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기, 더이상 머물 곳 없다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국민 여러분, 당장 금연하세요. 담배를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폐암 투병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로 인해 올들어 유례없는 금연열풍이 불고 있다. 산소 공급 장치를 코에 꽂은 채 수척해진 얼굴로 지난해 말부터 TV 등에 나와 금연을 호소한 이씨의 모습이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금연전도사’가 된 이씨의 호소와 담뱃값 인상 등으로 최근 일고있는 금연열풍은 과히 ‘이주일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씨 외에도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와 같은 인기인들이 금연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금연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같은 금연열풍은 유명 연예인, 정치인, 기업체, 공공기관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탤런트 최수종, 영화배우 신현준, 개그맨 심현섭 등이 이씨의 투병을 계기로 금연에 나섰다. 민주당에선 하루 5갑 이상을 피우는 체인 스모커이던 문희상 의원(의정부)을 비롯, 임채정 의원이 금연대열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에서도 항상 담배를 물고 다니던 주진우 의원이 올들어 담배대신 껌을 동반자로 선택했고, “담배 1갑은 피워야 하루가 지나간다”는 김영춘 의원도 “올해는 할 일이 많다”며 비흡연에 동참했다. 이와함께 지난해 4월부터 금연운동을 추진해 온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올들어 본사를 포함해 63개 전국사업소의 건물에 흡연구역을 지정, 이 구역 외에는 흡연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흡연구역 내에서도 금연 관련 서적을 비치하고 흡연의 폐해에 대한 경고문을 부착했다. 포항제철, 동부그룹 등은 자사 빌딩을 금연빌딩으로 지정, 흡연구역을 폐쇄하고 직원이 건물내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벌금을 물리고 있다. 제일기획과 KT도 사옥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지정하고 금연 성공자에게는 돈을 주는 금연펀드를 최근 신설했다. 의사들의 금연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의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처음으로 흡연자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으며, 서울 상계백병원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을 받기도 했다. 도내 금연열풍도 뜨겁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이 올초 전사원을 대상으로 금연운동을 선포하면서 금연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흡연지역을 단계적으로 휴게실로 전환하고 흡연자에 대해서는 금연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각 가정에 개인 금연 서약서가 담긴 ‘금연통신문’을 사업주장 명의로 발송하는 한편, 금연스티커와 금연운동 상식지를 정기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또 매월 사업부를 순회하며 금연공개강좌를 개최하고 금연초, 금연껌, 금연담배, 은단 등 금연보조제를 지원하고, 금연추진 우수부서 및 금연 체험수기를 공모해 특별 시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올초 금연다짐 결의대회 및 기관(학교) 금연을 선포한 도교육청에선 재떨이가 사라졌다. 대신 복도와 화장실 벽에는 금연표지가 나붙었다. 또 곳곳에 금연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목조목 열거한 경고문도 금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건물별 곳곳에 ‘흡연구역 별도지정’이란 표찰을 달아 흡연장소가 극히 제한됐다. 실제 본청에는 본관 4층 옥외휴게실과 1층 휴게실, 별관 1층과 2층 사이 계단 중간 지점만 흡연장소로 지정됐으나 이 곳도 오는 4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5월부터는 청내 어떤 곳에서도 흡연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각급 기관의 이같은 금연열풍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경기이슈>병점리 전철기지창 공사

화성시 태안읍 병점리 한일타운아파트와 우남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철도청이 인근에서 전철기지창 공사를 하면서 290여명 초등학생들의 통학로를 폐쇄하자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더구나 전철로 인해 초등학교생들이 학교를 먼길로 돌아가야하고 철로에서발생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며 일부 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장기화될 전망이다.<편집자 주> 시와 철도청에 따르면 최근 병점리에서는 수원에서 천안까지 연결되는 복선전철를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며 이를 위한 병점역사는 연말을 목표로 개청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함께 병점역사로 부터 오산방면 500m 지점에는 구분소가 들어서고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기지창이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구분소 맞은 편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2천여명이 거주하는 572가구의 한일타운아파트가 들어서 있으며 길건너로 기지창과 인접한 지역에도 2천여명이 거주하는 585가구의 우남아파트가 위치해 있다. 이 두 아파트에는 살고 있는 290여명의 초등학생들은 직선거리로 약 200∼300m앞에 있는 송화초등학교(교장·백남정)를 1Km 정도 걸어 돌아서 통학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철도청은 전철공사를 하면서 구분소앞∼기지창까지 약 1.2Km 거리의 인도를 폐쇄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통학로가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철도청은 이 구간의 공사에 들어가면서 주민들에게 공사내용을 알리지도 않았으며 임시 도로 개설 등 기본수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두 아파트의 초등학생들은 아파트정문에서 대·소형차량 왕래가 잦은 폭 10m정도의 도로를 건너 300m를 걸어간 뒤 사방에서 오는 차량을 피해 고가도로 밑으로약 700m를 걸어 학교를 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어린 학생들이 차량사고를 당할까 봐 가슴을 졸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살고있는 우남아파트단지의 경우, 학교가 직선거리 로 300m 눈앞에 위하고 있으나 기지창이 들어서면 1km를 걸어야 학교를 등교할 수 뿐이 없는 상황이다. ◆ 주민 주장 주민들은 한일타운 아파트 정문입구에서 나오면 바로 앞에 구분소가, 이곳을 지면 기지창이 위치하면서 학생 통학시 교통사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전철 및 기지창 운행에 따른 전자파 발생과 아파트 가격 하락 등 인체 및 재산권 침해를 내심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한일타운 아파트 앞부터 우남아파프 단지가 끝나는 약 800m 거리를지하로 만들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와함께 철도청이 공사를 하면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어겼다가 반발이 발생하자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주민을 무시한 허술한 공사 감독에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철도청 주장 공사가 거의 완공될 단계에 접어든 만큼 주민들이 요구하는 구간의 지하화는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도록 한일타운 앞에 임시 인도를 만들고 차후에우남아파트와 연결되는 육교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또 전자파 발생에 대해서는 현재 도로에 세운 한전선로는 2만2천900볼트로 전자파 발생량이 22.7V-m이지만 기지창으로 들어가는 전철은 정상운행이 아니고 천천히 들어감에 따라 수원역 3번홈과 같은 19.9V-m로 낮아져 전혀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전자파 발생량이 정부 고시 4천166V-m에 비하면 극히 미비해 인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성시 입장 현재 공사중이며 8월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하차도를 예산을 들여 4차선으로 확장, 주민들과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송화초등학교 의견 학생들의 불안전한 통학문제로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등교거부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으나 현재에는 모두가 등교하고 있다. 등교시 안전이 제일 중요함으로 인도설치나 신호등 설치 등 갖가지 교통안전에 대한대책을 시측에 요구했다. /화성=강인묵기자 imkang@kgib.co.kr

<특집>동두천시 어떻게 달라지나...

수도권 주민들의 쉼터, 소요산이 감싸안고 있는 동두천시에서는 최근 경원선 전철공사 굉음이 주민들 가슴속에 재도약을 위한 힘찬 박동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지난 81년 시로 승격됐음에도 불구, 다수의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기지촌’이라는 오명속에 인구 8만이라는 소도시도 묶여 버린 동두천. 그러나 민선자차시대를 맞아 다양한 지역개발정책과 정주권 개발, 경원선을 비롯한도시기반시설 확충 등의 사업이 전개되면서 동두천시는 시민단체가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꼽을 정도로 그 면모가 일신하고 있다. 차영환 시 노인회장(77)은 “신라시대의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전설을 전해지는 소요산을 안고 있는 동두천은 그 역사와 함께 수려한 자연환경을 상당부분 보전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런 천혜의 조건을 살리며 개발을 병행,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과거와 현재를 평가했다. 실제, 동두천시는 2016년까지 마련된 장기발전계획을 최소한 5∼6년을 앞당길 수 있는 다양한 기반시설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원선 복선 전철사업으로 2004년이면 완공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인구유입이 큰 탄력을 받아 인구는 최소한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시는 이같은 인구 유입에 대비, 1만1천135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수 있는 생연·송내지구를 내년말까지 완공하고 18만2천230㎡의 불현 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도 2004년까지 끝마칠 계획이다. 이와함께 생연4-1지구, 상패1·2지구, 광암지구, 생연 2-3지구 등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사업도 2004년 완공을 목표로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인구 20만명이 수용되더라도 차질없이 수돗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방상수도 시설 확장공사에 520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340억원을 들여 신천개수공사도 추진하고 있다. 안민규 사회단체협의회장(58)은 “동두천시는 국가적 안보차원에서 개발이 늦어졌으나 최근 접경지역개발 여론이 일면서 다시금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며“동두천시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 시키려면 안보에 지장이 없는 한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적극적인 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재도약의 계기를 맞으면서 최근 동두천시에서는 정주의식과 애향심을 고취하려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80여개 단체중 5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단체협의회에서는 시민들의 역량제고와 애향심고취를 위해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으며 제2건국위원 회는 미래발전의 구심점을 구축하고 주민화합을 도모하기위해 기초질서 지키기 등 다양한 시책을 발굴 추진하고 있다. 시도 이담농악, 고사반놀이, 지경닺이, 행단제 다양한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소요한 락 페스티벌, 소요산 단풍제, 산악자전거 대회 등을 전국 규모의 대회로 개최 시민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제2건국위 허의강 위원장은 “동두천시의 미래는 시민들을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구심점을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주민화합 속에 가시적인 개발이 진행되야만 가장 살리좋은 동두천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두천=배성윤기자 <방제환 시장 인터뷰> “동두천시는 2000년 경실련 과천 안성과 함께 도내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 경원선 전철이 들어오면 ‘한반도의 중심지’‘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부각될 것이다”고 방제환 동두천 시장은 밝혔다. - 시의 장기적인 비전은 ▲전원도시이자 국제적인 관광도시, 통일시대 중심지로서의 위상구축이다. 이를 위해 2016년까지의 장기발전계획이 수립돼 있으나 이 계획은 2004년 경원선이 들어서고생연·송내 택지개발지구 등이 개발되면 2010년까지 15만∼20만명을 수용하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 시 관내의 미군부대가 많이 상주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미군의 주둔이 시 승격의 중요한 요인이 되기는 했으나 분명 계획적인 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선 반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를 이용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의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 소요산을 비롯한 산재한 관광상품의 활용방안은 ▲동두천시가 살기좋은 고장으로 평가받는 것은 자연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앞으로 이같은 장점을 충분히 살려 자유수호박물관을 건설해 소요산 관광특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탑동 원방산에도 민자 1천200억원을 유치해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 시정중 꼽을 만한 특색사업이 있다면 ▲주거환경개선이다. 6·25사변이후 동두천시는 무계획적인 개발로 오히려 슬럼화 되는 경향이 짙었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그동안 50개 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벌였으며 앞으로도 10개 지구를 더 개발할 방침이다. 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수해에 대한 대비책은 ▲98·99년도에 큰 수해를 입었으나 2000·2001년 두햇동안 700억원을 투입해 배수펌프장 및 고지배수로 설치, 신천확장개수 등 다양한 시책을 전개해 왔다. 이로 인해 50년기준의 폭우주기를 100년으로 확대했다. 다시는 수해피해가 없을 것이다. - 교통문제가 심각한데 ▲시 관내보다는 외곽이 심하다. 그러나 2004년에 경원선 전철이 들어오고 의정부∼동두천간 우회도로, 송추∼동두천간 준 고속도로, 퇴계원∼동두천간 도로가 건설되면 동두천은 명실상부한 경기북부지역의 교통요충지가 될 것이다.

<기획특집>터줏대감 이치복옹(성남모란)

“늙었다고 집에만 쳐박혀 있으면 치매에 걸려. 나이가 많건 적건간에 사람은 일을 해야돼.” 성남 모란장 초입 화훼부 한켠 구석에 자리를 튼 터줏대감 이치복옹(91)은 모란장 상인중 최고령자로 유명하다. 이옹의 고향은 황해도 신천. 1·4후퇴 때 아내와 함께 월남한 후 ‘무자식이 상팔자’라며 자식없이 아내와 단둘이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20여년간 식료품 도매상을 해오다 지난 80년대초 성남으로 이사와 화초를 팔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83년 아내와의 사별후 실의에 빠진 이옹은 술과 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장이 없는 날이면 전국 명산은 다 찾아다니며, 자연을 아내삼아 지낸다. 아흔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이옹은 50∼60kg은 돼 보이는 매화나무 화분을 번쩍번쩍 들어 옮긴다. “이 정도도 못 들면 죽어야지. 숨이 붙어있으면 사람 노릇하며 사는 것이 정상이여. 이병철이고 정주영이고 다 죽으면 그만이잔여.” “2천원, 3천원, 9천원…6만원.” 이옹은 물건값, 돈계산을 척척 하며 손님들을 맞는다. 장이 서는 날 이옹을 찾아오는 손님은 줄잡아 1천여명. 모란장에서 20여년간 자리를 트고 장사를 하다보니 소문을 듣고 찾아오든가, 노령의 할아버지가 장사하는 모습이 신기해서인지 발길을 멈췄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단골손님이 100명이 넘어. 다른 사람들은 이 장 저 장 옮겨다니지만 나는 모란장에서만 팔아. 그러니 단골이 많을 수밖에.” 이옹은 특히 수원 권선갈비집 주인은 모란장에 올 때마다 음식을 싸들고 온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철죽, 군자란, 천리향, 작약 등 수백종의 화초중에서도 ‘장수매’가 가장 좋다는 이옹의 정정하고 꼬장꼬장한 모습이 모란장의 또하나의 명물이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기획특집>고영규기자 장에 가다(성남 모란)

장(장)은 동 트기 전부터 꿈틀댄다. 새벽 3시. 성남 모란장은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싣고 올라온 상인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어 짐을 풀기 시작,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부터 북적댄다. 아침 7시가 채 안돼 모란장은 어느새 손님을 맞을 채비를 끝낸 1천여명의 상인들로 꽉 들어찬다. 본격적인 난장이 시작되는 것이다. ‘난리법석 개(犬)판 오분전’ 국내 최대 규모의 5일장인 성남 모란장의 겉모습은 그랬다. 사람사는 내음이 물씬나고 아우성치는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그 시장안엔 나름대로의 질서가 흐르고 있다. 모란장은 4일과 9일로 끝나는 날에 선다. 장이 처음 생긴 것은 정확치 않으나 1960년대 초 성남대로변 곳곳에 노점상들이 난장을 펼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돼 1970년대에 광주대단지가 개발되면서 발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성남시 탄생 이듬해인 1974년 10월 한때 모란장 폐지 공고가 있었으나, 1990년에 버스터미널 뒷편 대원천 복개터 3천200여평에 새롭게 장터를 마련하면서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 모란장을 찾아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않다. 지하철 8호선 모란역 사거리에서 내려 1Km이상 길게 멈춰선 자동차의 행렬, 불법 주차단속에 분주한 교통경찰들을 구경하면서 장바구니를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주머니들의 잰걸음을 뒤쫓아 가면 어느샌가 모란장 입구에 도달한다. 시장 주변에는 모란장 유명세에 힘입어 ‘모란주점’ ‘모란노래방’ ‘모란식당’ 등 모란이란 상호가 붙은 점포들이 즐비하다. 모란장하면 떠오르는 것은 개고기와 고추. 화훼부·잡곡부·약초부·의류부·신발부·잡화부·생선부·야채부·음식부를 지나 모란장 끝편에 널찍하게 터를 잡은 애견부와 고추부는 모란장의 자랑중에 으뜸이다. 모란장상인연합회 전성배 회장은 “전국의 개고기와 고추값 시세의 70∼80%를 모란장의 물동량이 좌우할 정도로 모란장에서 개고기와 고추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말한다. 굳이 기자라는 신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호기심이 발동해 ‘개잡는’ 광경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 토종 똥강아지의 무리가 웅크리고 잠을 자는 평화로운 모습만 눈에 띌뿐, 모란장 어디서도 개잡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아마 일부 외국언론의 개고기 비난 여론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개 대신 토끼와 꿩, 닭 잡는 모습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토끼의 뒷다리 발목 가죽을 자로 잰 듯 자르고, 다음으로 궁뎅이를 지나 배 가죽, 그리고 목까지 스치듯 칼이 지나면 붉은 속살만을 남긴 채 가죽은 한개의 작은 ‘토끼코트’가 됐다. 그러나 기술자(?)는 기자의 고정관념을 깨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건장하고 세련된 20대의 신세대 청년이었다. 이 모란장에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엄청난 물품들이 꽉 들어차 있다. 개만 하더라도 집에서 키우는 애완용 고급견들을 빼고 식용 등 지구상의 모든 개들이 모여있는 박람회장 같다. “이 놈은 서양갠데 크면 송아지만해져” “이 개는 일본의 진도개라고 불리는 ‘아키다’야. 15만원이면 싼 거야.” 장기에서 훈수꾼이 있듯, 개를 팔고 사는 곳에서도 의례 ‘감놔라 김노인과 배놔라 박노인’이 있게 마련. 노인의 구수한 입담이 군중들을 매료시켰다. 장날의 흥을 더하는 광대도 어김없이 출연(?)했다. 양손에 심벌츠를 들고 등에는 북을 메고 발에는 채를 연결한 끈을 동여맨 1인 오케스트라 광대는 ‘쿵짝쿵짝, 한번만 먹어봐 심장병·간장병… 다∼ 고쳐, 애들은 가라’고 떠들던 약장수를 연상시켰고 그옆에는 ‘친구’ 원숭이가 재주를 피며 거들었다. 그 예날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만병통치약 대신 옷가지를 싸게 팔고 있을 뿐, ‘그시절 그때를 아십니까’를 연상시키며 향수에 젖게 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원단 자체가 실크야. 아무리 빨아도 달지 않고, 아무리 입어도 보푸라기가 없어. 물빨래, 세탁기 빨래 다돼. 이런 물건은 양복점에도 없어. 살려면 빨리 사….” 다소 과장된 듯 들리는 주인장의 입담이지만 정겹고 재밌어 너도 나도 웃음이다. 장에서는 웃음도 편안하다. 모란장에는 보고 살거리 외에 먹거리도 넉넉하다. 5천원만 내면 소주 한병과 돼지고기 안주를 충분히 먹을 수 있고, 말만 잘 하면 개구리 튀김 한접시는 서비스다. 또 직접 손으로 밀어낸 칼국수와 밥 한 그릇에 각종 나물이 나오는 보리감자밥도 일품이다. 그러나 모란장에는 상인회에 등록된 1천여명의 장꾼과 장터 귀퉁이를 비집고 좌판을 벌이는 500∼600명의 미등록 장꾼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끊이질 않는다. 주로 바뀌벌레나 개미 퇴치약 등 간단한 물품을 파는 미등록 장꾼은 등록 장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기득권을 가진 등록 장꾼은 미등록 장꾼을 은근히 뜨내기로 취급한다. 평상시 모란장에는 평균 5만명의 손님이 찾는다고 한다. 이들이 흘리는 쌈지돈이 대략 30∼40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모란장의 시장 규모를 과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모란장을 찾는 주된 손님은 성남시민이 아니다. 80%이상이 서울, 인천, 수원 등 인근 도시에서 오고 멀리서 구경삼아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성남시는 모란장을 국제적 민속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남한산성 유원지∼모란장∼분당 신도시 서현역∼판교를 잇는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있다. 이를위해 모란장 서편에 민속공연장을 건립, 판소리와 도당굿 등 민속공연과 장을 찾는 서민들의 노래자랑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 투견·투계장을 설치해 장날마다 축제분위기를 고취시키고 고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도 세웠다. 화장기 하나 없고 주름살이 가득한 노부들, 길 모퉁이에서 칼을 들고 손님을 유혹하는 식육점의 청년, 정품 고무장갑 3켤레에 1천원이라고 외치던 아줌마, 그리고 원숭이와 대화를 하던 아저씨의 진진한 얼굴들이 모란장의 주인공이다. 내일이면 다시 승용차들로 빽빽히 채워질 공간이지만 땅거미와 함께 어둠이 드리운 모란장은 닷새가 지나면 옆집 아줌마·아저씨같은 주인공들이 다시 나와 분주한 새벽을 열 것이다.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시승격 기대에 설레이는 양주

양주군은 올 10월1일을 시승격 D-day로 잡고 새로운 발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군은 시 승격이 조선왕조 영화의 양주목을 재현할 수 있는 기틀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이에 걸맞는 다양한 특색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시 승격 및 도시기반시설 확충 군은 올 상반기중 시승격을 의회, 경기도, 행자부에 건의하고 국회에 법률안도 제 출해 하반기중에 시 승격을 위한 법률안이 공포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이에앞서 7개 읍·면 310㎢의 난개발 방지 및 도시 장기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기본계획을 상반기중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군은 이와함께 교통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안으로 금오∼광사외 3개 노선, 복지∼마전외 2개 노선 등 도로사업을 완공하고 2006년까지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조기개통도 추진할 방침이다. 군은 또 2004년을 목표로 경원선 전철의 조기개통도 추진, 양주군을 한수이북 교통중심지로 구축할 계획이다. 1천30억원이 투입된 광역상수도 6단계사업도 이달중으로 완공, 30만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해 시 승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군은 120개 중소기업에 260억원의 중소기업운전자금을 지원하고 10개 기업을 선정해KOTRA를 통한 해외광고에 나설 계획이다. 또 3개업체를 대상으로 우수공예품 개발비를지원하고 7개업체는 ISO인증을 획득토록 할 방침이다. 군은 이같은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한수이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1천500여개 기업을 보유한 군의 위상에 맞게 산업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군은 농촌기반 확충을 위해서도 ‘한 바이오 임꺽정 쌀’ ‘양주 신고배’ ‘양주 골 한우’ 등 특산품 육성에 주력하는 한편 해외시장 개척단도 파견, 판로를 다양화 할 계획이다. ▲환경이 살아있는 전원도시 개발 다양하고 수려한 자연 환경을 보유한 양주군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위해 다양한 환경시설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군은 우선 민자유치를 통해 신천 장흥 곡릉지역에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고 남면 남방 등 3곳에도 추가로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양주 포천 연천 동두천 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광역폐기물처리시설도 오는 2005년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며 2004년을 목표로 석우천 개수사업 및 수해상습지에 대한개수·개량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전통문화를 통한 관광인프라 구축 군은 올해안에 회암사지 4차사업을 완료하고 유물전시관을 건립하고 양주별산대놀 이의 관광상품화를 주차장 및 진입로 등의 부대시설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 군 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충족하고 전통문화를 통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기위해 양주문화 제, 소놀이굿, 양주별산대놀이 등을 정기·상설 공연, 문화유적과 연계한 관광밸트 로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양주=최종복기자 <양주군수 인터뷰> “올 10월1일을 목표로 반드시 시 승격을 이뤄 낼 것이다. 시로 승격되면 양주군은 2000년 1단계로 군청 이전, 2002년 2단계 시승격, 2004년 3단계 도시계획 마무리라는 발전축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윤명노 군수는 밝혔다. - 군민들이 시승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양주군은 회천읍 인구가 5만이 넘고 재정자립도도 54%에 달하고 있으며 도시계획 인구도 45%가 넘어 시 승격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말 건교부로부터 광역도시계획과 병행해 자체도시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 10월을 목표로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문제가 매우 심각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국도 3호선 양주구간의 1일 교통량이 10만대, 350호선 지방도가 3만5천대 등으로곳곳이 교통체증을 빚고 있어 북부지역 도체전을 앞두고 우선적으로 도로개설을 요구했다. 양주군의 교통문제는 의정부∼고양∼파주를 잇는 노선들이 체증을 빚으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만큼 2004년까지 광사, 남방, 녹양동을 우회하는 도로와 수도권외곽도로 조기개설에 주력할 방침이다. - 회암사지를 비롯해 문화유적 보전 및 개발방안은. ▲양주는 조선조 임금 대부분이 묻히고 왕래가 잦았던 유서깊은 고장이다. 40여기에달하는 능은 물론이고 회암사지, 양주동헌, 삼국시대 경계였던 양주산성 등이 있다. 이들 문화유적들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이용한 관광벨트를 조성해 수도권 주민들의 안식처로 제공할 계획이다. - 행정타운 조성계획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조치로 군청을 중심으로 100만평 규모의 행정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며 상반기중 그 용역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면 2004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들어갈 수 있도록 제반 준비해 최소한 2만5천명의 임시적 고용, 3천∼5천에 달하는 상설일터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행정타운은 신도시개념을 도입 해 개발하되절대 아파트 위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 지역의 현안문제를 꼽는다면. ▲모든 것이 현안사업이지만 양주·포천·연천·동두천 등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역쓰레기 소각장 문제가 아직 남았다. 또 6개 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계획도 신천등 3개소는 외자유치를 통해 실현했으나 3개는 아직 결론에 도달치 못했다. 경기북부지역의 환경문제를 일소하기위해 이 사업들의 조기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집>구리 어떻게 달라지나...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두번째로 작은 면적을 지닌데다 서울시 중랑구, 광진구, 강동구, 노원구 등 4개구와의 동일 생활권에 위치, 그동안 서울의 작은 위성도시로 인식되어 온 구리시가 오는 2021년 인구 21만5천여명 시대를 대비해 독자적인 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유통중심의 자족도시 건설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도매법인의 수집능력 강화와 상품의 규격화, 포장화를 도모하고 전자경매제와 농산물 농약검사실을 도입·설치 운영키로 했다. 또 구리유통종합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을 증·개축하고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내 벤쳐지원 센타를 확충, 첨단 지식산업단지로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192억원을 들여 갈매동∼남양주시계간 3.42Km 도로를폭 25m로 확장하고 수택동일대 구보건소일원 도시계획도로도 조기 개설할 방침이다. 시는 이와함께 중안선 복선 전철화가 조기 개통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수도권 동북부의 문화예술·관광의 중심도시 건설 외자 2억달러를 조달, 아천동일대 아차산일원 17만5천여평 부지에 고구려의 유적, 유물 등을 복원한 고구려유족공원을 조성하고 토평지구 광개토대로를 따라 온조성, 기마동상 등이 재현된 태마공원을 조성한다. 또 사업비 254억원을 들여 종합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고 국가지정문화재인 동구릉주변의 역사 현장을 휴식과 배움의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갈매동 도당굿 및 성년식, 온달장군 추모제, 전통북 전시회 등 다양한 향토문화를 집중 육성하고 지방 고유의 향토적 특성을 살린 문화행사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지역특성을 살린 환경·전원도시 건설 주요 도로변을 따라 조성된 철쭉길, 코스모스길, 넝클장미, 담장길을 비롯 한강둔치의 꽃단지 등을 철저하게 관리, 시민 휴식공간으로 제공키로 했다. 교문동일대 장자천도 수도권 최대의 환경친화적인 호수공원으로 조성하고 하수종말처리장, 자원회수시설, 정수장 등 환경기초시설과 아차산, 한강, 동구릉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연결하는 환경타운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푸른꿈 젊은구리 21’등 민간 주도로 운영중인 환경단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시민과 함께 가꾸는 쾌적하고 정온한 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지식정보가 살아 있는 교육·청소년 도시 건설 올 상반기중 청소년문화회관과 인창도서관을 완공하고 청소년 푸른쉼터을 내실있게운영하는 등 건강한 문화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인창동일대 유수지를 활용, 전국청소년벽화그리기 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청소년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실천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생활체육의 범시민적 확산을 도모하고 야구, 핸드볼, 수영 등 학교체육에 대해서도 종목별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 스포츠 꿈나무들을 적극 육성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구리=한종화기자 jhhan@kgib.co.kr ■시장인터뷰 “음악과 예술이 피어나는 문화의 도시, 유서깊은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전원도시, 건강한 청소년들이 자라는 교육도시가 21세기 구리의 모습입니다. 이를 위해 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습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최근 시 장기발전계획을 이같이 압축해 설명했다. -장기발전계획의 주요 내용은 ▲장기발전계획의 주요 내용은 지목별 토지용계획과 주택·택지 공급을 비롯 교육과 문화체육시설 확충, 사회복지와 산업경제, 보건의료, 교통과 통신망 확충 등이다. 특히 아차산일대 고구려 유적, 유물과 국가지정 문화재인 동구릉 등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 구리지역을 수도권 중심 관광축으로 구축하는 등 환경보존과 지역개발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장기발전계획중 가장 역점을 두고 사항은 ▲아차산일대 17만5천여평 부지에 고구려의 유적, 유물 등을 복원하는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이다. 이미 지난해 도비를 지원받아 용역을 완료한 상태로 외자 유치 등이 성사되는 대로 곧바로 착공할 계획이다. -열악한 시재원 확보 방안은 ▲우선 지방세 수입 확충을 비롯 중앙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확보 등 재정확보 노력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 특히 토평지구 3-2블럭 공동주택건립사업, 인창2지구 택지개발사업 등에 이은 또다른 경영수익사업 등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해 나가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구리시는 비록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 서울과 인접성, 완벽한 교통망, 한강 등 도시화속에서도 자연환경이 살아숨쉬는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수도권 동북부의 문화와역사, 교육과 환경의 중심도시로 건설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구리=한종화기자 jhhan@kgib.co.kr

옛소리기행(2)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옛소리기행(2)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장용석의 고사덕담 국태민안 범윤자 시화연풍 날아든다 이씨 한양 등극시에 삼각산천이 기봉하여 봉황이 넌즛 생겼구나 봉황눌러 대궐짖고 대궐 앞에는 육조로다 정월이 되면 초삼일부터 보름날까지 마을의 풍장패와 소리께나 한다는 소리꾼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한다. 지신밟기는 정월 초사흘에 하늘에서 지신(地神)인 평신(坪神)이 내려오는데 이날을 기해 쇳소리를 내며 마을마다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하면 일년동안 집안에 드는 모든 액(厄)을 막을 수 있고 안과태평(安過太平)하다고 하여 마을에 있는 집을 빼놓지않고 돌아 다닌다. 간혹 덕담을 하는 풍장패가 자기네 집앞을 그냥 지나치기라도 하면 안주인이 버선발로 뛰쳐나가 패거리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해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네 정월의 풍습중에 대표적인 민속이 바로 지신밟기이며 그 안에서 불려지는 것이 고사덕담(告祀德談)이다. 경기도에서 불려지던 고사덕담은 남사당패 등 전문성을 띠고있는 걸립패들의 덕담소리가 유명하다. 안성 서운면 청룡사 인근을 비롯해 충남 천안 광덕사 인근, 그리고 평택 진위 등에 전문적인 남사당패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기능을 익히던 곳이다. 당연히 그들의 소리가 한수 이남의 경기도 전역을 누볐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평택농악의 예능보유자이신 최은창옹의 고사소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당대를 울린 소리꾼 중에는 김복섭과 최은창을 든다. 오죽하면 “돈을 잘 뺏기는 김복섭이요, 고사 잘하기는 최은창이다”라는 유행어가 돌았을 정도다. 지난 1월에 찾아간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마을회관에는 많은 마을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용두리 안쪽 바닷가를 왕모대(王母臺)라고 하는데 깍아지른 듯한 바위 위에 소나무 몇그루가 겨울바람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푸르름을 자랑하고 서 있다. 그전에는 이곳에서 풍어굿을 했다고 한다. 마을에 있는 횟집 사이로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시원하게 서해가 내다 보인다. 지금은 궁평리에서 우정면 조암까지 바닷길을 만들고 있느라 공사가 한창이다. 마을 주민들은 이 마을에 어선이 60여척 있으며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않아 궁평리로 옮겨가지 못하고 있다고 의견이 분분하다. 왕모대를 돌아 마을회관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려니 40∼50대 마을 장년들이 들어섰다. 이 마을 소리꾼 장용석씨(남·51)가 의상을 갖춰입고 마을의 풍물잽이들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무슨 잔치라도 벌어진 듯, 어디서 소문을 듣고 금방 여러명이 모여들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에서 고사덕담을 하는데 상도 차리지 않느냐고 질책을 하셨고, 이에 냉수 한 사발을 떠다놓고 양푼에 쌀까지 담아 내놓았다. 이어 선소리꾼 장용석씨를 비롯해 뒷잽이인 박종선(남·61), 김인수(남·54), 장인석(남·55)씨 등이 한바탕 잰 가락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언제 와 있었는지 10여명의 마을 아낙들이 한편에서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어디를 가나 풍장이 있으면 바로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우리네 민족성이다. 그런 멋과 흥이 우리 민족예술의 멋을 창출해 낸 것이 아니겠는가. 그렁거리도 하거니와 작년같은 해후년에 온갖 독살(毒煞)이 시었다하니 올같은 신년 새해 온갖 독살을 풀고 가자 풀어라 그림살, 원근도중에 이별살, 부모가 돌아가 몽상살 몽상 벗으니 거상살, 거상 벗으니 해상살… 소리가 점차 흥을 돋웠다. 그도 그럴 것이 고사덕담은 집안에 드는 모든 액을 다 소멸시켜 재복을 주는 것이니 흥도 날만하다. 소리를 시작한 지 벌써 30여년이 지난 장용석씨는 어려서부터 남달리 소리와 풍물에 관심을 가졌다. ‘내 죽기전에 화랭이 자식은 안된다’며 아버지의 반대가 워낙 심해 소리를 좋아하면서도 소리꾼의 길을 걷지 못한 그는 24살때 수원으로 나와 외삼촌인 나전칠기의 명인 민종태씨(작고)에게서 나전칠기를 전수받았다. 장씨는 지금도 생업을 위해 나전칠기를 하고 있으나 마음속에서는 풍장과 소리를 한시도 떨쳐 버린 적이 없다. “지금도 아버님만 아니었다면 전문 소리꾼의 길을 걸으면서 꽤나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장씨는 자신이 못다한 소리를 딸 정현(11·수원 화홍초등학교 4년)이가 대를 잇고 있어 그나다 다행스럽고 기쁘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만류하던 것처럼 딸의 소리 길을 결코 막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 인생에 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자신이 그렇게 하고싶었던 소리를 딸이 해주니 고맙기 한량없다. 그래서 지금도 어디서 풍물공연이 있으면 반드시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소리는 액살풀이에 이어 농사풀이로 넘어갔다. 20여분을 잦은 장단에 맞추어 하던 소리가 갑자기 휘늘어진다. “아∼하∼에∼ 오∼∼해로다. 상봉일경은 불공만재로구려…아∼하∼에∼∼ 오∼해로다” 소리는 뒷불자라고 하는 염불소리로 넘어간다. 전문적인 걸립패들은 소리의 제일 끝 부분에 나타나는 염불소리인 뒷불자가 이 마을에서는 소리의 중간에 끼여 들어간다. 소리는 자연환경의 영향,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함께 기예인의 기능에서 창출(創出)된다. 장씨는 전문 소리꾼이 아니기에 사설이 틀리는 부분이 있으나 우리 민속에 그런 것이 무슨 관계가 있으랴. 어디 지성으로 빌어주는 덕담이 사설이 틀린다고 덕이 아니 되랴. 그 마음을 어떻게 먹었는가에 따라서 덕이 되는 것이지. 용두리의 고사덕담은 집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정월이 되면 뱃고사를 겸하기도 한다. 마을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어 바다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많다보니 일년동안 무사하게 고기를 많이 잡아 들이기 바라는 고사를 지내는 것이다. 소리꾼이 있는 마을에는 아직도 전통이 살아 면면히 흐른다. 용두리에는 장용석씨가 있어 아직도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정월이나 추석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을 빌어주고, 회갑 등 마을잔치가 있을 때도 풍물과 함께 흥을 돋운다. 또 마을 어른이 상을 당했을 때도 빠지지 않는 등 마을 애경사에 장씨는 바쁘다. 어쩌다 일이 생겨 명절에 소리를 못하게 되면 마을 사람들은 명절을 쇤것 같지 않다고 불평이다. 한 마을 노인은 “장씨네 패의 풍물장단은 어깨춤이 절로 나는 것이 흥겨운데, 요즘 젊은 사람들 장단은 엉덩이만 흔들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그 마을에 전승되는 민속에 깊은 애정을 갖고있는 장용석씨는 어릴 적 마을의 소리꾼 박내환씨(작고)에게서 소리를 배웠다. 그는 전문가처럼 미성(美聲)도 아니고 사설도 정형화 되어있지 않지만 나전칠기를 하느라 투박해진 그의 손처럼 소리도 투박한 장맛을 느끼게 한다. 우리 것이야 조미료를 잔뜩 넣어 인위적인 맛을 내는 것보다는 자연적인 토장내음이 횔씬 더 구수하지 않을까. 한번은 공장직원들과 관광을 갔다가 그곳에서 장구치고 소리하는데 미쳐 정작 직원들은 올려 보내고 자신은 금산까지 내려가 하루를 놀고 인삼까지 얻어왔다고 한다. 또 어느 굿판에서는 무당이 장씨의 소리에 반해 함께 동업을 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 장씨는 소리가 있고 풍물이 있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소리와 풍물이 장용석씨 인생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의 삶의 으뜸으로 친다. 그것이 원대로 살아오지 못한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장용석씨는 딸 아이와 함께 용두리에서 소리를 하는 그의 여생이 고사덕담에서 남을 축원해 주듯, 그렇게 덕으로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고있다. 글·사진 하주성/ 민속연구가

경원선 555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22)

22 에필로그 기차가 있는 곳에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에 기차가 있다. 기차가 가는 곳에 사람도 간다. 기차는 삶의 길이요 생명의 길이다. 기찻길을 통해서 물산이 오가고 인걸들이 오간다. 인간이 철로부터 받은 가장 위대한 선물이 기차의 탄생이다. 가차는 문명을 낳는 산실이다. 기차에 의해서 탄생된 문명은 다시 기차에 의해서 성장하고 확산된다. 기차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기차는 길이 아니면 가지 않으며 막힌다고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반세기전 경원선 밤기차의 침대칸에 몸을 싣고 발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금강산과 원산 해수욕장을 오갔을 장안의 사대부들을 생각해본다. 정말로 환상적인 기차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자꾸만 안타깝게 느껴진다. 경원선 철길따라 555리, 서울 용산역에서 원산역까지의 경원선 횡단 여정이 모두 끝났다. 짧은 6개월이었지만 10년의 짐을 벗는 기분이다. 어느새 나는 6개월동안 철도에 미쳐버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열차를 기다리고, 열차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도에 관한 책이면 밤을 낮삼아 달려가 모았다. 소요산역사를 허가없이 찍다가 역장하고 한바탕 싸움을 벌린일, 덕정역에서 달려오는 기차의 정면에서 사진을 찍다가 열차기관사가 기겁을 하고 경적을 울려대고 덕정역 역무원들이 뛰어나와 ‘당신 죽을려고 그려느냐고?’ 책망하던 일, 통일의 분단을 체험시킨다고 학생들을 데리고 남한의 최종단역인 신탄리역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 아래에서 열강 하던일까지도 이제는 아련한 저편의 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경원선 555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연재중에 만나 현지 가이드를 여러번 해준 연천군청 박화봉 주사를 비롯하여 국내 철도에 관한 자료를 내 일처럼 알고 모아준 이한웅 국회보좌관, 외국 각국의 철도 책자를 사다준 이인화 선생, 그리고 취재길 길동무가 되어준 제자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준 각 역의 역무원들 등 고마운 얼굴들을 잊을 수 없다. 기차역 그 자체를 단순히 그리려 하지 않고 그 기차역을 코드로 하여 그 주위에서 삶의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평범한 민초들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그 지역만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간적 특성을 역사적인 자료에 입각하여 글로 남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천학비재하여 졸작이 되고 말았다. 4년에 걸쳐 숱한 애환속에서 험난한 추가령 협곡에 건설한 경원선 철도의 진면목을 어찌 짧은 6개월 동안에 다 나타낼수 있는가? 그것도 반쪽은 오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 했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 글을 연재하면서 너무나도 아쉬웠던 것은 왜 경원선 열차는 신탄리역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 아래서 더이상 북쪽으로 가지 못하고 오던 길을 따라서 남쪽으로 회차하는가였다. 지난해 6월 15일 남북한 두 정상이 철도복원을 약속했기에 아득할 것 같지만 머지않아 끊어진 경원선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그 경원선을 타고 계속 북상하면 북한의 두만강역을 지나 러시아의 핫산역을 거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TSR)와 연결된다. 사랑스런 아내와 아들과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인 러시아호의 4인용 쿠페 침대차에 느긋하게 몸을 싣고 북한,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런던, 파리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은 가까운 날에 찾아올 것이다. 아니 지금 이순간 우리앞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철의 실크로드가 열리는 것이다. 글로벌 로드(지구길)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간다는 것은 지난 냉전시대에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1936년 7월. 손기정 선수는 부산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경성, 평양, 신의주를 거쳐서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서 베를린에 도착하였다. 불과 66년 전만해도 이땅에는 모스크바로 통하는 대륙횡단 철길이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한국철도는 지난 100년 동안 따뜻한 마음의 고향이며 서민의 발이었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 이것을 다시 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21세기 역사적 소명인 것이다. 철도는 이제 단순한 선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단절된 민족의 한을 잇는 통일 사신이다. 철의 르네상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륙에 부속되어 있는 반도국임에도 불구하고 남북분단에 의해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던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민족은 발전이 없다. 나노시대에 그러한 민족은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이제 남과 북은 ‘한민족의 공존, 번영’이란 큰 틀속에서 뭉쳐야 한다. 우리에게 태평양 시대의 주인으로서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역사적인 ‘철의 세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비좁은 땅에서 남과 북이, 동과 서가 대립과 반목으로 날을 지샐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할 때 이다. 남은 북을 통해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북은 남을 통하여 태평양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계절 감각으로는 아직 이르지만 취재길 어려울때마다 필자가 즐겨 부르던 김완기의 ‘가을엔 교외선을 타자’란 시로 그 동안 저의 글을 애독하신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등황색 햇살 뜰에 가득하고/노란 거리 가슴에 밀려오면/우리 나가자, 간이역으로/실바람 흐르는 강물따라/들판을 지나는 흰 구름 되어/우리 달리자, 햇살을 타고/주머니엔 하모니커/배낭엔 화구와 김밥 두어 줄/그리고 과일 한 봉지/가을엔/가을엔/교외선을 타자. 끝으로 글이 연재되는 동안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철도 관계자를 비롯한 열차마니아 여러분과 보잘 것 없는 글을 14주년 창사 특집 기획물로 연재하도록 많은 지면을 배려해준 경기일보사에 작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벅찬 마음으로 글을 맺습니다. 필자: 김 추 윤 (신흥대학 교수) : 연락처 011-303-3552

<경기이슈>공무원노조 노동권허용 어디까지..

“공무원노조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공무원노조 설립 문제가 ‘주5일제 근무’와 함께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과 정부가 공무원노조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로기준법 14조에는 ‘근로자라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따라 공무원 역시 노조를 설립할 수 있지만 헌법 제33조 2항에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국가공무원법에도 ‘공무원은 노동운동을 못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는 반면 ‘그러나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아 제한적인 노동운동의 길은 터 있는 상태다. 정부는 오는 27일까지 공무원노조 도입과 관련해 각 부처의 협상 단일안을 마련키로한다는 방침이지만 전공련은 협상안에 강력 반발하며 독자적인 ‘공무원노조 출범’을 강행할 계획이어서 물리적인 마찰까지 우려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와 전공련측의 입장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제시하며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향후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우선 단결권만 인정” 일단 정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해 시대의 흐름이라며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분과위원회’를 구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특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구상은 올해 말까지 현재 2천400여 기관 가운데 중앙 66개, 자지단체 146개 등 220여 기관에 설치돼 있는 기존 공무원 직장협의회를 전국 단위의 연합단체로 조직화한다는 것은 허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어 복수노조가 완전 인정되는 2007년 무렵에는 노조로 발전시켜 준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연합체로 인정될 경우 노동3권중 어디까지 권한한 줄 것인가가 정부가 직면한 딜레마다. 프랑스, 영국이 공무원들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주고 있으나 단체행동권은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과 일본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하되 교섭권은 협의권만 주고 체결권은 주지 않고 있다. 정부도 연합단체로 허용할 경우 단결권만 인정해 주다 노조로 발전할 경우 단체교섭권 가운데 협의권을 추가해주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이 파업을 할 경우 국민불편을 감안, 단체행동권은 제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핵심쟁점에 대해 이견을 보여온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 노동부 등 3개 부처에 오는 27일까지 정부 단일안을 만들어 노사관계 소위에 제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노사정위는 정부 단일안이 마련되면 노동계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 빠른 시일내에 합의를 이끌어 내고 3월초부터 전국 6개 대도시를 돌며 공청회를 개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정부안이 지난 98년 2월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틀에서 얼마나 달라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공무원의 단결권과 보수 등 근무조건과 관련된 단체교섭권은 인정하되 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하지 않고 국가공무원은 전국단위, 지방공무원은 광역시·도단위로 노조를 허용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전공련 “노동3권 완전보장” ‘공무원도 분명 노동자며 노동3권의 보장은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강경파로 통하는 전공련은 정부의 공무원 직장협의회 연합단체 허용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노동3권이 완전 보장되는 노조의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전공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공무원노조 설립은 현 정권의 공약사항으로 당연한 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단체행동권에 따른 국민불편은 민원담당자들의 파업을 제외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공련은 지난 6개월간 노사정위에서 논의된 공무원노조 도입이 일반법(노조법)에 근거한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특별법 방식으로 논의돼 전국단위 연합단체 결성를 가로막는가 하면 공무원의 근로조건 등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공련은 특히 노사정위에서 5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무원노조 공대위’소속 전문가를 공익위원에 참여시켜 줄 것과 논의 체계의 전면 개편 등을 주장하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의 해체투쟁은 물론 예정대로 오는 3월24일 ‘공무원노조 출범’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전공련은 지난해 11월 공무원노조를 허용하고 공직사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공무원노조 설립과 노동3권을 반드시 쟁취하자”며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한 강경자세를 고수해 오고 있다. 고광식 전공련 사무총장은 “공무원노조 도입에 당사자인 전공련이 배제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논의가 노사정위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잘못된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공무원노조는 3월 공무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전망 이같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짊어지고 있는 노사정위는 고민에 빠져 있다. 공무원노조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련이 노사정에 빠져 있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인정범위 △가입대상 △입법 및 시행시기 등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해외실태를 조사한 뒤 토론회 및 여론조사 등 국민여론까지 수용해 합의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기상조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는 물론 직장협의회도 참여하고있는 6급 이하 공무원 및 노동계, 정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즉, 공무원노조 설립당위성은 모두들 동의하지만 서로간 입장차이가 커 당장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전공련은 공무원 신분의 특성에 걸맞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힘써야 한다”며 “양쪽이 대화나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면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악순환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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