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끝난 남북정상회담은 앞으로 구체적인 과제가 산적돼 있지만 우리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자주적인 남북통일, 통일방안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장기수 해결, 다방면 교류·협력, 그리고 당국자 대화 조속 개최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울 방문 등이 합의된 남북 공동선언문 서명은 한민족의 미래를 밝혀주는 쾌거라 하겠다. 모두가 소중하고 시급한 민족적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이 5개항 합의 가운데 남과 북의 다방면 교류·협력은 특히 경기도 문화교류에 폭넓은 물꼬를 터줄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경기도가 휴전선을 끼고 두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문화유산의 분단 현장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문화예술단체들이 그동안 각종 대북사업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남북화해시대를 대비한 일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유산의 공동연구와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남북으로 분단된 경기도의 대표적인 2대 도시인 수원과 개성직할시 사이의 성곽 등 문화유산 비교 학술회의를 추진해 왔으며, 수원이나 개성, 비무장지대, 판문점 등에서의 문화예술교류활동 등을 타진했다는 것이다. 또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과 개성의 역사박물관이 비무장지대에 산재한 매장문화재 발굴사업 등을 위해 북한 관계자와 1년여동안 접촉했다고 한다. 경기도와 도내 문화예술단체들의 이러한 남북 문화교류사업 추진은 남북정상 공동선언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특히 내년 8월 광주와 이천, 여주에서 열리는 2001 세계도자기엑스포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에 박차를 가해 주기 바란다. 세계도자기엑스포행사 기간 중에 북한의 도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유명 도예인을 초청, 남북한 도자기 심포지엄을 연다면 문화교류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또한 질 좋은 북한산 고령토를 들여와 도자기를 제작하거나 남북한 도예인들이 도예기술을 교류할 수 있어 이데올로기로 인해 나누어진 문화유산을 하나로 보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차제에 경기문화재단이 지난해 7월 중국 연변대학 개교 50주년 학술회의 등에서 북한 학계 관계자와 비공식접촉 등을 통해 상당한 접근을 보았으나 추진주체와 비용 등의 문제로 올들어 일시 중단된 남북문화교류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 경기도 당국은 이미 만들어진 접촉라인을 활용, 남북문화교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특별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경기일보
2000-06-16 00:00