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 회화 30년 ‘추상적 NATURE’, 해움미술관서

이해균 작가의 회화 30년을 기념하는 전시 ‘추상적 NATURE’가 23일부터 29일까지 수원 해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용인의 한국미술관과 동시에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의 지원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전시에선 이 작가가 작업을 이어오면서 간간히 실행한 실험적인 추상회화를 묶어 냈다. 이 추상회화들은 마치 짧은 시적 단상들을 펴낸 것 같다. 작가는 마치 주어를 잃은 동사나 형용사로 그의 작품을 바라보길 바라는 듯 하다. 제2전시실에선 이 작가가 청춘을 바친 수많은 여행을 주제로 한 스케치 작품 200여점이 내걸렸다. 이 작품들은 경기일보에 연재했던 ‘이해균의 여행스케치’(해외, 국내)와 ‘움직이는일상-이해균의 어반스케치’의 원화들로 구성됐다. 신작 다수와 자연의 내재율 같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처절하게 자신만의 상회화를 선보이며 산과 나무를 주로 주제 삼았던 그는 “길을 잃어야 길을 찾는다는 궁극을 위해” 새 작업을 진지하게 구상 중이다. 이해균 작가는 “앞으로는 지금까지 주제로 삼아온 산과 나무 이 외에 바다와 구름을 좀 더 성찰하고 싶다”며 “간간히 매력 있는 추상도 곁들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을 나들이 가기 좋은 '경기도 박물관'… '10월 문화의 날' 행사 풍성

문화행사를 즐기기에 제격인 가을이 다가왔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박물관, 미술관 등으로 ‘가을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을 맞아 이번 한 주 다채롭게 준비된 경기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모아봤다. ■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전시 ‘풍성’ 실학박물관은 내년 2월25일까지 장신구 기획전 ‘조선비쥬얼’을 연다. 조선시대 남자는 다양한 의복과 장식으로 신분을 구분하고 위엄과 품격을 표현하기 위해 대모, 마노, 호박, 백옥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장신구를 착용했다. 이번 전시에선 조선 후기 남자의 장신구를 통해 ‘의관정제’의 의미와 중요성, 조선 남자의 미의식을 조명했다. 특히 능창대군·영친왕의 망건과 귀걸이, 부채와 선추 등 격식에 따라 사용한 남자 장신구 100여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내년 3월17일까지 기획전 ‘고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인류가 고기를 먹기 시작한 이유와 의미, 증거들을 찾아가는 내용의 전시다.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고기를 어떻게 먹어왔는지, 현재 우리는 고기를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다양한 틈새전시가 열린다. 먼저 ‘우리 몸은 어떻게?’ 전시 연계 작품인 박길종 작가의 ‘우리 몸은 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 우리 몸의 색깔과 형태를 다양하게 상상해보는 전시로, 다채로운 색깔의 얼굴과 신체 모양 의자에 이리저리 앉거나 누워서 우리 몸의 색깔과 형태를 상상해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경험한 즐거웠던 기억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내 마음 쏙! 박물관’ 온라인 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 영화 상영·콘서트·라이브 퍼포먼스 등 즐길거리 ‘다채’ 경기도 곳곳에서 야외 콘서트와 전시 연계 퍼포먼스 등이 펼쳐져 가을의 운치를 더한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2023 경기도박물관 아세안 영화 상영회’가 열린다. 영화를 통해 아세안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 12월까지 매달 넷째 주 주말 경기도박물관 1층 대강당에서 볼 수 있다. 오는 29일엔 브루나이 자본으로 제작된 최초의 상업 장편 영화인 ‘리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11월엔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량 양민 학살 사건을 담은 ‘1975 킬링필드, 푸난’, 12월엔 태국의 청년층 분위기를 잘 살린 로맨틱 코미디 ‘OMG 나의 여친’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양주시는 29일 양주 회암사지 야외 잔디마당에서 채희민재즈밴드의 재즈 공연을 선보이는 ‘대가람의 공연예술’을 진행하며, 의정부문화재단은 27일부터 이틀간 무한상상 시민정원 등에서 ‘의정부 행복배달 콘서트’를 진행한다.

내면을 채운다, 심연을 마주한다…최세경 개인전 ‘현(玄)-눈을 뜨다’

최세경 작가의 개인전 ‘현(玄)-눈을 뜨다’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드로잉에 기반하면서도 각종 설치 작업을 이어오며 개체와 개체 사이 상호작용을 연구해왔던 최 작가는 언제나 구심점을 어디에 둘 지 고심했다. 그에 따라 작업을 잘 살펴보면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게 무엇이고, 또 중심으로 수렴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느껴진다. 몇 차례 인간의 외형을 통해 외부와 관계 맺는 상황을 작업으로 풀어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존재의 내부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내면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시도의 일환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 최 작가의 작품을 보면 단순한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림에 바짝 붙어 켜켜이 쌓인 흑연의 궤적을 살피고, 가느다란 볼펜으로 중첩해 놓은 선 한 획 한 획을 살펴 본다. 어느새 누군가의 내면, 또 나의 심연을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느껴진다. 이처럼 최 작가의 그림은 작품이 홀로 있을 때가 아니라, 수용자와 함께 있을 때 완성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세경作 '검을 현(玄)-마주서다', 'flow...리듬', '검을 현(玄)-결'(부분 확대), '검을 현(玄)'. 작가 제공 이같은 작업에 대해 최 작가는 “이상하게도 목표를 정해두면 작업을 마칠 수 없더라. 계속해서 여백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샌가 아 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순간이 온다. 겹친 흑연의 총체가 단단하게 빛나는 순간, 뭉쳐가는 잉크의 자취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질감을 만들어내는 순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원’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상태를 오가는 매력적인 탐색지대다. 최 작가는 “원은 근본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완벽한 형태다. 중심에서 어느 방향으로나 일정하게 퍼져나가고 부딪히거나 깎이는 부분도 없다”며 “대상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규정되는 순간, 사람에겐 선입견이 생긴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된 형태에 사로잡혔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을 둘러 보면 그가 택한 또 다른 소재가 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붓의 획이 만들어낸 흐름은 일관돼 있지만 꿈틀댄다. 약간 다른 농도와 궤적을 머금은 채 지면 위를 맴돈다. 결국 펜과 연필, 먹 등 소재를 오가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채워나가는지’ 그 과정을 만끽하는 일이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 안에 있는 무언가와 대면하는 일이 곧 관람객들과 연결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27일까지.

50여년 몰두한 ‘종이’ 작업… 최필규 기획 초대전 ‘종이가 바람이 되다’

구겨진 ‘종이’를 그린 극사실주의 회화부터 종이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품까지. ‘종이’ 소재에 끈질기게 천착해 온 최필규 작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mM아트센터는 평택 지역의 원로작가 최필규 기획 초대전 ‘종이가 바람이 되다(Paper·Wind·Wish)’를 다음달 12일까지 선보인다. 최필규 작가는 50여년 간 종이를 소재로 극사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최 작가의 작품 60여점을 모아 그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고, 작업의 토대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주의적 감성과 순환의 정서에 주목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형 설치작품 ‘생명의 나무’가 압도적인 규모로 눈길을 끈다. 12m 길이로 대나무를 이어붙인 작품 군데 군데엔 기다란 흰 종이가 매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어린 시절 평택 지역의 잦은 물난리를 경험했던 최 작가는 풍수해 없는 한해를 기원하던 농촌의 향토적·토속적 정서를 작품에 나타냈다. 생명의 나무는 1층 전시실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해 지상과 천상, 생명의 뿌리와 만물의 생장을 상징한다. 특히 작품 바닥에 지푸라기와 호롱불이 켜진 창문을 놓아 전체적인 입체감과 자연주의적 감성을 더했다. 구겨진 종이를 그리다 본격적으로 ‘종이’ 작업에 몰두하게 된 최 작가는 민간신앙과의 연상 작용으로 그 의미를 더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 대청 마루 위에 걸린 성주대를 본 기억을 떠올린 최 작가는 종이를 그린 회화에 성주대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오브제해 작품을 완성해갔다. 전시실 1에서는 흑과 백의 배경에 바람에 나부끼는 종이를 그린 ‘흔:시간을 담다23-1’ 등의 각종 평면회화와 오브제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실 2에서는 국내 화단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의 초기 작품이 내걸렸다. 극사실주의에 몰두했던 초창기 그가 그렸던 기차, 구겨진 종이 작품을 비롯해 컴퓨터 페인팅, 구김+찢기 작업으로 이뤄진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실 3에선 사실주의적 재현 화풍과 토속 신앙의 정서를 함축한 최근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흔: 시간을 담다 2301’는 대칭 구조로 종이를 배열하고 방향성을 띄게 해 질서와 무질서의 리듬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통해 최 작가의 조형 감각과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최 작가는 “전시명 ‘종이가 바람이 되다’는 말그대로 종이가 바람에 날리는 형상을 본따면서, 종이에 안녕을 빌었던 어른들의 간절한 소원(wish)을 담은 의미를 함축했다”며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종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록과 소리를 매개로… 배선영 작가 ‘약속의 무늬’

기록과 소리를 매개로 작업하는 배선영 작가가 오는 21일까지 양주시립 미술창작 스튜디오에서 개인전 ‘약속의 무늬 An Embodied Score’를 연다. 배선영 작가에게 악보는 재연을 위해 만들어진 기록이다. 작가는 기록의 방식으로 악보를 선택해 반복해 연주한다. 악보를 통해 관계 맺기를 시도하며 관계는 무늬에 빗대어 사라질 수 없는 흔적으로써 다룬다. 이번 개인전은 기록으로 남겨진 기억과 그것을 습득하는 사람의 관계를 스코어(악보)로 이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약속의 무늬’ 전시에선 전체 전시장을 하나의 공간 상황으로 연출한 작품이 관람객에게 극대화 된 체험 효과를 가져다 준다. 관계를 빗댄 무늬를 지닌 신체는 연주(발언)의 가능성을 지닌 연주자(플레이어)로 전환한다. 또 잠재적인 플레이어들의 기억을 잇는 언어를 ‘약속의 무늬’라 이름 짓고 무늬에 덧씌워질 개인의 삽화(에피소드)를 불러들인다. 전시장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장소로 바라보고 공간을 방문하는 플레이어(관객)의 기억과 상상이 만들어낼 관계를 기대한다. 한편 양주시립 미술창작 스튜디오 777레지던스는 20~21일 양일간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한다.

당신에게 미술관은 어떤 공간인가요?…수원시립미술관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 [전시리뷰]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관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인 수원시립미술관의 2023 동시대미술 특별전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이 지난 9월19일 개막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김동희, 김지영(109), 무진형제, 문서진, 안성석, 양지원, 이혜령, 전유진, 조영주, 천경우 등 총 10명(팀)의 작가들이 사운드,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VR 등 다양한 매체를 경유한 작품 29점을 전시실, 카페테리아, 공용공간, 크고 작은 유리창 등 미술관 곳곳에서 선보인다. 단순히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상호작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 프로젝트, 워크숍도 마련됐다. 전시장 곳곳을 거니는 관람객들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사람이 공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학예사들과 작가들이 과연 어떤 마음으로 공간을 대했을지 가늠해볼 때, 비로소 미술관 구석구석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 ‘인트로: 마당’ 섹션에서 김동희 작가는 미술관의 공간 요소를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전시실의 계단을 연장하거나 기둥을 토대로 구조물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양지원 작가도 하늘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 요소로 전시실 한편의 광활한 외벽을 가득 메웠다. 거대한 벽에서 눈을 뗀 뒤 고개를 돌리면 안성석 작가의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이 보인다. 두 명의 사람이 하트 모양이 그려진 원형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어 VR 장비를 착용한 관람객은 재생되는 영상, 가상의 극장 공간뿐 아니라 앞에 앉은 사람의 형체도 조금 다른 형태로 인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피어난다. 옆에 있는 붉은 조명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매트리스 지대에선 퍼포먼스 공연이 한창이다. 서로의 몸을 맞대고 무언의 소통 속에서 온기와 진심이 오고 간다. 재밌게도 퍼포머들 모두가 전문 예술가가 아니라, 그 중 절반은 신청을 통해 선발된 관람객들이다. 이곳은 조영주 작가가 꾸려 놓은 교감의 무대 ‘휴먼가르텐’이다. 조 작가는 “해당 작품을 여러 군데에서 전시한 만큼 매번 공간 특성에 맞게 다르게 연출했다. 이곳은 통로, 문, 기둥 등 구조물이 다양하게 배치된 만큼, 공간의 성격 자체를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우리 사회 안에서 돌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문서진 작가의 작품들은 소중한 사람에 관한 기억을 종이 매체의 촉각성을 활용해 표현했다. 김지영(109)의 ‘싱잉노즈’는 관람객의 콧노래가 녹음된 뒤 전시실의 스피커로 재생되는 감각의 교환과 확장을 유도해낸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큐레이터는 “단순히 내부의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거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며 “이곳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각자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 가늠해보는 과정을 통해 미술관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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