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피아노만을 위한 축제’…경기피아노페스티벌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악기를 꼽으라면 단연 ‘피아노’가 아닐까. 피아노는 그저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지만, 클래식·재즈·대중음악 등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선율로 쓰임이 많은 매력적인 악기로 통한다. 이 같이 피아노의 무궁무진한 레퍼토리를 보여주는 ‘피아노만을 위한 축제’가 가을밤을 물들인다. ■ 2011년 국내 최초 단일 악기 페스티벌 ‘피스 앤 피아노’…12년간 호응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국내 최초의 단일 악기 페스티벌인 ‘피아노페스티벌’을 선보이고 있다. 오롯이 피아노에만 집중하는 이 페스티벌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클래식 팬들을 붙잡고 국내 피아니스트들의 경쟁력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특히 한동일, 백건우 등 해외에서 인정받은 국내 1세대 클래식 음악가들이 피아니스트였던 점,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악기인 점에 따라 피아노의 다양한 면을 선보이기 위해 피아노만의 축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선욱·손열음·박재홍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의 스승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인 김대진 피아니스트가 축제를 기획, 2011년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피아노축제는 일반인·아마추어가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Stage for you’ 등의 행사를 열어 만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중 피아노 비전공자를 선발,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 피아노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또 콩쿠르 수상 경험이 있어야만 연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신인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 젊은 음악인과 관객이 만나는 공연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여러 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 협주곡을 펼치는 공연은 피아노축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경기아트센터의 피아노페스티벌이 12년간 큰 호응을 얻으며, 국내 곳곳에서 다양한 피아노축제가 잇따라 열리고 있지만 피아노 연주로만 축제를 이끌어가는 무대는 여전히 아트센터의 축제가 유일하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지난해 중단된 뒤 ‘모두의 기회, 모두의 피아노’로 이름을 바꿔 재탄생한 올해 피아노페스티벌은 제1회 축제부터 총감독·지휘를 맡아 온 김대진 피아니스트가 또 한 번 예술감독을 맡는다. 김대진 예술감독은 “관객은 ‘내가 모르는 연주자지만 이 페스티벌에 나오는 연주자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주자는 ‘이 페스티벌을 통해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발전했으면 한다”며 “클래식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공연과 해설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 다음 달 4일간 펼쳐지는 피아노 거장·아마추어들의 무대 경기아트센터는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아트센터의 대극장·소극장 등에서 2023 경기피아노페스티벌 ‘모두의 기회, 모두의 피아노’를 선보인다. 먼저 축제의 첫 날인 다음 달 4일에는 ‘오프닝 콘서트: 피아노 오케스트라’가 열린다. 김대진 예술감독을 비롯해 30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동시에 무대에 올라 15대의 피아노로 쇼팽의 발라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등을 연주한다. 정통 클래식 음악의 진수로 불리는 ‘운명’은 두 명이 쳐도 합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무대는 피아노의 표현 범위와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피아노페스티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아마추어들의 무대도 이어진다. 5일 ‘My Favorite Sonatine’ 무대에선 10명의 일반인·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소나티네 릴레이 콘서트’를 펼친다. 같은 날 선보이는 ‘피아노 콜라보의 밤’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8명과 영재 피아니스트 2명이 콜라보 무대를 선보인다. 6일에는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안드라스 쉬프’가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곡 중 즉흥적으로 선택해 연주하면서 해설도 선보인다. 특히 7일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와 드보르작의 대표곡을 연주해 피날레 무대를 꾸민다. 이 밖에 야외 무대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연주자들의 피아노 버스킹 무대가 마련돼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가을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거장급 연주자의 무대부터 버스킹 무대까지 피아노의 다채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축제가 세계 음악가들의 소통의 장이 돼 세계 유명 페스티벌처럼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밀려난 몸짓, 잊힌 표정…이주영 초대전 ‘멈춤, 그리고’

밀려난 몸짓과 잊힌 표정 앞에 멈춰서서 수많은 타인을, 그리고 나를 마주한다. 이주영 초대전 ‘멈춤, 그리고’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29일까지 펼쳐진다. 가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대학을 다닌 이 작가에게 시대의 모순에 대한 고민은 숙명과도 같았다. 극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한구석엔 밀려난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팬데믹 시기에 수원 지동교 위에 흩뿌려진 위태롭고 보잘것없는 삶의 조각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때로는 노숙인의 육체를, 때로는 행인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면밀히 따라갔다. 늘 마주치던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고 그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지, 왜 이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앉아있거나 몸을 뒤틀고 있는지 각자의 삶에 얽힌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림 앞에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작가는 전시장을 수놓는 그림들을 모두 콘테로 그렸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집중적으로 그렸던 작품들은 채도가 빠진 흑백의 그림들이 많다. 이 작가는 “검정색은 사실 사람의 본질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색이다. 누구에게나 같고, 인위성이 배제된 채로 세계를 함축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전시장 중앙을 보면 캔버스를 얼굴로 가득 채운 데다 색채를 입힌 그림이 눈에 띈다. 올해 작업하면서 변화를 준 신작이다. 이 작가는 “행위나 자세에 몰두하면서 상황을 담고자 노력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컬러를 입히고 대상을 확대하는 등 강렬하게 다가오는 표정 그 자체에서 내면과 본질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앞으로도 콘테를 손에서 놓지 않을 거다. 그는 “변화를 위한 변화는 주지 않겠지만, 다양한 재료로 마주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며 “숙명처럼 삼아왔던 사회의 모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낼지 끊임없이 모색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천문화재단, ‘2023년 이천국제음악제, ICMF’ 개최

(재)이천문화재단(이사장인 김경희 이천시장)은 오는 10월 이천국제음악제 프리뷰 콘서트를 진행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천국제음악제(ICMF, Icheon Young-Artist International Music Festival)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영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국제 음악 축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음악 단체 및 연주자들을 한 자리에 초청해 국제문화예술도시 ‘이천’의 매력을 더한다. 이천국제음악제는 2024년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2023년 프리콘서트 먼저 펼친다. 이천국제음악제의 첫 번째 날인 10월 18일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하는 스페셜 콘서트가 SK하이닉스 수펙스홀에서 열린다. 두번째 날인 19일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러시아 후기낭만주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대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무대 ‘콘체르토 나잇’이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세 번째 날인 20일에는 유럽과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오페라 주역가수 4인의 내한 공연 ‘오페라 나잇’이 열린다. 이탈리안 메조 소프라노 라우라 베레끼야, 스페인 테너 기옌 뭉귀야, 소프라노 안나 치마루스티, 소프라노 안 마린 쉬르가 무대에 오른다. 네 번째 날인 21일에는 전설적인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의 위대한 음악적 작품을 기리고 예술적 유산을 승계하기 위해 아스토르 피아졸라 재단에서 지정한 유일한 공식 오리지널 앙상블 레볼루시오나리오 퀸텟의 공연 ‘누에보 탱고 나잇’이 열린다. 다섯 번째 날인 22일에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대한민국 대표 디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가수 인순이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실력파 재즈 보컬 그룹 카리나 네뷸라,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뮤지션 존 아이젠, 장르 불문 최고의 보컬 안 마린 쉬르의 음색을 만날 수 있는 축제의 마지막 밤인 ‘재즈 나잇’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오랜 전통의 문화가 숨쉬고 있는 이천시에 동서양의 국제적 예술교류를 통해 시민들이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도록 공연기획팀과 함께 올해 초부터 준비해왔다”며 “페스티벌 기간 동안 모든 공연을 뒷받침할 무대, 조명, 음향팀도 문화재단의 자체 인력으로 구성되어 이번 국제 음악제는 고급 국제 콘텐츠 쇼핑이 아닌 순수 메이드 바이 이천문화재단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심 속 자연 힐링'...갤러리아 광교 'Dancing Glow' 전시회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힐링 공간’이 펼쳐졌다. 갤러리아 광교점이 추석명절을 맞이해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하는 ‘댄싱 글로우(Dancing Glow)’ 전시회가 22일 시작된 가운데 현장은 ‘역동성’과 ‘생명력’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이번 작품 전시는 ‘댄싱 글로우(Dancing Glow)’를 주제로 국내 유명작가의 작품이 1~3층과 10층에 진열됐다. 1층 정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에는 남지형 작가가 꽃잎을 재해석해 춤추는 인체의 형상으로 만들어낸 <축적된 꽃잎> 작품이 전시됐다. 하늘, 분홍, 노랑의 역동적 형태의 사람모형이 빨간 하트를 들고 선 모양은 공간에 역동감을 더했다. 바로 이어진 2층에는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과 같은 형상에 빛을 머금은 유동성이 표현된 진귀원 작가의 <Gemstone tower>가 전시돼 있었다. 무지개빛의 형형색색 조각품은 공간에 생기를 더했다. 3층에는 이번 전시의 메인인 이혜임 작가의 개인전 <치유의 숲(Healing Forest)>이 펼쳐졌다. 3층 루프에서 구름광장까지 30미터 정도 길이의 공간에 이혜임 작가의 작품 스무점이 풀과 꽃 등 조경과 마치 숲길처럼 펼쳐져 투명한 바깥 도심과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 자연이 나타났다. 빨간 배경에 얼룩말, 캥거루 등 동물이 어울러진 작품은 활기를 더했다. 길을 따라 이어진 곳엔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 메인 작품 <님 마중>을 사이로 포토존과 여러 작품이 좌우로 전시됐다. 왼편엔 작가의 대표 작품인 <숲>을 주제로 한 작품이 두개가 나란히 배치됐는데 하나는 원작을 판화로 한 것이고 바로 옆은 작품 ‘숲’에 이혜임 작가가 본인의 다른 작품들 속 ‘나비’ 등 특정 요소를 AI를 통해 접목시켜 만든 것이다. 메인 작품인 <님 마중>에는 얼룩말과 기린 등 동물의 다양한 사랑을 인간사에 담아 표현했고, <보금자리>에 담긴 양을 통해 자연과 동물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나타냈다. 이 작가는 “모두가 부담없이 휴식을 취하며 어린 자녀부터 어른까지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며 행복함과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모두가 지치고 힘든 시기에 역동성, 자연, 생명력을 담은 이번 전시가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자녀에겐 통통튀는 자연과 동물이 도심 속 숲을, 지친 어른에겐 휴식이 되어 추석 명절을 맞이해 가족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욱진 예술세계의 재구성…‘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 난 그림에 나를 고백하고 나를 다 드러내고 나를 발산한다. 그리고 그림처럼 정확한 놈이 없다.” 진솔한 자기고백으로 평생을 창작에 전념했던 장욱진은 수공업 장인처럼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렸고, 때로는 해탈한 도인처럼 세상을 응시했다. 그런 그가 자주 읊었던 ‘나는 심플하다’는 ‘나는 정직하다’, 즉 앞과 뒤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그는 예술과 일상을 일치시켜 한결같은 자세로 삶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 장욱진 서양화가의 예술 세계를 총망라해 재구성한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 14일부터 개막해 주목받고 있다. 장욱진의 전시는 이미 지역별, 활동 시기 등에 따라 작품이 분류돼 많이 전시돼 왔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이러한 기존의 장욱진 전시들과 다르게, 일제강점기나 학창 시절 등 조명 받지 못했던 지점들을 발굴하면서도 그의 생애를 연령대로 세분화해 접촉 기회를 늘리는 시도로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1920년대 그의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 때까지 60여년을 그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돌아보는 이번 회고전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장욱진 개인전이며 작품뿐 아니라 사진, 표지화, 유품 등 아카이브도 구축해 그의 예술을 둘러싼 미술사적 가치의 외연을 확장하는 교류의 장이다. 전시는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2부는 그의 조형 의식을, 3~4부는 그의 주제 의식을 살펴보는 시간이다. 1부에선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 시기에 주목했다. 청년기의 그는 민화나 토기 백자 등의 모티프로 향토색이 느껴지는 작품을 그렸다. 이어 30~40대를 거치면서 그는 명도와 채도 대비를 활용해 시각 요소를 인식하는 과정에 변화를 줬다. 40~50대의 장욱진은 기호화된 형태나 원근법의 공간적인 특성을 지워내는 시도를 보여줬다. 그가 추구한 독창적인 한국적 모더니즘의 유기적인 사조 변화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어지는 2부는 장욱진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의 중요성, 더 나아가 그 소재로 장욱진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자세히 탐구하는 자리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까치와 나무, 해와 달, 집, 가족 등의 모티프에만 평생을 집중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처럼 일관성과 지속성으로 대변되는 그의 그림이 오랜 기간 생명력을 뿜어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자유롭게 재료와 소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변화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60여년 동안 각각의 작품에서 하나 같이 색다른 구도와 파격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점도 주목하면 좋다. 이어지는 3부 섹션은 그와 종교 사이 접점을 다룬다. 불교 주제 회화나 먹그림, 목판화 선집 등으로 장욱진의 정신적 바탕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4부는 1970년대 이후 노년기를 살피는 자리다. 얇아진 색층, 수묵화나 수채화처럼 맑게 스며드는 물감의 효과 등이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가 절묘하게 배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타계 두 달 전 그렸던 ‘밤과 노인’은 사람이 둥둥 떠다니고 형체의 경계가 흐려지는 등 시공간을 초월하는 기묘한 인상을 뿜어낸다.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몇 가지 소재로 1천여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장욱진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미술사에 독자적인 양식으로 우뚝 서는 궤적을 남겼다”며 “그는 예술가로서 느끼는 고뇌와 현실에서 겪는 저항들을 성실한 작품 활동으로 보여준 꾸밈 없고 솔직한 사람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2024년 2월12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 가을 숲에서 '시'를 노래하다, '포레포레'

‘시’를 주제로 동심의 세계로 떠나는 문화 공연이 가을 숲에서 펼쳐진다. 경기문화재단은 오는 23일 올해 마지막 포레포레를 개최한다. 공연, 플리마켓, 시네마, 백일장 등이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선 가을의 어린이날을 만끽 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리는 ‘포레스테이지’는 사색의 동산 너른 잔디밭에서 진행되는 피크닉 콘서트 프로그램이다. 서울예대 악기연주 동아리 ‘브레멘 음악대’의 ‘음악동화극’, 정은진 작가의 동화 그림책 놀이, 서울예대 아동청소년극 교과 우수팀의 ‘동화마을 이야기 보따리꾼’ 등 동화나라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랜드’ 공연이 이어진다. 또 서울예대 실용음악 전공생 이서현의 포레 뮤직 콘서트, USW 챔버 앙상블, USW 성악 앙상블의 ‘시소(시&소리) 가족 클래식’ 등 아름다운 동요와 가곡을 만나 볼 수 있다. ‘포레마켓’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색의 동산에서 플리마켓으로 열린다. 경기상상캠퍼스 입주단체를 비롯한 경기도 소상공인이 함께하며 업사이클 소품, 패브릭 공예 등 아이디어가 가득한 핸드메이드 창작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같은 공간의 ‘포레놀이터’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아이디어 소품을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된다.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업사이클링, 도자기 핸드페인팅 체험까지 축제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플레이 포레’에서는 ‘포레 그림 Green’, ‘포레 보드게임 카페’, ‘포레 트리 만들기’ 등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시 백일장 ‘포레백일장-꿈꾸는 시인’에선 행사장을 찾은 누구나 백일장에 참여할 수 있다. 일반, 중·고등부와 어린이부로 나뉘어 현장에서 접수하며 수상자를 선발해 상장과 도서 상품권을 전달할 예정이다. 가족이 함께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공간1986 멀티벙커에서 영화 상영회 ‘포레시네마’를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의 ‘마당을 나온 암탉’, 오후 1시부터 오후 2시40분까지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동화 ‘빨간 모자의 진실’을 상영한다. 지지씨멤버스를 통해 사전예약 하면 된다. ‘포레먹거리’에서는 파스타, 피자 등 취향대로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는 푸드트럭 존과 취식 존이 운영된다.

가을밤 수놓는 클래식의 향연…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Ⅸ’ 외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한다. 경기아트센터, 부천아트센터 등에서는 매혹적이고 서정적인 선율의 클래식 음악으로 다채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로 낭만적인 가을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먼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다음 달 21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Ⅸ-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오페라와 현대음악에 강점이 있는 인천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이병욱이 지휘를 맡는다. 또 폭발적인 터치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이래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평가받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가 1번 교향곡을 실패한 뒤 우울증에 걸려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하다가 이를 극복하고 10년 만에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행복과 불행, 사랑과 아픔, 절망과 희망 등 그의 모든 삶이 투영돼 있으며, 라흐마니노프는 이 작품으로 두 번째 ‘글린카 상’을 수상했다. 특히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노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 곡은 러시아 피아니즘 특유의 큰 스케일과 고난이도 기교가 두드러진다. 곡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우울하면서도 낭만적인 정서를 박종해가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오는 20일 오후 7시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는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 With 손열음’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8년 내한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는 2007년 창단한 이래로 독일 서남부 지방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좌측). 피아니스트 손열음(우측). 부천아트센터 제공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겸 예술감독인 핀란드 출신의 ‘젊은 거장’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은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정통 독일 사운드와 광범위한 레퍼토리 소화력을 보여주는 손열음의 깊이 있는 연주가 자아내는 시너지를 만끽할 기회다. 무대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드레스덴 버전)’,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F장조, Op.90’뿐 아니라 손열음과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가 함께 선보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d단조, Op.30’이 준비돼 있다. 이어 수원시립교향악단도 제287회 정기연주회를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개최한다. 곡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내는 지휘로 명성을 떨친 정치용 지휘자가 이끄는 이번 공연에서 수원시향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인 브루크너의 열 번째 교향곡이자 그를 상징하는 최고의 걸작인 ‘교향곡 제8번 C단조’를 통해 규모와 깊이를 동시에 전달하는 사운드의 향연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브루크너가 초고를 완성한 이래로 나왔던 수많은 판본 가운데 1890년 노박 판본을 연주한다.

눈의 춤사위를 담아낸 엄효용의 ‘Auspicious Snow’

평범한 일상과 자연, 사물이 신비로 다가온 어느 순간을 프레임으로 특별하게 담아내는 엄효용 작가가 이번엔 겨울을 담았다. 엄효용 작가의 개인전 ‘Auspicious Snow’가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고공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눈을 주제로 한 신작과 그의 기존 작업 중에서 겨울나무 이미지들만 모아 엮었다.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길 기다리는 엄 작가는 마치 한 편의 교향곡에 맞춰진 듯한 눈의 춤사위를 보고,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낸 눈을 모았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눈송이들과 포근한 겨울나무 이미지들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눈밭 위에 서 있거나 눈으로 덮인 겨울 나무들의 이미지는 따뜻함 그 자체다. 개인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신작들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던 기존 작업 방식을 탈피해 사진기의 기본 기능만으로 사진을 찍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이 본래 가진 낭만은 엄 작가의 작품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찰나의 순간에 포착된 눈송이들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차가운 겨울의 눈을 가득 메운 전시장엔 훈기가 돌고 위로의 향연이 이어지는 듯 한 이유는 엄 작가의 사진에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시는 무료이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4일간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고공 갤러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발적인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를 조명하다 [전시리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의 후기작을 조명하는 개인전 ‘Gesamtkunstwerk : 총체예술’이 지난 5일부터 과천 K&L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3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나 지난해 타계한 헤르만 니치는 도발적인 행위 예술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물의 사체에서 모은 피를 사람에게 뿌려 몸을 적시거나 벽과 바닥에 흩뿌리고, 그 사체를 육체에 맞대는 등 기괴한 퍼포먼스로 화제의 중심에 있던 예술가였다. 그의 퍼포먼스는 과장된 몸짓이 동반되는 연극처럼 보이면서도 엄중한 종교 의식 같기도 하다. 이때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면모나 원시적인 야만성이 표현되는데, 니치는 이를 두고 부정적인 고통의 영역 대신 지금 여기 우리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축제’로 여겨왔다. K&L 미술관의 개관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후기에 제작된 작업물에 집중한다. 니치는 음악가 바그너에게 영감을 얻어 퍼포먼스와 페인팅을 비롯해 조각과 판화, 작곡과 연주 및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종합한 총체예술 작업들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의 제목 역시 그로부터 비롯됐다. 1층과 2층 전시장에선 색의 향연이 돋보이는 ‘Schüttbild’ 연작 8점과 해당 작품의 퍼포먼스 제작 영상, 타계 직전까지 그렸던 드로잉 작품 20점, 그의 예술관이 묻어나는 판화 20점 등을 만날 수 있다. 니치는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의 연쇄를 통해 속박됐던 감각들을 자유롭게 해방하고자 했다. 그 때문인지 욕망과 수치심에 갇혔던 관객들의 내면을 자유롭게 일깨웠던 그의 지난날 작품들과 신화적인 요소와 상상의 무대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후기 작품들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에 접목한 대형 회화 연작 ‘Schüttbild’는 1천ℓ가 넘는 물감을 흩뿌리면서 여러 명의 퍼포머들과 함께 다채로운 액션을 곁들여 음악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피아노가 배치된 전시 공간 한가운데에선 퍼포먼스 제작기 영상도 재생되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업뿐 아니라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서 그가 어째서 매체를 융합하고, 표현법을 연구했는지 각자만의 답을 찾아간다. 2층에선 각종 드로잉과 판화 작품들이 맞이한다. 육체와 혈액, 생명과 죽음 등과 맞닿은 붉은색과 검정색을 수십년간 활용했던 니치는 1990년대부터 색의 사용 범위를 보라색, 노랑색, 녹색, 흰색 등으로 넓히면서 종교와 신화 요소를 곁들여 작품을 표현해냈다. 미술관을 찾은 40대 관람객은 “헤르만 니치가 가 젊었을 적 지속했던 원초적인 색상이 지배했던 세계, 육체가 마주하는 죽음과 고난의 순간들이 과연 2층의 작품들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음미해볼 수 있어서 더욱 색달랐다”고 밝혔다. 김지예 K&L 미술관 큐레이터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예술 개념을 구축했던 헤르만 니치의 실험 정신, 바그너가 빚어낸 총체예술의 심오함과 혁신성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획”이라며 “향후 미술관을 시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30일까지.

경기민예총, 제22회 경기민족예술제 “안녕! 지구” 16~17일 펼쳐

(사)경기민예총은 대표 문화예술 축제인 ‘제22회 경기민족예술제’를 오는 16~17일 이틀 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연다.  올해 예술제는 경기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이 시민과 만날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와 기후위기 등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사)경기민족굿연합의 전통예술인 60여명이 출연해 경기도의 맑은 샘물을 모아 기후위기 극복을 소원하는 개막공연 ‘경기샘굿’을 시작으로 음악, 뮤지컬, 전통춤, 현대무용, 마임 등 다양한 장르 11개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콘서트’가 양일간에 펼쳐진다. 청소년과 청년예술인들로 꾸려진 무대인 ‘청춘예찬’ 프로그램은 락킹댄스, 첼로공연, 국악공연, K-POP댄스, 청년버스킹이 축제 첫 날 밤을 수놓는다. 미술인들은 ‘미술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미술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야외 걸개그림전, 환경미술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문학인들은 ‘문학산책’을 통해 다양한 책수레놀이터, 책살롱 쉼터, 필사체험, 캘리그라피 체험, 디카시 공모 등 다양한 문학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예술체험과 경기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생태체험 부스를 통해 가족단위의 참여와 즐길거리도 준비되며 이번 체험을 통해 생태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폐막공연은 17일 오후4시 발광엔터테인먼트의 민족무예 택견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시작으로 이등병의 편지의 작곡자 가수 김현성의 노래공연, 가수 손병휘가 이번 예술제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 ‘기후위기시계 23:56:41’이 이어진 후 경기민족굿연합과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꾸리는 대동놀이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예술제의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덕규 (사)경기민예총 이사장은 “이번 경기민족예술제는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생명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에 배치하였다면서 부제인 ‘안녕, 지구!’라는 타이틀에 맞춤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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