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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7.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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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했던 자동차인 '들로리언 DMC 12'. 홍기웅기자

 

15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상상한 자동차는 1886년 현실이 된다.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벤처 특허차’는 세상을 바꿨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처 설립자인 칼 벤츠가 삼륜 마차에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특허받은 이 차는 시속 16㎞에 불과했으나 자동차 시대를 활짝 열었다.

 

140살이 된 ‘벤처 특허차’는 2025년 현재도 시동이 걸리고 운행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 지구별이 위태롭다는 위기의식은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를 개발하고 100년 넘게 사장됐던 전기차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다. 엔진이 사라진 전기자동차, 핸들이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또 어떻게 진화할까.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자리한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에서 모빌리티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미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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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 전경. 홍기웅기자

 

■ 첨단의 기술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즐거운 공간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은 1998년 개관한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의 새로운 이름이다. 클래식카 중심에서 모빌리티로 테마를 확장하고 체험과 복합문화 기능을 강화해 2023년 8월 재개관했다. 기차와 배, 비행기와 드론 등 전시물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고 친환경, 자율주행, 드론, 우주여행 등 모빌리티의 미래까지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체험 활동을 크게 늘렸습니다. 자율주행 버스를 타 보고, 무선조종 자동차를 운전해 보는 ‘RC 레이스웨이’를 즐길 수 있지요.” 4D 전투기 시뮬레이션 ‘익스트림 에어 컴뱃’과 자동차 경주 시뮬레이션 ‘스피드킹 레이서’ 등 첨단의 체험시설은 관람객들의 바람에 화답한 것이다.

 

1층 드론 비행장에서 드론을 조종해 장애물을 통과하는 실력을 갖춘 어린이와 런웨이에서 RC카를 조종하는 관람객의 표정이 밝다. “자동차를 몰고 시원한 숲길을 달리는 경험은 물론이고 레이서처럼 고속으로 신나게 달리는 짜릿한 경험도 가능합니다.” 3개의 TV 모니터를 보며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체험인데 달리던 자동차가 벽에 부딪히면 보닛에서 연기가 나고 앞쪽 창문이 깨지는 등 생생한 느낌이 전달된다.

 

60여대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시대순으로 전시하고 있는 2층 전시관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직접 타 볼 수 있는 전시품이 곳곳에 배치해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19세기 초 독일의 거리를 달린 자전거를 자세히 살펴본다. 둘을 뜻하는 바이(Bi)와 회전을 뜻하는 사이클(Cycle)이 더해진 바이시클(Bicycle)은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로 퍼져나간다.

 

자전거가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 자동차의 바탕이 된다. 영국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프리시전이 1912년 제작한 삼륜차는 운전석 아래 배치된 원동기와 동력전달장치, 앞바퀴는 모터사이클을 닮았고 후면의 넓은 좌석과 두 바퀴는 자동차를 닮았다.

 

오래됐으나 멋진 자동차를 마주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관람객들의 눈길은 디자인과 성능이 빼어난 명차에 집중된다. “자동차 중에서 1920~30년대 장인들에 의해 수공으로 제작된 명차를 ‘클래식카’라고 부릅니다.” 전시된 자동차의 모양과 크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명품으로 손꼽히는 ‘부가티 타입 38’이나 ‘스터츠 베어켓 스피드스터’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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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발'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국산 자동차들. 홍기웅기자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1880년대부터 연대별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를 만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자동차의 기능과 디자인에서 인간의 욕망과 시대의 변화를 확인한다. 이번에는 1955년 제작된 첫 국산 자동차 ‘시(始)-발(發)’과 마주한다.

 

1975년 선보인 현대의 ‘포니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끈 주역이다. 추억을 더듬는 것일까. 한 중년의 관람객이 역사적인 유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GMK 새마을 트럭’(1977년)과 ‘새한 맵시’(1982년)를 거쳐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98년 선보인 ‘쌍용 체어맨 리무진’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광복 80년을 맞이한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을 앞지른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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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드론타워쇼를 구경중인 관람객들. 홍기웅기자

 

■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 여행

 

오월의 장미꽃처럼 검붉은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는 1910년식 모델로 마차형 보디가 적용돼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던 시대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작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출시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초소형인 ‘BMW 이세타’는 전후의 경제난을 극복한 독일인의 의지와 지혜를 보여준다. 이처럼 자동차의 크기와 색깔과 디자인에도 시대의 요구와 철학이 깊게 투영돼 있다.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실용화될까. 머잖은 장래에 브레이크와 액셀,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자동차가 거리를 채울 것은 분명하다. 카메라 12대와 레이더 6대가 장착된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과속방지턱, 신호등 등을 감지하며 달리는 과정을 체험해 보면 이런 전망은 더욱 굳어진다. 버스가 출발하면 차량 내부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운전 상황이 표시된다. 건널목이 나오면 자동으로 멈춰 보행자가 있는지 살피는 모양이 신기하다. 콜럼버스가 탔던 배와 대륙의 횡단을 가능케 한 기차는 물론이고 드론 같은 이동수단도 살펴본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탈것들을 만나고 체험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모빌리티 특별전은 친환경,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감상하고 상상하도록 꾸몄다. 경주차처럼 낮고 매끄러운 몸체를 가진 ‘BMW M8 그란 쿠페’는 현재 출시 중인 BMW 모델 중 최고 성능을 가진 최고가 모델이다. 작은 크기의 유선형 몸체에 전자동 소프트톱이 적용된 ‘BMW Z4 M40i’는 오픈카의 전형과 같은 모델로 운전의 즐거움과 개방감을 함께 제공하는 스포츠카로 인기가 높다. 두 가지 모두 2025년 출시한 신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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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정상 및 유명인들이 탑승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600’. 홍기웅기자

 

■ 명품에 깃든 장인의 숨결을 느끼다

 

‘헤리티지 드라이브’는 무엇일까. “박물관 직원이 운전하는 클래식카에 탑승해 야외공원을 한 바퀴 도는 체험입니다.” 평소 구경하기 어려운 클래식카를 타고 야외공원을 달리는 경험은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달마다 시승용 차종이 바뀌는데 5월에는 1958년 생산된 ‘뷰익 로드마스터’가 운행되고 있다. 뷰익은 캐딜락, 올즈모빌과 더불어 20세기 GM의 고급 브랜드로 명성을 떨쳤다. 6월에는 ‘올즈모빌 98’, 7월 ‘포드 선더버드 스포츠 로드스터’, 8월 ‘메르세데스벤츠’, 9월 ‘링컨 콘티넨털 마크 Ⅲ’, 10월 ‘링컨 콘티넨털 컨버터블’, 11월 ‘뷰익 스카이락’, 12월 ‘AM 제너럴 허머 H1’가 뒤를 잇는다. 비록 우리에게 이름은 낯설지만 외장이 고급스럽고 멋지다는 사실은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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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오토바이의 모습. 홍기웅기자

 

분기마다 모빌리티 테마의 기획전이 열리는 ‘포커스존’에 들어선다. 5월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은 ‘모터사이클의 진화’다. 19세기 후반 자전거에 엔진을 장착하면서 탄생한 모터사이클은 20세기 초 할리데이비슨, 인디언 같은 유명 브랜드가 탄생하면서 대중화됐다. 전시실에서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자전거 형태의 초기 모터사이클부터 2025년 최신형 전기모터사이클까지 10종의 모터사이클을 만나 본다.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에서 정성을 쏟고 있는 사업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20세기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 자동차를 문화유산으로 정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존 처리와 원형의 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복원작업이다. 100년이 지난 자동차가 원래의 모습으로 움직이게 하고 대한민국 자동차의 빛나는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비결이다.

 

산과 들이 푸른 오월이다. 이 좋은 계절이 서둘러 지나가기 전에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면 좋지 않을까.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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