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사업의 우수 선정작 두 편을 성남아트리움 무대에 올린다. 예술기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작품성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연극 ‘우정만리’가 8월 17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경기문화재단의 ‘2024 경기예술지원 공모사업’ 선정작으로 올해로 창단 24주년을 맞이한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가 선보이는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작품은 대한민국의 폭풍 같은 근현대사 100년을 헤쳐나간 우편집배원 3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문의 사랑과 결혼,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편지’를 매개로 풀어낸다. 조선 초기 벙거지꾼(현 우편배달부)인 ‘김계동’과 대를 이어 체신국 관리자가 된 계동의 아들 ‘수혁’, 우편집배원이 된 수혁의 셋째 딸 ‘혜주’의 시선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100여 년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랑과 행복, 환상과 현실,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오는 9월 13~14일 양일간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극단 물결의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4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사업’ 선정작이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23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작품은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이 집필한 동명의 초단편 소설을 각색해 남자를 위해 일생을 바친 여인의 삶을 조형미 가득한 신체 언어와 다채로운 미장센을 통해 조명한다. 여인의 아름다우면서도 모순적인 삶에 대한 극 중 배우들의 논쟁이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넘나들며 관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두 공연 모두 관람료는 1만원이다. 예매는 성남아트센터 혹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전화나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이 31일부터 9월8일까지 소극장에서 캐나다 작가 미셸 트랑블레의 1990년 작품 ‘매달린 집(La Maison Suspendue)’을 레퍼토리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 ‘매달린 집’은 1910년대 과거로부터 1990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모습을 담았다.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드라마틱한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중요성을 그려내며, 대가족 중심의 가족이 해체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정체성 혼란과 존재의 가치, 가족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미셸 트랑블레 작가는 시적 문체로 시·소설·연극·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며 캐나다가 사랑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작가는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프랑스어권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다뤄왔다. 이번에 경기도극단에서 제작, 공연하는 연극 ‘매달린 집’도 이와 같다. 각 개인의 삶과 가치, 다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그 안에서 가족이라 통칭돼 불리는 사회규범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박주영 경기도극단 상임연출이 연출을 맡는다. 그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희곡의 텍스트와 인물관계 속에 담긴 그 너머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원작의 섬세하고도 묵직한 감정을 번역한 이선형 번역가와 전영지 드라마터크가 박주영 연출과 공연을 함께한다. 이번 작품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또 경기도내 70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 임신부 및 다자녀 가족을 위해 1층 좌석의 일부를 ‘만원의 행복석’으로 지정해 1만원의 티켓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할인도 제공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웹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사진까지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열린다. 교차공간818은 8월 2일부터 15일까지 박다빈 개인전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을 개최한다. 인간다움이란 개념에 집중해 인간과 기술의 교차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탐구해온 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동명의 신작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 연작을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이 인터넷에 게시한 일상적 글과 사진이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로 활용돼 생성된 이미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AI로 생성한 사진과 실제 인물 사이 닮음의 기준, 웹상 개인정보를 AI가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현상에 대한 위험성 등을 작품에 담았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가 현실이 돼버린 시대 인간과 기술의 공존 가능성과 방향성을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 ‘인간다움’과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 작가는 “미래에 가까운 근미래를 상상한다는 형식으로 엉뚱한 상상일지라도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이런 패러다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상상하다 보면 어렴풋이 정답이 보일 수 있을 것이고 정답이 아니어도 자유로운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땅과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조상들은 오랜 시간 농업의 기반인 땅을 일구며 먹고 살았고 땅 때문에 웃고 울었다. 농경에 대한 조상들의 기록을 그림과 문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국립농업박물관은 흙이 모여 땅을 이뤄 만든 농경지의 오랜 이야기에 주목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이다. 농업의 기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을까. 전시는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땅과 흙의 의미를 담아 총 4부로 구성했다. 농경지에 대한 문자 기록부터 유물, 영상, 사진, 시 등 14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일군 농경지인 진주 대평리 밭을 만난다. 대형 화면으로 마주하는 농경지와 밭 위의 흙 밟는 소리, 촉감. 청동기시대 농경지의 흔적과 흙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를 몸으로 들을 수 있다. 제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땅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선조들의 기록과 회화 작품이 전시됐다. ▲백제시대 대사촌 마을의 농경지 형태와 생산량, 소출량 등이 적힌 ‘백제 촌락문서 목간’ ▲조선 후기 밭을 매매하며 작성한 한글 계약서 ‘밭 매매명문’ ▲부채에 무성하게 자란 벼와 여름철 논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은 흙에서 농경지로 땅을 활용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제2부 ‘땅과 사람’에선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지켜온 과정을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제3부 ‘땅, 먹거리, 재화’는 땅이 농경지로서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된 과정과 한정된 농경지의 소유와 분배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다. ▲조선 후기 토지의 소유 및 활용, 측량에 관한 기록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준 문서 ‘관계(官契)’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토지제도 개선안이 담긴 ‘여유당전서’ ▲농민의 농지 소유권이 최초로 인정된 ‘제헌헌법’ 등의 기록 자료를 통해 경제적 가치의 땅이 가진 여러 함의를 알려준다. 제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한 현대의 다양한 활동을 살폈다. ▲농경지 관리 지침을 널리 알리기 위한 표어 ▲1980~90년대 건강한 흙과 농업생태에 높아진 관심으로 발간된 유기농, 환경농업 관련 간행물 ▲유엔에서 선포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 등이 전시됐다. 전시에선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았던 유물이 공개됐다. 조선시대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노래로 적은 길이 2.3m에 달하는 대형 전형도(田形圖), 중국 시인 왕유가 읊은 농촌 풍경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부채에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가 최초 공개됐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처음으로 명시된 1948년 제헌헌법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의 문이 제각각인 점도 흥미롭다. 조상들은 농경지의 각 모양별로 면적을 구했는데 ‘전형도 절첩본’에는 땅의 모양별로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전시실의 문은 전형도 나온 공식을 반영해 농경지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2000년 이후의 ‘집’을 통해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시 속 다양한 주거 방식과 미학적 삶의 형식을 조명하는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을 과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에서 30팀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58채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이야기를 펼친다. 승효상·조민석·조병수·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조재원 등 중진 건축가, 비유에스·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들은 집을 통해 가족 구성원, 라이프스타일, 기후위기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섹션에는 전형적인 가족 형태인 4인 핵가족에 최적화한 집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춘 집들을 선보인다. 지난 2020년 용인시에 지어진 ‘묘각형주택’이 반려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삶에 최적화한 오각형 평면 주택으로 만들어진 식이다. 이 외에도 아이없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홍은동 남녀하우스’를 비롯해 ‘고개집’, ‘정릉주택&지하서재’, ‘맹그로브 숭인’ 등 동·식물이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관계 맺는 집’에선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구 앞산주택’, ‘써드플레이스 홍은 1-8’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들여다본다. ‘선언하는 집’에서는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을 펼쳐보인다. ‘수백당’, ‘땅집’, ‘축대가 있는 집’ 등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심미적인 측면에 맞춘 특징들을 볼 수 있다. ‘펼쳐진 집’ 섹션에선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농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집짓기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됐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목천의 세 집’, ‘와촌리 창고 주택’, ‘볼트 하우스’ 등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의 이야기다. ‘픽셀 하우스’, ‘얇디얇은 집’ 등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니라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올린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잠시 머무는 집’은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여인숙’, ‘뜬 니은자 집’ 등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잠시 머무는 숙박시설과 주말 주택 등을 소개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며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일까지.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시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주앙 시몽이스 작가(53)가 한국에서의 전시 개막을 앞두고 밝힌 소감이다. 시몽이스 작가는 포르투갈 출신의 개념미술 작가로 미국 에밀리하비재단 객원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다음 달 3일부터 9월1일까지 평택 엠엠(mM)아트센터에서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포르투갈 대사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한국 전시는 황당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전시 장소는 철판으로 벽과 바닥이 이뤄진 거대한 공간인 엠엠아트센터 1전시실이다. 그곳에 그가 여태까지 작업한 내용을 담은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다만 프로젝터는 꺼져 있다. 어떠한 작업 내용도 상영하지 않는다. 전시명도 휴식(repose)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상당수가 단순한 말이나 생각 등 단순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서로 다른 콘셉트를 담은 비디오를 하나의 장치에 담아 단순화했다”며 “결국 틀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개념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문화적으로 완고한 면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완전히 개념적인 예술과 같은 이런 종류의 예술적 실험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을 준비해 갤러리에 프로젝터를 가져다 뒀지만 관객들은 프로젝터 속 영상은 그저 공간에 존재한다고 여길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이 여전히 예술인지 아닌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회화와 영상, 조각 등은 관객에게 작품으로 인식되고 또 친숙하기에 편하게 느낀다. 반면 이번 전시를 본 관객은 ‘이게 과연 예술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의문이 곧 “자신과 대중이 나누려는 대화”라고 했다. 더 나아가 자신도 작품을 보며 관객과 같은 의문에 직면하면서 “관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와 같은 상황으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팔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이런 전시를 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며 “상업 갤러리에선 한 번도 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예술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 오페라로 꼽히며 오랜 세월 대중에게 사랑받은 작품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다음 달 2~3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오페라 ‘세빌리아(세비야)의 이발사’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작품으로 17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벌어진 두 남녀의 사랑과 음모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이야기다. 프랑스 혁명을 부른 역사적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전작이기도 한 작품에는 아름다운 여인 로지나와 그녀에게 반해 마드리드에서 세비야까지 따라온 젊은 백작 알마비바와 한때 그의 밑에서 일했던 하인으로 현재는 이발사로 일하는 만능 재주꾼 피가로, 로지나의 재산을 노리는 나이 든 의사이자 후견인 바르톨로 박사가 등장한다. “지루한 오페라는 딱 질색이야”라는 대사처럼 작품은 시대를 풍자한 유쾌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한 우리네 삶이 투영된 작품의 숨겨진 의미와 의도를 찾는 재미도 더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공연예술 유통 지원 선정작인 이번 공연은 권민석의 힘 있는 지휘와 김숙영의 섬세한 연출로 무대가 꾸며진다. 피가로역에 바리톤 김성결, 로지나역에 소프라노 김순영과 김신혜가 나서며 작품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밝은 선율 속에 한껏 매력을 드러낼 예정이다. 티켓은 수원SK아트리움 누리집 및 인터파크 티켓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며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할인도 제공된다.
안양에 위치한 독립예술공간인 ‘아트포랩’이 지속가능한 미술을 위한 ‘RE: Materials’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아트포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의 후원과 더불어 자체 기획 공모 ‘2024 공간공유 프로젝트 사각지대’를 통해 선정된 작가 1팀(손샛별, 류준열), 기획자 1팀(송윤지, 그린레시피랩)과 내달 4일까지 기획전시를 연다. 기획 공모 부문에 선정된 ‘RE:Materials’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그린레시피 랩’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송윤지 기획자와 김한비, 김현희, 정원, 한이경 작가가 함께 만드는 전시다. 이 전시는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재료 및 매체 연구를 통해 버려진 부산물을 다시 미술 작업으로 끌어오며 미술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편, 아트포랩은 안양시 평촌학원가에 위치한 지역 내의 독립예술공간이자 지역 작가들의 공유 작업실로, 시민 관람객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지나치기 쉬운 공간, 사물이 독특한 시선과 만나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오래된 가구 등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구조물로 탈바꿈하거나, 선박 간 신호 역할을 하는 ‘국제해군기류’에 미학적 고민을 담아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경기도미술관은 독창적인 창작 활동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중진 작가를 조명하는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김은숙, 민성홍’전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작가집중조명’은 경기문화재단이 중진 작가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진행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독창적인 창작 활동을 지속하면서 경기도의 지역성을 발현해 온 중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전시를 통해 밀도 있게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는 ‘경기작가집중조명’에는 두 명의 설치 작가를 선정해 각각의 대표작, 신작, 작업과정 등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 ‘부정이 아닌 시치미, 긍정이 아닌 너스레’가 눈길을 끈다. 벽면에 달린 두 대의 낚싯대 끝에 달린 검정색 비닐봉지는 안에 있는 강아지 장난감을 통해 벽면 여기저기에 부딪힌다. ‘불확실성’을 키워드로 작업을 이어가던 김 작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현대사회에 잠복한 재난과 위험의 징후를 은유적으로 상징화했다. 특히 작가는 떡밥으로 만든 금괴 형상을 작품 한가운데에 놓아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김 작가는 ‘국제해군기류’를 통해 작업을 심화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 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해군기류는 알파벳 26개에 해당하는 문자기다. 작가는 이를 통해 경구나 격언, 성경의 구절을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간다.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가운데 발견한 ‘신호’를 통해 인간의 가치와 삶을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구현해 가는 것이다. 이들 작품들은 평면의 이미지인 듯 보이지만, 작품을 배치한 형상이 영문 점자를 형상화한 ‘비트-윈’, 작품이 벽면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제니 홀저의 11개의 경구들’ 등을 통해 설치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민성홍 작가는 도시 재개발로 인적이 사라진 곳에 남겨진 사물에 주목했다. 가구, 그림, 각종 생활용품을 작업실로 옮겨와 묵히고, 해체하고, 재조합해 구조와 설치를 만드는데, 마치 서로의 경험이 전이되듯 ‘중첩된 감성’, ‘다시락’, ‘드리프트’, ‘스킨_레이어’ 등 여러 연작을 완성했다. 특히 민 작가는 이 같은 오브제에 바퀴를 달아 죽은 듯 자리에 머무른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민 작가의 작업에서 ‘산수화’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때 우후죽순 생산됐지만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남겨진 산수화들을 채집해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표현의 범주를 확장했다. 낙하산에 산수화를 옮겨 놓거나 매트리스에 산수화를 프린트해 넣은 식이다. 민 작가는 최근 오브제에 바퀴를 달아 지상을 맴돌게 한 것과 달리 구조물을 공중에 매달기 시작했다. 작품 ‘순환하는 신체’는 순환하는 힘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데, 작가는 이 과정을 연속하는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로 전시해 실제 구조물과 관람객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은솔 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녹아있는 작가의 삶, 열정, 노력을 느끼길 바란다”며 “경기도에 있는 훌륭한 작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9월22일까지.
‘청호산수(靑湖山水)’ 작업을 이어오는 김종해 작가의 열 여섯번째 개인전이 오는 18일 평택 프리퍼갤러리에서 개막한다. 김종해 작가는 고향 합천의 산천에서 경험한 자연의 특성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맑고 청아한 청색 계열의 산수화를 의미하는 ‘청호산수’를 작업의 주된 방향으로 삼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의 작업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자 아호를 ‘청호(靑湖)’로 삼은 것도 이 지점 중 하나다. 실제 작가의 작업에서 산수화는 풍경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과 조형성에 의해 재구성된다.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기본으로 탁본기법과 배채법, 석판화의 배틱기법, 마블링 기법, 화선지의 구김과 다림질 그리고 건조와 배접, 금분 아크릴을 활용한 색상의 다채로움이 특징이다. 이러한 다채로움을 통해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작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청호산수’라는 새로운 세계를 화폭에 구현한다. 한국만의 서정적인 느낌을 담아내면서 금빛으로 투영된 작가만의 청호산수는 다음 달 13일까지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