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수원월드컵재단, 성악가 폴포츠와 ‘작은 음악회’ 성황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월드컵재단)이 14일 경기도수원월드컵스포츠센터에서 개최한 가을맞이 ‘2023 빅버드 그라운드 마켓 파이널-작은음악회’에 300여명의 관객이 모여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이번 행사에는 경기도 민선8기 공약인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실천을 위해 영국의 쇼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우승해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폴포츠의 재능기부 공연을 시작으로, 소프라노 박다미, 경희대 문무 태권도시범단, K-POP 보컬 김수빈의 재능기부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폴포츠는 지난 2017년 수원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K리그 수원 삼성 홈 경기에도 재능기부 공연을 펼친 이후 이번 ‘2023 나눔문화행사 작은음악회’에서도 무대에 오르며 월드컵재단과 인연을 이어갔다. 함께 마련된 부스 체험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지속가능한 경기’를 만들기 위한 친환경 코르크 체험부스가 운영됐다. 지난 7월 월드컵재단과 코르크마개 재활용사업 공동참여 업무협약을 맺은 ㈜에스빌드와 수원 내 글로벌호텔 5개사가 코르크마개 모형 전시, 코르크 쌓기 게임 등을 진행하며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에 앞장섰다. 앞서 월드컵재단은 야외에서 의류·육아용품서적 등을 나누는 중고 장터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교환하는 핸드메이드존에 다양한 문화공연, 체험프로그램이 결합된 행사를 계획해지만 우천이 예보되며 실내에서 하는 작은 음악회와 성악가 폴포츠 팬 사인회로 변경했다. 이민주 월드컵재단 사무총장은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시작된 빅버드 그라운드 마켓이 어느덧 7년째를 맞았다”며 “올해 나눔문화행사는 친환경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앞으로도 재단은 도·시민과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3. 소마킴 작가

지난 6일부터 수원화성 창룡문 일대가 빛으로 물들고 있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에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 소마킴 작가는 과연 1795년 화성행차에 얽힌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소마킴 작가는 사운드와 비주얼 요소를 매만지며 매체를 허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각과 청각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 즉각적인 교류뿐 아니라 사람이 공간에 녹아들거나 공간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을 이리저리 굴려보는 데에도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창룡문을 캔버스 삼아 작업하는 일은 도전이었다. 평소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를 즐겨 활용했던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에 있어 다양한 시도들을 모색하려고 했다. 그는 “실질적인 제작 기간보다 사전 구상 단계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썼다”며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소마킴 작가의 ‘자취 Trail’은 과거의 잔치를 현대로 불러오기 위해 행행의 자취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행행을 준비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모든 이들이 각자만의 설렘을 안고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제가 그 시대를 살진 못했지만, 정조가 백성들과 교감의 폭을 넓히려고 했다는 점에 착안했어요. 새로운 관계를 맺고 타인과 접촉하는 데 대한 설레는 마음을 모두가 품고 있었겠다 싶었죠.” 이어 그는 “평소 페스티벌, 파티, 전시공간과 무대 등지에서 늘 사람들과 만났던 경험 덕분인지,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 동시대 현대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처럼 느껴졌다”며 “그런 마음들을 표현하려다 보니 제가 해왔던 모노톤, 채도가 조금 빠져 있던 작업들보다는 훨씬 밝고, 원색 위주로 색채감이 넘실대는 작품이 구현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손을 거친 창룡문은 면 요소로 채워질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천과 같은 요소를 다루는 데 있어 작가는 추상적으로 엮일 때 발산되는 운동감 등에 집중했다. 관람객들이 무작정 해석하는 대신 감각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정조가 행차할 때를 떠올렸다. 깃발이나 사람들이 입은 옷깃 등 수많은 천이 교차하고 맞대다가 스쳐가는 광경 말이다”라며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요소를 이미지화할 때, 천들의 움직임이 주는 무용적인 요소 등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가 매체를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맞닥뜨리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게 있다. 사람들이 실험적인 예술을 무작정 어려워한다는 일종의 편견들이 그저 오해였다는 것. “현장에서 작품을 통해 만났던 많은 이들은,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다루는 등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어도 정말 잘 만든 결과물이라면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좋게 반응해줬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작업에 이어서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간을 연결하고, 각자의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는 작업들을 이어가면서 공감대 확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소마킴 작가는 “이번 미디어아트 작업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 저에게도 도전이었지만, 저의 세계가 사람들 각자의 삶에 침투하는 방법을 다채롭게 고민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고 전했다.

전성규 개인전, 31일까지 서울 베카갤러리서 열려

전성규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베카갤러리(대표 이수진)에서 열린다. 작가의 회화는 ‘실체성’, ‘본질’, ‘생명’ 같은 철학적 난제들이 재소환된다. 작품은 구불구불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들의 연속과 중첩으로 표현됐다.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은 전성규 작가의 작품을 두고 “대체로 푸른 색조를 띠는, 일정한 굵기를 유지한 채 캔버스 전체를 돌아나가는 선들은 에너지의 순환이자 통로”라며 “작가의 작품에서는 ‘삶 이전과 이후의 시간적 순환’, ‘생명의 통로’ 등 ‘보이지 않는 통로’로 설명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소통 단절을 야기해온 서구 문명과 문화가 봉착한 가장 큰 장애물과 마주하는 이야기라 감각적 서사에 익숙한 감상자에게는 도전적인 해석자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모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규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DFA, RMIT 대학교(호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는 문예진흥원, 모란 갤러리, 사디 갤러리 등에서 30여회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외 단체전에서 400여회 초대되었으며, 2019 올해의 작가상, 2019 국회의장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제19회 수원합창제, 화합의 하모니로 가을하늘 물들인다

하나되는 화합의 하모니로 가을밤을 물들이는 ‘제19회 수원합창제’가 14일과 15일 양일간 수원 SK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열린다. 수원시음악협회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합창제는 수원시음악협회 합창분과 14개 팀이 참가하는 페스티벌로, 대중들에게 합창이 품은 다채로운 매력을 알리고자 기획됐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우리 함께’라는 기치 아래 소통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각 팀은 뮤지컬, 가곡,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을 선보인다. 그간 협회는 수원 지역의 음악발전을 위해 ‘향토음악제’, ‘초청음악회’, ‘신인음악회’, ‘청소년음악회’, ‘수원예술인축제’, ‘수원합창제’ 등 음악회를 열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온 만큼, 이번 무대 역시 공감과 교류의 장으로 마련했다. 14일엔 수원콘서트콰이어, 영통실버합창단, 수원장로합창단, 경기소년소녀합창단, 수원시우먼콰이어, 경기교사합창단, 수원시니어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이어 15일에는 빅스타남성합창단, 금빛합창단, 수원남성합창단, 수원여성합창단, 광교여성합창단, 수원펠리체코러스, 수원시여성실버합창단이 출연한다. 특별히 이번 공연에선 수원장로합창단과 경기소년소녀합창단, 수원시니어합창단과 수원콘서트콰이어, 수원남성합창단과 수원여성합창단, 빅스타남성합창단과 수원시여성실버합창단 등 두 개의 합창단이 함께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송창준 수원시음악협회 회장은 “이번 수원합창제는 개개인의 다양한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조화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합창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며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기여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합창음악의 매력을 공유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글 매력 알리는 팝아트로 교류의 무대 확장”…이대인 작가

한글 자음 활자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이대인 작가의 개인전 ‘기역양 니은군’이 11일까지 서울 갤러리 달에서 관객과 만난다. 그는 매 전시마다 14개 자음에 각각의 서사를 부여한 뒤 그에 얽힌 사연을 관람객들과 나누고 있다.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특별히 열린 이번 전시에선 시옷(ㅅ)을 토대로 만든 캐릭터 ‘아삵’이 작품 안팎을 오가며 소통의 무대를 만들어낸다. 한글 팝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이대인 작가의 ‘기역양 니은군’은 기역, 니은, 시옷, 이응, 지읒의 초성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각 자음의 초성과 관계된 캐릭터들이 한글을 깨우쳐 사람으로 변신하는 서사를 감각적인 팝아트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광명에 작업실을 둔 이 작가는 만화를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 콘텐츠를 기획하고, 광고업계에서 캐릭터와 브랜드 디자인에 몰두하면서 경계를 허무는 행보를 이어왔다. 다양한 영역에 몸담았기에,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창의적인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샘솟을 수 있었다. 그가 문화콘텐츠 전반을 다루는 영역에 몸담다 보니 신문에 한식 관련 만화를 연재하는 등 접점이 계속해서 생겨났고, 자연스레 한국만의 문화를 찾아나서면서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한글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를 흥미롭게 살려내는 방법에 관한 고민들이 이어졌다. 이 작가에게 한글은 단순한 작품의 소재가 아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캔버스에서 뛰쳐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채비를 마쳤다. 가방, 키링, 스카프 등 패션과 접목하는 등의 시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가 꾸려가는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집중했던 그는 올해 여름부터 처음으로 전시를 개최해 여러 차례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소통의 기회를 창출해내는 그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인 만큼, 진천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수촌 휴게실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휴게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의 작품에는 한글 창제 원리인 하늘, 땅, 사람(천,지,인)이 담겨 있다. 선수들이 치열하게 운동을 하고 난 뒤 휴게실에 와서 그림을 보면서 활력을 얻어가고,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생동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작가는 “고된 훈련에 지친 선수들에게 응원을 전하려는 메세지를 담았다”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좋은 에너지가 부지불식 간에 쌓여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10월 중순부터는 선수촌 곳곳이 그의 염원으로 물든다. 가로등에 걸려 있던 아시안게임 깃발이 이후 작가가 디자인한 한글 패턴이 가미된 작품으로 교체돼 걸릴 예정이다. 그는 “다양한 영역과 매체를 오가며 일했던 경험 덕분에 오히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라며 “한글에 관한 작업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시도하고 협업하고 교류의 기회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MODA 탱고 트리오, 11일 부천아트센터서 ‘Histoire du Tango’ 공연

부천아트센터는 11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특별기획 MODA 탱고 트리오 ‘Histoire du Tango’ 공연을 선보인다. MODA 탱고 트리오는 현존하는 최고의 아르헨티나 탱고 마에스트로 ‘네스토르 마르코니(Néstor Marconi)’가 이끄는 세계적인 탱고 트리오다. 전 세계 유명한 오케스트라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최고의 아르헨티나 연주자 및 앙상블상’ 을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라파엘 진톨리’, 아르헨티나 대중음악에서 가장 인정받는 콘트라베이시스트이자 오랫동안 네스토르 마르코니와 호흡을 맞춰온 ‘후안 파블로 나바로’로 구성됐다. MODA 탱고 트리오가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인만큼 특별 무대도 마련된다. 마르코니의 제자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스승과 함께 꾸미는 듀오 무대를 꾸민다. 오르간이 연주하는 탱고 무대도 열린다. 부천아트센터의 자랑이자 상징적인 오르간이 함께하는 무대를 위해 마르코니가 직접 편곡한 곡을 오르가니스트 박준호가 연주한다. 해설은 ‘클래식 전도사’ 역할을 하며 친숙한 해설을 선보이는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아 즐겁고 친숙한 탱고 공연을 관객에게 알려줄 예정이다. 공연 당일 오후 5시에는 BAC 아카데미도 열린다. 문성욱 예술의전당 영상사업부장이 ‘사랑받는 공연장의 조건’을 주제로 부천아트센터를 포함 전 세계 유수의 공연장이 갖는 특징들을 살펴본다. 공연은 R석 5만원, S석 3만원이며 강연은 전석 2만원이다. 공연과 강연 두 관람권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은 6만원이다.

꾸밈없이 담아낸 시간·장소의 기록…‘산루리 어반스케치’ 수원시립만석전시관서 전시

일상을 아름다운 색채로 진솔하게 기록하는 ‘산루리 어반스케치’ 동우회가 10일부터 15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전시를 연다. ‘산루리 어반스케치’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의 ‘여행드로잉-어반스케치’팀 회원들의 동우회다. 이해균 작가의 지도 아래 주간반과 야간반으로 나뉘어 배운다. 은퇴 후 취미생활로 참여하며 몰입하거나 가정을 돌보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참여하는 등 동우회 회원들은 매주 한 번씩 시간을 내어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어반스케치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산루리(일제강점기 전 수원의 매산동, 교동, 중동 일대의 지명)를 중심으로 재래시장과 골목, 카페 등 자신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반스케치로 담는다. 정겨운 골목, 오래된 가게, 이웃들의 삶의 모습 등 수원특례시 구도심의 아름다운 정경을 지역민과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에는 설정선, 김명숙, 이상범, 이현정, 한진옥, 선효경 등 1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이들이 일상적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순수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마음에 더 따스한 감정을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루리 어반스케치의 지도 강사 이해균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더욱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일상을 찾아내 전시회를 통해 공유하면서 시민과 동행하는 전시회를 추구한다”며 “이는 우리가 사는 동네의 문화유산을 지켜내고 발견하는 스토리텔링의 구축이자 취지, 목적”이라고 밝혔다. 개막 행사는 10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2. 이웅철 작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미디어센터를 빛으로 물들인다. ‘만천명월: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내세운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1795년 화성행차에 얽힌 사연들을 활발한 행보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관점을 거쳐 창룡문의 외벽을 수놓는다.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 두 번째로 만나볼 이는 이웅철 작가다. 그는 조각과 회화를 전공한 뒤 장르와 소재, 기술 영역을 다양하게 오가면서 세계와 이미지, 신체가 충돌하고 교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 왔다. 특히 이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개인 작업뿐 아니라 서정원, 소마킴, 아하콜렉티브 등 참여 작가들 사이의 소통과 조율을 담당했다. 그는 “미디어 파사드 작업은 규모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틀에 박힌 전형적인 결과물을 내놓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점을 의식하면서 “때묻지 않은 신선한 보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젊은 신진 작가들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기획의 방향성과 호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영원의 길 Eternal Road’에서 정조의 내면을 다루는 데 있어 조형 요소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이미지로 재구성했다. 그는 “결국 정조가 걸어간 길을 추상화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초반부 나오는 도상들 역시 결국 길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들”이라며 “낮과 밤의 시간뿐 아니라 사계절이 달라지고 주위의 풍경들이 스쳐가다가도 추상적인 감각을 건드리는 이미지들이 펼쳐지고 교차된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길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계속되니 그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가는 창룡문 외벽이 좁고 길게 뻗어있긴 해도 가운데 아치형으로 뚫려 있는 부근의 넓은 영역을 중심으로 화면 요소를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그는 “지붕과 문, 벽돌 등이 만들어내는 분할 구조 덕분에 이미지를 분리해 투사했을 때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들이 엿보였기 때문에 재밌게 작업했다”고 부연했다. 이 작가는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경계하고 있다. 그는 “예전부터 나만의 색채가 뚜렷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작이나 시리즈로 작품 세계를 이어가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매번 작업이 새롭다”면서 “그때 그때 끌리는 요소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다양한 걸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고 되돌아 보면 나의 색채가 묻어나는 지점들이 분명 보일 거고, 그 궤적이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그의 말처럼 ‘예측 불가’다. 미디어아트 이후 진행될 개인전에서는 이번 작업과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가는 “매 작업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새로운 마음이 기다린다. 언제나 다른 영역을 오가면서 작업을 해온 게 제 활동의 동력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도장'에 역사 담은 이관우 작가의 '응집'

신화는 뜻밖의 사건에서 탄생한다. 적어도 현대미술에선 그렇다. 자괴감에 시달렸던 잭슨 폴록은 충동적으로 캔버스를 작업실 바닥에 눕혀 물감을 들이부었고 이후 액션 페인팅, 추상표현주의로 칭송 받았다.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관우 작가(53) 역시 우연의 발견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가게 됐다. 바로 도장의 발견이다. 과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작업실 인근 폐가에서 목도장을 발견했다. 도시가 개발될 때 폐허로 변한 집터에서 도장을 발견한 그는 이후 특수 재료를 이용해 직접 도장을 만들었고, 도장을 물감처럼 사용했다. 자신이 발견하고 선택한 특수 재료로 만든 개인의 인장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작품의 폭은 점점 넓혀졌다. 굴곡을 이용해 작품을 입체적으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그가 사용하는 도장의 사각 프레임에는 역사의 스토리, 그것을 제작한 작가 자신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작품에 사용된 도장들은 1점당 수천개 혹은 수만개에 이른다.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새겨 만들어 그의 혼이 깃든 도장부터 각종 이야기를 품은 도장까지 작품 한 점을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다양한 문양을 새긴 작은 도장과 전각 수백개를 나무에 붙이는 방식은 그만의 독특한 창작방식이다. 작가와 혼연일체가 된 그의 도장은 사물과 사람을 상징하는 인간미와 정서가 담겨있다. 서양화가에서 국내 최고의 도장작가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이관우 작가의 16번째 개인 전시가 대만 중정기념당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4일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기자와 만난 이 작가는 “최근 10년 간 가장 의미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전시의 주제는 ‘응집’이다. 신작 26점이 그의 사각 프레임 안에서 인류가 역사와 전통을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 또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전각은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틀이 있어 그들만의 리그인 제도권의 문을 열기 어려웠다. 그냥 외롭게 작업했다. 지금도 혼자 길을 가고 있고, 이제는 이게 편하다. 외롭게 작업한 부분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도권에 들어가기 어려워 바깥을 통해 문을 두드리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그의 이야기다. 전시가 열리는 대만 국립중정기념당은 중화민국의 초대 총통이었던 장제스를 기념해 1980년에 건설한 기념관이다. 카우스, 앤디워홀 등 해외유명 작가의 전시를 개최하며 대만의 정치, 역사, 예술을 대표하는 장소로 꼽힌다. 도장과 전각이라는 동양적 소재로 현대적이고 명상적인 세계를 빚어낸 그의 작품이 이번 전시에서도 관객들에게 어떤 영감을 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림으로서만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밝힌 이 작가는 “대만인들이 어떻게 바라봐줄지 기대되고,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데 시너지를 더 얻고 생각도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에프엔지아트 총괄이사 다니엘 김은 “이번 전시는 대만을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인 국립중정기념당에서 가장 한국적인 창작활동을 펼치는 이관우 작가의 개인전이라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수준높은 예술을 해외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전시회 관계자는 “이관우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인 도장은 생명력과 직결된 존재의 흔적으로 사물과 사람을 상징하는 인간미와 정서가 담겨 있어 한국인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그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응집이 사각 프레임 안에 인류가 역사와 전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담았기에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 역사의 강한 결속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원시합 정기연주회 ‘가을의 기억’ 12일 수원SK아트리움서

수원시립합창단 창단 4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가을의 기억’이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지난 1983년 2월1일 경기지역 최초의 전문 합창단으로 출범했다. 한국 창작 합창곡 개발 및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외국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을 초연하는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지역사회뿐 아니라 국내외를 활발히 오가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간 쌓아온 궤적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에선 수원시립합창단의 초대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이상길 지휘자가 다시 지휘봉을 잡아 수원시민들에게 밀도 높은 감동의 하모니를 선사한다. 피아노 연주로는 유아미·유은정 상임반주자가 함께 한다. 포디움 솔리스트 앙상블, 오보에 박수진, 소프라노 색소폰 김수룡, 드럼 윤영준도 무대에 오른다. 1부는 ‘Dark night of the Soul(영혼의 어두운 밤)’으로 시작한다. 현대 합창계에서 주목 받는 노르웨이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올라 야일로가 작곡한 작품이다. 이어지는 순서로는 현대음악 작곡가 스티브 도브로고츠의 ‘Mass’가 연주된다. 스트링 앙상블과 피아노 및 합창으로 구성된 이 곡은 라틴어 가사로 쓰인 미사곡이지만 종교 색채를 느끼기 힘든 대중적인 곡으로 알려져 있다. 2부에선 합창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작곡가 전경숙, 김민아가 윤동주의 시에 서정적인 선율을 붙어낸 합창곡 ‘서시’와 ‘별 헤는 밤’이 준비돼 있다. 이어 세계 각 지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곡들을 만난다. ‘Danny Boy(대니 보이)’, ‘Cantate Domino(칸타테 도미노), ‘Deep River(깊은 강)’, ‘Swing Low(내가 탄 마차는)’, ‘Rejoice(기뻐하라)’ 등이 무대를 가득 채울 예정이다. 수원시립합창단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보내주신 한결같은 성원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내드리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