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별 발레 변화 한 눈에”…해설이 있는 발레공연 ‘현재를 즐겨라’

어렵게만 느껴지던 발레의 역사와 시대별 진화 과정을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은 오는 1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오후 1시30분과 저녁 7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해설이 있는 발레 ‘현재를 즐겨라!’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발레 문화를 향유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오후 1시30분에 진행되는 첫 번째 공연은 수원시 관내 발달장애인과 뇌경변장애 청소년들을 초청하는 자선공연으로 진행된다. 앞서 수원시티발레단은 지난 2022년 수원시티발레단의 정기공연 ‘현재를 즐겨라!’를 해설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폭넓게 발전시켰다. 올해로 3회차에 접어든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은 장애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이 예술문화를 향유하고, 발레가 대중화 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자선공연에 이어 7시30분 진행되는 두 번째 공연은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번 ‘현재를 즐겨라’ 공연 프로그램은 낭만주의부터 신고전주의, 모던, 고전주의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공연을 발레의 역사적 흐름에 관한 해설과 함께 선보이며 발레의 변천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장에선 ‘발레의 시작’이 된 루이 14세 발레 클래스, 귀족발레를 선보인다. 루이 14세는 1670년까지 모두 27편의 발레에 직접 출연할 만큼 ‘발레 마니아’였다. 스스로를 화려한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다른 귀족들을 들러리로 등장시켰다. 발레가 전성기를 맞은 루이 14세 시대 대표 공연을 표현하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2장에선 ‘낭만주의’로 에스메랄다 4인무 등 시대별 발레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3장에선 해적 그랑파드되, 인형요정 3인무 등 시대별 고전 발레를 4장에선 카르멘, 빈사의 백조 등 신고전주의 발레를 만날 수 있다. 5장에선 현대 무용과 창작발레의 어우러짐으로 끝을 맺는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발레가 시민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고, 많은 이들이 발레의 문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자선공연을 통해 환경에 관계 없이 나눔의 기쁨, 즐기는 행복,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청소년들이 새로운 감수성을 느끼고 개발해, 자신만의 위안을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시티발레단은 2005년 김문신발레단으로 출발,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발레공연예술 확산에 힘써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문예술단체로 등록, 수준 높은 발레공연을 시민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수원시티발레단은 발레 애호가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15일 수원중부경찰서와 협업한 뮤지컬발레 ‘빨간모자’를 통해 발레 감수성 확산과 아동범죄예방 홍보에 동참했으며 오는 11월29~30일에는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12월28일에는 ‘호두까기인형’ 기획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빛 일렁이는 예맥회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빛과 보리의 만남전’

빛과 보리가 만나자 나뭇결이 생동감과 생명을 머금고 일렁인다. 보릿대를 손으로 쪼개 편 다음, 미리 그린 도안에 맞게 접착해 오려내고 조각들을 하나씩 붙여 표면에 칠을 하기까지 사람의 손으로 시작해 손으로 마무리되는 맥간 공예. 만든 이의 정성과 감정, 기분이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작품을 넘어선 고유의 어떤 숨결이 느껴진다. 맥간 공예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예맥회의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빛과 보리의 만남전’이 엘몽끄 카페 갤러리(안양시 병목안로 20)에서 지난 2일 개막했다. 예맥회는 보릿대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맥간공예연구원의 전수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지난 1991년 보릿대로 예술작품을 창시한 백송(白松)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이 전수자 5명과 함께 수원문화원 전시실에서 창립전을 연 이후 전국을 돌며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현재 31명의 전수자들이 수원, 안양, 천안, 청주, 광양에 지회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며 작품 제작기법 전수 및 공예 강좌 등 맥간공예 대중화에 힘 쏟고 있다. 이들은 30여년 이상 외부의 지원 없이 순수 회비로 예맥회를 이끌어오면서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통해 맥간공예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이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보릿대로 만든 공예라는 맥간공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회원들은 각자 다양한 소재를 선택해 맥간공예의 매력을 살려냈다. 작품에선 자연 고유의 소재인 보리의 줄기를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 공예 기법을 합해 만든 독특한 예술장르를 경험할 수 있다. 일렁이는 금빛 빛깔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며 빛의 각도,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 한다. 특히 전시에선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에 기부하는 자선행사도 마련됐다. 우윤숙 예맥회 회장은 “ 맥간공예라는 예술장르를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라며 “빛과 결의 예술 맥간공예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회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경기국악원, 생생한 국악 라이브와 감동 이야기…‘향기장수 이야기’

경기국악원이 오는 4일부터 11월6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국악극 ‘향기장수 이야기’를 선보인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생생한 국악 라이브 연주와 함께 요술항아리를 둘러싼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익숙한 동화 플롯을 모티브로 신붓감을 찾는 왕자의 이야기지만, 반전이 있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국악극의 배경인 뷰티풀 왕국에는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지만 냄새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왕자가 있다. 어느 날 왕국에 마음의 향기를 말해주는 요술항아리를 가진 향기장수가 나타나자,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고 향기장수를 불러들인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외모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더욱 가치있다는 주제를 담고 있어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의 어린이들이 관람하기에 적절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경기국악원은 어린이 관객을 위해 국악당 로비에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컬러링존을 마련해 운영한다. ‘향기장수 이야기’의 관객들은 누구나 무료로 컬러링존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다 읽은 도서를 경기국악원에 기증하는 어린이는 40%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기증된 도서에는 표지에 기증자 어린이의 이름을 표기해 국악당 로비에 비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객들은 국악당 앞 야외마당에서 선보이는 전통문화체험존 ‘와글와글 국악놀이터’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와글와글 국악놀이터에서는 투호 던지기,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버나 돌리기 등 전통놀이가 진행돼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경기국악원 관계자는 “‘향기장수 이야기’ 공연은 생황, 피리, 해금, 건반, 타악 등 다양한 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며 동시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온 가족이 공연을 관람하고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국악원은 올해 어린이 공연 브랜드 ‘움직이는 이야기’를 신설해 국악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움직이는 이야기’의 두 번째 작품이며, 앞서 상반기엔 첫 번째 작품 ‘뚝딱하니 어흥!’이 호평을 받으며 2천300여명의 관객들을 만났다.

이민자들의 삶이, 곧 탱고의 역사[review_뮤직바캉스 ‘한여름밤의 재즈’]

부천시민회관이 보수를 마친 후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달 10일부터 4회에 걸쳐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을 호스트로 세운 뮤직바캉스 ‘한여름밤의 재즈’ 공연을 펼쳤다. 10일 첫 무대는 ‘타임 트래블 투 부에노스아이레스(Time Travel to Buenos Aires)’를 주제로 조윤성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작품을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가 협연했다.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담은 예술, 탱고 “탱고는 하나의 사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 즉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생전 강연을 묶어 낸 책 ‘탱고’에서 아르헨티나 정신을 형성한 탱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음악 장르이자 춤의 형태인 탱고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19세기 말 이주 노동자들과 하층민들이 거주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이민자들의 춤으로 시작됐다가 상류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추측이 가장 흔하다. 이민자들이 품고 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낯선 곳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열정과 슬픔,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이 됐고 이때까지만 해도 탱고 음악은 춤을 보조하는 요소에 불과했다. 이런 탱고 음악에 재즈,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감상하는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누에보 탱고(Nueovo Tango)라는 음악관을 정립한 것이 아르헨티나의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아스토르 피아졸라다. 피아졸라가 내놓은 탱고 음악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탱고 음악의 1세대 뮤지션 카를로스 가르델이 유지하고 있던, 심금을 울리는 가사 전달이 주가 된 가창 형태의 탱고에서 감상을 위한 연주 위주의 탱고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대중은 탱고의 근간과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받아들였다. 무력이 오갈 정도로 치열하고 외로웠던 피아졸라는 더 개혁적인 악기 사용과 다양한 편성으로 탱고 음악을 발전시켰고 마침내 누에보 탱고 시대가 열린다. shout out to 피아졸라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남녀노소 즐기는 장르가 된 탱고에 대해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은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 즉 다양성을 품은 이질적인 면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윤성은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국내의 주목받은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이번 뮤직바캉스 중 협연하는 음악가들의 면모도 그러했다. 반도네온 고상지, 바이올린 윤종수·대니 구, 피아노 다니엘 린덴만, 소프라노 박혜상 등 장르와 활동 영역, 연주 경력 등에 구애받지 않고 앙상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고상지는 ‘반도네온의 여왕’이라는 조윤성의 소개에 걸맞게 앙상블에 스며들면서도 음악을 주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반도네온이라는 소규모 편성이 갖는 음향의 공허함이 있게 마련인데 선율로, 리듬으로, 공기로 완벽하게 채웠다. 토크와 연주가 번갈아 진행되던 중 조윤성이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에게 농담 섞인 질문을 했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소 난해한 질문에 우물쭈물 마이크를 넘기는데 바이올린에 연결된 마이크 선과 핸드마이크 줄이 엉켰다. 두 연주자가 머리를 맞대고 줄을 푸는 중 윤종수가 말한다. “재즈란 이렇게 서로 엉키는 것 아닐까요?"

군포시 그림책꿈마루, 개관1주년 특별기획 ‘안데르센 인어공주전(展)’

군포시 그림책꿈마루가 개관 1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그림책, 문학과 예술의 하모니-안데르센 인어공주전(展)’을 개최한다. 9월 3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대표작인 인어공주를 그림책, 조형, 미디어아트 예술로 표현한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의 조각 작가 세키구치 코타로의 ‘Big Mermaid’ 조형 작품과 인어공주를 소재로 한 국내외 다양한 도서를 감상하고, 인어공주 이야기를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Big Mermaid’ 작품의 제작 기법을 활용한 작가 워크숍 ‘페이퍼 판타지’를 9월 7일과 8일 이틀간 진행하며 그림책꿈마루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은 전시 기간 단체관람 프로그램과 금요 워크숍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워크숍 참여 시 특별전시는 무료 관람 가능하다. 이 밖에도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인어공주에게 전하는 메시지 작성하기, 안데르센 동화 종이 오리기 등이 운영되며 9월 21일부터 11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 작가 강연인 ‘그림책 하모니’를 개최한다. 문지나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윤강미, 임정진, 김우영, 정승각, 박지선, 김이슬, 강인숙, 전승배 작가 등이 참여한다. 그림책꿈마루 안병훈 관장은 “개관 1주년을 맞아 누구나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시를 준비했다”며 “그림책꿈마루가 그림책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그림책 문화 체험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전시는 그림책꿈마루 로비에서 티켓 구매 후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그림책꿈나무 누리집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작가 개인전 성료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노들섬 갤러리 1관에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만다라'라는 주제로 다양한 만다라 작품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독특한 만다라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만다라의 대칭성과 조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만다라 세계를 담다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와 자연을 만다.라는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만다라는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우리의 영적 탐구와 성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이번 전시 작품은 '봉황포란형(신의 땅)'은 전통적인 명당의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신성한 땅의 기운과 보호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풍요로움과 보호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만다라의 구조를 통해 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을 형상화한 명당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명당은 관직, 왕, 문인, 장군들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지혜가 높은 자손들이 번창하며 재물과 장수, 자손이 대대손손 천대 만대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명당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경호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명당 사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며 “작품 속 명당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색동’으로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다…오혜련 초대전 '빛의 흔적'

‘색동(色動)’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기억의 흔적을 풀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오감을 통해 기억된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과 면, 색으로 함축됐다. 중견 서양화가 오혜련 작가는 색이 지닌 기억과 인상을 담은 작품 15점을 모아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빛의 흔적’ 초대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이 1년간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을 선정해 각각의 작품을 펼쳐보이는 연작 초대전의 일곱 번째 전시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화·순수함 등을 상징하는 연꽃을 담은 과거의 작품부터 색동을 빛과 연결해 캔버스 가득 그려넣었던 중기의 작품, 색동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최근의 작품을 함께 내걸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시리즈 변천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 작가의 대부분 작품에는 정신적인 빛과 관념의 색으로서의 색동이 등장한다. 한국적인 색동을 현대미술에 접목해 낯설지만 현대화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색동을 그려넣은 초창기 작품엔 의도적으로 색동을 가득 그려넣었지만, 그의 최근 작품엔 색동이 제한적으로 포현됐다. 색동이 종교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 작가는 색동과 접목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았다. ‘빛의 흔적-기억’ 시리즈 중 ‘빛의 흔적(붉은 언덕)’ 작품엔 복숭아 꽃밭이 펼쳐진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노을이 지는 꽃밭의 모습을 붉은 언덕으로 표현해 고향에 대한 추억과 순간의 감동을 표현했다. 오 작가의 대표작인 ‘빛의 흔적(기억속으로)’은 유채꽃으로 덮인 제주 산방산의 모습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포개어 담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은 푸른 바다를 넣어 희망을 상징한 ‘빛의 흔적(푸른희망)’, 신비로운 기억의 잔상을 담은 ‘빛의 흔적(Memory 2)’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혜련 작가는 “빛을 그리고자 했는데, 모든 빛을 품고 있는 것이 색동이었다”며 “색을 만지며 살아온 시간과 공간들을 지우고 덮고 반복하면서 기억의 감동을 표현했다. 관람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며 희망을 품고 치유받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우리는 ‘멋’의 민족”…옷에서 지혜와 멋 풀어낸 배성주 명인 전통복식展

“멋에 있어서는 조선의 남자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밥은 굶더라도, 잠은 밖에서 자더라도, 옷은 갖춰 입어야 한다는 분들이었습니다. 복식을 갖추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품위와 품격이자, 상대와 자신에 대한 예의였던 것입니다.” 다홍빛의 철릭(조선시대 선비들이 주로 입던 겉옷)에 빨간색의 띠가 매어져 있다. 그 옆엔 검붉은색의 주립(갓)이 놓여있다.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일명 ‘(색)깔맞춤’이다. 주립의 양 끝에는 초록빛의 꿩 깃털이 하늘을 향해 달려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의(衣)’와 함께한다. 세상에 처음 나와 배냇저고리를 입고, 생의 마지막 순간 수의를 입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배성주 명인(62)은 “20년 넘게 전통 복식을 연구하며 느낀 것은 우리는 정말 옷을 사랑하는 ‘멋의 민족’이라는 것”이라며 “조선의 남성들은 정말 화려함을 사랑하고, 엄청난 멋을 부렸다”고 말했다. 오는 31일까지 팔달문화센터 1층과 지하 전시장에서 열리는 (사)수원예총 주관의 팔달문화센터 초대전 배성주 전통복식전 ‘의(衣) 손끝에서 피어나다’는 배 명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의’를 통해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알 수 있는 전시다. 출토 복식과 유물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과 선조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재현한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배 명인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故 박광훈 선생의 이수자(2003)로, 선생에게 18년간 가르침을 받은 한국예술문화명인(2019)이자 제37회 대한민국전통문화예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아홉 번째 초대전이다. 전시에선 역사책에서 보던 혹은 교과서에서조차 보지 못했던 낡은 황톳빛과 흑백 자료 속 전통복식을 2024년 현재 유리창 넘어 평면 감상이 아닌, 가까운 눈앞에서 사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 고종 황제 등 임금의 옷부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입었던 예복, 성균관 유생과 학자들이 입었던 일상복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영·정조 때 입었던 붉은 색의 홍곤룡포와 조선 말기 고종 황제가 입었던 황곤룡포 등 지하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조선시대 왕의 옷은 자수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특별하다. 발가락이 다섯 개인 용을 금실로 수놓은 오족룡원보가 가슴과 등, 양어깨에 달린 용포는 왕의 위엄을 자아낸다. 선조들이 입었던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옥 사랑채로 지어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옷에 비춰지며 원단의 주름 하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배 명인이 2003년 전승공예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서는 상의와 하의 이음 부분에 자리한 1mm 간격의 주름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복식의 원단에 멋스럽게 자리한 문양은 오히려 현대의 기술로 복원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원단 위에 자수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원단을 직조할 때부터 다양한 문양을 함께 새기며 천을 짜낸 것이다. 배 명인은 “선조들은 대단한 손기술을 가졌다”며 “오히려 지금에 와서 컴퓨터를 통해 이를 재현하려고 해도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예전의 원단만큼 섬세한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나갔는지와 함께 화려함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실용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조선시대 무관인 포도대장, 병마절도사 등이 입었던 포인 구군복은 길고 넓은 소매가 분리될 수 있다. 전투에서 부상 시 이는 붕대의 역할을 할 수도, 식량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외 다른 철릭를 보면 소매 부분이 분리되도록 쌍미리(쌍밀이) 단추가 달려있다. 활을 쏘기 용이하게 한 것이다. 복식의 세밀함을 들여다보면 오래전 조상들이 이 옷을 갖춰 입고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했는지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배 명인은 “목 부분에 자리한 깃에 달린 동정은 흰색의 멋만 내는 것이 아니라, 때가 타거나 낡으면 이 동정만 따로 떼면 언제든 새 옷처럼 깔끔하게 입어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라며 “조상들은 옷에 화려함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실용성까지 함께하는 지혜를 자랑했다”고 말했다. 배 명인은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는 고리타분한, 선비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멋과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가까이서 옷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리의 옷에 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단 ‘인파’, 오는 9월 14일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

극단 ‘인파’가 다음 달 14일 학산소극장 4층에서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극단 ‘인파’는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주축으로 구성한 인천지역 극단이다. 극단 대표는 하병훈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페스티벌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창작극 개발을 위한 제작지원금과 극장 대관을 지원하고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키는 인큐베이팅 작업 중 하나로 이뤄진다. 페스티벌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열리며 청소년극 ‘위아 원’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위아 원’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해 학교 부적응, 가사 문제 등의 사유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 청소년 4명이 자퇴 동아리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지만, 극 중 자퇴 총량제 도입으로 생기는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병훈 인파 대표는 “문화예술 불모지라 불리는 인천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이번 페스티벌로 인천 지역 연극계 발전에 결코 작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극단 인파의 낭독극 페스티벌은 인터파크 티켓으로 예매 가능하다.

낯섦과 새로움, 가능성과 동시성 모색하는 젊은 작가 조망…경기도미술관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든 것이 사라질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한계치에 도달하면 폭발해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키는 ‘플랑크의 별’처럼 말이다.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가능성, 불완전함 속에서 움트는 창조의 순간을 담아낸 전시가 열렸다.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10월20일까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하는 ‘사라졌다 나타나는’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스스로 시작과 끝을 열어가며 낯섦과 새로움을 동시에 모색하는 작가 6팀의 작품 32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태양의 ‘빛’과 ‘색’을 담은 최지목 작가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최 작가는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타나는 잔상과 태양 빛을 캔버스에 담아 ‘나의 태양’ 연작, ‘태양 그림자’ 연작, ‘인상, 일몰’ 등의 신작을 펼쳐보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잔상을 집요하게 관찰해 한 가지 색상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모양으로 화면의 어른거림을 만들어냈다. 거울 매체를 활용한 강수빈 작가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 인지하는 것과 실재의 차이를 돌아보게 한다. 개별 거울 조각이 여러 각도에서 공간감을 확장해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환영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식이다. 특히 긁혀있는 거울 면으로 작품을 구성해 거울과 유리 사이로 서로 다른 풍경이 겹치며 환상과 풍경 사이를 탐구한다. ‘Untitled(두 걸음 사이)’, ‘Untitled (curve)’, ‘Media’ 등을 통해 상대적이고 불확실한 생각과 그런 생각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제안한다. 장서영 작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한계가 있는 존재에 주목해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장 작가의 작품은 육체, 삶, 제도, 제한, 세계의 한계, 신체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유한함을 인지하고 느끼게 한다. 작품 ‘서클’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신체와 반복의 키워드를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영상의 끝과 시작을 무한히 반복해 ‘나’의 끝이 ‘너’의 시작이고 ‘너’의 끝이 ‘나’의 시작인 우리 관계와 삶의 순환을 돌아보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소리의 특성과 여러 층위를 탐구한 그레이코드, 지인의 신작 ‘파이퍼’와 하나의 돌 덩어리가 낱낱이 부서져 작아지고 소멸하는 과정을 통해 영겁의 시간을 포착한 권현빈 작가의 ‘물루’를 볼 수 있다. 또 여러 공간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녹여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구성하고 원동력을 부여한 이혜인 작가의 ‘마음의 영원한 빛’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영 학예연구사는 “불완전함은 결함이 있는 상태이면서 동시에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며 “관객들이 작가들의 고유함이 녹아든 작품을 보며 그 속의 새롭고 낯선 의미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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