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각·낸시랭·박세진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di Bobbidi Boo’ [오늘의 전시]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 현대사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현대인들의 갈증을 색다른 예술로 펼쳐내는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르띠앙서울 갤러리(대표 차승희)는 9월 1일까지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의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 di Bobbi di Boo’ 전시를 개최한다. ‘비비디 바비디 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요정 할머니가 마법으로 신데렐라를 아름답게 변신 시켜주며 외치는 주문이다. 생각과 소망을 이뤄주는 요정 할머니의 주문처럼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가질 수 있도록 전시는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포착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신작을 포함한 페인팅과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김봉각 작가는 어린 시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이후 대상에 대한 기억을 선으로 회상한다. 이에 김 작가의 작품 배경은 ‘선’이다. 선 사이를 일종의 ‘틈’으로 인식하고, 실제 틈 사이로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잔상을 표현했다. 작가는 인물과 장면을 분할된 여러 선과 중첩된 형태로 재해석 한다. 출퇴근 시간 목격한 사람들의 무기력한 순간에서 일상에 대한 강박과 불안한 감정을 무질서한 선과 불규칙적인 색채로 풀어낸다. 수차례 선들이 반복되며 구성된 이미지들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의 틈을 보여주며 ‘이탈 다수’라는 작가만의 표현방식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고요한 순간들, 혹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은 금기를 의미하는 터부와 천사 또는 사탄을 의미하는 요기니가 더해져 영생을 의미하는 고양이 ‘터부요기니’를 선보여왔다. 작가는 어린이의 얼굴과 만화 캐릭터들을 사용해 인간의 내면의 순수한 세계와 터부요기니를 통해 인간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의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하며 새로운 예술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박세진 작가는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형태의 박스와 땅콩 모양의 눈을 지닌 현대인을 ‘BOXPEANUT’으로 표현한다. 현대인의 갈등과 갈증을 대변하는 또 다른 자아로서 작품에 녹여냈다. 박스피넛은 유일한 감각기관으로 눈만을 지니고 디지털 가상 속을 은유하는 박스 안에서 갇힌 대중을 나타낸다. 밝고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박스피넛은 가상의 공간에서 판단력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인간과 현대사회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차승희 아르띠앙서울 대표는 “전시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 di Bobbi di Boo’는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 작가의 사회에 대한 시선과 고민을 작품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으로 풀어낸다”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가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리아킴의 ‘재즈’부터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까지…낭만 가득 9월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월드클래스 뮤지션 마리아 킴의 재즈 공연부터 1세기가 지나도록 사랑받는 클래식의 정수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까지 9월 첫 주 낭만 가득한 음악이 가을의 문을 연다.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6일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마리아킴 콘서트–재즈 IN 뉴욕’ 공연을, 7~8일 양일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을 개최한다. 먼저, 한국 대중음악상과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자리하고 있는 마리아 킴의 음악이 관객을 맞이한다. 올해 재즈의 본고장 미국과 호주, 중국 등에서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마리아 킴은 국제 무대에서 선보인 자유로운 표현력의 퀸텟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24 수원SK아트리움 하우스콘서트 시리즈의 첫 공연으로 마리아 킴의 대표곡과 뉴욕 재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피아노와 보컬은 마리아 킴, 베이스는 전창민, 드럼은 최보미, 기타는 준 스미스, 색소폰은 이용석이 무대를 꾸린다. 티켓은 전석 2만 원으로 수원SK아트리움 및 인터파크 티켓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새빛톡톡, 학생, 임산부, 보훈 등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어 7~8일엔 시대를 초월하며 사랑받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의 서정적인 음악이 가을밤 낭만을 전한다.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에는 K-클래식의 선두 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폭 넓은 감성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함께 연주를 펼친다.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이자 국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성 서울대 음대 교수가 지휘를 맡는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가 작곡한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그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며 그의 깊이와 밀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100년이 넘도록 연주되는 곡인 만큼 시민에게 친숙하고 고전적인 연주가 펼쳐질 예정이다. 음악사에서 후기 낭만주의 대표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황홀한 선율을 선사한다. 해당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순수예술을 통한 전국 공연장 활성화 사업 선정작으로 청소년 또는 학생 할인 40%, 다자녀 또는 임산부 50% 등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수원SK아트리움 관계자는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며 “마리아킴 콘서트와 뒤이은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클래식 미래 밝힐 인재들의 대장정…제9회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단의 저변 확대와 클래식 미래를 밝힐 예비 음악도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꿈의 무대’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가 경기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수원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 10일부터 경기도 내 7개 도시에서 전국 31개 청소년교향악단의 무대가 경기아트센터, (사)한국음악협회 경기도지회(경기도음악협회) 주최의 제9회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에서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9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는 2016년 개최 이래 8천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국내 최대 클래식 무대다. 청소년 음악 인재들이 무대 경험을 통해 기량을 펼치고 클래식 연주자로서 자긍심을 고취하는 음악 인재 육성의 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경기, 서울, 인천, 강원, 대구, 경남 등 지난 6월 사전 심사를 통해 선정된 전국 각지 유수의 청소년 교향악단 31개 팀은 10일 김포를 시작으로 이천, 군포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이어 청소년 인재들은 24일 고양, 25일 의정부에 이어 다음 달 7일 화성에서 각각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두 달 간의 대장정은 다음 달 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마무리된다. 이날 공연에는 비바챔버오케스트라, 중랑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평촌청소년오케스트라, 대구소년소녀관현악단, 수원시청소년교향악단이 무대를 선보인다. 김형걸 경기도음악협회 부회장은 “대한민국 청소년 교향악축제는 꿈과 열정이 가득한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화 축제”라며 “내년 10주년을 맞이해 해외 유수 청소년 연주단체를 초청, 특별 연주 및 합동 연주를 통해 세계 유수 청소년들과 교류가 가능한 기회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비예술의 경계…주앙 시몽이스 첫 한국전 ‘in Repose’展 [전시 리뷰]

헨리 플린트는 1961년 자신의 짤막한 글에서 개념 미술을 ‘무엇보다도 개념을 재료로 하는 예술’로 정의했다. 음악의 재료가 소리이듯 개념 미술은 언어(language)를 소재로 한 예술의 한 종류다. 미술관에 덩그러니 오브제 하나가 놓여있어 관람객에게 ‘예술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난해한 작품을 떠올리면 된다. mM(엠엠)아트센터가 오는 9월1일까지 선보이는 주앙 시몽이스 개인전 ‘인 리포즈(in Repose)’도 관객에게 이 같은 당혹감을 선사한다. 그는 1996년 파리 현대미술관 초청으로 작품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 중인 포르투갈 작가다. 2012년엔 포르투갈을 대표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주한 포르투갈대사관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첫 아시아 개인전인 동시에 한국에서의 그의 첫 예술 실험이다. 사방이 거대한 철판으로 둘러싸인 350㎡ 규모의 거대한 전시실에 들어서면 빔프로젝터 하나가 놓여있다. 그가 수년간 작업한 내용이 담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전원이 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명이 ‘인 리포즈(휴식 중)’인 이유다. 개념 미술은 형태와 색, 재료로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그 자체가 예술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영상을 상영하면 예술이 되지만 상영하지 않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다. 더 넓게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물론 시각적 요소를 넘어선 철학적 영역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도 경기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예술인지 아닌지 관객에게 의문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관객 역시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혹자는 예술이 아닌 장난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으로서 의미를 유추하려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결과에 도달하든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해석을 찾는 과정에 참여하고 작가와 모종의 소통 관계에 도달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번 전시는 나와 대중이 나누는 대화”라고 했다. 특히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느낄 의문은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작가이면서도 관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예술인지 아닌지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95년 관통한 우리네 삶 이야기…시민 손에 재탄생한 노작 홍사용의 연극 ‘제석’

“이것이 우리 집의 섣달그믐이다….” 95년 전 희곡이 시민의 손에 의해 재탄생했다. 1920년대 후반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를 하는 한 몰락한 양반 가문의 이야기는 2024년 우리네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고달픈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웃음’일터, 21세기 시민이 그린 연극 ‘제석’은 애달픈 서민의 이야기를 밝고 유쾌한 한바탕 웃음으로 풀어냈다. 2024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모든예술31’에 선정된 노작 시민극단 산유화의 ‘제석’이 오는 17일과 18일 양일간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에서 개최된다. 작품은 부제 ‘노작의 길을 걷다’에서 드러나듯, 노작 홍사용 선생을 기리며 그가 1929년 집필한 희곡 ‘제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 100여 년 전 희곡, ‘시민’이 이어낸 과거와 현재의 삶 노작 홍사용(1900~1947)은 일제 강점기던 1920년대 초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로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봄은 가더이다’ 등을 저술한 시인이다. 화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기미독립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이후 화성으로 귀향해 문학 창작에 몰두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화성에는 그의 호를 딴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결성, 노작홍사용문학관 소속 노작 시민극단 ‘산유화’는 과거 노작 선생이 그의 동료들과 조직한 극단 ‘산유화회(山有花會)’의 뜻과 정신을 이어받았다. 선생은 시라는 장르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손수 희곡 작품을 쓰고, 직접 출연하는 등 생전 희곡이나 연극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받쳤다. 한 세기가 흘러 노작 선생의 꿈과 열정은 그의 활동무대였던 화성을 중심으로 삼아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등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 순수 시민극단이자 지역 극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 한 가족 앞에 나타난 ‘도깨비’ 노작 선생의 ‘제석’은 자녀가 쓴 외채로 인해 몰락한 양반 출신 가족의 섣달그믐을 배경으로 한다. 누구는 설빔을 맞추고, 동네는 떡방아 찧는 소리로 요란한 때 이 가족에겐 정산하지 못한 방세를 받으려 집주인이 찾아오게 된다. 극단 ‘산유화’의 작품 줄거리는 이러하다. 1920년대 후반, 몰락한 양반 가문의 노인 김정수는 설을 보내기 위해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하는 큰아들 인식의 집을 찾는다. 한때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노인은 작은아들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유학까지 다녀온 인식이지만 밥벌이조차 만만치 않고, 밀린 방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에게 돈을 빼앗기다시피 한다. 가족 모두가 기다리던 인식은 온종일 바깥을 돌아다니며 겨우 돈을 마련하지만, 그마저도 외상값으로 내어주고 만다. 애달프고 슬픈 이야기지만 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고 가벼우며 유쾌하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황이선 감독은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산유화의 작품에서 특별한 점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도깨비를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원작 ‘제석’에서는 무대 배경으로 설정된 구들, 창문, 문, 인두(화로)를 물건에 깃들어 인간사에 관여하는 도깨비로 의인화했다. 원작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무대를 찾은 관객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지 관전 요소다. 이남우 노작시민극단 산유화 단장은 “우리에게 도깨비는 전통적으로 집을 보호해 주고, 수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도깨비가 가족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지,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1929년 作, 소시민의 삶 크게 달라지지 않아” 95년 전 희곡 연극 ‘제석’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단장은 “1929년 시대의 모습과 2024년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29년에 쓰인 작품인데, 원작에 나타난 셋방살이의 모습이나 부동산 등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며 “그 속에는 절망에서도 ‘바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복절쯤에 공연을 하게 돼 특히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노작 선생으로 인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에게 연극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노작 선생과 그의 작품을 지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돼 뜻깊다”고 덧붙였다. 전석 무료관람이며 예매는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곰돌이 J와 떠나는 이상한 과일나라”…식문화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

“안녕? 나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곰돌이 J라고 해. 나와 함께 이상한 과일 나라로 떠나볼까?” 커다란 공처럼 부푼 레몬에 초록빛과 노란빛이 콕콕 박혀있다. 밝은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색,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둥그런 모양이 잡힌 늙은 호박에는 할머니 집에서 본 것 같은 문고리가 달려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같이 쓰고 버려지는 빨대가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과일과 채소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음식이라는 주제 아래 오감을 ‘말랑’하고 ‘통통’하게 자극하며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경험이 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15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을 선보인다. 총 2부로 구성된 전시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식탁 위 재료인 과일과 채소 등 음식과 식문화 탐구라는 주제를 담았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시작돼 10월6일까지 진행되는 1부 ‘이상한 과일 나라’는 현대미술 작가 정찬부의 빨대를 이용한 다양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파랑, 빨강, 노랑의 화려하고 시원한 색감이 어린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상한 과일 나라’ 전시는 정찬부 작가의 페르소나가 담긴 작품 ‘혼자서 당당히’의 곰돌이 J가 과일 나라로 관람객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벽 한 가운데 마치 바람이 빠진 것과 같은 곰돌이 인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모두 일상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빨대를 활용한 작품으로 주목받는 정찬부 작가는 작품 속에 물체나 대상의 ‘가치’와 ‘쓸모’에 주목한다. ‘혼자서 당당히’는 정 작가의 반려견 ‘태풍’이와 태풍이의 애착 인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정 작가는 “홀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인 ‘나’와 유기견 태풍이, 태풍이와 나를 이어주는 애착인형 세 가지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곰돌이 J는 외롭지 않게, 씩씩하게 과일 나라로 친구들을 안내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길다란 식탁과 같은 공간에 자리한 작품 ‘맛있는 오브제’에는 작가가 좋아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평소보다 다섯 배는 커다래진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사과는 빨갛고, 바나나는 노랗다’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더 나아가 사과가 덜 익었을 때 나타나는 초록빛의 모습, 바나나가 썩었을 때 나타나는 갈색의 모습 등 과일과 채소의 ‘진짜’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피망꼭지에 달린 깃털, 호박에 달린 문고리는 어린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관람객은 빨대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과일 쥬스 만들어보기, 나만의 채소 그려보기 등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말랑 통통 미술관’은 1부 전시에 이어 12월15일까지는 스튜디오 1750(김영현, 손진희)의 2부 전시 ‘미래 반찬 연구소’가 열릴 예정이다.

아동 범죄 예방·안전 메시지 전하는...뮤지컬발레 ‘빨간모자’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단장 김문신)이 뮤지컬발레 ‘빨간모자’를 15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아동범죄예방 홍보와 발레 애호가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 7월 17일 수원시티발레단이 수원중부경찰서와 아동범죄예방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진행하는 공연이다.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빨간모자와 늑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범죄 예방과 안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린이와 시민들에게는 뮤지컬발레라는 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첫 번째 공연은 시설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진행되며 오후 3시 공연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뮤지컬발레의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범죄예방의 메시지와 예술적 감수성이란 나무를 아이들의 가슴 속에 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티발레단은 2005년 김문신발레단으로 출발해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발레공연예술 확산에 노력해오고 있다. 올 2월에는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돼 수준높은 발레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오는 9월 1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극장에서는 ‘해설이 있는 발레 XI’, 11월 29~30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는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12월 28일에는 정조테마공연장 기획공연 ‘호두까기인형’이 예정돼 있다.

“현대인의 자화상, 가시 뽑아낸 선인장의 여정”…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 [전시리뷰]

날카로운 선인장의 가시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비눗방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선인장과 선인장밭에서 살아가는 비눗방울 중 어떠한 삶이 더 불안할까. 홀로 선인장인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옆의 이들(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 반대로 후자의 삶이라면 사방에 자리한 가시에 부딪혀 나라는 존재가 터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는 끝없이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 허구와 실재(實在) 사이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전시는 안양 출신으로 용인과 성남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1997년생 청년 작가 김소영의 예술적 자아가 투영된 ‘Cactoos’라는 선인장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많은 선인장이 하나 있었다. 가시 탓일까. 사람들은 선인장을 피하고,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꼈던 선인장은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치장을 하고, 가시에 쿠션을 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스스로 가시를 뽑아내는 결단까지 하지만 여기에 주어진 사랑은 허상일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선인장이 진정한 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바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15점을 포함한 회화, 영상, 설치 등 2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작 ‘선인장도 가시가 있어야 꽃을 피웁니다’ 시리즈 네 작품은 선인장의 가시가 꽃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때로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와 함께 작가는 원, 톱니, 사선 등 배경 위로 그려진 자유로운 선 속에 현대인의 삶을 함축했다. 길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선이 화면 속에 마치 무질서하게 충돌하고 교차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내며 끝없는 경쟁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의 무한한 ‘연결’을 드러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형광빛 네온사인의 선들은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신작 ‘Who Am I’ 시리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활용한 작품이다. 직관적이며 대비가 뚜렷하고 화려한 색감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에서 SNS 속 허상의 ‘나’를 이야기한다.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된 SNS에서 우리는 남들에게 비치기 위해 내 모습을 꾸미지만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는 모른다. ‘Cactoos’가 나를 찾아 떠나듯 작가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해바라기, 공룡, 악어, 맥주 등 내(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설치 작품 세 점은 바로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인장 캐릭터 ‘Cactoos’를 형상화했다. 3D 프린터 피규어인 ‘SHY(샤이)’, ‘Donggle(동글)’. ‘Hero(히어로)’는 작가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 120도 각도로 전시장 한가운데에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세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인식과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전시에서는 ‘How do you do’, ‘돌고 돌아’ 등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난 선인장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가의 영상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영 작가는 “진정한 나를 인식하고 허구의 세계와 진짜 사이 간극을 극복해, 결국 ‘더 나은 나’를 찾아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며 “앞으로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작품 등 사람들이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는 16일까지.

1세기 前 외국인들의 ‘서울살이’는?...국립민속박물관 공개

국립민속박물관이 100년 전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민속아카이브 자료집인 ‘세브란스 베이비, 아일린 고먼:100년 전 고먼 가족의 서울살이’를 발간했다. 자료집에선 아일린 커리어 여사(1926~2024)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자료 681점 중 사진과 기록, 실물자료 등 281점을 선별·수록해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일상과 사회를 미시적으로 분석했다. 개항 이후 한반도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어떤 일상을 살아갔으며 여가와 취미 생활은 무엇이었을지, 더욱이 서로 다른 문화 배경 속에서 살았던 그들과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어떤 교류를 했는지 등등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자료집에는 한 가족의 일상부터 무도회, 연극 등 당시 외국인들의 특별한 행사와 사교단체 활동까지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사진과 기록으로 담겨 있다. 또한 캐슬린, 패트리샤, 아일린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정체를 두고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화 ‘KAMAPSAMNEDA(가맙삼니다)’, 캐슬린의 한국 생활 회고록 ‘다채로운 나라, 한국’의 전문을 수록해 독자들에게 당시 외국인들의 일상과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26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난 기증자 아일린 커리어 여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아버지 아서는 미국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고, 어머니 캐슬린은 한국에서 음악 교사로 활동했다. 아일린 여사의 언니 패트리샤 또한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패트리샤와 아일린 여사 자매는 유년 시절 서울외국인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다. 하지만 일본의 적대적인 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캐슬린과 아일린 여사는 1940년 캐나다로 이주해야 했고, 오랫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고먼 가족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아일린 가족들이 수집한 사진과 기록, 한국식 가구 등을 영국에서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구문회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민속아카이브 자료의 가치를 조명하고 기증문화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제작했다. 앞으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기증전시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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