려온 50대~80대의 이야기를 영상과 가곡으로 함께 뒤돌아 본다.  6.25 전쟁 속에서 태어난 세대들이 가난과 고난 앞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한국을 부국강병의 나라로 이끌기까지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며 60대 이상에겐 자부심을, 젊은 세대에겐 험난한 길을 걸어온 부모의 삶을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영상스토리 콘서트로 펼쳐진다. 스토리텔링에 취약한 클래식, 국악, 가곡, 발레, 무용 등 순수예술장르에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흡인력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당시는 감추고 싶었던 가난이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 된 흑백시대, 이후 80·90·2000년대 등 칼라시대로 발전하는 현대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상과 가난과 설움의 눈물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왔던 그 시절을 아름다운 노래가 표현한다. 무대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바리톤 고성현은 ‘비목’ ‘보리밭’을, 소프라노 자원은 ‘꽃구름속에’ ‘강 건너 봄이 오듯’을, 테너 김동원은 ‘희망의 나라로’ ‘목련화’를, 소프라노 송난영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독창으로, 테너 김동원과는 ‘손에 손잡고’를 함께 노래한다. 공연 문의는 경기문화재단으로 하면 된다.

지역예술가와 주민의 만남, 성남문화재단 ‘우리동네 예술가전’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신흥공공예술창작소에서 지역예술가와 주민의 특별한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작가 3명의 개성 있는 작품을 릴레이로 만나며, 예술가와 주민이 일상의 공간에서 소통하고 예술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우리동네 예술가전’이 지난 18일부터 오는 9월6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의 시작을 연 나광보 작가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주민들을 만난다. 나 작가는 전시에서는 어린 시절 느낀 성남의 풍경과 군상들의 탄생과 소멸, 유년기의 기억 속에 남은 성남의 모습 등을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한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28일엔 주거 형태에 다양한 상상을 더한 작품을 주민과 함께 만들면서 주택에 대한 의미를 짚어본다. 이어 김지연 작가는 8월8일부터 21일까지 ‘벽’을 이용해 캔버스 위에 다양한 의미와 모습의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작가에게 ‘벽’은 단절이나 고립의 의미가 아닌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안도와 안락감을 느끼는 울타리이자 방어막이다.  동화 콘셉트의 일러스트 작품을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장수정 작가는 8월24일부터 9월6일까지 만날 수 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기억, 설렘과 낯섦이 공존했던 여행, 그 안의 나를 찾아보는 작품들로 따뜻함을 선사한다. 어린이들이 미술 재료에 따른 차이를 느껴보고, 수채화를 이용해 나만의 우주를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8월29일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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