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에서 만난 어린이미술관은 산속의 옹달샘처럼 반갑다. ‘책’을 테마로 한 어린이미술관은 어떻게 꾸며졌을까? 성남시 판교에 소재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 MOKA(관장 노정민)는 2015년 8월에 문을 열었다. 이름에서 짐작되듯 책을 주제로 그림책 관련 전시, 테마 교육, 열린서재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타인과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는 특별한 미술관이다. 연면적 2천736㎡ 규모의 2개의 전시실과 3개의 교육실, 미디어룸, 아틀리에, MOKA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앉아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징검다리 형식의 멋진 계단을 오르면 나타나는 열린서재는 미술관의 자랑이다. 81가지의 키워드로 그림책을 분류한 열린서재 옆으로 늘어선 40여개의 거대한 기둥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통로를 걸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종이접기 형식의 교육실과 책꽂이 나무 아래 독서 공간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건축가 김찬중씨가 설계한 이 건물은 개관 당시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인테리어 아키텍처 분야의 ‘뮤지엄 스페이스’ 본상을 수상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한 열린 공간이 돋보인다. ■ 그림책에 담긴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보다 뛰어난 그림책 작가의 작업 과정을 관람객에게 입체적으로 온전히 보여 주는 것이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장기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그림책과 원화작품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여줬고,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작가의 그림책을 소개했다. 그림책 속의 그림들이 온라인 플랫폼, 애니메이션, 현대미술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 창작되고 있는 예술의 유형도 소개하고 미국의 대표 그림책의 70년 역사를 정리하고 칼데콧상 수상 작가의 작품들을 탐구했다. 신진작가 육성을 위해 신진작가들의 다양한 작품과 작업과정을 소개하고,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 투표를 통해 2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가의 작품에 독립 출판도 지원했다. ‘아티스트 인 북스’ 전시는 그림책을 통해 위대한 아티스트들을 다시 만나보는 전시로, 유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재해석한 글과 그림, 그들의 일생과 작품세계 및 창작기법 등을 탐구한 것이다. 현재 포스트모던 그림책의 대표 작가 ‘존 클라센 & 맥 바넷’전이 열리고 있다. 데뷔 초기부터 주목을 받아 칼데콧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수상한 두 작가의 첫 작품부터 발간 예정인 신작까지 살펴볼 수 있는 아이디어 스케치, 친필원고, 원화, 연계 프로젝트들이 최초로 선보인다. 전시실1에서는 존 클라센이 쓰고 그린 그림책의 작품과 맥 바넷이 글을 쓴 그림책의 작품이, 전시실2에서는 두 작가가 협업해 만든 그림책과 관련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이 드로잉, 글쓰기, 만들기, 연극놀이, 극장놀이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에서 글과 그림을 다시 보게 하는 것이 전시의 매력이다. ‘키드 스파이’는 존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에 연결된 프로그램이다. 키드 스파이가 돼 단서를 찾고 미션을 풀어가는 놀이인데, 낮선 공간, 처음 보는 물건, 전시실 속 작품들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감상하며 단서를 추리해 지령을 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자를 보았어’는 친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경험하는 인성놀이 프로그램이다. 모자는 하나, 사람은 두 명, 게다가 머리에 맞지 않는 큰 모자, 아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취학 전의 어린이와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일일 프로그램이다. 9월 초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 권의 그림책에 담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어린이 눈높이 프로그램 ‘창의력 쑥쑥’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어린이 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과 전파에 쏟는 수고와 정성은 각별하다. “‘리틀 라이터스!(Little Writers!)’는 문학적 문해력을 다루는 미술관 시그니처 교육입니다. 다양한 이야기의 발상 과정을 경험하고 문학적 요소를 이해해 ‘나의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 창작하는 문학 탐구 프로그램이지요. 현직 글 작가와 만나 작업 환경에 대해 들어보고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그림책을 완성하며, 그림책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를 파악합니다. 어린이들이 작가와 함께 읽고-쓰고-표현하고-비평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그림책이 100권이 넘어요.” 미술관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에 참석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다.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는 중고등학생 대상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논픽션-‘역사’는 2019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에베레스트’의 작가 안젤라 상마 프랜시스와 함께하지요. 논픽션 그림책에 대해 탐구하고 자료를 편집,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그림책 제작 과정의 전반을 경험하며 나만의 책을 입힌 논픽션그림책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리틀 아티스트!(Little Aritist!)’는 예술적 요소(시각적 문해력)를 다루는 교육입니다. 현직 예술가와 함께 소통하며 다채로운 실험과 탐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지요. 예술가가 작품을 창작할 때 거치는 사고의 과정을 경험하는 예술창작 프로그램인데, 지금까지 회화, 디자인, 건축 등 8명의 작가와 함께한 어린이가 2천700명이나 됩니다. 2016년부터 19년까지 4년에 걸쳐 ‘리틀 아티스트’ 교육에 참여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의 효과를 연구한 결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이해와 창의, 태도에서 역량이 증진됐음이 확인됐어요. 예술을 통한 교육으로 자기이해, 자기표현, 건강한 자아성장을 이루는 선순환적 구조를 갖추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꿈의 사다리 ‘그림책과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각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문화 탐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18개 나라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태국, 인도, 폴란드, 헝가리, 파푸아뉴기니, 멕시코,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보츠와나, 뉴질랜드, 체코 등 6개 대륙을 모두 잇는 것입니다. 유네스코 공식 프로젝트 ‘MOKA 세계시민교육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는 ‘MOKA와의 세계여행 Little Aritist!’은 어린이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갖추고 미래세대의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교육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예술을 만나며 지속가능 발전목표와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교육이 운영되고 있답니다.” 버스에 MOKA ‘움직이는 미술관’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문화예술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시골의 학교를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미술관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어요. 움직이는 미술관은 유네스코의 대표적인 교육의제인 ‘세계시민교육’을 어린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어요. 2019년의 경우, 여러 부족이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인도를 주제로 선정해, 문화다양성과 세계문제를 탐구할 수 있는 3가지 전시 교육 콘텐츠를 선보였지요.” 미술관에서 개발한 그림책과 활동지 키트를 문화적으로 소외된 전국 곳곳에 전달해 수업을 비롯한 학교의 다양한 활동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술관을 나서며 미술관을 기획할 때부터 참여했다는 최원옥 책임학예사의 바람을 들어본다. “그림책은 어린이들이 태어나 가장 처음 접하는 ‘예술’이자, 풍요로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문학’이며, 다양한 세상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 속에서 읽고, 쓰고, 표현하며 문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바랍니다.” 교육 등록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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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23-05-25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